이혼하고 전남편이 변했다의 모든 챕터: 챕터 611 - 챕터 620

853 챕터

제611화 불을 끌까?

집에 올라가기 전에 신은지는 마트에 갔고, 박태준이 따라오려고 하니 깜짝선물을 준비한다며 못 오게 했다.남자의 시선은 또 한 번 쇼핑백에 있는 그 얇은 천 조각에 꽂혔다. 오는 길에 몇 번 봤는지 모르는데, 볼 때마다 얼굴이 붉어졌다.야한 속옷을 산 후 신비한 표정으로 마트에 들어가면서 따라오지 못하게 하니 박태준은 그녀가 뭘 사러 갔는지 나름대로 짐작이 갔다.두 사람이 처음도 아니고 박태준이 순정남도 아니지만 이렇게 야한 건 처음이다.박태준은 긴장한 나머지 쇼핑백의 끈을 더 꽉 잡아 머릿속에서 튀어나오는 격정적인 화면을 간신히 억눌렀다.그가 망상에 빠져 있을 때, 신은지가 물건을 사 가지고 나왔다. 그녀는 박태준이 가로등 아래 멍하니 서 있는 것을 보고 그의 어깨를 툭 쳤다.“무슨 생각해? 들어가자.”제 정신이 돌아온 그는 신은지를 쳐다보다가 이내 부자연스럽게 시선을 돌렸고, 거의 조건반사적으로 그녀의 손을 잡았다.“어, 그래.”그녀의 차가운 손가락에 손이 닿자, 박태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자기 손으로 그녀의 손을 완전히 감쌌다.“왜 이렇게 차가워?”신은지는 그가 마음대로 잡게 내버려뒀다.“빨리 들어가자.”추워 죽겠다. 그녀의 재촉은 박태준의 귀에 들어온 후 자동으로 다른 메시지로 바뀌었다. 그녀가 급해하는 건 혹시...박태준은 얼빠진 사람처럼 신은지에게 이끌려 같은 쪽 손발을 같이 내밀면서 집으로 향했고, 걷다가 시선이 저절로 쇼핑백에 쏠렸다.신은지의 손을 잡은 그의 손은 약간 뜨거웠다. 점차 얼굴도 뜨거워지고 마지막에는 온몸이 뜨거워졌다.“은지야, 급해하지 마...”신은지는 걸음걸이가 좀 어색했다. 그녀는 그의 등을 떠밀며 거의 뛰어서 계단을 올라갔다.“급해. 엄청 급해. 빨리 걸어.”박태준은 문을 열었지만 불은 켜지 않았다. 그는 끈적끈적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목젖이 오르락내리락하더니 쉬어서 잘 나오지 않는 목소리로 말했다.“은지야.”그가 손을 내밀어 안으려 할 때 신은지는 그를 확 밀어내고 화장실로 급히 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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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2화 혼인신고 하자

너무 거침없이 전개되어 신은지는 갑작스러운 질문에 어리둥절해졌다.“만져... 뭘 만져?”입으로는 그렇게 물었지만 몸은 성실해 묻자마자 손이 조건반사적으로 올라갔다.박태준은 그녀의 동작을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 밀착해 왔다. 그는 고개를 숙여 입술을 그녀의 이마에 댔고, 조금씩 아래로 내려갔다. 따뜻한 촉감이 잠자리가 수면을 건드리듯 피부에 가볍게 닿았다.에어컨 온도가 높게 설정돼서 이불을 덮지 않아도 춥지 않았다.박태준은 그녀의 부드럽고 따뜻한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그녀가 내쉰 숨이 그의 얼굴을 스치면서 따뜻한 기운이 지나간 후 약간 서늘한 느낌이 들었다. 이같이 진실한 촉감에 그는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팔에 힘을 주었다.‘은지는 내 거다. 장장 11년 동안 짝사랑한 끝에 마침내 철저히 내 여자가 됐다.’앞으로 사람들은 그녀를 박 사모님, 작은 사모님, 대표 부인이라고 부를 것이다. 어떤 호칭이든 그의 이름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박태준은 저도 모르게 그녀를 더 꼭 끌어안았다. 가슴에서 뜨거운 감정이 솟구치면서 통제가 안 되고 점점 더 흥분됐다. 조금 전까지 부드럽고 잔잔하던 입맞춤은 순식간에 욕망으로 가득 차고, 폭풍우처럼 그녀의 몸을 휩쓸었다.이 집은 2층이고, 아래에 야시장이 있어 창문을 꼭 닫아도 시끄럽고 벅적벅적한 분위기를 단절할 수 없다. 누군가는 노래를 부르고, 누군가는 수다를 떨고, 누군가는 술을 마시고...박태준은 신경이 예민해 시끄러운 것을 견디지 못하는데, 이 순간 전혀 귀찮게 느껴지지 않았고 심지어 이국땅의 흥청거림이 좋았다.“은지야.”품에 안긴 여인은 너무나 부드럽고 따뜻해서 잠시도 놓고 싶지 않다.그는 그녀의 가느다란 목과 약간 튀어나온 쇄골에 입을 맞추었다.신은지가 조금 전 씻어서 그런지, 여러 가지 향기가 한데 섞여 박태준의 코를 자극했다.“은지야.”쉰 목소리로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박태준, 그의 눈빛은 도취된 듯 반짝반짝 빛났다.“대회가 끝나면 우리 혼인신고 하자. 어때?”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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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3화 남자는 다 사기꾼이야

다음날, 생체시계에 의해 깊은 잠에서 깨어난 신은지는 손에 힘이 빠져 하마터면 들지 못할 뻔했다. 눈을 뜨자마자 잠들어 있어도 결함을 찾을 수 없는 박태준의 잘생긴 얼굴을 보고 어젯밤의 기억이 가물가물 떠올랐다.그녀는 이 나쁜 놈이 어떻게 미친 듯이 자신을 못살게 굴었는지 모두 생각났다.신은지는 얼굴을 찡그리며 자기를 안고 달게 자는 박태준을 발로 걷어찼다.그녀의 발에 차여 잠에서 깬 박태준이 눈을 뜨니 신은지가 화장실로 뛰어 들어가는 뒷모습이 보였다. 그는 차여서 얼얼한 허리를 만지며 얄궂은 미소를 지었다. 습관적으로 침대 협탁에 놓인 손목시계를 가져다 시간을 확인한 그는 일어날 때가 된 것을 보고 이불을 젖히고 침대에서 일어났다.고통스러워 이를 악무는 그녀의 모습과 달리 박태준의 얼굴은 사욕을 채운 후의 상쾌함 그 자체였다. 그는 거실 화장실로 가서 씻은 후 아침을 사러 내려갔다. 그가 돌아왔을 때 신은지는 촉촉한 얼굴로 화장실에서 나왔다.박태준은 그녀가 화장실에서 나오면서 손을 문지르는 것을 보고 스스로 켕기는 바가 있는 듯했다.“와서 아침 먹어.”신은지는 그를 상대하기 싫었지만 배고파서 음식을 들고 소파 쪽에 앉았다.이탈리아의 아침 식사는 빵과 커피 위주의 간단식인데, 신은지는 한국에 있을 때 담백하고 따뜻한 음식을 즐겨 먹었다. 게다가 그녀는 아침에 입맛이 없는 편이라 억지로 먹고 있었다.박태준은 그녀가 먹기 싫은데도 배를 채우기 위해 억지로 구겨 넣는 것을 보고 안쓰러워했다.“너 아직 여기 오래 있어야 하는데, 매일 이것만 먹으면 안 되지. 아니면 내가 한식 요리사를 고용할까? 여기서 대회 장소가 멀지 않잖아. 며칠 후에 여기로 이사할래?”“아니야. 고작 한 달인데, 조금만 참으면 돼.”아침만 입맛에 맞지 않으니 점심때 더 많이 먹으면 되지, 유별나게 굴 필요 없다. 게다가 대회 기간에는 보통 한정된 구역을 벗어날 수 없다. 하지만 이 업계에서 이런 종류의 대회를 개최하는 것이 처음이라 구체적인 조항은 그녀도 잘 모른다.박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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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4화 나쁜 짓은 진짜 빨리 배워

신은지는 당황하며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인파 속에 박태준은 보이지 않았다.“우리는 아까 그 홀에 있어.”그들은 자세히 보기 때문에 30분 만에 겨우 세 개 전시품을 봤고, 그가 방금 떠나간 곳에서 20m도 되지 않는 곳에 있었다. 그들은 사람 수가 몇 안 되는 데다 모두 동양인 얼굴이라 금발에 파란 눈을 가진 외국인 속에서 쉽게 눈에 띄었다.박태준은 호흡이 가빠졌지만 목소리는 더 낮아졌다.“위치를 보내줘. 방금 전화를 받으면서 좀 멀리 와서 길을 찾지 못하겠어.”그의 목소리는 원래 중저음인데, 살랑살랑 말하니 더 살가운 느낌이 들었다.신은지는 그에게 위치를 보내며 놀려댔다.“박 대표님이 길치인 줄은 몰랐네요.”“서양 건축에 무감각해서 그래. 유학 시절에도 강의실을 찾지 못하는 일이 많았어.”“그럼 아까 우리가 어느 홀에 있었는지는 기억나?”신은지는 웃음기 가득한 경쾌한 목소리로 말했지만 손가락은 ‘위치 발송’ 버튼 위에 멈춘 채 누르지 않고 있었다.“눈여겨보지 않았어. 그냥 네 뒤를 따라다녔어.”“내가 팔아먹을까 봐 두렵지도 않아?”신은지는 코웃음을 쳤지만, 화난 말투가 아니라 연인 사이에 장난치면서 앙탈 부리는 것에 더 가까웠다.“참, 네가 지난번 이탈리아에 출장 왔을 때 나에게 사다 준 팔찌 있잖아. 그거 어느 가게에서 샀어? 유라가 계속 예쁘다고 하는데, 마침 여기 출장 온 김에 하나 기념품으로 사 가려고.”“어떤 팔찌? 이쪽에 분점이 있는지 확인해서 직접 점원한테 가져다 달라고 할게.”박태준은 주머니에서 손바닥만 한 노트를 꺼냈다. 그는 신은지와 관련된 모든 일을 분류해 적고, 날짜도 표시해 놓았다. 어느 날 정말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할까 봐 걱정돼서다.신은지가 말하는 팔찌에 관해 기억이 없지만 자신의 기억을 믿지 못하는 그는 노트를 꺼내 다시 확인했다.예전에는 자기 전에 다음 날 일정을 봤지만 지금은 자기 전에 노트를 펼쳐본다.“은방울꽃 진주 팔찌 말이야. 연두색...”박태준은 팔찌가 적힌 페이지까지 넘겼지만, 기록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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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5화 나를 감옥 보내려 했잖아요

신은지는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그녀가 전화를 끊으려는데, 배경음에 곽동건의 목소리가 들렸다.“라라, 와서 밥 먹어.”그녀는 곽동건과 몇 번밖에 만난 적이 없는데, 그녀의 기억에 그는 항상 냉담하고 거리감이 있었다. 이렇게 부드러운 목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진유라는 그녀의 표정을 보고 이상한 생각을 한다는 것을 알아채고 덤덤하게 그녀의 상상을 멈춰 세웠다.“나를 부르는 게 아니라 강아지를 부르는 거야. 가십거리를 찾은 표정을 하지 마.”“강아지는 한 마리인데, 너는 곽동건이라 부르고, 곽 변호사는 라라라고 불러? 그러니까 강아지도 놀이의 일환이야? 이제는 이렇게 고급스러운 놀이를 해?”“말하자면 기니까 나중에 만나서 자세히 얘기해줄게.”이 강아지가 ‘곽동건’이라고 불리는 이유를 생각하니 화가 나서 치가 떨렸다. 이제는 엄마가 그녀를 ‘라라’라고 부르면 조건반사적으로 강아지를 부르는 것처럼 느껴진다.진유라는 멀지 않은 곳에서 허리를 굽히고 개 사료를 쏟는 곽동건을 바라보았다. 아래로 움직임에 따라 셔츠와 양복바지가 팽팽해지면서 허리선과 다리 근육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허리에서 엉덩이, 허벅지에서 발목까지 곧고 길게 뻗어 균형 잡힌 탄탄한 다리 라인은 끝내준다는 말밖에 생각나지 않았다.그녀는 아랫입술을 핥았다. 어차피 한 번 잤으니 한 번 더 자도 상관없지 않은가? 한 번하고 두 번이 크게 다른 것 같지는 않은데. 이별 파티도 하는 마당에 그냥... 이별 원나잇까지 해?그녀의 머릿속에는 야한 짤들이 거침없이 떠오르기 시작했다.‘안 돼. 그래도 손해야. 곽동건은 그게 안 되니 자면 순전히 내가 일방적으로 노력해야 하잖아. 얼굴을 보면서 상상으로 육체적 만족을 얻을 수는 없지 않은가?’그녀의 상상력이 얼마나 좋아야 그게 가능할까?신은지는 진유라가 뭘 보는지 몰랐고, 조상들을 깜짝 놀라게 할 그녀의 머릿속 생각은 더욱 몰랐다. 그녀가 멍하니 있는 것을 보고 신은지가 물었다.“무슨 생각 해?”진유라는 목소리를 낮추었다.“이별 파티를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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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6화 성적 유혹

곽동건은 생각에 잠겼다.그가 처음 진유라를 만났을 때는 박태준의 변호인 신분이라 지시에 따라 일을 처리했고 그녀의 얼굴도 기억하지 못했다. 그녀가 말하는 고소한다는 것도 장난한 것이다. 정말 고소하려 했다면 그녀는 지금쯤 감옥에서 썩고 있었을 것이다.그 일들이 모두 그를 찌르는 칼이 되어 버렸으니, 갚지 않는 것이 아니라 때가 되지 않았다는 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은 것 같다.지금 때가 된 것이 아닌가?그녀를 좋아하게 되고, 그녀가 이렇게 장난에 약한 줄을 진작 알았더라면 그때 좀 엄숙하게 굴었을 것이다.“고작 그것 때문이에요?”“다는 아니에요. 당신 같은 사람하고는...”다소 차별적인 의미가 담긴 이 말을 내뱉은 그녀는 급히 설명했다.“직업 말이에요. 당신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과 함께하면 너무 피곤해요. 순탄하게 백년해로한다면 상관없겠지만 중간에 헤어지거나 이혼하게 되면 너무 들볶일 것 같아요. 은지가 박태준과 이혼할 때 당신 같은 악덕 변호사 때문에 우울증에 걸릴 뻔했잖아요.”“그렇게 큰 실패 사례를 봤는데, 제 머리가 하트로 가득 차지 않은 이상 어찌 감히 당신과 사귀겠어요? 그리고 돈을 쓸 때마다 장부에 기록해야지, 안 그러면 어느 날 헤어지면서 당신이 저를 고소하면 저는 자신을 변호할 증거도 없어요.”어차피 헤어지는데, 나중에 얽히지 않도록 분명히 말하는 것도 좋다.곽동건은 어찌할 도리가 없다는 듯 말했다.“의뢰인을 위해 소송에서 이기는 것은 변호사로서 제가 마땅히 다해야 할 의무예요. 신은지 씨가 600억을 상환해야 이혼해 주겠다고 한 사람은 박 대표예요. 이걸 제 탓으로 돌리면 안 되죠.”“그 600억은 혼전 재산이고, 증여 계약을 체결한 적도 없기 때문에 돌려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어요. 변호사가 누군지는 중요하지 않고 의뢰인의 결정이 중요한 거죠.”진유라는 또 술을 한 잔 마셨다. 꼬박 30초 동안 침묵하더니 곽동건의 말을 곰곰이 생각해 본 듯 입을 열었다.“네, 당신 말에 일리가 있어요.”곽동건은 안도의 한숨을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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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7화 누구한테 전화해?

박태준이 정신을 차렸다.“왜?”신은지는 입술을 살짝 오므리고 그를 주시했다.“몇 번 불렀는데 줄곧 반응이 없었어.”“미안해.”그는 고개를 숙이고 무심결에 이마를 꼬집으려 했지만, 손을 들자마자 신은지가 보고 있다는 생각에 그대로 멈췄다.“어젯밤에 잘 자지 못해서 좀 졸려.”그의 지친 눈매와 약간 쉰 목소리는 그의 말에 신빙성을 더해주었다.신은지는 의심하지 않는 것 같았다.“그럼 얼른 씻고 자.”“응.”두통이 도진 박태준은 계속 있다가는 신은지에게 들킬 것 같아 그녀의 말대로 일어나 욕실로 갔다.그는 사실 욕조에 몸을 담가 몸살 기운을 빼고 싶었다. 하지만 저가 호텔이라 욕조가 없었고, 있다고 해도 이런 공용 욕조는 별로 쓰고 싶지 않았다.그가 산 집은 호텔에서 좀 멀리 떨어져 있었다. 왕복에 두 시간이 걸리는데, 하루 종일 돌아다닌 신은지가 힘들어해서 집에 돌아가지 않고 호텔에 묵었다.욕실에서 전해지는 물소리를 들으며 신은지는 카톡을 켜고 메시지를 보냈다.[자?]이 시각, 한국은 한밤중이라 답장이 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카톡을 닫으려 하는데 그때 휴대폰이 진동했다.[아직 안 자는데, 왜?]신은지는 휴대폰을 들고 밖에 나가 상대방의 번호를 누르고 전화를 걸었다.“유성아,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는데, 태준이 외국 건축에 좀 무감각해?”그녀가 잘 모르는 박태준의 과거를 나유성은 반드시 알 것이다. 박태준과 더 가까운 사이인 고연우에게 묻는 게 맞지만 그녀는 연우 도련님과 개인적인 친분이 없고 연락처도 모른다. 그리고 그는 박태준의 일을 그녀에게 알려주지 않을 수도 있다.나유성은 그녀의 물음에 조금도 놀라지 않고 웃음기 섞인 말투로 물었다.“또 길을 잃었어?”신은지는 약간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걔가 정말... 길치야?”“길치는 아니고, 주변 건물이 비슷할 때 쉽게 헷갈려 하긴 해. 하지만 그런 상황은 두 번밖에 없었고 모두 외국에 있을 때였어. 외국 건축에 무감각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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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8화 문제 좀 있어

박태준은 지나가는 사람에게 도움을 청했다. 미남 미녀라 일부러 포즈를 취할 필요 없이 너무 이상한 각도만 아니면 초근접 샷도 예쁘게 나온다.찰칵! 둘의 모습이 화면에 담겼다.사진 속의 박태준은 신은지를 뒤에서 껴안은 채 시선을 약간 아래로 하고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집중하는 모습은 마치 세상에 그녀 한 사람만 있는 것 같았다. 매서운 이목구비는 따뜻한 불빛 아래 유난히 부드러워 보였고 눈에서는 꿀이 뚝뚝 떨어졌다.박태준이 휴대폰을 건네받은 후 이탈리아어로 고맙다는 인사를 하자 그 사람이 뭐라고 말했다. 신은지는 잘 들리지 않았고 들었다 해도 알아듣지 못한다.“저 사람이 뭐래?”그녀는 고개를 숙여 사진을 뒤적거렸다. 그 사람이 여러 장 찍어줬는데, 그중 한 장은 배경이 흐릿하게 처리되어 희미한 네온사인이 하늘을 가득 채운 현란한 불꽃처럼 보이고 그녀의 눈에 따뜻한 빛이 가득했다.“네가 예쁘다고 했어.”신은지는 사진을 자기 휴대폰에 발송했다.“그럼 이렇게 예쁜 여자친구를 만난 게 굉장한 행운이니 소중히 여기라는 말은 하지 않았어?”“아니.”신은지는 고개를 돌려 그를 노려보았다. 이 남자는 정말 EQ가 빵점이다. 이럴 때는 그녀의 말을 이어가야 하는 거 아닌가?거저 주는 문제도 받아먹지 못하니, 역시 독설가 특유의 재주라 하겠다.박태준이 그녀의 손을 잡았다.“하지만 나는 마음속으로 그렇게 생각했어.”높았다 낮았다 하는 EQ를 어쩌면 좋을까?그래도 그의 말에 기분이 좋아진 신은지는 입꼬리를 올렸다.“통과한 것으로 쳐줄게. 가자. 모처럼 나왔는데 구경 좀 해.”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박태준은 바로 사진을 나유성에게 보냈다.[예뻐?][...][싱거운 자식.]박태준은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 어차피 그의 목적은 사진을 보게 하는 것이니까. 오히려 나유성이 할 말이 있는 듯했다.“네 몸이 어떻게 된 거야?”“은지가 물었어?”그게 아니라면, 나유성이 갑자기 그의 건강 상태를 궁금해할 리 없다.“은지가 널 걱정하고 있어. 태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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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9화 6개월 면허 정지

폭풍같이 급하게 들이닥친 이 현기증은 날카로운 이명까지 동반했지만 이내 지나가서 기절하지는 않았다.박태준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깨어있긴 했지만 두통은 그대로였다. 그는 습관적으로 손을 들어 관자놀이를 문지르려고 했고, 그제야 누군가가 팔을 잡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그를 부축한 사람은 공예지였다. 그녀는 미간을 찌푸린 채 엄숙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박 대표님, 증상이 심해진 거 아닙니까? 어제 재검사도 오지 않으시고, 이렇게 미루면 점점 더 심각해질 뿐입니다.”박태준은 감사하다고 말한 후 그녀의 손에서 팔을 빼냈다.“아니에요.”그는 지금 얼굴빛이 거의 죽어가는 사람 같고 미간은 잔뜩 구겨져 있고 눈은 새빨갛게 충혈돼 있다. 게다가 방금 우유도 제대로 잡지 못했으니 아니라는 이 말이 조금도 설득력이 없었다.“지금 이 상태로는 오늘 무척 괴로울 것이고 밤에 잠도 주무시지 못할 거예요. 1층 커피숍에 가서 물리치료 해드릴게요.”이전에 박태준이 병원에 가서 재검사할 때도 그녀가 물리치료를 해줬다.“전문 의료기구가 없어서 병원에서 하는 것처럼 효과가 좋지는 않을 거예요. 하지만 두통은 좀 완화할 수 있어요. 내일 방 박사님이 출근하시면 병원 가보세요.”박태준은 머리가 너무 아파서 집에 가도 자지 못할 것 같았다.“네.”아직 오전이라 카페에 사람이 별로 없었다. 박태준은 우유 한 잔을 시킨 후 가장 안쪽의 테이블에 가서 앉았다. 그는 눈을 감은 채 고개를 들어 목을 의자 등받이에 기대고 말했다.“시작해요.”“아니면 먼저 우유를 마시고, 긴장을 좀 푼 후에 다시...”“아니에요.”공예지는 그의 뒤로 가서 손가락을 관자놀이에 올린 후 혈을 따라 문지르기 시작했다. 그녀는 손놀림이 전문가답고 힘이 적당했다. 매번 정확히 혈을 찾아 누른 결과, 20분도 안 돼서 심한 두통이 사라졌다. 박태준의 구겨졌던 미간이 천천히 풀리고 머리도 돌기 시작했다.“공예지 씨, 부탁 하나 해도 될까요?”그녀가 고개를 숙이면 남자의 날카롭고 또렷한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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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0화 공식 발표

박태준은 깊이 잠들었지만 오래 자지는 못했다. 깨어났을 때 바깥은 여전히 밝았다. 잠을 자고 나니 머리가 많이 맑아지고 오늘 줄곧 그를 괴롭혔던 두통 증상도 사라졌다.그는 침대 협탁에 놓인 휴대폰을 가져다 확인했다. 수면의 질이 떨어진 후 그는 잠잘 때 휴대폰을 무음으로 설정해 두는 습관이 생겼다. 화면에 부재중 전화가 여러 통 들어온 것이 보였다.박태준은 먼저 진영웅에게 전화했다.“무슨 일이야?”“대표님, 한 가지 좋은 소식과 한 가지 나쁜 소식이 있습니다. 어느 걸 먼저 들으시겠습니까?”“...”대답이 없자, 진영웅은 포기하지 않고 자문자답 모드에 들어갔다. 박태준 곁에 오래 있었고 업무 능력도 뛰어나서 다행이지, 안 그랬으면 시끄러워 쫓겨났을 것이다.“그럼 좋은 소식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대표님이 또 스타가 됐습니다. 지금 한국의 18세 소녀부터 80세 할머니까지 모두 하느님께 대표님 같은 남자를 달라고 빌고 있어요...”“알아듣게 말해.”박태준은 귀찮은 듯 그의 말을 잘랐다. 그는 욕실로 들어가 휴대폰을 세면대 위에 놓고 스피커폰을 켠 후 세수하기 시작했다.“대표님이 커피숍에서 만족스러운 얼굴로 여자한테 마사지 받는 화면이 누군가의 카메라에 찍혔는데, 그 사람이 수백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크리에이터랍니다. 대표님의 잘생긴 얼굴 때문에 지금 누리꾼들이 대표님과 결혼하고 싶다고 난리입니다.”기자의 카메라에 찍혔다면 올리기 전에 올려도 되냐고 물었을 텐데, 상대방은 인플루언서라 거리낌이 없었다.사진을 찍은 이유는 박태준의 훈훈한 외모 때문이었다. 사진과 함께 남긴 글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하느님, 저한테도 이렇게 멋진 남자를 주십시오. 전 남친의 10년 수명과 바꾸겠습니다. 저는 마사지는 물론 잠자리도 함께할 수 있고, 외조와 내조를 모두 잘합니다.]밑에는 그의 여자친구를 부러워하는 댓글 일색이었다.그들이 이 사진을 봤을 때는 이미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에 올라와 있었다.하긴 박태준의 얼굴이 건축으로 놓고 말하면 에펠탑 수준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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