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고 전남편이 변했다의 모든 챕터: 챕터 601 - 챕터 610

853 챕터

제601화 땡, 벌칙이야

박태준이 말했다."아니, 의사라는 사람이 마음을 나쁘게 먹었네. 할 수 있는 검사라면 하나도 빠짐없이 넣었잖아."검사를 빠짐없이 넣은 것을 넘어서 이 정도면 과잉 검사였다. 에이즈, 매독과 같은 전염병 검사까지 다 포함됐다."..."'그런 말은 좀 내가 없는 곳에서 하면 안 되나?'의사가 막 변명하려고 하는데 문이 닫혔다.사립병원이라서 검사를 하는데 줄을 설 필요가 없었고 다 끝냈는데도 11시밖에 되지 않았다. 초음파를 제외한 다른 검사 결과는 오후가 되어서야 받을 수 있었고 어떤 검사 결과는 2, 3일 정도 기다려야 했다.그는 신은지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는 그녀의 손가락을 부드럽게 문질렀다."우리 먼저 갈까? 이따가 진 비서를 시켜서 검사 결과를 가져오라고 하면 돼.""주말인데도 사람 부려 먹을 거야? 여자 친구랑 데이트하고 있으면 어쩌려고. 게다가 오후에 검사 결과를 가지고 의사 선생님께 가봐야 해. 그러니까 우리가 가자""…"문을 열자 차가운 칼바람이 옷 속으로 파고들었다. 신은지는 목을 움츠리고 얼굴을 두꺼운 목수건 속에 묻었다.박태준이 외투를 벗어 그녀를 감쌌다. 그러고는 그녀를 품에 안은 채로 바람이 불어오는 쪽에 서서 거센 칼바람을 막아주었다.신은지는 손을 뻗어 외투를 벗으려고 했다."벗어주지 않아도 괜찮아."그는 안에 얇은 니트만 입고 있었다. 박태준은 그녀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차를 주차해 둔 곳까지 거의 다 왔어."차에 탄 그는 차의 시동을 걸었다."먼저 밥 먹고 영화 보러 갈래?"그녀는 힘들었는지 차에 타자마자 좌석 등받이와 한 몸이 되었다. 신은지는 좌석에 기대어 하품을 했다."밥 먹고 호텔 잡아서 좀 자자, 나 너무 졸려."오늘 아침에 일어날 수 있었던 건 모두 끈기로 버텼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졸려서 눈도 제대로 뜰 수 없었다. 만약 차 안이 춥지 않았다면 그녀는 그냥 잠들었을 것이었다.박태준의 눈은 맨눈으로도 보아낼 수 있을 만큼 반짝였다."좋아."신은 지는 손가락을 그의 어깨를 툭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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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2화 너 혹시 그날이야?

그녀의 손가락에 끼워져 있는 반지를 바라보던 박태준의 입꼬리가 주체할 수 없이 올라갔다."응.”그러나 그가 그녀를 안고 있을 때, 신은지가 볼 수 없는 곳에서 그의 눈은 혼란스러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무언가가 마음속에서 피어오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지나간 자리에 흉터가 하나둘 남는 것 같아 아프고 괴로웠다.‘은지야, 내가 잊을까 봐 걱정돼'그녀는 박태준의 얼굴을 볼 수 없었고 그의 심정도 짐작할 수 없었다. 그저 자기 허리에 두른 그의 손에 유난히 힘이 들어갔다는 것과 그가 억지로라도 자기를 몸에 쑤셔 넣고 싶어 하는 듯한 것이 느껴질 뿐이었다.그도 자신이 너무 세게 안은 탓에 신은지를 아프게 했다는 걸 깨달았는지 그녀를 아프게 하던 손을 놓았다.짧은 순간이었지만 박태준의 평소와 다른 모습이 그녀를 불안하게 만들었다.그녀는 눈썹을 찡그린 채 그의 얼굴을 자세히 쳐다보았다."정말 나한테 숨기는 거 없어?”그런 그녀의 모습에 박태준은 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리려고 했다. 하지만 그 순간 신은지가 손으로 그의 얼굴을 감싸며 피하지 못하게 했다.박형주는 소리 없이 웃었다."사실 있어.”“...”"나는 널 이탈리아에 보내고 싶지 않아. 임 관장에게 신청해 달라고 부탁한 뒤로부터 계속 후회하고 있어. 잘 억누르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어제 캐리어를 보고 실감이 나기 시작한 것 같아. 하루도 너와 헤어지기 싫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어.”그녀는 이를 악물고 그를 자기에게서 밀어버렸다."꺼져.”박태준은 제대로 이야기하고 싶은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그녀는 땅바닥에 떨어져 있는 물건들을 피해서 바로 옷을 벗고 침대에 누웠다.박태준도 이불을 젖히고 따라서 눕더니 손을 뻗어 그녀를 가슴에 안았다. 그녀가 어젯밤 너무 피곤했다는 것을 안 그는 더 이상 소란을 피우지 않았다.신은지는 매우 깊이 잠들었다. 한잠 자고 일어나니 그녀는 다시 살아나는 것 같았고 아침의 몽롱한 상태도 사라졌다.혈액검사, 초음파, 심전도...기초 검사는 박태준이 얼마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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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3화 은지가 그를 무시해

박태준은 아버지처럼 사사건건 신은지에게 당부했다.곧 안전 검사를 받을 시간이 되었다. 그의 아쉬움은 순식간에 커졌고 억제할 수 없었다.사람들이 드나드는 공항에서, 박물관에서 일하는 나이 든 아저씨, 아주머니들 앞에서 그는 손을 뻗어 그녀를 품에 안았다."은지야, 조심히 잘 다녀와."그녀가 뭐라고 말을 하려고 하는데 그는 이미 그녀를 검사 구역으로 밀었다."어서 가."더 이상 보내지 않으면 그는 다시 신은지를 데려가고 싶은 충동을 억누를 수 없을 것 같았다."?"아쉬워하는 거 다 거짓말이야. 사람을 쫓아내는 속도가 어쩌면 저렇게 빨라?'그녀는 작별 인사도 없이 그냥 돌아섰다.대기실에 들어간 임 관장은 마침내 그녀와 이야기할 기회가 생겼다."박 대표님과 사이가 정말 좋네."신은지는 그의 낮은 EQ를 떠올렸다. 가끔 마음이 확 식었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임 관장 앞에서 티는 내지 않았다."화가 날 때는 때리고 싶을 정도예요."그녀는 이렇게 대답했다.그러자 임 관장은 이미 겪어봤다는 듯한 말투로 말하기 시작했다."부부는 원래 그렇게 맞춰가는 거야. 근데 나는 지금까지 박 대표님의 성격이 차가운 줄 알았어."이전에 박태준과 단 두 번의 교집합이 있었는데 모두 신은지때문이었다. 그 남자는 자신을 낮은 위치에 두고 부탁을 했지만 결코 세력이 약하지 않았고 말할 때 목소리도 차갑고 싸늘했다.신은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맞아요."그들은 직항 티켓을 예약했는데, 경인 시에서 이탈리아까지 11시간이나 걸렸다. 게다가 이코노미석이라 허리가 뻐근하고 아팠다.휴대폰을 켜자마자 진유라의 문자가 보였다.[은지야, 도착했어?][이탈리아 완전 예쁘지? 내가 요 며칠만 지나면 바로 찾으러 갈 테니, 먼저 가서 구경하지 말고 나를 기다려.] 박태준도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냈는데, 하나는 여기에 있는 부동산 주소였고 다른 두 개는[여보, 도착했어?][여보, 왜 내 메시지에 답장을 안 해?]중간에 30분 간격으로 와 있었다.비행기가 30분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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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4화 호구를 잡히다

"..."그는 일을 처리하면서도 그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화살표가 자기를 가리켰을 때는 어리둥절했지만 이해할 수 없을 정도는 아니었다.그는 고개를 번쩍 들어 박태준과 시선을 마주치며 중얼거렸다."진짜?"‘굴욕을 자초하겠다는 건가?’그의 이 말은 매우 함축적이어서 박태준은 물론 다들 그의 말 속의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하지만 고연우는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도 정민아에게 시달렸었기 때문이었다. 그보다 더 비참한 사람은 없었다. 침실에 들어가기 전에 그는 아내의 기분을 살펴 가면서 왼발을 먼저 내디딜지 오른발을 먼저 내디딜지 결정해야 했다. 발을 잘못 디디면 그는 서재로 쫓겨날 수밖에 없었다.이런 환경에서라면 돼지도 단련되기 마련이었다.그는 신은지가 박태준을 상대하지 않는 이유를 대충 짐작했다.이 관계를 놓고 말해서 박태준은 자신이 있는 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응."곽동건이 직접 전화를 걸었다.진유라는 지금 어머니와 함께 있었다. 같이 앉아 있으면서 결혼을 왜 해야 되는지에 대한 강의를 듣고 있었다. 이 강의는 듣기만 해서는 안 됐다. 귀를 기울일 뿐만 아니라 자기의 의견을 말해야 했다. 하지만 무조건 어머니의 말을 찬성하는 입장에서 말해야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매를 맞을 것이었다.이 전화는 그야말로 그녀의 구세주였다."네, 오빠."그녀의 목소리가 너무 밝고 부드러워서 곽동건은 손이 떨려서 하마터면 핸드폰을 내던질 뻔했다.그가 진유라의 모처럼 열정적인 태도에서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데 진유라가 또 말을 걸어왔다.“유물을 사시려고요? 2억 원 이상이요? 급하다고요? 지금 바로 가게로 갈게요!"“전혀 바쁘지 않죠. 바로 갈 수 있어요. 오빠만 좋으시다면 한밤중에 봐도 좋습니다."진유라는 그렇게 말하며 가방을 가지 더니 허둥지둥 집을 나섰다. 나가기 전에 어머니에게 먼저 간다는 손짓을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그녀는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온 사람이 곽동건이라는 것을 알려주지 못했다. 말했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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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5화 어디 미운털 박힌 거 아니냐?

물론 진유라는 그가 자포자기로 그녀에게 더 매달릴까 봐 두려워했다.원래는 곽동건이 그녀와 몇 마디 더 할 줄 알았는데 예상 밖으로 그는 매우 시원시원하게 동의했다."그래요, 하지만 헤어지더라도 면전에서 말해야 하지 않겠어요? 당신이 주운 강아지도 말이죠. 이젠 필요 없다고 해도 강아지한테 말해줘야죠. 요즘 매일 문을 지키며 당신이 보러 오는 걸 기다리는데. 불러도 자리를 옮기려고 하지 않아요."진유라는 원래 이번 통화로 이 관계를 끝내려고 했었다. 어쨌든 그들 사이의 시작도 이렇게 어이없는 방식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곽동건이 개 이야기를 꺼내자 그녀는 마음이 약해졌다.‘아이고, 난 정말 착한 선녀야.’"그럼 어디서 밥이나 먹을까요? 강아지를…”그녀는 자신의 입을 툭툭 쳤다. 하마터면 그에게 끌려갈 뻔했다."강아지를 데리고 오세요."사실 그녀는 매우 미안했다. 분명 그 강아지는 그녀를 따라가고 싶어 했는데 그녀는 곽동건한테 넘겨주고 한 번도 보러 가지 않았다.매일 문을 지키며 그녀가 그것을 보러 오는 걸 기다린다는 말을 듣자 마음이 더 약해지고 나른해졌다."요즘 매일 밖에서 먹으니까 좀 역겨워요. 그냥 집에서 먹읍시다. 유라 씨는 무슨 도구를 좋아해요? 아니, 미안해요. 말이 헛나왔네요. 뭐 좋아하세요?" 진유라의 머릿속에 팽팽하게 당겨져 있는 그 선이 누군가에 의해 힘껏 당겨진 듯 '윙'하는 소리가 귀에 온통 울려 퍼졌다.그녀는 손바닥을 힘껏 꼬집으며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겨우 억눌렀다. 법정에서 항상 말발로 상대 변호사를 밀어붙이는 곽 변호사님에게서 말이 헛나오다니? 그는 분명히 고의로 한 것이었다.“마음대로 하세요.”말을 마치고 그녀는 전화를 끊었다.한편 룸안, 축 처진 박태준을 바라보던 고연우가 발을 들어 그를 퍽퍽 찼다."너 은지 씨한테 어디 미운털 박힌 거 아니냐?""아니, 호텔 갈 때만 해도 멀쩡했는데 자다 깨서 잘 안 받아줘.”“…"고연우는 어이없다는 듯 양미간을 문질렀다. 그는 이런 이성 사이의 화제에 참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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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6화 그 찌질이가 너라고?

신은지는 고개를 들어 사람들 사이에 서 있는, 지금 국내에 있어야 할 박태준을 보았다.오늘은 휴일이 아니어서 박물관에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다. 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외국인들 사이에서 박태준의 얼굴이 매우 눈길을 끌었다. 게다가 큰 키와 잘생긴 얼굴은 많은 여자들로 하여금 흥분하여 수군대게 했다.그러나 이 모든 것이 그녀의 눈에는 배경으로 됐다.박태준이 이곳에 나타난 것은 완전히 그녀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그는 멍하니 그 자리에 있던 신은지를 바라보며 늘씬한 다리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조금 전까지 기품이 넘치던 남자가 그녀 앞으로 다가오자 순식간에 불쌍한 모습으로 변해 버렸다. 마치 주인을 찾은 강아지 같았다.입을 열자마자 그는 그녀를 탓했다."전화도 안 받고 답장도 안 할래?"만약 밖에 있지 않았더라면 그는 분명 머리를 그녀의 어깨에 기댔을 것이었다.“…"박태준이 그녀에게 무언가를 숨긴 것에 화가 났던 그녀였지만 그가 입을 열자 이틀 동안 참았던 화가 절반 이상 풀려버렸다. 그뿐만 아니라 손을 내밀어 그의 머리를 쓰다듬고 싶었다.그녀는 박태준이 너무 얌전해서 좀 의외였다.하지만 이대로 넘어가기는 싫었고 또 그를 꾸짖자니 그건 마음이 아팠다.이 두 가지 모순된 생각이 그녀의 머릿속에서 끌어당겨졌다.그녀는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나 지금 출근 중이야. 그만 떨어져."이런 모습을 동료에게 보기라도 하면 영향이 좋지 않았다.박태준은 이 틈을 타 손을 내밀어 다른 사람이 못 본 사이에 그의 엄지손가락을 건드렸다."그럼 저녁에 같이 먹자."그가 짜릿한 감촉이 그가 닿은 곳의 피부를 타고 팔뚝 전체로 번졌다.순식간에 생각하는 것을 잃어버린 신은지는 박태준을 보지 않은 채 대답했다."안 가."저녁에는 회식이 있었다.그는 해명하기 시작했다."은지야, 나랑 공예지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야. 날 믿어줘."신은지는 그를 향해 눈을 희번덕거리고는 고개를 돌려 전시품을 보았다. 그가 옆에서 쉴 새 없이 말을 걸었다."은지야, 옷은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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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7화 뽀뽀 그까짓 거 해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태준이 계속해서 말했다."네가 먼저 뽀뽀했어."그는 단지 자제하지 못했을 뿐이었다.그때 그는 원래 신은지를 집에 데려다주려고 했지만 그녀가 집안에서의 처지를 생각했다. 술에 취한 것을 사람들이 보면 그녀를 괴롭힐까 봐 그는 그녀를 호텔로 데려갔다.그녀를 침대에 눕힌 뒤 박태준의 시선은 그녀의 정교한 눈매에 눈이 쏠렸다. 그녀의 흐릿한 두 눈과 붉게 물든 취한 뺨에 그는 정신이 번쩍 들었고 정신을 차렸을 때 신은지의 손이 이미 그의 목을 감싸고 있었다.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고 있었는데 반짝이는 눈동자에 별빛을 담긴 듯 반짝이고 있다.그녀가 고개를 젖히니 촉촉한 입술은 그를 향해 조금씩 다가왔고 그는 그녀에게서 달콤한 과일주 향과 머리카락 사이의 샴푸 냄새를 맡았다. 복숭아 향이었다.그는 피할 수 있었을까?할 수 있었다. 의지만 있었다면 힘을 많이 쓸 필요도 없이 피할 수 있었다.그의 목을 잡고 있는 두 손은 너무 허약해서 조금만 움직이면 미끄러질 것 같았지만 또 그 무게는 너무 무거워서 그가 자신의 모든 의지력을 다 쏟아부어도 이길 수 없을 정도였다. 그저 수없이 상상해 왔던 그녀의 빨간 입술에 키스할 수밖에 없었다.박태준은 신은지가 자기를 나유성로 여겼는지, 아니면 술에 취해 난폭하게 굴었는지는 모르지만 어느 쪽이든 그녀가 먼저 한 일이었다.그는 밀어내지 않았고 밀어내기 싫었다. 그들은 친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생일파티 내내 그는 소파에 있는 장식용 버클과 비슷한 지위에 있었고 마이크도 그보다 존재감이 있었다.신은지는 그가 이렇게 큰 사실일 털어놓을 줄 몰랐다.다음날 깨어났을 때 목에 있는 키스마크 두 군데만 보였을 뿐 전날 밤의 일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녀가 먼저 손을 댔다고 하니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너 짐승이야? 나 그때 어렸어.”"성인이잖아."그녀의 안색이 변한 걸 보고 그는 말을 이어 나갔다."나는 뽀뽀만 하고 다른 건 하지 않았어.”“…"신은지는 말문이 막혀 화를 내려고 했지만 지금 두 사람의 관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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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8화 교통사고가 났어

신은지는 추위를 많이 타서 겨울만 되면 밖에 나가기를 꺼렸다. 국내는 택시를 잡기가 편해 이렇게 길옆에서 찬바람을 맞고 있는 일이 드물었다.박태준은 신은지를 품에 안고는 부 좌석으로 갔다.“차에 타.”차에 시동이 걸려 있어 히터를 빵빵하게 켜고 있어 따뜻했다. 신은지는 그저 빨리 차에 타고 싶었다. 그러나 신은지는 아직 정신을 차리고 있었다.“동료들 아직 저기에 있어.”여긴 국내도 아니고 퇴근하고 각자 집을 가는 것이 아니었다.다 같은 호텔에 묵고 있고 좀 있다가 같이 밥도 먹어야 한다. 그냥 사람들을 두고 가면 박물관에서 계속 일을 할 생각은 때려치워야 했다.박태준이 말했다.“저쪽에 교통사고가 났어. 내가 올 때 이미 연락했으니까 부른 택시가 곧 올 거야.”말하고 난 후, 한 비즈니스 카가 그들의 앞에 섰다. 기사님이 창문을 내리고는 표준적이지 않은 영어로 차에 타라고 말했다.조금 후 회식이 있어 신은지는 동료들과 함께 가려고 했다. 신은지가 박태준에게 이유를 설명했다.“회식 자리에 널 데리고 가는 건 불편하니까 너 먼저 가서 밥 먹고 있어. 좀 있다가 호텔 위치하고 호텔 방 번호 문자로 보내줄게.”좀 서 있으니 신은지는 이미 밖의 온도에 적응했다. 여전히 추웠지만 적어도 말은 제대로 할 수 있었다.3월의 로마는 사실 그렇게 춥지는 않았다. 아까 추워서 몸이 떨리던 것은 따뜻한 박물관에서 갑자기 밖에 나와 그런 것 같다. 박태준은 신은지의 손을 계속 잡고 있었다. 신은지의 손은 따뜻해지지 않았다. 신은지의 말을 듣고 박태준은 추워 하얘진 신은지의 얼굴을 보고는 부 좌석의 문은 열었다.“앉아.”박태준이 허리를 굽혀 신은지에게 벨트를 해주었다.“조금만 기다려봐. 리더하고 말 좀 하고 올게.”“무슨 말을…”신은지가 말리려고 했으나 박태준은 이미 차 문을 닫은 채 비즈니스 카 옆으로 걸어갔다.슈트를 입은 박태준의 다리는 길고 곧았다. 그러나 신은지는 지금 감상하고 있을 겨를이 없었다. 자신을 난감하게 할 말을 할 거라는 걱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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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9화 일주일 전에 마친 수속

박태준의 말을 듣고 신은지는 그저 이곳에 출장 나왔다고 생각했다.“그럼 여기에 집을 사서 뭐 해? 집을 빌리거나 호텔에 있는 게 더 좋잖아.”자기절로 청소도 안 해도 되고 얼마나 편한가.박태준이 말했다.“내 집에서 있는 게 편하잖아. 침구를 안 바꿨을 걱정도 안 해도 되고 전에 묵고 간 손님이 물포트로 뭘 했을지 누가 알아.”신은지는 할 말을 잃었다.그래, 부자들의 세계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신은지는 좌석을 잘 놓은 후 길 양켠에 국내와는 다른 스타일의 건물들을 보았다. 겨우 6시 반이었으나 이미 캄캄한 밤이 되었다.박태준이 산 아파트는 사람이 북적북적한 곳에 있었다. 아파트 밖에는 딱 야시장이 있었고 헌병들이 보초를 서고 있었다. 조금 시끄럽기는 했으나 조금 늦게 돌아와도 안전했다.박태준이 운전하는 속도는 아주 늦었다. 신은지는 처음에는 주위에 사람이 많은 원인이라고 생각했는데 점점 이상함을 느꼈다. 앞에 있는 액세서리 가게만 이미 세 번을 본 듯 했다.박태준이 이 주위를 계속 맴돌고 있는 것이었다.신은지의 표정은 점점 놀라움으로 변했다.“너 설마… 어느 아파트인지 못 찾고 있는 건 아니지?”박태준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나 그의 표정의 보고 신은지의 생각이 맞음을 알아챌 수 있었다.신은지는 뭐라고 했으면 좋을 지 말을 잃었다.신은지가 어이없어하는 표정을 하고 있는 것을 보고 박태준은 차를 길옆에 세우고 말했다.“잠시만 통화 좀 할게.”박태준은 이탈리아어로 통화를 했다. 신은지는 뭐라고 하는지 알아듣지 못했지만 박태준의 행동에서 무슨 의미를 표달하려고 하는지 대충 알아챘다.일 분 후, 박태준이 통화를 끊고 차에서 나가며 말했다.“좀 걸어야 할 거 같아.”집은 2층에 있었는데 박태준이 열쇠로 문을 열어 들어가서 현관에 있는 스위치를 켜니 집안은 순간 환해졌다.연한 컬러의 인테리어에 등불과 가구는 따뜻한 느낌을 주었다. 그 어디에서나 이곳 특유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박태준은 키를 신발장 위에 놓으며 말했다.“이미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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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0화 반투명한 망사

시원함에 잠들뻔한 신은지는 박태준의 꿍꿍이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근데 박태준의 꿍꿍이는 신은지에게 먹혔다. 신은지는 원래 힘들어서 움직이기 싫었는데 지금 푹신한 침대에 누워 있고 따뜻한 공기에 감싸있는 데다가 박태준이 마사지까지 해주니 더 움직이기 싫었다.견고했던 의지가 무너지기 시작했다.신은지가 타협할 기색이 보이니 박태준은 계속 유혹했다. “아래에 옷 가게가 있는데 호텔에 가도 내려가야 되잖아. 먼저 가서 보고 마음에 드는 게 없으면 그때 다시 말할가?”오늘 밤 여기에서 자게 되면 내일에는 한 시간 일찍 일어나서 호텔에 가야 한다.일찍 자든 늦게 자든 어느 쪽도 좋은 선택이 아닌 것 같았다.신은지가 아직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고 박태준이 말했다.“아니면 내가 아래에 내려가서 사다 줄까?”신은지는 박태준이 패션 고자였던 것이 떠올라 침대에서 급히 일어나며 말했다.“그냥 같이 가는 거로 하자.”내일 흑역사를 만들지 않기 위해 신은지는 직접 갔다.아래에 있는 옷 가게는 브랜드는 아니었고 질량도 보통이었지만 옷 스타일은 이뻤다.신은지는 아까까지만 해도 힘들어서 뻗었으나 이쁜 옷을 보니 다시 힘이 나는 듯했다.신은지는 하얀색 긴 패딩을 입어보며 말했다.“어때? 이뻐?”박태준이 말했다.“응.”신은지가 코트를 하나 골라서 패딩과 함께 들고 말했다.“어느 게 더 이뻐?”“다 이뻐.”신은지는 피부가 하얗고 키가 크고 많이 약하지만 살이 있어야 할 곳에 자랐다. 외모는 빼어났고 머리카락은 아주 보드라웠다. 옷이 아니라 포대기를 써도 이쁠 사람이었다.박태준의 말에 쇼핑 열정이 식기 시작했다.“그냥 허수아비처럼 서 있는 게 나을 거 같아.”박태준이 급히 말했다.“아니 진짜로 다 이뻐.”가이드가 웃으며 말했다.“아가씨 아니면 입어 보는 게 어떠세요?”로마는 낭만의 도시다. 그곳에 생활하는 사람들마저도 낭만적이었다. 신은지가 탈의실에 들어간 후, 가이드는 박태준에게 어떻게 대답해야 여성이 기뻐할지 알려주었다.“아가씨가 듣고 싶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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