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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4화 호구를 잡히다

"..."

그는 일을 처리하면서도 그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화살표가 자기를 가리켰을 때는 어리둥절했지만 이해할 수 없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는 고개를 번쩍 들어 박태준과 시선을 마주치며 중얼거렸다.

"진짜?"

‘굴욕을 자초하겠다는 건가?’

그의 이 말은 매우 함축적이어서 박태준은 물론 다들 그의 말 속의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하지만 고연우는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도 정민아에게 시달렸었기 때문이었다. 그보다 더 비참한 사람은 없었다. 침실에 들어가기 전에 그는 아내의 기분을 살펴 가면서 왼발을 먼저 내디딜지 오른발을 먼저 내디딜지 결정해야 했다. 발을 잘못 디디면 그는 서재로 쫓겨날 수밖에 없었다.

이런 환경에서라면 돼지도 단련되기 마련이었다.

그는 신은지가 박태준을 상대하지 않는 이유를 대충 짐작했다.

이 관계를 놓고 말해서 박태준은 자신이 있는 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응."

곽동건이 직접 전화를 걸었다.

진유라는 지금 어머니와 함께 있었다. 같이 앉아 있으면서 결혼을 왜 해야 되는지에 대한 강의를 듣고 있었다. 이 강의는 듣기만 해서는 안 됐다. 귀를 기울일 뿐만 아니라 자기의 의견을 말해야 했다. 하지만 무조건 어머니의 말을 찬성하는 입장에서 말해야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매를 맞을 것이었다.

이 전화는 그야말로 그녀의 구세주였다.

"네, 오빠."

그녀의 목소리가 너무 밝고 부드러워서 곽동건은 손이 떨려서 하마터면 핸드폰을 내던질 뻔했다.

그가 진유라의 모처럼 열정적인 태도에서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데 진유라가 또 말을 걸어왔다.

“유물을 사시려고요? 2억 원 이상이요? 급하다고요? 지금 바로 가게로 갈게요!"

“전혀 바쁘지 않죠. 바로 갈 수 있어요. 오빠만 좋으시다면 한밤중에 봐도 좋습니다."

진유라는 그렇게 말하며 가방을 가지 더니 허둥지둥 집을 나섰다. 나가기 전에 어머니에게 먼저 간다는 손짓을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녀는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온 사람이 곽동건이라는 것을 알려주지 못했다. 말했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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