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하고 전남편이 변했다: Chapter 21 - Chapter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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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화 실버를 찾아주세요

박태준은 옷만 받아서 신연지에게 건넸다.그녀가 쇼핑백을 들고 욕실로 가려는데 박태준의 목소리가 또 들려왔다.“이따가 어머니 건강검진 들어가실 건데, 그땨 나랑 같이 가.“나 좀 이따가 출근해야 해.”그녀도 강혜정이 걱정되는 건 맞지만 연속 이틀이나 작업실에 휴가를 낼 수는 없었다.“결과 나오면 나한테 알려줘.”박태준은 여자의 등을 노려보며 차갑게 말했다.“고작 청소부 일 때문에 엄마는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거야?”신연지는 덤덤한 목소리로 대꾸했다.“어차피 며칠 지나면 남남이 될 거잖아.”그 말을 들은 박태준은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었다.매번 만날 때마다 이혼하자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는 그녀가 괘씸했다. 그는 짜증스럽게 미간을 찌푸리며 비웃듯 말했다.“우리 엄마 3년 동안 그렇게 예뻐해 줬는데 개한테 그렇게 정성을 들여도 당신보다는 나았을 거야.”그 말을 들은 신연지가 고개를 돌렸다. 대체 무슨 자격으로 저렇게 당당하게 자신을 비난할 수 있는 거지?매번 강혜정이 아플 때면 3년 동안 병원에 불려다니며 보호자 사인한 사람은 신연지였다. 그녀가 그렇게 바쁠 동안 박태준은 언제 한번 나타나서 도와준 적 없었다.그녀는 싸늘한 눈빛으로 박태준을 노려보며 말했다.“그래, 당신 말이 다 맞아. 개한테 정성을 쏟으면 꼬리는 흔든다던데 난 당신을 위해 3년 동안 도시락을 챙겨줬는데 이런 취급이나 당하고. 차라리 개한테 예쁨 줄 걸 그럤어.”박태준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신연지는 당당히 룸을 나가 아래층으로 내려가서 택시를 잡았다.가는 길에 그녀는 진유라에게 전화를 걸어 상태를 물었다.“어제 다친 건 괜찮아?”마태준이 굵직한 다리로 온 힘을 다해 걷어찼으니 괜찮을 리 만무했다.진유라는 긴 한숨을 내쉬고는 이를 갈며 말했다.“그 개 같은 자식, 병원에서는 뼈에 금이 가서 며칠 쉬어야 한대. 나 그 자식 고소할 거야. 그런데 엔조이에서 CCTV는 죽어도 못 제공한다는 거야. 아, 짜증 나!”“일단 병원에서 진단서 잘 챙겨. 나머지는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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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화 재회

그 한 마디에 전예은의 얼굴이 그만 파랗게 질러 버렸다. 조금 전까지 의기양양하던 미소는 어느새 사라져 버린지 오래였다. 그녀는 박태준의 아내이자 가족이니 초대장을 굳이 두 개나 보낼 필요는 없다는 말이였다. 신연지가 전달하고자 하는 뜻은 명확했다. 전예은은 그 말에 반박하고 싶었지만 허 원장을 의식해서 결국 하려던 말을 도로 삼켰다.그녀는 고개를 돌려 허 원장에게 담담하게 말했다.“허 원장님, 실버의 행적을 좀 알아봐 주세요. 비록 소속이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업계 내에서 유명하신 허 원장님이라면 프리랜서 복원사 한 명 찾는 것쯤은 어렵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실버가 이 의뢰를 맡아줄 의향만 있다면 돈은 얼마든지 드릴 수 있어요.”허 원장은 쌀쌀맞은 얼굴을 하고 있는 신연지를 힐끗 바라보고는 어색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퇴근 후, 신연지는 작업실을 나오자마자 문 앞에 세워진 박태준의 차를 발견했다.번쩍거리는 한정판 벤틀리의 위엄에 사람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쏠렸다.그녀의 핸드폰이 진동했다.[타.]신연지는 그냥 무시하고 자신이 사는 아파트 방향으로 걸어갔다.불필요하게 사람들의 이목을 사는 일은 피하고 싶었다. 예전에 저 차 한번 잘못 탔다가 재경의 직장 동료들에게 온갖 비아냥과 시기 질투를 받은 걸 생각하면 지금도 치가 떨렸다.박태준은 멀어지는 여자의 뒷모습을 노려보며 섬뜩한 미소를 지었다.남자의 차는 신연지의 뒤를 쫓아갔다. 그녀의 옆으로 간 박태준은 차 창을 내리고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강제로 태워주길 기다리는 거야?”신연지는 인상을 확 찌푸리고 대꾸했다.“옷 갈아입어야 해.”하루 종일 일하다 보니 옷은 먼지투성이가 되었다.박태준은 싸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신연지는 그러거나 말거나 걸음을 재촉했는데, 차가 갑자기 그녀의 앞을 막고 멈춰서더니 누군가의 손이 나와 그녀를 안으로 잡아당겼다.그 과정에서 신연지는 발목이 모서리에 부딪히면서 묵직한 통증이 느껴졌다.저도 모르게 욕설이 새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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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화 나랑 잔 거 후회해?

수군거리는 소리가 사라지고 주변이 조용해졌다.어리둥절한 얼굴로 밖으로 나가니 세면대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박태준이 보였다.“당신이 왜 여기 있어?”남자는 싸늘한 표정으로 그녀를 노려보더니 비웃음 가득한 말투로 되물었다.“나왔는데 내가 있어서 실망했어? 누가 데리러 와주길 기대했던 거야?”신연지는 곱지 않게 그를 흘기며 대꾸했다.“여기 여자 화장실이야. 이상한 소리하지 마.”그녀는 다가가서 세면대에서 손을 씻었다. 요동치던 가슴은 진정되었지만 창백한 얼굴은 여전했다.박태준은 그녀의 턱을 잡고 억지로 시선을 맞추었다.“그까짓 시계 하나 보고 멘탈이 나가버린 거야?”신연지의 눈빛에 분노가 일렁거렸다.“일부러 그런 거였어?”박태준이 야비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당신이 깊은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면 그건 그냥 평범한 장신구일 뿐이야. 나한테 일부러 그랬냐고 물어보기 전에 당신 자신한테 물어보지 그래? 아직도 나유성 잊지 못한 거냐고.”그는 긴 한숨을 내쉬더니 천천히 힘주어 말을 이었다.“재경의 안주인으로서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신연지는 고통스럽게 미간을 찌푸렸다. 그 신분은 그녀에게 아무런 기쁨도 가져다주지 않았다. 오히려 속박과 괴로움만 줬을 뿐.그녀는 남자의 손아귀를 벗어나려고 바스락거렸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신연지, 그날 나랑 잔 거 후회해?”신연지의 입가에 진한 비웃음이 걸렸다.“그 시계 아니었으면 당신이랑 그런 일도 없었을 거야.”박태준은 냉소를 지으며 여자를 와락 잡아당겨 품에 안았다. 남자의 숨결이 그녀의 피부에 뜨겁게 와닿았다.“그러고 보니 그러네. 그때 내 얼굴을 알아보고 그렇게 발광을 해댔으니. 만약 그때 내가 아닌 나유성이 거기 있었더라면 당신의 처음은 고통이 아닌 쾌락이었겠지?”“박태준, 꼭 그렇게까지 말해야 속 시원해?”박태준은 미소를 지으며 계속해서 말했다.“싫은 사람 옆에 있느라 많이 힘들었겠어. 이제 좋아하는 남자가 돌아왔으니까 기다렸다는 듯이 나랑 이혼하고 나유성 찾아가려는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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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화 누구랑 결혼하려고?

신연지는 잠시 멈칫하며 걸음을 멈추었다.나유성은 조금 취했는지 눈빛이 흐트러져 있었고 셔츠도 구겨진 상태였다.잠시 후, 그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했다.“3년 전 일은 내가 잘못했어.”신연지의 눈이 아련하게 바뀌었다.아마 고백 영상이 인터넷에 퍼진 일을 말하는 것 같았다.그때 그녀는 빚쟁이들에게 쫓기고 있었다. 사방으로 뛰어다니며 돈을 빌리고 있는 상황에서 그런 영상이 퍼지며 그녀의 처지는 더욱 곤란하게 되었다.그때 사람들은 그녀를 무슨 더러운 쓰레기 취급했다.3년이 지났지만 그때의 일을 떠올리면 여전히 고통스러웠다.“그거 말하는 거라면 이미 지나갔어. 어차피 그때 나도 순수한 마음이 아닌 필요에 의한 거래를 제안한 것뿐이니까.”신연지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당신에게는 거절할 권리가 있고 나를 속물이라고 욕할 수도 있어. 하지만 왜 영상을 인터넷에 퍼뜨린 거야? 아무리 내가 싫었어도 그건 하지 말았어야지. 남자라면!”신연지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나유성은 그 말을 듣자 실소를 터뜨렸다.“그 영상 내가 퍼뜨렸다고 생각해?”신연지는 그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그날 그 장소에는 두 사람뿐이었고 장소도 나유성이 선택한 고급 커피숍이었다. 음질이 깔끔한 것으로 봤을 때 아주 근거리에서 녹음된 것이었다.그가 아니라면 누가 그런 짓을 했을까?나유성은 씁쓸한 미소를 짓더니 정색해서 말했다.“나 아니야.”그 말을 끝으로 그는 입을 다물었다.신연지는 빨리 이곳을 벗어나고 싶었다. 하지만 파티가 한창 진행 중이라 멋대로 돌아갈 수도 없었다.그녀는 박태준의 차를 타고 이곳으로 왔다. 주변이 산으로 둘러 싸인 이곳을 벗어나기란 쉽지 않았다.베란다 공간이 넓었기에 신연지는 최대한 나유성과 멀리 떨어져서 핸드폰을 봤다.그렇게 침묵이 이어지다가 먼저 침묵을 깬 사람은 나유성이었다.“어떻게 지냈어?”핸드폰을 끄적이던 신연지는 멈칫하다가 입가에 싸늘한 미소를 머금었다.“그냥 그랬어. 그때 당신 말 들었어야 했는데.”가장 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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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화 겅강검진 결과

“나유성은 당신한테 관심 없어. 만약 관심이 있더라도 나랑 이혼한 여자랑 결혼할 간 큰 짓은 하지 않을걸? 그건 다른 남자들도 마찬가지일 테고.”신연지가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이혼 사유가 자존심 상하면 바꿔줄 수 있어. 난 지금 당신만 보면 토가 올라오거든. 그래서 부부생활이 안 된다고 하면 되잖아!”“신연지!”박태준의 두 눈이 분노로 이글거렸다.신연지는 그가 이성을 잃고 또 이상한 짓을 할까 봐 말투를 누그러뜨렸다.“무슨 이유가 됐든 우린 언젠가는 이혼할 사이잖아. 다른 부부들 봐봐. 우리처럼 사는 사람이 몇이나 있어?”3년 동안 남자한테 냉대받고 신경 써서 주문한 도시락이 쓰레기통에 버려져 있는 걸 발견했을 때, 그녀는 이 결혼이 오래 유지되지 않을 거라는 것을 확신했다.박태준은 여자의 눈이 빨갛게 변한 것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그는 순간 짜증이 치밀어서 그대로 침대에 드러누워 그녀의 허리에 팔을 올렸다.졸지에 남자에게 안긴 신세가 된 신연지는 당황해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귓가에서 그의 규칙적인 심장박동 소리와 숨결이 느껴졌다. 결혼하고 그와 침대에서 이렇게 가까이 있는 건 처음이었다.금방 샤워를 마치고 나온 남자의 피부는 시원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뜨겁게 달아올랐다.그녀는 등 돌려 누우려고 바둥거렸지만 정수리 위에서 박태준의 불쾌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가만히 좀 자자. 뒤척이지 말고.”신연지는 더워서 이마에 땀이 났다.“안겨 있으니까 불편하다고.”다리를 들어 간격을 벌리려던 그녀의 무릎에 무언가가 닿았다.순간 그녀의 눈이 당황함으로 가득했다.“당신….”하지만 박태준은 담담한 목소리로 이어 말했다.“신연지, 난 당신한테 관심 없는 거지 기능 장애가 있는 거 아니야. 자꾸 움직이면 유혹의 의미로 생각하고 무슨 짓 할지 몰라. 흥미가 없지만 욕구는 가끔 해결해 줘야 하는 법이거든.”신연지는 언젠가 박태준이 시체가 되어 숲에 버려진다면 분명 저 입 때문일 거라고 생각했다.그녀의 시선이 그의 목덜미에 닿았다. 많이 옅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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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화 남자가 질척거리면 매력 없어

결국 신연지는 택시를 타고 신당동 저택으로 갔다. 그녀가 도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박태준도 뒤따라 도착했다.하지만 그녀는 그를 무시하고 바로 2층으로 올라갔다.아줌마가 그녀를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사모님, 드디어 돌아오셨군요. 사모님이 안 계셔서 요새 대표님 표정이 정말 안 좋았어요. 청소하는데 얼마나 눈치가 보이던지!”손영숙은 신연지가 직접 고용한 가정부였다. 그래서 그런지 신연지만 보면 평소에 불편했던 얘기도 스스럼없이 털어놓았다. “안 싸우고 사는 부부가 어디 있겠어요? 솔직히 부부 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는 말도 있잖아요. 제가 보기에 대표님께서 사모님을 많이 걱정하시는 것 같아요.”신연지는 박태준에 대한 말을 듣고 싶지 않아서 화제를 돌렸다.“아줌마, 혹시 아줌마 남편분은 아줌마가 배달 시켜준 음식을 맛있게 드시나요?”손영숙이 떨떠름한 얼굴로 대답했다.“당연하죠. 우리 남편은 음식을 가리지 않아요. 시켜주는 대로 다 먹어요.”신연지가 담담하게 말했다.“우리 남편은 내가 시켜준 음식을 단 한 번도 먹은 적이 없어요. 심지어는 내가 직접 요리한 건 쳐다도 보지 않았어요!“ 말문이 막힌 손영숙은 현관에 서 있는 남자의 눈치를 조심스레 살폈다. 그는 음침한 얼굴로 입술을 질끈 깨문 채, 신연지를 노려보고 있었다.신연지는 곧장 침실로 가서 문을 열었다. 그러자 익숙한 향기가 코를 자극했다.물건들이 그녀가 떠나던 때와 똑 같은 위치에 있는 것을 보아 박태준은 그녀가 집을 비운 사이 집에서 잠을 잔 것 같지 않았다. 갑자기 짐 정리를 하게 된 터라, 신연지는 따로 캐리어를 준비하지 않았다. 집에는 가장 큰 사이즈의 캐리어 하나가 있었는데 거기 꽉꽉 채워도 절반 이상이 남았다.두고 간 옷들은 전부 박태준이 사준 옷들이었다. 일반인은 쳐다도 못 볼 비싼 명품들이 옷장에 꽉 차 있었다.결혼하고 3년 동안 그녀에게 정을 주지 않은 것을 제외하면 물질적으로 신연지는 아주 풍요롭게 살았다. 가끔은 그가 자신을 좋아하는 게 아닐까 착각이 들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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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화 이혼하자

다음 날 아침, 신연지는 박태준의 변호사에게서 연락을 받았고, 두 사람은 시내의 커피숍에서 만나기로 했다. 만약을 대비해 그녀는 장 변호사에게도 연락했다.어제 보였던 박태준의 태도로 보아 오늘은 아주 힘든 싸움이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신연지가 도착했을 때 재경 법무팀의 변호사는 미리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었다.곽동건, 그는 재경 로펌의 수석 변호사였다. 줄곧 거액의 소송 분쟁만 맡아 하던 그가 이혼 변호사를 자처했다는 게 의아했다.하지만 곧 그녀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재산분할 때문에 온 것이었다.“곽 변호사님, 이게 뭐죠?”곽동건은 사무적인 말투로 날카롭게 대답했다.“곽 대표님께서 결혼 전에 700억이나 되는 빚을 탕감해 주셨지요. 그건 사모님의 개인 채무이니 이혼하게 되면 대표님께서는 언제든지 변제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그는 페이지를 넘기며 계속해서 말했다.“결혼하고 3년 안에 불어난 부부 공동 자산 상황입니다. 1대1로 분할한다고 해도 사모님께서는 박 대표님께 600억을 변제해 주셔야 합니다.”신연지가 인상을 찌푸렸다.“하지만 그 빚은 결혼을 조건으로 갚아주기로 계약했는데요. 결혼했으니 이미 갚은 거 아닌가요?”정말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지 않았더라면 절대 돈 때문에 박태준과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다.“그걸 박 대표님께서 사모님께 증여했다는 증거가 있습니까?”곽동건의 날카로운 질문에 신연지는 침묵했다.당연히 없었다.그녀의 눈빛으로 결과를 확인한 곽동건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증여를 증명할 증거가 없다면 그건 증여가 아닌 겁니다.”그런 대화를 나누는 사이, 장 변호사도 도착했다. 곽동건을 본 장 변호사는 당황함을 금치 못했다.“곽 변호사님?”곽동건은 변호사 업계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전설이었다. 수많은 재력가들이 그를 고문으로 초대하려고 돈을 들이부었지만 결국 그는 박태준을 선택했다. 그런 사람이 고작 이혼 문제를 해결하러 자리에 나왔다니!“안녕하세요. 저는 신연지 씨 변호사 장현준입니다.”곽동건은 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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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화 나쁜 자식

그 말을 들은 신연지는 말문이 막혀 전화를 끊어버렸다.이 나쁜 자식!하지만 화가 나기도 잠시, 600억이라는 금액을 단기간에 무슨 수로 구할지 너무 막막했다.신연지는 짜증을 가득 안고 택시를 잡아 진유라의 골동품 가게로 향했다.점원이 그녀를 보자마자 깍듯이 인사했다.“사장님은 2층에 계세요.”“감사해요.”그녀는 곧장 2층으로 올라갔다. 손님을 배웅하고 돌아온 진유라가 그녀를 보자 화들짝 놀라며 물었다.“네가 이 시간에 어쩐 일이야?”신연지는 힘없이 소파에 털썩 주저앉아 자초지종을 설명했다.그 말을 들은 진유라는 경악하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남자가 너무 비겁한 거 아니야? 재경그룹 그 돈 없으면 망한대? 어떻게 여자한테 그런 비겁한 짓을 할 수 있어?”신연지는 박태준의 의도 따위에는 관심 없었다. 회사도 멀쩡하니 잘 돌아가고 있었다.“어떻게 할 생각이야?”진유라가 물었다.“그때 그 인간이랑 결혼한 것도 결국엔 빚 때문이었잖아. 그런데 박태준 말이야. 이렇게까지 비겁한 수를 두는 걸 보면 이혼하기 싫은 게 아닐까?”신연지는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그런 상상은 해본 적도 없지만 그건 그대로 끔찍했다.“아니면 일단은 이혼하지 마? 박태준이 인성이 쓰레기 같지만 잘생기고 돈도 많잖아. 무제한으로 긁을 수 있는 카드까지 주고. 부부의 의무를 다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생활 요즘 얼마나 많은 여자들이 그걸 바라는데.”신연지는 약간 넋이 나가 있었다.3년 동안 자신의 정신력을 갉아먹은 결혼 생활을 떠올리자 혐오밖에 남은 게 없었다.“이혼은 내 선택이야. 유라야, 괜찮은 손님 있으면 의뢰 좀 맡아줘. 나 뭐든 할래.”그녀는 급하게 돈이 필요했다. 작업실 월급은 고정 월급이고 대부분 국가 고고학팀에서 출토한 문물이라 박물관에 전시될 예정이기에 그녀에게 돌아오는 보너스가 거의 없었다. 돈을 벌려면 결국 개인 의뢰를 받아야 했다.잠시 침묵하던 진유라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괜찮은 의뢰가 하나 있는데 네가 받기 싫어할 것 같아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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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 레스토랑 데이트

진위를 확인한 후, 신연지는 그림을 조심스럽게 박스에 넣고 챙겨온 계약서를 전예은에게 건넸다.싸인을 마친 전예은이 말했다.“과거 미술학원에서 천재로 불리던 사람이 지금 다른 사람 조수로 일하고 있는 건 어떤 느낌이에요?”전예은의 예상과는 다르게 신연지는 아무런 응대도 하지 않고 싸늘한 표정으로 그림을 챙겨 돌아갔다.택시에 탄 뒤에야 신연지는 긴장을 풀고 스르륵 등받이에 허리를 기댔다.그림의 파손 정도를 생각하면 시간이 촉박했다. 그녀는 그림을 가지고 바로 집으로 돌아갔다.그녀는 방 두 개 중 하나를 작업실로 만들었다.작업실로 들어간 신연지는 그림을 내려놓고 반쪽이 날아간 그림에 따뜻한 물을 뿌렸다.아주 인내심이 필요한 작업이었다. 대충 첫 작업을 마치자 벌써 날이 어두워졌다.갑자기 들려온 핸드폰 진동음이 그녀의 집중력을 깨뜨렸다.박태준의 전화였다.그녀는 시선을 그림에 고정한 채, 받아야 할지 고민했다. 갑자기 블랙 카드를 가지고 있다며 자랑하던 전예은의 얄미운 얼굴이 떠올랐다.그녀는 인상을 쓰며 통화버튼을 눌렀다.“또 뭐야?”박태준도 인상을 찌푸렸다.“왜 받자마자 짜증인데?!“ “용건만 짧게 말해. 용건 없으면 그만 끊고.”전화를 끊으려던 그녀는 이어진 남자의 말에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내려와.”“뭐라고 했어?”신연지는 크게 당황하며 창가로 다가가서 커튼을 열고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아래 주차장에 익숙한 벤틀리 한 대가 보였다.결국엔 여기까지 찾아냈구나.“나 바빠. 급한 거 아니면 전화로 얘기해.”그녀는 지금 이 기분으로 박태준을 만나면 귀뺨을 후려칠 것 같았다.아내에게는 변호사를 보내 빚을 물어내라고 협박하고 애인에게는 무제한 블랙 카드를 선물하다니! 이런 쓰레기가 어디 있을까?“밥 먹으러 가자.”잠시 침묵이 흐르자 박태준의 얄미운 웃음소리가 들려왔다.“내가 굳이 올라가서 끌고 내려와야겠어?”신연지는 단박에 거절했다.“속 안 좋아. 안 먹을래.”“어머니가 레스토랑 예약하셨어. 안 갈 거면 당신이 어머니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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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화 오해

또 나유성 얘기!“우리 사이의 일에 자꾸 외부인을 엮지 말아줄래?”“당신도 예은이 얘기 계속 꺼내잖아.”신연지는 기가 차서 웃음이 나왔다.“전예은은 현재 진행형이잖아?”박태준은 더 이상 대꾸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는지 입을 다물었다.“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에게 블랙 카드를 줘? 걔 그거 아주 신나서 쓰고 돌아다니던데?”박태준의 블랙 카드는 금액 제한이 없었다. 외부인에게 금고를 거덜낼 수도 있는 카드를 그냥 준다고?남자가 인상을 찌푸렸다.“그건 누구한테 들었어?”“당신 사랑스러운 애인이 직접 말해주던데?”비꼬는 말투에 박태준의 인상이 더 험악해졌다. 그는 손을 뻗어 여자의 턱을 잡고 먹잇감을 노리는 사냥꾼처럼 매섭게 두 눈을 빛냈다.“그 멍청한 머리로 여태 어떻게 살았어?”“박태준!”그때, 메뉴가 올라왔다. 신연지는 그의 손을 밀쳐내고 수저를 들었다.강혜정 여사는 센스 있게도 비싼 와인까지 따로 주문해 주었다. 신연지는 술잔은 건드리지도 않고 묵묵히 식사에만 전념했다.그러는 와중에 박태준의 핸드폰이 울렸다. 테이블에 놓인 핸드폰에서 발신자를 확인한 순간 신연지는 입맛이 사라졌다.박태준이 수저를 내려놓고 의자에 몸을 기댄 채, 전화를 받았다.전화를 건 사람은 진예은이였다. “무슨 일이야?”잠시 후, 남자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알았어.”전화를 끊은 그는 자리에서 일어서며 신연지에게 말했다.“예은이한테 일이 좀 생겨서 이만 가봐야 할 것 같아.”벌써 이런 상황을 예상하고 있었던 신연지는 무덤덤한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매번 전예은 전화 한 통이면 달려나가던 사람이라 이제는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게다가 보고 있으면 입맛 떨어지는 인간이 간다니 그렇게 반가울 리 없었다.이 정도이면서 왜 이혼은 싫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빨리 이혼하고 전예은과 편하게 연애하면 좀 좋나?신연지는 창문을 통해 차에 오르는 남자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연지?”그리고 그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고개를 들고 나유성의 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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