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이 지환의 쓸쓸한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이번에는 전혀 야단을 맞지 않았지만, 오히려 야단을 맞는 게 더 나을 것 같아.’ 지환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자, 그가 고개를 돌려 의사에게 물었다.“조금 전에는 왜 저를 도와주지 않으신 거죠?”“이 비서님도 보셨잖아요. 윤이서 씨가 제 말을 믿을 거 같습니까?”“오히려 저도 두 분과 한패라고 생각했을 거예요. 그러면 앞으로 윤이서 씨가 제가 하는 말을 믿겠습니까? 그렇게 된 후, 오늘 밤 같은 상황이 또 벌어진다면 어떻게 하실 거죠? 윤이서 씨는 늦게 들어오고, 대표님은 걱정하시면서도 직접 연락하지 못하는 상황이 오면, 누굴 시켜서 윤이서 씨한테 연락할 거냐고요.” 이천은 아주 논리적인 의사의 말에 설득될 수밖에 없었다. “그럼 이제 어떡하죠? 사모님의 모습을 보니, 화가 머리끝까지 나신 것 같아요. 대표님은 절대 설명하지 않으실 거예요. 물론, 설명한다고 해도 사모님이 믿지 않으시겠지만요.”“아, 이런 방법을 쓰지 말 걸 그랬어요.” 의사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미 엎질러진 물이고, 후회해 봤자 소용없어요.”“이왕 이렇게 된 거, 마음을 가라앉히고 다시 이야기해 보자고요.”“이 비서님, 못 느끼셨어요?”“뭐를요?” “윤이서 씨는 아직도 대표님을 아주 아끼세요. 어느 날, 대표님이 무슨 일을 해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면, 그때는 정말 걱정해야 할 때입니다.”“정말요?”이천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저는 정신과 의사잖아요. 아직은 괜찮으니까 안심하세요. 윤이서 씨의 마음속에 대표님이 계신 이상, 모든 일은 잘 해결될 수 있을 거예요.”이천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사모님의 마음속에 대표님이 전혀 없었다면, 하도훈의 일을 처리하려고도 안 하셨겠지.’‘바로 떠나셨을 거라고.’ 한편, 병실로 돌아온 이서는 만감이 교차했다.의사의 말은 정확했다. 그녀의 마음속에는 확실히 지환이 있었다. 하지만...달라질 것은 없었다.‘지환 씨는 먼저 신분을 속였고, 어제는 내가 소지태 씨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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