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은 토끼처럼 귀를 쫑긋 세우는 지환을 보며 무언가를 말하고 싶었다.‘대표님, 그 정도로 대화를 듣고 싶으시면, 그냥 옆방으로 가는 건 어떠세요?’ 하지만 차마 이 말을 뱉을 수는 없었다. “우리는...”지환을 언급하는 이서의 얼굴에서는 점차 웃음기가 사라졌다.“지환 씨가 하은철의 작은 아빠였대요, 알고 계셨어요?”지태는 이서의 눈을 피했다. 이를 본 이서가 깜짝 놀라며 말했다.“설마... 지환 씨의 정체를 알고 계셨던 거예요?” “이서 씨, 고의로 숨긴 건 아니에요.”지태가 말했다.그 순간, 이서는 심장이 내려앉는 듯했지만 이내 옅은 미소를 지었다. “이제야 알겠네요. 모두 알고 있었던 거군요?” 지태는 차마 말을 꺼낼 수 없었지만, 계속해서 이서를 속이고 싶지도 않았다.“그래요, 우리는 하 대표님의 신분을 알고도 말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말하지 않은 데는 각자 나름의 이유가 있었죠. 제가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모두가 이서 씨와 하 대표님이 아름다운 관계를 맺는 걸 보고서 어떻게든 그 모습을 망치고 싶지 않았다는 거예요.” 이서는 씁쓸해했다.“그 관계가 속임수로 가득 차 있었다고 해도, ‘아름다운 관계’라고 표현할 수 있는 걸까요?” 지태가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이서 씨, 하 대표님의 신분을 제외하고, 다른 것도 가짜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이서 씨를 향한 하 대표님의 감정은 진짜였다고요.” “이서 씨를 아끼는 마음도 진짜였죠. 이서 씨한테 최선을 다한 것도 진짜였잖아요?” 이서는 한동안 말문이 막혔고, 옆 방에 있던 지환도 침묵했다.심지어 이천조차도 지태에게 놀라움을 느꼈다. ‘분명 하 대표님과 경쟁자인데도 불구하고, 하 대표님을 대변해서 말씀하시는구나.’“됐어요.”이서가 고통스러운 기색을 띠자, 지태는 눈 밑의 고통을 숨기고 웃으며 말했다.“밥 먹는 중이니, 이렇게 무거운 주제는 그만두는 게 좋겠네요.”이서의 얼굴에 마침내 웃음기가 감돌았다.“네, 식사하세요.”식사 자리를 풍요롭게 한 대화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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