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억만장자 남편과의 달콤한 신혼일기: Chapter 1231 - Chapter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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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1화

어르신이 불만스러워하며 말했다.“분명 자기 잘못인데도 뻔뻔하게 당당한 모습이라니! 내가 처음부터 시골 출신 계집애는 교양이 없을 거라고 말하지 않았나!” “사실 교양이 없는 건 상관없어, 가르치면 되니까. 하지만 자네 딸처럼 상식이 하나도 없는 건 아주 무서운 일이야!”“심씨 가문과 윤씨 그룹은 지난번 일을 거치면서 적대적인 관계가 됐어! 그런데 자네 딸을 어땠나? 조심성은 전혀 없이 윤 대표를 쫓아다녔어!” “어쩌면 벌써 회사의 비밀을 팔아넘겼는데, 정작 본인은 모를 수도 있죠...” 강경숙이 걱정스러워하며 어르신의 말을 이었다. 이지숙은 그녀의 말을 듣자마자 불쾌해했다.“동서, 방금 그 말이 무슨 뜻이에요?”“아, 형님, 그냥 한 말이에요. 너무 마음에 담아두진 마세요.”“그냥 한 말이라... 나도 그 가능성이 크다고 봐.”중간에 앉은 어르신이 엄숙한 어조로 말했다.“소희는 윤 대표와 자주 어울렸으니, 이미 회사의 기밀을 팔아넘겼을지도 몰라!” “말도 안 됩니다.”심근영이 단호하게 말했다.“소희는 절대 심씨 가문을 배신할 아이가 아닙니다. 게다가 소희는 심씨 가문으로 돌아오기 전부터 자신을 잘 돌봐 준 윤 대표와 사이가 좋았습니다. 이번에 윤 대표를 만나러 간 것도 윤 대표에게 사고가 났다는 소식을 듣고 간 거고요.” “아무리 심씨 가문과 윤씨 그룹의 관계가 미묘하다지만, 친구를 보러 가는 것도 잘못이란 말입니까?”하지만 이런 말들로는 어르신들을 설득할 수 없었다. 그들은 소희를 쫓아낸 후, 이전의 자원을 되찾을 생각만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심 대표, 자네 말이 틀렸어. 친구만 만났다면 할 말이 없지만, 지난번에는 어땠지?” 중간에 있던 어르신이 사진 한 묶음을 내팽개쳤다.“지난번에 사당을 떠난 후, 소희는 곧바로 윤 대표를 만나러 갔더군.”“진행 상황을 전하러 갔던 거 아닌가?” 사진이 찍힌 날짜는 사당을 떠난 소희가 회사에 가서 이서를 만났을 때였다. 그녀는 나오거나 들어갈 때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았으며, 너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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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2화

어르신들은 과연 펄쩍 뛰었다.“심 대표! 그게 무슨 소린가?! 자네 딸이 회사의 기밀을 팔아넘겼을지도 모른다는 말에, 우리 주식을 재검토하겠다는 거야? 분명히 말하지만, 자네는 그럴 자격이 없어!” “저는 심씨 가문의 가주이고,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심근영이 말했다.“저는 회사의 미래를 위해서 어르신들의 주식을 사들일 수도 있어요!” “우리는 팔지 않을 거야!”“맞아! 안 팔 거네!” “그때가 되면 어르신들 마음대로 할 수 없을 겁니다!” 그들을 노려보는 심근영은 조금도 물러설 생각이 없어 보였다. 몇몇 어르신들은 그제야 그의 말이 농담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심근영은 처음부터 심씨 가문의 가주가 될 수 있었던 인물로, 절대 만만한 사람이 아니었다.화가 난다면, 그들의 주식쯤은 강매시킬 수 있었다. 그렇게 되면 그들이 정말 큰돈을 벌 수는 있겠지만, 그들의 자손들은 어떻게 되겠는가.회사를 떠난다는 것은 권력의 중심에서 멀어지는 것이었으며, 그들의 자손이 심씨 가문의 가주가 되는 것을 꿈도 꾸지 못하는 것을 의미했다. “됐어요, 됐어!”강경숙은 일이 자기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 것을 보고는 벌떡 일어나 미소를 지었다. “소희의 일에 대해 말하고 있었잖아요. 갑자기 회사 주식에 대한 이야기는 왜 하시는 거죠?”“소희야, 어서 회사의 기밀을 넘기지 않았다고 말씀드려. 너희 아버지와 어르신들께서 싸우는 건 막아야 하지 않겠니?” 소희는 강경숙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말씀드렸잖아요? 아무 소용이 없을 거라고요.”강경숙은 멍해질 수밖에 없었다. 몸을 일으킨 소희가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저를 쫓아내고 싶으시면, 제가 회사의 기밀을 넘겼다는 증거를 찾아오세요. 계속 증거도 없이 억지 부리는 모습을 더는 참아줄 수가 없네요.”“다음에 또 이런 일이 생긴다면,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습니다. “이 정도의 헛소문이면 경찰도 웃음을 터뜨릴 것 같네요, 그렇지 않나요?” “아, 소문도 일파만파 퍼지겠군요.”“사람들이 이 일을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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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3화

소희가 입술을 오므렸다.‘말하고 싶지 않은 모양이네.’심근영이 입을 열었다.“말하고 싶지 않으면 안 해도 된다. 자, 시간이 늦었으니 우리도 방에 가서 쉬어야겠다, 너도 푹 쉬거라!” 소희는 심근영과 이지숙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왠지 모르게 심근영의 뒷모습이 상실감으로 가득 차 있다고 느꼈다.‘말하고 싶지 않은 게 아니라,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던 건데...’ ‘그 일은 분명 H국 전체를 흔들어 놓을 거야.’가장 큰 가문의 후계자가 죽었다? 이는 어디에 놔둬도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킬 것이었다. 아마 소희가 말하지 않는 이상, 심근영도 믿지 않을 터였다.‘그저 이서 언니가 허풍을 떠는 거라 여기시겠지.’ 방으로 들어서 이지숙은 심근영의 실망감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심근영의 등을 다독이며 말했다.“왜 그래요, 소희가 여전히 당신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아서 그래요?” 심근영이 고개를 저었다.“아니.”“아니긴요, 당신이랑 여태 살아온 내가 그것도 모를까 봐요? 아이고, 너무 마음 아파하지 말아요. 소희는 태어난 직후부터 우리의 곁에서 자라지 않았잖아요. 우리와 가깝지 않은 건 당연한 거죠.” “설마, 눈치 못 챈 거예요?”“오늘 소희가 보여준 태도 말이예요.” “소희가 왜?”심근영은 이지숙만큼 세밀하게 살펴보지 않은 듯했다.“지난번에는 어르신들께서 자기를 쫓아내주길 간절히 바랐잖아요.“그런데 오늘은 그렇지 않던데요?”“여보, 우리 딸은 차가운 마음을 가진 사람이 아니에요. 우리가 더 많은 노력을 쏟으면, 분명히 마음을 열 거라고.”“그리고 소희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세요. 얼마나 난처하겠어요?”“한쪽은 20여 년 간 나타나지 않은 부모이고, 다른 한 쪽은 아주 가까운 언니잖아요.”“하, 물론 나도...”“아니야, 됐어.”“부모인 우리의 잘못이야. 사실 나를 슬프게 한 건 소희가 아니라, 그 어르신들이고.” “그분들은 소희가 돌아오면 많은 자원을 선점할 수 없어.”“차라리 그 작디작은 이익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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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4화

문밖에서 방안의 대화를 들은 소희는 마음 한 켠이 무너져 내리는 듯했다.방으로 돌아가려던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어릴 때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양부모의 관심은 모두 심태윤에게 있었으며, 그녀에게 관심을 가지는 일은 거의 없었다.소희는 어릴 때부터 항상 1등을 하고, 100점을 받았다.하지만 양부모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그녀는 시간이 흘러서야 자신이 1등을 해도 양부모가 기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때의 소희는 이 모든 것이 자신이 그들의 친딸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을 몰랐고, 그저 마을의 남아선호사상 영향인 줄 알았다. ‘부모님은 아무리 대단한 사람이라도, 여자면 소용없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앞으로 학교도 가지 못하면 어쩌지?’소희는 더욱 열심히 공부에 매진했다. 특히 고등학교에 진학한 후에는 장학금이 걸린 시험이라면 최선을 다했으며, 대학에 갈 수 있도록 몰래 돈을 모으기도 했다.합격 통지서가 도착하는 순간, 그녀는 양부모가 대학을 포기하라는 모습을 상상하기도 했다.하지만 합격 통지서를 받아 든 양부모는 아주 기뻐했다. 대학을 포기하라는 말은 전혀 없었다.어려서부터 관심을 받지 못하고, 가장 나쁜 결말을 상상해 왔기 때문일까?갑자기 공부해도 된다는 말을 듣자, 그녀는 하늘에서 뜻밖의 행운이 떨어진 것 같았다. 그래서 대학 등록금과 생활비 모두를 자신이 아르바이트에 연연하며 어렵게 마련했다는 사실조차 까맣게 잊어버렸다. 소희는 양부모가 자신을 대학에 보내준 것을 통해, 그들의 마음속에 자신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려 했다.지금 생각하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하지만 그 당시에는 전혀 알 수 없었다.아니, 이지숙의 말을 듣기 전까지만 해도 알 수 없었다. 소희는 어느새 정원에 다다랐다.정원은 흙이 새로 손질된 덕에 짙은 흙내음을 풍기고 있었다. 며칠 전, 차를 운전하던 그녀는 무심코 정원을 월계수 나무로 가득 채울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말 입에서 나오는 대로 한 말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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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5화

“그걸 묻는 게 아니잖아!”소희는 경계심이 가득한 눈으로 심태윤을 바라보았다.“여기 어떻게 들어왔냐고!” 심씨 가문 저택은 보안 시스템이 아주 삼엄해서 심태윤이 들어올 수 없었다. “당연히 심씨 가문 사람이 들여보내 줬지.”심태윤은 다른 그네에 앉으며, 자기 집에 온 것처럼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누나는 정말 좋겠다. 누나 같은 삶을 누리려면, 나는 몇 대를 고생해야 할까?” “차라리 환생하는 편이 낫겠네!” 소희가 차가운 눈으로 심태윤을 바라보았다.“당장 나가. 그렇지 않으면 사람을 부를 거야!” “잠깐!”심태윤은 소희의 말에 전혀 놀라지 않았으며, 오히려 침착했다.그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누나, 그거 알아? 나는 누나가 떠난 후부터 밥도 먹지 않고 누나를 만나러 올 생각만 했어.” 소희는 구역질이 나는 것을 참을 수 없어서 핸드폰을 꺼내 사람을 부르려 했다.“누나가 우리 친누나가 아니어서 참 다행인 거 있지?” 소희가 고개를 들며 물었다.“그 말, 무슨 뜻이야?”“못 느꼈어?”심태윤이 꽤 상처받은 표정으로 소희를 바라보았다.“사실, 나는 항상 누나를 사랑해 왔어. 누나가 내 누나라서 아주 괴로웠지. 하지만 이젠 괜찮아. 누나가 내 누나가 아닌 이상, 나도 당당히 구애할 수 있는 거잖아?” 소희는 그의 말이 역겨워 견딜 수 없었지만, 이내 깨달을 수 있었다.“허, 네가 말하는 ‘사랑’이라는 게, 어릴 때부터 내 물건을 빼앗아 네 것인 것처럼 굴고, 밥상의 모든 고기를 빼앗아 간 후, 나한테는 채소만 남겨주는 거야?”“아니면 성인이 된 후에도 나한테 노트북을 사 달라고 강요하는 건가?”“아, 그것도 아니면 지금처럼 징그러운 말을 해서 나를 역겹게 하는 거?”심태윤은 ‘하하’ 웃으며 고개를 들었고, 온 하늘의 별을 바라보았다.“생각해 보니까, 어렸을 때는 내가 누나한테 너무 짖궃었던 것 같아. 이제 와서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도 설득력이 없어 보이고... 보아하니, 내가 누나를 아내로 받아들여서 심씨 가문에 들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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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6화

심태윤이 의기소침하게 떠나는 모습을 본 소희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그 웃음은 고요한 밤하늘의 별처럼 눈부셨고, 현태는 홀린 듯이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고개를 돌린 소희는 그가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녀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여긴 어쩐 일이에요?” 현태는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아, 윤 대표님을 뵈러 갔다는 말을 듣고 달려갔는데, 벌써 갔다고 하더라고.”“하지만 나는... 응...”“하지만 뭐요?”소희는 수줍어 얼굴을 붉혔다. 고개를 숙인 현태의 얼굴도 붉게 상기되었는데, 방금 심태윤을 상대할 때의 대범함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후였다. “소희 씨가 보고 싶어서...”소희는 귓불이 붉게 물들었으나,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그래서요?” “그래서 왔지.” “어떻게 들어온 거예요?” “아... 담을 넘었어.”소희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담을 넘었다고요?!” ‘심씨 가문 저택의 외벽은 적어도 2미터가 족히 되는데, 담을 넘어 들어왔다니!’ “그래.”소희는 그가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으나, 걱정을 거둘 수 없었다.“다음부터는 그러지 마세요. 오빠가 만약... 나를 보고 싶다면... 전화하면 되잖아요. 내가 만나러 갈게요.” “그건 안 돼.”현태가 손을 흔들었다.“나는 심씨 가문 사람들이 소희 씨를 난처하게 한다는 걸 알아. 나는 이전에 윤 대표님의 운전기사였잖아. 우리가 왕래하는 게 심씨 가문의 어르신들한테 알려지기라도 하면, 분명 오해가 생길 거야. 나는 소희 씨를 난처하게 할 수 없어.” 현태의 말을 들은 소희는 마음이 따뜻해졌다.‘나를 정말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단번에 구별할 수 있는 거구나.’“하지만 오빠가 담을 넘는 건 너무 위험해요. 다음부터는 그러지 마세요.” 현태는 양심의 가책을 느낀 듯했다.“응, 하지만 이건 내 탓이기도 해. 내가 지금 당장이라도 대표님을 떠날 수 있다면 이럴 필요도 없을 테니까.” “오빠,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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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7화

“비록 명문가가 매정하다고는 하지만, 모두가 그런 건 아니야. 게다가 심 대표님 내외는 소희 씨의 부모님이고, 소희 씨는 두 분의 친딸이잖아. 부모가 자기 딸을 사랑하는 건 당연한 거야.” 소희가 말했다.“나는 무슨 일이든 가장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는 버릇이 있어요. 그래서 심씨 가문에 돌아오기 전에는 두 분이 이익을 위해 나를 포기할 거라고 생각했던 거죠.”“사실 제대로 생각해 보면... 두 분이 정말 그런 부모였다면, 애초에 윤씨 그룹을 상대하는 걸 포기하지도 않으셨겠죠.” “그래.”현태가 소희를 가볍게 껴안았다.그녀와 함께하는 1분 1초를 소중히 여기려는 것처럼.“이서 언니의 친부모님에 대한 기억 때문에, 내 친부모님도 그럴 거라고 생각했나 봐요.”윤재하 부부에 대한 말하자면, 소희는 여전히 가슴이 두근거리는 듯했다. ‘다행히도 지금 하은철은 죽었고, 이서 언니의 친부모님도 어디 갔는지 알 수 없어.’‘그렇지 않았다면, 이서 언니의 삶은 여전히 괴로웠겠지.’“이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부모가 있고, 윤 대표님은 그저 운이 좋지 않아서 최악의 부모를 만났을 뿐이야. 하지만 다행히도 하이먼 스웨이 작가님과 배미희 여사님을 만났잖아. 두 분은 윤 대표님을 본인들의 딸처럼 아껴주시지.” “맞아요.”“아, 맞다, 이서 언니가 다친 걸 두 분께 알리진 않았죠?” “지난번에 윤 대표님이 다치셨을 때, 두 분은 너무 급하게 돌아오셨잖아. 이번에도 그럴까 봐 걱정하셨는지, 윤 대표님이 아무에게도 사실을 알리지 말라고 하셨어.” 소희가 말했다.“아무래도 그게 좋겠어요. 스웨이 작가님은 여기에 돌아올 때마다 슬프실 테니까요.” 현태는 이해할 수 없었다.“왜?” “생각해 보세요. 스웨이 작가님은 여기서 따님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셨잖아요. 그리고 되찾은 줄 알았던 딸이 친딸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셨죠. 그러니까 여기에 돌아올 때마다 그 일을 떠올리며 슬퍼하시지 않겠어요?” 현태도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소희 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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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8화

깜짝 놀란 이서는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입구에 서 있는 지환을 보았다.머리로는 피하자고 생각했지만, 제자리에 굳어버린 몸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서로를 마주한 두 사람은 그 누구도 주동적으로 입을 열지 않았다.이서는 한참이 지나서야 잃어버린 말을 되찾은 듯했다.“잠이 안 와서 좀 걷던 참이었어요.”지환의 얼굴을 본 그녀는 무엇 때문에 화가 났는지 잊어버리고 말았다.그는 이서를 부드럽게 바라보며 눈빛 깊은 곳의 탐욕을 조심스럽게 숨겼다. 자신의 직설적인 말이 이서를 놀라게 할까 봐 걱정되었던 것이었다. “나도.”두 사람은 이 말을 끝으로 또다시 침묵 속에 던져졌다. “그... 그럼 저 먼저 갈게요. 일... 일찍 쉬세요.”이서는 곧장 자기 병실을 향해 걸어갔다. 바로 그때, 지환이 그녀를 불렀다.“우리 둘 다 잠이 안 오는 것 같은데, 같이 산책이나 할래? 산책하고 나면 잠을 편안히 잘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이서는 거절하고 싶었지만, 지환의 얼굴과 목소리에 저항할 수 없었다.“네.”그녀는 대답하자마자 후회했으나, 때는 이미 늦었다.“그럼 정원 쪽으로 가자.”지환이 입꼬리를 치켜세웠다. 그는 제자리에서 이서가 다가오기를 기다린 후에야 그녀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정원으로 걸어갔다. 두 사람은 도중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무슨 말을 해야 이서가 놀라지 않을까?’‘소희 씨의 이야기를 어떻게 꺼내야 할까?’특히 이서의 머릿속은 아주 복잡했다.‘내가 무슨 자격으로 그런 말을 할 수 있을까?’‘하지만 소희 씨의 친구로서 이 문제를 해결하긴 해야 하는데...’ “나는...”“저기...”두 사람이 동시에 입을 열었다가 말을 거두었다.“네가 먼저 말해.”“먼저 말하세요.”두 사람은 또 한 번 이구동성으로 입을 열었다.이서는 어색한 표정으로 지환을 바라보다가 그가 할 말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말했다. “말해 봐.”이서의 눈을 마주한 지환은 더 이상 내빼지 않았다.“나한테 할 말이라도 있어?” 이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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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9화

“곤란하면 대답 안 해도 돼.”지환이 먼 곳을 바라보며 말했다.“이서야, 나는 네가 나와 함께 있든, 그렇지 않든... 네가 행복하기를 바랄 뿐이야.” 이서가 그의 옆모습을 바라보았다.‘진심을 담아 말하는구나.’‘지환 씨가 하씨 가문의 사람이 아니었다면 좋았을 텐데.’“아, 맞다.”지환이 이서를 바라보며 말했다.“이서야, 나한테 볼일이 있다며? 무슨 일이야?” “망설이지 말고 말해 봐.” “우리가 부부로서의 연을 끝낸다고 하더라도, 친구가 될 수는 있는 거잖아?”“친구끼리 서로를 돕는 건 당연한 거고, 그렇지?” 이서는 지환을 보면서 무언가 솟구치는 것을 느꼈다.‘지환 씨는 정말 좋은 사람이야.’‘너무 좋은 사람이라서, 가끔은 몸 둘 바를 모르겠단 말이지.’ 지환이 아주 좋은 사람이라는 사실은 이서를 더욱 면목 없게 했다.“뭘 망설이는 거야?” 이서가 오랫동안 말을 하지 않자, 지환이 다정하게 물었다.이서는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더는 하지환 씨를 귀찮게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을 뿐이에요. 내가 스스로 해결해 볼게요.” “난 귀찮지 않아.”“하지만 나는 지환 씨한테 부탁할 자격이 없다고요!” 이서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고, 지환에게 대답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시간도 늦었는데 이만 쉬세요. 나도 들어가 볼게요.”이서는 곧장 몸을 돌려 병실로 향했는데, 발걸음이 아주 급했다.그녀는 이내 지환의 시야에서 벗어났다.그는 인상을 깊게 찌푸리며 잠시 망설였지만, 끝내 쫓아가지는 않았다.하룻밤은 이렇게 소리 없이 지나갔다.다음 날 아침.이서는 일어나서 출근할 준비를 했다.그녀의 현재 상태는 좋아 보였으나, 의사와 하나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후유증이 있을까 봐 걱정하며, 그녀에게 입원하라고 강하게 요구했다.하지만 지환과 마주치고 싶지 않았던 이서는 평소보다 일찍 일어났다.그가 자신보다 일찍 일어나 병실 앞을 지키고 있을 거라고는 예상치도 못한 채... 지환의 곁에는 아침을 든 이천이 있었다.“사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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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0화

바로 이때, 이천의 뒤에서 지환의 측은한 목소리가 들렸다.“이천, 어서 돌아와!” 이천은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듣고는 바삐 돌아섰다.고개를 돌리자, 연탄보다 더 검은 지환의 얼굴이 보였다.이천은 무언가를 깨닫고는 서둘러 그의 곁으로 돌아갔다.이서 또한 지환의 표정이 어두운 것을 보았다. 하지만 승낙하려던 대답이 속에서 한 바퀴 돌고 나니, 마음이 바뀌었다.“보아하니, 하 대표님과 아침 식사를 함께할 필요는 없을 것 같네요. 저는 먼저 가보겠습니다.” 이천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지환은 이서가 떠난 후에야 정신을 차렸다.“이서가 뭐래?” 이천은 화가 나서 말했다.“사모님은 제 제안을 받아들이셨단 말이에요!” 그들이 아침 일찍부터 여기에 서 있던 것은 이서와 함께 식사하기 위해 기다린 것이 아니었다. ‘하 대표님의 질투 때문에 모든 일이 수포가 된 거야!’ 이천은 아주 괴로워하며 지환을 쥐어박지 못하는 것을 한스럽게 여겼다. 이서는 회사에 도착한 후에도 아침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후회가 몰려오는 듯했다.‘지환 씨랑 아침을 먹은 지도 정말 오래된 것 같네.’ 그녀는 별안간 별장에서 지낸 날들을 떠올렸다.그 시절은 이서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때라고 할 수 있었다. ‘가능하다면...’“윤 대표님.”바로 그때, 노크하고 들어온 하늘이 자료 한 뭉치를 이서의 앞에 놓았다.“재무팀 팀장에 지원한 사람들입니다. 총 세 분인데, 한번 봐주십시오. 어떤 분이 가장 적합할까요?” 본래 근무하던 재무팀 팀장은 지난달에 사표를 냈고, 오늘이 마지막 근무일이었다. 당장 새로운 재무팀 팀장을 선발하지 않으면, 이번 달 월급을 지급하는 것에 문제가 생길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래서 하늘은 이서가 온 것을 보자마자 지원자들의 자료를 가져왔다. 그 세 사람은 고위층 인사들이 엄선하여 선발한 것이었다.모두 팀장의 자리에 적합한 사람이었지만, 유일한 문제는 재무팀 팀장의 자리가 하나라는 것이었다. 고위층 인사들은 이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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