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Chapter 821 - Chapter 830
855 Chapters
제821화
배은란은 화들짝 놀랐다. 그녀는 서철용이 자신에게 이런 말을 할 줄은 전혀 몰랐다. 그녀는 마음속의 불만을 억누르고는 약을 다 바르자마자 옷을 입고 그와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나한테는 잘해줘.” 배은란은 눈을 내리뜨리고 말했다. “...우리 일은 비밀로 해줘.”그녀는 하면 안 되는 일을 한 자신이 수치스러워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손윗사람으로서 말하는데, 너도 이제 나에 대한 마음을 접고 널 좋아하는 여자를 만났으면 좋겠어.”“네가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했었지...”“우리 다시는 연락하지 말자.”말을 마친 배은란은 재빨리 휴게실에서 뛰쳐나와 소파에 놓인 가방을 들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배은란은 오늘 직접 차를 운전해 이곳에 왔다. 입고 있던 옷에서는 여전히 연고 냄새가 강하게 나고 있었다.그녀는 곧장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호텔에 들러 화상 부위를 피해 몸에서 나는 냄새를 모두 씻어냈다.그와 관계를 갖게 된 뒤로부터 배은란은 늘 여분의 비슷한 종류의 옷을 차에 넣어두었다.서민용의 눈은 아직 회복되지 못했다. 하지만 후각은 예민해져 있어 언제든 흔적을 알아챌 수 있었다.배은란이 호텔을 나와 집으로 돌아오니 거의 10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평소 퇴근 후 집에 도착하는 시간이기도 했다.배은란이 현관으로 들어왔을 때, 도우미가 국 한 그릇과 약을 들고 계단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그녀는 신발을 갈아 신은 뒤 서둘러 도우미에게 걸어갔다.“아직도 약을 안 먹어요?”“하루 종일 식사도 안 하셨어요. 사모님께서 설득해 보세요. 계속 이러시면 버티지 못할 거예요.”“알았어요. 약은 저한테 주세요. 나중에 먹을 수 있게 죽을 끓여주시고요.”“알겠습니다, 사모님.”배은란은 약을 들고 2층 안방으로 올라갔다. 그녀는 문 앞에서 심호흡하며 감정을 추스른 뒤에야 옅은 미소를 지으며 안으로 들어갔다.“...민용 씨, 몸이 또 불편한 거야? 왜 하루 종일 밥을 안 먹었어? 도우미한테 죽 끓여 달라고 했어. 조금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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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2화
“난... 난 민용 씨를 사랑해. 내 마음은 전혀 더럽지 않아.” 서민용의 눈동자에 괴로움이 스쳐 지나갔다. 그는 고개를 돌려 천장을 바라보며 무심한 목소리로 말했다.“더러운 건 더러운 거야! 체면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하루라도 빨리 이혼 합의서에 사인해.” “배은란, 난 네가 역겨워.” 배은란은 울먹이며 말했다.“민용 씨... 나 정말 하나도 안 더러워...” “다신 안 그럴게, 마지막으로 기회 한 번만 주면 안 돼?” “민용 씨...” 서민용은 옆에 있던 서류 봉투에서 무언가 꺼내 그녀 앞에 던져놓았다. “이제 와서 변명할 거 없어. 난 너한테 손댄 적도 없는데, 배 속에 아기는 누구 애야?”본래 화상 자국이 가득했던 서민용의 얼굴은 치료 후 예전의 준수한 모습으로 회복했다. 대학 시절, 서민용은 금융과 최고 킹카로 유명했었다. 지금도... 그는 여전히 눈부시게 잘생겼다. 배은란은 눈앞에 던져진 선명하게 두 줄이 그어져 있는 임신 테스트기를 보자마자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는 것 같았다. 순간 그녀는 심장이 고통으로 마비되어 아무런 감각도 느껴지지 않았다. “이혼 합의서는 네 방에 놓아뒀어... 내일까지 사인 안 하면 그놈과 네가 했던 그 더러운 일을 만천하에 공표할 거야... 그럼 나 서민용의 아내가 얼마나 더럽고 걸레 같은 여자인지 모든 사람들이 알게 되겠지.”배은란이 울부짖었다. “...민용 씨, 내가 잘못했어, 내가 정말 잘못했어! 하지만 내가 한 모든 일은 다 당신을 위해서야!” “난 그저 민용 씨가 살길 바랐고, 예전의 민용 씨로 돌아가길 바랐어. 그게 잘못이야?”“제발... 날 미워하지 마, 응?” “난 몸이 더럽혀진 것뿐이지, 마음은 깨끗해... 날 믿어줘! 난 정말 안 더럽단 말이야...”서민용은 잠시도 그녀를 쳐다보지 않았다.“나가! 두 번 말하게 만들지 말고!” 배은란은 울면서 그의 손을 붙잡고 애원했다.“안 나갈 거야. 난 민용 씨를 떠날 수 없어...”하지만 서민용은 단단히 마음을 먹은 듯 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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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3화
“이제 그놈 찾아가. 아무도 널 막는 사람 없어.”그때, 서민용의 휴대폰에 메시지가 한 통 전송되었다. “그놈도 여기 왔다니까 오늘 밤에 같이 가면 되겠네. 내일부터 이 별장은 네 것이야.”“왜 안 가? 내가 쫓아낼 때까지 기다리는 거야?”배은란은 온몸이 마비된 채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너무 많은 눈물을 흘려 눈물샘이 말라버렸는지 더이상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 그녀의 눈동자는 공허하고 텅 비어 있었고, 흰자위는 빨갛게 충혈되어 있었다.결국 경호원이 배은란을 끌고 나가 던져버렸다.대문에서 멀지 않은 곳에 상향등을 끄지 않은 차가 주차되어 있었다. 문이 열리고 끌려 나오는 여자를 본 서철용은 곧바로 차에서 내려 그녀를 부축했다.굳게 닫힌 문을 보고서야 정신을 차린 배은란은 앞으로 달려가 미친 듯이 문을 두드렸다. “나 좀 들여보내 줘, 민용 씨...”“내가 잘못했어, 내가 정말 잘못했어...”“민용 씨, 나 버리지 마...”서철용이 안쓰러운 눈으로 괴로움에 몸부림치며 목놓아 울고 있는 여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여자를 일으켜 세우려 다가갔지만 차마 그 몸에 손대지 못하고 제자리에 굳어버렸다.위층에서 휠체어를 탄 남자가 그곳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지켜보고 있었다.도우미가 죽 한 그릇을 들고 분위기가 무겁게 내려앉은 방으로 들어와 말했다.“도련님, 사모님께서 만들어 드리라고 하신 죽입니다.”“거기에 놓으세요.”“도련님, 제가 이 말을 해드려도 될지 모르겠는데요.”“...”그의 침묵은 도우미의 말에 대한 긍정의 의미였다.도우미가 망설이다가 말했다.“도련님, 사실 그동안 사모님께선 많이 힘드셨어요. 노부인께서 계속 사모님을 괴롭히셨거든요.”“도련님께서 안 계실 때 노부인이 퍼부은 수많은 욕설들을 사모님께선 묵묵히 견뎌내셨어요..”“그리고 사모님의 아버지께서 몸이 안 좋아 얼마 전에 돌아가셨는데도 사모님께선 도련님이 걱정하실까 봐 말하지 않으셨어요.”“병원비도 모두 사모님이 부담하시고...”서민용은 아래층을 내려다보며 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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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4화
도우미가 옷방에서 나와 서민용에게 반지 상자를 건네며 물었다. “도련님, 이거 가져가실래요?”서민용은 창밖 껴안고 있는 두 사람에게서 무표정한 얼굴로 시선을 거두었다. 그제야 도우미가 들고 있는 반지를 발견했다.이 반지는 두 사람이 결혼식 때 함께 골랐던 반지였다.저번 배은란과 크게 다퉈 그가 이 반지를 던져버렸을 때, 배은란은 울면서 밤새 마당을 찾아 헤맸었다. 하지만 사실 반지는 여전히 그의 손에 쥐어져 있었다. 서민용이 반지를 버리지 않았던 것이다.지금의 그는 모든 사람들을 힘들게만 할 뿐이다.그녀에겐 아직 다른 좋은 남자를 만날 기회가 있다. 쓸데없이 그에게 시간 낭비할 필요가 없다.서민용은 파란 손수건을 입술에 대고 몇 번 기침했다. 내려다보니 손수건에는 선홍색 핏자국이 묻어 있었다.도우미가 당황한 목소리로 말했다.“도련님, 피를 토하신 게 오늘 벌써 세 번째입니다...”“혹시...”서민용은 손을 흔들며 그녀의 말을 끊었다.“나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그 진단서는 다 가짜예요. 배은란으로 하여금 내겐 아직 한 가닥의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게 만들기 위한...”도우미는 목소리를 낮추고 조용히 눈물을 닦았다.“본가로 돌아가 오늘 밤을 넘기지 못하면 가족 모두에게 내 사망 소식을 외부에 알리지 말라고 전해주세요. 아무도 내 이름을 묘비에 새기지 못하게 하고요. 내 무덤 앞엔 그 사람이 좋아하는 난초만 심어주면 돼요.”“만약 그 사람이 본가에 가 내 소식을 물으면... 치료를 위해 외국으로 갔다고 말해주세요.”“컥, 컥, 컥...”도우미가 다급히 말했다. “도련님, 이제 말씀하지 마세요. 도련님은 괜찮으실 겁니다...”서민용은 더는 말하지 않고 침묵했다. 그의 몸은 그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다.화재가 났을 때 유독가스가 몸속으로 들어가 모든 장기를 망가뜨렸다. 당시 그는 병원 측에 부탁해 그녀가 단순한 화상으로 여길 수 있도록 진단서를 조작했었다.그녀의 성격상 그가 죽을 거라는 걸 알았다면, 무슨 일을 벌일지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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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5화
배은란은 쓰러지자마자 배에서 찌르는 듯한 통증이 느껴지고 하반신에 뜨거운 무언가가 전해졌다. 서철용이 다가와 그녀를 부축했다.“배은란, 괜찮아?”배은란은 역겨운 듯 그를 밀어내며 흐려진 안색으로 힘겹게 말을 내뱉었다.“나... 나 민용 씨한테 갈 거야.”순간 서철용의 품속이 텅 비어버렸다. 그녀는 미친 듯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차를 다시 쫓아가기 시작했다. 발밑으로 흐르는 피도 무시한 채 한없이 불안하게 비틀거리면서 말이다.“이혼하고 싶지 않아, 너와 헤어지고 싶지 않아...”“민용 씨, 날 두고 가지 마.”“민용 끼 없이...난 어떻게 살아?”“나더러 어쩌라고...”서철용이 담담한 얼굴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지금까지 그녀에게 했던 모든 일들이 맞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서철용은 앞으로 걸어가 이성을 잃고 흥분하고 있는 여자를 기절시켰다. 몸에 흥건히 묻은 핏자국을 보며 여자를 안아 조수석에 앉히고는 병원으로 향했다.그녀 몸에서 풍기는 농후한 피 냄새가 아니었다면, 어두운 밤이었기에 그녀가 피를 흘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을 것이다.이 정도의 출혈은 생리 때문이 아니다...그보단...서철용은 핸들을 꽉 움켜쥐고 심각한 표정으로 악셀을 밟았다.가장 빠른 속도로 엘리트 개인 병원에 도착했다.서철용은 미리 사람들에게 연락해 모든 것을 준비시켰다. 서철용은 그녀를 수술 침대에 눕혀놓고 수술실로 밀고 들어갔다...30 분 후 마스크를 쓴 여의사가 걸어 나왔다."서 선생님, 이분은 임신 2개월째인 임산부입니다. 방금 약물을 주사해 아이의 안전은 지켰습니다. 하지만 한동안 침대에 누워 안정을 취해야 합니다. 또 자극을 받으면 배 속의 아이를 잃을 수도 있습니다.”그녀의 상태를 확인한 서철용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복잡한 표정으로 옆 의자에 털썩 주저앉아 이마에 흥건한 땀을 훔쳤다. “알았어요. 간병인을 찾아 잘 보살피게 할게요.”“네. 서 선생님.”수술이 끝나고 의사와 간호사들이 모두 떠난 뒤에도 서철용의 머릿속은 온통 절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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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6화
별이는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모습이었다. 아이는 작은 손으로 침대에 누워 있는 사람을 가리키며 안아 달라는 듯 계속 칭얼거렸다. 하여 은경애가 서둘러 아이를 다시 끌어안았다. “대표님, 그럼 방해하지 않겠습니다. 작은 도련님은 옆방에 데려갈게요.”은경애는 서둘러 아이를 안고 옆 병실로 향했다.어떻게 이런 참담한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그토록 젊은 나이에 암이라니!아직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도 낳지 못했건만.너무나도 착한 사람이 말이다.전연우는 그녀의 손을 잡고 얼굴에 가져가 온기를 느꼈다. “너무 오래 자지 말고, 빨리 일어나.”전연우가 기대했던 것은 역시나 허황한 꿈이었다.그는 당시 장소월이 강영수를 위해 했던 것처럼 매일 9,990개의 계단을 오르며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또한 남천 그룹과 성세 그룹의 이름으로 어린이 재단을 설립해 빈곤한 산악 지역에 방치된 아이들을 위한 캠퍼스를 설립하고 수십억의 물자를 기부했다.더 나아가 전국의 복지 기구에도 상당한 금액을 기부했다...이 소식이 신문에 보도되자 수많은 방송국 기자들이 성세 그룹 회장과의 인터뷰를 원했다.그러나... 그는 모든 인터뷰를 거절했다...모든 정부 기관들은 당황해 어찌할 줄을 몰랐고, 성세 그룹과 남천 그룹의 주가는 하룻밤 사이에 급등했다.전연우는 그런 것 따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늘 평소처럼 출근해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을 처리했다.매일 그의 동선은 단 세 곳뿐이었다. 청연사, 병원, 그리고 사무실... 전연우를 인터뷰하기 위해 한 기자가 몰래 그를 따라갔고, 다음날 청연사 불상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전연우의 사진이 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이에 서울시 전체가 들썩였다. 사람들은 성세 그룹 회장이 바람이 불든 비가 오든 매일 산에 올라가 부처님께 참배한다는 사실에 크나큰 호기심을 가졌다.전연우는 이미 서울시 피라미드 꼭대기에 서 있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대체 무슨 이유로 부처님을 섬긴단 말인가.길을 수리해 놓으니 산에서 내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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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7화
전연우는 은경애가 가져온 만둣국을 모두 비웠다. 예전 그녀가 가장 좋아했던 음식이 바로 오 아주머니가 만든 만두였다.그녀의 손맛은 여전했다.창밖 한동안 멈췄던 눈이 다시 내리기 시작했다. 거위 깃털 같은 눈송이가 바닥에 두껍게 덮여 은백색 빛을 반짝였다.“나 암 의학 연구소에 투자했어. 서철용도 갔으니 너도 곧 깨어날 거야.”“보름쯤 지나면 별이가 말을 할 수 있대. 널 엄마라고 부를 수 있을 거야...”“별이가 자라는 모습 보고 싶지 않아?”“소월아, 날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지 마...”머리에 남아 있던 수술 상처는 이미 아물었지만, 그녀는 아직 의식을 찾지 못했다. 전연우는 그녀 옆에 누워 눈을 감고 그녀의 체취를 맡았다. 어쩌면 이것만이 그를 평온하게 만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지도 모른다.전연우는 이렇게까지 견디기 힘든 적이 없었다. 그녀가 서울을 떠난 4년의 시간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유독 지난 3개월은 목숨 절반이 사라지기라도 한 것처럼 너무나도 괴로웠다...머지않은 곳의 병실에선 배은란이 공허한 눈동자로 초점 없이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그녀 얼굴에 더는 괴로움이 보이지 않았고, 배가 살짝 불룩해져 있었다. 문밖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자, 배은란의 무표정했던 얼굴에 마침내 미소가 떠올랐다. 그녀는 벌떡 일어나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을 껴안았다.“...엄청 오래 기다렸단 말이야. 왜 이제야 돌아왔어?”“민용 씨, 보고 싶었어. 우리 아기도 보고 싶었대...”서철용은 흔들리는 눈빛으로 잠시 망설이다가 손을 들어 그녀의 긴 머리를 쓰다듬었다.“밥은 먹었어?”“먹었어.” 배은란은 그의 품에서 몸을 떼고 그를 끌어당겼다.“바빠서 밥 못 먹었을 줄 알고 조금 남겼어. 민용 씨가 좋아하는 거야.”서철용은 피곤한 몸을 이끌고 그녀와 함께 주방으로 향했다. 병원 VIP 병동에는 기본적인 시설이 모두 갖춰져 있다. 간병인과 가족들의 편의를 위해 주방과 거실, 그리고 식탁까지도 마련되어 있었다.“임신 중에는 이런 거 하면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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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8화
“오늘 밤 떠나는 거야?” 배은란은 풀이 죽은 얼굴로 그릇을 내려다보며 말했다.“이틀 뒤.”“안 가면 안 돼? 난 민용 씨가 가지 않았으면 좋겠어.” 배은란은 그를 붙잡고 싶었다.서철용은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잠시 후 다시 입을 열었다. “이번엔 중요한 일이라 내가 가서 해야 해.”“그래, 응원할게. 우리 남편은 최고야. 꼭 더 강력한 항암제를 연구해내. 우리 아기와 난 민용 씨가 자랑스러워.”서철용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럼 내가 올 때까지 여기서 기다려, 알았지? 네가 혼자 집에 있는 게 마음이 편치 않아서 그래. 병원이 연구소와 가까우니까 시간 나면 자주 올게."“알았어, 민용 씨가 올 때까지 여기서 기다릴게.”서철용은 식사를 마친 뒤 설거지까지 끝내고 나서야 방으로 돌아가 샤워를 하고 휴식을 취했다. 그가 침대 옆 조명만 켜두고 잠을 청하려던 그때, 방문이 열리고 임산부 잠옷을 입은 배은란이 베개를 들고 들어왔다.“민용 씨... 나 여기서 같이 자도 돼? “서철용이 입을 열기도 전에 배은란은 이미 침대에 누워 그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서철용의 손이 자연스럽게 그녀를 감싸 안았다. 은은한 향기가 코끝에 스며들었다.밤 열한 시가 되어도 배은란은 원래의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조용한 방 안엔 남자의 거친 숨소리만 들려왔다.“민용 씨, 잠들었어?”“아니.” 서철용이 대답했다.“내가 옆에 있어서 잠이 안 오는 거야?”“아니, 아무 생각하지 말고 그냥 자.” 서철용은 손을 뻗어 침대 옆 조명을 껐다. 방 안에 어둠이 내려앉았다.그가 이렇게 하는 게... 과연 옳은 일일까?그리고 이 아이는...서민용... 이게 정말 네가 원했던 거야?서철용의 마음은 너무나도 복잡했다. 그는 배은란이 잠들기를 기다렸다가 조심스럽게 침대에서 일어나 병동 밖으로 걸어 나갔다.15층 옥상에도 잠 못 이루는 사람이 한 명 더 있었다. 서철용이 그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계속 이렇게 서 있다간 망부석이 되겠어.”전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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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9화
“지난 3개월 동안... 배은란은 줄곧 나를 형으로 알고 있었어. 하지만 난 그 어떤 쾌감도 느껴지지 않더라고. 이제야 어떤 것은 강요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어.”서철용은 그 누구에게도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지 않는 사람이다. 심지어 전연우까지도 처음에는 장씨 일가를 상대하는 도구로만 사용했었다. 이제 장해진이 죽고 장씨 가문에는 전연우만 홀로 남았다. 하지만 장해진에 대한 전연우의 증오는 서철용 못지않게 깊다.전연우는 자신의 친아버지를 제 손으로 직접 제거했다. 누구에게나 자비하나 없이 무자비한 냉혈한이었던 전연우는 유독 장소월에게만큼은 한없이 나약해지고 있다.전연우가 물었다.“그래서, 어떻게 할 거야?”서철용이 대답했다.“천천히 한 걸음씩 해봐야지. 기억 속 고통에 갇혀 사는 것보다는 지금이 낫지 않겠어?”서철용은 서씨 집안 저택에서 서민용에게 무릎을 꿇고 있던 그녀의 모습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사실 서민용은 이미 세상을 떠난 지 오래라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4년 전 우리 내기 아직 기억해?” 서철용은 의사 가운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그를 쳐다보았다. 찬바람이 짧은 검은 머리카락을 휘날리자 가느스름한 그의 두 눈이 드러났다. 방탕하고 거칠었던 눈동자에 지금은 무언가 사라진 것만 같았다.인상을 찌푸리는 걸 보니 분명 기억하고 있다. “그 내기, 우리 둘 다 졌어. 넌 장소월을 사랑하게 됐고, 난... 마음을 주어서는 안 되는 사람을 사랑하고 있어.”전연우가 차갑게 말했다. “진 건 너야. 만약 나였다면, 그 둘을 시작하지도 못하게 했을 거야.”한참 이야기를 나누다 날이 밝아오는 창밖을 본 서철용이 말했다. “난 이만 돌아갈게. 시간이 늦었어. 쉬어.”전연우의 깊은 눈동자는 여전히 창문 밖에 머무르고 있었다...어두운 하늘의 구름이 갈라지며 밝은 달이 모습을 드러냈다.은빛이 점차 가라앉으며 눈도 서서히 그치고 있었다...크리스마스가 지나고 2주 뒤, 전연우는 화국 내 자선가 순위 1위에 올랐다. 그의 가치는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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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0화
서문정은 흠칫 놀라더니 전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저를요? 무슨 일이죠?"“곧 알게 될 겁니다.”휴게실에 들어간 지 불과 20분 만에 누군가 서문정의 모든 정보를 그에게 보냈다.서문정이 들어서자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가 매력적인 아우라를 풍기며 소파에 앉아 서류를 넘겨보고 있었다.서문정은 눈동자를 어디에 두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그저 최대한 자연스러운 척하며 귀에 걸친 긴 머리카락을 쓸어내렸다. “선생님, 저 찾으셨다고 들었는데요?”전연우가 서류에서 사진을 꺼내 그녀 앞에 내던졌다. “얼굴 성형 잘했네요.”서문정의 얼굴에서 순식간에 웃음기가 사라지고 돌처럼 굳어버렸다.“당... 당신이 어떻게 내 예전 사진을 갖고 있어요?”분명히 그녀는 아버지에게 모두 없애 달라고 부탁했었다.서문정은 사진 속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니 머릿속에 폭탄이 터진 것처럼 아찔해졌다. “무슨 짓을 해도 당신은 소월이가 될 수 없어요.”“3일 시간을 줄게요. 언론에 모든 것을 밝히고 바로잡아요. 만약 3일 후에도 내가 원하는 것이 보이지 않으면, 그땐 내가 직접 움직일 거예요.” 전연우는 손에 들고 있던 정보 파일을 내려놓고는 자리에서 일어서 그녀의 곁으로 걸어갔다. 그가 음산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며 얼음장같이 차가운 목소리로 경고했다.“이 얼굴 두 번 다시 보이지 말아요...”전연우가 휴게실 문을 나서는 순간 서문정이 눌러두었던 분노를 터뜨리며 돌연 소리쳤다. “당신이 뭔데 내 일에 참견해요? 내가 장소월 얼굴로 성형했어도 그건 내 자유예요. 지금 그 자리에 앉아있다고 자신이 그렇게 대단한 것 같아요?”“여자 덕분에 어부지리로 얻은 자리잖아요. 인씨 가문이 아니었다면 여전히 장씨 집안 개에 지나지 않았을 사람이.”“우리 아버지는 국회의원이에요. 사업가는 정치인과 맞서지 못하는 법이죠. 당시 강씨 가문도 우리 아버지에겐 함부로 하지 못했는데, 고작... 뒷배경 하나 없는 불량배 같은 사람이 지금 나한테 이래라저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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