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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4화

도우미가 옷방에서 나와 서민용에게 반지 상자를 건네며 물었다.

“도련님, 이거 가져가실래요?”

서민용은 창밖 껴안고 있는 두 사람에게서 무표정한 얼굴로 시선을 거두었다. 그제야 도우미가 들고 있는 반지를 발견했다.

이 반지는 두 사람이 결혼식 때 함께 골랐던 반지였다.

저번 배은란과 크게 다퉈 그가 이 반지를 던져버렸을 때, 배은란은 울면서 밤새 마당을 찾아 헤맸었다. 하지만 사실 반지는 여전히 그의 손에 쥐어져 있었다. 서민용이 반지를 버리지 않았던 것이다.

지금의 그는 모든 사람들을 힘들게만 할 뿐이다.

그녀에겐 아직 다른 좋은 남자를 만날 기회가 있다. 쓸데없이 그에게 시간 낭비할 필요가 없다.

서민용은 파란 손수건을 입술에 대고 몇 번 기침했다. 내려다보니 손수건에는 선홍색 핏자국이 묻어 있었다.

도우미가 당황한 목소리로 말했다.

“도련님, 피를 토하신 게 오늘 벌써 세 번째입니다...”

“혹시...”

서민용은 손을 흔들며 그녀의 말을 끊었다.

“나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그 진단서는 다 가짜예요. 배은란으로 하여금 내겐 아직 한 가닥의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게 만들기 위한...”

도우미는 목소리를 낮추고 조용히 눈물을 닦았다.

“본가로 돌아가 오늘 밤을 넘기지 못하면 가족 모두에게 내 사망 소식을 외부에 알리지 말라고 전해주세요. 아무도 내 이름을 묘비에 새기지 못하게 하고요. 내 무덤 앞엔 그 사람이 좋아하는 난초만 심어주면 돼요.”

“만약 그 사람이 본가에 가 내 소식을 물으면... 치료를 위해 외국으로 갔다고 말해주세요.”

“컥, 컥, 컥...”

도우미가 다급히 말했다.

“도련님, 이제 말씀하지 마세요. 도련님은 괜찮으실 겁니다...”

서민용은 더는 말하지 않고 침묵했다. 그의 몸은 그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다.

화재가 났을 때 유독가스가 몸속으로 들어가 모든 장기를 망가뜨렸다. 당시 그는 병원 측에 부탁해 그녀가 단순한 화상으로 여길 수 있도록 진단서를 조작했었다.

그녀의 성격상 그가 죽을 거라는 걸 알았다면, 무슨 일을 벌일지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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