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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이혼 후 화려한 돌싱맘: Chapter 121 - Chapter 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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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화 모든 것을 알고 싶다

얼마나 지났을까, 귓가에 들려오는 얕은 소리에 몽롱하던 정신이 돌아오는 듯했다.나는 천천히 눈을 떴다. 흐릿하던 시야가 차츰 뚜렷해졌고, 그 시야에 불쑥 들어온 건 끔찍하리만치 잘생긴 얼굴이었다. 깜짝 놀라 일어나려 했으나, 가슴을 찌르는 따끔한 고통에 저도 모르게 ‘흡’ 신음을 냈다.“뭘 그렇게 놀라는 거예요?” 낮게 갈라진 음성이 들려왔다.놀랍게도, 우리는 아직 차 안에 있었다. 신이 한 땀 한 땀 고심하며 빚은 듯 잘생긴 그의 얼굴 뒤로 서서히 지고 있는 태양이 보였다. 석양이 하늘 전체를 오렌지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맙소사. 몇 시예요? 콩이 데리러 가야 하는데!” 나는 다급하게 그를 살짝 밀치며 말했다.“이미 지아 씨 폰으로 친구분께 대신 데리러 가달라고 말했으니까 걱정 마요.”그가 무심히 한마디 더 보탰다. “근데 지아 씨, 저 이제 다리에 쥐 날 것 같아요.”나는 그제야 그의 품에 안겨 잠을 자고 있었다는 걸 알아차렸다. 부끄러워 고개를 푹 숙이고 입을 삐죽거렸다.“저... 얼마나 잤어요?” 나는 쑥스러움을 감추려 얼른 똑바로 앉고는 아무렇지 않은 척 물었다.“두 시간 조금 넘었죠.”배현우가 명령하듯 말했다. “이제 내립시다.”조수석에서 내린 나는 이곳이 그가 지난번에 나를 데리고 왔던 리조트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다른 손님은 보이지 않았다.나는 종종걸음으로 앞서간 그를 따라잡았다.“여긴 뭐 하는 곳이에요?”“왜요?” 그가 나를 힐끗 쳐다보며 물었다.“경치가 너무 아름다워요. 고요하고 상쾌해요! 그런데 왜 다른 손님은 보이지 않는 거죠?” 나는 호기심을 감추지 않고 물었다.그가 한쪽 입꼬리를 쓱 올리고는 내 물음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 두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유유히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나는 뾰로통하게 입을 내밀었다. ‘쳇. 멋있는 척하기는.’나는 이곳이 정말 좋았다. 단지 전체의 경치가 아름답고 수려하여 천국에 와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회색빛 도심 속에서 미세먼지만 먹으며 살다가 이렇게 자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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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화 강제로 할까요

나는 이곳을 떠나고 싶은 충동까지 들었다. 내가 그를 너무 전적으로 믿고 마음을 연 느낌이 들었다. 이제는 아무 위화감도 없이 그가 내 일상에 녹아들었으니…배현우가 가만히 서 있는 나를 보곤 하던 일을 멈추었다. 그리고 조금 거만한 어투로 물었다.“왜요, 두려워요? 저한테는 경계심이 커지는 건가요?“나는 그를 힐끗 보았다. 이런 밀폐된 공간에서 그와 단둘이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심장이 쿵쿵 빠르게 뛰는데.“제가 배현우 씨를 왜 두려워하겠어요.”입으로는 아니라 했어도, 마음속은 대혼란 상태였다.“지아 씨가 조금만 더 조심했다면 이 정도로 다치진 않았을 거예요.”그가 말을 마치고 나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걱정하지 마세요. 배현우 씨가 싫어하는 일은 저도 안 해요. 당신이 원하는 것이라면 몰라도...”배현우와 눈이 마주치자, 나는 최대한 애원하듯 가련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러나 그는 못 본 척 넘어가 버렸다.“엎드려요. 금방 끝나니까.”그의 말투가 전보다 조금 부드러워진 것이 느껴졌다.“자꾸 거절하면 강제로 해요?”보아하니 오늘은 그가 어떻게 해도 놔줄 것 같지 않았다. 다른 사람의 호의에 이렇게 난처함을 느낄 수도 있다니, 나는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계속 거절하는 것도 억지 부리는 것 같아, 어쩔 수 없이 그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나는 얌전하게 엎드린 채로 그의 손길을 받아들였다. 배현우는 나의 옷자락을 살며시 풀고는 연고를 살살 발라주었다.상처가 있는 곳 구석구석을 그는 자상한 손길로 가볍게 문질러주었는데 그 야릇한 분위기에 나는 저도 모르게 긴장했다.“긴장 풀어요. 앞으론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도망가야 해요. 이렇게 미련하게 맞지 말고요. 안전이 제일 중요하죠. 복수는 언제든 할 수 있잖아요.”무뚝뚝하게 건네는 말에 담겨있는 그의 진심이 눈에 보여 나는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날의 내 대처는 확실히 멍청했다.나는 저도 모르게 연고를 발라주는 그의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우뚝 솟은 콧대를 따라 시선을 옮기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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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화 갈망에 대한 응답

그의 갈급한 부름에 나는 착실하게 응했다. 이렇게 사랑받고 있음을, 누군가에게 소중한 존재임을 느끼는 것이 너무 오랜만이라 나는 억눌렸던 그동안의 슬픔을 쏟아내듯 더욱 그의 입술을 탐하고 갈망했다.머릿속에는 여전히 그가 했던 말이 맴돌았다. ‘앞으로 핑계 댈 수도 없게, 오늘은 참지 않을 거예요.’나는 지금 내가 놓인 상황을 철저히 무시하고 싶었다. 걱정과 불안이 가득한 속박 속에서 벗어나 한 번만이라도 고삐 풀린 말처럼 마음이 가는 대로 행동하고 싶었다. 아마도 너무 억눌렸던 탓일 것이다. 그에게 홀려 이성도 잃고 지금 이렇게 애정을 갈구하는 걸 보면.신호연과 신연아가 한 몸으로 뒤엉킨 모습이 생각나 나를 끊임없이 자극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끓어오르는 분노와 억울함에 견딜 수 없었다. 그들에게 끔찍이 복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너 없이 다른 사람의 사랑을 받으며 살아갈 수 있다고, 너희들보다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증명해 보이고 싶었다.배현우의 따뜻한 숨결이 나를 에워싸고 뜨끈한 손이 내 등을 단단히 받치고 있다. 내가 아플까 봐 조심스러워하는 그의 손길이, 사랑스럽고 부드러운 입맞춤에 집중하는 모습이 소중했다. 이토록 사랑스러운 그를 내가 거절할 이유가 있을까.나는 몸이 상했다는 사실도 잊은 채, 갈망을 해소하기에 급급했다. 나의 갈증에 그가 짙은 입맞춤으로 응했다. 지금 이 순간, 나는 사랑이라는 따뜻한 감정이 통증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려왔던 상처가 지금은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그가 나의 끓어오르는 갈망을 느낀 듯 이성을 잃은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며 귓가에 낮게 속삭였다.“지아 씨, 괜찮겠어요? 많이 아플 수...”나는 빠르게 입술을 포개 그의 입을 막았다. 그가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무얼 걱정하고 있는지 모두 알 것 같았다.나의 대답에 그가 인내해 오던 탐욕을 펼쳐내듯 순식간에 성급해지고, 거칠어졌다...그 순간 나는 구름 위에 둥둥 떠 있는 듯한 편안함을 느꼈다. 모든 번뇌, 우울함, 억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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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화 소원을 이루다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말을 애써 삼켰다. 나의 말이 우리 사이에 찬 물을 끼얹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조금 전까지 사랑을 갈구하며 자신을 탐해놓고서 이제 와서 없던 일로 하려는 걸 안다면. 어쩌면 정말 화낼지도...나는 급히 화제를 전환했다. “현우 씨 회사는 직원들에게 정말 잘해주는 것 같아요. 제가 지금 회사에 몸담고 있지 않았다면 저도 천우 그룹에 가서 일했을 거예요.”그가 아무런 표정도 드러내지 않은 채 물었다. “왜요?”“회사 사람들이 모두 소탈한 것을 보니 회사가 잘 대해주겠다 싶어서요.”억지스럽다. 스스로 생각해도 너무 억지스럽게 갖다 붙인 티가 났다.내 말을 들은 그가 입꼬리를 살짝 끌어올렸으나 더 이상 말을 잇지는 않았다.배현우가 음식을 먹는 모습은 느긋하고 점잖아서 내가 그릇을 비우는 속도가 더 빨랐다. 정말 배고프기도 했고 그의 앞에서 옷매무새에 신경 쓰며 조신한 척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식사 후 내가 집에 돌아가겠다 고집하여 그는 할 수 없이 몸을 일으켰다.“바래다줄게요.”운전하고 있는 그가 깊은 사색에 잠겨있는 듯했다. 나도 창밖을 내다보았다. 얼굴에 사정없이 맞받아치는 찬 바람이 정신을 깨우는 것 같았다. 조금 전의 모든 일이 꿈 같게 느껴졌다.후회되지는 않았다. 당시의 나는 진실로 사랑을 갈구했으니까. 다만 지금이 좀 어색할 뿐.신호연이 다시금 이해되기 시작했다. 어쩌면 쉴 틈 없이 굴러가는 운명의 굴레 속에정해진 인연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내 한 몸 불태워 사랑할 수 있는, 끊임없이 탐하게 되는 그런 사람.어떤 의미에서 사랑에 옳고 그름은 없는 것 같기도 하다.그럼 이후에는 어떡하고? 가슴이 갑자기 바늘로 찌르는 듯 쑤셔왔다.배현우는 마치 나의 싱숭생숭한 기분을 알기라도 하는 것처럼 내 손을 감싼 채 조용히 운전했다. 소중하게 꼭 쥔 손에 그의 온기가 느껴졌는데 집에 다가올수록 나는 이유 모를 아쉬움을 느꼈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무참한 현실 세계로 내던져지는 것 같은.나의 세상은 차갑고 복잡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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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화 십 년 묵은 체증

법원을 나서는 순간 나는 십 년 묵은 체증이 한순간에 내려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드디어 결혼이라는 명목 아래 나를 옥죄어 오던 족쇄를 풀고 자유로워졌다.아직 구 변호사를 보내기도 전에 신호연이 안에서 뛰쳐나와 겹겹 한 높은 계단을 빠르게 뛰어내려 나를 향해 달려왔다.사람들이 나를 중심으로 에워싸고 방비 태세를 취했다.함께 나온 몇몇 친구들이 방어하며 말리자 그가 의기소침하게 주눅이 든 표정으로 원망스럽게 나를 바라보았다. “여...” 신호연은 양심은 찔리는지 차마 뒷글자는 뱉지 못하고 삼켰다. 그의 처량하고 슬픈 눈을 보며 나도 조금은 비통한 마음이 들었다.“지아야. 가지 마...”“그만 막으시라고요!”“지아야. 한 번만 기회를 줘. 아직 할 말이 있어!”신호연은 자신을 끌고 가려는 사람들의 손에서 벗어나려 안간힘을 쓰며 애처로운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지아야. 한 번만 대화할 기회를 줘! 아무리 이혼한다 해도 아직 해야 할 말이 많아. 여보! 제발...”“다시는 날 그렇게 부르지 마. 우린 이혼했고 넌 그렇게 부를 자격 없어! 그리고 우리 사이에 무슨 할 말이 더 있다고 그래?”내가 단호하고도 차갑게 쏘아붙였다.“아니. 지아야. 내가 할 말이 있어서 그래. 제발.”“그만 막으시라고요! 뭐 하시는 거예요?”방어하는 사람들에게 다급하게 큰소리를 치는 신호연의 눈에 절박함이 비쳤다. 마치 애원하면서도 내가 돌아서서 갈까 봐 두려워하는 것 같았다.나는 사람들에게 그를 놓아주라고 이른 뒤 담담하게 팔짱을 끼고 말했다.“말해봐.”그가 주변에 깔린 구경꾼들을 보고 말을 하려다 멈추었다.“어디라도 앉아서 대화하는 게 어때. 내가 커피 살게.”신호연이 여전히 원망 어린 눈길로 나를 주시했다.“그럴 필요 없으니까 지금 여기서 말해.” 나는 그의 말을 칼같이 거절했다. 너 때문에 상했던 내 몸의 상처가 어떻게 겨우 나은 건데.그가 나를 향해 천천히 다가왔다.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며 조심스레 입을 달싹였다. 한참 동안 생각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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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화 악의 뿌리를 뽑다

나의 말을 들은 그가 멍하니 제자리에 서 있었는데, 사뭇 서운한 감정이 내비쳤다.“신연아. 대중 앞에서 꽃뱀처럼 꼬리까지 치고, 너무 뻔뻔한 거 아니니?” 그녀가 기세등등한 모습으로 신호연의 곁으로 달려가서 팔을 꽉 껴안았다.나는 비열한 웃음을 띠며 신연아를 위아래로 훑어보고 신호연에게 말했다. “신호연, 너도 언젠가 버림받는 느낌을 이해할 때가 올 거야. 이혼 판결도 끝났으니 오늘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보지 말자. 현실에서 살아 이제.”말을 마치고 나는 망설임 없이 몸을 돌렸다. 몸을 돌리는 순간 어이없게도 나는 신호연의 붉어지는 눈시울을 보았다.구 변호사에게 감사를 표한 후 나는 어머니와 미연을 데리고 새로 뽑은 차에 탔다. 백미러로 보이는 그는 쓸쓸하게 차가 멀어져가는 것을 응시하고 있었다.나는 아버지의 퇴원 수속을 돕고 집으로 모셨다. 저녁에는 나의 새로운 삶을 축하하는 파티를 열었다.미연이 배현우도 부를지를 묻자 나는 고민도 하지 않은 채 고개를 저었다.“배현우 씨, 무조건 너한테 관심 있어. 난 진작부터 알아봤지!” 이미연이 내 어깨를 툭 치며 음흉한 웃음을 지었다.“뭐래, 나 방금 이혼한 돌싱녀야.” 내가 그녀를 나무라며 흘겨보자 그녀가 방정맞게 웃어댔다.말은 그렇게 해도 나는 배현우에게 먼저 연락했다. 통화가 연결되고 내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그가 입을 열었다. “축하합니다!”나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요즘 사람들은 이혼하면 축하해 주네.’ 비참하게 배신당한 나는 이제 사랑을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도 모르겠다.“나와서 한잔하실래요?”“괜찮아요, 방금 집에서 마셨어요. 집에 부모님이 계셔서 밤늦게 돌아다니기가 그래요.” 내 거절 사유는 충분했고 그 역시 고집부리지 않았다.이후의 나날들에 나는 신흥을 인수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인수할 당시의 회사는 그야말로 엉망진창이었다. 당연한 사실이었지만 신호연은 내가 그 어떤 이익도 얻을 수 없게 아득바득 애를 썼다. 그는 자기 측근을 모조리 데려가는 동시에 모든 자원과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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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화 인재의 등장

내가 이력서에서 본 그는 바로 대학 선배이자 고향 친구인 장영식이었다.전에 해외로 떠났다는 말을 들은 이후로 오랫동안 연락이 끊겼으므로 궁금한 것투성이였다. 나는 재빨리 이해월 실장에게 면접을 통지하라 일렀다.이해월은 신흥에 오래 몸 담근 직원이다. 높지 않은 학력에 비해 갖춘 상당한 업무 실력과 영리한 판단력, 그리고 특히 탁월한 기억력을 가지고 있는 인재였다. 내가 그녀를 나의 비서로 일하도록 한데는 또 다른 속셈이 있었다. 그녀는 이전에 신연아와 모순이 있었기에 든든한 내 편이 되어줄 수 있을 것 같았다.장영식을 면접 자리에서 만났을 때 그는 꽤 진중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 나를 바라보았다. 아마 내가 회사의 사장임을 알고 있는 듯했다.오래 연락이 끊겼던 옛 친구를 만난 나는 신이 나서 바로 물었다. “나 누군지 알아?”그가 입꼬리를 올리고 살짝 웃었다. “당연히 알지!”“그런데 내 회사는 아직 그릇이 작아서 너의 학력에 수준이 못 미칠 수 있어.” 나는 직설적으로 회사의 상황에 대해 간결하게 알려주었다. “그래서 아마 월급도 네 능력에 비해 적게 가질 수 있어.”장영식이 더 단도직입적으로 대답했다. “그럼 잘됐네. 나랑 주식을 나눠 가지면 둘 다 손해 보지 않는 남는 장사일 것 같은데.”“걱정하지 마! 열심히 할 자신 있어.”그의 말을 듣고 나는 한순간 멍해졌다. 그 높은 학력과 능력치를 가지고 설마 아무것도 재지 않고 바로 내 회사로 달려온 건가?내가 돌에 맞은 듯 멍하니 앉아 있자 그가 유쾌하게 웃으며 말했다.“왜? 나 못 믿어?”“당연히 믿지. 그래도 능력치를 확인할 수 있는 보고서를 내줘. 친구라 해도 아무런 근거 없이 믿고 맡기기는 어려우니까.”나는 종래로 공짜로 주는 떡은 사양하지 않았다. 이렇게 우수한 인재를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하지만 노력 없이 성과를 채가는 사람은 사절이야. 잊지 마. 난 지금도 도둑질한 쥐를 내쫓고 오는 길이야.”나의 말에 그가 통쾌하게 웃었다. “기대에 부응할 수 있게 할게. 나도 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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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화 바쁘게 돌아치는 나날들

울산으로 가는 비행기에서 나는 간만의 여유로운 분위기를 즐기며 창밖의 구름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문득 배현우가 생각났다. 이혼 축하 연락을 끝으로 오랫동안 배현우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배현우도 나에게 주동적으로 연락하지 않았다. 늪에 스스로 걸어 들어가지 않겠다고 다짐했건만 왜인지 모르게 자꾸 생기는 실망감은 어쩔 수 없었다. 나는 절대 겉으로 속상한 마음을 드러내지 않았고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지 않으려 자제하고 또 자제했다.그러나 나는 착륙 후 부재중전화 목록을 보고 또 눈치 없이 쿵쿵 방망이질하는 심장을 가라앉힐 수 없었다. 그의 이름 세 글자가 제일 위에 떠 있다. 나는 한참을 머뭇거리다 결국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어딥니까?” 전화를 받자마자 그가 물었다.“방금 울산에 도착했어요.” 나는 사실대로 말했다.“혼자예요?”“네!”“그래요, 그럼 조심히 가세요.”그의 말투는 소원했으며 조금의 미련도 없이 금방 전화를 끊어버렸다.오히려 서운하고 답답한 것은 내 쪽이었다. 기껏 전화했다는 것이 두 마디를 물어보기 위해서였나? 나는 그가 어디에 있는지, 요즘 무슨 일은 없었는지, 물어보고 싶은 것이 백 개도 넘었는데!나는 자존심이 상하고 화가 나서 전화를 신경질적으로 꺼버렸다.진사원은 내가 서울에 온다는 것을 듣고 사람을 보내 나를 마중 나왔다. 오랜만에 본 진사원의 모습은 표정이 한결 밝아진 상태였다.나는 공항에서 사원으로 간 후 바로 회의실로 들어갔다.그리고 곧바로 프로젝트 도킹 회의를 열어 착공을 앞둔 천우 그룹의 프로젝트에 대해 상세히 분석하고 계획 준비에 들어갔다. 우리는 그들이 만든 도면에 근거하여 전반적인 설계와 시공 방안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들의 업무 효율은 정말 높았고, 그들이 제시한 협조방안은 나의 사업에 대해 명확한 방향을 제시해 주어 나로 하여금 갑자기 앞날에 대한 신심이 차오르게 했다.회의는 늦게까지 계속되었고 나는 회의실에서 저녁 식사를 배달 음식으로 때울 수밖에 없었다.회의 후 진사원이 직접 나를 호텔로 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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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화 깊은 밤 찾아온 손님

나는 벌떡 몸을 일으켰다가 환청 같아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눌렀다. 다시 누우려고 할 때 다시금 들려오는 노크 소리에 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문가로 살금살금 다가가 문에 귀를 대고 밖의 소리를 들으려 했지만 밖이 고요했으므로, 나는 긴장한 채로 조심스레 물었다. “누구세요?”밖에서 벅찬 소리가 들렸다. “저예요!”나는 귀를 의심했다. 졸음이 순간 싹 가셨다.내가 벙찐 채로 대답하지 않자 그가 다시 한번 반복했다. “저예요, 지아 씨. 문 열어요!”나는 신경을 곤두세웠다.‘이 목소리 왠지...’나는 맨발로 침대에서 뛰어내려 비틀거리며 달려갔다.문가로 가서 작은 구멍으로 밖을 내다보았더니 문 앞에 커다란 그림자가 서 있었다. 나는 놀란 마음을 가라앉힐 새도 없이 빠르게 손을 뻗어 문을 열었다.문이 열리자 한껏 지쳐 보이는 배현우가 내 앞에 서서 담담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나는 뚫어져라 그를 쳐다보았다. 이것이 꿈일까 봐 조금 두려워져서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여긴 어떻게 왔어요...?”사실 어떻게 왔는지는 상관없었다. 지금 이 순간 나는 그저 그의 따뜻한 품에 안겨 그립던 그의 심장박동을 느끼고 싶었다. 하지만... 감성보다 이성이 앞섰기에 나는 할 수 없었다.그가 나를 보고 입술을 말아 물었다.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표정이었다. “지아 씨가 있는 곳엔 제가 당연히 있어야죠. 왜요. 싫어요?”그는 내 당혹함에 아랑곳하지 않고 팔을 크게 벌려 내 어깨를 끌어안았다. “빨리 들어가요.”그제야 나는 정신을 차리고 그가 들어갈 수 있도록 비켜주었다. 밖의 찬 공기가 그와 함께 따라 들어왔다. 그가 맨 발인 나를 보고는 눈썹을 찌푸렸다가 고개를 들고 내 눈을 바라보았다.“땅이 이렇게 찬데 슬리퍼라도 신어요, 어서.”부드러운 눈빛에 내가 듣고 싶었던 따뜻한 말.피곤함이 섞인 낮은 목소리에 가슴이 또 콩닥콩닥 뛰기 시작했다.나는 얼른 슬리퍼를 찾아 신었지만 당황하여 로봇처럼 삐걱삐걱하였다.그가 자연스럽게 외투를 벗자 나는 얼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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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화 예쁜 뒷모습의 여인

다음날.정오가 되어서야 우리는 가까스로 눈을 떴다. 진사원의 연락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는 나를 꼭 껴안고 놔주지 않았다.나는 그에게 아직 처리해야 할 일이 있고 저녁에는 반드시 서울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그제야 그는 껴안았던 팔의 힘을 빼고 함께 일어났다.함께 점심을 먹자는 그의 말에 나는 또 깊은 생각에 빠졌다. 그를 사랑하면서도 그와의 이런 관계가 도대체 어떤 관계이며, 계속 이어 나갈 수 있는 관계인지 도저히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우리 사이는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망설임이 없지만, 그는 나에게 확실한 약속을 한 적도 사랑의 맹세를 한 적도 없었다. 정상적인 교제 관계로 정의 내리기는 더욱이 이상했다. 그럼 나는 도대체 그에게 어떤 존재인가? 생각할수록 오리무중에 빠지는 물음이다.그러나 매번 그를 마주할 때마다 나는 이상하게 거절할 수 없었다. 마치 N극과 S극의 자석이 자연스레 끌리게 되듯 나는 싫은 내색 한번 없이 그가 하고자 하는 것이라면 모두 받아주게 되었다.그와 함께 있으면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왠지 모를 편안함을 느낀다.그는 나에게 원하는지도 묻지 않는다. 그저 그렇게 할 뿐이다. 본인의 마음 가는 대로.그래서 나는 감히 그에게 관계에 대한 정의를 내려달라 말할 수도 없다. 내가 그에게 아무것도 아닌 존재일까 봐.서울로 돌아갔을 때는 이미 깊은 밤이었는데 나는 피곤한 나머지 한마디도 하고 싶지 않았다. 어머니는 속상한 얼굴로 나를 보며 안타깝게 고개를 저으셨다. “지아야, 이렇게까지 희생하면서 일하는 이유가 무엇이니? 아니면 우리 가족 모두 함께 고향으로 돌아가자. 인생도 짧은데 안일하고 즐겁게 보내는 게 더 행복하지 않겠어?”안일하고 즐겁게 보내는 것은 모두가 바라는 행복한 삶일 것이다. 물론 나도 그렇고.그러나 나는 서울에 너무 많은 아쉬움과 애정이 남아있다.이미 활이 시위에 당겨져 있는데 어찌 활을 쏘지 않을 수 있을까. 내가 잃은 10년의 청춘은 나 스스로 되돌려 놓아야 하는 것이다.전체 프로젝트의 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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