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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화 십 년 묵은 체증

법원을 나서는 순간 나는 십 년 묵은 체증이 한순간에 내려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드디어 결혼이라는 명목 아래 나를 옥죄어 오던 족쇄를 풀고 자유로워졌다.

아직 구 변호사를 보내기도 전에 신호연이 안에서 뛰쳐나와 겹겹 한 높은 계단을 빠르게 뛰어내려 나를 향해 달려왔다.

사람들이 나를 중심으로 에워싸고 방비 태세를 취했다.

함께 나온 몇몇 친구들이 방어하며 말리자 그가 의기소침하게 주눅이 든 표정으로 원망스럽게 나를 바라보았다. “여...” 신호연은 양심은 찔리는지 차마 뒷글자는 뱉지 못하고 삼켰다. 그의 처량하고 슬픈 눈을 보며 나도 조금은 비통한 마음이 들었다.

“지아야. 가지 마...”

“그만 막으시라고요!”

“지아야. 한 번만 기회를 줘. 아직 할 말이 있어!”

신호연은 자신을 끌고 가려는 사람들의 손에서 벗어나려 안간힘을 쓰며 애처로운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 지아야. 한 번만 대화할 기회를 줘! 아무리 이혼한다 해도 아직 해야 할 말이 많아. 여보! 제발...”

“다시는 날 그렇게 부르지 마. 우린 이혼했고 넌 그렇게 부를 자격 없어! 그리고 우리 사이에 무슨 할 말이 더 있다고 그래?”

내가 단호하고도 차갑게 쏘아붙였다.

“아니. 지아야. 내가 할 말이 있어서 그래. 제발.”

“그만 막으시라고요! 뭐 하시는 거예요?”

방어하는 사람들에게 다급하게 큰소리를 치는 신호연의 눈에 절박함이 비쳤다. 마치 애원하면서도 내가 돌아서서 갈까 봐 두려워하는 것 같았다.

나는 사람들에게 그를 놓아주라고 이른 뒤 담담하게 팔짱을 끼고 말했다.

“말해봐.”

그가 주변에 깔린 구경꾼들을 보고 말을 하려다 멈추었다.

“어디라도 앉아서 대화하는 게 어때. 내가 커피 살게.”

신호연이 여전히 원망 어린 눈길로 나를 주시했다.

“그럴 필요 없으니까 지금 여기서 말해.” 나는 그의 말을 칼같이 거절했다. 너 때문에 상했던 내 몸의 상처가 어떻게 겨우 나은 건데.

그가 나를 향해 천천히 다가왔다.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며 조심스레 입을 달싹였다. 한참 동안 생각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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