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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화 예쁜 뒷모습의 여인

다음날.

정오가 되어서야 우리는 가까스로 눈을 떴다. 진사원의 연락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는 나를 꼭 껴안고 놔주지 않았다.

나는 그에게 아직 처리해야 할 일이 있고 저녁에는 반드시 서울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제야 그는 껴안았던 팔의 힘을 빼고 함께 일어났다.

함께 점심을 먹자는 그의 말에 나는 또 깊은 생각에 빠졌다. 그를 사랑하면서도 그와의 이런 관계가 도대체 어떤 관계이며, 계속 이어 나갈 수 있는 관계인지 도저히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 사이는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망설임이 없지만, 그는 나에게 확실한 약속을 한 적도 사랑의 맹세를 한 적도 없었다. 정상적인 교제 관계로 정의 내리기는 더욱이 이상했다. 그럼 나는 도대체 그에게 어떤 존재인가? 생각할수록 오리무중에 빠지는 물음이다.

그러나 매번 그를 마주할 때마다 나는 이상하게 거절할 수 없었다. 마치 N극과 S극의 자석이 자연스레 끌리게 되듯 나는 싫은 내색 한번 없이 그가 하고자 하는 것이라면 모두 받아주게 되었다.

그와 함께 있으면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왠지 모를 편안함을 느낀다.

그는 나에게 원하는지도 묻지 않는다. 그저 그렇게 할 뿐이다. 본인의 마음 가는 대로.

그래서 나는 감히 그에게 관계에 대한 정의를 내려달라 말할 수도 없다. 내가 그에게 아무것도 아닌 존재일까 봐.

서울로 돌아갔을 때는 이미 깊은 밤이었는데 나는 피곤한 나머지 한마디도 하고 싶지 않았다. 어머니는 속상한 얼굴로 나를 보며 안타깝게 고개를 저으셨다. “지아야, 이렇게까지 희생하면서 일하는 이유가 무엇이니? 아니면 우리 가족 모두 함께 고향으로 돌아가자. 인생도 짧은데 안일하고 즐겁게 보내는 게 더 행복하지 않겠어?”

안일하고 즐겁게 보내는 것은 모두가 바라는 행복한 삶일 것이다. 물론 나도 그렇고.

그러나 나는 서울에 너무 많은 아쉬움과 애정이 남아있다.

이미 활이 시위에 당겨져 있는데 어찌 활을 쏘지 않을 수 있을까. 내가 잃은 10년의 청춘은 나 스스로 되돌려 놓아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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