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의 모든 챕터: 챕터 101 - 챕터 110
1049 챕터
제101화
강지혁은 임유진이 떠난 좁은 전세방을 보며 허전한 마음을 느꼈다.지혁은 유진이 탁자 위에 올려놓은 목도리를 다시 목에 두르며 입꼬리를 올렸다.지혁이 전세방을 나서자 보이는 건 이미 한참을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고이준이었다. 이준은 자기 대표가 목도리를 두르고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지혁은 평소 목도리를 자주 두르는 사람이 아니었다.‘대표님이 지금…… 베이지색 목도리를 하는 거지?’지혁이 가까이 다가오자, 이준은 목도리를 찬찬히 살폈다. 털실과 무늬를 보았을 때 이 목도리는 누군가 직접 뜨개질한 목도리임을 알 수 있었다.‘뜨개질한 목도리라…… 그렇다면 답은 하나였다. 아마 임유진 씨가 만든 목도리일 테지!’“대표님, 지금 어디로 갈까요?”“병원으로 가. 오늘 할아버지와 식사라도 함께 해야지.”지혁이 말했다.“네.”이준은 씩씩하게 대답하고 병원으로 운전했다.-유진이 탄 버스는 작은 마을과 멀리 떨어지지 않는 큰길에 정차했고 유진은 차에서 내렸다.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작은 마을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진흙 길이던 이 길도 어느새 넓은 도로가 되어있었다.외가로 돌아가는 길에 이웃 사는 사람들은 유진을 향해 손가락질하며 수군거렸지만, 유진은 이런 것에 이미 무뎌졌다.출소한 유진을 향해 손가락질하고 수군거리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외가에 도착하자 집안에 친척들이 가득 들어서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둘째 삼촌이 유진을 보자마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유진이구나. 자자, 빨리 들어와 앉거라. 온종일 너만 기다렸지 뭐니.”유진은 조금 의아해졌다. 유진이 감옥에 수감되었을 때 둘째 삼촌은 유진에게 자신까지 연루시키지 말라고 선을 그었었다.“그래, 빨리 들어와 앉거라.”셋째 숙모도 반갑게 유진을 맞으며 자신의 옆자리에 앉혔다. 이어 큰삼촌, 작은삼촌, 셋째 이모부까지…… 모두 유진을 반갑게 맞았다.유진은 의아한 마음이 들었지만 일단 외할머니부터 찾았다.“외할머니는요?”“지금 낮잠 주무시고 계셔. 조금 있다가 일어나시면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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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화
셋째 숙모는 일전에 제 아버지와 형제를 설득해 5천만 원에서 5백만 원을 가지기로 했었다.5백만 원은 셋째 숙모의 일 년 치 월급이었다!그러나 셋째 숙모와 임유진의 외할아버지가 김애순을 아무리 설득해도 애순은 절대로 이 일을 승낙하지 않았다. 그러자 셋째 숙모는 끝끝내 심한 말을 뱉고 말았다.“엄마, 큰오빠랑 작은오빠가 그랬는데 이 일을 망쳐서 자식들이 집을 사지 못해 장가를 못 가게 된다면 평생 엄마를 원망할 거라고 했어요.”애순은 그 말에 화가 나 펄쩍 뛰었다.“너희들…… 양심이 있는 인간들인 게냐! 유진이가 우리한테 얼마나 잘해줬는지 벌써 다 잊었어?”셋째 숙모가 웃으며 말했다.“예전은 예전이고 지금은 지금이에요, 엄마. 그 애 좋자고 우리 가족 미래를 망칠 수는 없잖아요. 그리고 지금 큰손주와 작은 손주가 돈이 없어 장가를 못 가는 건 고사하고,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는 아이가 감옥을 다녀왔다고 하면 누가 유진이와 만나주겠어요? 거기에 모아둔 돈도 없으면 앞으로 결혼은 다 갔다고 해야죠!”애순은 화를 참지 못하고 눈물을 뚝뚝 흘렸다.“너…… 너 앞으로 네 동생 얼굴을 어떻게 보려고 그러는 게냐.”셋째 숙모는 그 말에도 대수롭지 않은 듯해 보였다. 자기 동생은 이미 죽은 지 한참이나 지났고 얼마 없던 정도 시간이 흘러 기억에서 사라져갔지만 돈은 눈에 보이는 존재가 아닌가!유진은 거실에서 여러 조카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사촌 언니인 배여진이 눈꼬리가 휘어지게 웃으며 말을 꺼냈다.“할아버지한테서 말 들었어. 지금 미화원 일 하고 있다며?”여진은 유진보다 한 살 많다 보니 어릴 때부터 둘은 늘 비교당하며 자랐다. 유진은 공부를 잘해 그야말로 엄친아 신세였고 여진은 대학도 못 나왔으며 대장간에서 일하는 남자에게 시집을 갔었다.여진이 시집을 가던 해에 유진은 소민준을 만나고 있었고 민준은 재벌가의 도련님이었으니 여진은 자기 남편과 유진의 남자친구를 비교해 가며 체면이 깎였다고 생각했었다.오늘날 유진이 이 모양 이 꼴이 나자 가장 고소해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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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화
임유진은 여전히 생긋 웃으며 말했다.“셋째 숙모, 저 술 끊은 걸 아시잖아요. 제가 음주 운전으로 감옥도 갔다 왔는데 어떻게 또 술을 마실 수 있겠어요.”유진의 말에 셋째 숙모는 헛헛해서 마른기침했다.그러자 큰삼촌이 이어 말했다.“유진아, 오늘은 설날이잖니. 운전도 하지 않을 것이고 한 잔만 마셔.”“그래, 삼촌들 얼굴 보아서라도 마셔!”둘째 삼촌도 말을 보탰다.“그만하거라!”김애순이 호통을 쳤다.“너희들 양심을 어디에 팔아먹은 게냐! 정말 지옥 불에 떨어질 것들!”그 말에 식사 자리는 물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유진만이 깜짝 놀라 외할머니를 바라보았다.애순이 유진을 바라보며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유진아, 네 삼촌들 지금 이러는 거 절대 좋은 마음으로 하는 거 아니란다. 박씨 가문의 바보 아들에게 널 팔아 5천만을 가지려고 저러는 게다…….”애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노준태가 소리쳤다.“박씨 가문이 어디가 어때서? 유진이는 또 뭐가 그렇게 잘났는데? 감옥 갔다 온 흠도 괜찮다고 받아준 가문이야. 유진이 어딜 가면 이렇게 좋은 가문에 시집을 가겠냐고!”“그래 그 5천만 원으로 큰오빠와 작은오빠가 집도 사고 얼마나 좋아. 이건 네가 우리 집에 빚진 거잖아. 네가 감옥만 가지 않았어도 오빠들은 진작 장가를 갔을 텐데.”배여진이 불난 집에 부채질했다.“전 절대 결혼하지 않을 거예요!”유진이 몸을 벌떡 일어 세우고 차갑게 주위의 친척들을 바라보았다.“내가 빚진 게 있다고 해도 댁들한테 빚진 건 하나도 없어요!”그리고 유진은 애순을 바라보며 말했다.“외할머니, 제가 다음에 또 보러올게요.”말을 마치고 유진은 자리에서 벗어나려고 했으나 큰삼촌과 작은삼촌이 막아섰다.“가긴 어딜 가. 네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이건 이미 결정된 일이야!”큰삼촌이 호통쳤다.유진은 멀리 떨어져 않은 큰 사촌 오빠와 작은 사촌 오빠를 바라보았다. 어렸을 땐 함께 놀기도 하고 좋은 추억이 많았었다.“오빠들도 제가 바보한테 시집가길 바라는 거예요?”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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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화
휴게실에서는 밥 먹는 소리 외 다른 소리는 거의 나지 않았고, 두 사람은 말없이 음식만 삼켰다.어르신의 간병인은 둘의 관계에 이상함을 느꼈지만, 감히 묻지는 못했다. 어쨌든 S 시에서 그들의 권력은 하늘을 찔렀으니.어르신이 식사를 거의 마치고 드디어 입을 열었다.“요즘 별장에서 지내지 않는다고 들었다.”“네.”강지혁은 짧게 대답했다. 할아버지가 이 일을 아는 건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주변에 할아버지가 심어 놓은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으니.“어디에서 지내는 거니?”“밖에서요.”지혁이 대답했다.“왜 갑자기 밖에서 지내는 게냐?”강문철이 물었다.“별장이 너무 커서요.”지혁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하며 새우 하나를 집고 천천히 껍질을 까기 시작했다.“네 나이면 여자친구도 사귈 때가 되었지. 비서한테 S 시에서 걸맞은 여자를 찾아 두라고 시킬 테니 그중에서 한 명 고르거라.”문철은 옷을 고르듯 간단하게 말했다. 그 말에 지혁은 새우를 까던 손을 잠시 멈추고 말했다.“괜찮습니다.”문철이 되물었다.“왜 그러는 게냐?”“여자를 만나 가정을 꾸리는 걸 바라시는 거면 제가 알아서 할게요.”예전의 지혁은 어쨌든 가업을 이어받기 위해 가정을 꾸려야 하는 거면 아무 여자라도 상관이 없었다.하지만 지금의 지혁은 반드시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야 한다면 아이의 엄마는 임유진이 되길 바랐다.유진이 낳은 아이가 자신을 똑 닮을 생각을 하니 기분이 퍽 좋아졌다.“알아서 한다라…….”문철이 조금 놀란 듯 말했다.“너 설마…….”바로 그때 지혁의 전화가 진동했다. 지혁은 조금 표정을 굳히더니 주머니에서 액정이 다 깨진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수신자를 확인한 지혁은 바로 몸을 일으켜 세워 전화를 받았고 들려오는 목소리를 들었을 때 지혁의 얼굴빛이 차갑게 변했다.“혁아…… 살…… 살려줘…….”갈라진 목소리였지만 지혁은 유진의 목소리라는 것을 쉽게 알아챌 수 있었다.지혁이 되묻기도 전에 통화는 끊겼고 다시 걸었을 때는 받는 이가 없었다.‘설마 임유진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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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화
지금 임유진은 박씨 가문 사람들에 의해 어느 방안에 갇혔고 방안에는 낯선 남자와 함께 있었다. 이 사람이 바로 그들이 말한 박씨 가문 바보겠지…….유진은 애써 정신을 차리려고 노력했다.‘도망가야 해, 무슨 일이 있어도 도망가야 해!’그러나 지금 몸 상태로는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들었다. 더구나 몰래 혁이한테 전화를 걸다가 들켜 삼촌들에게 전화도 뺏겼다.‘신고를 할 수 있는 기회도 놓쳐버렸어!’왜 하필 혁이한테 먼저 전화를 걸었는지 유진도 알지 못했다. 혁은 지금 S 시에 있는데.그리고 혁이 이 상황에서 뭘 해줄 수 있겠는가. 전화해도 한지영에게 걸었어야 했다. 그게 아니라면 차라리 경찰에 신고했어야 했다.유진은 자신도 모르게 점점 혁에게 의지하고 있었다.유진은 시선이 점점 흐려지는 게 느껴졌고 낯선 남자는 바보처럼 웃으며 유진을 덮쳤다. 유진은 아등바등했지만 피할 수 없었다.문밖에서 박씨 가문과 노씨 가문은 화기애애하게 돈 계산이나 하고 있었다.유진의 큰 삼촌이 입을 열었다.“박 씨, 사람을 데리고 왔으니 5천만은 확실히 줘야 할걸세.”“그래그래, 알겠네. 조금 있다가 거사가 끝나면 바로 사람 시켜 송금시키겠네.”박씨 가문 사람들도 바보 아들을 결혼시키고 손자를 보기 위해 이판사판 직진이었다.박 씨의 아내는 조금 불안한 듯 말했다.“저 여자애가 도망이라도 가면 어떻게 해요?”“일단 사진이라도 여러 장 찍어서 도망 못 가게 발 좀 잡아 두고 1년은 가두어 두게나. 아이가 태어나면 도망갈 생각은 다시 못할 테니.”큰삼촌이 말했다. 그들은 유진에 대한 애틋한 마음은 하나도 없이 오직 돈 생각뿐이었다.“맞아요. 아이만 낳으면 도망갈 생각을 절대 못 할 걸요. 당신도 여자이니 잘 알 것 아닙니까.”둘째 삼촌도 말을 보탰다.박현규의 아내는 조금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걱정이 되는 건 사실이었다.“과연…… 될지 모르겠네요. 반항이라도 하면 우리 아들이…….”“반항할 힘이 어디 있겠어요!”둘째 삼촌이 빠르게 말했다.현규도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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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화
박현규 부부와 큰외삼촌, 둘째 외삼촌은 갑자기 당황했다. 그 방을 수색하려는 것을 본 현규가 황급히 고함치기 시작했다.“너희들이 무슨 근거로 여기에 들어오는 거야, 경찰…… 경찰이면 함부로 들어와도 되는 거야?”현규와 아내가 달려들려 했지만, 누군가 앞을 막았다.그리고 사람들은 곧 방의 문이 열리지 않는 것을 발견했다.그때 또 차 한 대가 현규 집 앞에 도착하더니 훤칠한 키를 자랑하는 누군가가 차에서 내려 마당에 들어섰다. 경찰 한 명이 그의 곁으로 다가가더니 조금 전 상황을 보고했다.“문이 잠겨있는 방이 있는데 사람이 안에 있을 것 같습니다.”그 경찰은 보고하면서 남자를 잠긴 방문 앞으로 안내했다.현규 부부와 큰삼촌, 둘째 삼촌은 지금 필사적으로 여러 가지 핑계를 대며 문을 열려 하지 않고 있었다.“문을 부숴.”강지혁은 문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곧 누군가가 도끼를 들고 와서 문을 내리쳤다.“들어가면 안 돼, 당신들 이거 무단 침입이야! 나 당신들을 고소할 거야!”그러나 현규 부부가 아무리 큰 소리로 외쳐도 소용이 없었다. 문이 열리는 순간 지혁은 방으로 뛰어들었다.다른 사람들이 따라 들어가려고 할 때 갑자기 고함이 안에서 들려왔다.“아무도 들어오지 마!”안으로 들이닥치던 사람들의 발걸음이 순간 멈추었다.지혁은 거의 눈이 벌겋게 된 채 눈 앞에 펼쳐진 장면을 주시하고 있었다. 임유진의 옷이 여기저기 찢어졌다. 유진은 모퉁이에 웅크리고, 자신을 향해 바보같이 웃는 남자에게 주먹질과 발길질을 당하고 있었다.그 연약한 몸은 새우 모양으로 움츠러들었는데, 손에는 깨진 거울 조각을 꽉 쥐고 있었다. 하지만 유진은 이미 반격도 할 힘이 조금도 남아 있지 않았다.유진이 할 수 있는 일은 자신이 기절하지 않도록 하는 것뿐이고, 정신을 차리기 위해 고통으로 자신을 자극하려 했다.검붉은 피가 끊임없이 유진의 손에서 흘러나와 옅은 색의 침대 시트 위에 떨어져, 마치 한 송이 한 송이 활짝 핀 양귀비꽃 같았다.그리고 유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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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화
강지혁은 갑자기 마음이 아팠다. 분명, 오늘 아침 떠날 때만 해도 멀쩡했는데 지금은…… 이런 꼴로 지혁의 앞에 나타났다. 만약 오늘 임유진과 함께 왔다면, 유진은 이런 일을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지혁이 유진에게 다가가려고 할 때, 유진의 몸은 더 심하게 떨리고 있었고 깨진 거울 조각을 든 손에 힘을 더 꽉 줬다. 순간 유진의 손에서 피가 더욱 심하게 흘러나왔다.“누나, 나야. 빨리 손 풀어. 이제 안전해. 아무도 누나한테 그런 짓 못 해.”지혁이 황급히 말했다.지혁은 한 번도 피를 두려워한 적이 없었다. 설사 누군가 지혁의 앞에서 피투성이로 나타난다고 해도 지혁은 아무렇지 않았다.하지만 지금, 지혁은 유진의 피를 두려워하고 있다. 유진이 더 심하게 다칠까 봐, 유진의 피가 더 많이 흘러 버릴까 봐 두려웠다.이런 두려움에 지혁은 몸이 떨려왔다.유진은 점점 정신이 몽롱해졌고 더움을 빼면 아픔이 유일한 감각이었다.더 아파야 한다. 더 아파야 유진은 자신을 보호하고 기절해 버리지 않을 수 있다.‘잠들면 안 돼, 절대 안 돼!’고립무원이었다. 감옥에서 나오면 유진은 자신의 인생을 컨트롤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감옥에서처럼 일이 발생하면 아무도 유진을 도울 수 없다! 오직 자신만이 이 아픔을 짊어지고 가야 했다…….“누나…… 누나…….”누군가의 목소리가 유진의 귓가에 들려왔다.‘누구지? 누가 부르고 있는 거지?’유진은 누가 유진을 부르고 있는지 똑똑히 보려고 열심히 눈을 크게 떴다.“누나, 겁내지 마, 내가 데리고 갈게!”상대방이 말했다.초점을 잃어가던 두 눈이 마침내 조금씩 맑아졌고, 유진의 칠흑 같은 눈동자가 마침내 지혁의 모습을 비추었다.“혁…… 혁…… 혁아…….”유진은 어렵게 지혁의 이름을 불렀고, 쉰 목소리는 모래를 씹은 것처럼 힘겨웠다.“나야, 내가 왔어. 아무도 누나를 다치게 할 수 없어!" 지혁이 말했다. 잘생긴 얼굴에는 진지함과 아까움, 그리고 다짐도 있었다.유진은 물끄러미 지혁을 바라보았다. 지금의 혁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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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화
강지혁이 여자를 안고 있는 조심스러운 모습을 본 그들은 이 여자가 지혁에게 중요한 존재라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리고 지혁의 진정한 신분을 아는 일부 사람들은 이 광경을 보고 속으로 의아해했다.S 시에서 한 손으로 하늘을 가리는 대단한 사람이 뜻밖에도 한 여자를 위해 새벽에 이런 곳에 나타났을 뿐만 아니라 이렇게 많은 사람을 동원했다.이 여자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여자가 S 시의 절반을 휘저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이 일이 도대체 누구와 관련돼 있는지 하나도 빠뜨리지 말고 알아내.”지혁이 말했다.“알겠습니다.”지혁의 옆에 있던 부하가 대답했다.그리고 지금, 박현규 부부는 아프다고 소리치고 있는 아들과, 마당에 가득 찬 경찰을 보고, 울고 싶어도 눈물이 나오지 않을 정도였다.부부는 임유진의 큰 외삼촌과 둘째 외삼촌을 노려보았다.“당신들 나에게 도대체 무슨 여자를 준 거야!”큰외삼촌과 둘째 외삼촌도 지금은 얼굴이 창백한 채 서로를 쳐다보고 있다. 그들의 조카딸은 출소한 지 반년도 안 되어 의지할 데가 없는 여자였다고 생각했으니 말이다.그렇지 않으면, 그들도 유진을 해칠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그런데 지금…… 조카 뒤에 분명 대단한 사람이 있다! 그럼 전에…… 그들은 섣달그믐날 저녁 식사 때 했던 말들이 떠올랐고, 조카딸에게 약을 먹인 일을 생각하고 갑자기 식은땀을 뻘뻘 흘렸다.유진이가 어떻게 이렇게 대단한 사람을 알게 된 걸까? 미리 말해줬다면 그들이 이런 일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유진의 상황이 점점 이상해 보였다.지혁은 품속에 있는 유진을 보면서 안색이 더욱 어두워졌다.‘빌어먹을!’만약 지혁이 조금만 더 늦게 왔다면, 혹은 오늘 유진이가 지혁에게 그 전화를 하지 않았다면, 유진이는 지금쯤 더 비참한 꼴을 당했을 것이다.“대표님, 물어봤더니 현지 작은 술집에서 몰래 판매하는 알약이랍니다. 이미 사람을 시켜 약의 성분을 알아내라고 했습니다.”고이준은 지혁을 향해 최신 소식을 보고하고 있다.“누가 유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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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화
“아직 15분 정도 남았어요.”고이준이 말했다.“임유진 씨 지금 상황으로 보면 일반적인 작은 병원에서는 안 돼요. 시내에 있는 큰 병원에 가야 할 것 같아요.”차가 병원에 도착했을 때, 이준 쪽도 마침내 약 안에 도대체 어떤 성분이 있는지 알게 되었다.의사는 가는 길에 유능한 의사들에게 미리 연락했다.오늘 한자리에 모인 의사들을 사람들이 보면 아마 깜짝 놀랄 것이다. 이 의사들을 한곳에 모일 수 있게 하는 것은 몹시 어려운 일인데 아주 큰 사건이 생겼을 때만 가능했다. 그렇지 않으면 아주 잠깐이라도 모이기 어려웠다.그런데 지금 이 의사들은 약물 조제서를 훑으며…… 싸구려 옷을 입은 여자를 위해 긴급 회진을 하고 있다.“별문제는 없어요. 진정제를 맞은 다음 땀을 많이 흘리게 하고 수분을 빌려 체내의 약성을 배출하면 될 거예요. 이 약은 장기간 대량으로 복용하지 않는 한 몸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아요.”약물학 쪽으로 이름이 있는 의사 중 한 명이 말했다.“다른 약을 지어 앞으로 3일간 복용하여 대사를 가속할 수 있어요”“그럼 빨리 진정제를 놔줘요.”강지혁이 말했다.진정제 한 대가 곧 유진의 몸에 들어가자 갑자기 유진은 잠든 것처럼 조용해졌다.이 상황을 보고 있던 지혁은 마침내 한숨을 돌렸다.“하지만 이 약은 임상 데이터가 없으므로 진정제의 양이 충분한지 모르겠어요. 잠시 후에 환자분이 다시 조금 전의 증상이 계속 나타난다면 진정제를 하나 더 보충해야 할 거예요.”의사가 말했다.의사가 병실을 떠난 후 지혁은 이준에게 분부했다.“밖에서 기다려.”“그럼 대표님은요?”“난 여기서 지키고 있을 거야.”지혁이 말했다.이준은 혼수상태에 빠진 유진을 힐끗 보고는 지혁에게 물었다.“그냥 제가 지켜줄까? 오늘 이렇게 갑자기 떠나셔서 어르신께서…….”“할아버지 쪽에선 아마 사람을 찾아서 조사할 거니 숨길 필요도 없어. 어차피 조만간 유진이의 존재를 알게 될 거야.”지혁이 말했다.“넌 나가 있어, 내가 옆에 있을 거야.”그 말을 들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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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화
“혁아…….”중얼거리는 소리가 임유진의 입에서 흘러나와, 마치 천근만근이나 되는 듯 강지혁의 가슴을 힘껏 내리치는 것 같았다.유진은 턱을 들고 깨끗한 얼굴에 미소를 짓더니 갑자기 지혁에게 키스했다.지혁은 눈앞에 있는 유진을 멍하니 바라보았다.분명, 지혁은 이 키스를 피할 수 있었는데, 그러나…… 그러기 싫었다.지혁을 이렇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유진밖에 없을 것이다.유진이 조금 쉰 목소리로 지혁의 이름을 부를 때에야 지혁은 갑자기 정신을 차렸다. 방금, 지혁은 하마터면 잘못할 뻔했다.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난 지혁은 간호사 벨을 눌렀다.얼마 지나지 않아 의사와 간호사가 모두 달려와 또 유진에게 진정제를 주사했고, 유진은 그제야 겨우 조용해졌다.다른 사람들은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지만, 고이준은 오랫동안 지혁을 따라 일했기 때문에 자신의 보스가 지금 좀 이상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혹시…… 이준은 침대에 누워 있는 유진을 바라보며 마음속에 갑자기 한 줄기 빛이 스쳤다.대표님 같은 남자가 유진을 위해 이 정도까지 할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대표님은 아마 유진을 뼛속까지 사랑하고 있을지 모른다!이준은 병실을 떠날 때 마음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섣달그믐날 저녁, 소씨 가문과 진씨 가문 두 집은 함께 식사했다. 진세령은 밥을 먹은 후 소민준과 함께 소 씨네 정원에 왔다.“너와 강지혁 사이에 무슨 일이 있어?”세령이 갑자기 물었다.민준은 갑자기 흠칫하더니 얼굴이 창백해진 채 세령을 바라보았다.“무슨 소리야, 나와 강지혁 사이에 뭐가 있겠어?”“아무 일 없다고? 그런데 그날 우리의 약혼식에서 강지혁과 이야기를 나눈 후 네 안색이 왜 그렇게 안 좋았을까? 그리고 민영이가 다친 것도 그렇고, 전에 소씨 가문의 은행 대출 심사가 통과되지 않았다가 또 갑자기 통과된 것도 그래. 이런 일들은 모두 뭔가 있는 거지?”세령이 던진 일련의 질문들은 하나같이 민준의 안색을 더욱 창백하게 만들었다.“됐어, 이 일들은 아무런 연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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