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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1화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군!손씨 그룹, 대표 이사 사무실.손가을은 오전 내내 바쁘게 일하다 점심이 되어서야 겨우 기지개를 폈다. 그러다 문득 앞에서 졸고 있는 염구준을 발견하고 가볍게 밀쳤다.“축하해. 곧 아빠가 되겠네. 이름은 정했어?”“물론 정했지. 염민이라고 하려고. 아들이든 딸이든 다 어울리고, 부르기도 편하니까, 딱 좋지 않아?”그 말을 듣고 손가을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첫째, 그녀는 절대로 염구준이 자신을 배신할 리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둘째, 앨리스가 취해 호텔로 옮겨진 날, 그녀도 그 자리에 있었다. 심지어 옷도 그녀가 직접 갈아 입힌 것이었다. 앨리스와 염구준이 단 둘이 있을 시간 따위 없었다. 즉, 이 소문은 누군가가 악의적으로 퍼트린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었다. 어쩌면 앨리스 자신일 수도 있었다.“앨리스 씨, 참 대단한 것 같아.”손가을이 염구준의 팔짱을 끼면서 말했다.“당신을 얻기 위해 자기 명예조차 희생시키다니, 남다른 사랑인 것 같아. 이런 방법으로 당신을 궁지로 몰아넣을 줄이야.”“그건 아닌 것 같아.”염구준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앨리스는 자존심이 강해서 절대로 개인적인 감정에 얽매이지 않아. 이렇게 하는 건 분명 다른 목적이 있을 거야.”“사랑이 아니라고?”그 말을 들은 손가을은 눈이 번쩍 띄었다.“그렇다면 당신과 오샤나지 그룹 사이에 갈등을 만들어서 이득을 취하려는 거구나!”일반인들의 눈엔 재벌이 마냥 화려해 보이겠지만, 그 속에는 항상 치열한 투쟁이 오고갔다. 오샤나지 그룹처럼, 가진 것이 많은 재벌 집일수록 더 했다. 손가을은 이런 상황에 익숙했다. “하지만 과연 누구에게 득이 될지는, 지켜봐야지.”염구준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뭘 하려고?”손가을이 물었다. “어디 한 번 내 아이 보려가려고.”염구준이 말했다. 손가을은 잠시 놀랐지만, 곧 그 말의 뜻을 이해하곤 웃음을 터트렸다.“역으로 이용하려고?”해외에서 일어난 일들을 떠올리며, 손가을은 점점 눈을 빛냈다.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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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2화

오샤나지 그룹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해외 영향력을 이용해 손씨 그룹을 끊임없이 압박했다. 그 때문에 수많은 협력 파트너들도 피해를 입었으며, 오샤나지 그룹에 넘어갔다. 단 3일만에 10개 이상 되는 회사들이 파산했고, 수십명의 용하국 상인들이 거의 강제로 손씨 그룹과 손절을 했다. 그들은 앨리스를 찾아 살길을 열어달라 부탁하고 싶었지만, 그녀가 가택에 연금되어 있다시피 갇혀 있는 탓에 만날 수 없었다. 심지어 앨리스가 임신한 아이의 아버지가 염구준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었다!“염구준, 참 대단한 인물이군요! 앨리스 씨까지 꼬시다니!”“앨리스 미모야 워낙 유명하잖아요. 그도 혹할 수밖에 없었겠죠. 나 같은 늙은 노인도 눈길이 가는데, 하물며 한참 혈기왕성 할 염구준이라면….”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행동으로 옮길 줄이야! 그 고상한 엘 가문에 대놓고 먹칠이라니… 참, 대단한 배짱이네요.”봉황국엔 이미 이 소문으로 파다했다. 거의 모든 사람이 손씨 그룹의 파멸과 염구준의 죽음을 예고했다. 하지만 아쉬워하는 사람도 많았다. 이 추문만 아니었다면, 손씨 그룹은 이 업계의 전설이 되었을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손씨 그룹이 봉황국에서 자리잡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난과 역경이 있었는지, 모두 알고 있었다. 이래서 주인을 잘 만나야 한다고, 세우는 건 한 세월,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라고 모두들 생각했다. 게다가 이 소문은 손씨 그룹 내부에도 막강한 영향을 미쳤다. 많은 직원들이 불똥이 튈 걸 염려해 줄줄이 사표를 쓴 것이다. 남은 직원들은 모두 불안에 덜덜 떨고 있었다. 물론 임명성, 이 한 사람은 예외였다!그는 손씨 그룹 해외 지사 책임자였지만, 전혀 이 위기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주지 않았다. 오히려 느긋하니 사무실에서 일상을 즐기고 있었다. 마치 오샤나지 그룹의 압박을 전혀 못 느끼고 있는 사람처럼 말이다!“임 이사님, 지금 저희 상황 심각합니다. 빨리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데, 이러고 계시면 어떡해요!”비서, 소유가 최신 재무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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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3화

모든 준비가 끝났다. 이제 염구준만 나타나면 끝이었다.완벽한 덫이었고, 이제 사냥감이 들어오기만 한다면 완벽히 물어뜯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염구준….”반디엘이 눈빛을 번뜩이며 낮게 중얼거렸다. 그러다 문득 생각났는지, 고개를 들고 물었다.“그런데 폴은? 요즘 폴은 뭐하고 있어?”‘폴 도련님?’ 경호원이 살짝 놀란 표정을 짓더니, 이내 고개를 숙이며 나지막이 대답했다.“폴 도련님은 황혼대로 쪽에서 움직이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쪽에 사람을 좀 보냈다고 하더라고요.”그 말에 반디엘의 눈동자가 급격히 수축했다.황혼대로로 사람을 보냈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는 단번에 눈치챘다. 오부라은을 제거하게 되면 황혼대로 8개 구역을 모두 장악하게 되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앨리스가 지금 추문에 휩싸인 상태에, 폴이 이 작전을 성공한다면 가문에 크게 인정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되면 차기 가주 자리는 폴이 유력해진다.폴… 참으로 고단수가 아닐 수가 없었다!“가주님!”경호원도 상황을 눈치챘는지, 약간 격양된 목소리로 반디엘을 불렀다.“만약 폴 도련님이 성공한다면, 앨리스 아가씨는….”“우리, 계획을 바꿔야 할 것 같아.”경호원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반디엘이 천천히 한숨을 내쉬며 심각하게 말했다.“우리 쪽 사람들에게 알려. 폴이 어떻게 행동하든, 우리는 염구준을 보호한다. 절대로 털끝 하나 다치게 해서는 안 돼! 폴이 황혼대로를 얻으려 한다면, 우리는 앨리스에게 남편을 만들어주면 그만이야. 내 손자는 아버지를 갖게 되고, 앨리스도 의지할 곳이 생겨. 그러면 더 이상 추문이니, 뭐니, 그런 말도 싹 들어가게 될 거야! 앨리스는 미혼모가 아닐테니까! 절대로 쉽사리 폴에게 가주의 자리를 내주어서는 안 돼!”이런 반디엘의 계획을 알 리 없는 폴은, 람보르기니를 타고 황혼대로 으쓱한 골목으로 들어섰다.“폴 도련님!”흉악하게 생긴 건장한 남자 여섯 명이 그가 도착한 모습을 보고 허리를 굽혔다.“모두 도착했습니다. 도련님께서 명령만 하신다면,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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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4화

염구준 소문은 그들도 들은 바가 있었다. 아무도 그의 정확한 실력을 알지 못했다. 그만큼 사람들은 그를 두려웠다. 하지만 엘 가문의 고수들도 온다면 얘기가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독수리!”폴이 자랑스러운 얼굴로 손을 번쩍 들어올리며 외쳤다.“나와!”그러자 약 스무 명 정도 되는 인물들이 골목에서 그림자처럼 튀어나왔다. 모두 검은 옷에 검은 복면을 쓰고 있어, 거의 어둠과 일체가 된 듯했다. 그들은 그저 서 있었을 뿐인데, 온 몸에서 끈적끈적한 살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여섯 남자는 그 엄청난 압박감에 심장이 두근거릴 지경이었다. 엘 가문의 어둠의 경호원, 전설 속에나 존재할 것 같은 죽음을 내뿜는 전사들!“오늘 밤 목표, 다들 잘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폴이 양손을 깍지 낀 채, 죽음의 전사들을 한 명, 한 명 쳐다보며 향해 차갑게 말했다.“오부라은이든, 그의 부하들이든, 모두 남긴 없이 죽여버려!”죽음의 전사자들의 리더, 해골같이 마른 남자, 독수리가 앞장서 폴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런 다음, 뒤에 있던 여섯 남자들을 바라보며 갈라진 목소리로 명령했다. “행동 개시!”그렇게 약 30분쯤 지났을까, 황혼대로 끝자락, 불빛이 반짝이는 교회 앞, 오부라은이 피투성이가 된 채 쓰러져 있었다. 그리고 그 주변엔 온통 동료들과 부하들의 시체들이 쌓여 있었다.심각한 피해였다. 짧은 시간 안에, 여섯 남자와 그의 부하들 약 200명 정도, 거기에 더해 엘 가문의 죽음의 전사들까지 모두 합세하여 기습한 결과였다. 준비된 자와 그렇지 못한 자의 결과였다. 오부라은과 그의 부하들은 최선을 다했지만, 갑작스러운 합동 공격에 결국 버티지 못하고 무너졌다. “독수리, 자만하지 마라. 반드시 그분이 우리를 대신해 복수할 것이다!”오부라은이 교회 정문에 주저앉은 채, 칼을 들고 독수리를 향해 말했다. 그는 중상을 입었지만, 기세만큼은 여전히 꺾이지 않았다. “능력이 있다면 어디 날 한 번 죽여 봐라. 반드시 삼일 이내에 내 복수를 할 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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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5화

오부라은을 향해 조롱이 섞인 차가운 미소를 지어 보이는 독수리. 서서히 앞으로 걸어가더니, 순식간에 주먹을 날려 그의 얼굴을 박살 냈다. 피와 침, 온갖 오물이 허공에 튀며 처참한 상황을 말해주었다. 독수리가 바닥에 침을 뱉으며 쓰러져 있는 오부라은을 바라보며 말했다.“오부라은 데리고 손씨 그룹으로 간다! 염구준이 세운 왕국이 어떻게 처참하게 우리 엘 가문에 망하는지 두 눈 똑똑히 보게 될 거야!”그날 밤, 봉황국, 손씨 그룹 해외 지부.어두운 조명. 오샤나지 그룹의 압박으로 손씨 그룹 해외 지부는 지금 위기에 놓여 있었다. 거의 모든 항목 거래량이 없어진 상태였다. 게다가 두려움에 줄줄이 퇴사하는 직원들까지, 이제 직원은 30명 남짓 밖에 되지 않았다.그러니 당연히 늦은 시간까지 일하는 사람은 없었으며, 건물 안엔 임명성을 포함해 경호원 약 10명 남짓이 전부였다. 쾅! 갑작스러운 굉음이 고요했던 건물 내부를 뒤흔들었다. 독수리!약 스무 명 정도 되는 죽음의 병사들, 그리고 그 리더 독수리, 거기에 200여명 정도 되는 기타 조직원들이 건물에 난입했다.“여기가 손씨 그룹 해외 지부? 보잘것없군!” 독수리가 건물 내부를 훑어보며 콧방귀를 뀌었다. “흩어져 남은 직원들을 찾는다! 그리고 하나도 남긴 없이 죽여라!”그렇게 우르르 무리가 엘리베이터로 향하던 찰나….“간덩이가 부었구나!”로비 안 쪽 엘리베이터에서 서서히 문이 열리더니, 중년 남자가 경호원 둘, 직원 여섯과 함께 나타났다.“그 누구든 손씨 그룹을 건드리는 자,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하? 독수리가 눈썹을 치켜 뜨며 중년 남자를 훑어보았다. 그리고 떠오른 조소. 그는 이미 조사를 통해 남자의 정보를 가지고 있었다. 고수는 아니지만, 현 손씨 그룹 해외 지부의 총책임자, 임명성!“죽음이 두렵지 않나봐?”독수리가 손에 든 합금 도끼를 들어올리더니, 혓바닥으로 피가 묻은 칼날을 핥으며 음산하게 말했다. “피 맛은 언제나 짜릿하지… 임명성, 목을 쳐줄까? 아니면, 찢어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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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6화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죽일 테면, 나부터 죽여!”임명성 뒤에 있던 직원 한 명이 갑자기 앞으로 나오더니 외쳤다. 그는 청해 본사에서 파견 나온, 손씨 그룹 초창기 직원 중 한 명이었다. “손씨 그룹엔 겁쟁이가 없다. 우리가 곧 손씨 그룹이고, 손씨 그룹이 곧 우리다! 죽일테면 우리부터 죽여라!”“그래, 나부터 죽여라!”“나도!”“우리도!”“우린 너 같은 거에 절대로 겁먹지 않는다! 우린 자랑스러운 손씨 그룹의 일원이니까! 어디 베어봐라!”직원들 한 명, 한 명, 모두가 당당히 가슴을 핀 채 임명성을 둘러쌌다. 한 마음, 한 뜻, 절대로 물러나지 않겠다는 굳건한 기세가 느껴졌다.“그래, 내가 못할 것 같아? 이따가 살려달라고 빌지나 마! 으하하하!”이 광경을 본 독수리가 크게 웃음을 터트리더니, 손에 들고 있던 도끼를 내리며 살벌한 눈빛으로 말했다.“이놈들을 모두 생포해서 가문에 있는 지하 감옥으로 데려가라! 생지옥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느끼게 해주마!”그의 말이 떨어지는 즉시, 스무 명 남짓의 죽음의 전사들이 앞으로 걸어 나왔다. 모두 손에 밧줄이나 자루가 들려져 있었다. “너희들이 우릴 데려갈 수 있을 것 같아? 어림없어!”임명성이 천천히 고개를 저으며 자신을 둘려 싸고 있던 직원들을 살짝 옆으로 밀어냈다. 그런 다음 고개를 돌려 그들을 향해 말했다.“회사 규정 잘 알고 있겠지? 근무지 이탈은 안 돼. 모두 자기 자리로 돌아서 하던 일마저 해!”‘일을 계속 하라니,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이지?’ 직원들은 임명성의 명령을 이해하지 못했다. 적들이 쳐들어온 마당에 어떻게 다시 자리로 돌아갈 수 있단 말인가?더군다나 상대는 죽일 마음으로 쳐들어왔다. 이건 적을 앞에 두고 등을 보이라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런데 문득, 직원들의 얼굴빛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지금 상황에서 임명성이 이 태도를 보일 수 있는 이유는 하나뿐이었다. “임 이사님, 설마….”한 직원이 임명성을 향해 의미심장한 눈빛을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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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7화

염구준!그의 말 한마디에 황혼대로는 잠잠해졌고 심지어 그 화련상조회조차 맥을 쓰지 못하고 바스러졌다. 이런 명성을 가진 그에게 누가 감히 함부로 도전하겠는가?하지만 분명 손가을과 함께 청해시로 돌아갔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이 빠른 시간에 다시 돌아왔지?“네… 네가 염구준?”독수리가 애써 떨리는 몸을 진정시키며 가슴을 펴고 염구준에게 물었다.“봉황국을 떠났으면 돌아오지 말 것이지, 자기 발로 죽을 길로 돌아오다니, 겁도 없구나! 엘 가문이 얼마나 대단한지, 네가 아직 그 위력을 직접 체험해보지 못해서 모르나 본데, 우리를 적으로 돌리면 봉황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어디에도 발을 붙이지 못할 것이다!”그 말을 끝으로 독수리가 부하들을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 “두려워하지 마라! 아무리 강해도 결국 혼자다! 모두 같이 공격한다! 움직여라!”누군가는 밧줄, 누군가는 허리에 든 단도를, 엘 가문 죽음의 전사들이 일제히 염구준을 향해 달려갔다. 하지만 염구준은 전혀 동요함이 없이, 마치 하찮은 개미 떼를 보듯 그들을 조용히 쳐다보았다. 그들은 결코 염구준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과거 고려국에서 단 한 번의 일격으로 다섯 반보천인을 베어냈으며 영동국에서 송본 가문을 멸문한 이력도 있었다. 그는 이제 반보천인의 끝자락, 천인의 경지 문턱에 다다라 있었다. 지금 그의 실력으로는 이들과 같은 무인들은 아무런 의미가 있었다. 하찮고 의미 없는 저항이었다. “염 부장님!”적들이 몰려가는 것을 본 직원들이 두려운 눈빛으로 그를 불렀다. 하지만 곧 그의 표정이 평온한 것을 보고 안심했다. 두려울 것이 없었다. 염구준이 있는 이상, 상대가 아무리 수가 많고 실력이 강하도 두렵지 않았다. 독수리든, 엘 가문이든, 오샤나지 그룹이든, 염구준이 있는 곳이 곧 가장 안전한 곳이었다. “3초.”염구준이 미동도 없이 독수리와 그의 부하들을 바라보며 손가락 세 개를 펼쳐 보였다. “3초 내에 내 눈앞에서 사라져라, 그렇지 않으면…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허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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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8화

직접 눈으로 보고도 쉽사리 믿을 수 없는 광경. 세상에 이토록 무서운 강자가 존재할 줄이야!그 순간 이들은 모두 전의를 상실해 버렸다. 다리가 떨려 도무지 도망칠 생각조차 나지 않았다.“이제 네 차례다.”염구준이 독수리를 냉랭하게 쳐다보며 말했다.“난 분명히 너한테 기회를 줬어. 하지만 걷어찬 건 너야. 그리고 엘 가문 출신이라고? 차라리 잘 됐네. 날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오늘 제대로 보여줄게. 넌 오늘 내 손에 죽는다!”“안 돼! 이렇게 죽을 수는 없어!”염구준이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하자 독수리는 간담이 서늘해졌다. 그는 마지막 구명줄을 찾는 듯, 어깨를 덮고 있는 옷을 찢어발기며 안에 새겨진 문신을 드러냈다.“이거 봐! 난 엘 가문이 아니라, 흑림 용변단의 출신이다!”흑림 용병단, 이는 세게 1위 용병단으로, 세계 곳곳에 세력이 퍼져 있었다. 그리고 독수리 또한 그 일원 중 한 명이었다. 이 놀라운 뒷배와 중급 무성 경지까지 더해지자, 그는 웬만한 곳에서도 권력자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흑림 용변단? 그래서?”그러나 염구준은 전혀 개의치 않고 발로 그에게 일격을 날렸다. 강력한 돌풍이 일어나며, 독수리의 머리는 마치 으깨진 수박처럼 산산조각나 사방으로 튀었다.“그리고 거기 당신들!”염구준이 한발 앞으로 걸어나오며 차갑게 여섯 두목들을 응시했다.반란을 일으킨 자들!처음 황혼대로 세력들을 굴복시켰을 때, 이들 또한 오부라은에게 충성을 명세했던 자들이었다. 하지만 엘 가문이 반기를 들자 결국 본색을 드러냈다.“염, 염 선생님, 제발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여섯 두목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고 머리를 바닥에 박으며 애원했다.“염 선생님, 저희도 강요받은 겁니다. 폴 도련님이….”하지만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염구준이 손을 가볍게 휘저었다. 그러자 즉시 여섯 두목들이 경련하기 시작하며 눈을 까뒤집고 죽음을 맞이했다. 겉으론 상처가 보이지 않았지만, 염구준이 기를 이용해 이들의 몸 내부에 압력을 가하면서 죽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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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9화

이 밤은 봉황국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다.황혼대로, 시체가 강을 이루었다. 하룻밤 만에 한때 봉황국 금지 구역이었던 황혼대로를 주름잡고 있던 강자들이 오부라은을 제외하고 모두 비명횡사했다. 그 소식이 전해지자, 봉황국 전체가 큰 충격이 휩싸이며 각종 루머들이 퍼지기 시작했다. 너무나도 비상식적인 상황에 모두가 상황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단 한 곳만은 제외였다. 엘 가문! 그들은 이 사태의 중심에 누가 있는지 알고 있었다.“폴!”엘 가문 본가, 반디엘이 분노에 가득 찬 얼굴로 폴을 불렀다.“저번에 뭐라고 했지? 사흘 안에 손씨 그룹을 손에 넣겠다고?”“그게….”폴은 도무지 변명거리가 생각나지 않았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 흑림 용변단 독수리까지 영입을 하고, 가문의 강자들도 붙여줬는데… 염구준을 제거하기는커녕 모두 전멸당하다니, 어떻게 이런 일이?그래도 폴은 희망을 놓지 않았다.“가주님, 염구준이라는 작자,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폴이 눈을 가늘게 뜨며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여기는 봉황국, 엘 가문의 땅입니다. 그가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엘 가문까지 와서 난동을 부리지는 않을 겁니다.”그제야 반디엘의 표정이 조금 누그러졌다. 폴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엘 가문은 봉황국에 깊은 뿌리를 가지고 있었다. 아무리 황혼대로 쪽 사람들이 몰살당했다고 해도, 엘 가문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아무리 염구준이라도 철옹성 같은 엘 가문을 쳐들어올 수는 없을 터!“가주님!”이때, 갑작스레 밖에서 다급한 외침이 들렸다. 집사의 목소리였다. 흰머리가 듬성듬성 난 중년이 숨을 헐떡이며 거실로 뛰어들어왔다.“가, 가주님! 큰 일 났습니다. 염, 염구준이 쳐들어왔습니다!”뭐라고? 반디엘의 얼굴이 급속도로 창백해졌다. “염구준… 몇 명 데리고 왔어? 같이 온 자들이 누군지 말해!”반디엘은 부디 강자들이 많지 않길 바랐다. 지금 당장 동원할 수 있는 인력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집사가 식은땀을 닦으며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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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0화

그런 이들이었지만, 염구준과 제대로 붙어보지도 못한 채 일격에 쓰러졌다. “한심한 놈들!”폴이 냉소를 띄며 천천히 염구준이 있는 정원으로 걸어나왔다. 그리고는 바닥에 쓰러져 있는 경호원들을 바라보며 경멸 어린 표정을 지었다.“당신이 바로 내 사촌 동생이 임신한 아이의 아빠, 염구준?”그 말을 들은 염구준은 순간 멍한 얼굴이 되었다. 그제야 자신을 봉황국으로 불러들이기 위해 앨리스가 자신의 아이를 임신했다고 거짓 소문을 퍼뜨린 것이 생각났다. 그렇다면 이 남자가 바로 앨리스의 사촌 오빠, 앨리스처럼 엘 가문 가주 자리를 경쟁하고 있는 폴일 것이다.엘 폴!“여기까지 혼자서 오다니, 실력이 좀 있긴 한 모양이네. 하지만….”폴이 염구준을 냉랭하게 응시하며 비웃음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우리 엘 가문은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리 만만한 곳이 아니야. 들어오는 것은 쉬웠을 지 몰라도, 오늘 살아서 나갈 생각하지 마!”폴이 말을 마치는 동시에 손가락을 튕기며 나지막이 말했다. “오광노! 모습을 드러내라!”그 순간, 다섯 인물이 소리소문 없이 폴 뒤에 나타났다. 오광노!엘 가문 내에서도 이들의 존재는 거의 극비라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이들의 실력은 전에 보냈던 죽음의 전사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이들이 힘을 합친다면, 다른 가문의 무성급 강자들이 온다고 해도 전혀 밀릴 것이 없었다!폴이 태어난 해, 그의 아버지 엘 심프슨은 뛰어난 재능을 가진 고아 200명을 선발해 가문 지하 감옥에서 서로 죽고 죽이는 싸움을 하게 했다. 그 피 비린내가 나는 잔인한 현장에서 살아남은 자들이 바로 이 다섯 명이었다. 이들은 인간의 감정 따위 모두 잊은 채, 오직 살인을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훈련을 받았다. 이 다섯은 죽음도 고통도 두려워하지 않는, 폴의 가장 강력한 비장 카드였다!“하하!”오광노가 나타나자, 폴이 자신만만한 얼굴로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염구준, 넌 꿈에도 몰랐겠지. 내가 이토록 강력한 비장의 카드를 가지고 있을 줄은! 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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