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구준 소문은 그들도 들은 바가 있었다. 아무도 그의 정확한 실력을 알지 못했다. 그만큼 사람들은 그를 두려웠다. 하지만 엘 가문의 고수들도 온다면 얘기가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독수리!”폴이 자랑스러운 얼굴로 손을 번쩍 들어올리며 외쳤다.“나와!”그러자 약 스무 명 정도 되는 인물들이 골목에서 그림자처럼 튀어나왔다. 모두 검은 옷에 검은 복면을 쓰고 있어, 거의 어둠과 일체가 된 듯했다. 그들은 그저 서 있었을 뿐인데, 온 몸에서 끈적끈적한 살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여섯 남자는 그 엄청난 압박감에 심장이 두근거릴 지경이었다. 엘 가문의 어둠의 경호원, 전설 속에나 존재할 것 같은 죽음을 내뿜는 전사들!“오늘 밤 목표, 다들 잘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폴이 양손을 깍지 낀 채, 죽음의 전사들을 한 명, 한 명 쳐다보며 향해 차갑게 말했다.“오부라은이든, 그의 부하들이든, 모두 남긴 없이 죽여버려!”죽음의 전사자들의 리더, 해골같이 마른 남자, 독수리가 앞장서 폴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런 다음, 뒤에 있던 여섯 남자들을 바라보며 갈라진 목소리로 명령했다. “행동 개시!”그렇게 약 30분쯤 지났을까, 황혼대로 끝자락, 불빛이 반짝이는 교회 앞, 오부라은이 피투성이가 된 채 쓰러져 있었다. 그리고 그 주변엔 온통 동료들과 부하들의 시체들이 쌓여 있었다.심각한 피해였다. 짧은 시간 안에, 여섯 남자와 그의 부하들 약 200명 정도, 거기에 더해 엘 가문의 죽음의 전사들까지 모두 합세하여 기습한 결과였다. 준비된 자와 그렇지 못한 자의 결과였다. 오부라은과 그의 부하들은 최선을 다했지만, 갑작스러운 합동 공격에 결국 버티지 못하고 무너졌다. “독수리, 자만하지 마라. 반드시 그분이 우리를 대신해 복수할 것이다!”오부라은이 교회 정문에 주저앉은 채, 칼을 들고 독수리를 향해 말했다. 그는 중상을 입었지만, 기세만큼은 여전히 꺾이지 않았다. “능력이 있다면 어디 날 한 번 죽여 봐라. 반드시 삼일 이내에 내 복수를 할 분이
오부라은을 향해 조롱이 섞인 차가운 미소를 지어 보이는 독수리. 서서히 앞으로 걸어가더니, 순식간에 주먹을 날려 그의 얼굴을 박살 냈다. 피와 침, 온갖 오물이 허공에 튀며 처참한 상황을 말해주었다. 독수리가 바닥에 침을 뱉으며 쓰러져 있는 오부라은을 바라보며 말했다.“오부라은 데리고 손씨 그룹으로 간다! 염구준이 세운 왕국이 어떻게 처참하게 우리 엘 가문에 망하는지 두 눈 똑똑히 보게 될 거야!”그날 밤, 봉황국, 손씨 그룹 해외 지부.어두운 조명. 오샤나지 그룹의 압박으로 손씨 그룹 해외 지부는 지금 위기에 놓여 있었다. 거의 모든 항목 거래량이 없어진 상태였다. 게다가 두려움에 줄줄이 퇴사하는 직원들까지, 이제 직원은 30명 남짓 밖에 되지 않았다.그러니 당연히 늦은 시간까지 일하는 사람은 없었으며, 건물 안엔 임명성을 포함해 경호원 약 10명 남짓이 전부였다. 쾅! 갑작스러운 굉음이 고요했던 건물 내부를 뒤흔들었다. 독수리!약 스무 명 정도 되는 죽음의 병사들, 그리고 그 리더 독수리, 거기에 200여명 정도 되는 기타 조직원들이 건물에 난입했다.“여기가 손씨 그룹 해외 지부? 보잘것없군!” 독수리가 건물 내부를 훑어보며 콧방귀를 뀌었다. “흩어져 남은 직원들을 찾는다! 그리고 하나도 남긴 없이 죽여라!”그렇게 우르르 무리가 엘리베이터로 향하던 찰나….“간덩이가 부었구나!”로비 안 쪽 엘리베이터에서 서서히 문이 열리더니, 중년 남자가 경호원 둘, 직원 여섯과 함께 나타났다.“그 누구든 손씨 그룹을 건드리는 자,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하? 독수리가 눈썹을 치켜 뜨며 중년 남자를 훑어보았다. 그리고 떠오른 조소. 그는 이미 조사를 통해 남자의 정보를 가지고 있었다. 고수는 아니지만, 현 손씨 그룹 해외 지부의 총책임자, 임명성!“죽음이 두렵지 않나봐?”독수리가 손에 든 합금 도끼를 들어올리더니, 혓바닥으로 피가 묻은 칼날을 핥으며 음산하게 말했다. “피 맛은 언제나 짜릿하지… 임명성, 목을 쳐줄까? 아니면, 찢어발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죽일 테면, 나부터 죽여!”임명성 뒤에 있던 직원 한 명이 갑자기 앞으로 나오더니 외쳤다. 그는 청해 본사에서 파견 나온, 손씨 그룹 초창기 직원 중 한 명이었다. “손씨 그룹엔 겁쟁이가 없다. 우리가 곧 손씨 그룹이고, 손씨 그룹이 곧 우리다! 죽일테면 우리부터 죽여라!”“그래, 나부터 죽여라!”“나도!”“우리도!”“우린 너 같은 거에 절대로 겁먹지 않는다! 우린 자랑스러운 손씨 그룹의 일원이니까! 어디 베어봐라!”직원들 한 명, 한 명, 모두가 당당히 가슴을 핀 채 임명성을 둘러쌌다. 한 마음, 한 뜻, 절대로 물러나지 않겠다는 굳건한 기세가 느껴졌다.“그래, 내가 못할 것 같아? 이따가 살려달라고 빌지나 마! 으하하하!”이 광경을 본 독수리가 크게 웃음을 터트리더니, 손에 들고 있던 도끼를 내리며 살벌한 눈빛으로 말했다.“이놈들을 모두 생포해서 가문에 있는 지하 감옥으로 데려가라! 생지옥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느끼게 해주마!”그의 말이 떨어지는 즉시, 스무 명 남짓의 죽음의 전사들이 앞으로 걸어 나왔다. 모두 손에 밧줄이나 자루가 들려져 있었다. “너희들이 우릴 데려갈 수 있을 것 같아? 어림없어!”임명성이 천천히 고개를 저으며 자신을 둘려 싸고 있던 직원들을 살짝 옆으로 밀어냈다. 그런 다음 고개를 돌려 그들을 향해 말했다.“회사 규정 잘 알고 있겠지? 근무지 이탈은 안 돼. 모두 자기 자리로 돌아서 하던 일마저 해!”‘일을 계속 하라니,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이지?’ 직원들은 임명성의 명령을 이해하지 못했다. 적들이 쳐들어온 마당에 어떻게 다시 자리로 돌아갈 수 있단 말인가?더군다나 상대는 죽일 마음으로 쳐들어왔다. 이건 적을 앞에 두고 등을 보이라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런데 문득, 직원들의 얼굴빛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지금 상황에서 임명성이 이 태도를 보일 수 있는 이유는 하나뿐이었다. “임 이사님, 설마….”한 직원이 임명성을 향해 의미심장한 눈빛을 보내며
염구준!그의 말 한마디에 황혼대로는 잠잠해졌고 심지어 그 화련상조회조차 맥을 쓰지 못하고 바스러졌다. 이런 명성을 가진 그에게 누가 감히 함부로 도전하겠는가?하지만 분명 손가을과 함께 청해시로 돌아갔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이 빠른 시간에 다시 돌아왔지?“네… 네가 염구준?”독수리가 애써 떨리는 몸을 진정시키며 가슴을 펴고 염구준에게 물었다.“봉황국을 떠났으면 돌아오지 말 것이지, 자기 발로 죽을 길로 돌아오다니, 겁도 없구나! 엘 가문이 얼마나 대단한지, 네가 아직 그 위력을 직접 체험해보지 못해서 모르나 본데, 우리를 적으로 돌리면 봉황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어디에도 발을 붙이지 못할 것이다!”그 말을 끝으로 독수리가 부하들을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 “두려워하지 마라! 아무리 강해도 결국 혼자다! 모두 같이 공격한다! 움직여라!”누군가는 밧줄, 누군가는 허리에 든 단도를, 엘 가문 죽음의 전사들이 일제히 염구준을 향해 달려갔다. 하지만 염구준은 전혀 동요함이 없이, 마치 하찮은 개미 떼를 보듯 그들을 조용히 쳐다보았다. 그들은 결코 염구준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과거 고려국에서 단 한 번의 일격으로 다섯 반보천인을 베어냈으며 영동국에서 송본 가문을 멸문한 이력도 있었다. 그는 이제 반보천인의 끝자락, 천인의 경지 문턱에 다다라 있었다. 지금 그의 실력으로는 이들과 같은 무인들은 아무런 의미가 있었다. 하찮고 의미 없는 저항이었다. “염 부장님!”적들이 몰려가는 것을 본 직원들이 두려운 눈빛으로 그를 불렀다. 하지만 곧 그의 표정이 평온한 것을 보고 안심했다. 두려울 것이 없었다. 염구준이 있는 이상, 상대가 아무리 수가 많고 실력이 강하도 두렵지 않았다. 독수리든, 엘 가문이든, 오샤나지 그룹이든, 염구준이 있는 곳이 곧 가장 안전한 곳이었다. “3초.”염구준이 미동도 없이 독수리와 그의 부하들을 바라보며 손가락 세 개를 펼쳐 보였다. “3초 내에 내 눈앞에서 사라져라, 그렇지 않으면…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허세
직접 눈으로 보고도 쉽사리 믿을 수 없는 광경. 세상에 이토록 무서운 강자가 존재할 줄이야!그 순간 이들은 모두 전의를 상실해 버렸다. 다리가 떨려 도무지 도망칠 생각조차 나지 않았다.“이제 네 차례다.”염구준이 독수리를 냉랭하게 쳐다보며 말했다.“난 분명히 너한테 기회를 줬어. 하지만 걷어찬 건 너야. 그리고 엘 가문 출신이라고? 차라리 잘 됐네. 날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오늘 제대로 보여줄게. 넌 오늘 내 손에 죽는다!”“안 돼! 이렇게 죽을 수는 없어!”염구준이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하자 독수리는 간담이 서늘해졌다. 그는 마지막 구명줄을 찾는 듯, 어깨를 덮고 있는 옷을 찢어발기며 안에 새겨진 문신을 드러냈다.“이거 봐! 난 엘 가문이 아니라, 흑림 용변단의 출신이다!”흑림 용병단, 이는 세게 1위 용병단으로, 세계 곳곳에 세력이 퍼져 있었다. 그리고 독수리 또한 그 일원 중 한 명이었다. 이 놀라운 뒷배와 중급 무성 경지까지 더해지자, 그는 웬만한 곳에서도 권력자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흑림 용변단? 그래서?”그러나 염구준은 전혀 개의치 않고 발로 그에게 일격을 날렸다. 강력한 돌풍이 일어나며, 독수리의 머리는 마치 으깨진 수박처럼 산산조각나 사방으로 튀었다.“그리고 거기 당신들!”염구준이 한발 앞으로 걸어나오며 차갑게 여섯 두목들을 응시했다.반란을 일으킨 자들!처음 황혼대로 세력들을 굴복시켰을 때, 이들 또한 오부라은에게 충성을 명세했던 자들이었다. 하지만 엘 가문이 반기를 들자 결국 본색을 드러냈다.“염, 염 선생님, 제발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여섯 두목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고 머리를 바닥에 박으며 애원했다.“염 선생님, 저희도 강요받은 겁니다. 폴 도련님이….”하지만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염구준이 손을 가볍게 휘저었다. 그러자 즉시 여섯 두목들이 경련하기 시작하며 눈을 까뒤집고 죽음을 맞이했다. 겉으론 상처가 보이지 않았지만, 염구준이 기를 이용해 이들의 몸 내부에 압력을 가하면서 죽인 것이었다
이 밤은 봉황국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다.황혼대로, 시체가 강을 이루었다. 하룻밤 만에 한때 봉황국 금지 구역이었던 황혼대로를 주름잡고 있던 강자들이 오부라은을 제외하고 모두 비명횡사했다. 그 소식이 전해지자, 봉황국 전체가 큰 충격이 휩싸이며 각종 루머들이 퍼지기 시작했다. 너무나도 비상식적인 상황에 모두가 상황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단 한 곳만은 제외였다. 엘 가문! 그들은 이 사태의 중심에 누가 있는지 알고 있었다.“폴!”엘 가문 본가, 반디엘이 분노에 가득 찬 얼굴로 폴을 불렀다.“저번에 뭐라고 했지? 사흘 안에 손씨 그룹을 손에 넣겠다고?”“그게….”폴은 도무지 변명거리가 생각나지 않았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 흑림 용변단 독수리까지 영입을 하고, 가문의 강자들도 붙여줬는데… 염구준을 제거하기는커녕 모두 전멸당하다니, 어떻게 이런 일이?그래도 폴은 희망을 놓지 않았다.“가주님, 염구준이라는 작자,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폴이 눈을 가늘게 뜨며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여기는 봉황국, 엘 가문의 땅입니다. 그가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엘 가문까지 와서 난동을 부리지는 않을 겁니다.”그제야 반디엘의 표정이 조금 누그러졌다. 폴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엘 가문은 봉황국에 깊은 뿌리를 가지고 있었다. 아무리 황혼대로 쪽 사람들이 몰살당했다고 해도, 엘 가문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아무리 염구준이라도 철옹성 같은 엘 가문을 쳐들어올 수는 없을 터!“가주님!”이때, 갑작스레 밖에서 다급한 외침이 들렸다. 집사의 목소리였다. 흰머리가 듬성듬성 난 중년이 숨을 헐떡이며 거실로 뛰어들어왔다.“가, 가주님! 큰 일 났습니다. 염, 염구준이 쳐들어왔습니다!”뭐라고? 반디엘의 얼굴이 급속도로 창백해졌다. “염구준… 몇 명 데리고 왔어? 같이 온 자들이 누군지 말해!”반디엘은 부디 강자들이 많지 않길 바랐다. 지금 당장 동원할 수 있는 인력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집사가 식은땀을 닦으며 말
그런 이들이었지만, 염구준과 제대로 붙어보지도 못한 채 일격에 쓰러졌다. “한심한 놈들!”폴이 냉소를 띄며 천천히 염구준이 있는 정원으로 걸어나왔다. 그리고는 바닥에 쓰러져 있는 경호원들을 바라보며 경멸 어린 표정을 지었다.“당신이 바로 내 사촌 동생이 임신한 아이의 아빠, 염구준?”그 말을 들은 염구준은 순간 멍한 얼굴이 되었다. 그제야 자신을 봉황국으로 불러들이기 위해 앨리스가 자신의 아이를 임신했다고 거짓 소문을 퍼뜨린 것이 생각났다. 그렇다면 이 남자가 바로 앨리스의 사촌 오빠, 앨리스처럼 엘 가문 가주 자리를 경쟁하고 있는 폴일 것이다.엘 폴!“여기까지 혼자서 오다니, 실력이 좀 있긴 한 모양이네. 하지만….”폴이 염구준을 냉랭하게 응시하며 비웃음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우리 엘 가문은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리 만만한 곳이 아니야. 들어오는 것은 쉬웠을 지 몰라도, 오늘 살아서 나갈 생각하지 마!”폴이 말을 마치는 동시에 손가락을 튕기며 나지막이 말했다. “오광노! 모습을 드러내라!”그 순간, 다섯 인물이 소리소문 없이 폴 뒤에 나타났다. 오광노!엘 가문 내에서도 이들의 존재는 거의 극비라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이들의 실력은 전에 보냈던 죽음의 전사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이들이 힘을 합친다면, 다른 가문의 무성급 강자들이 온다고 해도 전혀 밀릴 것이 없었다!폴이 태어난 해, 그의 아버지 엘 심프슨은 뛰어난 재능을 가진 고아 200명을 선발해 가문 지하 감옥에서 서로 죽고 죽이는 싸움을 하게 했다. 그 피 비린내가 나는 잔인한 현장에서 살아남은 자들이 바로 이 다섯 명이었다. 이들은 인간의 감정 따위 모두 잊은 채, 오직 살인을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훈련을 받았다. 이 다섯은 죽음도 고통도 두려워하지 않는, 폴의 가장 강력한 비장 카드였다!“하하!”오광노가 나타나자, 폴이 자신만만한 얼굴로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염구준, 넌 꿈에도 몰랐겠지. 내가 이토록 강력한 비장의 카드를 가지고 있을 줄은! 네가
일격을 정면으로 받은 사람은 타격을 받긴 했지만, 몸에 딱히 다른 상처를 입진 않았다. 하지만 바로 뒤따르던 네 명은 마치 거대한 망치에 맞은 듯, 피를 토하며 멀리 날아갔다.퍼버버벅! 네 번의 타격음!거의 살생 무기로 키워진 이들이 염구준의 주먹 하나에 뼈가 부러지고 근육이 파열되었다. 심지어 이들이 토해낸 피에는 내장 조각까지 섞여 있었다.허공을 거의 20미터를 가르고 벽에 부딪힌 남자들, 이들은 바닥에 떨어진 뒤 경련을 일으키다 모두 기절했다.그런데 이때… 달깍하고 무언가가 뽑히는 소리가 났다. 제일 선두에 있던 오광노가 나머지 사람들이 당한 것을 보고 품에서 무언가를 꺼낸 것이었다. 그것은 바로 금속으로 만들어진 수류탄의 안전핀이었다!고속 폭발을 수류탄, 안전핀이 뽑히는 즉시 일, 이 초 이내에 바로 폭발을 일으키는 구조로 되어 있었다.이 수류탄은 초강도 합금으로 만들어진 특수 수류탄으로서, 폭발할 시 조각이 터지면 무성 경지에 있는 고수들도 무사할 수 없었다!“도, 도련님! 피하십시오!”안전핀이 뽑히는 순간, 남자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폴을 향해 나지막이 소리쳤다.그리고는 손목을 강하게 휘두르며 염구준을 향해 수류탄을 던졌다. “염구준… 죽어!”이 초도 안 되는 시간, 보통 사람이었다면 제대로 반응할 틈도 없이 당했을 것이다. 하지만 염구준에겐 충분히 긴 시간이었다.“고속 폭발 수류탄? 재미있군.”자신을 향해 떨어지는 수류탄을 보고서도 염구준은 전혀 동요한 기색이 없었다. 그는 아무렇지 않게 오른손을 들어 허공에서 수류탄을 낚아챘다. 그런 다음, 순식간에 다시 오광노 앞에 나타나 수류탄을 입안으로 쑤셔 넣었다. 그리고 곧바로 발차기를 날려 그를 날려버렸다. 정말 0.1초도 걸리지 않는 시간이었다. 오광노는 극한의 공포를 느끼며 허공을 날았다.쾅! 주변이 흔들릴 정도로 엄청난 굉음이 터져 나왔다. 수류탄이 폭발하며 오광노의 몸은 흔적조차 찾기 힘들 정도로 산산조각 찢어버렸다. “아니야… 이럴 수는 없어….”멀리서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각 세력들은 세라와 관계가 좋았지만 지금은 그녀가 스텔라성과 엮여서 믿을 수가 없었다.베르가 말한 동맹도 결국은 이익을 기초로 하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었다.“염병할 놈!”베르는 염구준이 사라진 곳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에취!”한편, 바다의 동굴을 지나던 염구준이 재치기를 하더니 귓구멍을 파며 중얼거렸다.“또 어떤 놈이 뒤에서 나를 욕하는 거야?”그는 이미 수백 미터 안으로 들어가면서 동굴을 살펴보았다.오래전에 인공으로 만들어진 동굴로서 지하수도로 사용했거나 육지에서 지각이 변화하여 이곳에 가라앉을 가능성도 있었다.이제 동굴 내부에 완전히 적응되어서 속도를 낼 때가 되었다슝!위험도 없고 갈림길도 없으니 팔다리를 빨리 저으며 앞으로 전진했다.동굴 끝에 무엇이 있는지 참 기대가 되었다.그것이 고대 옥패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말이다.푸!가는 도중에 갑자기 장어 같은 바다 동물의 습격을 받았지만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았다.‘누가 있어.’얼마나 헤엄쳤는지 모르겠지만 눈앞에서 어두운 그림자가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염구준은 그 사람의 생사를 알 수 없어 한 줄기 검기를 발사했다.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것을 보고 죽은 사람이라 생각했다.가까이 다가가 보니 잠수복을 입은 시체는 부패되지도 않고 마치 자는 것처럼 보였다.그 옆에 커다란 가방이 있었는데, 열어보니 황금, 비취. 진주 등 값나가는 보물들이 잔뜩 들어 있었다.“진짜 보물이 있었네. 고대 옥패도 있을까?”그는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며 보물이 가득한 가방은 뒤로 한 채 계속 안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시체들이 점점 더 많이 나타났다.염구준은 궁금했다.왜 시체들이 하나 같이 상처도 입지 않고 평온한 표정으로 죽었는지 말이다.이상한 상황으로 하여금 점점 주변을 경계하게 만들었다.앞으로 더 나아갔을 때, 동굴은 사라지고 넓은 공간이 나타났다.이곳이 바로 목적지인 것 같았다.그리고 내부를 살펴보려고 수십 발의 불꽃을 발사하던 염구준
찾겠다고 약속했던 보물이며 고대 옥패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그때 누군가 가슴이 벅차오르는 소식을 전했다.“절벽 위에 동굴이 있어요!”“여기에도 있어요. 불덩어리를 던졌는데 끝이 보이지 않아요!”“동굴에서 100그람되는 금덩어리를 발견했어요!”드디어 보물이 나타났다는 말에 다들 동료를 잃은 슬픔에서 금세 벗어났다.“일단 경거망동하지 말고 우리 대책부터 세웁시다.”중요한 순간에 베르가 나서서 대국을 주재하려 했다.염구준을 고립시키고는 각 세력들을 이용해 더 많은 것을 차지하려는 수작이었다.“부성주님,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합리적인 대안이라면 지시를 따를게요.”메노스가 환심을 사려고 스텔라성의 편에서 말했다.염구준의 실력이 너무 강해서 맞설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저들의 도움이 필요했다.나머지 가주들은 드디어 줄을 서야 하는 때가 온 것을 알고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줄을 서는 것은 언제나 어려운 선택 문제였다.만약 잘못 선택하면 아무런 이득은 보지 않고 끝없는 재앙만 맞이할 것이다.…그 외에 무술인들은 가주들이 중요한 일을 논의하는 것을 알고 조용히 대기하고 있었다.몇몇 사람들이 토론한 결과로 대다수 사람들의 생사를 결정할 것이다.“염 선생은 대책이 있습니까?”노신기가 긴장이 흐르는 분위기를 깨고 떠보듯 물었다.지금 염구준은 혼자서도 스텔라성를 상대하기 충분했다.다들 대답을 기다리고 있을 때 염구준이 한 동굴 입구에 서서 말했다.“상의할 게 뭐가 있어요? 보물이 보이면 능력에 따라서 챙기면 되죠. 실력이 있으면 많이 챙기고 없으면 바닷물이나 마시다 가면 되죠.”그 말 뜻은 물질적이지만 현실적이기도 했다.지금 각 세력들이 꿍꿍이를 세우고 있으니 아무리 상의를 해도 진심이 아닐 것이다.어차피 나중에 사이가 틀어질 텐데, 지금 이 자리에서 분명하게 말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염구준의 말을 들은 베르는 각 세력들의 마음이 돌아설까 봐 바로 안색이 어두워졌다.“염구준, 지금 분열을 일으키는 거야? 절대 용납할 수 없어.
어떤 무술인들은 적대 관계이고 위에서 아무런 태도도 드러내지 않았지만 감사의 눈길을 보냈다.베르 일행은 아무 일도 발생하지 않은 것처럼 침묵하고 있으니 염구준을 칭찬하는 것은 더 불가능했다.“이곳은 위험해서 항상 조심하세요. 그렇다고 매번 도와줄 수 없어요.”염구준은 무덤덤하게 말했다.어차피 이번만 도와줄 거라 뻔뻔하게 구는 사람이 있어도 마음에 두지 않았다.그때 통신기에서 당황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저기 모래벌레 무리가 오고 있어요!”그 말에 다들 다시 안절부절했다.염구준이 재빨리 통신기에 대고 모두를 진정시켰다.“당황하지 마세요. 대부분 바닥으로 들어가고 몇 마리만 뒤를 따라왔을 겁니다.”땅으로 돌아가지 않은 모래벌레들은 전부 그의 검에 잘렸기 때문이었다.다들 안심하고 싸울 준비를 할 때, 꽃무늬 셔츠를 입은 젊은이가 공을 들고 앞에 나섰다.이곳까지 오면서 나약한 실력 때문에 항상 타인의 보호를 받았는데, 왜 이제야 나서는지 다들 알지 못했다.“썩을 놈의 벌레야! 첨단 과학기술의 위력을 보여 줄게!”젊은이가 건방지게 말하며 손에 든 공을 힘껏 던져버렸다.“안 돼!”메노스가 나서서 말렸지만 공을 이미 던져서 늦어버렸다.갑작스러운 행동에 다들 무슨 영문인지 몰랐다.“방어!”염구준이 고함을 지르며 기운으로 호체 기운을 끌어냈다.반보천인인 염구준마저 긴장하게 만들다니, 모두 젊은이가 던진 공은 틀림없이 대단한 물건이라고 생각했다.펑!공이 수십 미터 떨어진 곳으로 흘러서 올라간 순간, 엄청난 에너지를 발산하면서 마침 달려오는 모래벌레들을 순식간에 폭발시켰다.물속에서도 이 정도로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다니, 보기만 해도 감탄이 흘렀다.“악!”그런데 에너지가 빠른 속도로 물속에서 퍼지더니 사람들의 몸에 부딪치며 오장육부에 침투되었다.순식간에 거대한 생물체를 몇 마리나 제거했으니 사람에 미치는 영향도 치명적이었다.실력이 약한 무술인들은 얼마 버티지 못하고 바로 죽었다.퍽!가장 먼저 공격받은 젊은이는 충격에 한참이나
“알겠습니다.”“네.”두 사람은 대답하자마자 각자 맡은 20명이 넘는 부하들을 이끌고 심해 모래벌레가 드문 변두리 지역으로 향했다.실력이 뛰어난 무술인 두 명이 앞장서서 길을 터주고 있으니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가장 중요한 것은 이로서 부하들의 사기가 다시 돌아왔다는 것이다.그 장면을 본 남은 세력들도 벗어날 방법을 생각했는지 부하들에게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다.“살고 싶으면 빨리 천기문의 뒤를 따라가!”지금 염구준이 뒤를 맡고 있었기에 그들도 벗어나기 훨씬 수월했다.베르가 떠날 때는 표독스러운 눈빛으로 염구준의 뒤를 노려보면서 저렇게 싸우다 콱 죽으라고 저주까지 했다.결국은 살려고 바삐 피신하느라 누구도 염구준을 도와주지 않았다.혼자 남은 그는 결국 심해의 모래벌레에게 포위되었다.“에휴, 저럴 줄 알았어. 그동안 도와준 걸 봐서라도 우리도 도와줍시다.”염구준은 자신이 한 결정에 후회하지 않고 계속 검을 휘둘러 벌레를 살해했다.각 세력의 무술인들이 이미 멀리 떨어졌으니 지금은 이 무리를 뚫고 나가야 했다.촤아악!순식간에 수많은 검기가 주변에 발사하며 바다 밑을 들쑤시는 바람에 모래와 진흙이 시야를 가렸다.어렴풋이 보이는 것은 덩치가 큰 물체들이 하나둘씩 쓰러지는 것이었다.아무리 바다가 모래벌레의 구역이라 해도 염구준의 검을 막지 못했다.검망이 닿는 곳은 그들 시체로 널렸다.염구준이 뛰쳐나오려고 필사적으로 싸우고 있을 때 도망친 각 세력들은 균열 변두리에서 편하게 쉬고 있었다.“염 선생이 우리를 위해 혼자 희생하는데 우리도 소수 정예병을 조직해서 도와줍시다!”그레이가 통신기에 대호 한마디 제안했다.흔쾌히 나설 사람은 없겠지만 일단 말은 해봐야 알 수 있으니까.“하, 대단한 것처럼 건방지게 굴더니, 저런 놈은 죽어도 싸.”“그러게요. 저 악마의 생사는 우리랑 상관없어요.”베르와 세라가 시큰둥하게 자신들의 태도를 표명했다.“당신들…”그레이가 나서서 비판하려고 할 때 그들과 싸워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더는 말을 잇지 않
염구준이 수압의 영향을 받지 않고 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보고 베르는 당황했다.이제 손에 무기도 없어서 어떻게 막아야 할지 막막했다.“멈춰!”“당장 공격을 멈춰!”“부성주님, 조심하세요!”그 장면을 보던 반보천인 세 명은 막을 겨를도 없이 소리를 질렀다.바로 그때, 이상한 기운을 감지한 염구준은 공격을 멈추고 지하를 내려다보았다.푸!두 사람 사이에 있는 두터운 진흙 속에서 갑자기 무엇인가 모래를 사방에 뿌리면서 올라오는 것이었다.염구준이 재빨리 진흙의 가운데를 잘라버리자 생물체가 죽었는지 바닥에 툭 하고 떨어졌다.마침 검기도 기운을 소진하여 공격을 멈추고 돌아서서 살펴보았다.“젠장, 그냥 지하에 처박혀 있을 것이지, 뭐 하러 죽으러 나왔어?”염구준이 불청객에게 짜증을 부렸다.만약 생물체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이 검에 죽을 사람은 베르였다.진흙과 모래가 가라앉자 다들 생물의 정체를 주시했다.굵기가 2미터나 되고 꼭대기에 날카로운 이빨이 수두룩하게 생긴 심해의 모래벌레였다.이 벌레는 성체가 되면 길이가 30미터에 달하고 풍부한 광물을 함유한 화산암을 먹고 살기에 이 구역에서 텃세가 특히 강했다.그리고 공격성은 형태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방어해! 이것들이 떼로 공격할 거야!”염구준은 통신기에 주의를 주고 잠시 베르를 살해하는 것을 뒤로 미루기로 했다.위험한 상황에 닥쳤으니 자기들끼리 싸운다면 사기를 떨어트리기 때문이었다.푸푸!말이 채 끝나기 전에 수많은 모래벌레들이 땅속에서 나와 무차별한 공격을 퍼부었다.일반 무술인이 한 입에 먹힌다면 바로 두 동강이 났다.반보천인 무술인들은 잠수 장비가 망가지면 심해의 수압을 견뎌야 하기에 역시 방심할 수 없었다.그러니 아무도 죽음을 무릅쓰고 공격하지 않았다.심해 모래벌레들이 신출귀몰하며 공격하자, 다들 혼란에 빠져 허둥지둥했다.그들에 비해 염구준은 다가오는 놈들을 가볍게 잘라냈다.이 벌레들은 사납지 않은데 갑자기 땅속에서 튀어나올 때 당황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염구준은 감지
싸움은 잠시 한 단락 끝났다.베르가 씩씩거리며 통신기에 대고 고막이 터질 듯 소리를 질렀다. “염구준, 왜 우릴 도와주지 않아?!”“당신들도 날 도와주지 않았잖아요.”염구준은 어처구니없는 가스라이팅을 무시하고 반문했다.베르는 이런 말로서 염구준을 각 세력의 반대편에 세워 고립시키려는 수작이었다.이제 막 대군을 지휘할 수 있는 임시 사령관을 담당하게 되었으니 위세를 떨칠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다.“웃기지 마. 우리는 반보천인 무술인이라 다른 무술인들을 보호할 의무가 있어. 그런데 넌 한심하게 지켜만 보고 있었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아?”베르는 정의로운 척 그의 영혼까지 고문하며 계속 나무랐다.눈치가 없는 무술인들은 정말 베르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하하하. 방금 수십 명이 넘게 살려달라고 비명을 질렀는데도 당신은 구하러 가지 않고 도망가느라 바쁘던데요? 그 말을 하고도 양심에 찔리지 않습니까?”염구준은 그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이기적인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이래라저래라 간섭하는지,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또 염구준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이렇게 분석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말에 휘둘리기 십상이었다.“흥, 따박따박 말대꾸는. 누가 너 같은 놈을 낳았는지 그 어미가 궁금하다.”베르는 솔선수범하지 않으면서 말로도 밀리게 되자 인신공격을 하기 시작했다.“죽고 싶어?”그러자 염구준이 버럭 화를 내며 베르에게 검을 겨주었다.상대방이 시비를 건다면 원하는 대로 한바탕 싸워줄 기세였다.“내가 무서워할 줄 알아?”베르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커다란 방패를 들고 맞섰다.이번 행차에 스텔라성에서 실력이 있는 반보천인 네 명을 파견했기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었다.쿵!염구준의 검이 방패에 닿은 순간 둔탁한 소리가 나며 베르가 뒤로 몇 발치 물러갔다.“물에서 방패를 쓰다니, 죽으려고 작정했군.”물속에서 방패의 부력이 커서 오히려 싸움에 방해가 되었다.그는 계속 검으로 공격하며 가볍게 제압했고, 뒤로
그 생물의 정체는 대왕 오징어였다.이 생물은 빛을 두려워해서 항상 심연에 숨어 있기에 과학자들은 파도에 밀려온 시체들만 주워서 연구했었다.대왕 오징어는 가장 긴 것은 40미터 이상에 달했다.염구준은 지금 상황을 보고 속으로 탄성이 흘러나왔다.“젠장, 오징어 소굴을 건드렸나?”심지어 그중에서 덩치가 큰 오징어는 전신 경지에 도달했다.마침 수천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와서 다행이지, 염구준이 혼자 싸운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염 선생님, 이제 어떡해요?”통신기에서 초조한 노신기의 목소리가 들렸다.그 말 뜻은 그가 나서서 천기문의 부하들을 지켜달라는 의미였다.솔직히 그들 실력으로 이렇게 많은 대왕 오징어를 상대하기 버거웠다.“살아남아서 바다 밑 끝까지 오세요.”염구준은 한마디만 남기고 검을 휘두르며 계속 아래로 내려갔다.지금은 사방이 어두워서 대체 누가 누구인지 구분하는 것조차 어려웠고, 모두 자원해서 온 거라 그들을 책임질 의무가 없었다.“다들 최선을 다해 바다 밑으로 내려가자!”노신기는 목숨을 걸 각오로 모두에게 용기를 북돋아주었다.순식간에 각 세력은 대왕 오징어와 무차별적인 싸움을 벌였다.하지만 캄캄한 물속은 대왕 오징어들에게 유리한 곳이라 인간들은 1대1 싸움에서 얼마 버티지 못하고 참담한 희생을 치러야 했다.위기가 닥치자 베르가 긴급 공공 통신 채널을 열고 이런 제안을 했다.“이러다 다 죽습니다. 우리 모두 협력하여 살길을 열어야 합니다. 바다 밑에 도착하면 지금처럼 힘들지 않을 겁니다.”솔직히 베르도 염구준처럼 대놓고 아래로 내려가고 싶었지만 그런 실력이 되지 못했다.“찬성합니다.”“협공합시다!”각자 싸우다가 자칫하면 전멸할 수 있으니 다른 세력들도 이 제안에 동의했다.“반보천인이 앞장서고 전신 경지, 전신지상 무술인이 그 다음, 나머지는 뒤를 따라갑니다!”베르는 정예병을 살리고 나머지는 죽든 살든 상관하지 않을 생각으로 배치하기 시작했다.“공격합시다!”그의 명령이 떨어지자 다른 사람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모두가 슬픔과 공포에 빠져 있을 때 염구준이 두터운 잠수복을 입고 바닷속으로 들어갔다.간밤에 가볍게 생물을 절단하면서 그의 단전은 이미 기운으로 꽉 찼다.“염 선생이 바다에 들어갔어요.”모든 사람이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고 있으니 작은 동작이라도 이내 알아챘다.그가 갑작스럽게 뛰어드는 바람에 노신기 일행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대체 왜 저러는 거야?”“내가 앞장 설게요. 촉각이 있는 생물일 뿐, 두렵지 않습니다.”일부 반보천인은 더는 기다리지 못하고 서둘러 잠수복을 입고 바다에 뛰어들었다.염구준의 손에 완벽한 해도가 있으니 그가 정보를 어느 정도 장악하고 있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그래서 먼저 보물을 찾아낼까 봐 조바심이 났던 것이다.어떤 사람들은 말로는 보물을 찾으러 왔다고 하지만 솔직히 고대 옥패를 노리고 왔다.일단 옥패에 있는 무공을 연마하면 자신의 실력을 제고할 수 있으니 나중에 재물을 손에 넣어도 늦지 않거니와 그때는 더 쉬울 거라 생각했다.염구준은 바다 밑에 있는 균열을 향해 가다가 가끔씩 방향을 조절했다.아직 사방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니 가장 힘이 덜 드는 방법을 사용했다.깊은 곳으로 들어갈수록 물고기는 한 마리도 보이지 않고 점점 어두워져 앞이 보이지 않았다.염구준은 길이가 석 자가 되는 청봉을 잡고는 언제든 적을 무찌를 준비를 했다.방금 잘린 촉각의 길이를 볼 때, 본체에 비해 너무 짧아서 치명상을 입히지 못했다.만약 덩치가 어마어마한 팔조괴물이라면 아직도 어두운 곳에 숨어 있는 게 틀림없다.촤아아! 촤아아!그때 물살이 바뀌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더니 수백 개의 검은 그림자가 다가오고 있었다.각 세력의 정예병이 움직인 것이다.어떤 무술인은 일정한 거리에 도착한 후 빠르지도 늦지도 않는 속도로 염구준의 뒤를 따랐다.그가 앞장서서 길을 터달라는 뜻이었다.염구준은 그들을 신경 쓰지 않고 아래 균열이 빨아들이는 대로 끌려갔다.‘얼마든지 따라와 봐.’지금 상황으로 말하자면 누가 누구의 총받이가 될지
선박 위의 사람들이 절박하게 울부짖었지만 아무도 응답하지 않자 각 세력들이 주변을 경계하기 시작했다.분위기를 보아 곧 위험이 닥칠 것 같았다.촤아아악!“엄청난 것이 몰려오고 있어! 빨리 위로 올라가!”나중에 물에 들어간 무술인들이 제일 먼저 해수면으로 올라와 보고했다.이어서 대다수 무술인들은 통신기에 비명소리만 남기고 사라졌다.각 세력이 어쩔 바를 몰라 혼란에 빠졌을 때, 노신기는 염구준의 옆얼굴을 보며 속으로 감탄했다.그의 말이 옳았다.“다들 맞서서 싸웁시다!”염구준은 어마어마한 기운이 몰려오는 것을 감지하고 우렁차게 소리쳤다.그게 무엇이든 이미 상대방을 건드린 이상 맞서서 싸워야 했다.정신을 차린 각 세력들은 갑자기 조상들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떠올라,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무기를 집어 들었다.촤아아!다시 몇몇 사람이 수면위로 올라오더니 놀라운 속도로 선박을 행해 헤엄쳤다.“저게 다 뭐야?”누군가 겁에 질려 비명소리를 질렀다.“나도 몰… 악!”같이 헤엄치던 일행이 말하다 바다 밑에 있는 물건에 잡혀 끌려가고 말았다.그리고 밧줄처럼 생긴 것들이 수면 위로 올라와 선박에 있는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악!”“살려줘!”순식간에 비명소리와 경악 소리가 섞여서 현장이 아수라장이 되었다.정체를 알 수 없는 생물체에 다들 지레 겁을 먹었다.윙!그때 누군가 열 줄기 검기를 발사해 밧줄처럼 생긴 생물을 잘라버렸다.“저건 또 뭐야? 엄청 단단하네.”제일 처음으로 공격한 사람은 역시 염구준이었다.“끼익!”바다 밑에서 공격을 당한 생물은 날카로운 이명소리를 내며 위로 올라왔다.생각보다 쉽게 잘리자 각 세력들은 용기를 내서 공격을 퍼부었다.“별거 아니네. 단번에 잘려지잖아.”자신감이 생긴 그들은 필사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본래 각 세력의 실력으로 쉽게 생물을 잘라낼 수 있는데, 이 생물이 모두가 혼란에 빠진 틈을 이용해 습격할까 봐 진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물론 염구준도 모든 사람을 책임질 의무가 없으니 주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