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밤은 봉황국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다.황혼대로, 시체가 강을 이루었다. 하룻밤 만에 한때 봉황국 금지 구역이었던 황혼대로를 주름잡고 있던 강자들이 오부라은을 제외하고 모두 비명횡사했다. 그 소식이 전해지자, 봉황국 전체가 큰 충격이 휩싸이며 각종 루머들이 퍼지기 시작했다. 너무나도 비상식적인 상황에 모두가 상황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단 한 곳만은 제외였다. 엘 가문! 그들은 이 사태의 중심에 누가 있는지 알고 있었다.“폴!”엘 가문 본가, 반디엘이 분노에 가득 찬 얼굴로 폴을 불렀다.“저번에 뭐라고 했지? 사흘 안에 손씨 그룹을 손에 넣겠다고?”“그게….”폴은 도무지 변명거리가 생각나지 않았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 흑림 용변단 독수리까지 영입을 하고, 가문의 강자들도 붙여줬는데… 염구준을 제거하기는커녕 모두 전멸당하다니, 어떻게 이런 일이?그래도 폴은 희망을 놓지 않았다.“가주님, 염구준이라는 작자,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폴이 눈을 가늘게 뜨며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여기는 봉황국, 엘 가문의 땅입니다. 그가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엘 가문까지 와서 난동을 부리지는 않을 겁니다.”그제야 반디엘의 표정이 조금 누그러졌다. 폴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엘 가문은 봉황국에 깊은 뿌리를 가지고 있었다. 아무리 황혼대로 쪽 사람들이 몰살당했다고 해도, 엘 가문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아무리 염구준이라도 철옹성 같은 엘 가문을 쳐들어올 수는 없을 터!“가주님!”이때, 갑작스레 밖에서 다급한 외침이 들렸다. 집사의 목소리였다. 흰머리가 듬성듬성 난 중년이 숨을 헐떡이며 거실로 뛰어들어왔다.“가, 가주님! 큰 일 났습니다. 염, 염구준이 쳐들어왔습니다!”뭐라고? 반디엘의 얼굴이 급속도로 창백해졌다. “염구준… 몇 명 데리고 왔어? 같이 온 자들이 누군지 말해!”반디엘은 부디 강자들이 많지 않길 바랐다. 지금 당장 동원할 수 있는 인력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집사가 식은땀을 닦으며 말
그런 이들이었지만, 염구준과 제대로 붙어보지도 못한 채 일격에 쓰러졌다. “한심한 놈들!”폴이 냉소를 띄며 천천히 염구준이 있는 정원으로 걸어나왔다. 그리고는 바닥에 쓰러져 있는 경호원들을 바라보며 경멸 어린 표정을 지었다.“당신이 바로 내 사촌 동생이 임신한 아이의 아빠, 염구준?”그 말을 들은 염구준은 순간 멍한 얼굴이 되었다. 그제야 자신을 봉황국으로 불러들이기 위해 앨리스가 자신의 아이를 임신했다고 거짓 소문을 퍼뜨린 것이 생각났다. 그렇다면 이 남자가 바로 앨리스의 사촌 오빠, 앨리스처럼 엘 가문 가주 자리를 경쟁하고 있는 폴일 것이다.엘 폴!“여기까지 혼자서 오다니, 실력이 좀 있긴 한 모양이네. 하지만….”폴이 염구준을 냉랭하게 응시하며 비웃음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우리 엘 가문은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리 만만한 곳이 아니야. 들어오는 것은 쉬웠을 지 몰라도, 오늘 살아서 나갈 생각하지 마!”폴이 말을 마치는 동시에 손가락을 튕기며 나지막이 말했다. “오광노! 모습을 드러내라!”그 순간, 다섯 인물이 소리소문 없이 폴 뒤에 나타났다. 오광노!엘 가문 내에서도 이들의 존재는 거의 극비라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이들의 실력은 전에 보냈던 죽음의 전사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이들이 힘을 합친다면, 다른 가문의 무성급 강자들이 온다고 해도 전혀 밀릴 것이 없었다!폴이 태어난 해, 그의 아버지 엘 심프슨은 뛰어난 재능을 가진 고아 200명을 선발해 가문 지하 감옥에서 서로 죽고 죽이는 싸움을 하게 했다. 그 피 비린내가 나는 잔인한 현장에서 살아남은 자들이 바로 이 다섯 명이었다. 이들은 인간의 감정 따위 모두 잊은 채, 오직 살인을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훈련을 받았다. 이 다섯은 죽음도 고통도 두려워하지 않는, 폴의 가장 강력한 비장 카드였다!“하하!”오광노가 나타나자, 폴이 자신만만한 얼굴로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염구준, 넌 꿈에도 몰랐겠지. 내가 이토록 강력한 비장의 카드를 가지고 있을 줄은! 네가
일격을 정면으로 받은 사람은 타격을 받긴 했지만, 몸에 딱히 다른 상처를 입진 않았다. 하지만 바로 뒤따르던 네 명은 마치 거대한 망치에 맞은 듯, 피를 토하며 멀리 날아갔다.퍼버버벅! 네 번의 타격음!거의 살생 무기로 키워진 이들이 염구준의 주먹 하나에 뼈가 부러지고 근육이 파열되었다. 심지어 이들이 토해낸 피에는 내장 조각까지 섞여 있었다.허공을 거의 20미터를 가르고 벽에 부딪힌 남자들, 이들은 바닥에 떨어진 뒤 경련을 일으키다 모두 기절했다.그런데 이때… 달깍하고 무언가가 뽑히는 소리가 났다. 제일 선두에 있던 오광노가 나머지 사람들이 당한 것을 보고 품에서 무언가를 꺼낸 것이었다. 그것은 바로 금속으로 만들어진 수류탄의 안전핀이었다!고속 폭발을 수류탄, 안전핀이 뽑히는 즉시 일, 이 초 이내에 바로 폭발을 일으키는 구조로 되어 있었다.이 수류탄은 초강도 합금으로 만들어진 특수 수류탄으로서, 폭발할 시 조각이 터지면 무성 경지에 있는 고수들도 무사할 수 없었다!“도, 도련님! 피하십시오!”안전핀이 뽑히는 순간, 남자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폴을 향해 나지막이 소리쳤다.그리고는 손목을 강하게 휘두르며 염구준을 향해 수류탄을 던졌다. “염구준… 죽어!”이 초도 안 되는 시간, 보통 사람이었다면 제대로 반응할 틈도 없이 당했을 것이다. 하지만 염구준에겐 충분히 긴 시간이었다.“고속 폭발 수류탄? 재미있군.”자신을 향해 떨어지는 수류탄을 보고서도 염구준은 전혀 동요한 기색이 없었다. 그는 아무렇지 않게 오른손을 들어 허공에서 수류탄을 낚아챘다. 그런 다음, 순식간에 다시 오광노 앞에 나타나 수류탄을 입안으로 쑤셔 넣었다. 그리고 곧바로 발차기를 날려 그를 날려버렸다. 정말 0.1초도 걸리지 않는 시간이었다. 오광노는 극한의 공포를 느끼며 허공을 날았다.쾅! 주변이 흔들릴 정도로 엄청난 굉음이 터져 나왔다. 수류탄이 폭발하며 오광노의 몸은 흔적조차 찾기 힘들 정도로 산산조각 찢어버렸다. “아니야… 이럴 수는 없어….”멀리서
앨리스가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옅은 죄책감이 담긴 얼굴로 말했다.“저와 염 선생님은 아무런 사이도 아니에요. 비즈니스 그 이상의 관계를 가진 적 없어요. 임신 소문은 제가 일부로 거짓으로 꾸민 거예요.”뭐라고? 그 말을 들은 반디엘이 충격 받은 표정을 지으며 두 발자국 뒷걸음질 쳤다. “하지만 그날….”“제가 제 입으로 인정한 적은 없어요.”앨리스가 천천히 고개를 저으며 쓴웃음을 지었다.“아버지와 다른 사람들이 제멋대로 추측한 거에 불과해요. 폴의 음모로 저는 가문에서 지지력을 잃었고, 저는 이렇게라도 해서 폴과 그의 지지자들의 방심을 불러일으켜야 했어요.”어느 정도는 성공이었다. 폴, 반디엘, 가문의 장로들… 모두가 추측을 진실로 믿으며 앨리스가 더 이상 가문의 주인이 될 수 없을 거라 여겼다. 그렇게 모두를 속였다. 단 한사람, 염구준을 제외하고!“그랬구나… 그런 거였어….”반디엘이 나지막이 중얼거리며 허무한 웃음을 터트렸다.이제야 모든 것이 이해됐다. 앨리스는 여성으로서 엘 가문의 후계자가 되기 불안정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염구준이 이번에 폴의 세력을 완전히 무너뜨렸으나 앨리스에겐 모든 위협이 제거된 거나 마찬가지였다. 이제 가문의 후계자 자리는 앨리스의 것이 되었다. 하지만 이 자리를 얻기까지 엘 가문이 치른 대가는 너무나도 컸다. 황혼대로의 많은 자산, 가문이 공들여 키워온 핵심 전력들… 한순간에 모두 무너졌다.“그래, 이미 벌어진 일, 더 이상 뭐라 하지 않겠다.”반디엘이 잠시 침묵 후, 힘없이 손을 흔들며 말했다.“염구준, 이제 오해도 풀렸으니, 이제 그만 돌아가!”돌아가라고? 염구준이 웃었다.“오라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제는 또 가라고 하네.”그가 반디엘을 마주보며 비꼬았다.“제가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는, 그런 하찮은 존재인 줄 아십니까? 돌아가라고? 싫습니다!”반디엘의 미간을 찌푸리며 코를 찡그렸다. 시작은 쉬워도 끝내는 건 어렵다는 말이 있다. 염구준은 혼자서 황혼대로를 장악하고 엘 가문의 핵심 전
“염구준…!”반디엘은 속에서 분노가 들끓어 당장이라도 염구준에게 주먹을 날리고 싶었으나, 곧 실력 차이를 느끼곤 무기력하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지금 엘 가문엔 염구준을 막을 수 있는 실력을 가진 강자가 없었다. 만약 그가 마음먹고 살육하기로 한다면, 엘 가문은 몰락을 면할 수 없을 것이었다. 오부라은을 배신한 이들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염구준, 장난은 그만해라.”반디엘이 냉소를 지으며 허무한 표정으로 물었다.“말해. 그래서 원하는 게 뭐야? 아이를 제외하고 들어줄 수 있는 건 다 들어주겠다!”이것이 바로 염구준이 기다리던 말이었다. 그가 입가에 진한 미소를 그리며 답했다.“저 그렇게 욕심 많은 사람 아닙니다. 제 명예를 훼손한 대가로 용하국 화폐로 2000억은 배상해주시죠.”2000억은 엘 가문에 그리 많은 돈은 아니었다. 비록 이번에 염구준 때문에 자산에 타격을 입긴 했지만, 그보다 훨씬 더 많은 것들이 남아 있었다. 게다가 오샤나지 그룹은 전 세계에 지사를 두고 있었다. 충분히 내어 줄 수 있는 금액이었다. 아니, 오히려 꽤 적게 요구한 편에 속했다.“그거라면 문제없다. 원하는 대로 배상해주겠다.”반디엘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미소 지었다.“지금 당장 사람을 시켜….”“서두를 필요 없습니다.”염구준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검지 손가락 하나를 들어 올렸다.“이건 첫번째 조건이니까요. 다음 조건도 있는데, 들어볼 생각 있으십니까?”또 다른 조건이 있다고? 반디엘은 안도했던 마음이 다시 긴장으로 물드는 것이 느껴졌다. 그는 잠시 미간을 찌푸리며 침묵한 뒤, 나지막이 말했다.“그럼 말해. 엘 가문이 들어줄 수 있는 거라면, 다 들어주겠다.”“좋습니다.”염구준이 만족스러운 눈빛으로 반디엘을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2000억 외, 엘 가문이 봉황국에 소유하고 있는 자산의 50프로 지분을 넘겨주셨으면 합니다.”그 말을 들은 반디엘은 눈이 휘둥그레 떠졌다. 이건 불가능한 얘기였다!봉황국운 엘 가문의 근본이었다
“지금 당장 가족회의 소집해주세요. 그리고 제가 염구준 선생님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게 되었다고 알리세요. 오늘부터 염구준 선생님은 저희 가문의 가장 큰 후원자가 되셨습니다!”그날 밤, 엘 가문은 긴급 장로 회의를 열었다. 회의 분위기는 다소 무거웠다.“여러분들도 이미 알고 계실겁니다.”앨리스가 주도권을 잡고 회의에서 서두를 떼었다.“제가 저희가 가지고 있는 봉황국 자산 중 절반을 염구준 선생님께 넘기기로 했습니다. 이의가 있으시다면, 지금 제기하거나… 없다면 바로 투표로 결정하겠습니다!”회의장은 고요했다. 염구준이 혼자 엘 가문 저택에 쳐들어와 정예 경호원들을 어떻게 죽였는지, 그리고 폴의 부하들을 어떻게 처치했는지, 모두 알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의 무력은 그들의 상상을 이미 초월했다. 이러한 실력을 가진 그가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든지 쉽게 엘 가문을 멸문시킬 수 있다는 걸 장로들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지분의 절반을 주고 엘 가문의 안전을 확보한 것도 모자라 그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면, 매우 이득이었다. “동의합니다.”“염구준과 관계를 맺는다는 건 엘 가문에도 큰 이득이 될 것입니다. 지지하겠습니다.”“동의하지 않을 수가 없군요. 염구준은 너무 강해요. 그를 처치할 수 없다면, 한 편이 되는 것이 가장 좋겠죠. 저도 찬성합니다.”“저도 마찬가지입니다.”3분도 안 돼, 30명이 되는 장로들이 예외 없이 모두 앨리스에게 표를 던졌다.그렇게 판세는 완전히 앨리스에게 기울어졌다. 폴은 회의장 한쪽 구석에서 탈구된 턱을 감싼 채, 충혈된 눈으로 주먹을 꽉 그러쥘 수밖에 없었다. 폴은 소수였고, 장로들이 모두 함께 한 결정은 절대적이었다. 그가 홀로 반대한다고 해서 바뀔 것은 없었다. “가자.”회의가 끝난 후, 짐이 축 쳐진 폴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따라와.”폴이 이를 악문 채 앨리스를 노려보다가 짐을 따라 자신의 저택으로 돌아갔다.“삼촌!”저택 거실에 도착하자 폴이 짐을 향해 소리쳤다.“이렇게 끝낼 수는 없어요. 가주
염구준은 고개를 저으며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앨리스 씨의 머리라면, 충분히 추측할 수 있었을 텐데요?”앨리스 얼굴에 걸려 있던 미소가 서서히 사라졌다. 물론 그녀도 알고 있었다.진씨 가문이 염구준을 잘못 건드려 크게 혼나게 된 후, 이들 부자는 봉황국을 떠나 아폴론에 있는 손씨 그룹 지부를 맡게 되었다. 아폴론은 전쟁의 불씨가 끊이지 않는 특수한 환경이어서, 이 자금은 그들의 절박한 상황을 해결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거기에 손씨 그룹 운영에도 영향을 주지 않았다.염구준의 계획은 매우 철저했다. “돈은 이미 드렸지만, 당신이 관심을 가질만한 소식 하나를 가지고 왔어요.”잠시 침묵이 흐른 후, 앨리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녀의 목소리엔 약간 떨림이 묻어 있었다. “폴의 삼촌, 짐이 엊그제 밤에 몰래 봉황국을 떠났어요. 이들이 또 뒤에서 무슨 일을 꾸밀지… 걱정돼요.”짐이 봉황국을 떠났다라… 염구준이 손가락으로 책상을 가볍게 두드렸다. 짐이 떠난 것을 알면서도 반디엘과 앨리스가 막지 않은 이유가 무엇일까? 혹시….“이렇게 될 줄 이미 알고 있었나 보네요?”앨리스가 입술을 살짝 깨물며 말했다. “저는 그가 떠난 것뿐만 아니라, 어디로 갔는지도 알고 있어요. 부디 제가 드린 저희 가문의 지분 50프로가 헛되게 쓰이지 않길 바라요. 당신도 제가 원하는게 뭔지 잘 알고 있죠?”물론 알고 있었다. 앨리스가 원하는 건 엘 가문의 미래 가주 자리와 가문의 안정, 그리고 오샤나지 그룹의 글로벌 시장의 확실한 입지였다. 그녀의 야망은 단순한 후계자 자리에 머무르지 않았다. “그렇다면 말해보세요.”염구준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채, 옅은 미소로 말했다.“짐, 어디로 갔어요?”그러자 앨리스가 망설임없이 진중한 목소리로 답했다.“암상자와 용병들의 천국. 고성!”한편, 봉황국에서 약 700킬로 미터 떨어진 고성에서. 봉황국과 비교할 때, 고성은 확실히 호전전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었다. 싸움과 폭력이 매일같이 발생하고, 갱단끼리 충돌도 자
짐은 낮은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네가 강하다는 건 나도 알고 있어. 하지만 최강은 아니야. 이번 임무는 어떤 실수가 있어서도 안 돼. 그래서….”그 말에 백인 사내가 가소롭다는 듯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이 업계에 발을 들인 뒤로 그는 임무를 실패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기업인, 재벌 회장, 세가의 가주, 인기스타… 금액만 충분하면 중소국가의 통치자라도 한방에 보내버릴 자신이 있었다.아무도 그의 실력을 의심하지 않았고 나중에도 없을 것이다.백인 사내는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래서 제거해야 할 대상이 누군데? 금액만 충분하다면 무성 절정의 목숨이라도 취할 자신이 있지.”무성 절정까지 가능하다고?짐의 눈동자에 뜨거운 희열이 스쳤다.이 정도의 실력이라면 충분할 것이다.“그렇게 자신이 있다면 우리 자세히 얘기를 해봐야겠군.”잠깐의 고민 뒤에 짐이 결심한 듯 말했다.“보수는 절대 섭섭지 않을 거야. 내가 정보를 제공하고 당신은 할 일을 하면 돼. 일이 성사되면 우린 장기 파트너로써 계약을 맺을 거야. 앞으로 당신이 필요한 게 있으면 최선을 다해 지원하지. 이 정도 보수면 만족스럽지 않은가?”꽤 매혹적인 조건이었다.엘 가문의 핵심 멤버 중 한 명으로써 짐은 수많은 자원과 인맥을 가지고 있었다. 백인 사내도 그가 내건 조건에 혹하지 않을 수 없었다.“그만큼 처리해야 할 상대가 강하다는 뜻이겠군.”백인 사내는 섬뜩한 미소를 짓더니 천천히 짐이 내민 명함을 건네받았다.그러고는 위에 적힌 연락처를 대충 훑어보고는 찢어서 쓰레기통에 버리고 호텔 입구를 향해 걸어갔다.“준비할 시간이 필요해.”“움직이기 전에 필요한 것들이 있어. 일단은 그 인간부터 먼저 해결하지.”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어느새 염구준이 봉황국에 머문지도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엘 가문은 여전히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그럼에도 반디엘과 앨리스는 경계를 강화하고 폴의 행적을 면밀히 주시하고 감시했다.“주작.”봉황국에 온지 8일째가 되었을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