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1096화

Author: 잔영
짐은 낮은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네가 강하다는 건 나도 알고 있어. 하지만 최강은 아니야. 이번 임무는 어떤 실수가 있어서도 안 돼. 그래서….”

그 말에 백인 사내가 가소롭다는 듯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이 업계에 발을 들인 뒤로 그는 임무를 실패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기업인, 재벌 회장, 세가의 가주, 인기스타… 금액만 충분하면 중소국가의 통치자라도 한방에 보내버릴 자신이 있었다.

아무도 그의 실력을 의심하지 않았고 나중에도 없을 것이다.

백인 사내는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서 제거해야 할 대상이 누군데? 금액만 충분하다면 무성 절정의 목숨이라도 취할 자신이 있지.”

무성 절정까지 가능하다고?

짐의 눈동자에 뜨거운 희열이 스쳤다.

이 정도의 실력이라면 충분할 것이다.

“그렇게 자신이 있다면 우리 자세히 얘기를 해봐야겠군.”

잠깐의 고민 뒤에 짐이 결심한 듯 말했다.

“보수는 절대 섭섭지 않을 거야. 내가 정보를 제공하고 당신은 할 일을 하면 돼. 일이 성사되면 우린 장기 파트너로써 계약을 맺을 거야. 앞으로 당신이 필요한 게 있으면 최선을 다해 지원하지. 이 정도 보수면 만족스럽지 않은가?”

꽤 매혹적인 조건이었다.

엘 가문의 핵심 멤버 중 한 명으로써 짐은 수많은 자원과 인맥을 가지고 있었다. 백인 사내도 그가 내건 조건에 혹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만큼 처리해야 할 상대가 강하다는 뜻이겠군.”

백인 사내는 섬뜩한 미소를 짓더니 천천히 짐이 내민 명함을 건네받았다.

그러고는 위에 적힌 연락처를 대충 훑어보고는 찢어서 쓰레기통에 버리고 호텔 입구를 향해 걸어갔다.

“준비할 시간이 필요해.”

“움직이기 전에 필요한 것들이 있어. 일단은 그 인간부터 먼저 해결하지.”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어느새 염구준이 봉황국에 머문지도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엘 가문은 여전히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럼에도 반디엘과 앨리스는 경계를 강화하고 폴의 행적을 면밀히 주시하고 감시했다.

“주작.”

봉황국에 온지 8일째가 되었을 때,
Locked Chapter
Continue Reading on GoodNovel
Scan code to download App

Related chapters

  • 군신의 귀환   제1097화

    그들 덕분에 손가을은 일주일 내내 쉬어가는 기분이었다. 그녀는 대부분 시간을 신위무관에서 학도들이 훈련하는 모습을 구경하며 지냈다. 그러다가 그녀는 갑자기 의구심이 들었다.지금 이들이 하고 있는 것이 가장 기초적인 훈련일까?사실 원종과 정경림 같은 강자가 스승으로 있는 도관에서 만약 호신술 정도 익힐 수 있다면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야 나중에 귀찮은 상황이 발생했을 때, 염구준의 짐이 되지 않을 것이다.손가을은 이런 생각을 바로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그녀는 무얼 하나 공을 들이는 성격이었기에 회사가 한가한 틈을 타서 일상 업무를 각 부서 담당들에게 배분한 뒤, 자신은 무관에서 열심히 호신술을 익혔다.“이게 무슨 상황이지?”무관 앞에서 걸음을 멈춘 염구준은 눈앞의 광경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평생 잊을 수 없는 장면이었다.무관 안에서 원종과 정경림이 뒷짐을 지고 서서 손가을에게 무예를 가르치고 있었다.게다가 그들 뿐이 아니었다. 염씨 가문의 호위 북궁야와 서문당도 있었다.백발이 성성한 무술계의 거성들이 정성을 들여 손가을을 가르친 덕분에 불과 일주일 사이에 아무런 운동신경이 없던 연약한 여자가 이제는 슬슬 약간의 내공을 다룰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저기… 어르신들….”염구준은 어색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전신전 전주이자 세계최강 전신으로써 그는 한눈에 이들의 의도를 알아보았다.노인들은 손가을에게 호신술만 가르칠 것처럼 보여도 사실은 그녀에게 자신들의 평생 익힌 기술을 전수해 줄 생각들이었다. 아마 부부싸움이 나면 그가 와이프에게 맞는 상상을 했을지도 모른다.어떻게 저런 깜찍한 생각들을 하셨을까?그들은 분명 손가을의 손을 빌어 이 말썽쟁이 도련님에게 본때를 보여주려는 것이 틀림없었다.“구준이 왔니?”언제 발견한 건지 원종은 염구준을 보자마자 반가운 기색을 띄며 반갑게 인사했다.“언제 왔어? 왔으면 바로 들어오지 않고 뭘 멍하니 서 있어?”“몰랐는데 손 대표 무학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더라고. 일주일

  • 군신의 귀환   제1098화

    먼저 시비를 거는 성격은 아니지만 상대가 시비를 걸어온다면 아예 싹을 제거하는 것!이게 그의 방식이었다.“어쩔 수 없군.”원종은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사실 은둔 가문인 이씨 가문에 대해 그들은 아는 게 많지 않았다. 다만 소문으로만 들었을 때도 범상치 않은 가문이라는 것은 분명했다. 이장공만 봐도 알 수 있었다.어린 이장공마저 이미 무도 왕자의 단계까지 달성했는데 오랜 시간 수련한 가문의 장로들은 또 얼마나 무시무시할까?게다가 지난번 신무대회에서 염구준이 신무옥패를 사람들에게 선보인 것도 숨은 적들을 세상 밖으로 끌어내기 위함이었다.현재까지 아무런 움직임이 없지만 언제 위기가 닥칠지 모르기에 경계를 늦출 수 없었다.한편, 용하국의 서북부에 있는 한 미지의 땅.이씨 가문의 본거지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지난번에 가족들의 허락도 없이 속세에 발을 들였던 이장공은 이미 돌아올 때부터 엄중한 처벌이 내려질 거라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왔었다.그런데 돌아온지 며칠이 되도록 아무도 그에게 그것에 대해 추궁하지 않았다. 심지어 그가 몰래 본거지를 떠났다는 것을 사람들은 모르는 듯했다.“설마… 적풍상인?”잠깐의 고민을 거친 뒤에 이장공은 통로를 따라 신속히 산 아래로 이동했다. 대략 30분 정도 갔을 때 드디어 산기슭에 있는 호숫가에 도착했다.붉은색 도복을 입은 적풍상인이 마른 나뭇가지를 들고 조용히 호숫가에 앉아 풍경을 감상하고 있었다. 발소리가 들리자 그는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고기가 미끼를 물었군!”‘고기? 대체 누가 미끼를 물었다는 것이지?’이장공은 약간 굳은 표정으로 그에게 다가갔다.“어르신, 제가 사사로이 본거지를 떠난 일을 숨겨주신 분이 어르신인가요?”“왜… 그러셨습니까?”‘이래서 똑똑한 애들이 좋다니까.’적풍상인은 빙긋 웃으며 나뭇가지로 만든 낚시대를 한방에 들어올렸다. 그러자 아주 가느다란 물고기 한마리가 낚시대에 걸려 나왔다.“난 그럴 능력이 있으니까.”“가문의 규정대로 너에게 처벌을 내릴 수도 있겠

  • 군신의 귀환   제1099화

    “설마… 가주의 자리를 차지하실 생각입니까?”이씨 가문의 가주는 한 나라의 국왕과도 같은 무한한 권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다만 대대로 그 자리는 이런 더러운 정치질이 아닌 오로지 실력으로만 쟁취할 수 있었다. 그 규칙을 어긴다면 속세의 범부들과 다를 게 하나도 없었다.“어르신, 무슨 말씀이신지 잘 모르겠습니다.”이장공은 거대한 충격에 목소리까지 떨며 그에게 말했다.“저에게 원하는 게 무엇인지 그냥 말씀해 주십시오.”적풍상인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앞으로 내 말만 잘 들으면 나중에 가주의 자리로 올려주겠다고 약속하지.”그 말에 이장공은 눈을 휘둥그레 떴다. 사실 마음 속에서는 이미 거대한 파도가 일고 있었다.적풍상인이 언제부터 이런 대담한 생각을 가진 걸까?이씨 가문에서 적풍상인은 그야말로 헌신적인 존재였고 존경 받는 어른이었다. 그런 상냥한 얼굴 뒤에 이런 거대한 야망이 숨겨져 있을 줄이야!“내 답은 같아. 난 널 해치지 않아.”적풍상인은 이장공의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찬 웃음을 지었다.“내 도움이 없으면 넌 가주 자리를 경쟁할 자격을 잃게 되는 건 물론이고 목숨을 부지할 수 있을지부터가 문제야.”“기억해. 오늘 아무 일도 없던 거고 너랑 나는 만난 적 없던 거야. 알겠니?”“알아듣게 얘기했으니 이만 돌아가서 쉬거라.”말을 마친 그는 다시 고개를 돌리고 고요한 호수를 바라보았다. 그 모습은 마치 고기가 미끼를 물기를 기다리는 낚시꾼 같은 모습이었다.“어르신….”이장공은 따질 말이 많았지만 결국 이를 악물고 그에게 허리 숙여 인사한 뒤에 자리를 떠났다.이장공의 모습이 사라진 뒤.“어르신.”멀지 않은 곳에서 도천연이 재빨리 다가오더니 그에게 고개를 숙였다.“이미 모든 준비는 끝났고 존주의 동향도 계속해서 감시 중입니다. 최근에….”적풍상인은 눈썹을 꿈틀하더니 말했다.“내가 원하는 건 최근 같은 소리가 아니라 현재야.”“예, 어르신.”도천연은 잠깐 머뭇거리다가 무거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 군신의 귀환   제1100화

    적풍상인은 살기 어린 눈빛을 번뜩이며 말을 이었다.“요즘 점점 건방지더라고. 그 녀석 손에 있는 신무옥패는 내가 직접 가서 취할 것이야!”신무옥패는 그들에게 아주 중요한 물건이었다.그가 원하는 건 옥패에 기록된 무술비전만이 아니라 그 배후에 숨겨진 비밀이었다.현재까지 세상에 드러난 옥패 중에 염구준은 혼자 세 개를 차지하고 있으니 그가 이토록 적의를 불태우는 것도 당연했다.“드디어 내가 직접 나서야 하는 건가.”도천연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적풍상인의 뒤에 서서 그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적풍상인을 전면전에 내세우는 것, 그가 원하던 그림이기도 했다.염구준의 목숨을 취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몰라도 만약 적풍상인이 직접 움직인다면 이씨 가문에서도 수수방관하지 않을 것이고 그때가 되면 나라 전체가 들썩이게 될 것이다.그리고 혼란은 흑풍존주가 가장 바라는 상황이었다.“존주님, 제가 해드릴 수 있는 건 여기까지인 것 같습니다.”도천연은 착잡한 얼굴로 속으로 혼잣말을 했다.“제가 없는 사이 부디 몸 조심하십시오!”한편, 고성.해번가에 있는 유럽식 별장 주변에 시체가 즐비했다.“도망쳤어? 이런 상황에서 도망을 쳤다고?”검은 도복을 입은 흑풍존주가 시체 더미 중간에 서서 음침한 얼굴로 욕설을 퍼붓고 있었다.세계를 공포에 떨게 만든 조직 혈향의 주인이자 킬러들의 우상이라고 불리는 블러드가 도망쳤다는 소식에 그는 경악했다.킬러들의 왕이라고 불리는 그를 잡으려고 흑풍존주는 아주 오랜 시간 준비했고 혈향 내부에도 인원을 침투하여 그야말로 완벽한 그물망을 쳤다. 그리고 부하들을 데리고 호호탕탕하게 잡으러 왔는데 정식으로 접전하기도 전에 블러드는 이미 자리를 뜨고 없었다.신분, 명성 이런 것도 전혀 상관하지 않고 집 잃은 개처럼 도망을 간 것이다.“어쩌면 존주님의 명성을 이미 듣고 두려워서 도망친 게 아닐까요?”가면을 쓴 백인사내 백터가 웃으며 말했다.“이번에 손실 하나 없이 혈향 조직의 수뇌부를 손에 넣을 수 있을 것이니 너무 걱정하지

  • 군신의 귀환   제1101화

    “모든 인원을 동원해서 무조건 블러드를 찾아내.”잠깐의 침묵 뒤에 백터가 실성한 사람처럼 소리쳤다.“살아 있으면 살려서 데려오고 죽었으면 시체라도 찾아내라고!”백터의 신변을 수호하던 검은색 인영이 핸드폰을 꺼내 부하들에게 연락하기 시작했다.블러드는 무조건 죽어야 하는 존재였다.“블러드가 살아 있는 이상 난 진정한 킬러의 왕이 될 수 없어.”백터는 창가를 마주하고 서서 어두운 밤하늘을 바라보며 살기를 번뜩였다.한때 모두를 두렵게 했던 킬러의 왕, 블러드.하지만 현재는 중상을 입고 도망자 신세가 되었다.그 시각, 별장과 10km 떨어진 지점의 해수면.광풍과 파도가 거칠게 휘몰아치고 있었다.숨만 간신히 붙어 있는 한 사내가 간신히 판넬 하나를 붙잡고 해수면을 표류하고 있었다.사내의 얼굴은 창백하게 질린 상태였다.과거 킬러의 왕이라고 불리던 블러드는 현재 과다출혈로 바닷물에 둥둥 떠다니는 신세가 되었다. 간신히 숨만 붙어 있을 뿐, 사실 상 시체나 다름없었다.“염구준… 그 존주의 무술이 염구준과 흡사한 점이 많아.”블러드는 낮게 기침하며 붉은 피를 토해냈다. 잠깐의 휴식을 취하자 그제야 안색이 조금 돌아왔다.세상에 이렇게 강한 존재가 있다는 것도 충격이었다. 스피드, 힘 모두 최상이었고 집요하게 약점을 파고드는 모습이 전신전 전주 염구준과 매우 흡사했다.그의 추측이 맞다면 저 음험하고 교활한 흑풍전주는 아마 신무옥의 무학을 수련한 게 틀림없었다.“하!”갑자기 들려온 웃음소리에 블러드는 사고를 멈추었다.요란한 엔진소리와 함께 7m 정도 되는 요트가 그를 향해 신속하게 접근하고 있었다. 갑판에 선 수십 명의 사내들이 블러드를 향해 웃고 있었다.“그렇게 건방을 떨더니 꼴이 이게 뭐야?”“우리 손에 잡혔으니 죽어줘야겠어!”‘결국 여기까지 쫓아온 건가….’“안 그래도 이동수단이 필요했는데 어떻게 알고 왔어? 정말 충성이 지극한 녀석들이군!”비록 중상을 입기는 했어도 블러드의 기세는 전혀 수그러들지 않았다. 과거의 부하들을 마주한 그

  • 군신의 귀환   제1102화

    이제 기세가 기울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이런 급의 인간들과는 상대도 되지 않았다.“조심해!”남은 인력들은 겁에 질린 얼굴로 슬슬 뒷걸음치기 시작했다.곧 죽을 것 같았던 블러드가 이런 폭발력을 보여줄 거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물론 블러드의 상태도 그리 좋지 않았다. 이미 중상을 입은 데다가 찬 바닷물에 한참이나 몸이 담가진 상태였고 그 상태에서 내력을 가져다 썼기에 부상 정도는 더욱 심각했다.“죽여!”잠깐의 고민 뒤에 검은 정장을 입은 사내가 미친듯한 고함을 지르며 블러드에게 달려들었다.“같이 상대하면 돼. 당장 저 녀석의 목을 가지고 백터님에게 돌아가자!”사내들의 협동 공격이 시작되었다. 그들은 손에 든 무기를 블러드의 머리를 향해 휘둘렀다.“고작 너희들이 날 죽일 수 있을 것 같아?”블러드는 잔인한 미소를 지으며 낫을 집어들었다.사신의 낫이라고 불리는 그만의 무기였다.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그가 휘두른 낫에 목숨을 잃었고 그렇게 블러드는 최강 킬러의 자리까지 올라갔다.날카로운 낫이 번뜩이더니 조금 전 소리치던 사내에게로 날아갔다. 사내가 잠깐 당황하는 사이 그것은 이미 사내의 목을 베고 사내 머리는 그대로 바다로 추락하고 말았다.머리를 잃은 시체는 그대로 갑판에 피를 뿌리며 쓰러졌다.무기가 블러드의 손을 떠나 사내의 목을 베기까지 불과 3초도 걸리지 않았다.그게 끝이 아니었다.조금 전과 같은 섬뜩한 빛이 번뜩이더니 낫은 다시 공중을 날아 블러드를 향해 달려드는 사내들의 복부를 스치고 지나갔다.여덟 명의 사내의 몸뚱아리가 그대로 두동강이 났다.“말도 안 돼!”갑판 위에 남은 여섯 명의 사내들은 겁에 질려 그대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블러드, 당신은 우리의 영원한 보스입니다. 저희도 오고 싶어서 온 게 아니었어요. 백터가 그러라고 우리에게 협박했어요. 보스… 안 돼!”목소리는 얼마 안 가 사라지고 말았다.블러드는 주저하지 않고 다시 낫을 치켜들어 남은 여섯 명의 목을 그어버렸다.거친 파도가 갑판 위를 스치고 지나가

  • 군신의 귀환   제1103화

    연습장 중심에 도복을 입은 손가을이 염구준을 향해 주먹과 발길을 휘두르고 있었다.염구준은 그 자리에서 미동도 하지 않고 방어만 하고 있었다.겉보기에는 그가 밀리는 것처럼 보여도 사실 손가을의 주먹은 그의 옷깃 한번 스친 적 없었다.“성장이 너무 빠른걸? 이제 잘 못 피하겠어.”교전이 시작되자 염구준은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몸을 비틀어 날아오는 손가을의 주먹에 일부러 가슴을 맞고는 엄살을 부렸다.“아, 맞았어! 아파!”손가을의 얼굴이 빨갛게 물들었다.염구준을 쓰러뜨린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그와 오래 함께 했고 무관에서 들은 것이 있었기 때문에 그녀는 무도 등급간의 차이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비록 원종, 정경림, 서문당, 북궁야 같은 고수들의 가르침을 받기는 했어도 무술을 익힌지 고작 2주밖에 되지 않은 초짜였다. 이제 겨우 내력을 약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는데 반보천인인 염구준의 상대가 될 수 있을 리 만무했다.일반인은 절대 상상도 할 수 없는 경지에 오른 사람이고 군대에서 사용되는 특수 살상무기를 제외하면 그의 몸에 상처를 입힐 수 잇는 사람은 몇 없었다.오히려 그의 몸에 맞은 그녀의 주먹이 더 아팠다.“오늘은 여기까지 하자.”염구준은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볼에 입을 맞추고는 뒤돌아서 염희주를 품에 안고 볼을 비볐다.다시 뒤돌아선 그는 담담한 어투로 허공에 대고 말했다.“봤지? 내 아내와 딸이 여기에 있어. 내 가족들을 놀라게 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겠지?”“살기 거둬!”신위무관 내부에 금방 입문한 손가을을 제외하고 원종과 정경림을 비롯한 무관 학도들 모두 공기 속에 만연하는 엄청난 살기를 느꼈다.“쿨럭… 역시 들켰네.”무관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는 거대한 나무의 길게 뻗은 나뭇가지들이 흔들리기 시작했다.탁!약간 허약해 보이는 인영이 그대로 나무에서 추락하더니 대자로 바닥에 뻗었다.“아!”옆에서 이 모습을 지켜본 염희주가 손으로 입을 틀어막으며 당황한 얼굴로 말했다.“아빠, 저 사람 나

  • 군신의 귀환   제1104화

    침실로 들어온 염구준은 블러드의 상처를 살피고 표정을 굳혔다.“흑풍전주?”그의 예상은 정확했다.블러드 체내에서 강력한 기운이 마구잡이로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염구준이 수련했던 공법의 기운과 매우 흡사했다. 신무옥패에 기재된 무학 전적에서 본 내용이었다.블러드를 다치게 한 사람이 그였다니!“맞아. 흑풍.”블러드는 침대에 누워 염구준이 손바닥을 통해 전해주는 내력을 느끼며 아까보다는 밝아진 안색으로 대답했다.“흑풍존주 한 명만 상대했으면 이 정도는 아니었을 거야. 내 부하들, 백터가 나를 배신하고 흑풍과 손을 잡았어.”염구준은 묵묵히 고개를 숙였다.지하 세계에서 킬러조직 내부의 권력 다툼은 매우 잔인했다. 백터라는 사람이 만약 정식으로 보스의 자리에 앉으려 한다면 블러드와 정면 승부에서 이기는 방법 외에는 없었다.그는 승산이 없자 결국 흑풍존주와 손을 잡고 킬러들의 왕이라고 불리는 블러드를 왕위에서 끌어내린 뒤, 새로운 왕이 되고자 했던 것이다.“염구준.”블러드는 낮은 소리로 염구준을 불렀다. 안색은 아까보다 많이 좋아졌지만 입가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이 일, 염구준 당신과도 관련이 있는 것 같아.”“백터는 배신하기 전에 엘 가문의 짐과 만난 적이 있어. 내 추측이 맞다면 그들의 다음 목표는 엘 가문이야.”역시 짐이 고성에 갔을 거라던 추측은 맞아떨어졌다.“나도 들은 바가 있어.”손을 내린 염구준은 블러드의 혈자리를 봉인하고 계속해서 말했다.“부상이 심각해서 한동안 쉬면서 요양해야 해. 일단은 여기서 지내고 있어. 다른 곳보다는 안전하니까.”말을 마친 그는 곧장 침실을 나가 연무장으로 돌아갔다.손가을과 염희주는 여전히 그곳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염구준이 곧 떠나야 한다는 것을 눈치챈 건지, 두 모녀는 아쉬움이 가득 담긴 표정으로 다가와서 염구준의 품에 안겼다.“아빠…”“희주 착하지.”염구준은 애틋한 얼굴로 딸의 볼을 살짝 꼬집은 뒤에 아내를 보며 말했다.“봉황국으로 가봐야 할 것 같아.”“너무 걱정하지 마. 일만

Latest chapter

  • 군신의 귀환   제2193화

    쾅!염구준이 손을 들어 책상을 내리치자, 단단한 원목 테이블이 산산조각 났다.“네놈은 내가 돈 때문에 너희와 한패가 되어, 그런 패악질을 저지를 거라 생각했나?”대화를 나누면서 염구준은 상대방이 끝까지 이 길을 갈 생각이며 자신까지 끌어들일 생각이란 걸 알아차렸다.하지만 용하국의 백성들을 해치는 일을 가장 증오하는 그가 상대방과 손을 잡을 리가 없었다. 만옥루는 표정을 굳히며 협박하듯이 물었다.“마지막으로 묻겠습니다. 손 잡을 겁니까, 잡지 않을 겁니까?”상대방의 크게 변한 태도에 염구준은 그가 더 이상 좋게 말하지 않을 것이며 믿는 구석도 있다는 걸 눈치 챘지만 말을 바꾸진 않았다. “헛된 꿈을 꾸는군. 똑똑히 들어, 나는 만능 전당포 같은 조직을 절대로 남겨두지 않을 거야. 절대로 봐주지도 않을 거고.”이 말이 나온 순간, 두 사람 사이의 얇았던 가림막이 완전히 찢겨 나갔다.이제 더 이상 대화는 필요 없다는 거다.염구준의 대답을 들은 만옥루는 좋게 말해도 듣지 않는 상대방의 태도에 화가 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건 당신이 선택한 길이니 죽어도 원망하지 마세요!”‘독이다.’“차 안에 독을 섞을 줄이야. 비열하기는.”염구준은 자신이 중독 되었다는 걸 알았지만 크게 당황해 하지는 않았다.하지만 그는 곧바로 뭔가 이상함을 감지했다.“아니, 이건 반독이군. 다른 독과 결합해야 효과를 발휘하는 거지?”‘처음부터 날 상대할 준비를 하고 있었던 건가. 하긴, 그럴 생각이 없었으면 독을 이렇게 조심스럽게 쓰지도 않았겠지.’‘그럼 방금 전엔 진심으로 날 끌어들이려고 한 것도 있었겠지만 시간을 끌기 위해서인 것도 있겠군.’“하하, 맞습니다. 하지만 너무 늦었어요. 당신이 이곳으로 올 때 지나온 지하 통로에는 무색무취의 반독이 가득했거든요.”“당신을 제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40억도 포기하려 했지만 기어코 거부했으니 이젠 어쩔 수 없습니다.”만옥루는 미친듯이 웃으며 이미 이긴듯한 태도로 염구준에게 다가갔다.“이 독, 꽤나 강하네.”염

  • 군신의 귀환   제2192화

    염구준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뭘 새삼스럽게. 내 현상금은 하루가 멀다 하고 오르잖아.”꿈에서도 염구준을 죽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차고 넘치기 때문에 당연히 그를 죽이기 위해 돈을 거는 사람들도 많았다.오랜 시간 누적된 그의 현상금은 이미 어마어마한 액수로 불어나 있었다.“하지만 이번에는 더 많이 올랐습니다. 무려 40억이에요.”만옥루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며 금액을 알렸다.‘40억?’염구준은 태연한 표정을 유지했지만, 속으로는 적잖이 놀랐다.자신의 목숨값이 이렇게까지 비쌀 줄은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었다.일부러 이렇게까지 현상금을 높인 이유는 굳이 따로 생각하지 않아도 누군가 그를 죽이고 싶어서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사람들이 높은 현상금에 눈이 멀 거라는 걸 아는 거지.’“그 말인 즉슨 날 잡아서 돈을 바꾸겠다는 건가?”염구준은 만옥루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만옥루는 겉보기엔 인자하고 온화한 인상을 지니고 있었지만, 만능 전당포의 장계를 맡고 있는 인물이 착할 리가 없었다.밀실 벽에 걸린 각종 의뢰 목록만 봐도, 잔혹하고 탐욕스러운 사람이란 걸 알 수 있었다. “하하, 염 선생님 농담이 지나치십니다. 제가 선생님을 이곳에 초대한 이유는 그저 논의할 것이 있어서입니다.”만옥루는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책상 위의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면서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였다.‘대체 무슨 속셈이지?’염구준은 만옥루의 의도가 그가 말한 것처럼 단순할 리 없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이미 이곳까지 온 이상,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는 들어볼 생각이었다.“듣고 있으니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바로 해.”말 정도를 들어줄 시간은 있으니 그는 조급해하지 않았다. ‘어차피 내 눈 앞에서 도망칠 수도 없기도 하고.’이윽고 만옥루는 미소를 거두고, 진지한 얼굴로 본론을 꺼냈다.“염 선생님께선 만능 전당포의 존재가 합리하다고 생각하십니까?”이 질문은 명백히 염구준의 입장을 떠보려는 것이었다.염구준은

  • 군신의 귀환   제2191화

    다른 사람들은 염구준이 얼마나 강한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만약 정말로 싸움이 벌어진다면 자신들도 휘말릴 거라는 걸 알아 이 말을 들은 뒤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이 말을 들은 진희도 더 이상 요염한 태도를 보이지 않고, 차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염 선생님, 웬만한 일은 제가 처리할 수 있습니다. 하고 싶은 말 있으시면 바로 하세요.”“저 사람을 체포하라는 임무를 누가 내린 거지?”염구준은 제이든을 가리키며 질문했다.이번 방문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제이든을 위한 것이었기 때문에 다른 것들은 일단 제쳐 둘 생각이었다.그리고 보아하니, 만옥루의 주인도 도망칠 생각이 없어 보였기 때문에 굳이 조급해할 필요는 없었다. “죄송하지만 이건 제 권한을 넘어서는 문제입니다. 이쪽으로 모시겠습니다.”진희는 질문을 듣자마자 가슴이 철렁해서 제이든을 한 눈 보고는 안내하는 손짓을 해보였다.제이든에 관해서 그녀가 알고 있는 정보는 많지 않았지만, 확실한 것은 그를 잡으라는 임무가 상당히 높은 등급이라는 점이었다.염구준은 곁에 서 있는 사타를 보며 명령했다.“너희들은 여기 남아서 제이든을 잘 보호해.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고.”상대가 초대한 데에는 두 가지 가능성이 있었는데, 하나는 화해하려는 것이고, 또 하나는 함정을 파놓고 기다리는 것이었다.그러나 어느 쪽이 됐든 위험한 건 같았다.“알겠습니다!”“절대로 허튼 생각하지 않았습니다!”세 사람은 공손히 두 손을 모아 예를 갖추며 약속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하니까 말이다.이미 염구준과 함께 이곳까지 온 이상, 그와 한 배에 탄 것과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 후, 염구준과 진희는 후문을 통해 비밀 통로로 나와 양마을 밖으로 걸어갔다.길을 가는 동안 진희는 별다른 술수를 쓰지 않았다.한편, 같은 시각에 양마을에서 수십 리 밖에 떨어진 별장에서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자리에서 일어나 방금 녹화된 영상을 다시 확인하며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진희 저 아이가 실패하다니. 다들 저 강한 반보천인

  • 군신의 귀환   제2190화

    “그럼 이런 곳엔 처음 와 본 거야?”염구준이 계속 질문했다.“처음입니다! 두 번밖에 임무를 수행한 적 없는데, 두 번 다 황량한 야외에서 거래했어요.”사타가 급히 설명했다.“저희도 이번이 처음입니다. 제이든을 데리고 오는 것도 본래는 저희 임무가 아니었습니다만 플랫폼에서 저희더러 데리고 오라고 했습니다.”음양쌍살 역시 얼른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이렇게 보면 이들도 나름 실력있는 무인들이었지만 만능 전당포의 핵심 사냥꾼엔 속하지 않는듯 했다.오프라인에서 임무를 받으려면 실력 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신임을 얻어야만 했다.이미 계획이 어느정도 들켰기 때문에 염구준은 제이든의 몸에 기를 주입해 천천히 정신 차리게 했다.‘다음에 임무에 나설 때는 역용술로 변장부터 해야겠어. 소봉산에서 공무적과 싸운 것 때문에 얼굴이랑 이름이 너무 알려졌으니까. 강호 사람들 중에서도 날 아는 사람이 너무 많아.’염구준이 생각에 잠겨있을 때, 그의 생각대로 여러 무림인들이 그를 찾아와 인사를 건넸다.“염 선생님, 찾으시는 임무라도 있으세요? 제가 추천해드릴게요.”“염 선생님, 당신이라면 임무를 받겠다는 한마디만 해도 마음껏 고르실 수 있을 겁니다.”그들은 전부 염구준을 자신들과 한통속으로 생각하며 우쭐했다.그러나 그들의 말을 들은 염구준은 속에서 화가 치밀어 올랐다. 아직 처리하지 못한 일이 남아있지 않았더라면 전부 손 봐줄만큼 말이다.무공을 익힌 자로서, 의협심을 발휘해서 이로운 일을 하는 게 아니라 민간에 해를 끼치는, 용하국에 피해를 주는 임무를 아무렇지도 않게 맡는다는 것에, 염구준은 너무 화가 났다.결국 그는 분노를 꾹꾹 눌러담아 크게 포효했다. “난 이런 임무 같은 거 안 하니까 꺼져!”이 말을 들은 후 아부하던 사람들은 감히 불평 하지 못하고 얌전히 제자리로 돌아갔다.사실 그들은 이렇게 강한 반보천인에게 욕을 먹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생각했다. 염구준은 차마 건드릴 수 없는 존재니까 말이다.“염 선생님. 왜 이렇게 화를 내세요?

  • 군신의 귀환   제2189화

    “끄윽...”목이 졸린 탓에 우호는 숨이 막혔고 눈앞이 어지러워지며 의식도 점점 흐릿해졌다.이제껏 살아오면서 많은 사람들을 봐왔지만, 이토록 가차 없이 공격하는 사람, 특히 이렇게 죽일 기세로 공격하는 사람은 그도 많이 본 적이 없었다.“좋게 좋게 말로 해결합시다. 저희도 결국 돈 벌려고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이때, 집사가 앞으로 나와 조용히 권유했다.만약 지금 염구준이 손에 힘을 조금이라도 더 준다면 우호는 죽을 수밖에 없었다.즉 우호의 생사는 현재 염구준의 생각에 달려있다는 것이었다.“좋게 좋게 말로 해결이라. 난 분명 이미 한 번 말한 것 같은데?”염구준이 차갑게 웃으며 손을 풀지 않았다.“염 선생님, 멈춰주십시오. 저희가 직접 뵙겠습니다.”이때, 거래소 내부의 스피커에서 낯선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말투로 봐서 이미 염구준을 알아본 것 같았다.말하는 사람은 만능 전당포의 사장이 아닐지라도 고위 인물일 가능성이 컸다.팍.염구준은 팔을 흔들어 우호를 바닥에 내던지고는 스피커를 향해 말했다.“시간이 많지 않으니 빨리 만나는 게 좋을 거야.”우호는 이제 그에게 쓸모가 없었다. 그도 그냥 꼭두각시일 뿐이니까 말이다. 이 모든 걸 조종하는 건 그의 뒤에 있는 사람들이었다.염구준은 이토록 치밀하게 움직이는 만능 전당포가 더욱 궁금해졌다.“이쪽으로 오시죠.”집사는 바닥에 널브러진 우호는 신경도 쓰지 않고 길을 안내했다.이상하게 말이다.염구준은 대충 이상한 점을 보아낼 수가 있었다. ‘이 늙은이는 우호의 복종 따위가 아니라 만능 전당포에서 옆에 심어놓은 스파이 같네.’‘하지만 이상하단 말이야. 이미 내 정체를 알고 있으면서 왜 만나려고 하는 거지?’그렇게 염구준 일행은 집사를 따라 거래소 내부의 밀폐된 밀실로 들어갔다.이곳에는 단 20여 명 정도가 모여 있었지만, 전부 무술을 연마한 사람들이었다.밀실의 벽에는 누런 천이 걸려 있었는데, 그 위에는 각종 임무 정보들이 적혀 있었다.‘음양쌍살이 임무를 플랫폼에서 받았다고 했는

  • 군신의 귀환   제2188화

    ‘아버지를 찾는다고?’이 말을 들은 순간 우길은 바로 멍해졌다.‘눈빛이 예사롭지 않은 걸 보면 좋은 목적으로 찾아온 건 아닌 것 같은데. 데리고 갔다가 괜히 귀찮은 일만 생기는 거 아니야?’“왜, 싫어?”염구준은 상대방이 망설이는 걸 보자 한 발자국 걸어가 다시 때리려고 했다.우길 같은 쫄보들은 몇 대 맞기만 하면 고분고분하게 말을 잘 들으니까 말이다. “아닙니다! 저희 아버지는 지금 거래소에 있어요. 이쪽으로 따라오시죠.”우길은 자리에서 일어나 앞장섰다.자신의 목숨을 위해 아버지를 팔아넘기는 그는 정말 ‘효자’ 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염구준은 일행에게 눈짓을 하며 앞으로의 상황에 임기응변으로 잘 대처하라고 신호를 주었다.이제는 그 신비한 만능 전당포와 정식으로 붙게될 테니까 말이다.한편, 양마을의 가축 거래소에는 정수리에 탈모가 온 기름진 얼굴의 뚱뚱한 남자가 커다란 의자에 느긋하게 몸을 기대고 앉아 있었는데, 두꺼운 목에 걸려있는 황금 목걸이가 특히 눈에 띄었다.어울려서가 아니라 개목걸이를 한 것처럼 보여서였다. 이때, 늙은 집사가 우호의 앞에 다가가 입을 열었다. “어르신, 도련님께서 또 사고를 치셨습니다.”그러나 우호는 상대방의 말을 마음에 담아두지 않고 태연하게 손을 휘저으며 자애로운 표정으로 말했다. “우길이가 장난꾸러기인 걸 어쩌겠어. 그냥 놔둬.”사실, 우길의 망나니 같은 성격은 전적으로 그가 우쭈쭈하면서 길러낸 결과물이었다.그러나 이렇게 오냐오냐하면서 기른 아이일 수록 제 아버지를 벼랑 끝으로 내몬다는 걸 그는 몰랐다. 그러니 제 아들에게 당한다면 그것도 일종의 인과응보가 아닐 수 없었다.집사는 물러나지 않고 한참을 망설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하지만 이번에 도련님이 건드린 외부인들은 보통이 아닌 것 같습니다. 직접 가보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흥, 됐어. 양마을에 내 체면을 세워주지 않을 놈이 어디있겠어?”그러나 우호는 코웃음을 치며 담배를 피우면서 여유롭게 와인도 홀짝였다.그는 겉으로는 가축

  • 군신의 귀환   제2187화

    “괜찮아.”염구준은 무심하게 대답하며 다시 앞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아, 잠시만요! 아직 얘기 다 안 끝났어요.”이에 청년이 한 발 앞으로 나서며 길을 막아섰다.“하하, 다치지 않았으니까 보상금은 필요 없어.”사타는 일을 더 키우고 싶지 않아 아량 넓게 말했다. 혹여나 이 일 때문에 염구준의 계획에 차질이라도 생길까 봐서였다.그러나 그들의 생각과는 달리 청년은 오히려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헤헤, 안 다친 건 다행이에요. 하지만 제 소를 죽인 건 배상해줘야죠?”이런 인간이야말로 진짜 뻔뻔한 족속이었다. 소가 날뛸 때는 가만히 있다가, 정작 죽으니까 보상을 요구하는 게 어디있나?더 황당한 건, 방금 전에 미친 소 때문에 다친 사람들 모두 지금 감히 불평 한마디 못하고 있다는 점이었다.젊은 청년이 이렇게 안하무인으로 행동하는 걸 보아 그의 신분이 단순하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얼마면 되는데? 금액을 말해.”염구준은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2천만원이요! 그렇게 비싸진 않죠?”청년은 교활한 눈빛으로 염구준을 보면서 금액을 불렀다. 모양을 보아하니 자신의 간계가 먹힌 것을 기뻐하는 것처럼 보였다.그의 악행에 이미 불만이 쌓인 시장 사람들은 작은 소리로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저 양반 또 돈 뜯어내려고 하네. 돈 다 썼나 봐.”“그러니까. 그냥 돈 뜯어내는 거면 모르겠는데, 일부러 미친 소를 풀어놓고 돈 뜯는 건 너무하잖아.”“목소리 낮춰. 우길이 저 녀석, 순하게만 생겼지, 하나도 안 착하니까.”사람들의 대화를 들으면서 염구준은 상대방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걸 확신했지만 아직 중요한 일이 남아있기 때문에 더 이상 일을 벌이고 싶지 않아 바로 옆 사람에게 분부했다.“돈 주고 가자.”이에 사타가 돈을 건넸으나 청년은 돈을 받지 않고 되려 태연하게 값을 올렸다.“아, 제가 잘못 말했어요. 1억 주셔야 할 것 같은데.”염구준이 돈을 쉽게 주는 걸 보고는 그가 돈이 많은 호구에 불과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

  • 군신의 귀환   제2186화

    “저 둘은 뭐야?”검문하러 온 사람들은 빠르게 확인을 마치고는, 염구준과 기절해 있는 제이든을 가리키며 날카롭게 물었다.“이들은 사냥감입니다. 저희가 압송해서 넘기려던 중이었어요.”이 말에 사타가 웃으며 다가가서 담배를 건넸다.팍.하지만 평범한 무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은 그의 담배를 단숨에 쳐내며 얼굴을 험악하게 찌푸렸다.“이런 짓 하지마. 규칙은 규칙이니까. 안으로 들어가는 사냥감은 반드시 기절 상태여야 해.”그들이 이토록 거만할 수 있는 이유는 그들의 뒤에 있는 게 만능 전당포기 때문이었다. 쉽게 말해, 그들은 강한 세력을 믿고 설치는 자들이었다.만약 여기가 바깥세상이었다면, 사타는 벌써 그를 없애버렸을 것이다.“이거...”사타는 어쩔 줄 몰라 하며 염구준을 바라보면서 그의 의견을 구했다.“좀 편의를 봐주시죠. 기절시키나 안 시키나 같으니까요. 전 도망칠 생각이 없습니다.”염구준은 그렇게 말하며 넉넉한 돈뭉치를 건넸다.상대방은 받은 돈을 주머니에 집어넣고는 갑자기 표정이 변해버렸다.“대단한데? 넌 내가 본 사냥감들 중에서 제일 건방진 놈이야. 숨만 붙여놔.”그는 인정은 없고 돈만 보는 자였다. 태도가 바로 바뀌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그들이 정말 손을 대려고 하자, 사타 일행은 염구준이 마음껏 움직일 수 있도록 가만히 옆으로 물러났다. 그들은 물러나면서 속으로 이 무례한 자들의 명복을 빌었다.쾅!아니나 다를까, 염구준의 한 방에 상대방은 전부 뒤로 날아간 다음 그대로 기절했다.“좋게 말하면 들을 것이지, 꼭 움직이게 만든다니까. 바보 아니야?”이럴 땐 역시 무력만이 가장 확실한 답이었다.그 후, 그는 사타 등에게 사람들을 전부 묶어놓은 후, 입을 막아놓으라고 명령한 다음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순리롭게 양마을 안으로 진입했다.가축 시장을 지나갈 때, 주위에서 썩은 냄새가 풍겼는데, 그 이유는 시장에서 정말로 소와 양 같은 가축들이 거래되고 있어서였다. 거래를 하러 온 사람들은 대다수가 목민으로, 전부 일

  • 군신의 귀환   제2185화

    이미 상대방을 속이기로 결심한 이상, 끝까지 완벽하게 연기해야 했기에 제이든은 여전히 포획된 만능 전당포의 타겟 역할을 맡아야 했다.한편, 다른 이들은 조용히 서서 염구준의 지시를 기다렸다.지금 현재 자신의 목숨이 염구준의 손에 달려 있기 때문에 그들은 전부 멋대로 행동할 담이 없었다.“멍하니 서 있지 말고, 안내해.”염구준은 음양쌍살을 바라보며 말했다.“아, 예! 그곳은 길이 험해서 걸어가는 수밖에 없습니다.”남자는 즉시 길을 안내하며 말을 덧붙였다.결국, 음양쌍살, 사타, 사타의 부하들과 함께 염구준은 양마을의 가축 시장으로 향했다.‘그 신비한 만능 전당포가 가축 시장에 숨어있을 거라고 누가 생각이나 하겠어? 조심스럽긴.’염구준은 길을 걸으며 생각했다.가축 시장으로 가는 동안, 분위기는 무겁고 조용했다.염구준은 굳이 말할 필요가 없어서 침묵했고, 다른 이들은 괜히 입을 놀렸다가 목숨을 잃을까 봐 감히 말을 하지 못했다.비록 그들도 남들 앞에서는 큰 소리 칠 수 있는 존재들이었지만 염구준 앞에서는 용이든 호랑이든 모두 굽히고 들어가야 했기 때문에 그들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몇 시간 동안 산을 넘고 물을 건넌 끝에 그들은 마침내 산 위에서 아래쪽에 있는 시장을 볼 수 있었다.드디어 양마을에 도착한 것이다.멀리서 보기엔 평범한 장터처럼 보였는데, 이건 그만큼 완벽하게 존재를 잘 숨겼다는 걸 설명했다.이때, 음양쌍살이 갑자기 걸음을 멈추더니 남자가 조용히 말했다.“염 선생님, 저희는 여기까지만 모시겠습니다. 더 이상 가긴 어려울 것 같아요.”그들의 실력으로는 염구준이든, 만능 전당포든 건드릴 수가 없기 때문에 그들은 도저히 이 싸움에 끼고 싶지 않았다.반면 눈치가 빠른 사타는 말을 하지 않고 염구준이 어떻게 행동할지 관찰했다.남자의 말을 들은 염구준은 눈이 가늘어지더니 입꼬리를 올렸다.“그래, 그럼 걸어서 양마을까지 갈지, 아니면 뒹굴어서 이 산을 내려갈지 선택해.”그의 말뜻은 명확했다. 양마을까지 함께 하지 않으면 죽음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