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 가문이 다른 업계로 뛰어들기 시작하면서 상황은 급속도로 안정을 찾아가고 있었다. 금융이나 IT 산업은 폭리가 가능한 산업으로 최단 기간에 많은 자금을 확보할 수 있었다.그렇게 되면서 오샤나지 그룹과 손씨 그룹 사이의 분쟁은 자연스럽게 마무리 되었고 엘 가문은 새로운 자금체계를 가지게 되었다.엘 가문은 거기서 규모를 축소하지 않고 계속해서 과감한 투자를 하며 자금을 불려나갔다.“앨리스 씨는 역시 날 실망시키지 않았군요.”엘 가문의 저택.거실에 담담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이런 결과에 만족하십니까?”당연히 만족스러웠다.최근 일주일 동안 염구준은 비록 봉황국을 떠나 있었지만 주작전존은 이곳에 남아 그들의 신변안전을 지켜주었다.비록 반디엘 본인도 많은 경호원을 배치하고 거금을 들여 무인들을 호위로 고용했지만 왕자 레벨의 호위마저도 붉은색 갑옷을 입은 그 여자와 눈길을 마주치지도 못했다.게다가 더 무시무시한 건 호위들의 말에 의하면 주작이라는 여자의 실력은 전신 단계라고 했다.“주작 씨의 실력을 믿었습니다.”인재가 급히 필요한 반디엘은 간청하는 눈빛으로 염구준을 바라보며 말했다.“염 선생, 값은 원하는 대로 드리겠습니다. 주작 씨를 저희 엘 가문의 경호팀장으로 고용하고 싶은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주작을 고용하고 싶다는 말에 염구준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전쟁 시기, 청용, 백호, 주작, 현무 4대 전존은 고생을 마다하고 수련을 거듭하면서 무성의 경지까지 돌파했다.현재 용하국은 태평성새를 마주했지만 그들은 수련을 멈추지 않았다. 전신 단계를 가장 먼저 돌파한 사람은 청용 전존이었다.그 뒤를 이어 백호, 주작, 현무 세 명도 성장을 거듭하며 전신 단계를 돌파했다.용하국에서 공개된 전신 강자는 도합 아홉 명.그들을 제외하고 108명의 전왕들도 돌파의 기미를 보이면서 도합 20여 명의 무성의 단계까지 올라갔다.전신전의 전반적인 실력은 비약적으로 상승하면서 용하국의 든든한 기둥으로 불리게 되었다.반디엘은 그런 대단한 존재를 고용하고
그가 괜한 걱정을 하는 것은 아니었다.지하세계는 잔인하고 비겁한 킬러들이 즐비한 곳이고 각종 신형 무기가 거래되는 곳이기도 했다.진가네 부자가 있는 아폴론 거리에는 지하세계에서 유명한 용병들이나 킬러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들은 대낮에 대놓고 폭탄이나 총을 휴대하고 돌아다니고 있었다.그런 존재들이 만약 암살을 선택한다면 일반인은 피해갈 수 없을 것이다.이런 상황에서 염구준의 실력이 아무리 강하더라도 그들은 목숨을 두고 모험하고 싶지 않았다.“레이저 무기는 너무 방대해서 운송 조건이 까다롭습니다. 봉황국에 그런 게 들어왔을 리가 없어요.”염구준은 눈을 깜빡이며 느긋하게 말했다.“다른 대규모의 살상무기라면… 제가 있는데 무슨 걱정이십니까.”그가 자만해서 하는 말이 아니었다.반보천인은 천인에 가장 근접한 강자였다. 현재의 염구준은 인간형 핵무기라고 비유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일반인이 쓰는 대규모 살상무기로 그를 다치게 할 수는 없었다.그리고 그는 정신력으로 주변을 정찰할 수 있는 능력도 있었다.반경 1km 이내에 어떤 움직임도 그의 탐지 능력을 벗어날 수 없었다. 아무리 속도가 빠른 저격총이라고 해도 막아낼 자신이 있었다.레이저 무기가 존재한다고 해도 염구준은 막아낼 실력이 충분했다.“정말 그렇게 자신하십니까?”앨리스는 입술을 깨물며 근심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제가 염 선생을 얼마나 믿고 있는지 아실 겁니다. 하지만….”이번 작전은 그녀와 아버지의 목숨이 달린 작전이고 한번의 실수로 가문 전체가 무너질 수도 있었다.“아직 제 실력을 그리 신뢰하지 않으신가 봅니다.”염구준은 피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그렇다면 굳이 선택을 강요하지 않겠습니다. 앨리스 씨, 저택 내에 잠복해 있는 저격수가 12명 있습니다. 그들을 실험대상으로 이용하면 되겠군요.”앨리스가 당황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염 선생, 그건….”“괜찮습니다.”염구준은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그들에게 언제든 총을 쏘라고 하십
거실 바깥에 떨어진 총탄을 보며 반디엘 부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반디엘은 두 눈을 휘둥그레 뜨고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총탄도 자유자재로 막을 수 있다던 염구준의 말은 허풍이 아니었다.가볍게 암살을 막았을 뿐더러 총탄은 거실 창문도 뚫지 못했다.이게 바로 전설 속의 전신강자란 말인가!그들은 염구준의 실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이제 좀 신뢰감이 드십니까?”염구준은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그들에게 물었다.“이제 우리 작전을 얘기해 보죠. 장소는 손씨 그룹 해외 지사입니다. 시간은… 오늘로 하는 게 좋겠군요.”그날 오후 세 시, 오샤냐지 그룹은 3일 뒤에 있을 기자회견을 오늘로 앞당긴다고 발표했다.엘 가문의 비즈니스 파트너로써 손씨 그룹은 흔쾌히 장소를 제공하고 접대를 맡았다.기자들에게 더욱 편안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하여 일층 로비를 개방했으며 그 외에도 근처의 거리를 개방하고 맞은편 창문에 서서도 내부 상황을 똑똑히 보일 수 있게 하였다.그룹 내부에는 엘리트 경호원들이 현장에서 안전과 질서를 유지하도록 했다.무대 주변에 의자를 설치하였고 손씨 그룹 직원들과 초대받은 기자들을 제외하고 아무도 접근하지 못하게 하였다.“이거 기회인데?”그룹 건물과 대략 1km 떨어진 지점의 한 고층 건물.안에는 세 명의 킬러가 잠행복을 입고 포복 상태로 매복하고 있었다. 건물과 같은 계열의 옷을 입었기에 밖에서 봤을 때는 건물과 혼연일체가 되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그들의 앞에는 개량한 저격총과 총탄이 놓여 있었는데 사거리가 무려 2.8km나 되는 저격총이었다.“우리가 이렇게 고생하는데 어차피 이득은 백타한테 돌아가겠네!”한 킬러가 멀리 있는 건물을 힐끔거리며 입맛을 다셨다.“무기가 좀 아쉽기는 하네. 이렇게 큰 조직에 JS4가 고작 하나밖에 없으니. 나도 써보고 싶은데 말이야. 그 총이 있으면 반디엘과 앨리사를 한방에 죽여버릴 수 있어.”JS4는 성조국에서 올해 새로 개발한 최강 저격총으로 인간이 아닌 건물이나
무대 아래 쪽에도 근접 전투에 능한 엘리트 킬러들이 기자로 위장하고 그룹 내부에 잠입했다.반디엘과 앨리스가 모습을 드러낸 순간 여덟 대의 저격총이 동시에 그들의 머리를 날려버릴 것이다.만약 저격이 실패해도 기자들 틈에 잠입한 킬러들이 현장이 혼란스러운 틈을 타서 그들에게 접근할 것이다.일이 성공하고 어떻게 빠져나갈지는 그들이 고민할 일이 아니었다.국제적으로 유명한 킬러조직의 일원으로써 그들은 임무를 완벽히 수행하는 것을 1차 목표로 두고 있었다. 근접 킬러들은 임무를 수락한 순간부터 살아서 나간다는 생각은 이미 버리고 온 상태였다.“주의! 목표가 나타났다!”“확인! 반디엘 본인과 옆에 어린 계집애가 있는데… 앨리스 맞네!”’초조한 기다림 속에 기자회견이 정식으로 시작되었다.손씨 그룹 건물 1층 로비에 반디엘과 앨리스가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무대로 올라갔다.“목표 확인. 시야가 가려지지 않음. 풍속은 4.2. 목표 수행 준비 완료!”한 킬러는 왼쪽 눈을 지그시 감고 오른쪽 눈으로 조준경을 응시하며 음산한 미소를 지었다.“내가 반디엘 저격할 거니까 너희는 앨리스를 저격해.”“셋, 둘, 하나….”“발사!”손씨 그룹 건물을 중심으로 반경 2km 떨어진 지점의 8개 거점에서 총 26대의 저격총이 동시에 발사했다.평소 잘 훈련된 그들은 지령을 받고 거의 동시에 방아쇠를 당겼다.그들 중에는 당연히 JS4 총기도 있었다.외관이 독특한 탄두가 공기의 저항을 뚫고 신속히 무대를 향해 날아갔다.“맞았어!”방아쇠를 당긴 순간에 기자회견장과 1km 지점에 떨어진 고층 건물 옥상에서 캐주얼 복장을 입은 한 사내가 잔뜩 흥분한 얼굴로 주먹을 움켜쥐었다.그는 한 번도 저격에 실패한 적이 없었다.혈향에 가입한 뒤로 그가 수행한 임무는 전부 SSS급의 고난이도 임무였고 완성도는 100퍼센트, 한 번도 실수한 적이 없었다.그는 이번에도 당연히 예외가 아닐 거라고 확신했다.백타가 블러드를 배신하면서 원 혈향 조직은 백타 조직으로 바뀌었고 그는 주저 없이
“그럴 리 없어….”염구준을 마주한 엘리트 킬러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혼잣말을 중얼거렸다.“JS4의 총탄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무성이라도 불가능하다고. 전신 강자는 가능하다고 해도 아주 어려운 일이야.”“설마… 당신… 전신절정?”염구준은 속으로 피식 웃기만 했다.이미 1년 전 일이었다.현재의 염구준은 이미 반보천인의 경지에 도달했고 계속해서 천인강자의 레벨에 접근하고 있었다. 마지막 한 단계만 돌파하면 그는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명실상부한 슈퍼맨이 될 것이다.“뛰어난 분석력을 가졌지만 아깝게 됐네.”염구준은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분석이 틀렸으면 죽어야겠지?”쾅!외마디 신음과 함께 염구준이 들고 있던 총탄이 가볍게 킬러의 이마를 관통하고 날아갔다.최강 저격수는 그렇게 그 자리에서 인생을 마감했다.“아직 25명이 남았네.”염구준은 긴 다리를 움직여 공중으로 솟구쳤다. 그의 발 아래로 강력한 기류가 흐르고 있었다.그는 내력을 사용하여 공중을 걷고 있었다.기압을 통해 만들어진 기류를 통해 이동하는 경이로운 이동하는 방식은 내적 소모가 많기는 하지만 그만큼 속도가 무시무시했다.한순간도 지체할 수 없었기에 그는 과감히 공중을 걷는 방식을 이용했다.염구준은 무서운 속도로 반경 2km 안에 매복해 있던 모든 저격수를 일격에 격살했다.“실패한 건가?”손씨 그룹 1층 로비, 기자회견 현장. 기자로 위장하고 입장한 열 명 정도의 킬러들은 무대에서 자연스럽게 질문을 받는 반디엘 부녀를 바라보며 살기를 번뜩였다.실패는 예상했던 일이었다.엘 가문은 그만큼 방대한 세력과 자금력을 가지고 있으니 뛰어난 무인을 고용하는 건 그들에게 일도 아닐 것이다.원거리 저격이 실패했다면 이제 그들이 나설 차례였다.“앨리스 씨.”무대 전방에 예쁜 드레스를 입은 한 미녀가 마이크를 잡고 영업 미소를 지으며 애릴스에게 다가갔다.“엘 가문의 미래의 발전 방향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이 있습니까?”“이런… 마이크가 고장난 것 같네요. 잠시만요.
염구준이 이번 작전을 계획하면서 근접킬러들이 들이닥칠 가능성을 빼먹었을 리가 없었다.“그렇게 기를 쓰고 들어왔으면 영원히 여기 남아 있어.”붉은색 망토를 두른 주작은 천천히 무대 전방으로 걸어가며 허리춤에서 장검을 빼들었다.“염 선생의 명령이다. 암살자를 모두 색출해서 격살하라!”조금 전 앨리스에게 접근했던 미녀 기자를 포함해서 총 20여 명의 엘리트 킬러들이 주작의 장검에 목숨을 잃었다.“앨리스 씨, 반디엘 가주님.”모든 일을 마친 주작은 검을 다시 칼집에 넣고 반디엘과 앨리스를 향해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위험은 이제 제거되었으니 안심하셔도 됩니다.”그랬다. 염구준의 정확한 탐지능력으로 그들은 오늘 한 방에 주변에 잠복했던 암살자들을 전부 제거했기에 엘 가문은 앞으로 더 이상 두려움에 떨 필요가 없었다.“아니죠.”웃고 있던 앨리스가 갑자기 표정을 바꾸더니 말했다.“짐이 남았잖아요? 아직 짐을 잡지 못했어요.”그 시각.봉황국과 30km 떨어진 지점. 길가에 선 대형 SUV 안에서 짐은 음침한 얼굴로 핸드폰만 바라보고 있었다.시간을 계산해 보면 기자회견은 이미 끝났을 시간인데도 그가 파견한 킬러들에게서는 아무런 소식도 들려오지 않고 있었다.아마 그가 예상하는 대로 암살은 실패했을 것이다.“젠장!”짐은 신경질적으로 시동버튼을 누르며 출발했다.이번에 봉황국으로 돌아가면 당연하게 가주의 자리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백터와 손까지 잡았는데 실패로 돌아가다니 인정할 수 없었다.대체 최강 킬러 진영을 파견했는데 왜 실패한 거지?“마지막 방법을 쓰는 수밖에…..”짐은 이를 갈며 SUV를 몰고 미친 듯이 질주했다. 그리고 그날 오후 항공편을 타고 어딘가로 출발했다.목표는 당연히 엘 가문 글로벌 본부.엘 가문의 진짜 정체에 대해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짐은 달랐다.엘 가문은 르엘족의 후예이자 대대로 귀족 가문이었다. 14세기 중 후반부터 방계의 반란으로 여러 갈래로 갈라지며 세계 곳곳에 자리를 잡았다.그들은
고성은 어둑어둑했다. 복도 양쪽에는 청동 램프가 걸려 있었고, 램프의 기름이 타면서 공기 중에는 특유의 진한 냄새가 퍼졌다. 그중에는 약초 향도 은은하게 섞여 있었다. 바닥과 벽은 몹시 축축했다. 강가 근처에 위치해 있어서인지, 성 내부는 마치 와인 저장고처럼 습기가 많았고 밀폐 조치도 매우 철저했다. 공간 또한 매우 넓어 발을 디딜 때마다, 은은한 메아리가 들렸다. 약 2분 후, 소녀의 안내를 따라 짐은 마침내 성의 중앙 홀에 도착했다. 불빛이 화려하게 일렁이고 있었다! 커다란 벽난로 속 불꽃들은 불규칙하게 흔들리며 활활 타오르고 있었고, 검은 도포를 입은 한 여자가 그 벽난로 앞에 다리를 모으고 앉아 눈을 감고 있었다. “족장님!” 여자를 본 짐은 빠른 걸음으로 여자에게 다가가 무릎을 꿇었다. “족장님께, 부끄러운 제자 짐이 돌아왔습니다!”짐...... “내가 기억기엔 네가...... 반디의 사촌 동생이었나?” 그녀의 낮은 목소리는 다소 약해 보였지만 고귀했고 위엄있었다.“봉황국 일맥, 너희 소식을 오랫동안 듣지 못했구나.” 짐을 몸은 미세하게 떨며 머리는 더욱 낮게 숙였다. 600년 동안, 봉황국 엘 가문의 분파는 빠른 속도로 번생했고 종족 본부와 연락이 끊긴 지 오래였다. 독자적으로 무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나 반디엘을 물리치고 봉황 일맥을 차지하려면, 종족 본부의 힘에 의지해야 했고, 이 여 족장의 힘을 빌어야 했다! “짐은 봉황 시에 있었지만, 한순간도 종족을 잊은 적 없다!” 이마를 땅에 댄 짐은 여자의 생각을 빠르게 추측하다 결국 이를 악물었다. “저는 10여 년 동안 조카 ‘폴’을 키웠고 앨리스와 가주 자리를 다투게 했습니다.”“봉황시 분파를 이끌고 다시 종족으로 되돌아오는 것이 최종 목표였습니다!” “하지만 앨리스 그 소녀가 외부인과 결탁하여 나와 폴의 계획을 망쳐버렸습니다...... 족장님, 현명한 판단 부탁드립니다!” 그렇군...... 그런 일이 있었구나. 여자는 아무 말
"종족이 합병하면 이 사람과 맞설 수 있기를 바래. 그렇지 않으면, 6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엘 종족은 파멸할 것이다…" 가볍게 울려 퍼지던 목소리는 점차 사라지고, 모든 것이 다시 평온을 되찾았다. 한편, 봉황성에서 70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한 고성.백타 조직 본부. 과거의 수장이었던 '마야'가 심각한 부상을 입고 행방불명되면서 조직의 이름은 '백타 '로 변경되었으며, 여전히 지하 세계를 지배하면서 불법 거래를 이어가고 있었다.그들의 역사에도 매우 오래되었다. 그들 조직의 전신은 중세 유럽 암살자 연맹으로, 다양한 업종에서 활동했었고 시대가 바뀌면서 점차 사라졌다.현재까지 계속 운영되는 가장 주요한 사업은 현상금이 걸린 암살과 지하 세계 곳곳에 퍼져 있는 테러정보기관이었다. "킬러왕, 이 타이틀은 정말 매력적이군…" 조직 본부, 의자에 앉아 계단 아래를 내려다보는 백타는 만감이 교차했다. 20년! 20년 전, 마야 조직에 처음 들어왔을 때부터 그는 한순간도 이 남자를 대체해 이 최고 위치에 앉기를 원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안타깝게도, 너무나도 강력했던 마야 때문에 이 야망은 마음 깊이 묻어둘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흑풍 존주가 찾아오기 전까지는… 까맣게 잊고 있었다.마야 비록 행방불명 상태지만 이미 큰 위협이 되지 못했다! 흑풍 존주가 말대로, 마야의 내장과 경맥을 파괴했으니, 운이 좋아 죽지 않더라도 남은 인생은 병신이 될 수밖에 없다.마야를 구할 수 있는 사람은 전설의 전신 전주, 실력을 가늠할 수 없는 최강의 전신뿐이었다! "마야의 운이 그렇게 좋을 리가 없지, 그리고 전신전주가 왜 그를 치료해 주겠어?" 자조적인 웃음을 짓고 있던 백타는 몸을 일으켜 석벽으로 걸어갔다. 석벽 뒤의 밀실은 조직의 최대 기밀이자 암살자 연맹 기지였다. 이 방의 키를 얻으면 거의 지하 세계 전체를 장악한 것과 다름없다. 그리고 그 열쇠는… 지금, 백타의 손에 쥐어져 있었다! "큰일 났습니다!" 백타가 비밀의 방을 열려는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각 세력들은 세라와 관계가 좋았지만 지금은 그녀가 스텔라성과 엮여서 믿을 수가 없었다.베르가 말한 동맹도 결국은 이익을 기초로 하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었다.“염병할 놈!”베르는 염구준이 사라진 곳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에취!”한편, 바다의 동굴을 지나던 염구준이 재치기를 하더니 귓구멍을 파며 중얼거렸다.“또 어떤 놈이 뒤에서 나를 욕하는 거야?”그는 이미 수백 미터 안으로 들어가면서 동굴을 살펴보았다.오래전에 인공으로 만들어진 동굴로서 지하수도로 사용했거나 육지에서 지각이 변화하여 이곳에 가라앉을 가능성도 있었다.이제 동굴 내부에 완전히 적응되어서 속도를 낼 때가 되었다슝!위험도 없고 갈림길도 없으니 팔다리를 빨리 저으며 앞으로 전진했다.동굴 끝에 무엇이 있는지 참 기대가 되었다.그것이 고대 옥패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말이다.푸!가는 도중에 갑자기 장어 같은 바다 동물의 습격을 받았지만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았다.‘누가 있어.’얼마나 헤엄쳤는지 모르겠지만 눈앞에서 어두운 그림자가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염구준은 그 사람의 생사를 알 수 없어 한 줄기 검기를 발사했다.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것을 보고 죽은 사람이라 생각했다.가까이 다가가 보니 잠수복을 입은 시체는 부패되지도 않고 마치 자는 것처럼 보였다.그 옆에 커다란 가방이 있었는데, 열어보니 황금, 비취. 진주 등 값나가는 보물들이 잔뜩 들어 있었다.“진짜 보물이 있었네. 고대 옥패도 있을까?”그는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며 보물이 가득한 가방은 뒤로 한 채 계속 안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시체들이 점점 더 많이 나타났다.염구준은 궁금했다.왜 시체들이 하나 같이 상처도 입지 않고 평온한 표정으로 죽었는지 말이다.이상한 상황으로 하여금 점점 주변을 경계하게 만들었다.앞으로 더 나아갔을 때, 동굴은 사라지고 넓은 공간이 나타났다.이곳이 바로 목적지인 것 같았다.그리고 내부를 살펴보려고 수십 발의 불꽃을 발사하던 염구준
찾겠다고 약속했던 보물이며 고대 옥패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그때 누군가 가슴이 벅차오르는 소식을 전했다.“절벽 위에 동굴이 있어요!”“여기에도 있어요. 불덩어리를 던졌는데 끝이 보이지 않아요!”“동굴에서 100그람되는 금덩어리를 발견했어요!”드디어 보물이 나타났다는 말에 다들 동료를 잃은 슬픔에서 금세 벗어났다.“일단 경거망동하지 말고 우리 대책부터 세웁시다.”중요한 순간에 베르가 나서서 대국을 주재하려 했다.염구준을 고립시키고는 각 세력들을 이용해 더 많은 것을 차지하려는 수작이었다.“부성주님,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합리적인 대안이라면 지시를 따를게요.”메노스가 환심을 사려고 스텔라성의 편에서 말했다.염구준의 실력이 너무 강해서 맞설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저들의 도움이 필요했다.나머지 가주들은 드디어 줄을 서야 하는 때가 온 것을 알고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줄을 서는 것은 언제나 어려운 선택 문제였다.만약 잘못 선택하면 아무런 이득은 보지 않고 끝없는 재앙만 맞이할 것이다.…그 외에 무술인들은 가주들이 중요한 일을 논의하는 것을 알고 조용히 대기하고 있었다.몇몇 사람들이 토론한 결과로 대다수 사람들의 생사를 결정할 것이다.“염 선생은 대책이 있습니까?”노신기가 긴장이 흐르는 분위기를 깨고 떠보듯 물었다.지금 염구준은 혼자서도 스텔라성를 상대하기 충분했다.다들 대답을 기다리고 있을 때 염구준이 한 동굴 입구에 서서 말했다.“상의할 게 뭐가 있어요? 보물이 보이면 능력에 따라서 챙기면 되죠. 실력이 있으면 많이 챙기고 없으면 바닷물이나 마시다 가면 되죠.”그 말 뜻은 물질적이지만 현실적이기도 했다.지금 각 세력들이 꿍꿍이를 세우고 있으니 아무리 상의를 해도 진심이 아닐 것이다.어차피 나중에 사이가 틀어질 텐데, 지금 이 자리에서 분명하게 말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염구준의 말을 들은 베르는 각 세력들의 마음이 돌아설까 봐 바로 안색이 어두워졌다.“염구준, 지금 분열을 일으키는 거야? 절대 용납할 수 없어.
어떤 무술인들은 적대 관계이고 위에서 아무런 태도도 드러내지 않았지만 감사의 눈길을 보냈다.베르 일행은 아무 일도 발생하지 않은 것처럼 침묵하고 있으니 염구준을 칭찬하는 것은 더 불가능했다.“이곳은 위험해서 항상 조심하세요. 그렇다고 매번 도와줄 수 없어요.”염구준은 무덤덤하게 말했다.어차피 이번만 도와줄 거라 뻔뻔하게 구는 사람이 있어도 마음에 두지 않았다.그때 통신기에서 당황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저기 모래벌레 무리가 오고 있어요!”그 말에 다들 다시 안절부절했다.염구준이 재빨리 통신기에 대고 모두를 진정시켰다.“당황하지 마세요. 대부분 바닥으로 들어가고 몇 마리만 뒤를 따라왔을 겁니다.”땅으로 돌아가지 않은 모래벌레들은 전부 그의 검에 잘렸기 때문이었다.다들 안심하고 싸울 준비를 할 때, 꽃무늬 셔츠를 입은 젊은이가 공을 들고 앞에 나섰다.이곳까지 오면서 나약한 실력 때문에 항상 타인의 보호를 받았는데, 왜 이제야 나서는지 다들 알지 못했다.“썩을 놈의 벌레야! 첨단 과학기술의 위력을 보여 줄게!”젊은이가 건방지게 말하며 손에 든 공을 힘껏 던져버렸다.“안 돼!”메노스가 나서서 말렸지만 공을 이미 던져서 늦어버렸다.갑작스러운 행동에 다들 무슨 영문인지 몰랐다.“방어!”염구준이 고함을 지르며 기운으로 호체 기운을 끌어냈다.반보천인인 염구준마저 긴장하게 만들다니, 모두 젊은이가 던진 공은 틀림없이 대단한 물건이라고 생각했다.펑!공이 수십 미터 떨어진 곳으로 흘러서 올라간 순간, 엄청난 에너지를 발산하면서 마침 달려오는 모래벌레들을 순식간에 폭발시켰다.물속에서도 이 정도로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다니, 보기만 해도 감탄이 흘렀다.“악!”그런데 에너지가 빠른 속도로 물속에서 퍼지더니 사람들의 몸에 부딪치며 오장육부에 침투되었다.순식간에 거대한 생물체를 몇 마리나 제거했으니 사람에 미치는 영향도 치명적이었다.실력이 약한 무술인들은 얼마 버티지 못하고 바로 죽었다.퍽!가장 먼저 공격받은 젊은이는 충격에 한참이나
“알겠습니다.”“네.”두 사람은 대답하자마자 각자 맡은 20명이 넘는 부하들을 이끌고 심해 모래벌레가 드문 변두리 지역으로 향했다.실력이 뛰어난 무술인 두 명이 앞장서서 길을 터주고 있으니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가장 중요한 것은 이로서 부하들의 사기가 다시 돌아왔다는 것이다.그 장면을 본 남은 세력들도 벗어날 방법을 생각했는지 부하들에게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다.“살고 싶으면 빨리 천기문의 뒤를 따라가!”지금 염구준이 뒤를 맡고 있었기에 그들도 벗어나기 훨씬 수월했다.베르가 떠날 때는 표독스러운 눈빛으로 염구준의 뒤를 노려보면서 저렇게 싸우다 콱 죽으라고 저주까지 했다.결국은 살려고 바삐 피신하느라 누구도 염구준을 도와주지 않았다.혼자 남은 그는 결국 심해의 모래벌레에게 포위되었다.“에휴, 저럴 줄 알았어. 그동안 도와준 걸 봐서라도 우리도 도와줍시다.”염구준은 자신이 한 결정에 후회하지 않고 계속 검을 휘둘러 벌레를 살해했다.각 세력의 무술인들이 이미 멀리 떨어졌으니 지금은 이 무리를 뚫고 나가야 했다.촤아악!순식간에 수많은 검기가 주변에 발사하며 바다 밑을 들쑤시는 바람에 모래와 진흙이 시야를 가렸다.어렴풋이 보이는 것은 덩치가 큰 물체들이 하나둘씩 쓰러지는 것이었다.아무리 바다가 모래벌레의 구역이라 해도 염구준의 검을 막지 못했다.검망이 닿는 곳은 그들 시체로 널렸다.염구준이 뛰쳐나오려고 필사적으로 싸우고 있을 때 도망친 각 세력들은 균열 변두리에서 편하게 쉬고 있었다.“염 선생이 우리를 위해 혼자 희생하는데 우리도 소수 정예병을 조직해서 도와줍시다!”그레이가 통신기에 대호 한마디 제안했다.흔쾌히 나설 사람은 없겠지만 일단 말은 해봐야 알 수 있으니까.“하, 대단한 것처럼 건방지게 굴더니, 저런 놈은 죽어도 싸.”“그러게요. 저 악마의 생사는 우리랑 상관없어요.”베르와 세라가 시큰둥하게 자신들의 태도를 표명했다.“당신들…”그레이가 나서서 비판하려고 할 때 그들과 싸워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더는 말을 잇지 않
염구준이 수압의 영향을 받지 않고 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보고 베르는 당황했다.이제 손에 무기도 없어서 어떻게 막아야 할지 막막했다.“멈춰!”“당장 공격을 멈춰!”“부성주님, 조심하세요!”그 장면을 보던 반보천인 세 명은 막을 겨를도 없이 소리를 질렀다.바로 그때, 이상한 기운을 감지한 염구준은 공격을 멈추고 지하를 내려다보았다.푸!두 사람 사이에 있는 두터운 진흙 속에서 갑자기 무엇인가 모래를 사방에 뿌리면서 올라오는 것이었다.염구준이 재빨리 진흙의 가운데를 잘라버리자 생물체가 죽었는지 바닥에 툭 하고 떨어졌다.마침 검기도 기운을 소진하여 공격을 멈추고 돌아서서 살펴보았다.“젠장, 그냥 지하에 처박혀 있을 것이지, 뭐 하러 죽으러 나왔어?”염구준이 불청객에게 짜증을 부렸다.만약 생물체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이 검에 죽을 사람은 베르였다.진흙과 모래가 가라앉자 다들 생물의 정체를 주시했다.굵기가 2미터나 되고 꼭대기에 날카로운 이빨이 수두룩하게 생긴 심해의 모래벌레였다.이 벌레는 성체가 되면 길이가 30미터에 달하고 풍부한 광물을 함유한 화산암을 먹고 살기에 이 구역에서 텃세가 특히 강했다.그리고 공격성은 형태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방어해! 이것들이 떼로 공격할 거야!”염구준은 통신기에 주의를 주고 잠시 베르를 살해하는 것을 뒤로 미루기로 했다.위험한 상황에 닥쳤으니 자기들끼리 싸운다면 사기를 떨어트리기 때문이었다.푸푸!말이 채 끝나기 전에 수많은 모래벌레들이 땅속에서 나와 무차별한 공격을 퍼부었다.일반 무술인이 한 입에 먹힌다면 바로 두 동강이 났다.반보천인 무술인들은 잠수 장비가 망가지면 심해의 수압을 견뎌야 하기에 역시 방심할 수 없었다.그러니 아무도 죽음을 무릅쓰고 공격하지 않았다.심해 모래벌레들이 신출귀몰하며 공격하자, 다들 혼란에 빠져 허둥지둥했다.그들에 비해 염구준은 다가오는 놈들을 가볍게 잘라냈다.이 벌레들은 사납지 않은데 갑자기 땅속에서 튀어나올 때 당황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염구준은 감지
싸움은 잠시 한 단락 끝났다.베르가 씩씩거리며 통신기에 대고 고막이 터질 듯 소리를 질렀다. “염구준, 왜 우릴 도와주지 않아?!”“당신들도 날 도와주지 않았잖아요.”염구준은 어처구니없는 가스라이팅을 무시하고 반문했다.베르는 이런 말로서 염구준을 각 세력의 반대편에 세워 고립시키려는 수작이었다.이제 막 대군을 지휘할 수 있는 임시 사령관을 담당하게 되었으니 위세를 떨칠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다.“웃기지 마. 우리는 반보천인 무술인이라 다른 무술인들을 보호할 의무가 있어. 그런데 넌 한심하게 지켜만 보고 있었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아?”베르는 정의로운 척 그의 영혼까지 고문하며 계속 나무랐다.눈치가 없는 무술인들은 정말 베르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하하하. 방금 수십 명이 넘게 살려달라고 비명을 질렀는데도 당신은 구하러 가지 않고 도망가느라 바쁘던데요? 그 말을 하고도 양심에 찔리지 않습니까?”염구준은 그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이기적인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이래라저래라 간섭하는지,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또 염구준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이렇게 분석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말에 휘둘리기 십상이었다.“흥, 따박따박 말대꾸는. 누가 너 같은 놈을 낳았는지 그 어미가 궁금하다.”베르는 솔선수범하지 않으면서 말로도 밀리게 되자 인신공격을 하기 시작했다.“죽고 싶어?”그러자 염구준이 버럭 화를 내며 베르에게 검을 겨주었다.상대방이 시비를 건다면 원하는 대로 한바탕 싸워줄 기세였다.“내가 무서워할 줄 알아?”베르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커다란 방패를 들고 맞섰다.이번 행차에 스텔라성에서 실력이 있는 반보천인 네 명을 파견했기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었다.쿵!염구준의 검이 방패에 닿은 순간 둔탁한 소리가 나며 베르가 뒤로 몇 발치 물러갔다.“물에서 방패를 쓰다니, 죽으려고 작정했군.”물속에서 방패의 부력이 커서 오히려 싸움에 방해가 되었다.그는 계속 검으로 공격하며 가볍게 제압했고, 뒤로
그 생물의 정체는 대왕 오징어였다.이 생물은 빛을 두려워해서 항상 심연에 숨어 있기에 과학자들은 파도에 밀려온 시체들만 주워서 연구했었다.대왕 오징어는 가장 긴 것은 40미터 이상에 달했다.염구준은 지금 상황을 보고 속으로 탄성이 흘러나왔다.“젠장, 오징어 소굴을 건드렸나?”심지어 그중에서 덩치가 큰 오징어는 전신 경지에 도달했다.마침 수천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와서 다행이지, 염구준이 혼자 싸운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염 선생님, 이제 어떡해요?”통신기에서 초조한 노신기의 목소리가 들렸다.그 말 뜻은 그가 나서서 천기문의 부하들을 지켜달라는 의미였다.솔직히 그들 실력으로 이렇게 많은 대왕 오징어를 상대하기 버거웠다.“살아남아서 바다 밑 끝까지 오세요.”염구준은 한마디만 남기고 검을 휘두르며 계속 아래로 내려갔다.지금은 사방이 어두워서 대체 누가 누구인지 구분하는 것조차 어려웠고, 모두 자원해서 온 거라 그들을 책임질 의무가 없었다.“다들 최선을 다해 바다 밑으로 내려가자!”노신기는 목숨을 걸 각오로 모두에게 용기를 북돋아주었다.순식간에 각 세력은 대왕 오징어와 무차별적인 싸움을 벌였다.하지만 캄캄한 물속은 대왕 오징어들에게 유리한 곳이라 인간들은 1대1 싸움에서 얼마 버티지 못하고 참담한 희생을 치러야 했다.위기가 닥치자 베르가 긴급 공공 통신 채널을 열고 이런 제안을 했다.“이러다 다 죽습니다. 우리 모두 협력하여 살길을 열어야 합니다. 바다 밑에 도착하면 지금처럼 힘들지 않을 겁니다.”솔직히 베르도 염구준처럼 대놓고 아래로 내려가고 싶었지만 그런 실력이 되지 못했다.“찬성합니다.”“협공합시다!”각자 싸우다가 자칫하면 전멸할 수 있으니 다른 세력들도 이 제안에 동의했다.“반보천인이 앞장서고 전신 경지, 전신지상 무술인이 그 다음, 나머지는 뒤를 따라갑니다!”베르는 정예병을 살리고 나머지는 죽든 살든 상관하지 않을 생각으로 배치하기 시작했다.“공격합시다!”그의 명령이 떨어지자 다른 사람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모두가 슬픔과 공포에 빠져 있을 때 염구준이 두터운 잠수복을 입고 바닷속으로 들어갔다.간밤에 가볍게 생물을 절단하면서 그의 단전은 이미 기운으로 꽉 찼다.“염 선생이 바다에 들어갔어요.”모든 사람이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고 있으니 작은 동작이라도 이내 알아챘다.그가 갑작스럽게 뛰어드는 바람에 노신기 일행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대체 왜 저러는 거야?”“내가 앞장 설게요. 촉각이 있는 생물일 뿐, 두렵지 않습니다.”일부 반보천인은 더는 기다리지 못하고 서둘러 잠수복을 입고 바다에 뛰어들었다.염구준의 손에 완벽한 해도가 있으니 그가 정보를 어느 정도 장악하고 있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그래서 먼저 보물을 찾아낼까 봐 조바심이 났던 것이다.어떤 사람들은 말로는 보물을 찾으러 왔다고 하지만 솔직히 고대 옥패를 노리고 왔다.일단 옥패에 있는 무공을 연마하면 자신의 실력을 제고할 수 있으니 나중에 재물을 손에 넣어도 늦지 않거니와 그때는 더 쉬울 거라 생각했다.염구준은 바다 밑에 있는 균열을 향해 가다가 가끔씩 방향을 조절했다.아직 사방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니 가장 힘이 덜 드는 방법을 사용했다.깊은 곳으로 들어갈수록 물고기는 한 마리도 보이지 않고 점점 어두워져 앞이 보이지 않았다.염구준은 길이가 석 자가 되는 청봉을 잡고는 언제든 적을 무찌를 준비를 했다.방금 잘린 촉각의 길이를 볼 때, 본체에 비해 너무 짧아서 치명상을 입히지 못했다.만약 덩치가 어마어마한 팔조괴물이라면 아직도 어두운 곳에 숨어 있는 게 틀림없다.촤아아! 촤아아!그때 물살이 바뀌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더니 수백 개의 검은 그림자가 다가오고 있었다.각 세력의 정예병이 움직인 것이다.어떤 무술인은 일정한 거리에 도착한 후 빠르지도 늦지도 않는 속도로 염구준의 뒤를 따랐다.그가 앞장서서 길을 터달라는 뜻이었다.염구준은 그들을 신경 쓰지 않고 아래 균열이 빨아들이는 대로 끌려갔다.‘얼마든지 따라와 봐.’지금 상황으로 말하자면 누가 누구의 총받이가 될지
선박 위의 사람들이 절박하게 울부짖었지만 아무도 응답하지 않자 각 세력들이 주변을 경계하기 시작했다.분위기를 보아 곧 위험이 닥칠 것 같았다.촤아아악!“엄청난 것이 몰려오고 있어! 빨리 위로 올라가!”나중에 물에 들어간 무술인들이 제일 먼저 해수면으로 올라와 보고했다.이어서 대다수 무술인들은 통신기에 비명소리만 남기고 사라졌다.각 세력이 어쩔 바를 몰라 혼란에 빠졌을 때, 노신기는 염구준의 옆얼굴을 보며 속으로 감탄했다.그의 말이 옳았다.“다들 맞서서 싸웁시다!”염구준은 어마어마한 기운이 몰려오는 것을 감지하고 우렁차게 소리쳤다.그게 무엇이든 이미 상대방을 건드린 이상 맞서서 싸워야 했다.정신을 차린 각 세력들은 갑자기 조상들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떠올라,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무기를 집어 들었다.촤아아!다시 몇몇 사람이 수면위로 올라오더니 놀라운 속도로 선박을 행해 헤엄쳤다.“저게 다 뭐야?”누군가 겁에 질려 비명소리를 질렀다.“나도 몰… 악!”같이 헤엄치던 일행이 말하다 바다 밑에 있는 물건에 잡혀 끌려가고 말았다.그리고 밧줄처럼 생긴 것들이 수면 위로 올라와 선박에 있는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악!”“살려줘!”순식간에 비명소리와 경악 소리가 섞여서 현장이 아수라장이 되었다.정체를 알 수 없는 생물체에 다들 지레 겁을 먹었다.윙!그때 누군가 열 줄기 검기를 발사해 밧줄처럼 생긴 생물을 잘라버렸다.“저건 또 뭐야? 엄청 단단하네.”제일 처음으로 공격한 사람은 역시 염구준이었다.“끼익!”바다 밑에서 공격을 당한 생물은 날카로운 이명소리를 내며 위로 올라왔다.생각보다 쉽게 잘리자 각 세력들은 용기를 내서 공격을 퍼부었다.“별거 아니네. 단번에 잘려지잖아.”자신감이 생긴 그들은 필사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본래 각 세력의 실력으로 쉽게 생물을 잘라낼 수 있는데, 이 생물이 모두가 혼란에 빠진 틈을 이용해 습격할까 봐 진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물론 염구준도 모든 사람을 책임질 의무가 없으니 주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