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괜한 걱정을 하는 것은 아니었다.지하세계는 잔인하고 비겁한 킬러들이 즐비한 곳이고 각종 신형 무기가 거래되는 곳이기도 했다.진가네 부자가 있는 아폴론 거리에는 지하세계에서 유명한 용병들이나 킬러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들은 대낮에 대놓고 폭탄이나 총을 휴대하고 돌아다니고 있었다.그런 존재들이 만약 암살을 선택한다면 일반인은 피해갈 수 없을 것이다.이런 상황에서 염구준의 실력이 아무리 강하더라도 그들은 목숨을 두고 모험하고 싶지 않았다.“레이저 무기는 너무 방대해서 운송 조건이 까다롭습니다. 봉황국에 그런 게 들어왔을 리가 없어요.”염구준은 눈을 깜빡이며 느긋하게 말했다.“다른 대규모의 살상무기라면… 제가 있는데 무슨 걱정이십니까.”그가 자만해서 하는 말이 아니었다.반보천인은 천인에 가장 근접한 강자였다. 현재의 염구준은 인간형 핵무기라고 비유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일반인이 쓰는 대규모 살상무기로 그를 다치게 할 수는 없었다.그리고 그는 정신력으로 주변을 정찰할 수 있는 능력도 있었다.반경 1km 이내에 어떤 움직임도 그의 탐지 능력을 벗어날 수 없었다. 아무리 속도가 빠른 저격총이라고 해도 막아낼 자신이 있었다.레이저 무기가 존재한다고 해도 염구준은 막아낼 실력이 충분했다.“정말 그렇게 자신하십니까?”앨리스는 입술을 깨물며 근심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제가 염 선생을 얼마나 믿고 있는지 아실 겁니다. 하지만….”이번 작전은 그녀와 아버지의 목숨이 달린 작전이고 한번의 실수로 가문 전체가 무너질 수도 있었다.“아직 제 실력을 그리 신뢰하지 않으신가 봅니다.”염구준은 피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그렇다면 굳이 선택을 강요하지 않겠습니다. 앨리스 씨, 저택 내에 잠복해 있는 저격수가 12명 있습니다. 그들을 실험대상으로 이용하면 되겠군요.”앨리스가 당황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염 선생, 그건….”“괜찮습니다.”염구준은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그들에게 언제든 총을 쏘라고 하십
거실 바깥에 떨어진 총탄을 보며 반디엘 부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반디엘은 두 눈을 휘둥그레 뜨고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총탄도 자유자재로 막을 수 있다던 염구준의 말은 허풍이 아니었다.가볍게 암살을 막았을 뿐더러 총탄은 거실 창문도 뚫지 못했다.이게 바로 전설 속의 전신강자란 말인가!그들은 염구준의 실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이제 좀 신뢰감이 드십니까?”염구준은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그들에게 물었다.“이제 우리 작전을 얘기해 보죠. 장소는 손씨 그룹 해외 지사입니다. 시간은… 오늘로 하는 게 좋겠군요.”그날 오후 세 시, 오샤냐지 그룹은 3일 뒤에 있을 기자회견을 오늘로 앞당긴다고 발표했다.엘 가문의 비즈니스 파트너로써 손씨 그룹은 흔쾌히 장소를 제공하고 접대를 맡았다.기자들에게 더욱 편안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하여 일층 로비를 개방했으며 그 외에도 근처의 거리를 개방하고 맞은편 창문에 서서도 내부 상황을 똑똑히 보일 수 있게 하였다.그룹 내부에는 엘리트 경호원들이 현장에서 안전과 질서를 유지하도록 했다.무대 주변에 의자를 설치하였고 손씨 그룹 직원들과 초대받은 기자들을 제외하고 아무도 접근하지 못하게 하였다.“이거 기회인데?”그룹 건물과 대략 1km 떨어진 지점의 한 고층 건물.안에는 세 명의 킬러가 잠행복을 입고 포복 상태로 매복하고 있었다. 건물과 같은 계열의 옷을 입었기에 밖에서 봤을 때는 건물과 혼연일체가 되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그들의 앞에는 개량한 저격총과 총탄이 놓여 있었는데 사거리가 무려 2.8km나 되는 저격총이었다.“우리가 이렇게 고생하는데 어차피 이득은 백타한테 돌아가겠네!”한 킬러가 멀리 있는 건물을 힐끔거리며 입맛을 다셨다.“무기가 좀 아쉽기는 하네. 이렇게 큰 조직에 JS4가 고작 하나밖에 없으니. 나도 써보고 싶은데 말이야. 그 총이 있으면 반디엘과 앨리사를 한방에 죽여버릴 수 있어.”JS4는 성조국에서 올해 새로 개발한 최강 저격총으로 인간이 아닌 건물이나
무대 아래 쪽에도 근접 전투에 능한 엘리트 킬러들이 기자로 위장하고 그룹 내부에 잠입했다.반디엘과 앨리스가 모습을 드러낸 순간 여덟 대의 저격총이 동시에 그들의 머리를 날려버릴 것이다.만약 저격이 실패해도 기자들 틈에 잠입한 킬러들이 현장이 혼란스러운 틈을 타서 그들에게 접근할 것이다.일이 성공하고 어떻게 빠져나갈지는 그들이 고민할 일이 아니었다.국제적으로 유명한 킬러조직의 일원으로써 그들은 임무를 완벽히 수행하는 것을 1차 목표로 두고 있었다. 근접 킬러들은 임무를 수락한 순간부터 살아서 나간다는 생각은 이미 버리고 온 상태였다.“주의! 목표가 나타났다!”“확인! 반디엘 본인과 옆에 어린 계집애가 있는데… 앨리스 맞네!”’초조한 기다림 속에 기자회견이 정식으로 시작되었다.손씨 그룹 건물 1층 로비에 반디엘과 앨리스가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무대로 올라갔다.“목표 확인. 시야가 가려지지 않음. 풍속은 4.2. 목표 수행 준비 완료!”한 킬러는 왼쪽 눈을 지그시 감고 오른쪽 눈으로 조준경을 응시하며 음산한 미소를 지었다.“내가 반디엘 저격할 거니까 너희는 앨리스를 저격해.”“셋, 둘, 하나….”“발사!”손씨 그룹 건물을 중심으로 반경 2km 떨어진 지점의 8개 거점에서 총 26대의 저격총이 동시에 발사했다.평소 잘 훈련된 그들은 지령을 받고 거의 동시에 방아쇠를 당겼다.그들 중에는 당연히 JS4 총기도 있었다.외관이 독특한 탄두가 공기의 저항을 뚫고 신속히 무대를 향해 날아갔다.“맞았어!”방아쇠를 당긴 순간에 기자회견장과 1km 지점에 떨어진 고층 건물 옥상에서 캐주얼 복장을 입은 한 사내가 잔뜩 흥분한 얼굴로 주먹을 움켜쥐었다.그는 한 번도 저격에 실패한 적이 없었다.혈향에 가입한 뒤로 그가 수행한 임무는 전부 SSS급의 고난이도 임무였고 완성도는 100퍼센트, 한 번도 실수한 적이 없었다.그는 이번에도 당연히 예외가 아닐 거라고 확신했다.백타가 블러드를 배신하면서 원 혈향 조직은 백타 조직으로 바뀌었고 그는 주저 없이
“그럴 리 없어….”염구준을 마주한 엘리트 킬러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혼잣말을 중얼거렸다.“JS4의 총탄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무성이라도 불가능하다고. 전신 강자는 가능하다고 해도 아주 어려운 일이야.”“설마… 당신… 전신절정?”염구준은 속으로 피식 웃기만 했다.이미 1년 전 일이었다.현재의 염구준은 이미 반보천인의 경지에 도달했고 계속해서 천인강자의 레벨에 접근하고 있었다. 마지막 한 단계만 돌파하면 그는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명실상부한 슈퍼맨이 될 것이다.“뛰어난 분석력을 가졌지만 아깝게 됐네.”염구준은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분석이 틀렸으면 죽어야겠지?”쾅!외마디 신음과 함께 염구준이 들고 있던 총탄이 가볍게 킬러의 이마를 관통하고 날아갔다.최강 저격수는 그렇게 그 자리에서 인생을 마감했다.“아직 25명이 남았네.”염구준은 긴 다리를 움직여 공중으로 솟구쳤다. 그의 발 아래로 강력한 기류가 흐르고 있었다.그는 내력을 사용하여 공중을 걷고 있었다.기압을 통해 만들어진 기류를 통해 이동하는 경이로운 이동하는 방식은 내적 소모가 많기는 하지만 그만큼 속도가 무시무시했다.한순간도 지체할 수 없었기에 그는 과감히 공중을 걷는 방식을 이용했다.염구준은 무서운 속도로 반경 2km 안에 매복해 있던 모든 저격수를 일격에 격살했다.“실패한 건가?”손씨 그룹 1층 로비, 기자회견 현장. 기자로 위장하고 입장한 열 명 정도의 킬러들은 무대에서 자연스럽게 질문을 받는 반디엘 부녀를 바라보며 살기를 번뜩였다.실패는 예상했던 일이었다.엘 가문은 그만큼 방대한 세력과 자금력을 가지고 있으니 뛰어난 무인을 고용하는 건 그들에게 일도 아닐 것이다.원거리 저격이 실패했다면 이제 그들이 나설 차례였다.“앨리스 씨.”무대 전방에 예쁜 드레스를 입은 한 미녀가 마이크를 잡고 영업 미소를 지으며 애릴스에게 다가갔다.“엘 가문의 미래의 발전 방향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이 있습니까?”“이런… 마이크가 고장난 것 같네요. 잠시만요.
염구준이 이번 작전을 계획하면서 근접킬러들이 들이닥칠 가능성을 빼먹었을 리가 없었다.“그렇게 기를 쓰고 들어왔으면 영원히 여기 남아 있어.”붉은색 망토를 두른 주작은 천천히 무대 전방으로 걸어가며 허리춤에서 장검을 빼들었다.“염 선생의 명령이다. 암살자를 모두 색출해서 격살하라!”조금 전 앨리스에게 접근했던 미녀 기자를 포함해서 총 20여 명의 엘리트 킬러들이 주작의 장검에 목숨을 잃었다.“앨리스 씨, 반디엘 가주님.”모든 일을 마친 주작은 검을 다시 칼집에 넣고 반디엘과 앨리스를 향해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위험은 이제 제거되었으니 안심하셔도 됩니다.”그랬다. 염구준의 정확한 탐지능력으로 그들은 오늘 한 방에 주변에 잠복했던 암살자들을 전부 제거했기에 엘 가문은 앞으로 더 이상 두려움에 떨 필요가 없었다.“아니죠.”웃고 있던 앨리스가 갑자기 표정을 바꾸더니 말했다.“짐이 남았잖아요? 아직 짐을 잡지 못했어요.”그 시각.봉황국과 30km 떨어진 지점. 길가에 선 대형 SUV 안에서 짐은 음침한 얼굴로 핸드폰만 바라보고 있었다.시간을 계산해 보면 기자회견은 이미 끝났을 시간인데도 그가 파견한 킬러들에게서는 아무런 소식도 들려오지 않고 있었다.아마 그가 예상하는 대로 암살은 실패했을 것이다.“젠장!”짐은 신경질적으로 시동버튼을 누르며 출발했다.이번에 봉황국으로 돌아가면 당연하게 가주의 자리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백터와 손까지 잡았는데 실패로 돌아가다니 인정할 수 없었다.대체 최강 킬러 진영을 파견했는데 왜 실패한 거지?“마지막 방법을 쓰는 수밖에…..”짐은 이를 갈며 SUV를 몰고 미친 듯이 질주했다. 그리고 그날 오후 항공편을 타고 어딘가로 출발했다.목표는 당연히 엘 가문 글로벌 본부.엘 가문의 진짜 정체에 대해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짐은 달랐다.엘 가문은 르엘족의 후예이자 대대로 귀족 가문이었다. 14세기 중 후반부터 방계의 반란으로 여러 갈래로 갈라지며 세계 곳곳에 자리를 잡았다.그들은
고성은 어둑어둑했다. 복도 양쪽에는 청동 램프가 걸려 있었고, 램프의 기름이 타면서 공기 중에는 특유의 진한 냄새가 퍼졌다. 그중에는 약초 향도 은은하게 섞여 있었다. 바닥과 벽은 몹시 축축했다. 강가 근처에 위치해 있어서인지, 성 내부는 마치 와인 저장고처럼 습기가 많았고 밀폐 조치도 매우 철저했다. 공간 또한 매우 넓어 발을 디딜 때마다, 은은한 메아리가 들렸다. 약 2분 후, 소녀의 안내를 따라 짐은 마침내 성의 중앙 홀에 도착했다. 불빛이 화려하게 일렁이고 있었다! 커다란 벽난로 속 불꽃들은 불규칙하게 흔들리며 활활 타오르고 있었고, 검은 도포를 입은 한 여자가 그 벽난로 앞에 다리를 모으고 앉아 눈을 감고 있었다. “족장님!” 여자를 본 짐은 빠른 걸음으로 여자에게 다가가 무릎을 꿇었다. “족장님께, 부끄러운 제자 짐이 돌아왔습니다!”짐...... “내가 기억기엔 네가...... 반디의 사촌 동생이었나?” 그녀의 낮은 목소리는 다소 약해 보였지만 고귀했고 위엄있었다.“봉황국 일맥, 너희 소식을 오랫동안 듣지 못했구나.” 짐을 몸은 미세하게 떨며 머리는 더욱 낮게 숙였다. 600년 동안, 봉황국 엘 가문의 분파는 빠른 속도로 번생했고 종족 본부와 연락이 끊긴 지 오래였다. 독자적으로 무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나 반디엘을 물리치고 봉황 일맥을 차지하려면, 종족 본부의 힘에 의지해야 했고, 이 여 족장의 힘을 빌어야 했다! “짐은 봉황 시에 있었지만, 한순간도 종족을 잊은 적 없다!” 이마를 땅에 댄 짐은 여자의 생각을 빠르게 추측하다 결국 이를 악물었다. “저는 10여 년 동안 조카 ‘폴’을 키웠고 앨리스와 가주 자리를 다투게 했습니다.”“봉황시 분파를 이끌고 다시 종족으로 되돌아오는 것이 최종 목표였습니다!” “하지만 앨리스 그 소녀가 외부인과 결탁하여 나와 폴의 계획을 망쳐버렸습니다...... 족장님, 현명한 판단 부탁드립니다!” 그렇군...... 그런 일이 있었구나. 여자는 아무 말
"종족이 합병하면 이 사람과 맞설 수 있기를 바래. 그렇지 않으면, 6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엘 종족은 파멸할 것이다…" 가볍게 울려 퍼지던 목소리는 점차 사라지고, 모든 것이 다시 평온을 되찾았다. 한편, 봉황성에서 70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한 고성.백타 조직 본부. 과거의 수장이었던 '마야'가 심각한 부상을 입고 행방불명되면서 조직의 이름은 '백타 '로 변경되었으며, 여전히 지하 세계를 지배하면서 불법 거래를 이어가고 있었다.그들의 역사에도 매우 오래되었다. 그들 조직의 전신은 중세 유럽 암살자 연맹으로, 다양한 업종에서 활동했었고 시대가 바뀌면서 점차 사라졌다.현재까지 계속 운영되는 가장 주요한 사업은 현상금이 걸린 암살과 지하 세계 곳곳에 퍼져 있는 테러정보기관이었다. "킬러왕, 이 타이틀은 정말 매력적이군…" 조직 본부, 의자에 앉아 계단 아래를 내려다보는 백타는 만감이 교차했다. 20년! 20년 전, 마야 조직에 처음 들어왔을 때부터 그는 한순간도 이 남자를 대체해 이 최고 위치에 앉기를 원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안타깝게도, 너무나도 강력했던 마야 때문에 이 야망은 마음 깊이 묻어둘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흑풍 존주가 찾아오기 전까지는… 까맣게 잊고 있었다.마야 비록 행방불명 상태지만 이미 큰 위협이 되지 못했다! 흑풍 존주가 말대로, 마야의 내장과 경맥을 파괴했으니, 운이 좋아 죽지 않더라도 남은 인생은 병신이 될 수밖에 없다.마야를 구할 수 있는 사람은 전설의 전신 전주, 실력을 가늠할 수 없는 최강의 전신뿐이었다! "마야의 운이 그렇게 좋을 리가 없지, 그리고 전신전주가 왜 그를 치료해 주겠어?" 자조적인 웃음을 짓고 있던 백타는 몸을 일으켜 석벽으로 걸어갔다. 석벽 뒤의 밀실은 조직의 최대 기밀이자 암살자 연맹 기지였다. 이 방의 키를 얻으면 거의 지하 세계 전체를 장악한 것과 다름없다. 그리고 그 열쇠는… 지금, 백타의 손에 쥐어져 있었다! "큰일 났습니다!" 백타가 비밀의 방을 열려는데
청해 무관의 제왕, 용하국 북방 염씨 가문의 장남이자 손씨 가문의 데릴사위, 염구준!"왜 하필 그가……"백타는 온몸이 떨렸고 얼굴에는 핏기 한 점 남아 있지 않았다.전신 전주, 그 위대함은 하늘을 찔렀다!초급 전신 절정 무사인 백타는 일반인 앞에서는 제멋대로 권력을 휘두를 수 있을지 몰라도, 이 존재 앞에서는 손을 쓸 자격조차 없었다.염구준……심지어 흑풍 존주조차도 그를 두려워했다. 실력은 이미 전신을 능가하는 공포스러운 반보천인 경지에 도달했을 것이다!"우리…… 우리 이제 어떻게 해야 합니까?"잔뜩 겁에 질린 백타의 모습을 본 부하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비밀 통로로 도망치면, 아직 늦지 않을 겁니다……"도망? 왜 도망가!마음을 가다듬은 백타는 갑자기 험악한 표정을 지었다.전신 전주가 집접 행차…그게 뭐?여기는 백타 조직이고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살인자들이 모인 곳이다. 최강 암살자의 본부이고 백타의 영역이다..염구준이 설령 천하무적이라 하더라도 그는 혼자다!눈에 미친 듯한 광기를 뿜어내는 백타는 갑자기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명령을 받들어라! 모든 킬러들이 적을 맞이하고, 최정예 자객들이 모두 나서라.""염구준을 쳐라!"백타 조직 입구 경계 태세는 삼엄했다.이때 대문 앞에 수십 명의 킬러들이 계속해서 집결되었고, 최정예 자객들도 급히 모여들었다.그리고 백발백중의 정예 저격수들 역시 준비하고 있었다!무려 서른 개 이상의 최정예 저격총이 기지 대문 앞에 서 있는 젊은 남자를 겨누고 있었다.염구준!"마야가 조직 운영은 잘한 것 같군."주위를 둘러보던 염구준은 전혀 개의치 않았고 숨어 있는 저격수들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그저 조직 거처를 세심하게 살펴보며 감탄을 아끼지 않을 뿐이었다.마야의 취향은 명확했다. 그곳은 산과 물이 어우러져 경치가 아름다웠다. 번화한 도심에서 이처럼 세속을 벗어난 낙원을 찾는 데는 많은 노력을 들였을 것이다.안타깝게도, 사람을 잘못 들인 탓에 배신을 당해 백타라는 비열한
“제일 앞에서 걸어오는 사람이 개방의 대방주입니다. 전신 위 경지의 강자이고, 도가 매우 빠릅니다.”이면인은 대방주가 등장하자 황급히 염구준에게 알고 있는 전부의 정보를 제공해주었다.지금 그들은 같은 배에 탄 상황이었기에, 조금이라도 잘못된다면 양쪽 모두에게 좋지 않았다.“네.”염구준은 대방주를 힐끗 쳐다보고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전신 위의 실력 따위로는 그의 눈에 들지 못했다. 손 한 번 들면 얼마든지 죽일 수 있으니까 말이다.“내 동생을 다치게 한 게 바로 너냐?”대방주가 오만하게 물었다.염구준의 힘이 깊이 숨겨져 있던 터라 한참 동안 관찰했어도 그는 상대방이 강한지, 약한지 보아내지 못했다. 그러나 위협적인 기운도 감지되지 않았기에 그는 상대방이 단지 전신 정도에 불과하다고 단정 지었다.“그렇다면 어쩔래? 네 동생이 먼저 덤벼든 거야.”염구준은 담담하게 대답했다.“하, 그렇게 나오겠다 이거지? 네 스스로 두 팔을 자르면 목숨만은 살려주마.”대방주는 날 선 눈빛으로 말하며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지금 현재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기 때문에 그는 자신의 권위를 입증하고, 본보기를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네가 개방의 모든 산업을 넘기고 이 귀울진에서 사라진다면, 나도 너를 살려줄 수 있어.”염구준은 같은 말투로 대답했지만 농담하는 기색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이미 진씨 가문을 개방 대신 3대 세력 중 하나로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었다.만약 개방이 순순히 물러난다면 굳이 손에 피를 묻힐 필요도 없었다.염구준의 말에 이면인은 안절부절 못했다.그가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 진씨 가문의 복수는 물거품이 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 이 상황에서 차마 말을 꺼낼 수도 없었다.“하하하!”“죽어라!”대방주는 고개를 젖히고 크게 웃다가 표정을 굳히더니 도를 들고 염구준을 향해 돌진했다.전신 위의 기운을 전부 내뿜으면서 말이다.이 싸움은 반드시 이겨야 할 뿐만 아니라 개방의 위상을 위해서라도 화려하게
너무 갑작스러운 결정이었기에 이면인은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그는 이렇게 큰 일을 하는데는 어느 정도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네, 아니면 내일까지 기다리자는 건가요? 전 그렇게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염구준은 이미 확실하게 말했다. 별 일도 아니고, 빨리 해결해야 진씨 가문의 가보에 대한 정보를 얻어 빨리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그는 질질 끌고 싶지 않았다. 이면인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당신이 동급 무수자들을 압도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하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만, 개방의 대방주는 전신 위 경지의 실력자입니다.”“갈 겁니까, 말 겁니까?”이미 문 앞까지 도착한 염구준은 짧게 물었다. “가겠습니다. 바로 사람들을 모으겠습니다.”이에 이면인은 망설임 없이 움직였다.이런 기회가 흔치 않을 뿐더러, 진씨 가문은 이미 개방에게 심하게 몰려 있는 상태라 더는 물러설 곳이 없었기 때문에 이 기회에 한 번 붙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이면인은 진씨 가문의 사람들을 이끌고 개방의 본거지인 ‘개소굴’ 로 향했다.이들의 움직임은 귀울진의 여러 세력들의 주목을 받았고, 길거리에 있던 이들도 수군거리며 그들을 쳐다보았다.“저거 이면인 아니야? 평소에는 그렇게도 비굴하던 놈이 지금 뭐하는 거야?”“뭔지는 몰라도 지금 저 기세를 보아선 무슨 큰일을 꾸미려는 게 틀림없어.”진씨 가문은 자신들의 실력을 철저히 숨겨왔기에, 3대 세력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그들의 진정한 힘을 전혀 알지 못했다.행진하는 진씨 가문의 사람들의 뒤에는 구경을 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하지만 지금 이 상황은 개방한테까지 전달되지 않았다. 그들은 여전히 분노에 휩싸여 있었다.“형님, 제 팔을 끊어버린 놈을 반드시 처단해 주세요.”부상 치료를 받던 이방주가 힘겹게 말했다.과다출혈로 인해 그의 얼굴은 매우 창백했는데, 이마에는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혀있었고, 말하는 목소리는 매우 허약했다.강력한 전신의 경지라 하더라도
이면인은 공손히 고개를 숙인 후, 사람들에게 주변을 정리하게 하고 염구준을 데리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그는 두 잔의 차를 내오며 거록 존주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거록 존주의 본명은 진통신이라고 합니다. 저보다 몇 살 어리죠.”“진통신은 그 배에서 꽤나 뛰어난 몇 사람 중 하나로 손꼽혔습니다. 특히 망기술에 대한 이해와 수련은 그를 능가할 자가 없었죠.”“하지만, 그는 진씨 가문의 가보에 탐욕을 품고 비열한 수단을 사용했습니다. 결국엔 발각되어 가문에서 추방되었지만요.”“몇 년 후, 그는 다른 은세집안들과 힘을 합쳐 진씨 가문을 공격했고, 그로 인해 저희 가문은 큰 손실을 입고 사분오열되고 말았습니다.”...이면인은 거록 존주의 생애를 거의 다 이야기할 정도로 상세하게 설명했지만 염구준이 얻은 유용한 정보는 단 하나 뿐이었다. 거록 존주가 진씨 가문의 배신자이고, 가문의 가보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 말이다.그 외의 이야기는 대부분 쓸모없는 것이었다.“진씨 가문의 가보라는 것이 대체 무엇입니까? 거록 존주가 그것을 손에 넣었나요?”염구준이 담담하게 물었다.당연히 그 가보가 탐나서 이렇게 물어본 것이 아니었다. 단지 그것을 미끼로 사용해 거록 존주를 유인하려는 목적일 뿐이었다.“가지지 못했습니다.”이면인은 고개를 저으며 더 이상의 정보는 말하지 않았다.염구준은 말을 하다가 만 그의 속셈을 알고 있었다.“뭘 원하시는 겁니까? 돈을 더 주면 되나요?”염구준은 한 가문의 수령이 정보를 팔아 생계를 유지해야 할 정도로 몰락한 그들의 모습을 보며 그 가보라는 것이 현재 그들의 상황을 바꿀 수 없거나 애초에 그들의 손에 없을 거라고 짐작했다. “거래를 하나 합시다. 당신이 저희를 위해 한 가지 일을 해 주신다면, 가문의 가보가 있는 장소를 알려드리겠습니다.”이때, 이면인이 제안을 했다.늘 괴롭힘을 당하는 그들에게 돈은 크게 의미가 없었다. 가져도 어차피 빼앗길 것이 뻔했기에 그는 돈을 요구하지 않았다. “말해보세요. 하지만 너
곧이어 그가 팔을 살짝 떨며 힘을 모으자 거대한 기운이 주먹 끝에서 폭발적으로 터져 나왔다.“으윽!”이에 이방주는 버티지 못하고 신음소리를 내며 몇 걸음 물러났다. 저릿한 팔을 보면서 그는 상대방이 전신의 경지에 불과하지만 자신보다 훨씬 강하다는 것을 느꼈다. 다만 그가 한가지 모르는 것이 있다면, 그건 염구준이 같은 경지의 적수를 만났을 때 한 번도 진적이 없다는 것이다.염구준이 반보천인의 힘을 사용하지 않은 건 눈앞의 적을 상대하는데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어서였다.“내가 대충 날린 한 방도 못 막는 걸 보면 넌 겨우 그정도밖에 안 되는 것 같네.”염구준은 조소 섞인 말투로 말했다.그가 만약 칠권합일까지 사용했다면, 이방주는 이미 중상을 입고 쓰러졌을 것이다.“오만하게 굴지마라.”염구준의 비웃음에 화가 치밀어 오른 이방주는 허리춤에서 연검 한 자루를 꺼내 들었다.사실 그는 방금 전의 전투에서 전력을 다하지 않고 비장의 카드를 남겨두고 있었다.“검을 쓰려고?”이 모습을 지켜보던 염구준은 흥미롭다는 듯이 감탄하며 더욱 비웃는 표정을 지었다.그의 앞에서 검을 휘든다는 건 마치 관우 앞에서 대도를 휘두르는 격이었다.쉭!그의 연검은 매우 유연했다. 이방주는 검을 몇 번 흔들고는 염구준을 향해 돌진했다.그러나 염구준의 눈에 비친 상대방의 검술은 초보자가 선보이는 것처럼 서투르기 짝이 없는, 아니 심지어는 검술에 대한 모욕이다 싶을 정도로 가관이었다.염구준은 곧바로 오른손으로 검결을 만들며 검의를 불러일으켜 검기를 먼들었다. 검 없이 기운만으로 만들어진 검기라 크게 힘을 내진 못했지만, 이방주를 상대하기에는 이 정도로도 충분했다.푹!검기는 곧 이방주의 검과 팔을 관통했고, 구멍이 뚫린 팔에서는 피가 뚝뚝 떨어졌다.더 볼 것도 없이 이건 이방주의 패배였다.이를 목격한 사람들은 싸움을 멈추고 각자의 진영으로 물러났다.승패가 이미 결정된 이상 더 이상 싸움을 지속할 필요가 없어서였다.“말도 안 돼! 어떻게 전신의 경지가 이렇게까지 강
상황을 정리한 염구준은 계속 지켜봤다.개방의 이방주가 이면인을 보더니 사악하게 웃었다.“가주가 왔으니 우리 시비를 따져보자고. 오늘 아침에 그쪽 사람이 우리 애들을 때렸어. 그래서 치료비라도 챙기려고 왔는데 이게 과분한 처사 아니지?”수백 명이 되는 개방 무리가 돈을 갈취하기 위해 온 것이다.“누가 누굴 때렸어?”이면인이 나지막하게 물었다.“몰라. 때렸으니 치료비를 줘.”이방주가 어깨를 으쓱하며 억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돈을 뜯어내겠다는 뜻이다.이런 일은 너무 익숙하니 처음 있는 일도 아니었다.퍽!이면인은 말을 하지 않고 손에 들었던 가방을 던져주면서 물러났다.“이 돈이면 충분해?”“부족해. 여기 땅을 줘.”이방주는 쳐다보지 않고 낡은 별장 구역을 가리켰다.가방에 고작 몇 백만원밖에 들어있지 않지만 땅은 가치가 어마어마했다.“그건 안 된다. 여기는 우리 집이란 말이다.”이면인은 궁지에 몰리자 더는 양보하지 않았다.뒤에 있던 가족들이 분노로 가득차서 씩씩거렸다.용하에서 쫓겨나 이곳까지 왔는데 땅을 내준다면 또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했다.“그렇다면 상의할 필요도 없겠네.”이방주가 손을 흔들자 부하들이 우르르 쓸어서 진씨 가문을 공격했다.이 부지를 무조건 손에 넣어야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죽기 살기로 싸우자!”이면인도 악을 쓰면서 기운을 발사했다.전신 경지였다.“진씨 가문이 정말 몰락했네.”멀리서 지켜보던 염구준이 혀를 찼다.은세가문에서 아무리 약해도 반보천인 가주가 있어야 가문을 유지할 수 있었다.가문이란 그랬다.일어서면 몰락하는 흥망성쇠를 반복해서 겪었다.천 년을 이어온 가문들은 대부분 기반이 든든하기 때문이다.싸움이 시작되자마자 벌써 한쪽 실력이 기울어졌다.진씨 가문은 개방의 상대가 아니었다.가장 실력이 있는 이면인이 같은 경지인 개방의 이방주에게 눌려서 얻어맞고 있었다.망기술은 독특한 술법이지만 싸움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이렇게 내버려두다가 이면인이 곧 죽을 것 같았다.하지만 염구준은 아
“사람 찾는 건 일도 아닙니다. 용하 화폐로 200만 원입니다.”귀울진은 용하와 접해 있기에 용하 화폐를 사용했다.“용하에서 건너온 진씨 가문을 찾아주세요. 돈은 얼마든지 드릴게요.”염구준이 통쾌하게 대답했다.지금은 사람을 찾는 것이 중요하니 돈은 얼마를 써도 상관없었다.“은세가문인가?”이면인의 안색이 굳어졌다.그 표정을 보니 진씨 가문의 소재를 아는 것 같았다.염구준이 그것을 눈치챘다.“알고 있으면 말씀하세요. 아니면 우려하는 거라도 있습니까?”“진씨 가문에서 돈을 주면서 그들의 정보를 말하지 말라고 했거든요.”이면인이 간사한 웃음을 지으며 염구준의 눈치를 살폈다.“그럼 얼마나 원합니까?”염구준은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았다.“1000만 원이요.”이면인은 열 손가락을 내밀며 말했다.“그렇게 많지 않아요. 갖고 온 돈은 전부 여기 있어요. 말하기 싫으면 그만두죠.”염구준은 가방을 앞으로 던져버렸다.그 말에 이면인은 가방을 들어 대충 훑어보았다.적어도 몇 백만 원은 들어 있는 것 같았다.“두 블록 가면 진씨네 국수집이 있는데 거기가 주둔지예요.”“거짓말은 아니겠죠?”염구준이 한마디 더 했다.“절대 거짓말이 아니에요. 제가 이 바닥에서 신용을 잘 지킨다고 소문이 났어요.”이면인은 가방을 챙기고 싱글벙글 웃더니 엄숙하게 대답했다.이 돈이면 3년을 문을 닫아도 충분히 먹고 살 수 있었다.“알았어요. 돈은 받으세요.”염구준은 돌아서 잡화점에서 나갔다.10분 뒤, 이면인은 도둑처럼 가방을 들고 잡화점을 나오더니 주변에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빠르게 한 방향으로 달려갔다.이 사람 역시 문제가 있었다.염구준은 숨어서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입꼬리를 올렸다.이렇게 쉽게 돈을 떼먹다니, 세상에 그렇게 좋은 일은 없다.옆에 진씨네 국수집은 이미 오기 전에 들러서 알고 있었다.모두 평범한 사람으로서 진씨 가문이 누군지조차 몰랐다.“마을 호텔에서 기다리세요. 처리하고 찾으러 갈게요.”염구준은 호주머니에 손을 넣더니
귀울진은 외진 곳에 있는 마을이라 현지 정부에서 아예 관리하지 않아 자치 행정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그래서 죄를 지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피난하기 좋았다.점점 많은 범죄자들이 몰려들어 귀울진을 발전시킨 덕분에 마을 규모는 중등 도시 못지 않았다.하지만 법이 존재하지 않아 치안이 엉망이었다.“젊은이, 이곳에 별의별 놈들이 살아서 아주 위험한 곳이야. 백가, 개방, 목숨파를 조심해.”“네.”염구준은 고개를 끄덕일 뿐,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진씨 가문도 은세가문인데 어떻게 이곳으로 쫓겨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한 가지 가능성은 진씨 가문에서 몰래 잠복해 있다면 찾기가 더 어려워진다.그는 과일 가게를 지나갈 때 걸음을 멈추고 물었다.“사장님, 여쭤볼 게 있는데요.”“과일을 안 사면 아무것도 묻지 마.”사장님은 염구준을 쳐다보지도 않고 시큰둥하게 말했다.어쩔 수 없이 돈을 써야 했다.지폐 한 장을 건넸더니 사장님은 금세 미소를 지으며 공손하게 말했다.“손님, 저는 이 지역에서 유명한 소식통이에요. 궁금한 것이 있으면 얼마든지 물어보세요.”“진씨 가문이 어디에 있는지 아세요?”염구준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몰라요. 하지만 저기 구두가게 사장이 진씨입니다.”과일 가게 사장은 솔직하게 말했지만 쓸모 있는 정보는 하나도 없었다.“알겠습니다.”염구준은 머리가 아팠다.이곳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돈만 밝히고 허풍만 떨어서 믿을 만한 사람이 없었다.전에도 몇몇 사람에게 물었지만 모두 돈만 받고 아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그에 비하면 안내자 노인은 성실한 편이었다.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고대영이 조사한 정보가 이것밖에 안 되니까.진씨 가문이 귀울진에만 있다는 것만 알아내서 나머지는 염구준이 발품을 팔아야 했다.그때 노인이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젊은이, 내가 귀울진의 정보왕을 알고 있는데 원하는 가격이 너무 사악하고 별로 좋은 사람은 아니야.”만약 염구준이 빨리 처리한다면 다른 일에 연루되지 않고 빨리 돌아갈 수 있다.귀울진
노인은 당황해하며 현금 몇 장을 더 놓았다.“전부 여기 두었어. 그러니까 보내줘.”오늘 변고가 생겨 톡톡히 손해를 보아 속으로 산적들에게 욕을 퍼부었다.하지만 산적은 고개를 가로 저으며 수레에 누운 염구준을 가리켰다.“저놈을 남기고 영감은 가면 돼. 소는 우리 형제들이 먹게 넘겨.”“안 돼. 우리도 소 덕에 먹고 사는데 넘기면 굶어 죽어.”노인은 애지중지하는 소를 끌고 되돌아가려고 했다.이 산적들은 강탈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피 말려 죽이려는 셈이다.예전에 길을 막던 산적들은 이 정도로 선을 넘지 않았다.그냥 돈만 조금 주면 알아서들 떠났다.만약 안내자를 전부 소멸하면 누구도 이 길을 지날 수 없고 그들은 산에서 굶어 죽어야 했다.“거기서. 죽고 싶어?”그들은 무기를 쳐들고 노인에게 돌진했다.우두머리는 손에 총까지 들고 있었다.‘젠장.’노인은 걸음을 멈추고 의기소침한 얼굴로 뒤를 힐끔 돌아보았다.오늘 여기서 도망치지 못하고 죽게 생겼다.“여기 개판이네. 벌건 대낮에 길을 막고 강탈하냐?”그때 염구준이 수레에서 내리며 바닥에 있는 자갈들을 발로 차서 뿌렸다.파팟!자갈은 빠른 속도로 튕겨 달려오는 무리들에게 하나씩 명중했다.그리고 핏방울을 튕기며 전부 바닥에 쓰러트렸다.순식간에 발생하여 상대방은 준비할 시간도 없이 전멸한 것이다.그래도 산적들은 죽어 마땅했다.“어르신, 뭐 하세요? 갑시다.”염구준은 얼떨떨해 서 있는 노인을 향해 소리쳤다.가는 길에 도운 것뿐이니 별일도 아니었다.“어, 그래.”그제야 노인은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끄덕였다.방금 일어난 일은 정말로 충격적이었다.바로 그때 노인이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조심해.”우두머리 산적이 죽지 않고 총을 들고 염구준을 향해 미친듯이 돌진하는 것이다.“개자식, 죽어라!”펑펑펑!산적은 방아쇠를 힘껏 당겨 총을 몇 발이나 쏘았다.노인은 너무 놀라 두 눈을 찔끔 감고 죽지 않기를 기도했다.그런데 모든 탄알을 사용했지만 염구준은 여전히 제 자리에 서 있었다
“서커스단 일 때문이야?”손가을이 눈살을 찌푸렸다.청해에서 최고 여성 사업가 신분으로 며칠 전에 있었던 서커스단의 사건에 대해 꽤 많은 정보를 알고 있었다.“맞아. 서커스단과 연관이 있어. 제때에 처리하지 않으면 더 많은 사람들이 위험에 빠질 거야.”염구준이 인정했다.“그럼 빨리 다녀와. 난 희주를 지키면서 집에서 기다릴게.”손가을은 서운했지만 억지로 웃었다.남편이 하려는 일에 그만큼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아내로서 가정과 손씨 그룹을 지켜서 남편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지지나 다름없었다.하지만 다른 방면으로 말하면 아직 실력이 부족해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설명했다.“가을아, 넌 정말 최고야.”염구준은 다가가 아내를 와락 끌어안았다.손가을은 마음이 너그러워서 염구준은 항상 고마워하고 있었다.“다들 보고 있어. 집에 가서 안아줘.”손가을이 얼굴을 붉히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누가 보는데?”염구준이 뒤돌아보았더니 들어올 때 문을 닫지 않아서 직원들이 목을 길게 빼고 두 사람을 보고 있었다.다들 깨알 쏟아지는 장면을 보고 부러운 눈빛을 보냈다.“흠흠.”염구준이 헛기침을 하자 다들 아무것도 못 본 것처럼 눈길을 돌려버렸다.문을 닫는 습관을 길러야 할 것 같았다.염구준은 아내를 풀어주고 또 구경하러 몰려들까 봐 사무실 문을 닫으러 갔다.손가을은 이어서 업무를 보고 염구준은 옆에서 가끔 서류를 건네며 퇴근 시간까지 함께 있었다.부부는 학교에 들러 딸을 데리고 밖에서 저녁까지 먹고 집에 돌아왔다.이튿날 아침, 염구준은 미리 아침밥을 준비해 놓고 귀울진으로 향했다.빨리 처리하고 일찍 돌아올 생각이었다.용하와 접한 국경 도로에 소 수레 한 대가 여유 있게 가고 있다.수레에 앉은 사람이 바로 염구준이었다.귀울진은 외진 곳에 있어 도로는커녕 사람이 지날 수 있는 길조차 없었다.그는 안내원을 찾아 원시적인 교통 수단으로 이동하기로 했다.길에서 노인이 이곳의 풍습을 소개했다.하지만 진씨 가문을 들어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