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085화

작가: 잔영
오부라은을 향해 조롱이 섞인 차가운 미소를 지어 보이는 독수리. 서서히 앞으로 걸어가더니, 순식간에 주먹을 날려 그의 얼굴을 박살 냈다. 피와 침, 온갖 오물이 허공에 튀며 처참한 상황을 말해주었다.

독수리가 바닥에 침을 뱉으며 쓰러져 있는 오부라은을 바라보며 말했다.

“오부라은 데리고 손씨 그룹으로 간다! 염구준이 세운 왕국이 어떻게 처참하게 우리 엘 가문에 망하는지 두 눈 똑똑히 보게 될 거야!”

그날 밤, 봉황국, 손씨 그룹 해외 지부.

어두운 조명. 오샤나지 그룹의 압박으로 손씨 그룹 해외 지부는 지금 위기에 놓여 있었다. 거의 모든 항목 거래량이 없어진 상태였다.

게다가 두려움에 줄줄이 퇴사하는 직원들까지, 이제 직원은 30명 남짓 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니 당연히 늦은 시간까지 일하는 사람은 없었으며, 건물 안엔 임명성을 포함해 경호원 약 10명 남짓이 전부였다.

쾅! 갑작스러운 굉음이 고요했던 건물 내부를 뒤흔들었다.

독수리!

약 스무 명 정도 되는 죽음의 병사들, 그리고 그 리더 독수리, 거기에 200여명 정도 되는 기타 조직원들이 건물에 난입했다.

“여기가 손씨 그룹 해외 지부? 보잘것없군!”

독수리가 건물 내부를 훑어보며 콧방귀를 뀌었다.

“흩어져 남은 직원들을 찾는다! 그리고 하나도 남긴 없이 죽여라!”

그렇게 우르르 무리가 엘리베이터로 향하던 찰나….

“간덩이가 부었구나!”

로비 안 쪽 엘리베이터에서 서서히 문이 열리더니, 중년 남자가 경호원 둘, 직원 여섯과 함께 나타났다.

“그 누구든 손씨 그룹을 건드리는 자,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

하? 독수리가 눈썹을 치켜 뜨며 중년 남자를 훑어보았다. 그리고 떠오른 조소.

그는 이미 조사를 통해 남자의 정보를 가지고 있었다. 고수는 아니지만, 현 손씨 그룹 해외 지부의 총책임자, 임명성!

“죽음이 두렵지 않나봐?”

독수리가 손에 든 합금 도끼를 들어올리더니, 혓바닥으로 피가 묻은 칼날을 핥으며 음산하게 말했다.

“피 맛은 언제나 짜릿하지… 임명성, 목을 쳐줄까? 아니면, 찢어발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군신의 귀환   제1086화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죽일 테면, 나부터 죽여!”임명성 뒤에 있던 직원 한 명이 갑자기 앞으로 나오더니 외쳤다. 그는 청해 본사에서 파견 나온, 손씨 그룹 초창기 직원 중 한 명이었다. “손씨 그룹엔 겁쟁이가 없다. 우리가 곧 손씨 그룹이고, 손씨 그룹이 곧 우리다! 죽일테면 우리부터 죽여라!”“그래, 나부터 죽여라!”“나도!”“우리도!”“우린 너 같은 거에 절대로 겁먹지 않는다! 우린 자랑스러운 손씨 그룹의 일원이니까! 어디 베어봐라!”직원들 한 명, 한 명, 모두가 당당히 가슴을 핀 채 임명성을 둘러쌌다. 한 마음, 한 뜻, 절대로 물러나지 않겠다는 굳건한 기세가 느껴졌다.“그래, 내가 못할 것 같아? 이따가 살려달라고 빌지나 마! 으하하하!”이 광경을 본 독수리가 크게 웃음을 터트리더니, 손에 들고 있던 도끼를 내리며 살벌한 눈빛으로 말했다.“이놈들을 모두 생포해서 가문에 있는 지하 감옥으로 데려가라! 생지옥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느끼게 해주마!”그의 말이 떨어지는 즉시, 스무 명 남짓의 죽음의 전사들이 앞으로 걸어 나왔다. 모두 손에 밧줄이나 자루가 들려져 있었다. “너희들이 우릴 데려갈 수 있을 것 같아? 어림없어!”임명성이 천천히 고개를 저으며 자신을 둘려 싸고 있던 직원들을 살짝 옆으로 밀어냈다. 그런 다음 고개를 돌려 그들을 향해 말했다.“회사 규정 잘 알고 있겠지? 근무지 이탈은 안 돼. 모두 자기 자리로 돌아서 하던 일마저 해!”‘일을 계속 하라니,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이지?’ 직원들은 임명성의 명령을 이해하지 못했다. 적들이 쳐들어온 마당에 어떻게 다시 자리로 돌아갈 수 있단 말인가?더군다나 상대는 죽일 마음으로 쳐들어왔다. 이건 적을 앞에 두고 등을 보이라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런데 문득, 직원들의 얼굴빛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지금 상황에서 임명성이 이 태도를 보일 수 있는 이유는 하나뿐이었다. “임 이사님, 설마….”한 직원이 임명성을 향해 의미심장한 눈빛을 보내며

  • 군신의 귀환   제1087화

    염구준!그의 말 한마디에 황혼대로는 잠잠해졌고 심지어 그 화련상조회조차 맥을 쓰지 못하고 바스러졌다. 이런 명성을 가진 그에게 누가 감히 함부로 도전하겠는가?하지만 분명 손가을과 함께 청해시로 돌아갔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이 빠른 시간에 다시 돌아왔지?“네… 네가 염구준?”독수리가 애써 떨리는 몸을 진정시키며 가슴을 펴고 염구준에게 물었다.“봉황국을 떠났으면 돌아오지 말 것이지, 자기 발로 죽을 길로 돌아오다니, 겁도 없구나! 엘 가문이 얼마나 대단한지, 네가 아직 그 위력을 직접 체험해보지 못해서 모르나 본데, 우리를 적으로 돌리면 봉황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어디에도 발을 붙이지 못할 것이다!”그 말을 끝으로 독수리가 부하들을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 “두려워하지 마라! 아무리 강해도 결국 혼자다! 모두 같이 공격한다! 움직여라!”누군가는 밧줄, 누군가는 허리에 든 단도를, 엘 가문 죽음의 전사들이 일제히 염구준을 향해 달려갔다. 하지만 염구준은 전혀 동요함이 없이, 마치 하찮은 개미 떼를 보듯 그들을 조용히 쳐다보았다. 그들은 결코 염구준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과거 고려국에서 단 한 번의 일격으로 다섯 반보천인을 베어냈으며 영동국에서 송본 가문을 멸문한 이력도 있었다. 그는 이제 반보천인의 끝자락, 천인의 경지 문턱에 다다라 있었다. 지금 그의 실력으로는 이들과 같은 무인들은 아무런 의미가 있었다. 하찮고 의미 없는 저항이었다. “염 부장님!”적들이 몰려가는 것을 본 직원들이 두려운 눈빛으로 그를 불렀다. 하지만 곧 그의 표정이 평온한 것을 보고 안심했다. 두려울 것이 없었다. 염구준이 있는 이상, 상대가 아무리 수가 많고 실력이 강하도 두렵지 않았다. 독수리든, 엘 가문이든, 오샤나지 그룹이든, 염구준이 있는 곳이 곧 가장 안전한 곳이었다. “3초.”염구준이 미동도 없이 독수리와 그의 부하들을 바라보며 손가락 세 개를 펼쳐 보였다. “3초 내에 내 눈앞에서 사라져라, 그렇지 않으면…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허세

  • 군신의 귀환   제1088화

    직접 눈으로 보고도 쉽사리 믿을 수 없는 광경. 세상에 이토록 무서운 강자가 존재할 줄이야!그 순간 이들은 모두 전의를 상실해 버렸다. 다리가 떨려 도무지 도망칠 생각조차 나지 않았다.“이제 네 차례다.”염구준이 독수리를 냉랭하게 쳐다보며 말했다.“난 분명히 너한테 기회를 줬어. 하지만 걷어찬 건 너야. 그리고 엘 가문 출신이라고? 차라리 잘 됐네. 날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오늘 제대로 보여줄게. 넌 오늘 내 손에 죽는다!”“안 돼! 이렇게 죽을 수는 없어!”염구준이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하자 독수리는 간담이 서늘해졌다. 그는 마지막 구명줄을 찾는 듯, 어깨를 덮고 있는 옷을 찢어발기며 안에 새겨진 문신을 드러냈다.“이거 봐! 난 엘 가문이 아니라, 흑림 용변단의 출신이다!”흑림 용병단, 이는 세게 1위 용병단으로, 세계 곳곳에 세력이 퍼져 있었다. 그리고 독수리 또한 그 일원 중 한 명이었다. 이 놀라운 뒷배와 중급 무성 경지까지 더해지자, 그는 웬만한 곳에서도 권력자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흑림 용변단? 그래서?”그러나 염구준은 전혀 개의치 않고 발로 그에게 일격을 날렸다. 강력한 돌풍이 일어나며, 독수리의 머리는 마치 으깨진 수박처럼 산산조각나 사방으로 튀었다.“그리고 거기 당신들!”염구준이 한발 앞으로 걸어나오며 차갑게 여섯 두목들을 응시했다.반란을 일으킨 자들!처음 황혼대로 세력들을 굴복시켰을 때, 이들 또한 오부라은에게 충성을 명세했던 자들이었다. 하지만 엘 가문이 반기를 들자 결국 본색을 드러냈다.“염, 염 선생님, 제발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여섯 두목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고 머리를 바닥에 박으며 애원했다.“염 선생님, 저희도 강요받은 겁니다. 폴 도련님이….”하지만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염구준이 손을 가볍게 휘저었다. 그러자 즉시 여섯 두목들이 경련하기 시작하며 눈을 까뒤집고 죽음을 맞이했다. 겉으론 상처가 보이지 않았지만, 염구준이 기를 이용해 이들의 몸 내부에 압력을 가하면서 죽인 것이었다

  • 군신의 귀환   제1089화

    이 밤은 봉황국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다.황혼대로, 시체가 강을 이루었다. 하룻밤 만에 한때 봉황국 금지 구역이었던 황혼대로를 주름잡고 있던 강자들이 오부라은을 제외하고 모두 비명횡사했다. 그 소식이 전해지자, 봉황국 전체가 큰 충격이 휩싸이며 각종 루머들이 퍼지기 시작했다. 너무나도 비상식적인 상황에 모두가 상황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단 한 곳만은 제외였다. 엘 가문! 그들은 이 사태의 중심에 누가 있는지 알고 있었다.“폴!”엘 가문 본가, 반디엘이 분노에 가득 찬 얼굴로 폴을 불렀다.“저번에 뭐라고 했지? 사흘 안에 손씨 그룹을 손에 넣겠다고?”“그게….”폴은 도무지 변명거리가 생각나지 않았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 흑림 용변단 독수리까지 영입을 하고, 가문의 강자들도 붙여줬는데… 염구준을 제거하기는커녕 모두 전멸당하다니, 어떻게 이런 일이?그래도 폴은 희망을 놓지 않았다.“가주님, 염구준이라는 작자,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폴이 눈을 가늘게 뜨며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여기는 봉황국, 엘 가문의 땅입니다. 그가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엘 가문까지 와서 난동을 부리지는 않을 겁니다.”그제야 반디엘의 표정이 조금 누그러졌다. 폴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엘 가문은 봉황국에 깊은 뿌리를 가지고 있었다. 아무리 황혼대로 쪽 사람들이 몰살당했다고 해도, 엘 가문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아무리 염구준이라도 철옹성 같은 엘 가문을 쳐들어올 수는 없을 터!“가주님!”이때, 갑작스레 밖에서 다급한 외침이 들렸다. 집사의 목소리였다. 흰머리가 듬성듬성 난 중년이 숨을 헐떡이며 거실로 뛰어들어왔다.“가, 가주님! 큰 일 났습니다. 염, 염구준이 쳐들어왔습니다!”뭐라고? 반디엘의 얼굴이 급속도로 창백해졌다. “염구준… 몇 명 데리고 왔어? 같이 온 자들이 누군지 말해!”반디엘은 부디 강자들이 많지 않길 바랐다. 지금 당장 동원할 수 있는 인력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집사가 식은땀을 닦으며 말

  • 군신의 귀환   제1090화

    그런 이들이었지만, 염구준과 제대로 붙어보지도 못한 채 일격에 쓰러졌다. “한심한 놈들!”폴이 냉소를 띄며 천천히 염구준이 있는 정원으로 걸어나왔다. 그리고는 바닥에 쓰러져 있는 경호원들을 바라보며 경멸 어린 표정을 지었다.“당신이 바로 내 사촌 동생이 임신한 아이의 아빠, 염구준?”그 말을 들은 염구준은 순간 멍한 얼굴이 되었다. 그제야 자신을 봉황국으로 불러들이기 위해 앨리스가 자신의 아이를 임신했다고 거짓 소문을 퍼뜨린 것이 생각났다. 그렇다면 이 남자가 바로 앨리스의 사촌 오빠, 앨리스처럼 엘 가문 가주 자리를 경쟁하고 있는 폴일 것이다.엘 폴!“여기까지 혼자서 오다니, 실력이 좀 있긴 한 모양이네. 하지만….”폴이 염구준을 냉랭하게 응시하며 비웃음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우리 엘 가문은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리 만만한 곳이 아니야. 들어오는 것은 쉬웠을 지 몰라도, 오늘 살아서 나갈 생각하지 마!”폴이 말을 마치는 동시에 손가락을 튕기며 나지막이 말했다. “오광노! 모습을 드러내라!”그 순간, 다섯 인물이 소리소문 없이 폴 뒤에 나타났다. 오광노!엘 가문 내에서도 이들의 존재는 거의 극비라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이들의 실력은 전에 보냈던 죽음의 전사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이들이 힘을 합친다면, 다른 가문의 무성급 강자들이 온다고 해도 전혀 밀릴 것이 없었다!폴이 태어난 해, 그의 아버지 엘 심프슨은 뛰어난 재능을 가진 고아 200명을 선발해 가문 지하 감옥에서 서로 죽고 죽이는 싸움을 하게 했다. 그 피 비린내가 나는 잔인한 현장에서 살아남은 자들이 바로 이 다섯 명이었다. 이들은 인간의 감정 따위 모두 잊은 채, 오직 살인을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훈련을 받았다. 이 다섯은 죽음도 고통도 두려워하지 않는, 폴의 가장 강력한 비장 카드였다!“하하!”오광노가 나타나자, 폴이 자신만만한 얼굴로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염구준, 넌 꿈에도 몰랐겠지. 내가 이토록 강력한 비장의 카드를 가지고 있을 줄은! 네가

  • 군신의 귀환   제1091화

    일격을 정면으로 받은 사람은 타격을 받긴 했지만, 몸에 딱히 다른 상처를 입진 않았다. 하지만 바로 뒤따르던 네 명은 마치 거대한 망치에 맞은 듯, 피를 토하며 멀리 날아갔다.퍼버버벅! 네 번의 타격음!거의 살생 무기로 키워진 이들이 염구준의 주먹 하나에 뼈가 부러지고 근육이 파열되었다. 심지어 이들이 토해낸 피에는 내장 조각까지 섞여 있었다.허공을 거의 20미터를 가르고 벽에 부딪힌 남자들, 이들은 바닥에 떨어진 뒤 경련을 일으키다 모두 기절했다.그런데 이때… 달깍하고 무언가가 뽑히는 소리가 났다. 제일 선두에 있던 오광노가 나머지 사람들이 당한 것을 보고 품에서 무언가를 꺼낸 것이었다. 그것은 바로 금속으로 만들어진 수류탄의 안전핀이었다!고속 폭발을 수류탄, 안전핀이 뽑히는 즉시 일, 이 초 이내에 바로 폭발을 일으키는 구조로 되어 있었다.이 수류탄은 초강도 합금으로 만들어진 특수 수류탄으로서, 폭발할 시 조각이 터지면 무성 경지에 있는 고수들도 무사할 수 없었다!“도, 도련님! 피하십시오!”안전핀이 뽑히는 순간, 남자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폴을 향해 나지막이 소리쳤다.그리고는 손목을 강하게 휘두르며 염구준을 향해 수류탄을 던졌다. “염구준… 죽어!”이 초도 안 되는 시간, 보통 사람이었다면 제대로 반응할 틈도 없이 당했을 것이다. 하지만 염구준에겐 충분히 긴 시간이었다.“고속 폭발 수류탄? 재미있군.”자신을 향해 떨어지는 수류탄을 보고서도 염구준은 전혀 동요한 기색이 없었다. 그는 아무렇지 않게 오른손을 들어 허공에서 수류탄을 낚아챘다. 그런 다음, 순식간에 다시 오광노 앞에 나타나 수류탄을 입안으로 쑤셔 넣었다. 그리고 곧바로 발차기를 날려 그를 날려버렸다. 정말 0.1초도 걸리지 않는 시간이었다. 오광노는 극한의 공포를 느끼며 허공을 날았다.쾅! 주변이 흔들릴 정도로 엄청난 굉음이 터져 나왔다. 수류탄이 폭발하며 오광노의 몸은 흔적조차 찾기 힘들 정도로 산산조각 찢어버렸다. “아니야… 이럴 수는 없어….”멀리서

  • 군신의 귀환   제1092화

    앨리스가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옅은 죄책감이 담긴 얼굴로 말했다.“저와 염 선생님은 아무런 사이도 아니에요. 비즈니스 그 이상의 관계를 가진 적 없어요. 임신 소문은 제가 일부로 거짓으로 꾸민 거예요.”뭐라고? 그 말을 들은 반디엘이 충격 받은 표정을 지으며 두 발자국 뒷걸음질 쳤다. “하지만 그날….”“제가 제 입으로 인정한 적은 없어요.”앨리스가 천천히 고개를 저으며 쓴웃음을 지었다.“아버지와 다른 사람들이 제멋대로 추측한 거에 불과해요. 폴의 음모로 저는 가문에서 지지력을 잃었고, 저는 이렇게라도 해서 폴과 그의 지지자들의 방심을 불러일으켜야 했어요.”어느 정도는 성공이었다. 폴, 반디엘, 가문의 장로들… 모두가 추측을 진실로 믿으며 앨리스가 더 이상 가문의 주인이 될 수 없을 거라 여겼다. 그렇게 모두를 속였다. 단 한사람, 염구준을 제외하고!“그랬구나… 그런 거였어….”반디엘이 나지막이 중얼거리며 허무한 웃음을 터트렸다.이제야 모든 것이 이해됐다. 앨리스는 여성으로서 엘 가문의 후계자가 되기 불안정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염구준이 이번에 폴의 세력을 완전히 무너뜨렸으나 앨리스에겐 모든 위협이 제거된 거나 마찬가지였다. 이제 가문의 후계자 자리는 앨리스의 것이 되었다. 하지만 이 자리를 얻기까지 엘 가문이 치른 대가는 너무나도 컸다. 황혼대로의 많은 자산, 가문이 공들여 키워온 핵심 전력들… 한순간에 모두 무너졌다.“그래, 이미 벌어진 일, 더 이상 뭐라 하지 않겠다.”반디엘이 잠시 침묵 후, 힘없이 손을 흔들며 말했다.“염구준, 이제 오해도 풀렸으니, 이제 그만 돌아가!”돌아가라고? 염구준이 웃었다.“오라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제는 또 가라고 하네.”그가 반디엘을 마주보며 비꼬았다.“제가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는, 그런 하찮은 존재인 줄 아십니까? 돌아가라고? 싫습니다!”반디엘의 미간을 찌푸리며 코를 찡그렸다. 시작은 쉬워도 끝내는 건 어렵다는 말이 있다. 염구준은 혼자서 황혼대로를 장악하고 엘 가문의 핵심 전

  • 군신의 귀환   제1093화

    “염구준…!”반디엘은 속에서 분노가 들끓어 당장이라도 염구준에게 주먹을 날리고 싶었으나, 곧 실력 차이를 느끼곤 무기력하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지금 엘 가문엔 염구준을 막을 수 있는 실력을 가진 강자가 없었다. 만약 그가 마음먹고 살육하기로 한다면, 엘 가문은 몰락을 면할 수 없을 것이었다. 오부라은을 배신한 이들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염구준, 장난은 그만해라.”반디엘이 냉소를 지으며 허무한 표정으로 물었다.“말해. 그래서 원하는 게 뭐야? 아이를 제외하고 들어줄 수 있는 건 다 들어주겠다!”이것이 바로 염구준이 기다리던 말이었다. 그가 입가에 진한 미소를 그리며 답했다.“저 그렇게 욕심 많은 사람 아닙니다. 제 명예를 훼손한 대가로 용하국 화폐로 2000억은 배상해주시죠.”2000억은 엘 가문에 그리 많은 돈은 아니었다. 비록 이번에 염구준 때문에 자산에 타격을 입긴 했지만, 그보다 훨씬 더 많은 것들이 남아 있었다. 게다가 오샤나지 그룹은 전 세계에 지사를 두고 있었다. 충분히 내어 줄 수 있는 금액이었다. 아니, 오히려 꽤 적게 요구한 편에 속했다.“그거라면 문제없다. 원하는 대로 배상해주겠다.”반디엘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미소 지었다.“지금 당장 사람을 시켜….”“서두를 필요 없습니다.”염구준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검지 손가락 하나를 들어 올렸다.“이건 첫번째 조건이니까요. 다음 조건도 있는데, 들어볼 생각 있으십니까?”또 다른 조건이 있다고? 반디엘은 안도했던 마음이 다시 긴장으로 물드는 것이 느껴졌다. 그는 잠시 미간을 찌푸리며 침묵한 뒤, 나지막이 말했다.“그럼 말해. 엘 가문이 들어줄 수 있는 거라면, 다 들어주겠다.”“좋습니다.”염구준이 만족스러운 눈빛으로 반디엘을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2000억 외, 엘 가문이 봉황국에 소유하고 있는 자산의 50프로 지분을 넘겨주셨으면 합니다.”그 말을 들은 반디엘은 눈이 휘둥그레 떠졌다. 이건 불가능한 얘기였다!봉황국운 엘 가문의 근본이었다

최신 챕터

  • 군신의 귀환   제2014화

    “제일 앞에서 걸어오는 사람이 개방의 대방주입니다. 전신 위 경지의 강자이고, 도가 매우 빠릅니다.”이면인은 대방주가 등장하자 황급히 염구준에게 알고 있는 전부의 정보를 제공해주었다.지금 그들은 같은 배에 탄 상황이었기에, 조금이라도 잘못된다면 양쪽 모두에게 좋지 않았다.“네.”염구준은 대방주를 힐끗 쳐다보고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전신 위의 실력 따위로는 그의 눈에 들지 못했다. 손 한 번 들면 얼마든지 죽일 수 있으니까 말이다.“내 동생을 다치게 한 게 바로 너냐?”대방주가 오만하게 물었다.염구준의 힘이 깊이 숨겨져 있던 터라 한참 동안 관찰했어도 그는 상대방이 강한지, 약한지 보아내지 못했다. 그러나 위협적인 기운도 감지되지 않았기에 그는 상대방이 단지 전신 정도에 불과하다고 단정 지었다.“그렇다면 어쩔래? 네 동생이 먼저 덤벼든 거야.”염구준은 담담하게 대답했다.“하, 그렇게 나오겠다 이거지? 네 스스로 두 팔을 자르면 목숨만은 살려주마.”대방주는 날 선 눈빛으로 말하며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지금 현재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기 때문에 그는 자신의 권위를 입증하고, 본보기를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네가 개방의 모든 산업을 넘기고 이 귀울진에서 사라진다면, 나도 너를 살려줄 수 있어.”염구준은 같은 말투로 대답했지만 농담하는 기색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이미 진씨 가문을 개방 대신 3대 세력 중 하나로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었다.만약 개방이 순순히 물러난다면 굳이 손에 피를 묻힐 필요도 없었다.염구준의 말에 이면인은 안절부절 못했다.그가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 진씨 가문의 복수는 물거품이 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 이 상황에서 차마 말을 꺼낼 수도 없었다.“하하하!”“죽어라!”대방주는 고개를 젖히고 크게 웃다가 표정을 굳히더니 도를 들고 염구준을 향해 돌진했다.전신 위의 기운을 전부 내뿜으면서 말이다.이 싸움은 반드시 이겨야 할 뿐만 아니라 개방의 위상을 위해서라도 화려하게

  • 군신의 귀환   제2013화

    너무 갑작스러운 결정이었기에 이면인은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그는 이렇게 큰 일을 하는데는 어느 정도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네, 아니면 내일까지 기다리자는 건가요? 전 그렇게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염구준은 이미 확실하게 말했다. 별 일도 아니고, 빨리 해결해야 진씨 가문의 가보에 대한 정보를 얻어 빨리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그는 질질 끌고 싶지 않았다. 이면인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당신이 동급 무수자들을 압도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하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만, 개방의 대방주는 전신 위 경지의 실력자입니다.”“갈 겁니까, 말 겁니까?”이미 문 앞까지 도착한 염구준은 짧게 물었다. “가겠습니다. 바로 사람들을 모으겠습니다.”이에 이면인은 망설임 없이 움직였다.이런 기회가 흔치 않을 뿐더러, 진씨 가문은 이미 개방에게 심하게 몰려 있는 상태라 더는 물러설 곳이 없었기 때문에 이 기회에 한 번 붙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이면인은 진씨 가문의 사람들을 이끌고 개방의 본거지인 ‘개소굴’ 로 향했다.이들의 움직임은 귀울진의 여러 세력들의 주목을 받았고, 길거리에 있던 이들도 수군거리며 그들을 쳐다보았다.“저거 이면인 아니야? 평소에는 그렇게도 비굴하던 놈이 지금 뭐하는 거야?”“뭔지는 몰라도 지금 저 기세를 보아선 무슨 큰일을 꾸미려는 게 틀림없어.”진씨 가문은 자신들의 실력을 철저히 숨겨왔기에, 3대 세력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그들의 진정한 힘을 전혀 알지 못했다.행진하는 진씨 가문의 사람들의 뒤에는 구경을 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하지만 지금 이 상황은 개방한테까지 전달되지 않았다. 그들은 여전히 분노에 휩싸여 있었다.“형님, 제 팔을 끊어버린 놈을 반드시 처단해 주세요.”부상 치료를 받던 이방주가 힘겹게 말했다.과다출혈로 인해 그의 얼굴은 매우 창백했는데, 이마에는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혀있었고, 말하는 목소리는 매우 허약했다.강력한 전신의 경지라 하더라도

  • 군신의 귀환   제2012화

    이면인은 공손히 고개를 숙인 후, 사람들에게 주변을 정리하게 하고 염구준을 데리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그는 두 잔의 차를 내오며 거록 존주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거록 존주의 본명은 진통신이라고 합니다. 저보다 몇 살 어리죠.”“진통신은 그 배에서 꽤나 뛰어난 몇 사람 중 하나로 손꼽혔습니다. 특히 망기술에 대한 이해와 수련은 그를 능가할 자가 없었죠.”“하지만, 그는 진씨 가문의 가보에 탐욕을 품고 비열한 수단을 사용했습니다. 결국엔 발각되어 가문에서 추방되었지만요.”“몇 년 후, 그는 다른 은세집안들과 힘을 합쳐 진씨 가문을 공격했고, 그로 인해 저희 가문은 큰 손실을 입고 사분오열되고 말았습니다.”...이면인은 거록 존주의 생애를 거의 다 이야기할 정도로 상세하게 설명했지만 염구준이 얻은 유용한 정보는 단 하나 뿐이었다. 거록 존주가 진씨 가문의 배신자이고, 가문의 가보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 말이다.그 외의 이야기는 대부분 쓸모없는 것이었다.“진씨 가문의 가보라는 것이 대체 무엇입니까? 거록 존주가 그것을 손에 넣었나요?”염구준이 담담하게 물었다.당연히 그 가보가 탐나서 이렇게 물어본 것이 아니었다. 단지 그것을 미끼로 사용해 거록 존주를 유인하려는 목적일 뿐이었다.“가지지 못했습니다.”이면인은 고개를 저으며 더 이상의 정보는 말하지 않았다.염구준은 말을 하다가 만 그의 속셈을 알고 있었다.“뭘 원하시는 겁니까? 돈을 더 주면 되나요?”염구준은 한 가문의 수령이 정보를 팔아 생계를 유지해야 할 정도로 몰락한 그들의 모습을 보며 그 가보라는 것이 현재 그들의 상황을 바꿀 수 없거나 애초에 그들의 손에 없을 거라고 짐작했다. “거래를 하나 합시다. 당신이 저희를 위해 한 가지 일을 해 주신다면, 가문의 가보가 있는 장소를 알려드리겠습니다.”이때, 이면인이 제안을 했다.늘 괴롭힘을 당하는 그들에게 돈은 크게 의미가 없었다. 가져도 어차피 빼앗길 것이 뻔했기에 그는 돈을 요구하지 않았다. “말해보세요. 하지만 너

  • 군신의 귀환   제2011화

    곧이어 그가 팔을 살짝 떨며 힘을 모으자 거대한 기운이 주먹 끝에서 폭발적으로 터져 나왔다.“으윽!”이에 이방주는 버티지 못하고 신음소리를 내며 몇 걸음 물러났다. 저릿한 팔을 보면서 그는 상대방이 전신의 경지에 불과하지만 자신보다 훨씬 강하다는 것을 느꼈다. 다만 그가 한가지 모르는 것이 있다면, 그건 염구준이 같은 경지의 적수를 만났을 때 한 번도 진적이 없다는 것이다.염구준이 반보천인의 힘을 사용하지 않은 건 눈앞의 적을 상대하는데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어서였다.“내가 대충 날린 한 방도 못 막는 걸 보면 넌 겨우 그정도밖에 안 되는 것 같네.”염구준은 조소 섞인 말투로 말했다.그가 만약 칠권합일까지 사용했다면, 이방주는 이미 중상을 입고 쓰러졌을 것이다.“오만하게 굴지마라.”염구준의 비웃음에 화가 치밀어 오른 이방주는 허리춤에서 연검 한 자루를 꺼내 들었다.사실 그는 방금 전의 전투에서 전력을 다하지 않고 비장의 카드를 남겨두고 있었다.“검을 쓰려고?”이 모습을 지켜보던 염구준은 흥미롭다는 듯이 감탄하며 더욱 비웃는 표정을 지었다.그의 앞에서 검을 휘든다는 건 마치 관우 앞에서 대도를 휘두르는 격이었다.쉭!그의 연검은 매우 유연했다. 이방주는 검을 몇 번 흔들고는 염구준을 향해 돌진했다.그러나 염구준의 눈에 비친 상대방의 검술은 초보자가 선보이는 것처럼 서투르기 짝이 없는, 아니 심지어는 검술에 대한 모욕이다 싶을 정도로 가관이었다.염구준은 곧바로 오른손으로 검결을 만들며 검의를 불러일으켜 검기를 먼들었다. 검 없이 기운만으로 만들어진 검기라 크게 힘을 내진 못했지만, 이방주를 상대하기에는 이 정도로도 충분했다.푹!검기는 곧 이방주의 검과 팔을 관통했고, 구멍이 뚫린 팔에서는 피가 뚝뚝 떨어졌다.더 볼 것도 없이 이건 이방주의 패배였다.이를 목격한 사람들은 싸움을 멈추고 각자의 진영으로 물러났다.승패가 이미 결정된 이상 더 이상 싸움을 지속할 필요가 없어서였다.“말도 안 돼! 어떻게 전신의 경지가 이렇게까지 강

  • 군신의 귀환   제2010화

    상황을 정리한 염구준은 계속 지켜봤다.개방의 이방주가 이면인을 보더니 사악하게 웃었다.“가주가 왔으니 우리 시비를 따져보자고. 오늘 아침에 그쪽 사람이 우리 애들을 때렸어. 그래서 치료비라도 챙기려고 왔는데 이게 과분한 처사 아니지?”수백 명이 되는 개방 무리가 돈을 갈취하기 위해 온 것이다.“누가 누굴 때렸어?”이면인이 나지막하게 물었다.“몰라. 때렸으니 치료비를 줘.”이방주가 어깨를 으쓱하며 억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돈을 뜯어내겠다는 뜻이다.이런 일은 너무 익숙하니 처음 있는 일도 아니었다.퍽!이면인은 말을 하지 않고 손에 들었던 가방을 던져주면서 물러났다.“이 돈이면 충분해?”“부족해. 여기 땅을 줘.”이방주는 쳐다보지 않고 낡은 별장 구역을 가리켰다.가방에 고작 몇 백만원밖에 들어있지 않지만 땅은 가치가 어마어마했다.“그건 안 된다. 여기는 우리 집이란 말이다.”이면인은 궁지에 몰리자 더는 양보하지 않았다.뒤에 있던 가족들이 분노로 가득차서 씩씩거렸다.용하에서 쫓겨나 이곳까지 왔는데 땅을 내준다면 또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했다.“그렇다면 상의할 필요도 없겠네.”이방주가 손을 흔들자 부하들이 우르르 쓸어서 진씨 가문을 공격했다.이 부지를 무조건 손에 넣어야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죽기 살기로 싸우자!”이면인도 악을 쓰면서 기운을 발사했다.전신 경지였다.“진씨 가문이 정말 몰락했네.”멀리서 지켜보던 염구준이 혀를 찼다.은세가문에서 아무리 약해도 반보천인 가주가 있어야 가문을 유지할 수 있었다.가문이란 그랬다.일어서면 몰락하는 흥망성쇠를 반복해서 겪었다.천 년을 이어온 가문들은 대부분 기반이 든든하기 때문이다.싸움이 시작되자마자 벌써 한쪽 실력이 기울어졌다.진씨 가문은 개방의 상대가 아니었다.가장 실력이 있는 이면인이 같은 경지인 개방의 이방주에게 눌려서 얻어맞고 있었다.망기술은 독특한 술법이지만 싸움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이렇게 내버려두다가 이면인이 곧 죽을 것 같았다.하지만 염구준은 아

  • 군신의 귀환   제2009화

    “사람 찾는 건 일도 아닙니다. 용하 화폐로 200만 원입니다.”귀울진은 용하와 접해 있기에 용하 화폐를 사용했다.“용하에서 건너온 진씨 가문을 찾아주세요. 돈은 얼마든지 드릴게요.”염구준이 통쾌하게 대답했다.지금은 사람을 찾는 것이 중요하니 돈은 얼마를 써도 상관없었다.“은세가문인가?”이면인의 안색이 굳어졌다.그 표정을 보니 진씨 가문의 소재를 아는 것 같았다.염구준이 그것을 눈치챘다.“알고 있으면 말씀하세요. 아니면 우려하는 거라도 있습니까?”“진씨 가문에서 돈을 주면서 그들의 정보를 말하지 말라고 했거든요.”이면인이 간사한 웃음을 지으며 염구준의 눈치를 살폈다.“그럼 얼마나 원합니까?”염구준은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았다.“1000만 원이요.”이면인은 열 손가락을 내밀며 말했다.“그렇게 많지 않아요. 갖고 온 돈은 전부 여기 있어요. 말하기 싫으면 그만두죠.”염구준은 가방을 앞으로 던져버렸다.그 말에 이면인은 가방을 들어 대충 훑어보았다.적어도 몇 백만 원은 들어 있는 것 같았다.“두 블록 가면 진씨네 국수집이 있는데 거기가 주둔지예요.”“거짓말은 아니겠죠?”염구준이 한마디 더 했다.“절대 거짓말이 아니에요. 제가 이 바닥에서 신용을 잘 지킨다고 소문이 났어요.”이면인은 가방을 챙기고 싱글벙글 웃더니 엄숙하게 대답했다.이 돈이면 3년을 문을 닫아도 충분히 먹고 살 수 있었다.“알았어요. 돈은 받으세요.”염구준은 돌아서 잡화점에서 나갔다.10분 뒤, 이면인은 도둑처럼 가방을 들고 잡화점을 나오더니 주변에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빠르게 한 방향으로 달려갔다.이 사람 역시 문제가 있었다.염구준은 숨어서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입꼬리를 올렸다.이렇게 쉽게 돈을 떼먹다니, 세상에 그렇게 좋은 일은 없다.옆에 진씨네 국수집은 이미 오기 전에 들러서 알고 있었다.모두 평범한 사람으로서 진씨 가문이 누군지조차 몰랐다.“마을 호텔에서 기다리세요. 처리하고 찾으러 갈게요.”염구준은 호주머니에 손을 넣더니

  • 군신의 귀환   제2008화

    귀울진은 외진 곳에 있는 마을이라 현지 정부에서 아예 관리하지 않아 자치 행정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그래서 죄를 지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피난하기 좋았다.점점 많은 범죄자들이 몰려들어 귀울진을 발전시킨 덕분에 마을 규모는 중등 도시 못지 않았다.하지만 법이 존재하지 않아 치안이 엉망이었다.“젊은이, 이곳에 별의별 놈들이 살아서 아주 위험한 곳이야. 백가, 개방, 목숨파를 조심해.”“네.”염구준은 고개를 끄덕일 뿐,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진씨 가문도 은세가문인데 어떻게 이곳으로 쫓겨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한 가지 가능성은 진씨 가문에서 몰래 잠복해 있다면 찾기가 더 어려워진다.그는 과일 가게를 지나갈 때 걸음을 멈추고 물었다.“사장님, 여쭤볼 게 있는데요.”“과일을 안 사면 아무것도 묻지 마.”사장님은 염구준을 쳐다보지도 않고 시큰둥하게 말했다.어쩔 수 없이 돈을 써야 했다.지폐 한 장을 건넸더니 사장님은 금세 미소를 지으며 공손하게 말했다.“손님, 저는 이 지역에서 유명한 소식통이에요. 궁금한 것이 있으면 얼마든지 물어보세요.”“진씨 가문이 어디에 있는지 아세요?”염구준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몰라요. 하지만 저기 구두가게 사장이 진씨입니다.”과일 가게 사장은 솔직하게 말했지만 쓸모 있는 정보는 하나도 없었다.“알겠습니다.”염구준은 머리가 아팠다.이곳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돈만 밝히고 허풍만 떨어서 믿을 만한 사람이 없었다.전에도 몇몇 사람에게 물었지만 모두 돈만 받고 아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그에 비하면 안내자 노인은 성실한 편이었다.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고대영이 조사한 정보가 이것밖에 안 되니까.진씨 가문이 귀울진에만 있다는 것만 알아내서 나머지는 염구준이 발품을 팔아야 했다.그때 노인이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젊은이, 내가 귀울진의 정보왕을 알고 있는데 원하는 가격이 너무 사악하고 별로 좋은 사람은 아니야.”만약 염구준이 빨리 처리한다면 다른 일에 연루되지 않고 빨리 돌아갈 수 있다.귀울진

  • 군신의 귀환   제2007화

    노인은 당황해하며 현금 몇 장을 더 놓았다.“전부 여기 두었어. 그러니까 보내줘.”오늘 변고가 생겨 톡톡히 손해를 보아 속으로 산적들에게 욕을 퍼부었다.하지만 산적은 고개를 가로 저으며 수레에 누운 염구준을 가리켰다.“저놈을 남기고 영감은 가면 돼. 소는 우리 형제들이 먹게 넘겨.”“안 돼. 우리도 소 덕에 먹고 사는데 넘기면 굶어 죽어.”노인은 애지중지하는 소를 끌고 되돌아가려고 했다.이 산적들은 강탈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피 말려 죽이려는 셈이다.예전에 길을 막던 산적들은 이 정도로 선을 넘지 않았다.그냥 돈만 조금 주면 알아서들 떠났다.만약 안내자를 전부 소멸하면 누구도 이 길을 지날 수 없고 그들은 산에서 굶어 죽어야 했다.“거기서. 죽고 싶어?”그들은 무기를 쳐들고 노인에게 돌진했다.우두머리는 손에 총까지 들고 있었다.‘젠장.’노인은 걸음을 멈추고 의기소침한 얼굴로 뒤를 힐끔 돌아보았다.오늘 여기서 도망치지 못하고 죽게 생겼다.“여기 개판이네. 벌건 대낮에 길을 막고 강탈하냐?”그때 염구준이 수레에서 내리며 바닥에 있는 자갈들을 발로 차서 뿌렸다.파팟!자갈은 빠른 속도로 튕겨 달려오는 무리들에게 하나씩 명중했다.그리고 핏방울을 튕기며 전부 바닥에 쓰러트렸다.순식간에 발생하여 상대방은 준비할 시간도 없이 전멸한 것이다.그래도 산적들은 죽어 마땅했다.“어르신, 뭐 하세요? 갑시다.”염구준은 얼떨떨해 서 있는 노인을 향해 소리쳤다.가는 길에 도운 것뿐이니 별일도 아니었다.“어, 그래.”그제야 노인은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끄덕였다.방금 일어난 일은 정말로 충격적이었다.바로 그때 노인이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조심해.”우두머리 산적이 죽지 않고 총을 들고 염구준을 향해 미친듯이 돌진하는 것이다.“개자식, 죽어라!”펑펑펑!산적은 방아쇠를 힘껏 당겨 총을 몇 발이나 쏘았다.노인은 너무 놀라 두 눈을 찔끔 감고 죽지 않기를 기도했다.그런데 모든 탄알을 사용했지만 염구준은 여전히 제 자리에 서 있었다

  • 군신의 귀환   제2006화

    “서커스단 일 때문이야?”손가을이 눈살을 찌푸렸다.청해에서 최고 여성 사업가 신분으로 며칠 전에 있었던 서커스단의 사건에 대해 꽤 많은 정보를 알고 있었다.“맞아. 서커스단과 연관이 있어. 제때에 처리하지 않으면 더 많은 사람들이 위험에 빠질 거야.”염구준이 인정했다.“그럼 빨리 다녀와. 난 희주를 지키면서 집에서 기다릴게.”손가을은 서운했지만 억지로 웃었다.남편이 하려는 일에 그만큼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아내로서 가정과 손씨 그룹을 지켜서 남편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지지나 다름없었다.하지만 다른 방면으로 말하면 아직 실력이 부족해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설명했다.“가을아, 넌 정말 최고야.”염구준은 다가가 아내를 와락 끌어안았다.손가을은 마음이 너그러워서 염구준은 항상 고마워하고 있었다.“다들 보고 있어. 집에 가서 안아줘.”손가을이 얼굴을 붉히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누가 보는데?”염구준이 뒤돌아보았더니 들어올 때 문을 닫지 않아서 직원들이 목을 길게 빼고 두 사람을 보고 있었다.다들 깨알 쏟아지는 장면을 보고 부러운 눈빛을 보냈다.“흠흠.”염구준이 헛기침을 하자 다들 아무것도 못 본 것처럼 눈길을 돌려버렸다.문을 닫는 습관을 길러야 할 것 같았다.염구준은 아내를 풀어주고 또 구경하러 몰려들까 봐 사무실 문을 닫으러 갔다.손가을은 이어서 업무를 보고 염구준은 옆에서 가끔 서류를 건네며 퇴근 시간까지 함께 있었다.부부는 학교에 들러 딸을 데리고 밖에서 저녁까지 먹고 집에 돌아왔다.이튿날 아침, 염구준은 미리 아침밥을 준비해 놓고 귀울진으로 향했다.빨리 처리하고 일찍 돌아올 생각이었다.용하와 접한 국경 도로에 소 수레 한 대가 여유 있게 가고 있다.수레에 앉은 사람이 바로 염구준이었다.귀울진은 외진 곳에 있어 도로는커녕 사람이 지날 수 있는 길조차 없었다.그는 안내원을 찾아 원시적인 교통 수단으로 이동하기로 했다.길에서 노인이 이곳의 풍습을 소개했다.하지만 진씨 가문을 들어본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