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죽일 테면, 나부터 죽여!”임명성 뒤에 있던 직원 한 명이 갑자기 앞으로 나오더니 외쳤다. 그는 청해 본사에서 파견 나온, 손씨 그룹 초창기 직원 중 한 명이었다. “손씨 그룹엔 겁쟁이가 없다. 우리가 곧 손씨 그룹이고, 손씨 그룹이 곧 우리다! 죽일테면 우리부터 죽여라!”“그래, 나부터 죽여라!”“나도!”“우리도!”“우린 너 같은 거에 절대로 겁먹지 않는다! 우린 자랑스러운 손씨 그룹의 일원이니까! 어디 베어봐라!”직원들 한 명, 한 명, 모두가 당당히 가슴을 핀 채 임명성을 둘러쌌다. 한 마음, 한 뜻, 절대로 물러나지 않겠다는 굳건한 기세가 느껴졌다.“그래, 내가 못할 것 같아? 이따가 살려달라고 빌지나 마! 으하하하!”이 광경을 본 독수리가 크게 웃음을 터트리더니, 손에 들고 있던 도끼를 내리며 살벌한 눈빛으로 말했다.“이놈들을 모두 생포해서 가문에 있는 지하 감옥으로 데려가라! 생지옥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느끼게 해주마!”그의 말이 떨어지는 즉시, 스무 명 남짓의 죽음의 전사들이 앞으로 걸어 나왔다. 모두 손에 밧줄이나 자루가 들려져 있었다. “너희들이 우릴 데려갈 수 있을 것 같아? 어림없어!”임명성이 천천히 고개를 저으며 자신을 둘려 싸고 있던 직원들을 살짝 옆으로 밀어냈다. 그런 다음 고개를 돌려 그들을 향해 말했다.“회사 규정 잘 알고 있겠지? 근무지 이탈은 안 돼. 모두 자기 자리로 돌아서 하던 일마저 해!”‘일을 계속 하라니,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이지?’ 직원들은 임명성의 명령을 이해하지 못했다. 적들이 쳐들어온 마당에 어떻게 다시 자리로 돌아갈 수 있단 말인가?더군다나 상대는 죽일 마음으로 쳐들어왔다. 이건 적을 앞에 두고 등을 보이라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런데 문득, 직원들의 얼굴빛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지금 상황에서 임명성이 이 태도를 보일 수 있는 이유는 하나뿐이었다. “임 이사님, 설마….”한 직원이 임명성을 향해 의미심장한 눈빛을 보내며
염구준!그의 말 한마디에 황혼대로는 잠잠해졌고 심지어 그 화련상조회조차 맥을 쓰지 못하고 바스러졌다. 이런 명성을 가진 그에게 누가 감히 함부로 도전하겠는가?하지만 분명 손가을과 함께 청해시로 돌아갔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이 빠른 시간에 다시 돌아왔지?“네… 네가 염구준?”독수리가 애써 떨리는 몸을 진정시키며 가슴을 펴고 염구준에게 물었다.“봉황국을 떠났으면 돌아오지 말 것이지, 자기 발로 죽을 길로 돌아오다니, 겁도 없구나! 엘 가문이 얼마나 대단한지, 네가 아직 그 위력을 직접 체험해보지 못해서 모르나 본데, 우리를 적으로 돌리면 봉황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어디에도 발을 붙이지 못할 것이다!”그 말을 끝으로 독수리가 부하들을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 “두려워하지 마라! 아무리 강해도 결국 혼자다! 모두 같이 공격한다! 움직여라!”누군가는 밧줄, 누군가는 허리에 든 단도를, 엘 가문 죽음의 전사들이 일제히 염구준을 향해 달려갔다. 하지만 염구준은 전혀 동요함이 없이, 마치 하찮은 개미 떼를 보듯 그들을 조용히 쳐다보았다. 그들은 결코 염구준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과거 고려국에서 단 한 번의 일격으로 다섯 반보천인을 베어냈으며 영동국에서 송본 가문을 멸문한 이력도 있었다. 그는 이제 반보천인의 끝자락, 천인의 경지 문턱에 다다라 있었다. 지금 그의 실력으로는 이들과 같은 무인들은 아무런 의미가 있었다. 하찮고 의미 없는 저항이었다. “염 부장님!”적들이 몰려가는 것을 본 직원들이 두려운 눈빛으로 그를 불렀다. 하지만 곧 그의 표정이 평온한 것을 보고 안심했다. 두려울 것이 없었다. 염구준이 있는 이상, 상대가 아무리 수가 많고 실력이 강하도 두렵지 않았다. 독수리든, 엘 가문이든, 오샤나지 그룹이든, 염구준이 있는 곳이 곧 가장 안전한 곳이었다. “3초.”염구준이 미동도 없이 독수리와 그의 부하들을 바라보며 손가락 세 개를 펼쳐 보였다. “3초 내에 내 눈앞에서 사라져라, 그렇지 않으면…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허세
직접 눈으로 보고도 쉽사리 믿을 수 없는 광경. 세상에 이토록 무서운 강자가 존재할 줄이야!그 순간 이들은 모두 전의를 상실해 버렸다. 다리가 떨려 도무지 도망칠 생각조차 나지 않았다.“이제 네 차례다.”염구준이 독수리를 냉랭하게 쳐다보며 말했다.“난 분명히 너한테 기회를 줬어. 하지만 걷어찬 건 너야. 그리고 엘 가문 출신이라고? 차라리 잘 됐네. 날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오늘 제대로 보여줄게. 넌 오늘 내 손에 죽는다!”“안 돼! 이렇게 죽을 수는 없어!”염구준이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하자 독수리는 간담이 서늘해졌다. 그는 마지막 구명줄을 찾는 듯, 어깨를 덮고 있는 옷을 찢어발기며 안에 새겨진 문신을 드러냈다.“이거 봐! 난 엘 가문이 아니라, 흑림 용변단의 출신이다!”흑림 용병단, 이는 세게 1위 용병단으로, 세계 곳곳에 세력이 퍼져 있었다. 그리고 독수리 또한 그 일원 중 한 명이었다. 이 놀라운 뒷배와 중급 무성 경지까지 더해지자, 그는 웬만한 곳에서도 권력자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흑림 용변단? 그래서?”그러나 염구준은 전혀 개의치 않고 발로 그에게 일격을 날렸다. 강력한 돌풍이 일어나며, 독수리의 머리는 마치 으깨진 수박처럼 산산조각나 사방으로 튀었다.“그리고 거기 당신들!”염구준이 한발 앞으로 걸어나오며 차갑게 여섯 두목들을 응시했다.반란을 일으킨 자들!처음 황혼대로 세력들을 굴복시켰을 때, 이들 또한 오부라은에게 충성을 명세했던 자들이었다. 하지만 엘 가문이 반기를 들자 결국 본색을 드러냈다.“염, 염 선생님, 제발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여섯 두목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고 머리를 바닥에 박으며 애원했다.“염 선생님, 저희도 강요받은 겁니다. 폴 도련님이….”하지만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염구준이 손을 가볍게 휘저었다. 그러자 즉시 여섯 두목들이 경련하기 시작하며 눈을 까뒤집고 죽음을 맞이했다. 겉으론 상처가 보이지 않았지만, 염구준이 기를 이용해 이들의 몸 내부에 압력을 가하면서 죽인 것이었다
이 밤은 봉황국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다.황혼대로, 시체가 강을 이루었다. 하룻밤 만에 한때 봉황국 금지 구역이었던 황혼대로를 주름잡고 있던 강자들이 오부라은을 제외하고 모두 비명횡사했다. 그 소식이 전해지자, 봉황국 전체가 큰 충격이 휩싸이며 각종 루머들이 퍼지기 시작했다. 너무나도 비상식적인 상황에 모두가 상황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단 한 곳만은 제외였다. 엘 가문! 그들은 이 사태의 중심에 누가 있는지 알고 있었다.“폴!”엘 가문 본가, 반디엘이 분노에 가득 찬 얼굴로 폴을 불렀다.“저번에 뭐라고 했지? 사흘 안에 손씨 그룹을 손에 넣겠다고?”“그게….”폴은 도무지 변명거리가 생각나지 않았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 흑림 용변단 독수리까지 영입을 하고, 가문의 강자들도 붙여줬는데… 염구준을 제거하기는커녕 모두 전멸당하다니, 어떻게 이런 일이?그래도 폴은 희망을 놓지 않았다.“가주님, 염구준이라는 작자,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폴이 눈을 가늘게 뜨며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여기는 봉황국, 엘 가문의 땅입니다. 그가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엘 가문까지 와서 난동을 부리지는 않을 겁니다.”그제야 반디엘의 표정이 조금 누그러졌다. 폴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엘 가문은 봉황국에 깊은 뿌리를 가지고 있었다. 아무리 황혼대로 쪽 사람들이 몰살당했다고 해도, 엘 가문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아무리 염구준이라도 철옹성 같은 엘 가문을 쳐들어올 수는 없을 터!“가주님!”이때, 갑작스레 밖에서 다급한 외침이 들렸다. 집사의 목소리였다. 흰머리가 듬성듬성 난 중년이 숨을 헐떡이며 거실로 뛰어들어왔다.“가, 가주님! 큰 일 났습니다. 염, 염구준이 쳐들어왔습니다!”뭐라고? 반디엘의 얼굴이 급속도로 창백해졌다. “염구준… 몇 명 데리고 왔어? 같이 온 자들이 누군지 말해!”반디엘은 부디 강자들이 많지 않길 바랐다. 지금 당장 동원할 수 있는 인력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집사가 식은땀을 닦으며 말
그런 이들이었지만, 염구준과 제대로 붙어보지도 못한 채 일격에 쓰러졌다. “한심한 놈들!”폴이 냉소를 띄며 천천히 염구준이 있는 정원으로 걸어나왔다. 그리고는 바닥에 쓰러져 있는 경호원들을 바라보며 경멸 어린 표정을 지었다.“당신이 바로 내 사촌 동생이 임신한 아이의 아빠, 염구준?”그 말을 들은 염구준은 순간 멍한 얼굴이 되었다. 그제야 자신을 봉황국으로 불러들이기 위해 앨리스가 자신의 아이를 임신했다고 거짓 소문을 퍼뜨린 것이 생각났다. 그렇다면 이 남자가 바로 앨리스의 사촌 오빠, 앨리스처럼 엘 가문 가주 자리를 경쟁하고 있는 폴일 것이다.엘 폴!“여기까지 혼자서 오다니, 실력이 좀 있긴 한 모양이네. 하지만….”폴이 염구준을 냉랭하게 응시하며 비웃음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우리 엘 가문은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리 만만한 곳이 아니야. 들어오는 것은 쉬웠을 지 몰라도, 오늘 살아서 나갈 생각하지 마!”폴이 말을 마치는 동시에 손가락을 튕기며 나지막이 말했다. “오광노! 모습을 드러내라!”그 순간, 다섯 인물이 소리소문 없이 폴 뒤에 나타났다. 오광노!엘 가문 내에서도 이들의 존재는 거의 극비라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이들의 실력은 전에 보냈던 죽음의 전사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이들이 힘을 합친다면, 다른 가문의 무성급 강자들이 온다고 해도 전혀 밀릴 것이 없었다!폴이 태어난 해, 그의 아버지 엘 심프슨은 뛰어난 재능을 가진 고아 200명을 선발해 가문 지하 감옥에서 서로 죽고 죽이는 싸움을 하게 했다. 그 피 비린내가 나는 잔인한 현장에서 살아남은 자들이 바로 이 다섯 명이었다. 이들은 인간의 감정 따위 모두 잊은 채, 오직 살인을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훈련을 받았다. 이 다섯은 죽음도 고통도 두려워하지 않는, 폴의 가장 강력한 비장 카드였다!“하하!”오광노가 나타나자, 폴이 자신만만한 얼굴로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염구준, 넌 꿈에도 몰랐겠지. 내가 이토록 강력한 비장의 카드를 가지고 있을 줄은! 네가
일격을 정면으로 받은 사람은 타격을 받긴 했지만, 몸에 딱히 다른 상처를 입진 않았다. 하지만 바로 뒤따르던 네 명은 마치 거대한 망치에 맞은 듯, 피를 토하며 멀리 날아갔다.퍼버버벅! 네 번의 타격음!거의 살생 무기로 키워진 이들이 염구준의 주먹 하나에 뼈가 부러지고 근육이 파열되었다. 심지어 이들이 토해낸 피에는 내장 조각까지 섞여 있었다.허공을 거의 20미터를 가르고 벽에 부딪힌 남자들, 이들은 바닥에 떨어진 뒤 경련을 일으키다 모두 기절했다.그런데 이때… 달깍하고 무언가가 뽑히는 소리가 났다. 제일 선두에 있던 오광노가 나머지 사람들이 당한 것을 보고 품에서 무언가를 꺼낸 것이었다. 그것은 바로 금속으로 만들어진 수류탄의 안전핀이었다!고속 폭발을 수류탄, 안전핀이 뽑히는 즉시 일, 이 초 이내에 바로 폭발을 일으키는 구조로 되어 있었다.이 수류탄은 초강도 합금으로 만들어진 특수 수류탄으로서, 폭발할 시 조각이 터지면 무성 경지에 있는 고수들도 무사할 수 없었다!“도, 도련님! 피하십시오!”안전핀이 뽑히는 순간, 남자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폴을 향해 나지막이 소리쳤다.그리고는 손목을 강하게 휘두르며 염구준을 향해 수류탄을 던졌다. “염구준… 죽어!”이 초도 안 되는 시간, 보통 사람이었다면 제대로 반응할 틈도 없이 당했을 것이다. 하지만 염구준에겐 충분히 긴 시간이었다.“고속 폭발 수류탄? 재미있군.”자신을 향해 떨어지는 수류탄을 보고서도 염구준은 전혀 동요한 기색이 없었다. 그는 아무렇지 않게 오른손을 들어 허공에서 수류탄을 낚아챘다. 그런 다음, 순식간에 다시 오광노 앞에 나타나 수류탄을 입안으로 쑤셔 넣었다. 그리고 곧바로 발차기를 날려 그를 날려버렸다. 정말 0.1초도 걸리지 않는 시간이었다. 오광노는 극한의 공포를 느끼며 허공을 날았다.쾅! 주변이 흔들릴 정도로 엄청난 굉음이 터져 나왔다. 수류탄이 폭발하며 오광노의 몸은 흔적조차 찾기 힘들 정도로 산산조각 찢어버렸다. “아니야… 이럴 수는 없어….”멀리서
앨리스가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옅은 죄책감이 담긴 얼굴로 말했다.“저와 염 선생님은 아무런 사이도 아니에요. 비즈니스 그 이상의 관계를 가진 적 없어요. 임신 소문은 제가 일부로 거짓으로 꾸민 거예요.”뭐라고? 그 말을 들은 반디엘이 충격 받은 표정을 지으며 두 발자국 뒷걸음질 쳤다. “하지만 그날….”“제가 제 입으로 인정한 적은 없어요.”앨리스가 천천히 고개를 저으며 쓴웃음을 지었다.“아버지와 다른 사람들이 제멋대로 추측한 거에 불과해요. 폴의 음모로 저는 가문에서 지지력을 잃었고, 저는 이렇게라도 해서 폴과 그의 지지자들의 방심을 불러일으켜야 했어요.”어느 정도는 성공이었다. 폴, 반디엘, 가문의 장로들… 모두가 추측을 진실로 믿으며 앨리스가 더 이상 가문의 주인이 될 수 없을 거라 여겼다. 그렇게 모두를 속였다. 단 한사람, 염구준을 제외하고!“그랬구나… 그런 거였어….”반디엘이 나지막이 중얼거리며 허무한 웃음을 터트렸다.이제야 모든 것이 이해됐다. 앨리스는 여성으로서 엘 가문의 후계자가 되기 불안정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염구준이 이번에 폴의 세력을 완전히 무너뜨렸으나 앨리스에겐 모든 위협이 제거된 거나 마찬가지였다. 이제 가문의 후계자 자리는 앨리스의 것이 되었다. 하지만 이 자리를 얻기까지 엘 가문이 치른 대가는 너무나도 컸다. 황혼대로의 많은 자산, 가문이 공들여 키워온 핵심 전력들… 한순간에 모두 무너졌다.“그래, 이미 벌어진 일, 더 이상 뭐라 하지 않겠다.”반디엘이 잠시 침묵 후, 힘없이 손을 흔들며 말했다.“염구준, 이제 오해도 풀렸으니, 이제 그만 돌아가!”돌아가라고? 염구준이 웃었다.“오라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제는 또 가라고 하네.”그가 반디엘을 마주보며 비꼬았다.“제가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는, 그런 하찮은 존재인 줄 아십니까? 돌아가라고? 싫습니다!”반디엘의 미간을 찌푸리며 코를 찡그렸다. 시작은 쉬워도 끝내는 건 어렵다는 말이 있다. 염구준은 혼자서 황혼대로를 장악하고 엘 가문의 핵심 전
“염구준…!”반디엘은 속에서 분노가 들끓어 당장이라도 염구준에게 주먹을 날리고 싶었으나, 곧 실력 차이를 느끼곤 무기력하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지금 엘 가문엔 염구준을 막을 수 있는 실력을 가진 강자가 없었다. 만약 그가 마음먹고 살육하기로 한다면, 엘 가문은 몰락을 면할 수 없을 것이었다. 오부라은을 배신한 이들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염구준, 장난은 그만해라.”반디엘이 냉소를 지으며 허무한 표정으로 물었다.“말해. 그래서 원하는 게 뭐야? 아이를 제외하고 들어줄 수 있는 건 다 들어주겠다!”이것이 바로 염구준이 기다리던 말이었다. 그가 입가에 진한 미소를 그리며 답했다.“저 그렇게 욕심 많은 사람 아닙니다. 제 명예를 훼손한 대가로 용하국 화폐로 2000억은 배상해주시죠.”2000억은 엘 가문에 그리 많은 돈은 아니었다. 비록 이번에 염구준 때문에 자산에 타격을 입긴 했지만, 그보다 훨씬 더 많은 것들이 남아 있었다. 게다가 오샤나지 그룹은 전 세계에 지사를 두고 있었다. 충분히 내어 줄 수 있는 금액이었다. 아니, 오히려 꽤 적게 요구한 편에 속했다.“그거라면 문제없다. 원하는 대로 배상해주겠다.”반디엘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미소 지었다.“지금 당장 사람을 시켜….”“서두를 필요 없습니다.”염구준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검지 손가락 하나를 들어 올렸다.“이건 첫번째 조건이니까요. 다음 조건도 있는데, 들어볼 생각 있으십니까?”또 다른 조건이 있다고? 반디엘은 안도했던 마음이 다시 긴장으로 물드는 것이 느껴졌다. 그는 잠시 미간을 찌푸리며 침묵한 뒤, 나지막이 말했다.“그럼 말해. 엘 가문이 들어줄 수 있는 거라면, 다 들어주겠다.”“좋습니다.”염구준이 만족스러운 눈빛으로 반디엘을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2000억 외, 엘 가문이 봉황국에 소유하고 있는 자산의 50프로 지분을 넘겨주셨으면 합니다.”그 말을 들은 반디엘은 눈이 휘둥그레 떠졌다. 이건 불가능한 얘기였다!봉황국운 엘 가문의 근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