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군형이 흠칫하며 말했다.“우리 집에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거야?”“아뇨, 그게 아니라... 육씨 가문이요.”“육씨 가문?”“네, 전에 형 부모님께서 혼사를 정해주신 그 집안 말이에요. 형님 집안의 일은 잘 모르겠어요. 아무튼 한 번 가보면 아실 거예요.”“응, 알겠어.”최군형이 짧게 대답하고는 전화를 끊었다.앞서가고 있던 강소아는 최군형의 통화 소리를 듣지 못한 채 몸을 돌려 그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최군형은 어떻게 시간을 뺄지 고민하다 결국 사실대로 얘기하기로 했다.“동생이 집에 일이 생겼다고 한번 와보라고 해서요. 너무 오래는 안 걸릴 거예요. 사흘이면 충분할 겁니다.”말을 마친 그는 고개를 들어 강우재와 소정애를 쳐다보았다. 그 두 사람은 서로를 쳐다보고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금세 진열대의 물건들을 여행 가방 속에 담기 시작했다.“아줌마, 아저씨, 이건...”“군형아, 어쩌다 본가에 가는데, 큰 건 못 해줘도 간식은 마음껏 가져가!”“맞아, 이거 사돈... 아니, 부모님께 드려. 우리 마음이야.”그들 부부는 큰 가방 두 개를 간식으로 꽉꽉 채우고 있었다. 최군형이 깜짝 놀랐다. 그는 감동받은 얼굴로 텅텅 빈 진열대와 부부의 만족스러운 얼굴을 쳐다보았다.“아저씨, 아줌마, 이러실 필요는...”“그럴 필요가 왜 없어! 군형아, 언제 가? 우리가 짐 들어다 줄까?”최군형은 차마 전용기가 자신을 데리러 온다고 말할 수 없었다.“맞다, 넌 집이 어디야?”최군형이 낮은 소리로 대답했다.“오성입니다.”그 대답에 부부가 금세 조용해졌다. 그들은 지금까지 절대 강소아의 앞에서 이곳에 관한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그들의 딸은 그들이 훔쳐 온 아이이기 때문이다.한 살짜리 아이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해도, 그곳을 언급했다가 혹시라도 과거를 기억해 낼까 봐 두려웠다. 한 번 터진 기억은 화산처럼 폭발해 더는 수습할 수 없을 거였다.그들은 강소아가 평생 그들의 곁에 있기를 원했기에 그녀의 앞에서 절대 오성을 언급하지 않았다.하지
최신 업데이트 : 2024-05-31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