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작 이런 거짓말을 할 줄 알았으면 아픈 척이라도 할 걸 그랬다고 최군형은 생각했다. 이틀을 소처럼 일하고 이런 말을 한다니, 퍽이나 설득력 있었다.“최군형 씨, 한 번 봐봐요!”“네? 뭐, 뭘 본다고요?”“상처가 어떤지 봐야죠! 마침 집에 응급처치 연고들도 있으니, 많이 다쳤다면 발라줄게요!”“아뇨!”최군형이 딱 잘라 말했다. 그는 강소아가 그를 공격이라도 할 것처럼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으고 있었다.“그... 정말 괜찮아요. 전 튼튼하고, 다치는 건 너무 익숙해서 약은 안 발라도 돼요.”“최군형 씨!”강소아가 최군형의 티셔츠를 잡고 위로 올리려 했다.“한 번 보자니까요!”“가까이 오지 마요!”“소리는 왜 질러요?”“제발 그만해요! 나 만지지 마요!”최군형이 강소아를 향해 눈을 크게 떴다. 강소아는 깜짝 놀라 그 자리에 가만히 서있었다.“군형 씨, 저도 좋은 마음에...”강소아가 작은 소리로 설명했다. 억울하지 않다면 거짓말이었다.소정애는 이 상황을 참을 수 없었다. 방 안에 있어서 두 사람의 대화를 자세히 들을 수는 없었지만 최군형이 소리 지르는 것은 똑똑히 들었다.‘그렇게 애지중지 키운 딸인데, 이런 화를 받으며 산다니? 데릴사위가 이런 법이 어디 있어?’“소아야, 군형아, 너희 뭐 해?”소정애는 손에 든 식칼을 놓지도 못한 채 주방에서 뛰쳐나왔다. 식칼을 본 최군형이 금세 얌전해졌다.“소아야, 넌 먼저 들어가 있어. 좀 있다가 밥 먹으러 나와!”소정애는 부드럽게 웃으며 딸을 들여보내고는 돌변한 표정으로 최군형을 노려보았다.“군형아, 주방 일 좀 도와줘!”“아줌마, 저...”“올 거야, 안 올 거야?”소정애는 한 손에 식칼을 든 채 기세등등하게 서있었다. 그 기세에 눌린 최군형이 얌전히 주방에 들어가 앞치마를 둘러맸다.소정애가 웃으며 양파를 꺼내 들었다.“자, 이거 썰어봐!”최군형이 어리둥절해 있을 때, 식칼은 이미 그의 손에 쥐어졌다.“썰어!”소정애의 고함과 함께 최군형은 식칼을 휘둘러 양파에 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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