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구자영이 하마터면 그녀를 때릴 뻔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었기에 참을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착하고 상냥한 재벌 집 아가씨의 이미지를 잘 지켜왔었다. 오늘 정말 강소아를 때린다면, 그 모습이 누군가에게 찍혀 인터넷에 퍼지기라도 한다면 그녀의 이미지는 산산조각 날 것이었다.그녀는 이를 악물고 또박또박 말했다.“강소아, 그만 깝죽거려! 그놈과 결혼했다고 모든 게 다 잘될 것 같아? 이 일은 아직 안 끝났어!”강소아는 구자영을 힐긋 보고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책을 펼쳤다.하수영이 강소아의 옆에 앉아 그녀의 손을 살며시 잡았다.이 광경은 마침 문가에 있던 최군형이 똑똑히 보았다. 그는 인상을 쓰며 혐오가 담긴 눈길로 구자영을 쳐다보고는 복도 구석에서 낮은 소리로 전화를 걸었다.“성원아, 나야.”문성원이 깜짝 놀랐다. 최군형이 먼저 전화를 걸다니?“무슨 일인데요?”“구성 그룹에 대해 어디까지 알아?”“구성 그룹이요? 그건 형이 조사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왜 저한테 물어요?”최군형이 헛기침을 두어 번 하고는 침묵을 지켰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문성원은 강렬한 압박감을 느꼈다. 그는 농담할 생각을 접어두고 잠깐 생각한 뒤 말했다.“구성 그룹 자체는 별 실력이 없으나, 그 배후가 강해서...”최군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성에서는 자주 있는 일이었다. 어떤 가문은 별 실력이 없었지만 라인을 잘 타서 명문가가 되었다.“형님, 구성 그룹 일은 너무 급해 하면 안 돼요. 아직 증거가 부족해서 어떻게 될지 몰라요!”“응, 알아.”“알아요? 알면서도 물어요?”“재판에 대한 걸 물어본 것도 아니야!”문성원이 모르겠다는 듯 말했다.“그럼...”“구자영에 대해 얼마나 알아?”문성원이 어리둥절했다. 하지만 꽤 최군형다운 물음이었다. 문성원은 언제나 최군형이 뭘 하려는 지 몰랐다. 그냥 아는 만큼 대답하는 게 답이었다.“구자영이요, 착한 재벌가 아가씨로 이미지를 만들었어요. 하지만 이쪽 사람들은 그녀 인성을 알아요. 팔로워도
구자영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맞다, 강소아, 결혼식은 했어? 돈이 없어서 못 한 거 아니야? 이렇게 가난한 남자한테 시집가다니, 대체 뭘 바란 거야?”“구자영, 소아가 왜 결혼하게 됐는지는 네가 제일 잘 알잖아!”“난 아무것도 모르는데? 말 못 할 사정이 있는 건 아니지? 하하하...”“그런 건 당연히 없어.”강소아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서늘한 눈빛이 모두의 얼굴을 스쳐 지나가 구자영에게 가 닿았다. 그녀는 태연하게 구자영의 눈을 응시했다. 구자영은 그녀의 기세에 놀라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다들 왜 결혼했는지 궁금해하니, 그 호기심을 해결해 줄게.”강소아가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몇 글자를 발음했다.“사랑하기 때문이야!”“뭐?”구자영을 포함한 모두가 깜짝 놀랐다. 강소아가 작게 웃었다. 최군형이 이 자리에 없어서 다행이었다. 그렇지 않았으면 창피한 상황이 일어났을 것이었다.강소아는 일부러 말끝을 길게 늘이며 천천히 말했다.“응, 사랑하기 때문이야! 우리 남편은 세상에서 제일 좋은 남자야! 날 든든하게 보호해 줄 수 있는 남자야. 어떤 사람이 하루가 멀다고 가게에 와 소란 피울 때도 우리 남편이 그걸 막아줬어. 이런 사람을 어떻게 안 사랑하겠어?”강소아가 구자영을 바라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안 그래, 구자영 아가씨?”구자영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의 눈빛이 흔들리고 있었다.옆에서 누군가 작게 말했다.“자영아, 둘이 좋아서 결혼한 거잖아! 그게 뭐 말할 게 있다고... 재미없게!”얼마 지나지 않아 학생들이 흩어졌다. 곧 수업 시간이었다. 구자영은 여전히 아무 수확도 없었다. 그녀는 원래 강소아가 난처해하는 모습을 보려고 했다. 억지로 그런 남자에게 시집갔으니, 어떻게 잘 지낼 수 있겠는가? 그런데 지금 강소아는 잘 지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남편에 대해 아주 만족하고 있었다.구자영은 옷깃을 꼭 부여잡았다. 짜증이 났다.‘내가 그년을 도와 좋은 신랑감을 찾아줬다고?’바로 그때, 문이 벌컥 열리더니 최군형이 나타
이때 교수가 들어왔다. 교실은 금세 조용해졌다.이번 수업은 설계 이론이었다. 강소아는 언제나 우등생이었다. 그녀의 과제도 종종 우수 과제로 선정됐었다.하지만 지금 그녀의 마음은 혼란스럽기 짝이 없었다. 그녀는 과제를 멍하니 쳐다보며 방금 최군형이 들어오던 모습을 떠올렸다.그녀는 머리를 만져보았다. 아직도 최군형의 온기가 남아있는 것 같았다. 강소아가 작게 웃었다.‘그가 갈 때 뭐라고 했지? 점심을 갖다준다고?’강소아가 멍하니 헤헤 웃었다.‘그럴 리가 있나, 점심이면 가게에 손님이 많을 텐데, 아빠 엄마랑 같이 가게에 있겠지, 어떻게 점심을 갖다줄 수 있지? 밥할 줄은 알고? 그냥 해보는 말일 거야.’그렇게 생각해도 기분은 좋았다.......어느새 점심이 되었다. 학생들은 모두 점심 메뉴를 고민하고 있었다.하수영이 강소아를 끌며 말했다.“식당 갈래?”그 말을 들은 구자영이 옆에서 비웃었다.“너 정말 눈치 없다. 남편이 도시락을 싸준다잖아!”“미친 X.”구자영은 그 욕을 듣지 못한 채 한술 더 떴다.“강소아, 벌써 12시인데, 네 남편은? 하하하, 그냥 말뿐인 거야?”“구자영, 네 알 바 아니니까 꺼져! 너...”하수영이 벌떡 일어나 구자영을 상대했다. 그러나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누군가 문가에서 소리쳤다.“여기 강소아가 누구야?”강소아가 흠칫하고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문가의 사람이 몸을 옆으로 비켰다. 정장을 입고 흰 장갑을 낀 남자들이 한 줄로 서 천천히 걸어들어왔다. 사람마다 손에 정교하고 작은 상자를 들고 있었다. 상자 위에는 강주 최고의 호텔인 “베스트 레벨 호텔” 로고가 박혀있었다.강소아는 깜짝 놀랐다.베스트 레벨 호텔은 가장 번화가에 있었다. 그 호텔의 메뉴 하나만 해도 일반인의 월급과 비슷한 값이라 했다. 그 양도 엄청나게 적었다.그런데 지금, 이렇게 많은 메뉴가...강소아의 심장이 마구 뛰었다. 이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지배인 차림의 사람이 강소아에게 공손하게 인사한 뒤 웃는 얼굴로 말했다.“아가
“강소아 님입니까?”지배인이 그녀를 쳐다보며 물었다. 구자영이 침을 삼키며 대답했다.“아뇨.”“그럼, 별일 없겠네요, 저흰 강소아 씨에게 배달하는 거라서요. 절대 틀릴 리 없어요!”“하지만...”구자영은 뭔가를 더 말하려 했지만 지배인은 그녀를 무시한 채 허리를 세우고는 큰 소리로 외쳤다.“강소아 님, 맛있게 드십시오!”......강소아는 불안한 심정으로 식사를 마쳤다. 열몇 명의 직원들이 교실 안을 가득 채웠다. 지배인이 직접 그녀를 시중 들었고, 밖에는 무수한 학생들이 이 모습을 구경하고 있었다.강소아는 식은땀이 났다. 생각할수록 이상했다.집에 가자마자 그녀는 최군형을 잡아 심문했다.“점심엔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최군형이 인상을 썼다. 베스트 레벨 호텔의 음식을 갖다줬는데, 입에 맞지 않았나?“최군형 씨! 사실대로 말해줘요...”강소아는 초조한 모습이었다. 커다란 눈에 안개처럼 의혹이 드리워졌다. 그녀는 망설이다가 겨우 몇 글자를 뱉어냈다.“당신 대체 정체가 뭐예요?”최군형은 멍하니 그녀를 쳐다보고만 있었다. 어디에서 문제가 생겼는지 몰랐다.이때 소정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강소아더러 장부를 정리하라는 당부였다.강소아는 최군형을 쏘아보고는 독하게 말했다.“돌아와서 다시 얘기해요!”최군형은 어리둥절해서 그녀의 뒷모습을 쳐다보고 있었다.이때 마침 메시지 하나가 도착했다. 그는 주위를 둘러보고는 조용히 정원에 들어가 메시지를 확인했다. 베스트 레벨 호텔에서 보낸 동영상이었다.“점심에 강소아 님께 준비해 드린 겁니다. 모두 최신 상품으로 준비해 드렸습니다. 지배인과 직원들도 정예 인원들입니다. 마음에 드실지 모르겠네요.”최군형의 안색이 변했다. 그는 묵묵히 그 동영상을 바라보았다. 너무도 성대했다!최군형은 숨을 깊이 들이쉬며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밥이나 한 끼 갖다주라고 했지 이 정도로 대접하란 말은 아니었는데!강소아가 왜 그의 정체를 물었는지 이제 알 것 같았다. 이 정도라면 당연히 그의 신분을 의심할 것이었다!
최군형이 입술을 깨물었다. 목이 말랐다. 그는 자신의 감정을 숨기는 일에 익숙했지만 거짓말에는 익숙지 않았다. 어릴 적부터 받아온 교육 때문이었다.하지만 지금 그는 머리를 짜내 인생의 첫 거짓말, 어쩌면 가장 큰 거짓말을 지어내고 있었다.강소아가 의심 어린 눈길로 최군형을 쳐다보며 말했다.“최군형 씨, 그 호텔의 밥 한 끼는 다른 사람 연봉이에요. 그러니까...”“일을 하긴 했지만, 불법적인 건 아니에요.”최군형이 강소아의 눈을 피하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 전에는 딱히 관심이 없었기에 보지 않은 것이지만, 지금은 찔리는 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강소아가 긴장한 목소리로 물었다.“뭘 했는데요?”최군형이 침묵을 지켰다. 어떤 일을 하면 짧은 시간 안에 큰돈을 벌 수 있을까...그는 멀리 남양에 있는 아저씨를 떠올렸다. 지금은 잠정 은퇴했지만 남우주연상 수상자였다. 돈을 무더기로 버는 모습을 그는 똑똑히 보았다.그러니까... 배우가 가장 빠른 방법이겠지? 학력도 낮은 데다 전과자이고, 내세울 건 얼굴밖에 없으니...최군형은 입술을 깨물었다. 이런 날이 오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최군형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생애 첫 거짓말을 뱉어냈다.“어, 그러니까... 연기했어요.”“네?”강소아의 예상을 완전히 벗어난 대답이었다. 그녀는 몇 초간 멍해 있다가 인상을 쓰며 말했다.“거짓말 아니고요? 하, 당신이 연기를요? 당신을 쓸 팀이 있긴 해요?”“네, 전에 기사 일을 할 때 틈틈이 남만에 갔었어요. 최근에도 계속 갔었고요. 전에 함께 일했던 감독님들과 아직도 연락해요!”강소아는 팔짱을 끼고 최군형을 쳐다보았다. 강주 남만에는 확실히 커다란 드라마 세트장이 있었다. 종종 열몇 팀이 동시에 드라마를 찍곤 했다.최군형은 잘생긴 외모를 지녔으니 꽤 설득력이 있는 말이었다.강소아가 최군형을 아래 우로 훑어보며 말했다.“엑스트라에요? 그거 돈 얼마 못 벌지 않아요?”“아뇨, 대역이요. 위험한 장면을 대신 찍는 거 말이에요. 돈을 꽤 많이 벌어요.
진작 이런 거짓말을 할 줄 알았으면 아픈 척이라도 할 걸 그랬다고 최군형은 생각했다. 이틀을 소처럼 일하고 이런 말을 한다니, 퍽이나 설득력 있었다.“최군형 씨, 한 번 봐봐요!”“네? 뭐, 뭘 본다고요?”“상처가 어떤지 봐야죠! 마침 집에 응급처치 연고들도 있으니, 많이 다쳤다면 발라줄게요!”“아뇨!”최군형이 딱 잘라 말했다. 그는 강소아가 그를 공격이라도 할 것처럼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으고 있었다.“그... 정말 괜찮아요. 전 튼튼하고, 다치는 건 너무 익숙해서 약은 안 발라도 돼요.”“최군형 씨!”강소아가 최군형의 티셔츠를 잡고 위로 올리려 했다.“한 번 보자니까요!”“가까이 오지 마요!”“소리는 왜 질러요?”“제발 그만해요! 나 만지지 마요!”최군형이 강소아를 향해 눈을 크게 떴다. 강소아는 깜짝 놀라 그 자리에 가만히 서있었다.“군형 씨, 저도 좋은 마음에...”강소아가 작은 소리로 설명했다. 억울하지 않다면 거짓말이었다.소정애는 이 상황을 참을 수 없었다. 방 안에 있어서 두 사람의 대화를 자세히 들을 수는 없었지만 최군형이 소리 지르는 것은 똑똑히 들었다.‘그렇게 애지중지 키운 딸인데, 이런 화를 받으며 산다니? 데릴사위가 이런 법이 어디 있어?’“소아야, 군형아, 너희 뭐 해?”소정애는 손에 든 식칼을 놓지도 못한 채 주방에서 뛰쳐나왔다. 식칼을 본 최군형이 금세 얌전해졌다.“소아야, 넌 먼저 들어가 있어. 좀 있다가 밥 먹으러 나와!”소정애는 부드럽게 웃으며 딸을 들여보내고는 돌변한 표정으로 최군형을 노려보았다.“군형아, 주방 일 좀 도와줘!”“아줌마, 저...”“올 거야, 안 올 거야?”소정애는 한 손에 식칼을 든 채 기세등등하게 서있었다. 그 기세에 눌린 최군형이 얌전히 주방에 들어가 앞치마를 둘러맸다.소정애가 웃으며 양파를 꺼내 들었다.“자, 이거 썰어봐!”최군형이 어리둥절해 있을 때, 식칼은 이미 그의 손에 쥐어졌다.“썰어!”소정애의 고함과 함께 최군형은 식칼을 휘둘러 양파에 칼을
강소아는 실언했다는 것을 깨닫고 눈을 깜빡이며 엄마를 바라보았다. 소정애는 강소아를 끌고 거실로 와 조용히 말했다.“너, 정말 마음이 생긴 건 아니지?”“마음이 생기면 뭐 어때요? 저, 저흰 혼인관계증명서도 있고...”강소아가 고집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떨구며 말했다.“정말 머리가 어떻게 된 거야? 그거 가짜잖아!”“엄마, 조용히 해요!”“소아야!”소정애가 슬픔에 잠겨 말했다. 정성 들여 키운 꽃을 다른 사람이 꺾어간 기분이었다. 그녀는 목소리를 낮추고 딸에게 설명했다.“엄만 네 마음을 알아서 군형이를 교육하는 거야! 교육이 끝나면 군형이는 네 말을 잘 들을 테고, 그럼 너흰 행복하게 잘 살 수 있어...”“네?”강소아가 흠칫했다. 소정애는 그런 딸을 보며 어쩔 수 없다는 듯 물었다.“엄마가 왜 널 해치겠어? 그냥 네게 잘해주는 남자가 있었으면 해서 그래. 나와 네 아빠처럼 널 평생 예뻐해 줄 사람... 찾기 어렵다면 교육해 주면 되지. 군형이는 꼭 그런 남자가 될 수 있을 거야!”“엄마...”강소아는 복잡한 심경으로 몰래 주방을 쳐다보았다. 최군형은 죽을힘을 다해 돼지 곱창을 씻고 있었다. 물이 사방에 튀었다.소정애가 “아이고” 하며 급히 주방으로 뛰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소정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나 없는 새 또 무슨 사고를 친 거야! 군형아, 물을 얼마나 쓴 거야? 이번 달 생활비는 두 배로 계산해 줘! 오늘 저녁도 먹지 마!”강소아는 엄마의 전투력을 알았기에 최군형의 행운을 빌며 먼 곳에서 묵묵히 기도하는 수밖에 없었다. 이때는 피하는 게 답이었다.저녁 식사 시간, 최군형은 스스로 문가에 나가 앉아 있었다. 하지만 소정애는 식탁에 최군형 몫의 수저를 꺼내놨을 뿐만 아니라 그에게 밥도 한 공기 떠주었다. 그러고는 강소아더러 그를 부르게 했다.강소아는 기쁨에 겨워 쪼르르 달려 나갔다.최군형은 조금 의외였다. 강소아의 손이 그의 팔에 올려졌다. 그녀의 따뜻한 체온에 심장이 쿵쿵 뛰었다. 비록 표정은 없었지만 그의 마음속
최군형은 고개를 돌려 강소아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벚꽃처럼 아름답고 여렸다.이때, 무의식 속에서 누군가가 그에게 물었다.“지유 기억해?”최군형의 손이 작게 떨렸다. 그는 밥을 푹푹 떠먹는 것으로 자신의 황망함을 가렸다.지유...지유가 있었다면, 그는 예상대로 육씨 가문과 결혼하고, 최상 그룹을 물려받아 좋은 남편, 좋은 아빠가 됐을 것이었다.하지만 지금 그는 강주에 있었다. 그는 영원히 지유의 실종이 남긴 어둠 속을 걷고 있을 것이었다.지유는 실종될 때 겨우 한 살이었다. 그도 어린아이에 불과했다. 아이들의 감정이 깊어 봤자 어느 정도겠는가? 신경 쓰지 않아도 될 터였다.하지만 강소아를 볼 때면, 그녀의 웃는 얼굴을 볼 때면, 그녀의 부드러운 목소리를 들을 때면, 토라진 모습을 볼 때면... 왜인지 모르게 계속 지유가 생각났다.“정신병인가?'그는 식사를 마치고는 한숨을 쉬며 자신의 그릇과 수저를 싱크대에 갖다 놓았다. 강소아가 물을 틀려는데 최군형이 손을 뻗어 이를 제지했다.“물이 아직 차가워요, 제가 할게요.”강소아는 깜짝 놀랐다.놀란 건 소정애도 마찬가지였다. 교육이 이렇게 성공적일 줄은 몰랐다. 이제 집안일을 찾아서 하기 시작했다.그녀는 강우재와 눈을 맞췄다. 두 사람이 동시에 웃으며 걸어왔다.“그럴 필요 없어! 아직은 우리가 있어. 소아야, 날도 좋은데 군형이와 산책이라도 다녀와!”최군형과 강소아가 어리둥절해졌다. 그들이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소정애가 힘껏 그들의 등을 떠밀었다.두 사람은 그렇게 문 앞에 서있었다. 어색한 기류가 흘렀다.“먼저 가요.”“그... 그쪽이 먼저요.”강소아가 얌전히 최군형의 뒤를 따랐다.최군형은 두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큰 보폭으로 앞서 걸었다. 가로등이 두 사람의 그림자를 길게 늘어뜨렸다. 최군형의 그림자가 강소아의 그림자를 살포시 덮었다. 강소아의 웃음은 달님만이 보고 있을 뿐이었다.두 사람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이때 강소준이 저 멀리서 뛰어왔다.“수호신 형님, 누군가 형님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