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용왕사위: Chapter 121 - Chapter 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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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화

그 사나운 기세에 강씨 가문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몸을 흠칫 떨었다.한지훈이 한 걸음씩 가까워질 때마다 마치 지옥에서 올라온 악마를 마주한 듯 그들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전혀 숨길 생각도 없는 날카로운 살기에 짓눌린 사람들은 행여 자신에게 불똥이라도 튈까 봐 저마다 몸을 사렸다.모녀는 땅에 엎드린 채 서로를 감싸 안고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한지훈은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분노로 이글거리는 눈동자는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만 같았다.제 아버지를 발견한 아이는 한걸음에 달려가 그의 품에 안겼다. 아이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아빠, 저 사람들이 엄마랑 고운이를 괴롭혔어. 흑흑..."한고운을 안아 든 한지훈은 아이의 뺨에 난 커다란 손자국을 발견하고는 얼굴을 딱딱하게 굳혔다. 싸늘한 시선으로 주위를 훑어본 그가 소리쳤다."누가 감히!"아무도 입을 열지 못했다.강씨 가문 사람들은 혼비백산하며 숨을 자리를 찾기 바빴다. 겁을 잔뜩 먹은 설해연도 마찬가지였다.한지훈의 기세에 모두 몸을 벌벌 떨었다. 그와 눈조차 제대로 마주칠 수 없었거니와 변변찮은 저항도 할 수 없었다."다시 묻겠습니다. 누가 고운이를 이 꼴로 만들었습니까!"한지훈의 두 눈은 분노로 번들거리고 있었다.자그마치 오 년이다. 그동안 강우연과 딸 고운이는 너무도 많은 상처를 받았다. 두 사람을 지켜주겠다고 약속한 주제에 지금, 이 꼴은 다 뭐란 말인가, 딸아이가 뺨을 얻어맞다니! 한지훈은 가슴이 미어지는 동시에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었다.북양구 총사령관의 딸이었다. 용국의 공주님과 마찬가지인 아이가 누군가에게 이런 폭력을 당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이곳이 아니었다면 한고운에게 손을 댄 이는 진즉 사지가 찢겼을 터였다.한지훈의 사나운 고함에 사람들은 일제히 설해연에게 눈길을 던졌다. 더는 숨을 곳이 없다고 판단한 설해연은 뻔뻔하게 나가기로 마음먹었다. 그녀가 오만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맞아, 내가 그랬어. 그래서 어쨌다는 거지?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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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화

자신 때문에 무릎을 꿇은 강우연을 보며 한지훈은 가슴이 아팠다. 그녀는 한결같이 착하고 가냘팠다. 마치 강씨 가문 사람들의 악마와 같은 본성은 전혀 알지 못한다는 듯이."우연아, 일어나. 나 때문에 이 사람들에게 무릎 꿇을 필요 없어."한지훈은 그녀를 일으켜 세우려 손을 뻗었다.짝!그러나 몸을 일으킨 강우연은 한지훈의 뺨을 때리며 고통스럽게 절규했다. 두 볼엔 눈물 자국이 흥건했다."지훈 씨, 제발 좀 그만 해요! 언제까지 이럴 건데요? 당신 때문에 5년 동안 내가 어떤 삶을 살았는데... 내가 다시 돌아오기까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요? 제발 더는 일을 키우지 말란 말이에요!"눈시울을 잔뜩 붉힌 강우연이 한고운을 품에 꼭 끌어안았다. 눈물이 하염없이 쏟아졌다."지훈 씨, 고운이는 내 딸이에요. 내 아이라고요. 그러니 지훈 씨가 뭔가를 해줄 필요는 없어요. 우리가 대체 무슨 사이라고요! 물론 그날 나를 위해 나서주고, 그동안 고운이를 아껴준 건 고맙게 생각해요. 그렇지만 따지고 보면 이 모든 건 다 당신 때문이잖아요!"강우연은 아예 목 놓아 울어버렸다. 5년 동안 겪었던 수모들, 요 며칠 사이 강씨 가문에서 당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갔다. 마침내 감정이 둑 터지듯 쏟아졌다.그녀는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다.5년 사이, 강우연은 주변 사람들의 싸늘한 시선과 비웃음, 욕설을 홀로 견뎌야 했다. 강씨 가문에 돌아가면 상황이 좀 나아지려나 싶었으나 그녀의 헛된 바람일 뿐이었다.한지훈의 한쪽 볼에 선명한 손자국이 나 있었다. 그는 멍하니 서서 엉엉 울음을 터뜨리는 강우연을 안쓰럽게 쳐다보았다. 심장이 날카로운 칼에 베인 것처럼 고통스러웠다.단지 강우연을 아껴주고 지켜주며 그녀에게 모든 걸 주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러나 지금 돌이켜 보니, 무언가 잘못된 것만 같았다."우연아, 내가 미안해."사과를 내뱉는 한지훈의 눈에 자책의 감정이 가득 서렸다.강준상이 차갑게 코웃음 치며 말했다."대답해 보거라. 저 차는 대체 어떻게 된 거야!"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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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화

한지훈은 입을 다물고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 서 있었다. 그의 얼굴에 망설이는 기색이 서렸다.마음 같아서는 강우연에게 모든 사실을 알리고 싶었다. 그러나 자신에겐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 있었다. 걸핏하면 목숨을 걸어야 하거나 누군가의 원한을 살 만한 몹시도 위험한 일들이었다.물론 한지훈은 살아남을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매 순간 강우연과 한고운의 곁에 있을 순 없는 노릇이었다. 더구나 지금으로선 사사로이 북양구 삼십만의 사병들을 움직일 수도 없었고, 삼천 명의 신룡전 인재들을 귀국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리스크가 너무 크기 때문이었다.용각 원로들은 용일을 통해 지난 사건을 주시하고 있다는 의사를 넌지시 표명했다. 비록 책망하진 않았으나 그들은 은근히 경고를 보냈었다.북양구 총사령관이 삼십만 사병을 움직였으니 용국에서 충분히 경계할만했다. 높으신 분들에게 불안을 조성할 수밖에 없는 사건이었으니.여전히 침묵을 지키는 한지훈을 바라보는 강우연의 눈시울이 또다시 젖어 들기 시작했다. 황급히 고개를 돌리며 떨어지는 눈물을 감춘 그녀는 크게 심호흡했다."됐어요. 말하기 싫다면 강요하지 않을게요. 지훈 씨, 난 혼자서도 충분히 잘 지낼 수 있고 고운이를 잘 키울 수도 있어요. 만약 지훈 씨가 정말 고운이의 아빠가 되고 싶은 거라면, 더 많은 시간을 아이에게 투자하고 나랑 아이에게 정말로 필요한 게 뭔지 고민해 봐야 하는 거 아닐까요? 그리고 내게 필요한 건 저런 차가 아니라..."차마 그다음 말을 내뱉지 못한 강우연은 아이를 안고 방으로 들어갔다.쾅, 거친 소리와 함께 방문이 굳게 닫혔다. 좁은 거실에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한숨을 내쉰 한지훈은 정원에서 쓸쓸하게 담배를 피웠다.강우연의 마음을 어찌 모를 수 있겠는가. 모녀에게 필요한 건 물질적인 보상이 아니라 진정으로 두 사람을 이해하고 사랑해 주는 마음이었다.십 분 사이에 한지훈은 담배를 다섯 대나 태웠다. 불현듯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풀메이크업에 클러치백을 멘 강우연이 걸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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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화

BMW의 미끈한 차체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강우연은 순순히 조수석에 올랐다.부드러운 클래식 선율이 부드럽게 울려 퍼지는 차 안은 유난히 고요했다. 강우연은 어쩐지 복잡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리고 창밖 풍경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기다란 속눈썹이 나비처럼 팔랑거렸다.한지훈도 차마 말을 꺼내지 못했다. 강우연이 여전히 화가 풀리지 않았음을 눈치챘기 때문이었다.두 사람은 약속 장소인 그랜드 호텔에 도착했다. 주차를 마친 한지훈과 강우연이 차에서 내리자 바로 누군가 그녀를 불렀다."어머, 강우연? 진짜 강우연이네? 웬일이야. 너도 방금 왔어? 이쪽은... 네 남편? 훗, BMW가 웬 말이야. 너무 궁상맞은 거 아니니?"미간을 찌푸린 두 사람이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화려한 화장을 하고 명품 옷에 값비싼 액서서리를 주렁주렁 매단 여자가 차키를 무심하게 눌렀다. 그러자 뒤에 주차된 페라리가 번쩍 빛났다. 그녀는 한정 출시된 루이비통 신상 가방을 손에 쥐고 있었다.강우연은 그녀의 무례함에 기분이 나빴지만 애써 예의를 지켰다. 귀 뒤로 머리를 넘긴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수연아, 오랜만이야."수연이라 불린 20대 여성은 평범한 이목구비의 소유자였다. 그러나 짙한 화장 덕분에 성숙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가느다란 허리를 살랑 흔들며 고개를 빳빳하게 치켜든 그녀가 두 사람 곁으로 다가왔다. 그녀의 얼굴에는 희미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우리 너무 오랜만이다, 우연아. 요즘은 어떻게 지내? 5년 전의 일 때문에 집안에서 쫓겨났다며? 진짜야? 정말 힘들었겠다.""너도 참, 그런 일이 있었으면 나한테 말했어야지. 우린 친구잖아? 알았으면 당연히 내가 도와줬지."강우연은 그 말들이 너무 불편했지만 애써 웃음을 지어 보였다."고마워, 수연아."수연은 겉으로는 거짓 미소를 한껏 짓고 있었으나 마음속으론 그녀를 무시하고 비웃었다.가식으로 가득 찬 이 우정 놀음 속, 강우연은 한때 가장 빛나는 사람이었다. 수많은 명문가 도련님과 부자들의 구애를 받는 강우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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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화

그 남자는 시도 때도 없이 강우연을 쫓아다녔지만 강우연은 그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았다. 마침 한윤아는 그 남자를 마음에 품고 있었다. 시간이 흐르자 강우연과 한윤아 사이에 크고 작은 마찰이 생기기 시작했다. 심지어 한윤아는 그 남자 때문에 강우연에게 손찌검하기까지 했다.강우연이 머뭇거리자 수연이 얼른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무슨 생각해? 얼른 들어가자니까."세 사람은 빠르게 예약 장소로 올 수 있었다. 방문을 열기도 전에 안에서 남녀들의 즐거운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들은 명품백이나 시계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다들 주목해 주세요, 여신 강우연 님이 왔답니다!"방안에 들어선 수연이 손뼉을 치며 모두의 주의를 끌더니 큰 소리로 말했다.커다란 파티룸 테이블 위에는 값비싼 술과 디저트들이 가득 놓여 있었다. 사람들은 또 저마다 포르쉐나 페라리, 또는 람보르기니 차키를 보란 듯이 테이블에 올려놓았다.게다가 방 안에 앉아 있는 서너 명의 여자들은 모두 명품 브랜드의 옷을 걸치고 있었고 그들의 곁에는 루이비통, 구찌, 발렌시아가를 비롯한 명품백들이 놓여 있었다. 액세서리들도 하나같이 비싼 것들이었다.잘난 남성들이 그런 그녀들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 잘 차려입은 그들은 모두 부잣집 도련님이거나 상류 계층 사람들 같았다.웃음소리가 만연했던 방안은 강우연의 등장으로 금세 쥐 죽은 듯 고요해졌다.무리의 중간에 예쁜 여자가 앉아 있었다. 청순하고 도도한 분위기를 한껏 풍기는 미인은 강우연을 발견하고는 얼른 몸을 일으켰다. 얼굴에 한껏 미소를 머금은 여자가 강우연을 덥석 끌어안으며 울컥한 목소리로 말했다."우연아, 너무 오랜만이야. 보고 싶었어."갑작스러운 포옹에 잔뜩 굳어버린 강우연은 한참 뒤에야 가까스로 여자를 안아줄 수 있었다. 이내 눈시울을 붉힌 강우연이 눈물을 뚝뚝 흘리며 말했다."윤아야..."강우연을 놓아준 윤아도 눈물을 글썽이긴 마찬가지였다. 그녀가 자신의 곁으로 강우연을 슬쩍 잡아당겼다. 마치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를 오랜만에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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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화

그 말을 들은 남성들의 얼굴에는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래도 그들은 애써 가식적인 미소를 쥐어짜 냈다.그중 얼굴에 기름기가 가득한 남성이 몸을 일으키며 싸늘한 시선을 던졌다."강우연 씨의 남편분이시군요. 실례지만 직업이 어떻게 되십니까? 차림새가... 이곳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 같군요. 옷을 갈아입을 시간조차 없었는지, 아니라면 저희를 무시하는 건지 모르겠네요."당황한 강우연의 입술 끝이 파르르 떨렸다. 그녀가 해명하려는 찰나, 한지훈이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능력도 변변찮고 직업도 없습니다. 오늘은 그저 제 아내의 파트너 자격으로 이 자리에 온 겁니다.""하하, 백수라는 말입니까?"남자가 한껏 비웃음을 담은 눈빛으로 좌중을 훑어보았다. 다른 사람들도 덩달아 작게 코웃음 쳤다."다들 모르셨죠? 이 사람이 바로 그 5년 전 망해버린 한정그룹의 자제, 한지훈이에요. 이젠 강씨 가문의 데릴사위죠."한시라도 입을 놀리지 않으면 견디지 못하는 수연이 얼른 끼어들며 한껏 비꼬았다.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두 눈을 크게 뜨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뭐? 하루아침에 망해버린 그 한정그룹 사람이라고?""세상에나. 우연아, 왜 모임에 이런 사람을 데리고 오는 거야. 재수 없게.""그러게, 윤아는 아직도 널 친구로 생각하는데, 어떻게 이럴 수 있어? 설마 윤아를 골탕 먹이려고 일부러 그러는 건 아니지?"사람들의 수군거림을 듣고 있던 강우연의 얼굴이 금세 창백하게 질렸다. 그녀가 얼른 해명했다."윤아야, 내가 다 설명할게. 다른 의도는 전혀 없고, 그냥 내 파트너로 데리고 온 것뿐이야."강우연이 간절한 시선을 담아 한지훈을 쳐다보며 말했다."지훈 씨, 정말 미안한데 잠깐 밖에서 기다려 줄 수 있을까요?"어쩐지 절박해 보이는 강우연의 모습을 바라보며 한지훈이 한숨을 삼켰다."알았어. 문 앞에서 기다릴게. 무슨 일 있으면 불러."말을 마친 한지훈은 바로 복도로 나가 연신 담배를 피웠다.한지훈이 방 안을 벗어나자마자 얼굴을 딱딱하게 굳힌 한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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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화

"윤아야... 너 왜..."와인을 뒤집어쓴 강우연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녀의 가슴이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다. 너무나도 절망스러운 상황이었다.어릴 때부터 친하게 지냈던 친구와 드디어 화해할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부풀어 올랐는데 알고 보니 그건 그녀만의 착각이었다."왜겠어. 다 네가 나보다 잘나고 예쁜 탓이지. 너 때문에 우리는 늘 조연으로 살 수밖에 없었어. 어느 누가 그런 삶을 원하겠어?"한윤아가 잔뜩 표정을 찡그리며 강우연을 노려보았다."지금 네 꼴을 봐. 넌 그냥 천박한 걸레일 뿐이야. 우리가 얼마든지 짓밟을 수 있는 쓰레기에 불과하다고. 만약 네가 내게 무릎 꿇고 사과한다면 오늘은 봐줄지도 모르겠네. 하지만 거부한다면 이 자리에서 네년을 망가뜨려 주겠어.""윤아 말이 맞아. 얼른 무릎 꿇고 우리에게 사과해. 너만 아니었으면 내가 부모님께 혼날 일도 없었을 거야."별 볼 일 없는 외모에 뚱뚱한 여자가 곁으로 다가왔다. 그녀는 분노로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강우연을 손가락질하며 욕설을 퍼부었다."너만 아니었으면 난 진작 우리 학교 킹카와 사귈 수 있었어! 그 바보 같은 녀석이 너를 쫓아다니지만 않았어도... 생각할수록 열받네. 강우연, 당장 사과하지 않고 뭐해!"수수한 외모의 여자도 벌떡 일어서며 강우연에게 손가락질했다.강우연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모진 욕설을 들어야만 했다. 몹시 두렵고 억울했던 그녀는 당장 몸을 돌려 자리를 벗어나려 했다.그러나 한윤아가 그녀의 어깨를 강하게 잡아당기며 그녀의 뺨을 때렸다. 이윽고 머리채마저 잡힌 그녀는 꼼짝할 수 없었다. 한윤아가 사납게 소리 질렀다."도망치려고? 어림도 없지.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망한 집안 자식을 데려와. 네 눈엔 내가 호구로 보이지? 얘들아, 뭐해. 얼른 이년의 버릇을 고쳐주지 않고. 스스로 무릎 꿇을 때까지 절대 멈추지 마."여자들이 사나운 기세로 강우연에게 달려들었다. 어떤 이들은 강우연의 머리채를 잡았고 또 어떤 이들은 그녀의 뺨을 사정없이 내려쳤다.방 안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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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화

한윤아가 차갑게 비웃었다."왜긴, 그냥 네가 강우연이라서 그래. 뭐해, 계속해."쾅!요란한 소리와 함께 방문이 벌컥 열렸다. 믿을 수 없게도 방문은 거대한 위력에 의해 산산조각 났다.남자의 얼굴은 분노로 이글거리고 있었다. 붉게 핏발선 두 눈과 꽉 쥔 주먹에서 무지막지한 살기가 느껴졌다. 강우연을 모질게 괴롭히는 사람들을 쭉 훑어본 한지훈이 포악하게 고함을 질렀다."네놈들을 전부 죽여버릴 거다."날렵하게 강우연 곁으로 다가간 한지훈의 발길질 한 번에 뚱뚱한 여자가 테이블 쪽으로 나가떨어졌다. 귀를 찢는 소음과 함께 테이블이 두 조각나며 깨진 술병에서 온갖 술이 줄줄 흘러내렸다.땅에 고꾸라진 뚱뚱한 여자의 등에 날카로운 조각들이 박혔다. 살이 찢어지며 그녀의 등은 피로 흥건하게 젖었다. 여자가 끔찍한 비명을 내질렀다."아악! 내 등!"이윽고 한지훈은 강우연 곁에 서 있던 다른 여자의 뺨을 매섭게 내려쳤다. 뒤로 몇 미터나 날아간 그녀는 무서운 굉음과 함께 TV에 부딪혔다. 거대한 TV가 산산이 조각났다.이가 가득 부러진 여자는 몸이 바닥에 닿자마자 기절해 버렸다."우연아!"한지훈은 비틀거리는 강우연을 부축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괜찮아?"잔뜩 상처받은 강우연은 초라한 몰골로 한지훈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었다. 그녀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지훈 씨, 나 너무 지쳤어요. 집에 가고 싶어요.""알았어. 집에 가자. 그렇지만 그 전에 해결해야 할 일이 있어."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한지훈이 싸늘한 시선으로 한윤아 무리를 훑었다.그는 먼저 강우연을 조심스럽게 안아 차 안으로 옮겼다. 뒷좌석에 누워 벌벌 떨고 있는 강우연을 걱정스럽게 지켜보던 한지훈이 이내 야차 같은 얼굴로 온몸에 살의를 두른 채 파티룸으로 쳐들어갔다.하늘은 온통 먹구름으로 뒤덮였다. 속절없이 밀려드는 한기가 호텔을 순식간에 덮쳤다.호텔 내부에는 이미 한윤아의 명령을 받은 열몇 명의 경호원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었다. 이 호텔은 한윤아네 집안 소유였다."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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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화

다른 사람의 피로 흥건하게 젖은 한지훈을 바라보며 한윤아 일행은 헛숨을 들이켰다. 마치 끔찍한 괴물을 마주한 듯 허옇게 질린 사람들이 허둥지둥 숨을 곳을 찾아다녔다."다... 당신, 가까이 오지 마! 여긴 우리 호텔이야. 감히 이곳에서 내게 손끝 하나라도 댔다간 우리 아빠가 당신을 가만두지 않을 거라고! 강우연 그년이나 강씨 집안도 마찬가지야!"현재 한윤아는 완전히 겁에 질려 있었다.한윤아는 사실 전형적인 부잣집 아가씨였다. 손에 쥔 권력을 한껏 누리며 모든 이들을 오만하게 내려다보았다. 비뚤어진 성정에 자존심도 강했고 딱히 두려워할 것도 없었다. 더구나 가주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랐기에 그녀의 콧대는 그야말로 하늘을 찔렀다. 그녀는 자신보다 잘난 사람은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그 옆에 뚱뚱한 여자는 S시 음지에서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는 최인호의 딸, 최지혜였다. 그녀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였다.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한지훈을 바라보며 그녀가 새된 비명을 질렀다."오지 마! 이미 우리 아빠한테 연락했어! 내가 누군지 알아? 우리 아빠가 누군지는 알고? 우리 아빠는 최인호란 말이야! 사업장도 열몇 개나 소유하고 있고, 거느리는 부하만 해도 오백이 넘는다고. 하나같이 싸움깨나 하는 사람들이야." "감히 날 건드린다면 우리 아빠가 가만있지 않을걸? 당신 사지를 부러뜨리고 산채로 껍질을 벗겨 강물에 던져버릴 거라고!"최지혜의 목소리가 덜덜 떨리고 있었다. 평소 차를 마시며 명품 얘기나 하고, 심심하면 백화점에서 쇼핑이나 하던 그녀들이었다. 한지훈처럼 전혀 거리낌 없이 폭력을 휘두르는 무서운 사람은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남은 사람들도 절박하게 외쳤다."맞아, 함부로 건드렸다간 두 집안 사람들이 당신을 가만두지 않을 거라고! 강우연도 마찬가지야.""듣기로는 딸도 있다면서? 딸 생각도 해야지. 우리가 사람을 사주해서 당신 딸에게 해코지하면 어떡하려고? 그땐 후회해도 이미 늦었어!"그들의 협박을 잠자코 들어주던 한지훈의 낯빛이 대번에 어두워졌다. 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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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화

최인호는 기침 소리 한 번에 한 구역을 사라지게 만들 수도 있는 막강한 권력을 지니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를 따르는 부하는 수백 명이 넘었고 또한 수많은 유흥업소와 회사들을 소유하고 있었다. 그의 재산은 감히 헤아릴 수조차 없었다.손짓으로 신호를 보낸 최인호가 사람들을 거느리고 호텔 안으로 들어섰다. 마치 검은 파도처럼 한꺼번에 들이닥친 백 명의 사내들이 곧장 한지훈이 있는 파티룸으로 걸음을 옮겼다.그러나 최지혜는 이미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피를 왈칵 쏟아내고 있었다. 그녀는 간신히 숨을 붙인 채 바닥에 널브러졌다. 돼지처럼 퉁퉁 부어오른 얼굴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탁탁탁, 일사불란한 발소리가 복도에 울려 퍼졌다."누가 감히 내 딸을 건드렸어! 아주 죽고 싶어 환장했지. 나 최인호가 어지간히도 얕보였나 봐."노기가 다분한 목소리가 공기를 갈랐다. 그 사나운 기세에 호텔 건물마저 휘청거리는 듯싶었다.목소리와 함께 거구의 사내가 등장했다. 이윽고 칼이나 각목처럼 살벌한 무기를 챙겨 든 몇십 명의 부하들이 우르르 파티룸에 들어섰다. 남은 이들은 물 샐 틈 없이 문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누구의 출입도 허락하지 않을 기세였다."아빠... 왜 이제 왔어! 나 좀 살려줘. 흑흑..."바닥에 쓰러진 최지혜가 끔찍한 목소리로 울부짖었다. 드디어 그녀의 구세주가 나타난 것이다.잔인하게 얻어터진 딸아이의 몰골을 본 최인호는 속이 뒤집히는 것만 같았다. 울컥 분노가 치밀어 오른 그가 가운데 우뚝 서 있는 한지훈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네 이놈! 감히 내 딸에게 손을 대! 당장 저놈의 손모가지를 부러뜨리지 않고 뭐해!"최인호가 몹시도 애지중지하는 딸이었다. 어릴 때부터 공주님처럼 키우느라 자신도 손찌검 한번 하지 않았건만, 겁대가리를 상실한 녀석이 딸아이를 이 꼴로 만들어 놓았으니 최인호가 분노를 터뜨리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그는 당장이라도 한지훈을 죽여버릴 수 있을 것 같았다.열 몇 명의 부하들이 칼을 휘두르며 한지훈에게 달려들었다.그러나 한지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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