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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화

한지훈은 입을 다물고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 서 있었다. 그의 얼굴에 망설이는 기색이 서렸다.

마음 같아서는 강우연에게 모든 사실을 알리고 싶었다. 그러나 자신에겐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 있었다. 걸핏하면 목숨을 걸어야 하거나 누군가의 원한을 살 만한 몹시도 위험한 일들이었다.

물론 한지훈은 살아남을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매 순간 강우연과 한고운의 곁에 있을 순 없는 노릇이었다. 더구나 지금으로선 사사로이 북양구 삼십만의 사병들을 움직일 수도 없었고, 삼천 명의 신룡전 인재들을 귀국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리스크가 너무 크기 때문이었다.

용각 원로들은 용일을 통해 지난 사건을 주시하고 있다는 의사를 넌지시 표명했다. 비록 책망하진 않았으나 그들은 은근히 경고를 보냈었다.

북양구 총사령관이 삼십만 사병을 움직였으니 용국에서 충분히 경계할만했다. 높으신 분들에게 불안을 조성할 수밖에 없는 사건이었으니.

여전히 침묵을 지키는 한지훈을 바라보는 강우연의 눈시울이 또다시 젖어 들기 시작했다. 황급히 고개를 돌리며 떨어지는 눈물을 감춘 그녀는 크게 심호흡했다.

"됐어요. 말하기 싫다면 강요하지 않을게요. 지훈 씨, 난 혼자서도 충분히 잘 지낼 수 있고 고운이를 잘 키울 수도 있어요. 만약 지훈 씨가 정말 고운이의 아빠가 되고 싶은 거라면, 더 많은 시간을 아이에게 투자하고 나랑 아이에게 정말로 필요한 게 뭔지 고민해 봐야 하는 거 아닐까요? 그리고 내게 필요한 건 저런 차가 아니라..."

차마 그다음 말을 내뱉지 못한 강우연은 아이를 안고 방으로 들어갔다.

쾅, 거친 소리와 함께 방문이 굳게 닫혔다. 좁은 거실에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한숨을 내쉰 한지훈은 정원에서 쓸쓸하게 담배를 피웠다.

강우연의 마음을 어찌 모를 수 있겠는가. 모녀에게 필요한 건 물질적인 보상이 아니라 진정으로 두 사람을 이해하고 사랑해 주는 마음이었다.

십 분 사이에 한지훈은 담배를 다섯 대나 태웠다. 불현듯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풀메이크업에 클러치백을 멘 강우연이 걸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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