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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화

다른 사람의 피로 흥건하게 젖은 한지훈을 바라보며 한윤아 일행은 헛숨을 들이켰다. 마치 끔찍한 괴물을 마주한 듯 허옇게 질린 사람들이 허둥지둥 숨을 곳을 찾아다녔다.

"다... 당신, 가까이 오지 마! 여긴 우리 호텔이야. 감히 이곳에서 내게 손끝 하나라도 댔다간 우리 아빠가 당신을 가만두지 않을 거라고! 강우연 그년이나 강씨 집안도 마찬가지야!"

현재 한윤아는 완전히 겁에 질려 있었다.

한윤아는 사실 전형적인 부잣집 아가씨였다. 손에 쥔 권력을 한껏 누리며 모든 이들을 오만하게 내려다보았다. 비뚤어진 성정에 자존심도 강했고 딱히 두려워할 것도 없었다.

더구나 가주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랐기에 그녀의 콧대는 그야말로 하늘을 찔렀다. 그녀는 자신보다 잘난 사람은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

그 옆에 뚱뚱한 여자는 S시 음지에서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는 최인호의 딸, 최지혜였다. 그녀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였다.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한지훈을 바라보며 그녀가 새된 비명을 질렀다.

"오지 마! 이미 우리 아빠한테 연락했어! 내가 누군지 알아? 우리 아빠가 누군지는 알고? 우리 아빠는 최인호란 말이야! 사업장도 열몇 개나 소유하고 있고, 거느리는 부하만 해도 오백이 넘는다고. 하나같이 싸움깨나 하는 사람들이야."

"감히 날 건드린다면 우리 아빠가 가만있지 않을걸? 당신 사지를 부러뜨리고 산채로 껍질을 벗겨 강물에 던져버릴 거라고!"

최지혜의 목소리가 덜덜 떨리고 있었다. 평소 차를 마시며 명품 얘기나 하고, 심심하면 백화점에서 쇼핑이나 하던 그녀들이었다. 한지훈처럼 전혀 거리낌 없이 폭력을 휘두르는 무서운 사람은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

남은 사람들도 절박하게 외쳤다.

"맞아, 함부로 건드렸다간 두 집안 사람들이 당신을 가만두지 않을 거라고! 강우연도 마찬가지야."

"듣기로는 딸도 있다면서? 딸 생각도 해야지. 우리가 사람을 사주해서 당신 딸에게 해코지하면 어떡하려고? 그땐 후회해도 이미 늦었어!"

그들의 협박을 잠자코 들어주던 한지훈의 낯빛이 대번에 어두워졌다. 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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