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하룻밤 인연, 약혼남의 형과 사랑에 빠지다: Chapter 101 - Chapter 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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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화 민도준이 공씨 가문과 손 잡으려 한다니
순간 차 안은 조용해졌다.놀라서 말문이 막힌 민상철과 마찬가지로 옆에서 듣고 있던 권하윤도 놀라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공씨 가문…… 민도준이 공씨 가문과 손잡으려 한다니.’이렇게 큰 사업건을 추진하려면 반드시 실권을 가진 자들끼리 서로 얘기를 나워야 했다. 그렇다는 건 그 사람이 경성에 올 거라는 뜻이었다.권하윤은 목구멍에서 전해지는 떫음을 간신히 삼키고 숨을 죽인 채 민상철의 답을 기다렸다.처음에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처럼 한참을 소리 없던 전화기에서 갑자기 낮은 욕지거리가 흘러나왔다.“이 못된 놈!”만약 경성에서 입찰 상대를 찾는다면 그가 되돌릴 여지가 있지만 상대는 하필 공씨 가문이었다.공씨 가문의 본거지는 해원이 있기에 그의 영향력으로는 해원까지 닿기 역부족이었다.게다가 공씨 가문이 해원에서의 지위는 민씨 가문이 경성에서의 지위와 맞먹기에 가장 어려운 상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민도준이 공씨 가문을 선택한 순간 그에게는 되돌릴 기회조차 없어진 거나 마찬가지였다.‘이 은혜도 모르는 자식! 가족도 나 몰라라 하다니!’민승현은 할아버지의 욕지거리가 들릴 때부터 겁을 먹고 전전긍긍하다가 겨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할아버지, 저 다음에 뭘 할까요?”“네가? 네가 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다.”“네?”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민승현의 물음에 민상철은 차갑게 웃었다.“네가 정말 네 둘째 형을 속였다고 생각해?”“그런데 형이 아무 말도 안 했어요.”“그 자식은 무서울 게 없는데 당연히 아무 말도 안 하지!”민승현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그리고 여기까지 들은 권하윤은 그제야 민도준이 아까 전 행동을 이해할 수 있었다.왜 민승현이 민상철의 명령으로 입찰 소식을 캐고 다닌다는 걸 듣고도 그가 신경 쓰지 않았는지 말이다.왜냐하면 다른 사람이 알든 말든 그한테는 상관없는 일이니까.공씨 가문과 파트너 관계를 맺는다는 걸 민상철이 안다 하더라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어쩌면 그는 일부러 이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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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화 민승현에게 들키다
마 전만 하더라도 내가 돈 빌려달라고 할 때 두말 없이 빌려줬잖아. 그거 네가 한 일 맞잖아.”민승현은 팔짱을 끼더니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권하윤을 바라봤다.하지만 권하윤의 웃음기는 이내 얼굴에서 사라졌다.그때 그녀가 돈을 쉽게 내어준 원인은 얼마를 주든 결국 그 돈이 다시 자기 주머니로 돌아온다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하지만 그걸 곧이곧대로 말할 수 없었기에 권하윤은 입을 꾹 다문 채로 득의양양해하는 민승현의 표정을 볼 수밖에 없었다.그러자 그는 곧이어 또 말을 이었다.“그리고 오늘도 그래. 둘째 형 건드리는 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알면서 형한테 물을 끼얹었잖아. 그거 나 때문 아니야?”‘분명 민도준 때문에 실수로 쏟은 건데 이건 또 왜 내가 위험을 무릎 쓰고 너 도와준 게 되는데?’이번에도 권하윤은 침묵을 유지했다.하지만 대답하지 못하는 그녀를 보자 민승현은 더욱 자신만만해서 콧방귀를 뀌었다.“네가 민정 때문에 나한테 삐진 거 알아. 그런데 내가 말했잖아. 민정은 그냥 가족이야, 그러니 네가 받아들여야 해.”그리고 마치 은혜를 베풀기라도 하는 듯 입을 열었다.“네가 말 잘 듣고 민정이 괴롭히지 않으면 내가 잘해줄게.”권하윤은 어안이 버벙하여 뭐라고 대꾸해야 할지 몰랐다.게다가 민승현이 이렇게 정상적인 말투로 말도 안 되는 말을 지껄인다는 게 그녀로써는 이해되지 않았다.하지만 더 이상 그와 실랑이를 벌이고 싶지 않았다.“다 말했지? 그럼 나 갈게.”“거기 서!”실랑이를 벌이던 중 가뜩이나 짜증이 난 권하윤은 참지 못하고 버럭 화냈다.“너 그만 좀 해! 병 있으면 병원 가고 발정 났으면 강민정 찾아가. 내 앞에서 얼쩡대지 말고!”점차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지거리가 나왔지만 민승현은 그녀의 말을 듣지 못하기라도 한 듯 대꾸하지도 않더니 그녀 목덜미에 나 있는 붉은 자국을 가리키며 버럭 소리쳤다.“이건 뭐야!”‘헉, 이걸 까먹고 있었다니.’아뿔싸라는 생각이 들자 권하윤의 몸은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그리고 눈 깜짝할 사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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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화 배신에 대한 분노
가슴이 차가워지자 권하윤은 2초간 멍하니 있다가 자신의 앞자락을 확 잡아당겼다.“민승현, 정도껏 해.”하지만 민승현은 마치 그 소리를 듣지 못한 것처럼 붉게 충혈된 눈으로 권하윤을 노려봤다.그도 그럴 것이 풀어헤쳐진 앞자락 때문에 핑크색 속옷 주위에 나있는 빨간 손자국이 고스란이 공기 속에 드러났기 때문이었다.순간 민승현의 이성은 불에 활활 타버렸다.손자국의 색깔만 보더라도 그 당시 상황이 얼마나 격렬했을지 상상할 수 있었다.심지어 민승현의 눈앞에는 권하윤이 다른 남자와 침대에서 뒹굴고 있는 환영이 나타났다.이 모든 건 남자의 존엄과 자존심에 대한 도전이었다.버금 거리는 권하윤의 입술이 슬로비디오처럼 천천히 민승현의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녀의 탐스러운 입술을 보는 순간 민승현의 마음속에는 한 가지 생각만 들었다.오늘 반드시 이 주제도 모르는 년을 제대로 혼내줘야겠다는 생각.그는 거의 사냥감을 노리는 짐승처럼 권하윤에게 달려들었고 그녀가 버둥대며 거절하는 데도 불구하고 끈질기게 그녀를 자기 아래에 눌렀다.“내가 오늘 너 꼭 죽여버릴 거야!”“민승현! 이거 놔!”차 앞줄의 공간은 한정되어 있어 발로 걷어차지 않으면 몸으로 부딛힐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몇 번 거치고 나니 민승현도 경계심이 생겼는지 쉽게 당하지 않았다. 민승현이 자신의 옷을 찢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게 된 권하윤의 얼굴에는 당황스러움이 점차 나타났다.민승현이 물론 명목상으로는 그녀의 약혼남이긴 하지만 그가 강민정과 바람을 피운 뒤로 그녀는 민승현과 스킨십을 하게 될 거라고 생각지도 못했다.더욱이 이런 상황에서 관계를 맺는다는 건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하지만 남녀 사이의 힘의 차이 때문에 권하윤의 몸부림은 점점 무기력해졌다.그리고 그녀가 오늘은 도망칠 수 없나라고 생각할 때 마침 차창 밖에서 누군가가 창문을 두드렸다.“똑똑-”“승현아, 안에 있어?”차창밖에는 민지훈이 미소를 지은 채 서있었다. 그의 표정에 약간의 어색함이 섞여 있다는 것도 쉽게 알 수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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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화 입맛을 바꾸다
차에서 내린 권하윤은 고개를 숙인 채 되도록이면 민도준과 눈을 마주치려 하지 않았다.그리고 그때.“도준 형.”민승현의 입에서 낮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의 목소리는 텅 빈 주차장에서 더욱 잔잔하게 들렸다.민도준은 손가락 사이에 담배를 낀 채 애매모호한 표정으로 민승현을 바라봤다.“승현아, 제수씨 데려다주고 다시 일하러 온다고 하지 않았어? 왜 게으름 피우고 그래?”역시나 아직 너무 어린 탓인지 민승현은 땡땡이를 걸리자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말까지 더듬기 시작했다.“그, 그게 권하윤이 글쎄 배가 고프다며 나더러 밥 먹으러 같이 가자고 하는 바람에.”민도준의 시선은 당연하다는 듯 권하윤에게로 돌려졌다.“그래? 제수씨?”권하윤은 뭐라 말하고 싶지 않았기에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권하윤을 바라보는 민도준의 눈에 의심이 가득 담겨있다는 걸 민승현도 눈치챘다. 심지어 자기를 바라볼 때보다도 더욱 의심하고 있다는 것마저.하지만 세 사람의 분위기가 점차 이상해지자 민지운은 할 수없이 그 사이에 끼어들며 분위기를 풀었다.“주차장 공기가 탁한 것 같은데 우리 올라가서 얘기해.”그렇게 서로 다른 꿍꿍이를 품은 네 명은 차례대로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그들 중 유일하게 여유만만해 보이는 민도준이 맨 앞에서 걸어가 엘리베이터 안쪽에 서자 민지훈이 그 뒤를 따라 그의 옆에 섰고 권하윤과 민승현은 나중에 오라 타 두 사람 앞에 자리 잡았다.뒤의 상황이 보이지 않고 그저 심문을 받는 듯한 시선이 느껴지자 권하윤은 온몸의 신경이 곤두섰다. 눈은 그저 점점 올라가는 숫자만 쳐다보며 올라가는 속도가 더 빨라졌으면 하고 바랄 뿐이었다.“띵-”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권하윤은 도망치 듯 밖으로 빠져나갔다.하지만 룸으로 들어갈 때 마침내 냉정을 되찾았다.현재 어떤 위기가 닥쳤는지 권하윤은 그제야 깨달았다.민씨 가문에서 나고 자란 민승현이 이제 그녀가 자기를 배신했다는 걸 알았기에 당연히 그녀를 약혼녀로 받아들일 리 없다.하지만 그가 파혼을 하는 순간 권씨 집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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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화 내가 네 언니를 잡아먹기라도 할까 봐 무서워?
민도준의 칭찬을 듣자 권희연의 얼굴에는 희색이 돌았다. 이윽고 목소리마저 더욱 부드러워졌다.“고마워요.”하지만 그때 옆에서 괴상야릇한 음성이 들려왔다.“권씨 집안 사람인데 사람 시중드는 건 당연히 잘할 거 아니에요.”여실히 드러낸 민승현의 경멸에 찬 눈빛에 권희연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려 난처한 기색이 가득했다.“이런 건 저도 잘해요. 제 접시에 있는 음식은 권희연 씨가 드세요.”민지훈은 미소 지으며 이미 썰어 둔 음식을 권희연에게 넘겼다.그제야 권희연은 표정을 살짝 풀며 고마운 미소를 지었다.“고마워요, 민지훈 씨.”“우리 나이도 미슷한데 성은 붙이지 말고 이름으로 불러요.”몇 마디 대화가 오고 가자 그제야 분위기는 다시 살아났다.하지만 민승현은 누구에게 화가 났는지 접시에 담긴 음식을 마구이로 잘게 썰어놓고는 입에 대지도 않았다.권하윤은 그가 권씨 집안을 들먹이면서 그녀를 모욕하려던 것이 실패해 화내는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민지훈이 분위기 메이커 역을 자초한 덕에 식사 분위기는 어색해지지 않았다.게다가 식사 내내 권희연은 민도준의 옆에서 이것저것 시중을 들었고 민도준도 지난번처럼 그녀를 싫어하는 눈치가 아니라 그나마 체면을 세워주었다.그리고 처음부터 끝까지 권하윤과는 한 마디도 섞지 않았다.그 때문에 처음에는 가벼웠던 권하윤의 마음은 점차 이상해졌다.‘설마 정말로 입맛을 바꾸고 싶은 건가? 하긴, 나랑 관계를 오래 유지해 왔으니 질릴 때도 됐겠지.’권희연은 물처럼 부드러운 성격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속삭일 때 목소리는 여자인 그녀가 들어도 뼈가 나른해질 지경이다.그러니 민도준이 그녀를 마음에 들어 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마지막으로 디저트까지 먹고 나자 무미건조했던 점심 식사도 겨우 끝났다.하지만 민도준이 아무 말을 하지 않자 그 누구도 먼저 일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가자고.”민도준의 나른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사람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권희연만 계속 우물쭈물거리며 망설였다.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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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화 상대가 도준 형이야?
민승현은 미간을 찌푸렸다.그의 어머니 강수연은 계속 그가 공아름과 결혼하기를 바랐지만 만약 공아름이라면 강민정의 껍질을 벗기고도 남았을 거다.설령 공아름이 아니더라도 있는 집 자식으로 자라온 여자라면 쉽게 넘어갈 리 없다.그게 바로 그가 권씨 집안 여자를, 그것도 권하윤을 선택한 원인이었다. 그는 강민정의 미래도 생각해야 했으니까.꿍꿍이가 그대로 까발려지자 그는 냉소를 지었다.“그러니까 지금 나더러 그냥 이렇게 넘어가 달라 이 말이야? 꿈 깨!”“넘어가 달라는 거 아니야. 그저 득실을 따져보라는 거야. 만약 이 일이 커진다면 너랑 나 둘 다 좋을 거 없어.”민승현은 권하윤을 몇 초간 빤히 쳐다보더니 차갑게 물었다.“그 자식 대체 누구야?”그가 이런 물음을 물어볼 거란 걸 권하윤도 알고 있었기에 오히려 차분하게 대답했다.“그게 무슨 의미가 있어?”“설마…….”민승현은 이를 갈았다.“설마 내가 아는 사람이야?”“누구 말하는 거야?”“씨발, 모른 척하지 마!”남자의 이름 세 글자를 말할 때 민승현은 목소리를 한껏 내기 깔고 으르렁대는 듯 뱉어냈다.“맞냐고!”“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해? 만약 네가 말한 그 사람이라면 내가 여기에서 너랑 실랑이 벌이고 있을까?”권하윤은 직접적으로 대답하지 않고 반문했다. 하지만 민승현은 당연히 쉽게 믿지 않았다.“화제 돌리지 마!”그는 마치 머리 없는 파리처럼 마구 날뛰었다. 분출할 수 없는 분노와 수치심에 미칠 지경이었다.만약 다른 사람이라면 살가죽이라도 벗겨 화를 풀 수 있었지만 그게 민도준이라면…….직접 물어볼 용기조차 없기에 눈 가리고 못 본 체해야 했다.그는 생각하면 할수록 울화가 치밀어 주먹을 쥔 채로 차를 세게 내려쳤다.“삐- 삐- 삐-”귀에 거슬리는 경보 소리에 그는 가슴에 쌓여 있던 화가 당장 터지기라도 할 듯 마구 날뛰었다.그는 곧바로 권하윤의 어깨를 잡고 미친 듯이 흔들어댔다.“말해! 맞냐고! 두 사람이 나 몰래 붙어먹은 거 맞냐고! 너 매일 날 비웃었겠네! 씨발,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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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화 내 동생이 만족시켜주지 못했나 봐?
분노로 일그러졌던 민승현의 얼굴은 일순간 멍해져 약간 웃기기까지 했다.“한민혁? 도준 형이 아니라?”“민 사장님?”강민정은 어안이 벙벙해하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오빠, 그게 무슨 말이야? 민 사장님 좋아하는 여자 널리고 널렸는데 왜 새언니를 좋아하겠어?”“사실 얼마 전…….”강민정의 설명을 들은 민승현은 눈살을 찌푸렸다.“그러니까 그 자식이 한민혁이란 말이야?”“그렇다니까. 내가 두 번이나 봤어. 게다가 두 사람이 같이 쇼핑까지 하더라고.”강민정은 사립탐정이 자기한테 준 사진을 민승현에게 보여주면서 “우연히” 찍은 것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사진 속 두 사람은 친밀한 행동을 하지 않았지만 권하윤 몸에 나 있는 흔적만으로도 충분히 온갖 상상을 할 수 있었다.게다가 사진까지 있으니 민승현은 그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하긴, 형 좋다는 여자가 주위에 널리고 널렸을 텐데. 게다가 권하윤이 내 약혼녀라는 걸 아는데 두 사람이 붙어먹었다는 소문이 퍼지면 형도 대미지 입을 텐데 그럴 리 없어. 그리고 권하윤과 그렇고 그런 사이라면 권희연과 엮이지 않았겠지.’오늘 식사 자리에서 권희연이 민도준과 잠자리를 가지려고 애를 쓰는 모습이 보였고 또 민도준이 그녀를 남겼다는 건 받아줬다는 뜻으로 간주할 수 있었다.모든 생각을 정리하자 민승현은 순간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한시름 놓이면서도 화는 계속 났다.시름 놓인 건 그가 민도준을 상대로 경쟁하지 않아도 됐기 때문이었고 화가 나는 건 권하윤이 자기를 두고 한민혁 같은 망나니를 좋아하게 됐다는 것에 자존심이 상해서였다.민승현은 마음을 진정한 뒤 핸드폰을 강민정에게 돌려주었다.“이건 잠시 다른 사람들한테 보여주지 마,”속으로 기뻐하고 있던 강민정은 민승현의 말에 멍해졌다.“혹시…… 새언니 때문이야?”“당분간 말할 수 없어, 어쨌든 누구에게도 말하지 마.”민승현은 머리가 복잡해 설명할 마음이 없어 이렇게 행동한 거였지만 혼자 덩그러니 남겨진 강민정의 눈에는 민승현이 권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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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화 말대꾸도 할 줄 아네?
아까 민지훈이 제때에 나타난 덕에 민승현은 그녀에게 아무 짓도 하지 못했다.만약 평소 같았으면 그녀는 상황을 설명했을 거다.이미 민도준의 애인으로 지내는 동안 민승현이 자기 몸에 손대지 못하게 하겠다고 약속까지 했으니까.하지만 방금 전 “바람 소동”으로 민승현과 실랑이를 벌이고 난 뒤라 권하윤은 힘이 남아나지 않았다.게다가 눈앞에 있는 모든 일의 원흉에 대한 원망을 숨길 자신도 없었다. 어째 됐건 그녀가 살아남기 위해 전전긍긍하고 있을 때 민도준은 권희연의 시중을 받으며 즐기느라 그녀를 나 몰라라 했으니까.하지만 원망이 쌓여 참을 수 없게 되자 권하윤은 겨우 입을 열었다.“그러는 민 사장님은 왜 저를 차 안으로 불러들였어요? 희연 언니가 만족시켜주지 못해 욕구불만인가 봐요?”의외의 대답에 잠시 놀란 표정을 짓던 민도준은 이내 재밌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하, 이젠 말대꾸도 할 줄 아네?”민도준은 말하면서 권하윤의 턱을 쥐고 있던 손에 힘을 주었다. 순간 뼈가 부서지는 듯한 고통이 느껴지자 권하윤은 표정을 찡그리더니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입술을 깨물었다. 그런 그녀가 조금도 안쓰럽지 않은지 민도준은 그녀를 자기 앞으로 끌어당겼다.“나한테 뭐라고 약속했어?”눈을 내리깐 민도준은 권하윤의 목에 난 손자국을 바라보면서 콧방귀를 뀌었다.“아주 격렬했나 봐. 말해 봐. 민승현이 나랑 뭐가 다른지.”“다를 거 없던 데요.”이를 악물며 내뱉은 권하윤의 말에 민도준은 혀끝으로 볼살을 밀더니 서늘한 미소를 지었다.“그래, 다를 거 없단 말이지? 그럼 한 번 더 해도 괜찮겠네?”민도준의 말투는 전혀 농담 같지 않았다. 그걸 바로 눈치챈 권하윤은 번쩍 정신이 들었다.하지만 민도준은 이미 차를 길 옆에 세웠다. 만약 여기서 뭘 하기라도 하면 내일 뉴스에 커다랗게 실릴 게 뻔했다.그제야 권하윤은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부드러운 말투로 민도준을 달랬다.“도준 씨, 저 방금 홧김에 아무 말이나 막 한 거예요. 저 민승현이랑…….”말을 채 끝맺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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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화 민도준의 검사
아직 시동이 걸리지 않은 차를 힐끗 보더니 민도준은 느긋하게 대답했다.“아니, 여기로 오고 싶은 모양인데?”권하윤은 당장 울음을 터뜨리고 싶은 심정이었다.오늘 민승현 하나 상대하느라 이미 충분히 스트레스를 받았기에 또 한 번 더 그런 고생을 하고 싶지 않았다.때문에 한껏 누그러든 태도로 민도준에게 부탁했다.“민 사장님, 도준 씨, 제발 언니더러 가라고 하면 안 돼요?”“지금 나한테 비는 거야?”“네, 이렇게 빌게요.”“성의가 없어 보이는데.”민승현은 권하윤의 목덜미에 놓인 손에 힘을 주었다.“난 나를 배신한 사람 도와주고 싶지 않은데.”“아니에요.”상황이 이렇게 되자 권하윤은 할 수 없이 솔직하게 털어놨다.“저 민승현이랑 아무 짓도 안 했어요.”“그래? 어떻게 믿지?”밖의 상황을 볼 수 없는 권하윤은 이미 초조함이 극에 달했고 권희연이 벌써 이쪽으로 걸어와 다음 순간 이 상황을 발견할 거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윽고 조급한 나머지 생각도 거치지 않고 말을 내뱉었다.“믿기지 않으면 검사하면 될 거 아니에요!”민도준은 그 말을 들은 순간 악의적인 미소를 지었다.“약속 지켜.”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재촉하려고 하던 그때, 권하윤의 귓가에 갑자기 자동차 엔진 소리가 들려왔다.‘언니가 이 차로 오고 있는 거 아니었나? 왜 갑자기 엔진 소리가 들리지? 설마…….’권하윤은 뭔가 잘못됐음을 인식하고 민도준의 속박에서 벗어나 고개를 들었다.그때 마침 권희연이 차를 몰고 주차장을 빠져나가는 소리가 들려왔다.“저 속인 거예요?”권하윤은 분노에 찬 눈빛으로 고개를 홱 돌렸다.하지만 민도준은 오히려 일말의 미안함도 없는 얼굴로 대답했다.“내가 뭘 속였다는 거야?”권하윤은 심장이 후들거려 한참 동안 진정했다. 그리고 순간 민도준의 곁에 한시라도 더 있다간 살인하고 싶은 충동을 멈출 수 없을까 봐 차 문을 열려고 손을 뻗었다.하지만 문 손잡이를 잡기도 전에 다시 남자의 손에 잡혔다.“어디 가?”“집에요!”‘건드릴 수 없다면 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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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화 외박
그 뒤로 이어진 검사는 상상을 초월하여 권하윤은 수치스러운 나머지 벽에 머리를 박고 죽어버리고 싶었다.이렇게 하면 모든 게 끝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민도준은 그녀를 욕실로 끌고 가 불합격이라고 결론지은 부위를 깨끗이 씻겨줬다.하지만 거친 손길은 마치 그녀에게 벌을 내리는 것만 같았다.욕실 안 유리에 희뿌연 수증기가 점차 끼더니 조금씩 커졌다 물방으로 되어 흘러내리기를 반복했다.그리고 옆에 놓인 욕조로 물이 폭포처럼 흘러내렸다.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관계가 어느새 겨우 끝났다.“웅-”헤어드라이기의 바람 소리에 정신을 잃었던 권하윤은 잠에서 깨어났다. 어렵사리 베개에 머리를 붙였더니 잠을 방해하는 소리에 권하윤은 짜증이 치밀었다.하지만 힘들고 졸려 방해받고 싶지 않은 그녀는 머리를 베애 아래에 파묻으며 중얼거렸다.“시끄러.”베개 너머에서 들려오던 소음이 잠깐 멈추어 겨우 다시 잠들까 하던 그때 웬 커다란 손이 그녀의 머리를 빼냈고 소음은 다시 그녀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하지만 너무 힘든 나머지 권하윤은 누꺼풀을 들지도 못한 채 “짜증 나”라는 한 마디를 중얼거렸다.다시 잠이 들었다 깨어났을 때 방 안은 이미 캄캄했다.권하윤은 반응한 뒤에야 여기가 민도준의 개인 별장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머리맡에 놓인 시계를 보니 시간은 벌써 새벽이 다 되어갔다.어렵사리 민승현을 진정시켰는데 만약 그녀가 외박까지 했다는 걸 알면 분명 또 화를 낼 게 뻔했다.힘든 몸을 일으켜 세우며 돌아가려고 하던 그때, 허리가 갑자기 조여왔다.‘응? 잠깐만. 이거…….’권하윤은 뻣뻣하게 고개를 돌렸다.그러자 침대의 절반을 차지한 채 그녀의 허리에 팔을 두르고 자고 있는 민도준의 모습이 보였다.그가 곁에 있는 걸 확인하는 순간 권하윤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몇 번이나 함께 몸을 섞었지만 잠까지 함께 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몸이 굳어 움직이지 못한 데다가 민도준의 잠을 방해라도 할까 봐 할 수 없이 다시 잘이에 누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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