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의 모든 챕터: 챕터 121 - 챕터 130

1514 챕터

제121화

”참, 지수는 왜 안 왔어?”예수진이 송문수에게 물었다.송문수가 대답하기 전에 하도경이 끼어들었다.“문수가 있는 자리에 하지수가 오는 걸 봤어?”“그럼 왜 지수와 결혼했어?”예수진이 못마땅해하며 물었다.“그건 본인한테 물어봐.”하도경은 어깨를 으쓱하며 저도 모른다는 태도를 표시했다.송문수가 대수롭지 않게 웃었다.“정략결혼이다. 이제 알겠어?”“남자는 다 개자식이야.”예수진은 대놓고 경멸했다.사촌 오빠 덕분에 몇몇 사람과 꽤 사이 좋게 지냈다. 하지만 하지수와 송문수의 결혼에 있어 전적으로 하지수 편에 섰다.“그렇게 말하면 안 되지.”하도경이 엄숙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바로잡았다.“우리 셋은 그런 남자가 아니야. 현경은 비록 아들이 있지만 그동안 여자한테 얼씬도 하지 않아서 몸이 아주 깨끗해. 지원은 더 말할 것도 없지. 그 흔한 여친도 없으니 순결하기 짝이 없고, 이 도련님은 겉보기엔 주변에 여자들이 많아도 감히 이 오빠를 감당할 여자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단다.”“뭐래!”예수진은 듣는 척도 하지 않았다.“예수진, 너 점점 이 오빠들을 우습게 본다?”하도경이 꾸짖었다.“술도 이기지 못하면서!”“요것 봐라!”예수진의 도발에 하도경은 뚜껑이 열렸다.“오늘 밤에 취하면 이 오빠가 괴롭혔다고 탓하지 마.”“꿈 깨. 평소에도 이기지 못했으면서, 오늘은 이연 언니가 내 옆에서 흑기사 해줄 거니까 일찌감치 포기해.”“이연은 술 안 마실 거야.”육현경이 불쑥 말을 던지자 예수진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왜?”“아무튼 마시면 안 돼. 마시고 싶으면 너희들끼리 마셔.”예수진은 너무나 불쾌했다.소이연은 옆에서 조금 난처했다. 예수진과 몇몇 남자들 사이가 좋은 것이 눈에 확 띄었다. 육현경이 예수진을 데리고 종종 친구들과 놀았던 것 같다. 그런 육현경이 갑자기 자신을 두둔해 나서니 예수진이 불쾌한 건 당연하다 여겼다.소이연이 다급하게 해명했다.“내가 귀를 다쳐서 의사 선생님이 당분간 술을 끊으라고 했어요.”“귀를 다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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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화

방금 하도경과 너무 급하게 마셔서 속이 울렁거렸다.계속 이렇게 마시다간 무슨 실수를 할지 상상이 안 되었다.“괜찮아요?”소이연이 걱정스럽게 물으며 따뜻한 물을 건넸다.“급하게 마시면 위가 나빠져요.”“고마워요.”예수진이 물컵을 받았다.소이연의 걱정스러운 말투에 감동하여 저도 모르게 진심을 말해버렸다.“소이연 언니, 정말 좋아해요.”그 말에 소이연의 가슴이 움찔했다.“하지수라고 알아요?”“알아요, 저번에 같이 밥 먹었잖아요.”“내 절친 중 한 명이에요.”예수진이 진지하게 말했다.“오늘부터 내게 절친 한 명이 더 생겼어요.”소이연이 어떻게 반응해야 될지 몰라 애먼 입술을 깨물었다. 솔직히 예수진이 자신을 어떻게 대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진심으로 대하기 때문에 마음이 더 복잡하고 고민이 되었다.소이연이 시선을 돌려 술잔을 기울이고 있는 육현경을 바라보았다.더는 미루지 말고 오늘 저녁에 다 말할 작정이다.식사가 끝난 뒤에도 흥이 쉽게 가시지 않는지 하도경이 한사코 노래방으로 가자고 난리를 쳐서 16층 노래방으로 갔다.VIP 룸을 잡고 일행이 들어갔다. 대여섯 명이 놀기엔 좁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여유롭지도 않았다. 그저 인테리어만 과하게 화려했다.하도경은 워낙 외향적인 데다 술까지 마셔서 더욱 흥을 주체하지 못했다.제일 먼저 마이크를 잡고 혼자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기 시작했다.예수진도 술김에 흥이 나서 하도경의 마이크를 빼앗으며 노래를 불렀다.두 사람은 마치 어린 아이처럼 정신없이 뛰며 놀았다.“재미없으면 먼저 데려다 줄게.”육현경이 술 냄새를 풍기며 말했다.“아니야.”소이연이 고개를 가로저었다.다들 한창 흥이 나서 놀 때 주인공인 육현경이 자신과 나가버리면 분위기가 썰렁해질 것이 뻔했다.“가고 싶으면 얘기해. 내가 데려다줄게.”육현경이 중얼거리듯 계속 말했다.“내가 어떻게 사는지 보여주고 싶었어.”소이연은 가슴이 뜨끔했다.육현경이 몸을 일으켜 계지원 옆으로 걸어갔다.남자들끼리 또 마시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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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화

음악이 흘러나오자 소이연이 감미로운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그 순간 술을 마시던 사람들이 소이연의 노랫소리에 전부 행동을 멈추었다.소이연의 노래 실력에 다들 깜짝 놀랐다.예수진이 귀를 어루만졌다.“가수해도 되겠어. 나보다 더 잘 부르는데?”“너 연기과 아니었냐?”하도경이 일깨워주었다.“멀티로 발전하면 안 되나?”“노래는 잘 부르는데… 가사가 좀…”하도경이 육현경에게 물었다.“뭘 암시하는데?”육현경이 눈을 질끈 감았다.“무슨 생각하는 거야? 그냥 노래야. 설마 우리 오빠가 제3자라고?”예수진은 어이가 없었다.“…”하도경이 급하게 선을 그었다.“난 아무 말도 안 했어.”한 곡이 끝나자 다들 박수를 보냈다.소이연은 노래에만 집중하느라 옆에서 다들 열심히 듣고 있었다는 걸 눈치채지 못했다.박수소리에 왠지 쑥스러워 부랴부랴 마이크를 놓고 화장실로 들어가버렸다.친하지 않는 사람들 앞에서 어쨌든 마음 놓고 부를 수 없었다.게다가 마지막일지도 모른다.육현경에게 확실하게 말한 뒤 이들과 더는 만날 일도 없을 테니까.소이연이 마음을 가라앉히고 화장실 문을 열었다.문 앞에 육현경이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집에 데려다 줄게.”자신이 어색하고 불편한 걸 눈치챈 모양이다.“육현경.”소이연이 용기를 내서 말했다.“할 말이 있어.”“응?”육현경이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술을 마신 탓인지 눈 앞이 흐려서 왠지 평소보다 더 가깝게 느껴졌다.“우리 헤어지자.”소이연이 애써 차분하게 말했다.육현경의 늘어뜨린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렸다.무뚝뚝한 얼굴에서 왠지 한기가 느껴졌다.하지만 화를 내거나 다그치지 않고 차분하게 말했다.“내가 뭘 잘못했어?”너무 갑작스러웠다.내가 뭘 잘못했지?내 친구들이 마음에 안 들었나? 아니면 내 생활 방식이 마음에 안 들었나?소이연이 더는 사람을 믿지 못하겠다고 해서, 자신의 일상을 보여주기 위해 하도경이 축하해 주겠다고 할 때 허락한 것이다. 이런 방식을 통해서 자신을 이해하고 익숙해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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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화

육현경은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정말 몰랐다.“당신과 예수진, 둘이 사귀는 사이지?”소이연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확실히 말하지 않으면 계속 얽히게 되니까.전에는 이런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다 큰 어른들끼리 적이 아닌 이상 서로 난처하게 지낼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그런데 몇 번이나 거절해도 말 길을 알아듣지 않으니 확실히 짚고 넘어가고 싶었다.순간 육현경의 눈빛이 살짝 흔들리며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충격을 받았는지 한동안 입을 열지 못했다.소이연이 계속 말했다.“내가 아는 예수진은 좋은 여자야. 성격이 털털해서 걱정이긴 하지만 마음씨가 착하고 순수해. 두 사람 사이에 정확히 무슨 사연이 있는지 난 잘 몰라. 어쩌면 그저 각자의 수요에 의해 만날 뿐, 영원히 함께하자는 약속 같은 건 필요치 않은 사이일 수도 있지. 난 수진이가 너한테 좋은 대접을 받을 가치가 있는 여자라고 생각해. 만약 가정을 이루어서 육민에게 엄마를 찾아주고 싶다면 수진은 괜찮은 선택일 거야.”“괜찮긴 하지.”육현경이 인정했다.소이연은 가슴이 조여오듯 괴로웠다.하지만 무시하고 담담하게 받아들였다.산전수전을 겪고 났더니 감정 때문에 받은 상처에 이젠 면역력이 생긴 모양이다.게다가 자신과 육현경 사이는 죽고 못 사는 사이까진 발전하지 않았다.“그래서 당신이 물러나겠다?”육현경이 물었다.“그 때문이 아니야. 그저 두 사람이 잘 어울려서 진심으로 축복해 주고 싶어.”소이연이 진심을 털어놓았다.“우리 둘, 그리고 수진이까지. 앞으로도 친구처럼 지냈으면 좋겠어.”“내가 친구가 부족해 보여?”육현경이 되물었다.“그럼 앞으로 안 보면 되겠네.”소이연이 마지막 말을 던지고 돌아섰다.육현경이 마른 침을 삼키며 싸늘하게 말했다.“소이연, 정말 대범하네.”소이연이 입술을 오므렸다.솔직히 놓아줄 수 없는 것들이 많았다.특히 육민, 두 사람 사이에서 가장 아쉬운 건 육민 뿐이었다.“그렇게 내가 싫어?”육현경이 갑자기 소이연의 손목을 잡았다.소이연이 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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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화

오빠?소이연이 움찔했다.육현경이 품에 안긴 그녀의 움직임을 감지했다.“이리 와.”육현경이 부르자 예수진이 우물쭈물하며 다가왔다.술을 거하게 마셔서 얼굴이 빨개진 데다 걸음걸이마저 휘청거렸다.예수진은 은근히 두려웠다. 그 모습은 마치 잘못을 저질러서 부모님한테 혼날까 봐 잔뜩 겁을 먹은 어린아이 같았다.“오빠, 난 절대 두 사람의 애정 행각을 훔쳐보려고 온 게 아니야. 그냥 쉬가 마려워서.”그녀는 억울하기 그지없었다.소이연은 원래 육현경의 입술을 피하려고 발버둥을 쳤었다.그런데 이 순간 너무나도 난처해서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차마 얼굴을 들 수 없어 육현경의 가슴을 점점 파고들었다.육현경이 소이연의 난처함을 알아차리고 가만히 있으면서 또 물었다.“너 내 할아버지를 어떻게 부르지?”“오빠, 무섭게 왜 이래?”예수진은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크게 떴다.헐, 무슨 연애를 IQ까지 버려가면서 하냐?하지만 육현경의 따가운 시선에 고분고분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외할아버지.”“이연 씨, 이제 나와 예수진의 관계를 알겠지?”육현경이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있는 소이연에게 물었다.방금 육현경이 깨물었던 귓불이 아까보다 더 빨개졌다.소이연은 얼굴을 묻은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아니면 내가 가족증명서까지 보여줄까?”소이연이 재빨리 고개를 가로저었다.예수진이 이상한 눈초리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오빠, 왜 그래?”“아니야, 어떤 사람이 글쎄 내가 양다리…”육현경의 눈동자가 흔들렸다.소이연이 갑자기 고개를 들고 작은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기 때문이다.소이연이 눈빛으로 더는 말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냈다.이렇게 창피한 일을 육현경 외 제3자가 아는 걸 원하지 않았다.육현경이 눈웃음을 쳤다.손바닥에서 육현경의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그 느낌이 마치 따뜻한 입술이 몸에 입맞춤하는 것 같아 얼른 손을 떼었다.두 사람의 엉뚱한 모습을 지켜보던 예수진은 갑자기 호기심이 생겼다.“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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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화

”궁금해서 그래. 어떻게 나와 예수진이 사귄다고 생각하는지 말이야.”육현경이 진지하게 바라보며 물었다. 소이연이 난처해하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좀 풀렸다.소이연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문서인이 잘못 알려줘서 오해했다고 말하면 분명 가만두지 않을 거다.“더 궁금한 건, 정말로 내가 수진과 사귀면서 이연 씨까지 불러, 두 여자를 한 곳에서 만났다고 생각했어? 내가 그렇게 무책임하고 양심 없는 인간으로 보였어?”소이연은 반박하지 못했다.평소 그녀의 냉철한 판단력으로 따져봤어도 절대 의심할 부분이 아니었다.그런데 왠지 모르게 두 사람의 관계를 인정해버렸다. 이제 생각해 보니 정말 어리석은 짓이었다.설마 문서인한테서 멍청이 바이러스가 감염된 건가?아니면…소이연의 가슴이 움찔했다.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한 사람이 한 가지 일에 너무 신경을 쓰면 오히려 가장 원시적인 판단을 잊게 된다.“그래서 그동안 내게 애매한 태도를 보인 거야?”육현경은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또 질문을 던졌다.“그게 나를 거절했던 이유야? 심지어 오늘 내 생일인데 선물도 준비하지 않았어?”그 말에 소이연이 고개를 들었다.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생일 선물에 대해 언급하지 않아서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줄 알았다.그걸 가슴에 묻고 여태 말을 안 한 거야?육현경의 말에 소이연은 부끄러웠다. 용기를 내서 사과하려고 할 때.“됐어.”지금껏 물아붙이던 육현경이 갑자기 따지는 걸 포기해 버렸다.소이연이 눈을 깜박거리며 그를 쳐다보았다.“솔직하게 말했으니 됐다고.”육현경은 자기 입으로 말하고도 한숨을 내쉬었다.충분히 알았으니 사과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었다.그리고 더는 화를 내지 않았다.소이연은 육현경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었다.마음이 넓은 것인지 아니면 자신을 아껴주는 것인지, 아무튼 마지노선이라는 것이 없는 것 같았다.한 번 만난 인연으로 육현경이 이 정도로 자신을 좋아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그리고 자신을 좋아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도 알 수 없었다.“그래도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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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화

소이연과 육현경이 다시 룸으로 돌아갔다.룸에 들어서기 바쁘게 육현경은 하도경에게 끌려 술 마시러 갔다.소이연은 불편하지 않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혼자 노래를 신청해 불렀다.룸에서 각자 알아서 술을 마시거나 노래를 부르며 나름대로 즐겼다.어느새 늦은 밤이 되었다.예수진이 얼마나 마셨는지 소이연의 몸에 눕다시피 기대어 혀꼬부랑 소리를 내며 물었다.“오빠가 방금 언니한테 무슨 짓을 했어요?”“아무 짓도 안 했어요.”소이연이 재빨리 고개를 휘저었다.“정말 아무 짓도 안 했어요?”예수진이 미간을 찡그리며 못 믿겠다는 표정을 지었다.“방금 두 사람이 들어오고 나서 오빠 기분이 확 달라졌어요. 처음엔 억지로 술을 마시더니 지금은 알아서 막 들이붓는데요? 정말 아무 짓도 안 했어요?”도둑이 제 발 저리다고 소이연은 안절부절못했다.“알 것 같아요.”예수진은 마치 지나온 사람처럼 의미심장하게 웃었다.“그런 게 아니에요.”소이연이 다급하게 설명했다.하지만 예수진은 이미 그쪽으로 마음을 굳힌 것 같았다.“그런 건 뭔데요? 오빠 팔뚝에 손톱자국이 있던데. 솔직히 말해 봐요. 오빠 기술이 좋았어요? 역시 잘생긴 사람들은 잘 꼬시죠?”거침없는 말에 소이연의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예수진!”소이연이 허둥대며 해명하려고 할 때 머리 위에서 육현경의 엄숙한 소리가 들렸다.예수진이 흠칫 놀랐다.방금까지 하도경이랑 술을 마시던데 눈이 소이연 몸에라도 달린 거야?“화장실 급해!”예수진이 도망치듯 달려가자 소이연이 참지 못하고 웃었다.육현경을 이토록 무서워할 줄은 몰랐다.그런데 생각해 보면 육현경이 말없이 그저 웃는 모습을 보면 확실히 선뜻 친해지기 쉬운 사람은 아니었다.“가자.”육현경이 소이연에겐 부드럽게 대했다.“저 사람들은?”소이연이 물었다.이미 밤 12시를 넘은 시간이다.“오래 버티지 못할 거야.”육현경이 담담하게 말했다.“당신이 가면 어떡해?”“이미 12시 지났어. 내 생일도 지났으니 더는 주인공이 아니야.”육현경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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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화

계지원도 꽤 마셨으니 일찍 갔겠지.예수진은 소파에 던진 가방을 집어들고 룸에서 나오려고 했다.“우웩!!”그때 룸 화장실에서 누군가 구토하는 소리가 들렸다.잠시 망설이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화장실에 들어가 보았다.계지원이 변기를 부둥켜안고 고통스럽게 오바이트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예수진이 입술을 오므렸다.한 잔 마셔도 취하는 인간이 오버한다 했어. 내일 촬영도 있으면서.똑똑한 예수진은 오늘 저녁에 많이 마실 걸 알고 미리 내일 휴가를 냈다.계지원은 하다하다 담즙까지 토했다.이렇게 고통스러운데 왜 다들 술을 그리 좋아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그래서 부득이한 상황이 아니라면 절대 알코올과 접촉하지 않았다.오랫동안 쭈그리고 앉은 탓인지 일어나자마자 몸이 옆으로 쏠리며 바닥에 넘어질 것 같았다.그때 익숙한 그림자가 다가오더니 아담한 몸으로 낑낑 대며 겨우 그를 부축해주었다.순간 진한 향수 냄새가 계지원의 코를 찌르자 동공이 흔들렸다.“에취!”계지원이 재채기를 심하게 했다. 그는 향수 알레르기가 있었다.향수 냄새가 진할수록 알레르기 반응도 심했다.예수진은 그걸 알고 일부러 진하게 뿌린 것이다. 계지원과 가까이 접촉하는 걸 막기 위해서.오늘 밤 하도경과 술을 마시게 되면 계지원이 알아서 피할 거라 생각했었다.예수진이 계지원을 천천히 내려놓았다.계지원이 연달아 재채기를 하자 그녀가 멀리 떨어져 섰다.“아직 안 갔어?”계지원이 싸늘하게 물었다.그가 찬물로 얼굴을 씻더니 갑자기 몸을 꼿꼿이 폈다.방금 죽을 지경으로 토하던 사람 같지 않았다.“가려던 참이었어요.”“하도경이 너를 데려다 주지 않았어?”계지원이 눈살을 찌푸렸다.하도경이 자기 입으로 예수진을 데려다 주겠다고 해서 시름 놓고 화장실에 들어온 것이었다.“그 정도로 취했는데, 내 발로 가는 게 더 빨라요.”계지원이 깨끗한 물티슈를 몇 장 뽑아서 얼굴과 손에 묻은 물기를 닦아냈다.“가자, 내가 데려다줄게.”계지원이 마신 것을 전부 토해냈으니 별 탈 없어 보이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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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화

택시가 드디어 육 씨 저택에 도착했다.계지원이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벽 쪽으로 달려가 또 구토하기 시작했다.얼마나 토했으면 허리도 제대로 펴지 못했다. 당장 위까지 토해낼 기세였다.“개인 의사를 부를까요?”“에취!”예수진이 다가가기도 전에 계지원이 또 재채기를 했다.구토하면서 재채기까지, 정말 안쓰러워서 도저히 눈 뜨고 봐줄 수 없었다.“의사를 불러 줄게요.”예수진이 뒤로 물러서며 말하고는 집으로 들어갔다.기진맥진한 계지원은 나중에 개인 의사의 부축을 받으며 방으로 들어갔다.예수진이 씻고 나왔을 때 계지원의 방문이 열리고 전등이 켜져 있었다.들어갈까 말까 머뭇거리다 결국 들어갔다.마침 의사가 창백한 얼굴로 침대에 누워 있는 계지원에게 수액을 놓고 있었다.술에 취한 것이 아니라 큰 병이라도 걸린 사람 같았다.계지원은 이미 잠들어 있었다.개인 의사가 예수진을 보더니 공손하게 불렀다.“아가씨.”“상태 어때요?”예수진이 물었다.“술을 무리하게 마셨어요. 오늘 밤에 수액을 맞고 지켜봐야 알아요. 만약 호전되지 않으면 내일 병원에 들러서 다른 위병이 없는지 위내시경을 받아야 합니다.”“그렇게 심각해요?”“계지원 씨는 본래 만성 위염이 있어서 평소 술을 입에 대지 않았어요. 그런데 오늘 과하게 마셔서 몸이 버티지 못하고 있어요.”의사가 주의를 주었다.“앞으로 적게 마시라고 일러주세요.”“네.”예수진이 대답했다.“수액은 언제까지 맞아야 되죠?”“두 시간 정도요.”지금 새벽 1시다. 문제는 내일 계지원은 촬영이 있었다.“제가 옆에서 지키겠습니다. 걱정 마세요. 아가씨.”의사의 말에 예수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방에서 나갔다.방에 돌아와 침대에 누웠지만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았다.머릿속에 온통 계지원이 술을 마시던 모습이 떠올랐다. 그것도 하도경이 예수진과 술을 마시려고 할 때마다 계지원이 술잔을 들었던 것 같았다.예수진이 이불을 뒤집어썼다.제발 내게 어떤 기대도, 어떤 희망도 주지 말라고!…그날 밤.육현경은 소이연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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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화

소이연이 비밀번호를 누르고 문을 열고 들어갈 때까지, 가겠다고 대답했던 남자는 여전히 문 앞에 떡하니 서 있었다.“늦었어. 얼른 가서 쉬어.”소이연이 다시 재촉했다.“알았어.”대답은 성실하게 했지만 몸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소이연이 이를 악물고 문을 닫아버렸다.집에 들어간 뒤, CCTV를 켜 보았다. 육현경이 아직도 문 앞에 서 있는 것이다. 참 어이가 없었다.소이연이 문을 벌컥 열며 물었다.“간다면서?”“갑자기 할 말이 생각났어.”육현경이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생일 선물을 못 받았어.”소이연이 입술을 오므렸다.오늘 밤 헤어질 생각만 하느라 선물을 준비하지 않았다. 괜히 귀찮아지는 게 싫었다.“그냥 간단하게 말로 해도 돼.”육현경이 진지한 표정으로 무언가 암시했다.왠지 그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밤새 이곳에 버티고 서 있을 것 같았다.소이연이 심호흡을 마치고 성큼성큼 육현경 앞으로 다가왔다.그녀가 그의 목을 껴안더니 까치발을 들고 볼에 입을 맞추었다.육현경이 얼떨떨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그 눈빛에 소이연의 얼굴이 뜨거워졌다.“얼른 가.”“의외네. 이연 씨는 몸으로 보상하는 걸 좋아했구나.”육현경이 입꼬리를 올리며 과시했다.술이 깨지 않아서 거슴츠레하던 눈이 갑자기 맑아졌다.“난 생일 축하한다는 말을 할 줄 알았는데.”이득을 봤다고 잘난 체하는 모습에 한 대 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그래도 몸으로 보상하는 게 마음에 들어.”육현경의 목소리가 점점 낮아지자 두 사람의 분위기도 점점 애매해졌다.빨갛던 소이연의 얼굴이 당장 폭발할 것 같이 뜨거웠다.“잘 자.”육현경이 마침내 돌아섰다.소이연은 쾅 문을 닫아버리고 두 손으로 뜨거운 얼굴을 감쌌다.저도 모르게 예수진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오빠가 잘 꼬시죠?’그래, 완전 선수야.대체 얼마나 많은 여자들을 만나면 이 정도로 노련해질 수 있는 거야?…이튿날.어제 저녁에 너무 늦게 잔 데다 불명증까지 더해져 늦은 아침이 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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