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25화

작가: 나설희
오빠?

소이연이 움찔했다.

육현경이 품에 안긴 그녀의 움직임을 감지했다.

“이리 와.”

육현경이 부르자 예수진이 우물쭈물하며 다가왔다.

술을 거하게 마셔서 얼굴이 빨개진 데다 걸음걸이마저 휘청거렸다.

예수진은 은근히 두려웠다. 그 모습은 마치 잘못을 저질러서 부모님한테 혼날까 봐 잔뜩 겁을 먹은 어린아이 같았다.

“오빠, 난 절대 두 사람의 애정 행각을 훔쳐보려고 온 게 아니야. 그냥 쉬가 마려워서.”

그녀는 억울하기 그지없었다.

소이연은 원래 육현경의 입술을 피하려고 발버둥을 쳤었다.

그런데 이 순간 너무나도 난처해서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차마 얼굴을 들 수 없어 육현경의 가슴을 점점 파고들었다.

육현경이 소이연의 난처함을 알아차리고 가만히 있으면서 또 물었다.

“너 내 할아버지를 어떻게 부르지?”

“오빠, 무섭게 왜 이래?”

예수진은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크게 떴다.

헐, 무슨 연애를 IQ까지 버려가면서 하냐?

하지만 육현경의 따가운 시선에 고분고분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외할아버지.”

“이연 씨, 이제 나와 예수진의 관계를 알겠지?”

육현경이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있는 소이연에게 물었다.

방금 육현경이 깨물었던 귓불이 아까보다 더 빨개졌다.

소이연은 얼굴을 묻은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면 내가 가족증명서까지 보여줄까?”

소이연이 재빨리 고개를 가로저었다.

예수진이 이상한 눈초리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오빠, 왜 그래?”

“아니야, 어떤 사람이 글쎄 내가 양다리…”

육현경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소이연이 갑자기 고개를 들고 작은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기 때문이다.

소이연이 눈빛으로 더는 말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렇게 창피한 일을 육현경 외 제3자가 아는 걸 원하지 않았다.

육현경이 눈웃음을 쳤다.

손바닥에서 육현경의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느낌이 마치 따뜻한 입술이 몸에 입맞춤하는 것 같아 얼른 손을 떼었다.

두 사람의 엉뚱한 모습을 지켜보던 예수진은 갑자기 호기심이 생겼다.

“대체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26화

    ”궁금해서 그래. 어떻게 나와 예수진이 사귄다고 생각하는지 말이야.”육현경이 진지하게 바라보며 물었다. 소이연이 난처해하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좀 풀렸다.소이연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문서인이 잘못 알려줘서 오해했다고 말하면 분명 가만두지 않을 거다.“더 궁금한 건, 정말로 내가 수진과 사귀면서 이연 씨까지 불러, 두 여자를 한 곳에서 만났다고 생각했어? 내가 그렇게 무책임하고 양심 없는 인간으로 보였어?”소이연은 반박하지 못했다.평소 그녀의 냉철한 판단력으로 따져봤어도 절대 의심할 부분이 아니었다.그런데 왠지 모르게 두 사람의 관계를 인정해버렸다. 이제 생각해 보니 정말 어리석은 짓이었다.설마 문서인한테서 멍청이 바이러스가 감염된 건가?아니면…소이연의 가슴이 움찔했다.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한 사람이 한 가지 일에 너무 신경을 쓰면 오히려 가장 원시적인 판단을 잊게 된다.“그래서 그동안 내게 애매한 태도를 보인 거야?”육현경은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또 질문을 던졌다.“그게 나를 거절했던 이유야? 심지어 오늘 내 생일인데 선물도 준비하지 않았어?”그 말에 소이연이 고개를 들었다.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생일 선물에 대해 언급하지 않아서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줄 알았다.그걸 가슴에 묻고 여태 말을 안 한 거야?육현경의 말에 소이연은 부끄러웠다. 용기를 내서 사과하려고 할 때.“됐어.”지금껏 물아붙이던 육현경이 갑자기 따지는 걸 포기해 버렸다.소이연이 눈을 깜박거리며 그를 쳐다보았다.“솔직하게 말했으니 됐다고.”육현경은 자기 입으로 말하고도 한숨을 내쉬었다.충분히 알았으니 사과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었다.그리고 더는 화를 내지 않았다.소이연은 육현경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었다.마음이 넓은 것인지 아니면 자신을 아껴주는 것인지, 아무튼 마지노선이라는 것이 없는 것 같았다.한 번 만난 인연으로 육현경이 이 정도로 자신을 좋아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그리고 자신을 좋아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도 알 수 없었다.“그래도 오늘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27화

    소이연과 육현경이 다시 룸으로 돌아갔다.룸에 들어서기 바쁘게 육현경은 하도경에게 끌려 술 마시러 갔다.소이연은 불편하지 않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혼자 노래를 신청해 불렀다.룸에서 각자 알아서 술을 마시거나 노래를 부르며 나름대로 즐겼다.어느새 늦은 밤이 되었다.예수진이 얼마나 마셨는지 소이연의 몸에 눕다시피 기대어 혀꼬부랑 소리를 내며 물었다.“오빠가 방금 언니한테 무슨 짓을 했어요?”“아무 짓도 안 했어요.”소이연이 재빨리 고개를 휘저었다.“정말 아무 짓도 안 했어요?”예수진이 미간을 찡그리며 못 믿겠다는 표정을 지었다.“방금 두 사람이 들어오고 나서 오빠 기분이 확 달라졌어요. 처음엔 억지로 술을 마시더니 지금은 알아서 막 들이붓는데요? 정말 아무 짓도 안 했어요?”도둑이 제 발 저리다고 소이연은 안절부절못했다.“알 것 같아요.”예수진은 마치 지나온 사람처럼 의미심장하게 웃었다.“그런 게 아니에요.”소이연이 다급하게 설명했다.하지만 예수진은 이미 그쪽으로 마음을 굳힌 것 같았다.“그런 건 뭔데요? 오빠 팔뚝에 손톱자국이 있던데. 솔직히 말해 봐요. 오빠 기술이 좋았어요? 역시 잘생긴 사람들은 잘 꼬시죠?”거침없는 말에 소이연의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예수진!”소이연이 허둥대며 해명하려고 할 때 머리 위에서 육현경의 엄숙한 소리가 들렸다.예수진이 흠칫 놀랐다.방금까지 하도경이랑 술을 마시던데 눈이 소이연 몸에라도 달린 거야?“화장실 급해!”예수진이 도망치듯 달려가자 소이연이 참지 못하고 웃었다.육현경을 이토록 무서워할 줄은 몰랐다.그런데 생각해 보면 육현경이 말없이 그저 웃는 모습을 보면 확실히 선뜻 친해지기 쉬운 사람은 아니었다.“가자.”육현경이 소이연에겐 부드럽게 대했다.“저 사람들은?”소이연이 물었다.이미 밤 12시를 넘은 시간이다.“오래 버티지 못할 거야.”육현경이 담담하게 말했다.“당신이 가면 어떡해?”“이미 12시 지났어. 내 생일도 지났으니 더는 주인공이 아니야.”육현경은 당연하다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28화

    계지원도 꽤 마셨으니 일찍 갔겠지.예수진은 소파에 던진 가방을 집어들고 룸에서 나오려고 했다.“우웩!!”그때 룸 화장실에서 누군가 구토하는 소리가 들렸다.잠시 망설이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화장실에 들어가 보았다.계지원이 변기를 부둥켜안고 고통스럽게 오바이트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예수진이 입술을 오므렸다.한 잔 마셔도 취하는 인간이 오버한다 했어. 내일 촬영도 있으면서.똑똑한 예수진은 오늘 저녁에 많이 마실 걸 알고 미리 내일 휴가를 냈다.계지원은 하다하다 담즙까지 토했다.이렇게 고통스러운데 왜 다들 술을 그리 좋아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그래서 부득이한 상황이 아니라면 절대 알코올과 접촉하지 않았다.오랫동안 쭈그리고 앉은 탓인지 일어나자마자 몸이 옆으로 쏠리며 바닥에 넘어질 것 같았다.그때 익숙한 그림자가 다가오더니 아담한 몸으로 낑낑 대며 겨우 그를 부축해주었다.순간 진한 향수 냄새가 계지원의 코를 찌르자 동공이 흔들렸다.“에취!”계지원이 재채기를 심하게 했다. 그는 향수 알레르기가 있었다.향수 냄새가 진할수록 알레르기 반응도 심했다.예수진은 그걸 알고 일부러 진하게 뿌린 것이다. 계지원과 가까이 접촉하는 걸 막기 위해서.오늘 밤 하도경과 술을 마시게 되면 계지원이 알아서 피할 거라 생각했었다.예수진이 계지원을 천천히 내려놓았다.계지원이 연달아 재채기를 하자 그녀가 멀리 떨어져 섰다.“아직 안 갔어?”계지원이 싸늘하게 물었다.그가 찬물로 얼굴을 씻더니 갑자기 몸을 꼿꼿이 폈다.방금 죽을 지경으로 토하던 사람 같지 않았다.“가려던 참이었어요.”“하도경이 너를 데려다 주지 않았어?”계지원이 눈살을 찌푸렸다.하도경이 자기 입으로 예수진을 데려다 주겠다고 해서 시름 놓고 화장실에 들어온 것이었다.“그 정도로 취했는데, 내 발로 가는 게 더 빨라요.”계지원이 깨끗한 물티슈를 몇 장 뽑아서 얼굴과 손에 묻은 물기를 닦아냈다.“가자, 내가 데려다줄게.”계지원이 마신 것을 전부 토해냈으니 별 탈 없어 보이긴 해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29화

    택시가 드디어 육 씨 저택에 도착했다.계지원이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벽 쪽으로 달려가 또 구토하기 시작했다.얼마나 토했으면 허리도 제대로 펴지 못했다. 당장 위까지 토해낼 기세였다.“개인 의사를 부를까요?”“에취!”예수진이 다가가기도 전에 계지원이 또 재채기를 했다.구토하면서 재채기까지, 정말 안쓰러워서 도저히 눈 뜨고 봐줄 수 없었다.“의사를 불러 줄게요.”예수진이 뒤로 물러서며 말하고는 집으로 들어갔다.기진맥진한 계지원은 나중에 개인 의사의 부축을 받으며 방으로 들어갔다.예수진이 씻고 나왔을 때 계지원의 방문이 열리고 전등이 켜져 있었다.들어갈까 말까 머뭇거리다 결국 들어갔다.마침 의사가 창백한 얼굴로 침대에 누워 있는 계지원에게 수액을 놓고 있었다.술에 취한 것이 아니라 큰 병이라도 걸린 사람 같았다.계지원은 이미 잠들어 있었다.개인 의사가 예수진을 보더니 공손하게 불렀다.“아가씨.”“상태 어때요?”예수진이 물었다.“술을 무리하게 마셨어요. 오늘 밤에 수액을 맞고 지켜봐야 알아요. 만약 호전되지 않으면 내일 병원에 들러서 다른 위병이 없는지 위내시경을 받아야 합니다.”“그렇게 심각해요?”“계지원 씨는 본래 만성 위염이 있어서 평소 술을 입에 대지 않았어요. 그런데 오늘 과하게 마셔서 몸이 버티지 못하고 있어요.”의사가 주의를 주었다.“앞으로 적게 마시라고 일러주세요.”“네.”예수진이 대답했다.“수액은 언제까지 맞아야 되죠?”“두 시간 정도요.”지금 새벽 1시다. 문제는 내일 계지원은 촬영이 있었다.“제가 옆에서 지키겠습니다. 걱정 마세요. 아가씨.”의사의 말에 예수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방에서 나갔다.방에 돌아와 침대에 누웠지만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았다.머릿속에 온통 계지원이 술을 마시던 모습이 떠올랐다. 그것도 하도경이 예수진과 술을 마시려고 할 때마다 계지원이 술잔을 들었던 것 같았다.예수진이 이불을 뒤집어썼다.제발 내게 어떤 기대도, 어떤 희망도 주지 말라고!…그날 밤.육현경은 소이연을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30화

    소이연이 비밀번호를 누르고 문을 열고 들어갈 때까지, 가겠다고 대답했던 남자는 여전히 문 앞에 떡하니 서 있었다.“늦었어. 얼른 가서 쉬어.”소이연이 다시 재촉했다.“알았어.”대답은 성실하게 했지만 몸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소이연이 이를 악물고 문을 닫아버렸다.집에 들어간 뒤, CCTV를 켜 보았다. 육현경이 아직도 문 앞에 서 있는 것이다. 참 어이가 없었다.소이연이 문을 벌컥 열며 물었다.“간다면서?”“갑자기 할 말이 생각났어.”육현경이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생일 선물을 못 받았어.”소이연이 입술을 오므렸다.오늘 밤 헤어질 생각만 하느라 선물을 준비하지 않았다. 괜히 귀찮아지는 게 싫었다.“그냥 간단하게 말로 해도 돼.”육현경이 진지한 표정으로 무언가 암시했다.왠지 그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밤새 이곳에 버티고 서 있을 것 같았다.소이연이 심호흡을 마치고 성큼성큼 육현경 앞으로 다가왔다.그녀가 그의 목을 껴안더니 까치발을 들고 볼에 입을 맞추었다.육현경이 얼떨떨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그 눈빛에 소이연의 얼굴이 뜨거워졌다.“얼른 가.”“의외네. 이연 씨는 몸으로 보상하는 걸 좋아했구나.”육현경이 입꼬리를 올리며 과시했다.술이 깨지 않아서 거슴츠레하던 눈이 갑자기 맑아졌다.“난 생일 축하한다는 말을 할 줄 알았는데.”이득을 봤다고 잘난 체하는 모습에 한 대 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그래도 몸으로 보상하는 게 마음에 들어.”육현경의 목소리가 점점 낮아지자 두 사람의 분위기도 점점 애매해졌다.빨갛던 소이연의 얼굴이 당장 폭발할 것 같이 뜨거웠다.“잘 자.”육현경이 마침내 돌아섰다.소이연은 쾅 문을 닫아버리고 두 손으로 뜨거운 얼굴을 감쌌다.저도 모르게 예수진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오빠가 잘 꼬시죠?’그래, 완전 선수야.대체 얼마나 많은 여자들을 만나면 이 정도로 노련해질 수 있는 거야?…이튿날.어제 저녁에 너무 늦게 잔 데다 불명증까지 더해져 늦은 아침이 되어서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31화

    유백희는 자신의 아들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소승영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유백희 앞에서 언성을 높인 적이 없었다.그녀의 말에 토 한 번 단 적 없는 소승영이었는데…지금 그는 병원에서, 그것도 의사와 간호사들 앞에서 그녀를 손가락질까지 하면서 욕을 했다.그녀는 자신이 나이를 먹고서 아들한테 욕먹는 것이 수치스러웠다.“네가 감히 내 앞에서 언성을 높여?”유백희는 이런 대우를 받은 것이 처음이라 그런지 눈시울이 붉어졌고 소승영을 가리키던 손도 덜덜 떨렸다.소승영은 분노한 상태였기에 유백희의 감정 따위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만약 소이연이 일을 벌여서 소씨 그룹의 이미지에 영향을 주고 장안시 “효자”라고 불리던 그의 명예를 실추시키지 않는다면 유백희가 감옥에 들어가든 말든 그가 알 바 아니었다.소승영은 소이연만 생각하면 화가 치밀어 올랐다.“어머니가 알아서 하세요!”소승영은 이 말을 끝으로 성큼성큼 걸어나갔다.유백희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녀는 아들이 자신을 병원에 내버려 둔 채 떠나가는 뒷모습을 믿기지 않는 듯 멍하니 바라보았다.“어머니.”양화랑도 함께 병원에 왔는데 유백희와 소승영이 싸우는 것을 보고는 다급히 말렸다.“승영 씨 마음도 좀 이해해 주세요. 요즘 소씨 그룹 때문에 바쁜 사람인데 어머니 때문에 경찰서에도 다녀오고 변호사한테도 자문을 신청했어요. 소이연이 합의 보지 않겠다 하면 소이연한테 있는 증거로 어머니는 고의 상해죄로 최고 3년형을 선고받을 거예요. 어머니는 감옥에서 3년이 아니라 1년. 아니, 1달도 버티지 못하실 거예요.”“정말이야?”유백희는 믿지 않았다.그녀는 소이연을 사람 취급한 적이 없었다.소이연이 아주 어렸을 때부터 그녀는 소이연에게 손찌검을 하고 욕했기에 소이연이 그녀한테 반항할 날이 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정말이에요! 승영 씨 말대로 소이연한테 사과하세요. 친손녀니까 어머니와의 정을 생각해서라도 합희할 거예요.”양화랑은 아이를 달래듯 말했다.유백희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소이연에게 머리를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32화

    물어보지도 않고 바로 승낙하다니.소이연은 대화창에 또 무언가를 써 내려갔다.“우리 민이도…”그녀는 머뭇대다가 결국 삭제했고 화장실을 나와서 옷을 갈아입은 뒤에 장 보러 갔다.저녁 준비… 나 혼자서 잘할 수 있겠지? 어렵지 않을 거야.소이연은 식재료를 사 온 뒤, 레시피를 알려주는 앱을 다운로드하고 레시피에 따라 요리하기 시작했다.늦은 저녁.현관문 벨 소리가 울렸다.소이연은 앞치마를 입은 채 현관문으로 달려가 문을 열어주었다.육현경은 검은색 정장 차림에 은색 넥타이를 하고서 꽃다발을 들고 있었는데 아주 정식적으로 차려입은 것 같았고 그의 미모는 여전히 빛나고 있었다.“퇴근하자마자 온 거야.”육현경은 그가 왜 이렇게 입고 있는지 설명했다.소이연은 미소를 지었다.그녀는 단순히 그 이유 때문이 아니란 것을 잘 알고 있었다.“들어와.”소이연은 육현경이 준 꽃다발을 안았고 그에게 슬리퍼를 건네주었다.육현경은 슬리퍼로 갈아 신고 집으로 들어섰다.이 집에서 어딘가 익숙한 향기가 나…반찬 냄새… 말고도 또 뭔가가 있는데.육현경은 식탁에 놓인 여러 접시의 요리를 발견했다.양념갈비찜, 고등어구이, 깐쇼새우, 김치볶음 그리고 삼계탕이었다.어떤 요리를 하고 있었던 모양인데 소이연은 주방에서 바삐 돌아치고 있었다.“내가 도와줄…”육현경은 주방 쪽으로 다가갔다.“아!”소이연은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기름이 그녀에게로 튀었기 때문이다.놀란 소이연은 뒤로 물러났고 그 모습에 육현경은 픽 웃었다.소이연은 늘 침착하고 얌전한 모습이었는데 오늘처럼 진실한 모습은 흔하지 않았다.“아니야. 너 소파에 앉아 쉬고 있어. 다 되었어.”소이연은 제꺽 대답했다.육현경은 난장판이 된 주방을 지그시 바라보았다.잘 썰어놓은 소고기와 준비된 각가지 재료를 보아 소고기 튀김을 하려는 것 같았다.화력이 관건인 요리에 도전하다니… 용기가 가상하군.육현경은 소이연이 실력을 발휘하는 데 방해될까 봐 주방을 나갔다.저렇게 큰 주방에서 기름이 무서워 거실까지 뒷걸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33화

    소이연은 육현경한테 권했다.“얼른 먹어봐.”그녀의 눈빛은 기대감으로 가득 찬 채 반짝이고 있었다.육현경은 젓가락으로 고등어구이를 집었고 우아하게 입에 넣고 음미했다.그의 표정 변화가 선명하지 않아서인지 소이연은 맛있다는 건지 아닌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육현경도 평가하지 않고 묵묵히 음미하다가 갈비찜을 먹어보았다.그러고는 모든 요리를 다 맛보았다.그러더니 이내 와인잔을 들어 와인을 홀짝였다.“맛있어?”소이연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육현경은 천천히 입가에 묻은 양념을 닦아냈다.“괜찮네. 맛있어.”“진짜?”소이연은 곧바로 먹어보려 했다.육현경의 큰 손이 그녀의 손 위에 얹어졌다.소이연은 인상을 찌푸렸다.“음식물 중독은 나 하나로 족해.”육현경은 차분하게 말했다.말을 마친 그는 와인을 마셨다.소이연은 육현경의 말의 뜻을 알아챘다.그녀는 육현경의 손을 뿌리치고 자신이 처음 차려본 음식을 맛보려 했다.소이연은 갈비찜을 먼저 먹어보았다.입에 넣은 순간, 그녀의 작은 얼굴에 다양한 표정이 나타났다.그녀는 제꺽 뱉었다.아니, 갈비찜인데 왜 이렇게 쓰지?소이연의 그런 모습을 본 육현경은 미소를 지은 채 음료를 건네주었다.소이연은 그가 준 음료를 꿀꺽꿀꺽 마셨다.그러고는 육현경을 쳐다보았다.“어떻게 이런 걸 먹은 거야?”“내가 워낙 거절을 못 해서 말이야.”“아…”“사실 소이연 셰프가 해준 라면이 맛있었어.”육현경은 넌지시 건의했다.소이연은 입술을 깨물었다.예수진처럼 직접 만들어서 먹이고 싶었으나 이 요리 실력으로는 도저히 어쩔 수가 없었다.소이연은 식탁에 놓인 요리를 치우고 주방에 가서 라면을 두 봉지 끓였다.그녀는 라면에 와인을 마시는 육현경을 쳐다보았다.잘생긴 사람은 뭘 해도 빛이 나는구나.“미안해. 내가 내 요리 실력을 과대평가했나 봐.”소이연은 고개를 숙인 채 라면을 먹으면서 어색하게 입을 열었다.“괜찮아. 집에 한 사람이라도 요리할 줄 알면 돼.”육현경은 직설적으로 얘기했다.소이연은 아무 말 없이

최신 챕터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471화

    “송승우가 또 수술받으니까 어머님 아버님이 못 버틸 것 같아서 그냥 입 다물고 있은 거잖아. 그렇게라도 응어리 좀 풀라고.”“나 그 정도로 속 깊은 사람 아니야. 그냥 말하기 싫었을 뿐이지.”“난 못 속인다니까.”매번 거짓말을 할 때마다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이는 송문수이기에 하지수는 그가 무슨 마음으로 그랬는지 다 알 수 있었다.“문수 씨는 진짜 좋은 사람이야.”하지수는 송승우보다 송문수가 더 좋은 사람인 것 같았다.물론 송승우도 부모님을 아주 공경했지만 어릴 때부터 사랑을 독차지해온 그는 다 커서도 집안의 관심만 바랐지 집안에는 그 어떠한 공헌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늘 형에게 밀려나 찬밥신세이던 송문수는 항상 부모님 곁을 지키며 집안의 크고 작은 일을 해결하는데 발 벗고 나서곤 했다.“나 이제 잘 거야.”그래서 대견스러워서 한 말인데 송문수는 누군가에게 칭찬을 받는 게 부끄러웠는지 귀가 빨개져서는 욕실로 도망가버렸다.그런 송문수의 뒷모습을 보던 하지수는 자신이 따라온 게 정말 다행이라고 여겨졌다.만약 송문수를 혼자 보냈다면 그는 지금까지도 가족들의 이해를 받지 못한 사실에 괴로워하고 있었을 텐데 하지수 덕분에 조금이나마 나아진 것 같았다.어릴 때부터 모든 사람의 시선은 송승우에게 집중되어있었다, 물론 그 사람들 중에 하지수도 포함이었다.그럼 송문수도 질투하고 부러워할 만도 할 텐데 하지수는 지금껏 단 한 번도 송문수가 송승우의 것을 탐내는 걸 본 적이 없었다.그래서 그 속이 얼마나 문드러졌을까 싶어 하지수는 저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다.하지만 지금은 송승우도 중환자실에 누워있고 시부모님도 아들을 지키겠다고 몸을 혹사시키고 있었기에 하지수가 이런 슬픔에 잠겨있을 때가 아니었다.그래서 그녀는 이런 생각이 일파만파 퍼져나가는 걸 막고자 눈을 감았다 뜨며 모든 일이 제자리로 돌아온 다음에 송문수를 제대로 달려줘야겠다고 다짐했다.샤워를 마친 송문수는 잠을 청하려고 침대에 누웠지만 자신이 정말 잘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은 없었다.눈만 감으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470화

    병원을 나선 송문수가 택시를 잡아타려고 할 때 하지수가 뛰어나오며 그를 불렀다.“문수 씨!”하지수를 본 송문수는 당장이라도 차를 출발시키고 싶었지만 그녀가 아주 다급해 보여서, 그녀에게 욕을 먹더라도 그냥 돌려보내고 싶지는 않아서 문을 연 채로 하지수가 탈 때까지 기다렸다.사실 하지수도 송문수가 저를 기다리지 않고 그냥 가버릴까 봐 걱정됐는데 여전히 멈춰있는 차에 안심하며 빠르게 올라탔다.기분이 나빠서 호텔이든 어디든 가서 혼자 있고 싶어 하는 건 알겠지만 그러다가 연락이라도 안 되면 하지수는 불안해질 수밖에 없었기에 이렇게 따라 나온 거였다.하지수가 차에 앉은 걸 확인한 송문수가 차를 출발시켰고 둘은 정적 속에서 호텔로 향했다.하지수는 몇 번이나 그의 마음을 풀어주려고 말을 걸어보려 했지만 무심히 창밖만 내다보는 송문수에 차마 입을 뗄 용기가 생기지 않아 그저 침묵을 유지했다.송문수에게도 혼자 조용히 생각할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으니.그런데 호텔 방으로 들어오자 송문수는 하지수가 입을 열기도 전에 먼저 말을 꺼냈다.“하지수, 나 욕할 거면 빨리해. 참을 필요 없어. 욕 다 하면 나도 잘 거야.”“뭐?”예기치 못한 말에 하지수가 어리둥절해 하며 묻자 송문수가 말을 이었다.“송승우가 중환자실에서 사경을 헤매고 있는 와중에 잠이나 자겠다는 내가 이해 안될 수도 있지만 나도 어제부터 못 자서 지금 좀 피곤해. 사람이 오랫동안 잠을 못 자도 심장마비로 죽거든.”“나 당신이랑 같이 자러 온 거야. 어제 나도 잘 못 잤어.”“당신이 마음 불편해서 못 잘까 봐 온 거라고. 나는 당신이 안 잔다고 버틸까 봐 그게 더 걱정됐어.”자신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하지수의 반응에 송문수는 눈을 깜빡이며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나도 당신한테 화낼 줄 알았어?”“화내는 게 당연하잖아.”씁쓸한 투로 말하며 시선을 돌리는 송문수에 하지수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어차피 송승우도 언젠가는 알게 될 사실이었어.”그 말을 들은 송문수는 역시나 하지수도 제가 송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469화

    “왜 이래? 왜 갑자기 안 보이는 거야?”눈도 깜빡이지 않고 송승우를 바라보던 허영지는 갑자기 내려진 커튼에 슬픈 눈을 하고 병실을 나서는 간호사에게 물었다.“환자분 쉬셔야 하니까 일단은 다들 돌아가 계세요.”“난 안 가요. 내 아들 옆에 있을 거예요.”“환자분이 가족들 보는 걸 원치 않습니다.”간호사의 입에서 나온 믿기지 않는 말에 허영지는 또 눈물을 터뜨렸다.“왜 우릴 안 보겠다는 거예요? 안에서 혼자 있으면 힘들 텐데...”“환자분한테도 혼자만의 시간을 줘야죠. 무슨 일 생기면 바로 연락드릴 테니까 일단은 돌아가 계세요.”“난 안 가요.”허영지가 고집을 피우자 마찬가지로 송승우 옆에 있고 싶었던 송기명도 움직이지 않았다.“문수 넌 이제 그만 가.”“어젯밤도 샜으니 돌아가서 자.”쌀쌀맞은 엄마의 말투에서 저건 관심이 아니라 타박임을 눈치챈 송문수는 엄마가 저를 보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아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전 호텔에 가 있을게요.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하세요. 바로 올게요.”하지만 송문수의 말에도 허영지는 대답 없이 차가운 등을 보일 뿐이었다.그에 고개를 떨군 송문수는 돌아서기 전 마지막으로 줄곧 허영지의 곁을 지키며 한마디도 않고 있던 하지수를 쳐다보았다.말없이 눈물만 흘리던 그녀도 제가 송승우에게 사실을 말해버렸다고 원망하는 것 같아서 송문수는 결국 씁쓸하게 발걸음을 돌렸다.하지만 하지수는 원망이 아니라 오히려 그런 송문수를 안쓰럽게 쳐다보고 있었다.송문수가 먼저 다리를 잘라냈다는 말을 했을 리가 없다고 믿고 있던 하지수는 그가 해야 할 말을 못하고 혼자 속앓이를 하는 것 같아 입술을 말아 물며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예전의 송문수라면 모르겠지만 함께 일 하면서 봐왔던 송문수는 때와 장소를 가릴 줄 아는 사람이었다.만약 그가 정말 상황파악도 못 하는 사람이었다면 그 큰 회사를 성공적으로 이끌지는 못했을 것이다.혹시라도 너무 속상해서 해명하길 거부하는 것일까 봐 하지수는 용기를 내어 시부모님을 보며 말했다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468화

    의사의 질문에 송문수는 입술을 말아 물며 답했다.“오른쪽 다리가 없다는 걸 알게 됐어요.”“그걸 말하면 어떡합니까! 아직은 회복도 채 안 됐고 그런 큰 충격을 받으면 회복에 지장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 조심하라고 말씀드렸잖아요! 가족분들이 그 정도는 주의해주셔야죠.”의사의 말이 끝나자 허영지도 분노의 화살을 송문수에게로 돌려버렸다.“넌 어쩜 아직도 이러니? 승우가 어떤 상황인지 뻔히 알면서 어떻게 그런 말을 해! 그 나이 먹었으면 할 말 못 할 말 정도는 가려야지. 만약 승우가 너 때문에 잘못되기라도 하면 나도 따라 죽을 거야!”허영지가 목놓아 울자 송기명도 미간을 찌푸린 채로 허영지를 다독이며 말했다.“오늘 일은 나도 실망이다 너한테. 서른 살 넘으면 뒤도 안 보고 일부터 저지르는 버릇은 좀 고칠 줄 알았는데.”가족들의 질타에 해명을 하려던 송문수는 그만 입을 다물어버렸다.어릴 때부터 송승우와 송문수가 싸울 때면 부모님은 늘 송승우의 편만 들어줬기에 송문수는 지금 이 상황에 송승우가 스스로 알아챘다고 한들 저를 믿어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걸 확신할 수 있었다.그래서 입 아프게 더 말하고 싶지도 않았다.“선생님, 그럼 이제 어떡해요?”“애가 제 몸 상태를 알았으니 죽겠다고 하면 어떡해요... 선생님, 우리 아들 좀 살려주세요, 이제 고작 서른 좀 넘은 앤데 미래가 창창한 애를 제가 먼저 보낼 순 없잖아요...”대성통곡을 하는 허영지를 향해 의사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지금은 별문제 없는데 계속 이렇게 우울해하다가 갑자기 이성을 잃으면 그땐 정말 위험할 수도 있어요. 이미 환자분이 본인 몸 상태를 다 알게 됐으니 가족분들은 위로해주면서 환자분이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게 도와주세요.”“우리 아들 국내 최고 연구기관에서 일하는 애예요, 어릴 때부터 1등을 놓친 적이 없던 애라 절대 받아들이지 못할 텐데... 승우가 제 몸 상태를 알게 됐을 때 얼마나 충격이 컸을지만 생각하면 저도 죽을 것 같아요...”“차라리 그냥 내가 다치고 말지,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467화

    장기들은 다 있는 것 같은데 오른쪽 다리에만 느낌이 없는 게 아무래도 불길했다.“형, 진정하라니까.”“마취가 아직 안 풀려서 그런 거야. 마취만 풀리면 정상으로 돌아올 거니까 좀 기다려봐.”“아니야, 아무 느낌도 안 나잖아. 그냥 없어진 것 같아...”송문수의 위로에도 흥분하며 몸을 움직이던 송승우는 점차 제 몸을 주체하지 못했다.지금 송승우는 자신이 다리를 잃었다는 생각에 송문수의 말은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환자의 강한 움직임에 여러 가지 중요한 수치가 변하자 중환자실에서부터 경보음이 울려고 빠르게 뛰어온 의사들은 모니터에 표시된 수치들을 보더니 곧바로 송승우를 수술실로 데려갔다.송승우의 심장박동이 놀라울 정도로 느려진 걸 본 송문수는 깜짝 놀라며 재빨리 의료진들을 도와 송승우를 수술실로 옮겼다.한편 하지수의 거듭되는 설득에 밥을 먹고는 송기명과 허영지는 아들 걱정에 일찌감치 병원으로 나왔는데 때마침 수술실로 뛰어가는 송문수와 침대에 누워있는 송승우를 보게 되었다.위험한 고비는 넘겼다더니 또 무슨 일로 수술실에 가는지 몰랐던 그들은 어두워진 의료진들의 안색을 살피며 놀란 심장을 부여잡았다.마음 약한 허영지가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으려 하자 송기명과 하지수가 그녀를 부축했고 하지수는 괜찮을 거라고 허영지를 다독이며 그녀와 함께 수술실 앞으로 다가갔다.가족들이 온 것도 눈치채지 못한 채 초조하게 문 앞을 서성이던 송문수를 하지수가 나지막하게 불렀다.“문수 씨.”그에 고개를 홱 돌린 송문수는 손을 덜덜 떨고 있었다.아까 의료진들을 도와 송승우를 수술실로 옮길 때 송승우의 손이 그의 손에 닿았는데 그게 사람의 손이라고는 전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차가워서 송문수는 아직도 진정을 할 수가 없었다.“왜 그래, 말 좀 해봐.”“승우, 우리 승우 괜찮은 거지?”하지수는 하얗게 질린 송문수가 걱정됐지만 허영지는 송문수의 안색은 신경 쓰지 못하고 송승우의 안부를 물었다.송문수는 가족들의 질문에 어떻게 답을 해야 할지 몰랐다.송승우가 본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466화

    “너 혼자야?”힘겹게 내뱉은 목소리였지만 그게 너무나도 미약해서 송문수는 송승우에게로 가까이 붙은 채 몸을 숙여야만 그가 뭐라고 하는지 그나마 제대로 들을 수 있었다.“엄마 아빠도 너 걱정했어. 그런데 의사 선생님이 당분간은 면회 못한다고 해서 어제 호텔로 먼저 보냈어. 보고 싶으면 지금 바로 전화할게.”송문수의 말에 괜찮다며 고개를 젓던 송승우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나 많이 다쳤어?”“생명엔 지장 없대, 그런데 교통사고가 워낙 크게 나서 장기들이 많이 손상됐대. 그래서 여기 당분간 있는 건데 최고로 좋은 의료진들만 붙였으니까 걱정 마, 곧 괜찮아질 거야.”“나 얼굴은 멀쩡해?”갑작스러운 질문에 잠시 멈칫하던 송문수는 솔직하게 말해주었다.“얼굴이 붕대로 다 감겨있어서 안 보여.”“눈, 코, 입, 귀는 멀쩡한 것 같아.”“팔다리는 다 있어?”하지만 또다시 들려온 질문에는 곧바로 답을 하지 못하는 송문수였다.이렇게 빨리 저 질문을 받을 줄은 몰랐지만 교통사고에서 깨어난 환자가 가장 궁금해할 게 본인의 목숨과 몸 상태일 테니 송문수도 어느 정도 이해는 갔다.교통사고에서 가장 흔한 후유증이 얼굴 흉터와 장애라서 저런 질문을 하는 건 알겠지만 송문수는 바로 대답을 못 하고 눈을 피하기만 했다.“송문수.”“다 있어.”결국 의사의 당부 때문에 송승우의 회복을 돕고자 거짓말을 하긴 했지만 송문수의 긴장한듯한 반응에서부터 송승우는 무언가 눈치를 챈 듯했다.그 힘든 와중에도 그는 흥분을 한 건지 언성을 살짝 높였다.“너 아까 망설였어.”“거짓말이지?”“아니야. 정말 다 멀쩡해.”“맹세해 그럼.”“맹세할게.”죄책감이 점점 켜졌지만 송승우의 감정변화를 느낀 송문수는 아직은 중환자라 큰 충격은 피해야 하는 송승우를 위해 일부러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그게 거짓말이면 넌 평생 하지수랑 같이 못 있어.”한 자 한 자 힘주어 말하는 송승우에 송문수는 마른 침을 삼켜냈다.제 목숨을 담보로는 맹세할 수 있어도 하지수와의 감정을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465화

    예수진:[그럼 너랑 지수 다 서울에 있는 거야? 아직 병원이야?]예수진:[부모님은 좀 어떠셔? 충격이 크시지?]그들의 문자에 하나하나 답장을 하던 송문수는 점점 더 침울해졌다.누구한테 일어나도 참혹한 비극인데 그 일이 제 형한테 일어났으니 송문수는 어떻게 송승우를 바라봐야 할지 몰랐다.근심 속에서 밤이 깊어지자 하지수가 송문수에게 문자를 보냈다.[자?][아니.][병원에서 잘 수 있으면 어디서 눈이라도 좀 붙여. 문수 씨도 쉬어야지, 어머님 아버님이 못 버티시면 남은 건 당신뿐이야.][알아 나도. 넌 왜 아직 안 자? 시간 늦었는데.][당신이 걱정돼서.][뭐하러 날 걱정해, 난 괜찮아. 송승우가 문제지...]그의 문자에 어떤 말로 답을 해야 할지 몰랐던 하지수는 말을 잇지 못했고 송문수도 그만 대화를 끝내려 했다.[늦었으니까 얼른 자.][응.][나 대신 부모님 좀 잘 챙겨줘, 엄마 아빠 쓰러질까 봐 나 너무 무서워.][내가 계속 옆에 있을 거니까 걱정 마.]핸드폰을 내려놓은 송문수는 중환자실 앞에 놓인 딱딱한 의자에서 밤을 지새웠다.중환자실에서 나온 송승우가 바로 입원할 수 있게 병원에서 VIP 병실을 열어줬지만 송문수는 그 편한 곳도 마다하고 굳이 송승우 옆을 지키고 있었다.아무리 송승우라 해도 이런 곳에 혼자 있으면 무서울까 봐.불편한 잠자리 때문에 아침까지도 제대로 정신을 못 차리던 송문수는 간호사의 친절한 부름에 서서히 눈을 떴다.“보호자분?”잔뜩 충혈된 눈을 하고 몸을 일으킨 송문수는 의아한 눈으로 간호사를 바라보았다.“환자분이 보호자분을 뵙고 싶어 하십니다.”“송승우 씨가요?”중환자실을 가리키며 당황한 듯 묻는 송문수를 향해 간호사가 고개를 끄덕였다.“네, 송문수 씨가 중환자실로 와줬으면 하세요.”“면회 안된다면서요?”“좀 전에 선생님이 또 몸 상태 체크하셨는데 이젠 다 정상수치로 돌아와서 면회 가능하시대요. 대신 시간만 좀 주의해주세요. 아직 몸이 약하셔서 이럴 때는 저희도 환자분 부탁이라면 뭐든 다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464화

    시부모님의 몸 상태를 안 그래도 걱정하고 있던 하지수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송기명은 더욱이 쓰러진 지 얼마 안 된 터라 이렇게 몸을 혹사시키다가는 정말 큰 일이 날 것 같았다.“아버님, 어머님, 여긴 문수 씨한테 맡기도 우린 먼저 호텔에 가 있어요.”하지수의 거듭되는 권유에 송기명과 허영지는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전화하라고 송문수에게 신신당부를 하고 나서야 자리를 떴다.“알겠다니까요. 걱정 마시고 가세요. 제가 입구까지 모셔다드릴게요.”송기명과 허영지를 차에 태운 송문수는 조수석에 앉은 하지수를 바라보았다.모든 감정을 가슴속에 꾹꾹 눌러 담은 채 한마디도 하지 않던 그녀도 송문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두 사람의 눈엔 미련이 가득했지만 누구 하나 먼저 입을 여는 이는 없었다.그렇게 차가 출발하고 방향등이 더 이상 보이지 않을 때가 돼서야 송문수는 다시 병원으로 들어갔다.중환자실 복도에 앉은 송문수는 그제야 정신을 좀 차리고 핸드폰을 켜보았다.역시나 수많은 문자와 부재중 전화가 그의 알림창을 꽉 채우고 있었다.다른 문자는 싹 다 무시한 송문수는 친구들과의 방, 그리고 소이연, 예수진이 함께 있는 단톡방, 이렇게 두 곳에만 답장을 했다.육현경:[대체 무슨 일이야?]계지원:[문수야, 너 무슨 일 있어? 갑자기 아저씨 생신 파티는 왜 취소하는 거야?]하도경:[말 좀 해봐, 전화도 안 받고. 이러다가 다들 답답해 죽겠어, 도대체 무슨 일인데 그래?]또 다른 단톡방에 있던 소이연과 예수진 역시 걱정스러운 문자를 보내왔다.소이연:[문수 씨, 무슨 일 있는 거죠?]예수진:[송문수, 답장 안 해? 기사 보니까 아줌마 안색도 엄청 안 좋던데 무슨 일이 나긴 난 거지?]예수진:[말 좀 하라고 이 자식아!]소이연:[수진 씨 진정해요 일단. 문수 씨랑 지수 씨가 바빠서 답장을 못 하는 것 같은데 급한 일 다 보고 나면 우리한테도 알려줄 거에요.]예수진:[알겠어요, 기다려봐야죠 뭐.]자신의 화면을 가득 채운 문자를 보던 송문수는 손가락을 움직여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463화

    송문수가 사 온 물을 건네도 부모님은 고개만 저으며 손을 모으셨다.그래서 하지수에게 건네자 그녀는 잠시 멈칫하다가 물을 받아들었다.서울에 온 뒤 송씨 일가는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줄곧 자리를 지키며 송승우의 수술이 끝나길 기다렸다가 이번에는 송승우가 눈을 뜨길 기다리고 있었다.하지수는 받아든 물이라 몇 모금 마시기는 했지만 물을 마시면서도 신경은 온통 송승우에게 쏠려있었다.그런데 그때 하지수가 미세하게 움직이는 송승우의 몸을 보게 되었다.너무 아파서인지 아니면 힘이 없어서인지 몸은 미세한 떨림 외에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지만 송승우의 눈이 서서히 떠지고 있어 하지수는 잔뜩 흥분한 채 외쳤다.“승우 오빠 일어났어요!”“문수, 문수야! 얼른 의사 불러와!”하지수의 말에 정신을 차린 부모님이 송문수에게 의사를 데려오라 했고 송문수의 부름을 받고 달려온 의사는 중환자실에서 각종 검사를 진행했다.방음효과가 워낙 좋은 중환자실이라 의사와 송승우의 대화를 듣지 못했던 가족들은 또다시 초조해 났다.한참이나 지나서 중환자실 빠져나오는 의사에 허영지가 다급히 달려가 물었다.“선생님, 저희 아들은 좀 어떤가요?”“방금 검사 진행했는데 생명엔 아무 지장 없습니다. 이제 안심하셔도 돼요.”“하지만 아직 회복이 덜 돼서 여기서 며칠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일반병실로 옮겼다가 세균감염이라도 되면 큰일이거든요.”“알겠습니다, 입원은 며칠 하든 상관없으니까 저희 애 잘만 치료해주세요. 그런데 저희가 들어가서 같이 있어 주는 건 괜찮을까요?”“아직은 들어가지 마세요. 환자분도 방금 깨어나셔서 머리가 어지러울 겁니다. 오늘은 그냥 쉬게 놔두시고 내일 상태 좀 나아지면 그때 들어가 보시게 도와드릴게요.”“감사합니다 선생님!”“아닙니다.”감격 어린 허영지의 말에 의사가 한마디 더 보탰다.“환자가 아직은 본인 몸 상태에 대해서 느끼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내일 면회하실 때도 다리 절단한 사실은 일단 말하지 마세요. 환자 상태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