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여나 차수현이 그날 밤의 수상한 낌새를 눈치챈 게 아닐까라는 생각에 불안했던 유예린은 그녀가 하려던 말이 그날 얘기가 아니라는 생각에 불현듯 계략이 떠올랐다. 커피숍의 CCTV를 보니 마침 그녀들이 앉은 자리를 비추고 있었던 것이다.“그게... 저도 모르겠어요...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정말 모르겠다고요...”불쌍한 척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유예린은 혼신의 연기를 다 했다. “제가 온은수 씨를 알게 된 건 어느날 밤 퇴근하고 집에 가던 길에 술에 취한 괴한을 만났고 그 놈이 절 추행하려는 순간 온은수씨가 절 구해주고 집까지 바래다 줬어요, 그 뒤로 서로 정이들어서 만나게 됐는데, 전 정말 온은수 씨가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어요!”유예린은 억지로 눈물을 짜내려 스스로 허벅지를 꼬집었고 따끔한 통증에 정말로 눈물이 찔끔 나왔다, 세상 처량한 그녀의 표정 연기는 누가 봐도 그녀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유예린의 그럴싸한 설명을 들으며 정말 그럴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 차수현은 고개를 숙이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때 유예린이 그녀한테 다가오더니 갑자기 무릎을 꿇었다. “수현씨, 수현씨도 그랬잖아요, 집안끼리 맺어진 결혼이라 사랑하는 감정이 없다고, 그게 사실이라면 은수씨한테 먼저 이혼하자고 얘기 해줘요, 저 정말 은수씨 사랑해요, 그러니까 저 좀 도와주세요.”유예린이 자신 앞에 무릎을 꿇는 걸 전혀 원치 않았던 차수현은 얼른 그녀를 부축이며 말했다. “예린 씨, 진정하고 일어나요, 사람들이 보면 뭐라고 생각하겠어요!”차수현은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으려 애를 썼지만 유예린의 오바스런 행동에 사람들의 시선은 곧 그들에게 집중되었다.내연녀가 본처와 만나는 장면은 막장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좋은 먹잇감이 될 수밖에 없었으니까 말이다.“아니, 전 안 일어날 거에요, 떳떳하지 못한 사랑이라는 걸 잘 알아요, 하지만 전 정말 은수씨를 사랑해요, 은수씨도 수현씨는 은수씨 타입이 아니라고 했어요, 두 사람은 사랑이 없는 결혼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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