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신히 생각 정리를 마친 한가연은 다시 병실로 돌아갔고 차수현은 얼른 출근하러 가라며 그녀를 독촉했다. “가연아, 얼른 가, 출근해야지, 여긴 의사 선생님이랑 간호사분들도 다 계시니까 난 괜찮아, 나 때문에 네 일이 방해를 받으면 안 되잖아.”한가연은 오늘 하루 연차를 내고 차수현 옆에 같이 있어줄 생각이였지만 이렇게까지 확고한 차수현을 보며 출근하러 가기로 했다. 한가연이 떠난 후 병실에 혼자 남게 된 차수현은 새하얀 병원 천장을 쳐다보며 한참 동안 멍을 때렸다.방금 전 육무진이 했던 말이 너무 의외라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온은수가 자신과 뱃속의 아이를 살리기 위해 이렇게까지 많은 일을 했을 줄은 정말 생각도 못했다. 차수현을 죽도록 싫어하고 심지어 뱃속의 아이한테도 잡종이라며 하찮게 대하던 온은수가 아니였던가? 그런 아이가 없어진다면 차라리 기뻐서 춤이라도 춰야 정상일 텐데.지금 생각해보면 차수현은 단 한 번도 온은수라는 사람을 제대로 파악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그러나 온은수는 좋고 싫은 건 늘 명확한 사람인 건 확실하고 이제 사실을 알게 된 이상 그녀도 결코 모른척 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얼른 휴대폰을 꺼내 온은수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죄송해요, 제가 오해를 했어요. 그날 의사 선생님을 찾아줘서 고마워요.”잔뜩 저기압이 된 얼굴로 회사에 복귀한 온은수는 오자마자 업무 보고를 하러 온 경리와 총감을 된 통 혼냈고 불같이 화를 내는 온은수 앞에서 직원들은 숨쉬는 것 조차 눈치가 보일 정도였다. 다른 직원들도 잔뜩 날이 서있는 대표의 모습을 보며 하나같이 바른 자세로 자리에 앉아있었으며 행여나 성난 사자의 코털을 건드려 자신한테 불똥이 튈까 조바심에 긴장한 분위기였다. 모두가 겁에 질려 숨을 죽이고 있을 때 온은수의 휴대폰이 울렸다.문자 메시지를 스윽 확인하던 온은수의 얼굴이 조금전 울그락 불그락하던 기색과는 달리 조금 진정이 되는듯 싶었다. 차수현 이 여자, 그래도 양심은 있나 보지먹구름이 잔뜩 꼈던 온은수의 얼굴색이 약간
그제서야 정신이 번쩍 든 온은수, 평소 냉철하기로 유명한 온은수도 그 순간만큼은 당황한 나머지 귀까지 빨개졌다.온은수는 유예린에게 일이 있어서 나중에 다시 연락하겠다고 말을 한 뒤 전화를 끊고 얼른 돌아서 방으로 들어갔다.멘탈 붕괴 직전의 차수현도 갑작스레 훅 들어온 온은수와 이 난감한 상황 앞에서 더무 놀란 나머지 몸을 가려야 한다는 생각조차 못한 채 알몸 그 상태를 적나라하게 온은수 앞에서 노출을 했다.방금 전 상황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치자 차수현은 창피한 나머지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쥐 구멍이라도 있으면 무작정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 바로 이런 기분이였다니, 지지리 운도 없지, 하필이면 그런 상황을 겪다니.그러나 잠시 후 차수현은 재빨리 깨끗한 잠옷으로 갈아입었고 그곳에서 한참이나 멍 하니 서있었다, 이 상황에 누가 또 들어온다면 그녀는 정말 창피해서 죽을 것 같았다.옷을 챙겨입은 차수현은 잠옷의 마지막 단추 하나까지 꽁꽁 채워서야 비로소 마음이 놓였다.밖에 서 있던 온은수도 방금 전 장면이 떠오르자 머쓱한듯 침을 꿀꺽 삼켰고 눈동자에는 알 수 없는 아리송한 분위기가 맴돌았다.차수현 이 여자, 시퍼런 대낮에 실오리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으로 방에서 뭘 하자는 거지? 설마 나를 꼬시려는 속셈인 걸까? 한참이 지나서야 온은수는 방에 온 목적이 물건을 챙기기 위함이였음을 인지하고 방문을 열었다.들어가보니 차수현은 이미 옷을 입었고 단정한 자세로 앉아있었다, 표정은 태연한 듯 무척이나 담담했지만 빨갛게 달아오른 귓볼과 목을 보니 여전히 충격이 덜 가신 듯 하다.그 모습을 본 온은수는 갑자기 그녀를 놀리고 싶은 생각이 들어 그녀한테 천천히 다가가 책을 집어들며 말했다. “대낮에 옷을 다 벗고 알몸으로 다니는 취향이 있는 줄은 생각도 못했네.”가까스로 마음의 안정을 찾았던 차수현은 온은수의 말에 또 다시 심장이 빠르게 뛰기시작했고 그녀는 촉촉하게 젖어든 눈을 동그랗게 뜨고 또박또박 말했다. “온은수 씨, 방에 들어올 때는 노크를 먼저 하는
차수현은 요동치는 긴장감을 억지로 누르며 조심스레 방문을 열었다.그 시각 샤워를 금방 마치고 수건으로 머리를 닦고 있던 온은수는 이제야 방에 들어오는 차수현을 보며 익살스레 눈썹을 치켜들었다.조바심과 창피함에 오늘 하루 종일 자신을 피해다닌 그녀임을 잘 아는 온은수는 갑자기 장난끼가 발동했다, 누구 좋으라고? 절대 네 뜻대로 될 수 없지.“와서 나 머리 좀 닦아줘.” 아무렇지 않은 듯 말을 걸어오는 온은수를 보며 차수현은 황당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머리를 닦아달라고? 누가 보면 손이 부러진 줄? 혼자 닦으면 되는 걸 굳이 그녀한테 시키는 걸 보아하니 딱 봐도 일부러 골탕 먹이려는 속셈이다.그녀의 표정에서 황당함을 감지한 온은수는 가늘게 실눈을 뜨며 계속해서 말했다, “왜? 겨우 이 정도 시킨 거 가지고 불만이야?”매우 당당한 온은수를 보며 차수현은 갑자기 주눅이 들었다.생각해보니 온은수는 수술이 급했던 제일 위험한 상황에서 무작정 그녀를 도와줬던 사람인지라 그녀는 이참에 은혜에 보답하는 셈 치고 도와주기로 결심하고 그의 옆으로 다가가 침대에 올라갔다.온은수의 키가 차수현에 비해 머리 하나는 더 컸던 탓에 차수현은 어쩔 수 없이 침대에 무릎을 꿇은 자세로 온은수의 머리를 닦아주었다.행여나 다혈질인 온은수의 심기를 건드릴까 두려웠던 차수현은 최대한 조심스럽게 살살 그의 젖은 머리를 닦아주었다.그러나 그녀는 지금의 자세가 너무 불편하고 힘들었다, 자칫 잘못하다간 온은수의 등에 닿을 수도 있으니까.만약 그런 상황이 실제로 발생한다면 안 그래도 말빨이 센 온은수한테 된통 놀림을 당할 것이 뻔했다, 그런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차수현은 이를 악물고 가까스로 몸의 균형을 유지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차수현은 이미 기진맥진해졌고 급기야 땀까지 흘렸다.온은수도 그녀의 힘이 점점 약해지는 것을 감지하고 눈살을 찌푸리며 그녀에게 한 소리 하려고 하던 참이였는데 몸이 마침 차수현의 몸과 닿았다.등뒤로 느껴지는 짜릿한 촉감에 온은수는 자기도 모르게 오후에
하인은 공손하게 쪽지를 온은수에게 넘겼고 쪽지를 펴 보니 짤막하게 남겨진 메모가 눈에 들어왔다.“은수 씨, 오늘 오후 당신 옆에서 나는 여자의 목소리를 들었어요, 그래서인지 저는 은수씨한테 참 부끄러운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돈도 빽도 뭐하나 볼것 없는 제가 감히 당신을 욕심내면 안된다는 걸 잘 알지만 그렇다고 당당히 나설 수도 없는 숨겨진 여자가 되긴 싫어요, 그래서 전 당신을 떠나려 해요, 행복하세요.”온은수는 주먹을 불끈 쥐고 쪽지를 홱 구겼다, 분명 오후에 차수현의 목소리가 들려 그녀가 오해를 한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지금 전담 기사한테 말도 하지 않고 혼자 걸어서 나갔단 말인가?유예린에게 미안한 생각이 드는 온은수, 어찌 됐든 자신의 목숨을 살린 여자인데 그래서 그녀에게 명분을 주겠다고 약속까지 했는데 이대로 가버리다니.“애들 풀어서 주변을 샅샅이 뒤져.”온은수는 고용인에게 당부한 뒤 곧 윤찬에게 전화를 걸어 지금 당장 유예린의 위치를 추적하라고 지시했다.온은수도 더 이상 손 놓고 기다릴 수 없다는 생각에 별장 근처의 골목들을 다니며 유예린의 행방을 찾기에 급급했다.온은수는 천천히 운전을 했고 거의 포기해야하나 생각할 때 쯤 바로 앞 골목에서 어렴풋이 한 여자의 실루엣이 보였다.온은수는 즉시 차를 세워 그쪽으로 향했고 그제서야 유예린이 발을 절뚝거리며 바깥 쪽으로 걸어가는 걸 보았다.“예린 씨, 왜 혼자 여기까지 왔어요? 발은 또 언제 다친건데요?”그 자리에서 한참을 기다리고 있던 유예린은 온은수의 목소리가 들리자 그제야 안심했고 그녀는 고개 한 번 돌리지 않고 무작정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온은수 씨,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쪽지에 다 남겼으니 충분히 알아들었을 거라 믿어요, 그러니까 저 그냥 가게 내버려두세요.”온은수는 미간을 찌푸린 채 달려가 그녀를 품에 안았다. 유예린은 괜히 애쓰는 척 연기를 하다 급기야 얼굴을 온은수의 품에 파묻었다. “은수 씨, 솔직히 말해줘요, 당신한테 다른 여자 생겼죠? 그런데 왜 또 절
잠시 후 고용인은 온은수의 정장을 가지고 들어왔다, 유예린은 머릿카락 하나를 뽑아 그의 정장 주머니에 넣고 셔츠 옷깃의 위치에 립스틱 자국까지 남긴 뒤 고용인에게 옷을 돌려보냈다.......다음날유예린과 함께 아침을 먹은 뒤 온은수는 운전을 하고 회사로 갔다.회사에 도착했을 때 차수현은 이미 업무를 시작했고 그녀를 본 온은수의 마음이 이상하게 착잡해진다.마치 바람을 피고 들어와서 아내랑 마주한 껄끄러운 기분이였지만 온은수는 그런 생각을 하는 자신이 너무 어이가 없었다.차수현과 찐 부부도 아닌데 게다가 다른 남자의 아이까지 임신한 여자한테 양심의 가책을 느낄 필요는 1도 없었다.그렇게 오전 시간이 지나갔고 점심이 되자 윤찬이 온은수에게 오후 미팅 일정에 대해 안내했다, 시계를 보던 온은수는 차수현에게 책상 정리를 맡긴 뒤 자리를 떠났다.차수현은 사무실에 들어가 책상에 널려있는 서류들을 정리하다가 문득 의자에 걸려있는 온은수의 정장에 눈이 갔다.그녀는 약간 난감한 표정이었다, 온은수의 옷은 거의 다 고가의 명품들인데 이렇게 함부러 널부러져 있는 모습을 디자이너가 봤으면 분명 화가 나 피를 토할 지경일 것이다.차수현은 옷걸이에 걸어두려고 옷을 집어들었고 문득 정장 주머니쪽에 기다란 여자의 머릿카락이 있음을 확인했다.차수현은 곱슬머리에 염색을 한 적이 없는 검은색 머릿카락인데 그의 옷에 묻은 머릿카락은 와인색의 곶은 머리였다, 순간 그녀는 이것이 어젯밤 온은수와 같이 있었던 여자의 머릿카락이라는 확신이 들었다.허탈한 웃음을 짓는 차수현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급 가빠진 숨소리에는 답답한 정서가 다분하다, 정장 여기저기를 뒤져보니 역시나 옷깃에 이미 말라버린 연한 립스틱 자국까지 남아있었다.속으론 부들부들 떨렸지만 겉으론 부자연스럽게 허탈한 웃음만 짓는 차수현, 역시 온은수는 그 여자랑 갈데까지 갔구나.온은수의 옷에 남겨진 흔적들이 뜨겁고 끈적했던 그들의 지난 밤 광경을 고스란히 전달해주고 있다.한 손으론 온은수를 꽉 부여잡은 채 놔주지도 않
온은수은 오후 내내 회사에 돌아오지 않았고 차수현은 칼퇴를 했다.집에 돌아와 씻고 저녁을 다 먹었을 때 즈음 온은수가 집에 돌아왔고 차수현은 한 쪽에 앉아 어제 입었던 옷을 내려놓는 그를 보며 괜히 긴장해서 옷깃을 꽉 쥐었다.그는 분명 나한테 할 말이 있을 꺼야!어젯 밤 그 여자가 가출까지 감행하면서 시위를 했으니 분명 온은수에게 제대로 된 명분을 요구했을 것이며 차수현은 온은수도 더 이상 지체할 필요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온은수는 자신을 주시하는 그녀의 시선을 느꼈는지 약간 일그러진 표정으로 고개를 들더니 뭐하자는 거냐는 눈빛으로 차수현을 쳐다보았다.둘은 1초 간 서로의 눈만 바라보았고 온은수가 먼저 시선을 피했다. “왜 그렇게 빤히 쳐다봐?” 영혼이라곤 1도 없는 딱딱한 그의 목소리. “아니, 저한테 무슨 할 말이 있을 것 같아서요.”이상하리만큼 차분한 온은수의 태도에 차수현은 더 어리둥절해졌고 괜히 지고 싶지 않은 오기가 발동해 똑같이 담담한 태도로 대답했다.“할말 없는데.”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차수현의 모습에 온은수는 설마 그녀가 뭔가를 눈치챈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심기가 불편해진 온은수는 넥타이를 풀고 곧바로 욕실로 향했다.욕실 문이 닫히자 차수현은 미간만 찌푸릴 뿐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어차피 온은수를 닥달해서 당장 결판을 낼 용기도 능력도 없었고 그래봤자 요 며칠 사이에 해결 될 일이라 그녀도 더 조급해하지 않기로 했다.차수현은 이내 마음을 가라앉히고 책을 보며 시간을 보냈고 그때 방에서 휴대폰 벨소리가 울렸다.차수현은 방 구석구석 다 둘러보다가 결국 온은수의 옷 주머니 속에 있던 휴대폰임을 발견했다.그냥 무시하고 넘기려 했지만 전화를 건 사람은 온은수가 받지 않자 끈질기게 계속 전화를 걸어왔고 계속해서 울리는 벨소리에 차수현은 약간 짜증이 났다. 하지만 혹시나 회사에서 온 급한 전화인데 받지 못해서 괜히 일을 그르치면 더 골치 아파질 것 같았다. 차수현은 휴대폰을 들고 욕실 문을 두드렸다. “아까부터
세상 참 좁다는 생각에 허탈감이 밀려온 차수현, 어찌 이런 우연이 다 있지?한 편으로는 수상한 낌새도 보이는 듯 했다, 어딘지 모르게 부자연스러운 이 상황이지만 딱히 뭐가 문제인지 콕 집어 말하기도 어렵다.그래, 혼자 골머리를 앓는다고 해결 될 일이 아니지, 차수현은 곧바로 유예린에게 전화를 해 약속을 잡았다.마침 방에서 뾰로통해있던 유예린은 어제 일로 온은수가 분명 차수현을 내쫓고 그녀를 아내로 맞이할 거라 생각했는데 오늘 상황을 보니 온은수는 전혀 그럴 생각이 없는 듯 했다. 섣불리 행동했다가 괜히 일만 더 복잡하게 만들 것 같아서 유예린은 차마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혼자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전화 벨소리에 그녀는 온은수한테서 온 전화인줄 알고 재빨리 받았지만 상대는 차수현이였다. 유예린은 심장이 두근두근 거려 가까스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수현 씨, 무슨 일로 전화했죠?”“별 건 아니고요, 할말이 있는데 우리 잠시 만날까요?”유예린은 차수현이 이미 눈치를 챈게 아닐까라는 생각에 매우 불안해졌고 대처할 시간이 필요했던 그녀 역시 차수현과 커피숍에서 약속을 잡았다.차수현이 전화를 끊고 곧 커피숍에 도착했고 유예린은 먼저 와 있었다. 차수현은 그녀 앞에 가서 말했다. “미안해요, 제가 좀 늦었죠.”그녀의 말에 유예린은 억지 웃음을 지어보였다, 차수현이 몰고 온 차는 멀리 주차했지만 한 눈에 봐도 엄청 비싸보이는 고급 외제차였다.어쩌면 차수현을 향한 온은수의 태도가 생각보다 좋을지도 모른다, 적어도 차수현한테 물질적인 지원을 팍팍 해주는 걸 보면.유예린은 생각할 수록 조바심이 났다, 특히 차수현이 굽 없는 편한 신발을 신고 메이크업도 하지 않은 생얼로 나온 건 분명 자신을 향한 시위라고 생각했다.마치 온은수의 여자는 바로 나라는 걸 강조함과 동시에 심지어 뱃속의 아이까지 온씨 집안 핏줄임을 과시하는 것만 같았다.차수현은 조심스럽게 자리에 앉았고 문득 유예린의 차갑고 살기어린 시선이 느껴져 약간 섬뜩 했다.한 때는 둘 다 평
행여나 차수현이 그날 밤의 수상한 낌새를 눈치챈 게 아닐까라는 생각에 불안했던 유예린은 그녀가 하려던 말이 그날 얘기가 아니라는 생각에 불현듯 계략이 떠올랐다. 커피숍의 CCTV를 보니 마침 그녀들이 앉은 자리를 비추고 있었던 것이다.“그게... 저도 모르겠어요...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정말 모르겠다고요...”불쌍한 척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유예린은 혼신의 연기를 다 했다. “제가 온은수 씨를 알게 된 건 어느날 밤 퇴근하고 집에 가던 길에 술에 취한 괴한을 만났고 그 놈이 절 추행하려는 순간 온은수씨가 절 구해주고 집까지 바래다 줬어요, 그 뒤로 서로 정이들어서 만나게 됐는데, 전 정말 온은수 씨가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어요!”유예린은 억지로 눈물을 짜내려 스스로 허벅지를 꼬집었고 따끔한 통증에 정말로 눈물이 찔끔 나왔다, 세상 처량한 그녀의 표정 연기는 누가 봐도 그녀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유예린의 그럴싸한 설명을 들으며 정말 그럴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 차수현은 고개를 숙이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때 유예린이 그녀한테 다가오더니 갑자기 무릎을 꿇었다. “수현씨, 수현씨도 그랬잖아요, 집안끼리 맺어진 결혼이라 사랑하는 감정이 없다고, 그게 사실이라면 은수씨한테 먼저 이혼하자고 얘기 해줘요, 저 정말 은수씨 사랑해요, 그러니까 저 좀 도와주세요.”유예린이 자신 앞에 무릎을 꿇는 걸 전혀 원치 않았던 차수현은 얼른 그녀를 부축이며 말했다. “예린 씨, 진정하고 일어나요, 사람들이 보면 뭐라고 생각하겠어요!”차수현은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으려 애를 썼지만 유예린의 오바스런 행동에 사람들의 시선은 곧 그들에게 집중되었다.내연녀가 본처와 만나는 장면은 막장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좋은 먹잇감이 될 수밖에 없었으니까 말이다.“아니, 전 안 일어날 거에요, 떳떳하지 못한 사랑이라는 걸 잘 알아요, 하지만 전 정말 은수씨를 사랑해요, 은수씨도 수현씨는 은수씨 타입이 아니라고 했어요, 두 사람은 사랑이 없는 결혼이라고,
차수현은 반박하지 않고 계속 고개를 숙이고 온은수를 바라보았다.그리고 어르신은 떠났다.잠시 후 온혜정과 유민도 왔는데, 그들은 무사히 돌아와 약간의 찰과상만 입은 유담을 자세히 살펴보다가 또 그를 품에 안고 한참을 울었다.그리고 나서야 그곳에서 구체적으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게 되었고, 온혜정은 들은 다음 마음이 복잡해졌다.그녀는 임미자가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다. 이렇게 되면 그녀도 더 이상 임미자를 미워할 수가 없었다.병실에 들어서자, 온혜정은 차수현이 눈도 깜빡이지 않고 온은수를 바라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수현아.” 온혜정은 작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차수현은 고개를 돌렸다.“엄마, 그는 괜찮아요.”“괜찮으면 됐어.”온혜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차수현 옆에 앉아 그녀의 손등을 두드렸다.“피곤하면 돌아가서 쉬어. 여긴 우리가 있잖아.”차수현은 뒤를 돌아보니 온은서도 온 것을 발견했다.비록 전에 온은수와 불쾌한 일이 많았지만, 이럴 때 그는 오히려 온은수가 죽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다.“나도 알아요…….”차수현은 대답했다. 그녀는 이럴 때 곁에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지탱하며 그녀가 쓰러지지 않도록 도와주고 있는 것을 다행이라고 여겼다.……또 일주일이 지났고, 온은수는 마침내 혼수상태에서 깨어났다.요 며칠, 차수현은 다른 사람들과 번갈아 그를 돌보았는데, 차수현이 머문 시간이 가장 많았다. 매일 이 남자를 돌보는 것 외에 그녀는 또 그의 손을 잡고 그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의 생존 의식을 불태워야 했다.온은수가 깨어났을 때, 그는 차수현이 자신의 침대에 엎드려 잠든 것을 보았고 남자는 손을 내밀어 어렵게 그녀의 머리를 만졌다. 차수현은 순식간에 깨어났다.온은수가 깨어난 것을 보고 그녀는 기쁨에 겨워 눈물을 흘리며 남자를 안고 이리저리 둘러보며 그가 정말 괜찮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서둘러 의사를 불러 온은수에게 검사를 진행했다.검사 결과, 모든 것이 정상이었고, 온은수는 한동안 휴양하면 퇴원할 수 있었다.한 무리
십여 분의 노정은 차수현에게 있어 마치 한 세기가 지난 것 같았다.마침내 병원에 도착하자 문앞에는 이미 들것이 기다리고 있었다. 차문이 열리자 온은수는 들것에 실려 직접 수술실로 옮겨져 응급처치를 받았다.차수현도 따라가서 수술실 입구를 지켰다.……수술실 밖, 어르신도 이 소식을 듣고 달려왔다.다만, 온은수의 상황을 물어볼 겨를도 없이 임미자가 죽었다는 말을 듣고, 그는 벼락을 맞은 듯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어르신은 자신의 귀를 믿지 않으려 했지만, 임미자의 시체를 보러 갈 것이냐는 질문을 받았다.어르신은 망연히 따라갔고, 임미자의 산산조각난 시체를 보고 그는 마침내 믿었다. 줄곧 얼굴에 감정을 나타내지 않는 남자가 목놓아 울었고, 원래 반쯤 하얀 머리카락은 순식간에 하얗게 변했다.그는 하루 만에 자신과 삐진 아내가 아무런 생기도 없는 시체가 되어 영원히 자신에게서 떠날 줄은 도무지 생각하지 못했다.“사모님은 유담 도련님을 구하시기 위해…….”어떤 사람이 사건의 경위를 어르신에게 말했고, 모든 것을 알게 된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가슴은 아파서 숨을 쉴 수 없었지만, 그는 생명의 마지막 순간, 임미자는 틀림없이 만족했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면 충분했다.“미자야, 안심해라. 은수의 아이는 반드시 건강하고 평안하게 자랄 거야. 당신이 한 모든 것은, 그들이 줄곧 기억할 거야…….”……수술실 밖에서 차수현은 오랫동안 기다렸고, 그녀가 자신의 몸이 무감각해졌다고 느꼈을 때, 그 수술 중이란 등불은 마침내 꺼졌다.온은수는 의사에게 밀려나왔고, 차수현은 즉시 앞으로 다가가서 상황을 물었다.“의사 선생님, 그 이는 어떻게 됐나요!”“생명의 위험은 없지만…….”“뭔데요?”“도련님의 다리는 총상을 입은데다 또 심각한 골절을 입어, 회복하더라도 전처럼 돌아갈 수 없을 거예요.”“…….”차수현은 침묵하다가 잠시 후에야 메마른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알았어요.”그녀는 이런 상황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지만, 또 어쩔 수 없이
한 무리의 사람들은 미처 임미자가 사망했다는 사실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또 하나의 흉보를 맞이했다.차수현도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어 그 사람들과 함께 비틀거리며 달려갔다.다행히 온은수가 배치한 사람은 비록 매우 슬프고 이 사실을 믿기 힘들었지만 여전히 자신의 사명을 기억하고 차수현을 부축하며 그녀가 넘어지지 않도록 보호했다.일행이 공장 앞에 도착하자, 활활 타오르는 불길만 보였고, 자욱한 검은 연기는 온 하늘을 칠흑같이 어두컴컴하게 물들였다.차수현은 이 모든 것을 보고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온은수가 이미 불 속에 타 죽었거나 폭사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그녀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수백 수천 번이나 이 남자를 미워했지만, 그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았을 때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첫 번째 생각은 그가 무사하기를 바라는 것이었다.“온은수, 당신은 죽지 않을 거예요…… 당신은 내 뱃속의 아이가 당신을 아빠라고 부르는 것을 들어야 한다고 했잖아요…….”차수현은 중얼중얼 말하면서 말투에 말할 수 없는 슬픔을 띠었다.그녀는 온은수를 찾으러 들어가려 했지만 사람에게 붙잡혔다.“아갔;, 저희가 도련님을 찾으러 들어갈 거예요. 아가씨는 안의 연기를 들이킬 수 없어요. 아이에게 영향을 줄 거예요.”“나더러 이렇게 지켜보고 있으라고요?” 차수현은 멍하니 말했다. 그녀는 문득 자신이 쓸모가 없다고 느꼈다. 이럴 때 그들이 일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그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도련님은 아가씨의 뱃속의 아이의 안전을 가장 중시했으니 만약 아가씨에게 무슨 일 생긴다면 저희도 죽음으로 사죄할 거예요.”사람들이 모두 자신을 막자, 차수현은 한쪽에 서서 그들이 들어가서 기적을 찾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얼마나 지났는지 갑자기 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도련님은 여기에 있어!”공장 앞은 잡초로 뒤덮여 사람들의 시야를 가렸기 때문에, 그들은 한참을 찾고서야 그곳에 누워 이미 혼수상태에 빠진 온은수를 발견했다.온은수를 찾은 사람은 그에게 아직 호
그의 수하는 유담을 찾았으니, 그들은 유담을 보호하여 무사하게 돌려보낼 것이다. 이렇게 하면 그가 이곳에 온 가장 큰 목적은 달성됐으니 그도 잠시 안심할 수 있었다.연설도 이 소리를 들었은데, 대충 무슨 일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유담의 너덜너덜한 옷 밑에 폭탄이 있다는 것을 모를 것이고, 그것을 발견했을 때 또 얼마나 절망적일까?차수현은 자신이 사랑하는 아들이 그녀 앞에서 죽는 것을 지켜볼 뿐만 아니라 아예 그의 피와 살이 터지는 그런 가장 처참한 죽음을 지켜볼 것이다.임신한 그녀는 이런 장면을 보고 그 자리에서 놀라 기절하고 유산하겠지?여기까지 생각하자 연설의 얼굴에는 일그러진 웃음이 떠올랐고, 온은수는 이를 보고 깜짝 놀랐다.그는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또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은수 오빠, 오빠가 생각한 게 맞아요. 그는 당연히 이렇게 쉽게 도망가지 못하겠죠. 그의 몸에는 폭탄이 있으니 나가도 소용없어요.”“너……!”온은수는 갑자기 연설을 죽이고 싶은 마음까지 생겼다. 그는 어떻게 해야만 유담을 무사하게 할 수 있을까?연설은 남자 얼굴의 드러난 절망을 감상하며 그의 얼굴을 살며시 쓰다듬었다.“조금 있으면 폭발하는 소리가 들릴 텐데요…….”이와 동시.유담은 다른 사람에게 안겨 밖으로 달려갔고, 더 빨리 떠나기 위해 그들은 유담의 입에 있는 테이프를 뗄 겨를도 없었다.마침내 차수현 그들이 기다리고 있는 곳에 도착하자, 그들은 유담을 내려놓았고, 그러나 그는 귀신을 본 듯 끊임없이 밖으로 뛰어나갔다.“유담아!” 차수현은 이 상황을 보고 엄청 놀랐다. 유담이는 왜 이러는 것일까?유담은 마침내 자신의 입에 붙은 테이프를 떼어냈다.“엄마, 나한테 시한 폭탄이 있어요. 시간이 얼마 안 남았는데…….”차수현은 눈앞이 캄캄해졌다. 어떻게 이럴 수가?그리고 바로 이때, 몰래 따라온 임미자는 이 말을 듣고 즉시 달려가 유담을 껴안고 그가 입고 있는 너덜너덜한 옷을 찢었고, 그 안에 아직 카운트다운을 하고 있는 폭탄
“올라와요, 그리고 문 앞에 서서 들어오지 말고요, 그렇지 않으면 난 그 녀석을 죽일 거예요.”연설은 갑자기 입을 열더니 더는 총을 쏘지 않았다.온은수는 이렇게 한 걸음 한 걸음 올라갔고, 연설은 옆에 앉아 있는 유담을 바라보았는데, 그를 잡아당긴 후에야 그의 팔에 피가 묻은 것을 발견했다. 아마도 줄곧 밧줄을 갈아서 빠져나가려고 노력했을 것이다.“넌 도망가도 소용없다. 오히려 널 만난 사람은 모두 너 때문에 죽겠지. 만약 차수현이 흥분해서 너를 안고 손을 놓지 않으려 한다면 너희 모자 두 사람은 함께 저승에 가서 다시 가족이 될 수 있어.”연설은 냉담하게 잔인한 말을 하다가 갑자기 칼을 꺼내 유담의 손에 있는 밧줄을 잘랐고, 그 후 발자국 소리가 들려오더니 온은수가 도착했다.연설은 또 총을 들어 온은수의 오른쪽 다리를 향해 총을 쏘았다.온은수는 몸을 비틀거리다 결국 버티지 못하고 한쪽 다리는 무릎을 꿇었다.“이렇게 하면 화가 풀리겠어? 난 지금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네 마음대로 처리해. 유담이 풀어주기만 하면 돼.”온은수는 유담을 바라보며 계속 물었다.연설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온은수를 들어오게 했다.“들어와요, 그리고 난 그를 내보낼 거예요.”온은수는 다리와 어깨를 다쳤기 때문에 더 이상 도망갈 수 없었다. 자신이 상상했던 차수현을 괴롭혀 죽이는 화면과는 다르지만 온은수가 자신과 함께 죽게 할 수 있다면 그것도 좋았다.게다가 연설은 온은수가 차수현을 대신해 자신을 찾아올 수도 있다는 것을 짐작했기 때문에 두 가지 예상을 했었다.차수현이 왔다면 연설은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그녀를 괴롭혀 그녀가 온은수 앞에서 죽게 하고, 온은수로 하여금 평생 연설이라는 사람을 잊을 수 없게 하려 했다.만약 온은수가 왔다면, 그녀는 그와 함께 죽을 것이다. 그녀는 자신이 여러 해 동안 사랑해 온 이 남자가 차수현과 남은 인생 행복하게 살게 하고 싶지 않았다. 차라리 그를 자신과 함께 지옥으로 가도록 하는 게 더 나았다.유담은 이 상황을 보고 끊
차수현은 결국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녀는 자신이 그들에게 폐를 끼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이렇게 온은수는 몇 명의 유력한 조수들을 배치하여 차수현을 보호하라고 한 다음, 기타 몇 명의 가장 믿을 만한 사람들을 데리고 출발했다.온은수는 단독으로 차를 몰고 갔고, 이 사람들은 일부는 안전한 곳에 남아 유담을 기다렸고 남은 사람은 공장을 뒤지며 유담을 찾았다. 그때 유담을 찾으면 누군가가 신호를 보낼 것이다.일을 안배한 후, 온은수는 옷을 갈아입고 스스로 차를 몰고 먼저 떠났고, 다른 사람들은 뒤에서 그를 따라 가면서 거리를 유지하여 연설에게 발견되지 않도록 했다. 그녀는 마음이 급해져서 유담을 해칠 수도 있었다.온은수는 차를 몰고 연설이 보낸 장소로 갔고, 거리가 가까워지면서 그 허름한 공장도 눈에 들어왔다.온은수는 이곳의 환경을 살펴보았는데, 사방에 인가가 없었고, 도처에 무성한 잡초가 자랐는데, 확실히 나쁜 일을 하기에 아주 적합한 곳이었다.온은수은 차를 한쪽에 세운 후 스스로 차에서 내렸다.연설은 위층에서 자동차 소리를 듣고 멀리서 한 번 바라보았는데, 유담도 와서 보려고 발버둥 쳤지만 꽁꽁 묶여 있어 몇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었다.유담은 마음속으로 차수현이 절대 오지 말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다. 연설은 정말 미치광이여서 엄마가 나타난 순간 그녀를 죽일 것이다.그리고 유담은 절망적으로 자신의 몸에 있는 폭탄을 바라보았다. 이것은 센서가 달린 폭탄이었는데, 사람에게서 10초 이상 떠나면 바로 폭발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미 폭발 시간이 설정되어 있었는데, 바로 연설이 그들에게 준 마지막 기한이었다.다시 말하면, 차수현이 와서 유담을 구해도, 그들은 그의 몸에 있는 폭탄을 제거할 수 없었으니 유담은 여전히 죽어야 했다. 그리고 차수현은 헛되이 목숨을 잃을 뿐이었다.연설은 나타난 사람이 온은수인 것을 보고 멍하니 있다가 곧 싸늘하게 웃었다. 온은수는 여전히 그의 애지중지하는 차수현을 위험에 빠뜨리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차라
차수현이 침묵하며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모를 때, 갑자기 밖에서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안 돼, 은수야, 그건 너무 위험해서 안 돼!”온은수는 의아하게 고개를 돌렸고, 그제야 어르신과 임미자가 모두 왔다는 것을 발견하였다.임미자도 방금 온은수의 말을 들었다. 그녀는 자신의 아들이 이미 희생하려는 마음을 먹고 유담을 구하려 한다는 것을 보아냈다.유담은 그녀의 손자였으니 그녀도 그를 매우 걱정했지만, 온은수는 그녀가 힘들게 낳은 아이였다. 비록 두 모자는 일찍이 여러 가지 오해로 오랫동안 헤어졌지만, 그들이 혈육이란 사실은 변함없었다.임미자는 이런 황당한 일이 일어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그래, 은수야, 넌 우리를 생각하지 않는 거야?”어르신은 자신의 잘못이 지금의 상황을 초래하여 유담을 위험에 처하게 했다는 것을 알고, 짧디짧은 몇 시간 사이에 그의 백발은 두배로 늘어났고, 하루아침에 10살은 더 먹은 것 같았다.“하지만 전 남자이니, 제가 저지른 일은 제가 스스로 책임져야 하죠. 아버지, 이것은 어릴 때부터 가르쳐 주신 거 아니었나요?”어르신은 침묵하다가 잠시 후에야 입을 열었다.“만약 연설의 어머니를 보낸다면? 그녀는 아무리 미쳤더라도 자신의 친어머니를 직접 살해할 정도는 아니겠지.”“그녀가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이상, 분명히 그들조차 신경 쓰지 않는 게 분명해요. 저는 그런 시험을 할 수 없어요. 그리고 송혜미는 이 일을 알게 된 후, 큰 자극을 받았다. 이미 기절했고, 언제 깨어날 수 있을지 아직 모르니까 저는 그녀가 깨어날 때까지 기다릴 시간이 없어요.”유일한 가능성이 모두 없어진 것을 보고, 어르신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다 내 잘못이구나, 모두 내 탓이다. 내가 노망나서 연설을 풀어줬구나. 그렇지 않으면, 그녀더러 나를 죽여 분풀이를 하는 건 어떤가. 어차피 나도 늙었으니 죽을 때가 됐지. 자꾸 젊은 사람이 내 앞에서 죽는 것을 보는 것보다 낫지 않겠는가.”어르신의 말에 온은수도 약간의 슬픔을 느꼈다. 그는 눈을
차수현은 그 장면을 생각하자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 그녀가 유담이 온갖 고통을 받고 죽는 것을 눈 뜨고 지켜보게 하라니, 차라리 그녀가 가서 그를 바꾸는 것이 나았다.어차피 연설의 원한은 모두 자신을 향한 것이었고, 유담은 무고했으니 그녀는 자신의 아이가 어른의 원한에 연루되게 하고 싶지 않았다.더군다나 유담이 그렇게 간단하게 연설에 의해 납치된 것도 다 그녀가 일시적으로 마음이 약해서 그들에게 진실을 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유담은 연설이 그의 마음속의 그 선량하고 정직한 선생님이 아니라 악마라는 것을 전혀 몰랐다.여기까지 생각하자 차수현은 숨이 막혔지만 눈빛은 점차 담담해졌다.“어쨌든 나는 갈 거예요.”“그럼 당신 뱃속의 아기는? 당신은 그녀를 버릴 거야?” 온은수는 슬픔을 느꼈다. 지금 이 순간, 차수현은 여전히 그를 믿고 싶지 않았다.그러나 그는 심지어 이런 일로 괴로워할 자격도 없었다. 만약 그가 처음부터 깔끔하게 연설을 처리했다면, 또는 사람을 감옥에 보내 그녀를 잘 주시하도록 분부했다면, 이런 일이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그의 잘못이 더욱 컸다!“난…….”차수현은 이미 무엇을 희생하든 유담을 구하러 가려고 했지만, 뱃속의 아기를 언급하자 잠시 망설이다 결국 마음속으로 한숨을 쉬며 아직 아무런 의식도 없는 배아에게 미안하다는 한마디 할 수밖에 없었다.‘미안해. 엄마의 선택은 너무 이기적이었지? 어쩌면 네가 이 아름답지만 잔혹한 세상을 볼 수 없게 할 수도 있어. 하지만 만약 일이 정말 최악의 방향으로 발전한다면, 나도 너와 함께 떠날 거야. 절대로 널 혼자 두지 않을 거라고.’“만약 당신이 가서 유담을 구하더라도, 당신이 죽는다면, 그는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아? 아마 평생 그늘 속에서 살겠지. 더 이상 즐겁게 웃지도 못하고. 당신은 그가 그렇게 되길 원하니?”“그럼 어쩌라고요?! 당신이 말해봐요!” 차수현은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고함을 질렀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면, 그녀는 어떻게 해야 좋을까?설마 이
차수현의 비명소리에 온은수는 깜짝 놀랐다. 그는 재빨리 다가가 그녀의 손에서 아직 소리가 나는 휴대전화를 빼앗으려 했지만 차수현은 지푸라기라도 잡은 것처럼 전혀 주려 하지 않았다.“수현아, 진정해!”귀를 찌르는 비명소리에 온은수는 고막이 뚫릴 것 같았지만 몸의 불편함 대신, 오히려 가슴이 무언가에 의해 꽉 쥔 채 곧 깨질 것 같은 아픔을 느꼈다.그는 차수현이 이렇게 통제력을 잃은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종래로 없었다. 오은택의 일로 모함을 당했을 때도, 비록 많은 일반인들이 참을 수 없는 일을 당했지만 차수현은 이런 모습을 보인 적이 없었다. 그녀는 이미 그 빌어먹을 동영상에 자극되어 정신이 붕괴된 것 같았다.여기까지 생각하자 온은수는 더욱 걱정했다. 그러나 전에 그는 이미 차수현을 한 번 기절시켰으니 이번에는 차마 그러지 못하고 앉아서 차수현을 안고 가볍게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을 수밖에 없었다.“수현아, 핸드폰 줘, 내가 단서를 찾으러 갈게. 내가 그들의 현재 위치를 찾을 수 있을 거야. 방법이 꼭 있을 거야. 그녀의 가족도 우리 손에 있으니 우리도 속수무책이 아니야. 조급해하지 마…….”온은수 자신도 급해 죽을 지경이었지만 차수현을 진정시키는 것이 우선이었다. 차수현은 그의 말을 듣지 않았지만, 더 이상 비명을 지르지 않고 얼굴을 가리고 통곡했다. 마치 새끼를 잃은 어미 짐승처럼 슬피 울었다.온은수는 손을 내밀어 차수현의 휴대전화를 가져오려 했지만 그녀는 마치 귀신에 홀린 듯, 온은수의 어깨를 호되게 깨물며 자신의 휴대전화를 빼앗아 가지 못하게 했다.온은수는 심한 통증을 느꼈다. 차수현은 지금 이미 이성이 없어서 유난히 세게 그를 깨물었고, 한순간, 그는 살이 찢어져 피까지 흘렸다. 그러나 남자는 미간도 찡그리지 않고 오히려 이런 자세로 차수현을 그의 어깨에 엎드리게 하며 그녀의 손목을 살짝 잡더니 그녀가 손을 놓게 하는 데 성공했다.차수현은 여전히 온은수를 꽉 물고 놓지 않았다. 온은수는 아무일 없는 것처럼 차수현의 휴대폰에 들어온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