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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화

잠시 후 고용인은 온은수의 정장을 가지고 들어왔다, 유예린은 머릿카락 하나를 뽑아 그의 정장 주머니에 넣고 셔츠 옷깃의 위치에 립스틱 자국까지 남긴 뒤 고용인에게 옷을 돌려보냈다.

......

다음날

유예린과 함께 아침을 먹은 뒤 온은수는 운전을 하고 회사로 갔다.

회사에 도착했을 때 차수현은 이미 업무를 시작했고 그녀를 본 온은수의 마음이 이상하게 착잡해진다.

마치 바람을 피고 들어와서 아내랑 마주한 껄끄러운 기분이였지만 온은수는 그런 생각을 하는 자신이 너무 어이가 없었다.

차수현과 찐 부부도 아닌데 게다가 다른 남자의 아이까지 임신한 여자한테 양심의 가책을 느낄 필요는 1도 없었다.

그렇게 오전 시간이 지나갔고 점심이 되자 윤찬이 온은수에게 오후 미팅 일정에 대해 안내했다, 시계를 보던 온은수는 차수현에게 책상 정리를 맡긴 뒤 자리를 떠났다.

차수현은 사무실에 들어가 책상에 널려있는 서류들을 정리하다가 문득 의자에 걸려있는 온은수의 정장에 눈이 갔다.

그녀는 약간 난감한 표정이었다, 온은수의 옷은 거의 다 고가의 명품들인데 이렇게 함부러 널부러져 있는 모습을 디자이너가 봤으면 분명 화가 나 피를 토할 지경일 것이다.

차수현은 옷걸이에 걸어두려고 옷을 집어들었고 문득 정장 주머니쪽에 기다란 여자의 머릿카락이 있음을 확인했다.

차수현은 곱슬머리에 염색을 한 적이 없는 검은색 머릿카락인데 그의 옷에 묻은 머릿카락은 와인색의 곶은 머리였다, 순간 그녀는 이것이 어젯밤 온은수와 같이 있었던 여자의 머릿카락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허탈한 웃음을 짓는 차수현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급 가빠진 숨소리에는 답답한 정서가 다분하다, 정장 여기저기를 뒤져보니 역시나 옷깃에 이미 말라버린 연한 립스틱 자국까지 남아있었다.

속으론 부들부들 떨렸지만 겉으론 부자연스럽게 허탈한 웃음만 짓는 차수현, 역시 온은수는 그 여자랑 갈데까지 갔구나.

온은수의 옷에 남겨진 흔적들이 뜨겁고 끈적했던 그들의 지난 밤 광경을 고스란히 전달해주고 있다.

한 손으론 온은수를 꽉 부여잡은 채 놔주지도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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