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린은 그녀의 계획을 어떻게 계속 진행할수 있을지 궁리를 하고 있었다. 이때 방 안의 불빛이 갑자기 몇 번 반짝이더니 별장의 불이 모두 켜졌다. 보아하니 전기회로가 수리된 것 같았다.은수는 별장에 전기가 돌아온 것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침대에 앉아 억울한 표정을 하고 있는 예린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전기도 돌아왔으니 이제 그만 돌아갈께요."예린은 이렇게 아무것도 못한 채 그를 그냥 보낼 순 없었다. 그러나 남자의 뒷모습은 조금의 미련도 없었기에 그녀도 함부로 그를 부르지 못하고 이렇게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윤찬이 은수를 태운 차를 몰고 떠나자 예린은 그제야 화가 치밀었는지 진귀한 도자기 한 세트를 분 풀이를 하듯 세차게 부수었다.그녀는 자신이 도대체 차수현보다 못한 게 뭔지 정말 몰랐다. 그녀가 노골적으로 은수에게 그렇게 들이댔는데, 그는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이게 뭐야?......윤찬은 은수를 온가네로 모셨다.연회에서 와인을 많이 마셨서 인지 좀전에는 별 느낌이 없었지만 지금은 술기운이 올라오며 은수는 머리가 어지럽고 눈앞이 침침해졌다.어르신은 거실에서 바둑을 두고 있었는데, 그의 이런 모습을 보고 얼른 하인을 불러 그를 방으로 부축하라고 분부했다.수현은 tv를 보고 있었는데 밖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려보니 은수가 하인들의 부축하에 들어오는 것을 보고 다소 놀랐다.이 남자는 평소에 접대도 하고 술도 마시지만, 그녀는 그가 이토록 취한 것을 본 적이 없었다."새아가, 은수는 너한테 맡기마." 어르신은 수현을 향해 눈짓을 하며 하인더러 은수를 침대에 눕혀 놓으라고 하고는 바로 떠났다.이것은 두 사람의 감정을 키울 좋은 기회이니 절대 놓치면 안 됐다.수현도 당연히 어르신이 무슨 뜻인지 알고 있었다. 그녀는 다소 어쩔 수 없다고 느끼며 그를 향해 걸어갔다. 은수는 두 눈을 굳게 감고 있었고, 얼굴에는 술에 취한 후 나타나는 홍조를 띠고 있었다. 평소처럼 도도하고 차가운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다만
수현은 임신해서부터 화장품과 향수 등 태아에게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는 것들을 더는 사용하지 않았다.그래서 이 냄새는 틀림없이 다른 여자의 것이다.은수가 방금 다른 여자를 안고 지금은 또 자신을 꼬시려 한다는 생각에 수현은 매우 불쾌해하며 온 힘을 다해 남자를 밀어냈다.그녀가 자신을 밀어내자 은수는 약간 정신을 차렸다. 수현이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는 것을 보고 그는 목소리를 낮추어 물었다."또 왜?"수현은 이 남자가 정말 뻔뻔하기 그지없다고 느꼈다."그건 내가 물어봐야 할 거 같은데요? 다른 여자를 찾고 싶으면 얼른 가요. 여기서 나 귀찮게 하지 말고요."말이 끝나자 수현은 곧 침대에서 내려왔다. 그녀는 은수를 신경 쓸 기분이 아니었다. 자신이 화를 참지 못하고 그에게 뺨 내리칠까 봐.하지만 수현의 발이 땅에 닿기도 전에 은수는 갑자기 그녀를 자신의 몸 밑으로 덥석 잡아당겼다.수현은 미처 반응도 하지 못한 채 몸을 한 바퀴 빙 돌았다. 은수가 무엇을 했는지 깨달았을 때 그녀는 더욱 화가 났다."지금 뭐 하는 거예요? 여기서 이러지 마요. 난 당신이 사랑하는 그 여자가 아니라고요. 이거 놔요!"은수는 흥미진진하게 수현의 화내는 모습을 천천히 바라보고 있었다. 평소에 이 여자는 항상 신중하고 조심스러웠는데, 언제부터 이렇게 흥분해서 화를 낼 줄도 알고?그러나 은수는 그녀의 이런 모습을 싫치가 않았고 오히려 좀 귀엽게 느꼈다.은수는 수현에게 천천히 다가갔다."그래서, 이런 말을 하는 이유가, 질투해서야?"수현은 이 말을 듣자마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천만에요. 내가 왜 질투를 해야 하는 거죠? 꿈 깨요."은수는 그녀가 조급해하며 반박하는 모습을 보고 입가에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그래? 그럼 왜 이렇게 화가 났지?"수현은 말문이 막혔다. 그러게, 그녀는 왜 화가 났을까?그녀도 사실 마음속으로 조금 질투했지만 은수 앞에서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은수는 여자의 안색이 변하는 것을 보고 잠긴 목소리로 나지막이 그
방안의 온도는 점차 높아지며 수현은 이미 은수한테 이끌려 모든 일을 뒤로하고 있었다. 바로 이때, 그녀의 몸에서 이리저리 키스하던 남자가 자신의 어깨를 깨물었다.은수는 세게 물진 않았지만, 그 가벼운 통증에 수현은 그나마 정신을 되찾을 수 있었다.수현은 바로 미혹에서 정신을 차렸다. 그녀는 지금 임신을 하고 있었으니 어떻게 은수와 이런 일을 할 수 있겠는가. 반드시 뱃속의 아이에게 영향을 줄 것이다!수현은 잠시 마음이 급해지며 몸에 있는 남자를 힘껏 밀어냈다.은수는 무방비한 상태인 데다 두 사람은 또 침대 옆에 있었으니, 수현한테 이렇게 밀리자 그는 바로 땅바닥에 떨어졌다.수현은 은수가 침대에서 떨어진 소리를 듣고 깜짝 놀라 재빨리 일어나 그의 상태를 확인하려 했다. 그러나 침대에서 내려오자 그녀는 남자가 또다시 잠든 것을 보았고 방금처럼 이기적인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수현은 속으로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그녀는 얼떨결에 그와 관계를 맺지 않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 결과는 상상도 하기 싫었다.은수가 바닥에서 아주 달콤하게 잘 자는 모습을 보고 수현은 화가 나고 어이가 없었다. 두 번 발로 걷어찼지만 그는 반응이 없었다.수현은 입을 삐죽거렸다. 이 못된 남자는 설마 유예린에게서 만족을 느끼지 못해서 그녀를 이렇게 희롱한 것일 가?이렇게 생각한 수현은 그를 신경 쓰는 것조차 귀찮아서 이불을 덮고 자려고 했다.그러나 이때, 밖에서 하인의 걱정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아가씨, 방금 방 안에서 아주 큰 소리가 났는데, 무슨 일 있는 건가요? 제가 들어와서 좀 도와드릴까요?"수현은 얼굴이 빨개졌다."괜찮아요, 별일 아니에요. 내가 하면 돼요."하인을 돌려보낸 뒤, 수현은 그제야 어이없는 눈빛으로 은수를 힐끗 보았고 할 수 없이 혼수상태에 빠진 남자를 침대 위로 끌고 올라왔다.이 남자가 만약 내일 감기에 걸리거나 어디가 아프기라도 하면, 온 씨네 가족들은 모두 그녀가 그를 잘 돌보지 않았다는 걸로 알 것이다. 그때 가
수현은 마음을 정한 뒤, 즉시 밝은 곳을 찾아 핸드폰으로 그 시계를 디테일하게 찍었다.비록 이 시계는 그날 그녀가 본 것과 완전히 똑같은 거 같지만, 그래도 그 두 사람은 마침 같은 시계를 살 수도 있었으니 그녀도 그날의 사람이 바로 온은수라는 것을 확신할 수 없었다.사진을 찍은 후에야 수현은 걱정이 태산인 채로 침대에 누웠다.다만, 이 충격적인 현실 때문에 그녀는 뒤척이며 전혀 잠을 이루지 못했고, 한밤중이 되어서야 무척 피곤해지며 어쩔 수 없이 꿈나라에 빠져들었다.......다음날 아침, 햇살이 방 안에 쏟아지자 은수는 눈살을 찌푸리고 침대에서 일어났다.일어나자마자 그는 자신이 어젯밤 연회에서 입은 옷 그대로 잔 것을 보았고 숙취는 이따금 두통을 가져왔다. 남자는 자신도 모르게 기분이 언짢았다.수현은 원래 잠을 잘 자지 못해서 침대에 누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이쪽에서 인기척이 나는 것을 듣고 일어나 조심스럽게 그 시계를 은수에게 건네주었다."어젯밤 내가 온은수 씨를 침대에 올려놓았을 때 실수로 떨어뜨렸어요. 미안해요."은수는 이 시계를 받자 또 유예린이 생각났다. 어젯밤 그가 술에 취했을 때 일어난 일부의 일들도 머릿속에 떠올랐다.그는 어젯밤에 술기운에 수현한테 홀려 하마터면 그녀와 무슨 일이 일어날 뻔했었다니?이것은 정말 믿기 힘은 사실이었다. 유예린은 혼신의 힘을 다해도 그는 조금의 느낌도 없었지만, 앞에 있는 이 여자는 단지 그에게 조금 다가갔을 뿐인데 그가 자랑스럽게 여기던 그 이성은 완전히 사라졌다.그는 뜻밖에도 뱃속에 사생아를 품고 나쁜 마음을 품은 여자 때문에 그답지 않게 자신의 원칙에 어긋나는 일을 거듭 저질렀다.은수는 얼굴이 어두워지며 시계를 내려놓았다."앞으로 함부로 내 물건 건드리지 마. 주제에 맞게 행동해."말이 끝나자 은수는 즉시 일어나서 욕실로 가서 샤워를 했다.수현은 어리둥절해졌다. 이 나쁜 놈, 아침부터 왜 이러지? 왜 그녀에게 갑자기 화풀이를 하는 것일까?원래 수현은 은수의 손목시계를 돌려주
수현은 이 말을 듣고 주먹을 꽉 쥐었다."그럼 이 시계는 시중에 유통된 적이 있나요?""만약 유통된다면, 그 가격은 절대로 엄청 높을 것입니다. 경매장의 핫이슈로 되기 마련이죠. 하지만 제가 알기로는 그런 적이 없었던 것 같네요."수현은 이제 대충 짐작이 갔다. 그녀는 그 점원과 매니저한테 감사하다고 말한 뒤 넋을 잃은 채로 이곳을 떠났다.이 손목시계, 그리고 그때 은수가 호텔로 사람을 파견해서 그날 밤의 일을 여러 차례 조사한 것을 보면 수현은 기본적으로 그날 밤의 남자가 바로 은수라는 것을 확신했다.다만, 이 소식을 들었을 때, 수현은 뜻밖에도 망연자실했다.그동안 수현은 줄곧 아이는 그녀 자신의 것이고 그때 단 한 번 나타나서 씨를 뿌리고 간 아이의 그 보잘것없는 아버지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생각해 왔다.그러나 지금, 이런 식으로 이 아이의 아버지의 신분을 그녀에게 알려주다니, 그리고 이 남자가 뜻밖에도 그녀의 법률상의 남편 온은수라니.수현은 자기도 모르게 하느님이 자신을 놀리고 있다고 느꼈다.이와 동시에 수현도 이 일을 은수에게 알려줄까 말까 고민하고 있었다.은수는 지금 뜻밖에도 그날의 여자가 바로 유예린이라고 인정했으니, 그는 자신을 믿어줄까?이런 문제들을 생각하자 수현은 매우 혼란스러웠고 한동안 어쩌면 좋을지 몰랐다.수현은 결국 가연에게 전화를 했다. 바둑을 두는 사람보다 옆에서 구경하는 사람이 수를 더 잘 읽는다고 그녀는 가연한테 아마도 다른 좋은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가연은 수현의 전화를 받은 후 인차 그녀를 만나러 나왔다. 두 사람은 아침을 먹으면서 얘기를 나누자고 약속했다.수현이 도착했을 때 가연은 이미 문 앞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가연은 수현의 안색을 살펴보았다."수현아, 너 요즘 푹 안 쉬었어? 너 지금 임신했으니까 잠을 잘 자야 해.""어젯밤에 잠 좀 잘 못 잤어." 수현은 피곤한 목소리로 대답했다.가연은 인차 걱정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수현이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병실 밖에서.핸드폰이 울리자, 수현은 익숙한 전화번호를 보았다. 그것은 요 몇 년 동안 줄곧 연락이 없었던 온은서의 번호였다. 그때 은서는 의학을 배우겠다며 외국으로 떠났고, 그 후 아무런 소식도 없었다. 수현은 한 때 매일 그의 소식을 기다렸지만 줄곧 연락이 닿지 않았다. 그녀는 은서가 이때 나타날 줄은 몰랐고 예전 같으면 수현은 기뻐서 어쩔 줄 몰라 하겠지만, 지금의 자신은 이미…….수현은 정신을 차리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온은서, 우리 헤어지자. 귀국해도 나 찾아올 생각하지 말고."말이 끝나자 수현은 은서가 떠나지 말라고 붙잡을까 봐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하지만 그녀는 마음이 무척 피곤했다. 수현은 벽을 따라 천천히 내려오며 그녀는 무릎을 꼭 안았다.만약 은서가 좀 일찍 돌아왔더라면 얼마나 좋을까? 그녀는 엄청 기뻐하며 그를 마중하러 갈 것이고 두 사람은 전에 약속한 대로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평생 함께 했을 것이다.그러나 지금, 모든 것은 이미 변했다. 설령 은서가 변하지 않았더라도, 그녀는 이미 전의 차수현이 아니었다…...수현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슬픔에 잠겼을 때, 은수는 사무실에서 나왔다.방금 수현은 그렇게 진지하게 자신에게 중요한 할 말이 있다고 말하고는 또 영문 없이 나가더니 더는 들어오지 않았다.그는 호기심 때문에 그녀를 찾으러 나왔다.밖으로 나오자 그는 수현이 넋을 잃은 채 바닥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눈시울이 새빨개진 채 마치 엄청난 억울함이라도 당한 것 같았다.은수는 눈살을 찌푸렸다."왜 그래? 방금 그 전화 누구지?"수현은 깜짝 놀라며 재빨리 일어섰다."아…... 아무것도 아니에요…...""아무것도 아닌데 왜 표정이 이 모양이지?" 은수는 불쾌해하며 입을 열었다."병...... 병원에서 전화가 와서요. 우리 엄마는 아직 수술을 할 수 없다고 해서 기분이 좀 안 좋은 것뿐이에요."수현은 당연히 은서의 일을 말할 수 없었다. 은수는 줄곧 그녀를 의심하고 있는 데다 만약 그녀가 다른 남자
은수는 회사를 떠나 바로 육무진을 찾으러 갔고 그에게 수현의 어머니를 수술해 줄 수 있는 의사가 있는지 없는지 찾아보라고 했다."쯧쯧, 은수야, 너 겉으로는 아내를 좋아하지 않는 것처럼 하지만, 사실은 무척 신경 쓰고 있는 거 같은데?"무진은 평소에 늘 은수한테 자주 당했으니 지금처럼 이런 좋은 기회에 어찌 그를 안 놀릴 수가 있겠는가?은수는 실눈을 떴다.그가 이랬던 이유는 거의 일시적인 충동이었다. 그는 수현의 망연하고 어찌할 바 모르는 모습을 보고 그런 그녀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었다.기왕 승낙한 이상 은수도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므로 번복할 수 없었다.다만, 그렇다고 해서 무진이 자신을 놀릴 수 있다는 게 아니었다."너 좀 심심했구나? 그렇다면, 내가 아저씨께 일러바칠까? 널 빨리 너희 집 회사에 가서 일하도록?"무진은 외국에서 졸업한 후 국내로 돌아오며 회사에 가서 일하지 않았고 무척 한가하게 놀고 있었다. 그는 원래 은수처럼 타고난 일중독에 사업을 낙으로 삼는 사람이 아니었다.그에게 매일 무미건조한 사무실에 앉아 교활한 상인들과 겉에서만 공손한 체 일하게 하는 것은 정말 너무 가혹했다."에이 또 뭘 그렇게까지 말하고 그래, 네가 그렇게 말하면 우리 아빠 아마 내 귀가 닿도록 잔소리 할 거야."무진은 재빨리 손을 들고 항복했다. 그는 어머니 쪽 병원에 전화를 해서 그들더러 좀 살펴달라고 했다."이제 됐지?"무진은 은수를 보았다. 남자는 말을 하지 않고 차 한 모금 마셨다.두 사람이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 은수의 핸드폰이 울렸다.은서한테서 자신이 귀국한다는 문자가 왔다.은수는 은서가 도착할 시간을 보고 말했다."은서가 귀국한대. 난 이따가 그를 마중하러 갈 거야."무진은 그 말을 듣고 바로 입을 열었다."나도 같이 갈래."무진과 은서도 사이가 좋았다. 두 사람 모두 욕심이 크게 없는 부류의 사람이기 때문에 나름 관념이 맞는 벗이라 할 수 있었다.두 사람은 이곳에서 차를 마시며 잠시 쉬다가 시간이 다 되갈 때 함께 공항으
은수가 결혼했다는 것을 알게 된 후부터 은서는 줄곧 이 작은어머니를 보려고 했지만, 지금 그는 또 한 번 실망했다. 나중에 기회가 있으면 다시 볼 수밖에 없었다.무진은 자신이 무시를 당했다고 느끼며 갑자기 여린 여자인 흉내를 내며 은수의 팔을 붙잡았다."네가 작은어머니 그렇게 보고 싶다면, 내가 잠깐만 대신해줄까?"말하면서 그는 쑥스러워하며 은수의 어깨에 기댔다.은수는 무진의 말과 행동에 소름이 돋아 얼른 그를 밀어냈다."은서야, 이 일은 나중에 기회가 있으면 다시 이야기하자. 우리 먼저 집에 돌아가서 아버지께 인사해야지. 매일 네가 돌아오기를 바라며 눈이 빠지도록 기다리고 계셔."은서도 할아버지가 그를 가장 아낀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은수는 차에서 내려 차의 트렁크를 열고 은서를 도와 짐을 올려놓았다.은서가 차에 올라타자, 은수는 그제야 차를 몰고 공항을 떠났다.은수의 차에 앉은 은서는 창밖에서 스쳐 지나가는 풍경을 보면서 무척 그리워하며 마음속으로 또 감탄했다. 그는 정말 이곳을 떠난 지 너무 오래됐었다. 지금 고향의 이 모든 풍경들이 그에게 좀 낯설게 느껴졌었다.감탄도 잠시 은서는 속으로 다소 흥분해하고 있었다.그는 지금 수현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몰랐고 전화에서의 그녀는 화가 엄청 났지만 은서는 그녀가 홧김에 그런 말을 한 거라고 믿고싶었다.은수는 은서를 데리고 본가로 돌아갔다. 어르신은 집을 떠난 지 몇 년이나 된 손자가 마침내 성과를 이루고 돌아왔다는 것을 알고 감격에 겨워 일찌감치 문 앞에서 맞이했다.어르신은 은서를 붙잡고 얼마나 많은 대화를 했는지 시간은 어느새 저녁이 되어있었다."은서야, 오늘 저녁에 남아서 같이 밥 먹자꾸나. 네가 가장 좋아하는 그 몇 가지 음식 차리라고 하마!"은서는 할아버지가 자신이 가는 것을 아쉬워하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완곡하게 거절했다."할아버지, 저 아직 저희 아버지와 어머니도 못 뵈었어요 오늘 저녁에는 여기서 식사 못할 거 같아요. 그리고 며칠 뒤, 모든 일을 다 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