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실 밖에서.핸드폰이 울리자, 수현은 익숙한 전화번호를 보았다. 그것은 요 몇 년 동안 줄곧 연락이 없었던 온은서의 번호였다. 그때 은서는 의학을 배우겠다며 외국으로 떠났고, 그 후 아무런 소식도 없었다. 수현은 한 때 매일 그의 소식을 기다렸지만 줄곧 연락이 닿지 않았다. 그녀는 은서가 이때 나타날 줄은 몰랐고 예전 같으면 수현은 기뻐서 어쩔 줄 몰라 하겠지만, 지금의 자신은 이미…….수현은 정신을 차리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온은서, 우리 헤어지자. 귀국해도 나 찾아올 생각하지 말고."말이 끝나자 수현은 은서가 떠나지 말라고 붙잡을까 봐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하지만 그녀는 마음이 무척 피곤했다. 수현은 벽을 따라 천천히 내려오며 그녀는 무릎을 꼭 안았다.만약 은서가 좀 일찍 돌아왔더라면 얼마나 좋을까? 그녀는 엄청 기뻐하며 그를 마중하러 갈 것이고 두 사람은 전에 약속한 대로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평생 함께 했을 것이다.그러나 지금, 모든 것은 이미 변했다. 설령 은서가 변하지 않았더라도, 그녀는 이미 전의 차수현이 아니었다…...수현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슬픔에 잠겼을 때, 은수는 사무실에서 나왔다.방금 수현은 그렇게 진지하게 자신에게 중요한 할 말이 있다고 말하고는 또 영문 없이 나가더니 더는 들어오지 않았다.그는 호기심 때문에 그녀를 찾으러 나왔다.밖으로 나오자 그는 수현이 넋을 잃은 채 바닥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눈시울이 새빨개진 채 마치 엄청난 억울함이라도 당한 것 같았다.은수는 눈살을 찌푸렸다."왜 그래? 방금 그 전화 누구지?"수현은 깜짝 놀라며 재빨리 일어섰다."아…... 아무것도 아니에요…...""아무것도 아닌데 왜 표정이 이 모양이지?" 은수는 불쾌해하며 입을 열었다."병...... 병원에서 전화가 와서요. 우리 엄마는 아직 수술을 할 수 없다고 해서 기분이 좀 안 좋은 것뿐이에요."수현은 당연히 은서의 일을 말할 수 없었다. 은수는 줄곧 그녀를 의심하고 있는 데다 만약 그녀가 다른 남자
은수는 회사를 떠나 바로 육무진을 찾으러 갔고 그에게 수현의 어머니를 수술해 줄 수 있는 의사가 있는지 없는지 찾아보라고 했다."쯧쯧, 은수야, 너 겉으로는 아내를 좋아하지 않는 것처럼 하지만, 사실은 무척 신경 쓰고 있는 거 같은데?"무진은 평소에 늘 은수한테 자주 당했으니 지금처럼 이런 좋은 기회에 어찌 그를 안 놀릴 수가 있겠는가?은수는 실눈을 떴다.그가 이랬던 이유는 거의 일시적인 충동이었다. 그는 수현의 망연하고 어찌할 바 모르는 모습을 보고 그런 그녀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었다.기왕 승낙한 이상 은수도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므로 번복할 수 없었다.다만, 그렇다고 해서 무진이 자신을 놀릴 수 있다는 게 아니었다."너 좀 심심했구나? 그렇다면, 내가 아저씨께 일러바칠까? 널 빨리 너희 집 회사에 가서 일하도록?"무진은 외국에서 졸업한 후 국내로 돌아오며 회사에 가서 일하지 않았고 무척 한가하게 놀고 있었다. 그는 원래 은수처럼 타고난 일중독에 사업을 낙으로 삼는 사람이 아니었다.그에게 매일 무미건조한 사무실에 앉아 교활한 상인들과 겉에서만 공손한 체 일하게 하는 것은 정말 너무 가혹했다."에이 또 뭘 그렇게까지 말하고 그래, 네가 그렇게 말하면 우리 아빠 아마 내 귀가 닿도록 잔소리 할 거야."무진은 재빨리 손을 들고 항복했다. 그는 어머니 쪽 병원에 전화를 해서 그들더러 좀 살펴달라고 했다."이제 됐지?"무진은 은수를 보았다. 남자는 말을 하지 않고 차 한 모금 마셨다.두 사람이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 은수의 핸드폰이 울렸다.은서한테서 자신이 귀국한다는 문자가 왔다.은수는 은서가 도착할 시간을 보고 말했다."은서가 귀국한대. 난 이따가 그를 마중하러 갈 거야."무진은 그 말을 듣고 바로 입을 열었다."나도 같이 갈래."무진과 은서도 사이가 좋았다. 두 사람 모두 욕심이 크게 없는 부류의 사람이기 때문에 나름 관념이 맞는 벗이라 할 수 있었다.두 사람은 이곳에서 차를 마시며 잠시 쉬다가 시간이 다 되갈 때 함께 공항으
은수가 결혼했다는 것을 알게 된 후부터 은서는 줄곧 이 작은어머니를 보려고 했지만, 지금 그는 또 한 번 실망했다. 나중에 기회가 있으면 다시 볼 수밖에 없었다.무진은 자신이 무시를 당했다고 느끼며 갑자기 여린 여자인 흉내를 내며 은수의 팔을 붙잡았다."네가 작은어머니 그렇게 보고 싶다면, 내가 잠깐만 대신해줄까?"말하면서 그는 쑥스러워하며 은수의 어깨에 기댔다.은수는 무진의 말과 행동에 소름이 돋아 얼른 그를 밀어냈다."은서야, 이 일은 나중에 기회가 있으면 다시 이야기하자. 우리 먼저 집에 돌아가서 아버지께 인사해야지. 매일 네가 돌아오기를 바라며 눈이 빠지도록 기다리고 계셔."은서도 할아버지가 그를 가장 아낀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은수는 차에서 내려 차의 트렁크를 열고 은서를 도와 짐을 올려놓았다.은서가 차에 올라타자, 은수는 그제야 차를 몰고 공항을 떠났다.은수의 차에 앉은 은서는 창밖에서 스쳐 지나가는 풍경을 보면서 무척 그리워하며 마음속으로 또 감탄했다. 그는 정말 이곳을 떠난 지 너무 오래됐었다. 지금 고향의 이 모든 풍경들이 그에게 좀 낯설게 느껴졌었다.감탄도 잠시 은서는 속으로 다소 흥분해하고 있었다.그는 지금 수현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몰랐고 전화에서의 그녀는 화가 엄청 났지만 은서는 그녀가 홧김에 그런 말을 한 거라고 믿고싶었다.은수는 은서를 데리고 본가로 돌아갔다. 어르신은 집을 떠난 지 몇 년이나 된 손자가 마침내 성과를 이루고 돌아왔다는 것을 알고 감격에 겨워 일찌감치 문 앞에서 맞이했다.어르신은 은서를 붙잡고 얼마나 많은 대화를 했는지 시간은 어느새 저녁이 되어있었다."은서야, 오늘 저녁에 남아서 같이 밥 먹자꾸나. 네가 가장 좋아하는 그 몇 가지 음식 차리라고 하마!"은서는 할아버지가 자신이 가는 것을 아쉬워하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완곡하게 거절했다."할아버지, 저 아직 저희 아버지와 어머니도 못 뵈었어요 오늘 저녁에는 여기서 식사 못할 거 같아요. 그리고 며칠 뒤, 모든 일을 다 처
저녁에 수현은 집에 돌아오자 은수가 소파에 앉아 책을 보고 있는 것을 보았다.수현은 은서가 갑자기 귀국한 일로 정신이 없었기에 그와 주동적으로 인사하지 않고 묵묵히 그의 곁을 지나갔다.은수는 인기척 소리에 고개를 들자 수현이 고개를 숙이고 걱정이 가득한 채 방으로 걸어가는 것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잠깐만, 차수현 씨."은수는 입을 열어 수현을 불렀다.수현은 바로 정신을 차리며 발걸음을 멈추고 은수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여전히 마음이 찔렸다.비록 은서와의 감정은 이미 지난 일인데다 은수와는 형식적으로 결혼을 한 것이지만 그녀는 지금 이 남자를 보면 여전히 마음이 좀 불편했다."무슨 일이죠, 도련님?""당신이 오늘 나한테 부탁한 그 일은 내가 이미 사람을 찾아서 알아보라고 했으니 소식이 있으면 바로 당신한테 말할 거야. 너무 걱정할 필요 없어."그가 자신의 엄마에 관한 일을 말하자 수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다만, 마음속의 알 수 없는 죄책감은 더욱 커져만 갔다.그녀가 아무렇게 말한 핑계를, 은수는 뜻밖에도 이 정도까지 신경 써주다니."고마워요."수현은 진지하게 고맙다고 인사했고 은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더러 방으로 들어가게 했다.수현은 방으로 돌아오자 혼란스러움에 빠졌다. 은서가 돌아왔으니 그는 자신을 찾아오지 않을까? 만약 은수에게 발각되면, 그녀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아이에 관한 얘기도 해야 할 텐데…...인정하기 싫지만 수현은 이미 자신도 모르게 온은수라는 남자를 믿고 의지하고 있었다.그녀는 심지어 그와 함께 아이를 키우는 것도 나쁜 결정이 아니라고 생각했다.그런데 그녀는 어떻게 입을 열어야 할까?수현은 바로 컴퓨터를 켜고 두 개월 된 태아가 친자확인검사를 할 수 있는지 검색해 보았다.웹페이지에는 곧 그녀에게 답을 알려주었다. 비록 지금 아이는 여전히 그녀의 뱃속에 있지만 친자확인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그러나 만약 그렇게 한다면 태아에게 일정한 영향을 미칠 수 있었고 심지어 유산을 초래할
손에 힘을 너무 많이 주고있던 나머지 수현의 손에는 핏줄이 불끈 솟아오르며 그녀의 마음이 그다지 평온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온은서가 왜 이 사진 속에 있는 것일까?그녀는 사진 속 다른 사람들을 모두 본 적이 있었다. 그들은 모두 온 씨 집안의 사람들이었고 은서는 온진수와 유은비의 중간에 서 있었다.그래서…... 그들이 한 가족이라고?그때 수현도 여기서 온은서의 이름을 들은 적이 있었지만, 그녀는 전에 그렇게 소박했던 은서가 권세가 하늘을 찌를 듯한 온 씨 가문과 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또는 그녀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자신에게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믿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가능성에 대해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도 있었다.그러나 지금, 사진 속 그가 온은수와 함께 서 있는 것을 보고, 그녀는 더 이상 믿지 않을 수 없었고 회피할 수도 없었다.수현은 지금 자신의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았다. 그녀는 사진을 든 손에 힘이 풀리더니 그 액자는 바로 바닥에 떨어져 탁 소리를 내며 유리가 깨지는 소리를 냈다.어르신은 원래 수현에게 가문의 다른 사람들과 알아가길 바랬고 또 은서와 어색하지 말라는 의미에서 사진을 미리 보여준 것인데 그녀의 상태가 이상해진 것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의아해하면서 수현의 어깨를 살짝 두드렸다."새아가, 너 왜 이래, 안색이 왜 이렇게 안 좋은 게야? 어디 아픈 게야?"수현은 정신을 차리며 어르신이 다소 놀란 표정으로 의아해하며 그녀를 쳐다보고 있는 것을 보았다.그녀는 팔 안쪽을 세게 꼬집었고 통증은 그녀를 혼란스러움에서 정신 차리게 했다. 그녀는 가까스로 정신을 되찾았다."저 괜찮아요. 실수로 떨어뜨렸네요. 그리고 저 아직 해야 할 일이 있어서요. 먼저 나가볼게요."수현은 말을 마치고 서둘러 그 자리를 떠났고 거의 허둥지둥 도망쳐 나왔다.어르신은 급히 떠나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몰랐다. 그는 이유를 묻고 싶었지만 결국 묻지 않았다.......수현은 어르신의 서
가연은 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하긴, 온은수처럼 모든 방면에서 뛰어난 남자는 주위에 여자들로 붐빌 것이고, 수현은 또 안정감이 많이 부족했다."수현아, 네가 어떤 결정을 하든, 난 네 편이야."가연의 위로를 듣고 수현은 마음이 좀 편안해졌다. 그녀는 화원의 벤치에 앉아 하늘의 구름을 멍하니 바라보았다.......은서는 수현이 이사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어쩔 수 없이 여러 병원에 찾아가서 수현의 어머니의 행방을 찾으려 했다.그리고 그의 노력은 그를 배신하지 않았다. 은서의 한 동창은 그에게 온혜정이 지금 입원하고 있는 그 병원을 알려주었다.은서는 즉시 그 병원으로 달려갔고 병실에 도착할 때 가슴이 두근거렸지만 수현 생각에 그는 도망가지 않았다.병실에 들어서자 혜정은 방금 혈압과 체온을 검사하고 침대에서 책을 보고 있었다. 발자국 소리에 그녀는 고개를 들었고 은서를 보았을 때 잠시 멈칫하다 입을 열었다."온…... 은서? 자네 돌아온 거야?"은서는 사온 물건들을 내려놓았다."어머님, 저 맞아요. 모든 걸 끝내고 귀국했어요."혜정은 은서를 보며 예전과 같이 여전히 기뻐하며 반기었다. 그가 돌아오면 그녀의 딸은 외롭지 않을 것이고 그렇게 힘들지 않을 것이다.그러나 수현이 지금 임신했다는 생각에 혜정은 좀 전과 다르게 엄숙했다."그래도 돌아올 염치가 있는 거야? 난 자네가 남자로서 사업에 대한 성취욕이 있는 것은 잘못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또 수현이가 줄곧 자네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것을 응원했지만, 우리 수현이가 지금 임신까지 했는데, 자네 어쩜 시간을 이렇게 오래 끌 수가 있어? 정말 너무했어."은서는 원래 고개를 숙이고 묵묵히 혜정의 꾸지람을 듣고 있었지만 수현이 임신했다는 말을 듣고 바로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수현이 임신했다고요?"혜정은 눈살을 찌푸렸다."자네 몰랐어? 수현이 자네한테 말 안 했어?"은서는 벼락에라도 맞은 것 같았다. 수현이 임신을 했다니. 그럼 뱃속의 아이의 아버지는 또 누구란 말인가?보아하니 혜정은
"가연 씨, 내 말 좀 들어봐요. 나도 가연 씨가 수현이 때문에 나한테 화가 난 다는 거 잘 알고 있어요. 그러나 나는 요 몇 년 동안 밖에서 여자나 만나고 그런 게 아니라고요. 닥터 로스를 따라 아프리카로 갔어요. 지금 그는 마침내 수현의 어머니를 위해 수술해 줄 수 있다고 약속했고요. 가연 씨도 어머님의 상황 알고 있을 거 아니에요. 닥터 로스가 아니라면 다른 사람은 어머님의 병을 치료해 줄 수 없을 거예요. 나도 어쩔 수 없이 외국에서 그렇게 오랫동안 있었던 거고요."은서의 설명을 들은 가연은 안색이 좀 풀렸다."방금 말한 거 사실이에요?""물론이죠, 나는 원래 돌아와서 어머님의 병을 치료한 뒤 수현에게 청혼까지 하려고 했다고요. 이것 봐요, 내가 준비한 반지에요."은서는 목걸이로 만든 반지를 가연에게 보여주었고 표정이 매우 진지했다. 그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보고 가연도 그가 정말 고충이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가연은 한숨을 쉬며 잠시 망설였다."수현이 임신한 것은 의외예요. 그때 그녀는 호텔에서 야근을 하다가 모르는 한 남자가 그녀를…... 그리고 나중에 임신한 것을 알았어요. 다만 그녀의 체질 때문에 아이를 지울 수 없었어요. 아주머니가 걱정하실까 봐 은서 씨의 아이라고 둘러댄 거고요. 은서 씨, 내가 부탁하지만, 아주머니는 이런 충격을 받아들일 수 없으니까 수현과 그 동안의 정을 봐서라도 이 사실을 알게 해서는 안돼요."은서는 가연의 말을 듣고 충격에 제자리에 멍하니 서서 오랫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그는 주먹을 천천히 꽉 쥐더니 벽을 향해 세게 내리쳤다.그가 국내에 없고, 수현과 함께 있지 않은 동안, 그녀는 뜻밖에도 이렇게 힘들게 지냈다니. 그때 그녀는 틀림없이 매우 무섭고 무척 절망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이 일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내가 수현이한테 미안한 거죠. 내가 그녀를 이렇게 만든 거예요. 만약 내가 좀 더 일찍 돌아올 수만 있었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가연은 은서가 미친 듯이
은서는 앞에 있는 사람이 바로 수현이라는 것을 확신했다. 그녀는 변했다. 전보다 좀 성숙해졌지만, 여전히 아름다웠고 눈부셔서 그는 시선을 뗄 수 없었다.은서는 감격에 겨워 수현을 품에 안았다."수현아, 미안해. 나 이제 완전히 돌아왔어. 다시는 너를 떠나지 않을 거야."수현은 은서의 품에 안겼고 남자의 매우 흥분한 상태였다. 그녀는 그의 품에 꼭 안긴 채 다소 숨을 쉴 수가 없었다.살짝 호흡이 곤란해진 수현은 서서히 놀라움에서 정신을 차렸다.그녀는 은서와 마주치는 생각을 했지만 이렇게 빠르게 그와 만날 줄은 몰랐다. 그것도 온 씨네 집안에서.만약 은수가 봤다면, 그녀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이렇게 생각하며 수현은 발버둥 쳤다."뭐 하는 거야, 이거 놔!"은서는 어찌 손을 놓으려 하겠는가. 그는 놓기는커녕 오히려 더 세게 그녀를 안았다. 마치 품에 안은 사람을 자신의 몸속으로 넣으려는 것만 같았다."수현아, 나도 네가 화난 거 알아. 내가 네 곁에 없어서, 널 위험에 처하게 해서, 그렇게 많은 억울함을 당하게 해서 말이야. 하지만 걱정 마, 넌 여전히 내 마음속에서 가장 예쁘고 착하고, 아름다운 여자니까. 다른 일은 상관없어, 네가 내 곁에 있어 주기만 하면 돼."은서는 무척 진지했고 수현에게 있어 또 무척 익숙했다.수현은 마치 풋풋한 대학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착각까지 했다. 은서가 그녀에게 처음 고백할 때도 이렇게 진지한 말투로 평생 그녀에게 잘해주겠다고 약속했다.수현의 눈시울은 어느새 붉어졌다. 그녀가 기대었던 그의 품은 그토록 익숙했고 그녀가 힘들 때마다 그녀에게 무수히 많은 힘과 용기를 주었다.눈물은 어느새 주르륵 볼에 흘러내렸다. 그녀는 줄곧 은서가 나와 평생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믿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그들은 잘못된 시간에 다시 만났으니 어떻게 좋은 결과가 있을 수 있겠는가?은서는 옷이 촉촉해진 것을 느꼈다. 그는 고개를 숙이니 수현이 소리 없이 우는 것을 보았고 마음이 아파지며 그녀의 야위고 작은 얼굴을 들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