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은수는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다가 책장을 펼치는 소리에 비로소 정신을 차렸다.그는 여자에게 넋이 나간 자신을 생각하며 한심하다는 듯 입꼬리를 올렸다.‘돈만 밝히는 여자가 아침 일찍 일어나 독서를 해? 이렇게 하면 내 마음이 조금은 바뀔 줄 알고? 천만에, 무의미한 일이야.’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이불을 젖히고 곧 바로 샤워하러 욕실로 향했다.차수현은 인기척을 듣더니 그제야 온은수가 깨어난 걸 알아챘다.‘설마 내가 책상을 좀 빌려 썼다고 불쾌한 걸까?’그녀는 더 생각할 새도 없이 서둘러 책상 위의 물건을 정리했다. 그도 그럴 것이 온은수한테서 받은 돈으로 엄마의 병을 치료해야 했으니까.잠시 후 욕실에서 나온 온은수는 그녀가 물건을 싹 다 정리한 걸 보더니 천천히 말했다.“나가서 밥 먹어.”차수현은 그를 따라 주방으로 걸어갔다. 온회장은 풍성한 차려진 아침식탁 앞에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온은수와 차수현이 나란히 방에서 나와 자연스러운 표정으로 걸어오는 걸 보더니 온회장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수현아, 어젯밤엔 잘 잤어? 은수가 널 괴롭히진 않았지?”온은수는 그녀를 힐긋 째려봤다. 이에 그녀는 황급히 고개를 내저었다.“그럴 리가요. 푹 잘 잤어요.”어젯밤 바닥에서 자느라 그녀는 허리가 쑤시고 온몸이 뻐근했다. 하지만 돈을 받았으니 곧이곧대로 말할 수 없었다.“다행이네. 앞으로 은수가 괴롭히면 나한테 말 하거라. 너 대신 따끔하게 혼내줄게.”차수현은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다들 무사히 아침을 먹었다.식사를 마친 후 온은수는 온회장과 상의할 일이 있다면서 서재로 들어갔다.“아빠, 내가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걸 우리 가족 말곤 아무도 몰랐으면 해요.”“왜? 너한테 무슨 계획이라도 있는게냐?”“그게 아니라 왠지 이번 교통사고가 우연치고는 이상한 것들이 많은 것 같아서요. 동태를 잘 살피고 그들을 기다리다 보면 느슨해진 그들의 꼬리가 드러날 거예요.”온은수는 확신에 찬 눈빛으로 말했다. 수년간 재벌가에서 지내다 보니 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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