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를 들은 온회장도 흠칫 놀라며 온은수의 방을 쳐다봤다. 그는 자신의 두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고개를 돌린 차수현은 온은수가 떡하니 서 있는 걸 발견했다. 그는 심지어 직접 밖으로 걸어 나왔다.아까 그녀에게 몹쓸 짓을 한 사람이 온은수였다는 말인가?차수현은 그 자리에서 넋을 놓고 말았다. 온은수가 이렇게 빨리 깨어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온은수는 그녀를 힐긋 바라보다가 어안이 벙벙해진 아버지께 시선을 돌리며 자상하게 말했다.“저 깨어났어요, 아빠. 그 동안 많이 걱정하셨죠?”온회장은 그제야 꿈에서 깬 듯 휘청이며 달려와 온은수의 몸을 어루만졌다. 아들이 무탈하게 깨어난 걸 확인한 그는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드디어 깼네! 드디어 깼어!”온은수는 얼른 온회장을 부축했다.“아빠, 너무 흥분하시면 안 돼요.”말을 마친 그는 옆에서 어쩔 바를 모르는 차수현을 힐긋 쳐다봤다.“이 여잔 누구예요? 왜 내 방에 들어온 거죠?”그는 낯선 사람을 절대 방에 들이지 않는다. 여자는 더욱 금기 대상이다.온은수는 좀 전에 일이 썩 기분이 내키지 않은 듯싶었다. 하여 그의 말투도 유난히 냉정했다.온회장은 차수현을 보면서 조금 전 그녀의 말을 오해했다는 걸 알았다.“말하자면 길어. 서재로 가서 이야기 해주마. 수현이는 먼저 방에 가 있어.”온회장이 차수현에게 친절하게 말하자 온은수는 싸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봤다.그의 따가운 시선에 차수현은 왠지 싸늘함을 느꼈다. 온은수는 그녀를 향한 적의가 매우 커 보였다.하지만 일이 이 지경으로 된 이상 그녀도 더는 좌지우지할 수 없었다. 차수현은 결국 온은수의 차가운 눈빛을 감당하며 방으로 쪼르르 달려갔다.온은수는 그녀의 가녀린 그림자가 시야에서 사라진 후에야 온회장을 따라 서재로 들어갔다.온회장은 요 며칠 일어났던 일들을 간략하게 말하며 맨 마지막에 차수현을 언급했다.“은수야, 수현이는 내가 널 위해 맞이한 네 아내란다.”온은수의 담담했던 표정이 이 한마디로 변화를 일으켰다.그는
온회장은 온은수의 진지한 모습에 끝내 그의 제안을 허락했다.“그래, 약속할게. 만약 네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여자를 만난다면 그땐 이혼하겠다고 해도 말리지 않을게.”얘기를 마친 후 온은수는 곧장 방으로 돌아갔다. 온회장은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이를 본 집사가 가까이 다가오며 그를 위로했다.“온회장님,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수현 씨는 마음씨가 착해서 한동안 지내다 보면 도련님도 꼭 좋아하시게 될 겁니다. 감정이란 것은 원래 천천히 키워나가는 거잖아요.”온회장도 무슨 말인지 알겠다는 듯이 머리를 끄덕였다.‘그랬으면 좋겠구나.’……온은수가 온회장과 함께 서재로 들어간 후 차수현은 이제 막 하룻밤도 채 지나지 않은 ‘신혼 방’으로 돌아왔다.그녀는 좀 전의 마냥 차가웠던 온은수의 눈빛을 떠올리자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다.‘날 이토록 싫어하는 걸 보니 설마 이 결혼 무르는 거 아니야?’이렇게 생각한 차수현은 마음이 초조했다. 온은수가 아쉬워서가 아니라 시집온 지 하루만에 온씨 일가에서 쫓겨나면 그녀의 가족들은 절대 그녀를 가만두지 않을 테니까.엄마가 큰 병원으로 옮긴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또다시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오는 것은 차마 지켜볼 수가 없었다.하지만 이런 재벌 가문에 남아있으려면 분명 여자의 순결을 신경 쓸 텐데 만에 하나 그녀의 과거가 폭로된다면 도리어 온씨 일가의 심기를 건드릴까 봐 걱정이었다.차수현은 이도 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해 옷깃을 꽉 잡은 채 이마에 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그녀가 좌불안석일 때 굳게 닫혔던 문이 벌컥 열렸다.온은수가 성큼성큼 들어와 한쪽 옆에 움츠리고 앉아있는 차수현을 보더니 짜증 섞인 얼굴로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여기 앉아있을 여유가 있긴 해?”그의 말에 차수현은 숨이 턱턱 막혔지만 이럴수록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억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은수 씨…….”온은수는 하찮은 듯 웃으며 쏘아붙였다.“웃어? 내가 깨어나니까 좋아? 이젠 드디어 우
온은수는 그녀를 벽에 확 밀어붙이고는 턱을 잡아 올렸다. 그녀는 어쩔 수 없이온은수와 눈을 마주쳤다.“아빠가 대체 어떤 여자를 데려왔는지 궁금했는데 고작 돈이나 밝히는 인간이었어.”그는 비난 조로 말하며 손에 힘을 더 주자. 차수현에 턱은 부서질 것만 같았다.밀려오는 고통에 자신도 모르게 눈가가 촉촉해졌지만 그녀는 결코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맞아요, 난 돈밖에 모르는 여자예요. 돈보다 더 좋은 게 어디 있어요? 그러니까 돈만 주면 은수 씨에게 역겹게 굴지 않고 당장 꺼질게요.”온은수는 그녀의 대답에 살짝 당황 했다. 그의 앞에서 이토록 돈을 밝히는 여자는 여태껏 단 한 명도 없었다.진짜 원한다고 해도 대부분 내숭을 떠는 편이었다.하지만 차수현은 조금 특별했다. 당당하게 요구했으며 뻔뻔했다.온은수는 잠시 생각하더니 입꼬리를 올리고 빈정대며 놀리 말투로쏘아붙였다.“그래? 그렇게 돈이 갖고 싶다면 좀 전에 네가 한 말도 지켜야겠지?”차수현은 실의에 빠졌다. 이때 온은수가 그녀의 두 손을 덥석 잡고 침대에 내던졌다.“지금…… 뭐 하는 거예요?”차수현은 화들짝 놀라 뒤로 물러서려 했지만 온은수는 그녀의 발목을 꽉 잡고 물러나지 못하게 했다.“아까 네가 말했잖아 나와 결혼하자마자 이혼하게 되면 미혼에서 갑자기 이혼녀가 되는거라고. 보상을 원한다면 나도 네 뜻대로 하게 해줘야 하지 않겠어?”그는 차수현을 짓누르고 점점 더 가까이 다가왔다...그는 빈정거리는 얼굴로 차수현의 하얀 목덜미에 다가갔지만 상상했던 증오감이 밀려온 게 아니라 오히려 말하지 못할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담담하고 고요한 느낌이 마치 그날 그 여자를 방불케 했다...온은수는 제멋대로인 그녀를 잠시 겁주려던 것도 잊은 채 자신도 모르게 가까이 다가갔다.차수현은 그에게 짓눌려 꼼짝하지 못했다. 그녀는 마지못해 눈을 감고 그를 보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몸이 점점 굳어져 끝내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돈 필요 없으니까 제발 좀 가게 해주세요!”그녀는 결국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좀 전에 아빠한테 얘기 다 들었어. 너 대체 아빠를 어떻게 속인 거야? 너 같은 며느리는 없다면서 절대 이혼하지 말라고 하셨어.”온은수의 말을 들은 차수현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온회장님이 정말 이렇게 말씀하셨을까?’다만 그녀는 방금 일어난 일들을 되새기며 더 이상 이토록 감정 기복이 심한 남자와 함께 살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하루빨리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었다.“그럼 내가 가서 말씀 드릴게요. 걱정하지 말아요. 은수 씨가 이혼 얘기를 꺼냈다고 하지 않을게요.”차수현은 마음을 진정시키고 몸을 돌려 차분히 얘기했다.온은수는 흥미진진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봤다.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왔지만 이 순간만큼은 그녀의 속내를 읽어낼 수 없었다.그를 길들이려고 하는 수작일까 아니면 본인이 원하던 계획이 무너져 자포자기한 걸까?말을 마친 차수현은 온회장을 찾아가 솔직하게 말씀 드리려 했다. 그녀가 진짜 방을 나서려 하자 온은수는 뒤늦게 일어나 팔을 덥석 잡아당겼다.“거기 서. 나랑 거래 하나 해. 네가 허락만 한다면 돈은 전혀 문제 될 게 없어.”온은수가 갑작스럽게 팔을 붙잡자 그녀는 좀 전의 잔혹했던 행동들이 떠올랐다. 차수현은 온몸이 불편하여 피하려 했지만 좀처럼 벗어나질 못했다.“뭔데요?”온은수는 그녀의 팔을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이에 그녀도 온회장을 찾아갈 생각은 잠시 뒤로 한 채 무슨 거래인지 들어보기로 했다.“아버지는 연세가 드실수록 하루빨리 내가 결혼하고 안정적인 삶을 살길 바라셔. 나도 줄곧 이 일로 아빠한테 걱정을 끼쳐드리고 싶지 않아. 네가 여기 남아준다면 원하는 모든 것을 내가 부담할게. 내 요구는 단 하나야. 만약 내가 진짜 결혼 상대를 만나는 날엔 더 이상 집착하지 않고 바로 내 곁에서 떠나. 그땐 네 청춘을 내게 바친 대가로 한꺼번에 100억 원을 보상해줄게.”차수현은 거만하고 무례한 온은수의 행동에 거부감이 들었지만 100억이라는 어마어마한 액수를 듣는 순간 선뜻 거절할 수 없었다.차씨 집안 사람들의 행실을 그녀는
차수현은 맑은 눈빛으로 단호하게 말했다. 비록 이 계약서가 마음이 들지않지만 온은수가 자신의 몸을 함부로 대하는게 싫었다..온은수는 말문이 턱 막혔다. 그는 한참 동안 침묵한 후 눈을 가늘게 뜨고 대답했다.“그건 걱정 마. 너 같은 여자는 나한테 애원해도 만지고 싶지 않으니까.”차수현은 그의 거친 표현에도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 웃으며 말했다.“꼭 그러길 바랄게요.”그녀는 방금 한 말을 열심히 계약서에 적고 사인을 마친 후 온은수에게 건넸다.온은수는 그녀의 서명을 힐긋 쳐다봤는데 돈만 밝히는 이미지와는 달리 글씨체가 생각보다 단정했다.수려하고 깔끔한 필체에서 열심히 글씨 연습을 한 흔적이 묻어났다.온은수는 정신을 가다듬고 그녀의 서명 옆에 사인을 마친 후 계약서를 내려놨다.그는 블랙카드 한 장 그녀에게 건넸다.“이 카드 사용해. 한도 제한 없어.”차수현은 이내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담담하게 카드를 건네 받았다.“걱정 말아요. 돈만 들어오면 은수 씨 요구대로 전부 다 맞춰드릴게요.”온은수는 코웃음 치고 더는 그녀를 쳐다 보지 않았다.그는 팔을 들어 손목시계를 들여다봤다. 새벽에 깨어나 한바탕 소란을 피웠는데 날이 밝아오기까지 아직 몇 시간 더 있었다.줄곧 병상에 누워있다가 이제 막 정신이 든 온은수는 피곤함이 몰려와 그녀에게 말했다.“난 이만 쉬어야겠어. 어디서 잘지는 알아서 결정해. 가족들의 의심만 안 사면 돼.”말을 마친 그는 서슴없이 방안의 큰 침대를 차지하고 털썩 누웠다.차수현도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돈을 받는 처지라 그가 갑이라는 걸 인정한 그녀였다.방안에 부스럭대는 소리가 들리더니 불이 꺼지고 고요한 정적이 흘렀다.그녀가 잠잘 곳을 구해달라고 부탁할 줄 알았는데 아무 말도 없었다. 온은수는 살며시 침대에서 일어나 앉아 주위를 둘러보았다. 차수현은 어디서 이부자리를 찾아냈는지 그새 바닥에 깔았다.그녀는 자리를 아주 조금 차지한 채 가녀린 몸을 움츠리고 누웠다. 너무 조용해 있는듯 없는듯 방안은 고요했다.
온은수는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다가 책장을 펼치는 소리에 비로소 정신을 차렸다.그는 여자에게 넋이 나간 자신을 생각하며 한심하다는 듯 입꼬리를 올렸다.‘돈만 밝히는 여자가 아침 일찍 일어나 독서를 해? 이렇게 하면 내 마음이 조금은 바뀔 줄 알고? 천만에, 무의미한 일이야.’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이불을 젖히고 곧 바로 샤워하러 욕실로 향했다.차수현은 인기척을 듣더니 그제야 온은수가 깨어난 걸 알아챘다.‘설마 내가 책상을 좀 빌려 썼다고 불쾌한 걸까?’그녀는 더 생각할 새도 없이 서둘러 책상 위의 물건을 정리했다. 그도 그럴 것이 온은수한테서 받은 돈으로 엄마의 병을 치료해야 했으니까.잠시 후 욕실에서 나온 온은수는 그녀가 물건을 싹 다 정리한 걸 보더니 천천히 말했다.“나가서 밥 먹어.”차수현은 그를 따라 주방으로 걸어갔다. 온회장은 풍성한 차려진 아침식탁 앞에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온은수와 차수현이 나란히 방에서 나와 자연스러운 표정으로 걸어오는 걸 보더니 온회장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수현아, 어젯밤엔 잘 잤어? 은수가 널 괴롭히진 않았지?”온은수는 그녀를 힐긋 째려봤다. 이에 그녀는 황급히 고개를 내저었다.“그럴 리가요. 푹 잘 잤어요.”어젯밤 바닥에서 자느라 그녀는 허리가 쑤시고 온몸이 뻐근했다. 하지만 돈을 받았으니 곧이곧대로 말할 수 없었다.“다행이네. 앞으로 은수가 괴롭히면 나한테 말 하거라. 너 대신 따끔하게 혼내줄게.”차수현은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다들 무사히 아침을 먹었다.식사를 마친 후 온은수는 온회장과 상의할 일이 있다면서 서재로 들어갔다.“아빠, 내가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걸 우리 가족 말곤 아무도 몰랐으면 해요.”“왜? 너한테 무슨 계획이라도 있는게냐?”“그게 아니라 왠지 이번 교통사고가 우연치고는 이상한 것들이 많은 것 같아서요. 동태를 잘 살피고 그들을 기다리다 보면 느슨해진 그들의 꼬리가 드러날 거예요.”온은수는 확신에 찬 눈빛으로 말했다. 수년간 재벌가에서 지내다 보니 절
“네, 알았어요.”차수현은 얌전히 대답한 후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온씨 집안에서 나와 아무도 자신을 보지 않는다는 걸 확인한 후 그녀는 비로소 긴 한숨을 내쉬었다.온은수는 감정 기복이 심하여 상대하기 너무 힘들었다. 하지만 엄마를 위해서라도 끝까지 버텨내야 했다.……차수현은 버스를 타고 병원에 갔다. 병실에 도착하자 단짝 친구 한가연이 한참 엄마를 보살펴주고 있었다. 한편 엄마의 안색이 전보다 훨씬 좋아진 걸 발견한 그녀는 걱정했던 마음이 한결 나아졌다..온혜정은 딸을 보자 반가워 하며 그녀에게 새로운 직업이 어떤 일인지 물어보았다.차수현은 미리 준비했던 대로 대답하며 엄마를 안심시키며 이야기 해주었다.세 사람이 한참 얘기를 나눈 후 온혜정이 차수현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아 참, 은서는 잘 지낸대? 지금도 해외에 있어? 언제쯤 귀국한대? 걔가 돌아오면 우리 수현이도 이렇게 고생하진 않을 텐데 말이야.”차수현은 미소를 짓고 있다가 그의 이름을 듣는 순간 낯빛이 살짝 어두워졌다.그녀는 오랫동안 온은서의 이름을 들어보지 못했다.대학교 때 차수현은 엄마를 보살피면서 학교에 다니느라 그 모습은 초라했었다.. 그녀가 가장 힘들 때 온은서가 그녀를 도와줬었다.그렇게 은서는 착하고 해맑은 모습이 그녀의 마음을 서서히 열게하였다. 그 뒤로 병원에도 자주 찾아와 온혜정을 돌봐주며 그녀에게 사위로 인정받았다.두 사람은 대학교를 졸업한 뒤 곧바로 결혼하려 했지만 온은서가 해외 의학연구소로부터 파격적인 오퍼를 받았다. 그에게 첨단의학연구를 위해 출국해달라는 초대장이 왔었다.온은서는 학업을 마치고 귀국하면 그녀와 결혼하겠다고 약속했었다. 처음 두 사람은 자주 연락하며 지냈지만 갑자기 반년 전부터 연락이 뚝 끊겨였다.차수현도 차츰차츰 눈치를 챘다. 온은서가 어쩌면 날 이제 짐 처럼 느껴져서싫증 났거나 해외에서 마음에 드는 여자를 만나 그녀를 깨끗이 잊었을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그녀는 침울한 마음을 뒤로한 채 애써 웃으며 엄마에게 말했다.“엄마도 알다
“이미 사람을 시켜 CCTV를 확보했는데... 한 달 전 영상이라 호텔 쪽에서 싹 다 지웠대요.”온은수는 미간을 찌푸렸다. 사실 그날은 그가 직접 돌아가 사람을 찾으려 했는데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를 당하고 말았다.요 며칠 윤찬이 믿고 있는 몇몇 사람들도 회사 주가를 유지하며 딴 사람들이 빈틈을 노리고 공격하는 걸 막느라 정신이 없었다. 하여 그날 일을 조사할 겨를이 전혀 없었다. 온은수도 그런 그를 원망하지 않았다.“계속 조사해. 일말의 단서도 놓쳐서는 안 돼.”온은수의 지시에 윤찬은 알겠다며 대답을 하곤 곧장 자리를 떠났다.온은수는 업무를 다 처리한 후 서재에서 나오다가 마침 병원에서 돌아온 차수현과 마주쳤다.차수현은 어젯밤에 잠을 설쳤고 또 아까 길에서 흐느끼며 우느라 몸이 엄청 피곤했다. 그녀는 얼른 조용한 곳을 찾아가 마음을 달래고 싶었지만 문을 열자마자 온은수와 시선이 마주치고 말았다.온은수는 빨개진 그녀의 눈동자를 보더니 생각에 잠겼다.‘이 여자 엄마 보러 간다더니 딴 사람한테 하소연하러 간 거야 뭐야?’어젯밤에 그의 요구를 들어준 것도 전부 연기한 거였나?. 그녀는 결국 돈이나 밝히는 여자에 불과한 건가?온은수는 싸늘한 표정으로 쏘아붙였다.“왜? 아침까지 집에서 뻔뻔스럽게 연기하더니 너무 빨리 본성이 드러난 거 아니야? 그새를 못 참고 누굴 찾아가 하소연 이라도 한 거야?”차수현은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가 시킨 일은 전부 최선을 다해 맞춰준 그녀였다. 단지 슬픈 일이 생각나 마음이 속상한 것뿐인데 이렇게까지 그녀의 마음을 후벼 팔 필요가 있을까?그녀는 자기 처지를 생각하며 서운한 마음을 꾹 참았다.“미안해요, 은수 씨. 엄마를 만나서 조금 감격했을 뿐 은수 씨가 말한 그런 거 아니…….”“네가 뭘 했는지 궁금하지 않아.”온은수는 귀찮다는 듯 그녀의 말을 잘랐다.“이 말만 기억해. 나와 결혼한게 속상하고 억울해도 꾹 참아. 여기저기에 소문내고 다니지 마. 그리고 집에서 울상을 짓고 있는 얼굴 보고 싶지 않아.
차수현은 반박하지 않고 계속 고개를 숙이고 온은수를 바라보았다.그리고 어르신은 떠났다.잠시 후 온혜정과 유민도 왔는데, 그들은 무사히 돌아와 약간의 찰과상만 입은 유담을 자세히 살펴보다가 또 그를 품에 안고 한참을 울었다.그리고 나서야 그곳에서 구체적으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게 되었고, 온혜정은 들은 다음 마음이 복잡해졌다.그녀는 임미자가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다. 이렇게 되면 그녀도 더 이상 임미자를 미워할 수가 없었다.병실에 들어서자, 온혜정은 차수현이 눈도 깜빡이지 않고 온은수를 바라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수현아.” 온혜정은 작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차수현은 고개를 돌렸다.“엄마, 그는 괜찮아요.”“괜찮으면 됐어.”온혜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차수현 옆에 앉아 그녀의 손등을 두드렸다.“피곤하면 돌아가서 쉬어. 여긴 우리가 있잖아.”차수현은 뒤를 돌아보니 온은서도 온 것을 발견했다.비록 전에 온은수와 불쾌한 일이 많았지만, 이럴 때 그는 오히려 온은수가 죽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다.“나도 알아요…….”차수현은 대답했다. 그녀는 이럴 때 곁에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지탱하며 그녀가 쓰러지지 않도록 도와주고 있는 것을 다행이라고 여겼다.……또 일주일이 지났고, 온은수는 마침내 혼수상태에서 깨어났다.요 며칠, 차수현은 다른 사람들과 번갈아 그를 돌보았는데, 차수현이 머문 시간이 가장 많았다. 매일 이 남자를 돌보는 것 외에 그녀는 또 그의 손을 잡고 그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의 생존 의식을 불태워야 했다.온은수가 깨어났을 때, 그는 차수현이 자신의 침대에 엎드려 잠든 것을 보았고 남자는 손을 내밀어 어렵게 그녀의 머리를 만졌다. 차수현은 순식간에 깨어났다.온은수가 깨어난 것을 보고 그녀는 기쁨에 겨워 눈물을 흘리며 남자를 안고 이리저리 둘러보며 그가 정말 괜찮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서둘러 의사를 불러 온은수에게 검사를 진행했다.검사 결과, 모든 것이 정상이었고, 온은수는 한동안 휴양하면 퇴원할 수 있었다.한 무리
십여 분의 노정은 차수현에게 있어 마치 한 세기가 지난 것 같았다.마침내 병원에 도착하자 문앞에는 이미 들것이 기다리고 있었다. 차문이 열리자 온은수는 들것에 실려 직접 수술실로 옮겨져 응급처치를 받았다.차수현도 따라가서 수술실 입구를 지켰다.……수술실 밖, 어르신도 이 소식을 듣고 달려왔다.다만, 온은수의 상황을 물어볼 겨를도 없이 임미자가 죽었다는 말을 듣고, 그는 벼락을 맞은 듯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어르신은 자신의 귀를 믿지 않으려 했지만, 임미자의 시체를 보러 갈 것이냐는 질문을 받았다.어르신은 망연히 따라갔고, 임미자의 산산조각난 시체를 보고 그는 마침내 믿었다. 줄곧 얼굴에 감정을 나타내지 않는 남자가 목놓아 울었고, 원래 반쯤 하얀 머리카락은 순식간에 하얗게 변했다.그는 하루 만에 자신과 삐진 아내가 아무런 생기도 없는 시체가 되어 영원히 자신에게서 떠날 줄은 도무지 생각하지 못했다.“사모님은 유담 도련님을 구하시기 위해…….”어떤 사람이 사건의 경위를 어르신에게 말했고, 모든 것을 알게 된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가슴은 아파서 숨을 쉴 수 없었지만, 그는 생명의 마지막 순간, 임미자는 틀림없이 만족했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면 충분했다.“미자야, 안심해라. 은수의 아이는 반드시 건강하고 평안하게 자랄 거야. 당신이 한 모든 것은, 그들이 줄곧 기억할 거야…….”……수술실 밖에서 차수현은 오랫동안 기다렸고, 그녀가 자신의 몸이 무감각해졌다고 느꼈을 때, 그 수술 중이란 등불은 마침내 꺼졌다.온은수는 의사에게 밀려나왔고, 차수현은 즉시 앞으로 다가가서 상황을 물었다.“의사 선생님, 그 이는 어떻게 됐나요!”“생명의 위험은 없지만…….”“뭔데요?”“도련님의 다리는 총상을 입은데다 또 심각한 골절을 입어, 회복하더라도 전처럼 돌아갈 수 없을 거예요.”“…….”차수현은 침묵하다가 잠시 후에야 메마른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알았어요.”그녀는 이런 상황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지만, 또 어쩔 수 없이
한 무리의 사람들은 미처 임미자가 사망했다는 사실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또 하나의 흉보를 맞이했다.차수현도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어 그 사람들과 함께 비틀거리며 달려갔다.다행히 온은수가 배치한 사람은 비록 매우 슬프고 이 사실을 믿기 힘들었지만 여전히 자신의 사명을 기억하고 차수현을 부축하며 그녀가 넘어지지 않도록 보호했다.일행이 공장 앞에 도착하자, 활활 타오르는 불길만 보였고, 자욱한 검은 연기는 온 하늘을 칠흑같이 어두컴컴하게 물들였다.차수현은 이 모든 것을 보고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온은수가 이미 불 속에 타 죽었거나 폭사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그녀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수백 수천 번이나 이 남자를 미워했지만, 그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았을 때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첫 번째 생각은 그가 무사하기를 바라는 것이었다.“온은수, 당신은 죽지 않을 거예요…… 당신은 내 뱃속의 아이가 당신을 아빠라고 부르는 것을 들어야 한다고 했잖아요…….”차수현은 중얼중얼 말하면서 말투에 말할 수 없는 슬픔을 띠었다.그녀는 온은수를 찾으러 들어가려 했지만 사람에게 붙잡혔다.“아갔;, 저희가 도련님을 찾으러 들어갈 거예요. 아가씨는 안의 연기를 들이킬 수 없어요. 아이에게 영향을 줄 거예요.”“나더러 이렇게 지켜보고 있으라고요?” 차수현은 멍하니 말했다. 그녀는 문득 자신이 쓸모가 없다고 느꼈다. 이럴 때 그들이 일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그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도련님은 아가씨의 뱃속의 아이의 안전을 가장 중시했으니 만약 아가씨에게 무슨 일 생긴다면 저희도 죽음으로 사죄할 거예요.”사람들이 모두 자신을 막자, 차수현은 한쪽에 서서 그들이 들어가서 기적을 찾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얼마나 지났는지 갑자기 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도련님은 여기에 있어!”공장 앞은 잡초로 뒤덮여 사람들의 시야를 가렸기 때문에, 그들은 한참을 찾고서야 그곳에 누워 이미 혼수상태에 빠진 온은수를 발견했다.온은수를 찾은 사람은 그에게 아직 호
그의 수하는 유담을 찾았으니, 그들은 유담을 보호하여 무사하게 돌려보낼 것이다. 이렇게 하면 그가 이곳에 온 가장 큰 목적은 달성됐으니 그도 잠시 안심할 수 있었다.연설도 이 소리를 들었은데, 대충 무슨 일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유담의 너덜너덜한 옷 밑에 폭탄이 있다는 것을 모를 것이고, 그것을 발견했을 때 또 얼마나 절망적일까?차수현은 자신이 사랑하는 아들이 그녀 앞에서 죽는 것을 지켜볼 뿐만 아니라 아예 그의 피와 살이 터지는 그런 가장 처참한 죽음을 지켜볼 것이다.임신한 그녀는 이런 장면을 보고 그 자리에서 놀라 기절하고 유산하겠지?여기까지 생각하자 연설의 얼굴에는 일그러진 웃음이 떠올랐고, 온은수는 이를 보고 깜짝 놀랐다.그는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또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은수 오빠, 오빠가 생각한 게 맞아요. 그는 당연히 이렇게 쉽게 도망가지 못하겠죠. 그의 몸에는 폭탄이 있으니 나가도 소용없어요.”“너……!”온은수는 갑자기 연설을 죽이고 싶은 마음까지 생겼다. 그는 어떻게 해야만 유담을 무사하게 할 수 있을까?연설은 남자 얼굴의 드러난 절망을 감상하며 그의 얼굴을 살며시 쓰다듬었다.“조금 있으면 폭발하는 소리가 들릴 텐데요…….”이와 동시.유담은 다른 사람에게 안겨 밖으로 달려갔고, 더 빨리 떠나기 위해 그들은 유담의 입에 있는 테이프를 뗄 겨를도 없었다.마침내 차수현 그들이 기다리고 있는 곳에 도착하자, 그들은 유담을 내려놓았고, 그러나 그는 귀신을 본 듯 끊임없이 밖으로 뛰어나갔다.“유담아!” 차수현은 이 상황을 보고 엄청 놀랐다. 유담이는 왜 이러는 것일까?유담은 마침내 자신의 입에 붙은 테이프를 떼어냈다.“엄마, 나한테 시한 폭탄이 있어요. 시간이 얼마 안 남았는데…….”차수현은 눈앞이 캄캄해졌다. 어떻게 이럴 수가?그리고 바로 이때, 몰래 따라온 임미자는 이 말을 듣고 즉시 달려가 유담을 껴안고 그가 입고 있는 너덜너덜한 옷을 찢었고, 그 안에 아직 카운트다운을 하고 있는 폭탄
“올라와요, 그리고 문 앞에 서서 들어오지 말고요, 그렇지 않으면 난 그 녀석을 죽일 거예요.”연설은 갑자기 입을 열더니 더는 총을 쏘지 않았다.온은수는 이렇게 한 걸음 한 걸음 올라갔고, 연설은 옆에 앉아 있는 유담을 바라보았는데, 그를 잡아당긴 후에야 그의 팔에 피가 묻은 것을 발견했다. 아마도 줄곧 밧줄을 갈아서 빠져나가려고 노력했을 것이다.“넌 도망가도 소용없다. 오히려 널 만난 사람은 모두 너 때문에 죽겠지. 만약 차수현이 흥분해서 너를 안고 손을 놓지 않으려 한다면 너희 모자 두 사람은 함께 저승에 가서 다시 가족이 될 수 있어.”연설은 냉담하게 잔인한 말을 하다가 갑자기 칼을 꺼내 유담의 손에 있는 밧줄을 잘랐고, 그 후 발자국 소리가 들려오더니 온은수가 도착했다.연설은 또 총을 들어 온은수의 오른쪽 다리를 향해 총을 쏘았다.온은수는 몸을 비틀거리다 결국 버티지 못하고 한쪽 다리는 무릎을 꿇었다.“이렇게 하면 화가 풀리겠어? 난 지금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네 마음대로 처리해. 유담이 풀어주기만 하면 돼.”온은수는 유담을 바라보며 계속 물었다.연설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온은수를 들어오게 했다.“들어와요, 그리고 난 그를 내보낼 거예요.”온은수는 다리와 어깨를 다쳤기 때문에 더 이상 도망갈 수 없었다. 자신이 상상했던 차수현을 괴롭혀 죽이는 화면과는 다르지만 온은수가 자신과 함께 죽게 할 수 있다면 그것도 좋았다.게다가 연설은 온은수가 차수현을 대신해 자신을 찾아올 수도 있다는 것을 짐작했기 때문에 두 가지 예상을 했었다.차수현이 왔다면 연설은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그녀를 괴롭혀 그녀가 온은수 앞에서 죽게 하고, 온은수로 하여금 평생 연설이라는 사람을 잊을 수 없게 하려 했다.만약 온은수가 왔다면, 그녀는 그와 함께 죽을 것이다. 그녀는 자신이 여러 해 동안 사랑해 온 이 남자가 차수현과 남은 인생 행복하게 살게 하고 싶지 않았다. 차라리 그를 자신과 함께 지옥으로 가도록 하는 게 더 나았다.유담은 이 상황을 보고 끊
차수현은 결국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녀는 자신이 그들에게 폐를 끼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이렇게 온은수는 몇 명의 유력한 조수들을 배치하여 차수현을 보호하라고 한 다음, 기타 몇 명의 가장 믿을 만한 사람들을 데리고 출발했다.온은수는 단독으로 차를 몰고 갔고, 이 사람들은 일부는 안전한 곳에 남아 유담을 기다렸고 남은 사람은 공장을 뒤지며 유담을 찾았다. 그때 유담을 찾으면 누군가가 신호를 보낼 것이다.일을 안배한 후, 온은수는 옷을 갈아입고 스스로 차를 몰고 먼저 떠났고, 다른 사람들은 뒤에서 그를 따라 가면서 거리를 유지하여 연설에게 발견되지 않도록 했다. 그녀는 마음이 급해져서 유담을 해칠 수도 있었다.온은수는 차를 몰고 연설이 보낸 장소로 갔고, 거리가 가까워지면서 그 허름한 공장도 눈에 들어왔다.온은수는 이곳의 환경을 살펴보았는데, 사방에 인가가 없었고, 도처에 무성한 잡초가 자랐는데, 확실히 나쁜 일을 하기에 아주 적합한 곳이었다.온은수은 차를 한쪽에 세운 후 스스로 차에서 내렸다.연설은 위층에서 자동차 소리를 듣고 멀리서 한 번 바라보았는데, 유담도 와서 보려고 발버둥 쳤지만 꽁꽁 묶여 있어 몇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었다.유담은 마음속으로 차수현이 절대 오지 말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다. 연설은 정말 미치광이여서 엄마가 나타난 순간 그녀를 죽일 것이다.그리고 유담은 절망적으로 자신의 몸에 있는 폭탄을 바라보았다. 이것은 센서가 달린 폭탄이었는데, 사람에게서 10초 이상 떠나면 바로 폭발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미 폭발 시간이 설정되어 있었는데, 바로 연설이 그들에게 준 마지막 기한이었다.다시 말하면, 차수현이 와서 유담을 구해도, 그들은 그의 몸에 있는 폭탄을 제거할 수 없었으니 유담은 여전히 죽어야 했다. 그리고 차수현은 헛되이 목숨을 잃을 뿐이었다.연설은 나타난 사람이 온은수인 것을 보고 멍하니 있다가 곧 싸늘하게 웃었다. 온은수는 여전히 그의 애지중지하는 차수현을 위험에 빠뜨리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차라
차수현이 침묵하며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모를 때, 갑자기 밖에서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안 돼, 은수야, 그건 너무 위험해서 안 돼!”온은수는 의아하게 고개를 돌렸고, 그제야 어르신과 임미자가 모두 왔다는 것을 발견하였다.임미자도 방금 온은수의 말을 들었다. 그녀는 자신의 아들이 이미 희생하려는 마음을 먹고 유담을 구하려 한다는 것을 보아냈다.유담은 그녀의 손자였으니 그녀도 그를 매우 걱정했지만, 온은수는 그녀가 힘들게 낳은 아이였다. 비록 두 모자는 일찍이 여러 가지 오해로 오랫동안 헤어졌지만, 그들이 혈육이란 사실은 변함없었다.임미자는 이런 황당한 일이 일어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그래, 은수야, 넌 우리를 생각하지 않는 거야?”어르신은 자신의 잘못이 지금의 상황을 초래하여 유담을 위험에 처하게 했다는 것을 알고, 짧디짧은 몇 시간 사이에 그의 백발은 두배로 늘어났고, 하루아침에 10살은 더 먹은 것 같았다.“하지만 전 남자이니, 제가 저지른 일은 제가 스스로 책임져야 하죠. 아버지, 이것은 어릴 때부터 가르쳐 주신 거 아니었나요?”어르신은 침묵하다가 잠시 후에야 입을 열었다.“만약 연설의 어머니를 보낸다면? 그녀는 아무리 미쳤더라도 자신의 친어머니를 직접 살해할 정도는 아니겠지.”“그녀가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이상, 분명히 그들조차 신경 쓰지 않는 게 분명해요. 저는 그런 시험을 할 수 없어요. 그리고 송혜미는 이 일을 알게 된 후, 큰 자극을 받았다. 이미 기절했고, 언제 깨어날 수 있을지 아직 모르니까 저는 그녀가 깨어날 때까지 기다릴 시간이 없어요.”유일한 가능성이 모두 없어진 것을 보고, 어르신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다 내 잘못이구나, 모두 내 탓이다. 내가 노망나서 연설을 풀어줬구나. 그렇지 않으면, 그녀더러 나를 죽여 분풀이를 하는 건 어떤가. 어차피 나도 늙었으니 죽을 때가 됐지. 자꾸 젊은 사람이 내 앞에서 죽는 것을 보는 것보다 낫지 않겠는가.”어르신의 말에 온은수도 약간의 슬픔을 느꼈다. 그는 눈을
차수현은 그 장면을 생각하자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 그녀가 유담이 온갖 고통을 받고 죽는 것을 눈 뜨고 지켜보게 하라니, 차라리 그녀가 가서 그를 바꾸는 것이 나았다.어차피 연설의 원한은 모두 자신을 향한 것이었고, 유담은 무고했으니 그녀는 자신의 아이가 어른의 원한에 연루되게 하고 싶지 않았다.더군다나 유담이 그렇게 간단하게 연설에 의해 납치된 것도 다 그녀가 일시적으로 마음이 약해서 그들에게 진실을 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유담은 연설이 그의 마음속의 그 선량하고 정직한 선생님이 아니라 악마라는 것을 전혀 몰랐다.여기까지 생각하자 차수현은 숨이 막혔지만 눈빛은 점차 담담해졌다.“어쨌든 나는 갈 거예요.”“그럼 당신 뱃속의 아기는? 당신은 그녀를 버릴 거야?” 온은수는 슬픔을 느꼈다. 지금 이 순간, 차수현은 여전히 그를 믿고 싶지 않았다.그러나 그는 심지어 이런 일로 괴로워할 자격도 없었다. 만약 그가 처음부터 깔끔하게 연설을 처리했다면, 또는 사람을 감옥에 보내 그녀를 잘 주시하도록 분부했다면, 이런 일이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그의 잘못이 더욱 컸다!“난…….”차수현은 이미 무엇을 희생하든 유담을 구하러 가려고 했지만, 뱃속의 아기를 언급하자 잠시 망설이다 결국 마음속으로 한숨을 쉬며 아직 아무런 의식도 없는 배아에게 미안하다는 한마디 할 수밖에 없었다.‘미안해. 엄마의 선택은 너무 이기적이었지? 어쩌면 네가 이 아름답지만 잔혹한 세상을 볼 수 없게 할 수도 있어. 하지만 만약 일이 정말 최악의 방향으로 발전한다면, 나도 너와 함께 떠날 거야. 절대로 널 혼자 두지 않을 거라고.’“만약 당신이 가서 유담을 구하더라도, 당신이 죽는다면, 그는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아? 아마 평생 그늘 속에서 살겠지. 더 이상 즐겁게 웃지도 못하고. 당신은 그가 그렇게 되길 원하니?”“그럼 어쩌라고요?! 당신이 말해봐요!” 차수현은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고함을 질렀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면, 그녀는 어떻게 해야 좋을까?설마 이
차수현의 비명소리에 온은수는 깜짝 놀랐다. 그는 재빨리 다가가 그녀의 손에서 아직 소리가 나는 휴대전화를 빼앗으려 했지만 차수현은 지푸라기라도 잡은 것처럼 전혀 주려 하지 않았다.“수현아, 진정해!”귀를 찌르는 비명소리에 온은수는 고막이 뚫릴 것 같았지만 몸의 불편함 대신, 오히려 가슴이 무언가에 의해 꽉 쥔 채 곧 깨질 것 같은 아픔을 느꼈다.그는 차수현이 이렇게 통제력을 잃은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종래로 없었다. 오은택의 일로 모함을 당했을 때도, 비록 많은 일반인들이 참을 수 없는 일을 당했지만 차수현은 이런 모습을 보인 적이 없었다. 그녀는 이미 그 빌어먹을 동영상에 자극되어 정신이 붕괴된 것 같았다.여기까지 생각하자 온은수는 더욱 걱정했다. 그러나 전에 그는 이미 차수현을 한 번 기절시켰으니 이번에는 차마 그러지 못하고 앉아서 차수현을 안고 가볍게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을 수밖에 없었다.“수현아, 핸드폰 줘, 내가 단서를 찾으러 갈게. 내가 그들의 현재 위치를 찾을 수 있을 거야. 방법이 꼭 있을 거야. 그녀의 가족도 우리 손에 있으니 우리도 속수무책이 아니야. 조급해하지 마…….”온은수 자신도 급해 죽을 지경이었지만 차수현을 진정시키는 것이 우선이었다. 차수현은 그의 말을 듣지 않았지만, 더 이상 비명을 지르지 않고 얼굴을 가리고 통곡했다. 마치 새끼를 잃은 어미 짐승처럼 슬피 울었다.온은수는 손을 내밀어 차수현의 휴대전화를 가져오려 했지만 그녀는 마치 귀신에 홀린 듯, 온은수의 어깨를 호되게 깨물며 자신의 휴대전화를 빼앗아 가지 못하게 했다.온은수는 심한 통증을 느꼈다. 차수현은 지금 이미 이성이 없어서 유난히 세게 그를 깨물었고, 한순간, 그는 살이 찢어져 피까지 흘렸다. 그러나 남자는 미간도 찡그리지 않고 오히려 이런 자세로 차수현을 그의 어깨에 엎드리게 하며 그녀의 손목을 살짝 잡더니 그녀가 손을 놓게 하는 데 성공했다.차수현은 여전히 온은수를 꽉 물고 놓지 않았다. 온은수는 아무일 없는 것처럼 차수현의 휴대폰에 들어온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