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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71화

뜰 안은 매우 조용했다. 그 어느 누구도 소리내지 않고 각자 수련에 집중하고 있었다.그러던 중, 육승연이 갑자기 눈을 번쩍 뜨더니 주위를 둘러보았다.모두가 열심히 수련하는 것을 보고 얼굴에 갑갑한 기색이 일었다. 난관에 봉착한 것이다. 의혹을 풀어야지 아니면 수련을 계속하긴 힘들었다. 그래서 희월 언니를 찾아가기로 했다.여기서 기초가 제일 약한 두 사람을 꼽으라면 자신이 그중 하나였다. 물론 운서도 포함이다. 그 애는 나이가 어린 데다가 똑똑해서 진도를 따라가긴 하였으나 그것도 간신히 뒤꽁무니를 쫓아가는 신세였고 자신보다는 낫지만 차이가 미미했다.실력으로 따지면 희월 언니를 버금가는 것은 하지혜와 유진희였다. 3급 문명 은하계에서 왔기 때문에 워낙에 기반이 튼튼했고 더구나 그녀들은 은하계 4대 선녀로서 천부적인 기질이 있었다. 희월 언니가 너무 바쁠 때는 그녀들이 선생 노릇을 대신하여 궁금증을 풀어주기도 했다.사뿐사뿐 황보희월한테 다가간 육승연은 괜히 방해가 될까 봐 선 자리에서 묻지 못하고 우물쭈물하였다.다행히 기척을 느낀 황보희월이 눈을 뜨며 나지막이 물었다.“승연아, 물어볼 거 있으면 물어봐.”“고마워요, 언니!”육승연은 활짝 웃으며 질문 보따리를 풀었다.“희월 언니, 여기를 잘 모르겠어요...”황보희월은 성심껏 가르쳐주었다.육승연이 만족스러운 듯 제자리로 돌아가자 이번에는 운서가 또 자리에서 일어나 희월한테로 향했다.황보희월은 이번에도 짜증 내는 기색 하나 없이 차근차근 알려주었다. 그리고 그 후에도 연달아 가르침을 원하는 사람이 줄을 섰는데도 그녀는 여전히 귀찮은 내색이 눈곱만큼도 없었다.그녀가 점점 바빠지자 하지혜와 유진희도 선뜻 나서서 가르쳐주는 걸 도왔다.너무도 화기애애하고 훈훈한 장면이었다.임동현은 진작에 도착하였는데 그런 분위기를 깨고 싶지 않아 흐뭇하게 쳐다보기만 하며 기척을 내지 않았다.그는 비록 허신급에 도달하여 성원계를 제패하고도 남는 상상을 초월하는 실력을 갖고 있지만 남을 가르치는 데는 젬병이었다.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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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72화

저들 앞에 나타났으면 또 서로 할말이 여간 많지 않을 것이니 시간이 지체될 것이 뻔하였다. 그럴 바에야 백아람을 구하고 나서 다시 모이는 게 나을 것이다.운서 등은 누군가 그들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그들뿐만 아니라 성원계에서 임동현이 맘먹고 몸을 감추면 누구도 그를 발견할 수 없다. 그게 성왕급이라고 해도 말이다. 반보허신급은 비록 성왕급보다 절반 단계만 차이 난다지만 그 역시 한쪽 발을 신급 영역에 들여놓은 것과 마찬가지여서 성왕급과는 비교 자체를 불허하는 존재다.... 칠색유리종 의사당.금방 여기서는 고위층 회의를 마쳤다.칠색유리종의 기타 임원들은 자리를 떠났고 종주 공찬영만 상석에 앉은 채로 상념에 빠졌다.성원계의 판도가 뒤흔들리는 것은 자연스레 칠색유리종에도 그 영향을 미쳤다.이번 회의의 목적은 당장 닥치게 될 성원계의 대란에 대해 어떻게 대비를 할 것인가였다.한수원이 자리에서 물러나고 공혁준이 성인 연맹의 신임 대표로 부임을 했으니 성인 연맹의 공정성은 이미 유명무실하게 되었다. 성인 연맹은 공혁준 일가의 사병으로 전락된 것과 다름없다.공혁준이 추진하는 정책은 한수원과는 그야말로 극과 극이다.성원계를 진심으로 걱정하여 대표 부임 후 모든 세력과 고수들의 존경을 받아왔던 한수원과는 달리 공혁준은 시시각각 자기 안위와 이익만 추구하는 소인배에 불과했다.둘은 전혀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를 할 수 없다.성인 연맹에서 그를 신임 대표로 발표하는 순간, 성원계에서는 쓰나미급의 큰 파장이 일었다. 모두 자신들의 세력을 강화하는데 신경을 곤두세웠다.그건 칠색유리종도 마찬가지다.공찬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금지 구역에 가서 회의 결과를 태상장로분들께 알려야 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그분들이 결정을 지어줘야 하니까.칠색유리종 대표라는 직함도 그녀에게는 그저 꼭두각시 노릇이나 하는 허울뿐이었다. 대부분 일들은 태상장로분들의 허락과 결정이 필요했다.일어나서 아직 걸음도 내디디지 않았는데 한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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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73화

“어쨌거나, 찬영 누님한테 감사는 반드시 드려야 합니다.”임동현이 고집하자 공찬영은 그 이야기를 계속하고 싶지 않아 화제를 돌렸다.“걔네들 널 만나서 매우 기뻤겠네?”“제가 가보기는 했지만, 만나지는 않았어요.”임동현의 말에 공찬영은 매우 의아했다.“왜?”“시간이 지체될까 봐요. 아름 누님부터 구해야겠어요.”“너, 백 장로님을 지금 구하려고?”공찬영은 미간을 구겼다.이렇게 빨리 서두른다고? 좀 더 나중에 구하려고 할 줄 알았는데.“네!”그러나 임동현은 이미 생각을 굳힌 것 같았다.“동현아, 네가 백 장로님을 구하러 나서면 태상장로들이 반드시 막아설 거야. 너 그건 알고 있겠지?”임동현이 이미 반보허신급에 도달한 걸 모르는 공찬영은 걱정이 앞섰다. 그녀는 아직 임동현이 진성급인 줄로만 알고 있다. 진성급도 어마어마한 실력은 맞지만 백아름을 구하기에는 역부족이라 생각했다. 성원계에는 진성급의 태상장로가 네 명이나 있는데 말이다.일 대 사의 싸움이라, 아무리 봐도 계란으로 바위 치기 아닌가.하지만 임동현은 자기 실력을 감춘 채 그저 자신감 있는 말만 내뱉었다. “염려 마세요. 저도 생각이 있으니까요.”“근데 네가 마주해야 할 상대는 한 명의 진성급이 아니라 네 명이야. 너 진짜 자신 있는 거야?”“제가 여기에 왔다는 건 이미 충분한 준비를 했다는 거예요. 그리고 이미 칠색유리종 태상장로들의 실력에 대해서도 알아봤어요. 중요한 사안에 제가 대책도 없이 막 덤비진 않을 테니 걱정 마세요.”“그럼 됐어. 나도 백 장로님이 하루빨리 나올 수 있었으면 좋겠어. 얼음 동굴에 너무 오래 있으면 성격도 많이 변한다고 들었어.”임동현이 혈기만으로 앞뒤 안 가리고 일을 저지를까 봐 두려웠는데 이렇게까지 얘기하니 공찬영도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만약 그렇다면 그는 처참한 결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찬영 누님, 그럼 우리 지금 바로 얼음동굴로 가요.”공찬영의 말을 들으니 임동현은 더 급히 재촉했다.“그렇게 급할 것 없어. 백 장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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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74화

정상적인 논리라면 더 높은 실력에 다다를수록 그 숫자가 적어야 한다.그런데 칠색유리종은 그 논리를 깨고 정반대의 상황이다. 네 명의 진성급 태상장로를 제외하고 입문급은 한 명도 없었다.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합리적이지 않았다. 칠색유리종에 천재가 없어서? 그것은 당연히 아닐 거다. 이토록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칠색유리종에서, 네 명의 진성급 태상장로의 지도를 받을 수 있는 유리한 조건까지 갖췄는데, 성인 경지를 돌파한 인간이 하나도 없다는 건 말이 안 된다.이러한 생각에 빠져 있었는데 공찬영이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사실 종문의 흩어진 비밀스러운 기재에 따르면, 칠색유리종은 설립 이래 최소 스무 명이 넘는 성인 경지에 도달한 제자를 배출해 냈는데, 이상한 건 그 사람들이 다 사라졌다는 거야.”사라져?임동현은 의외의 말에 좀 놀랐다.애초에 없었던 게 아니라 사라진 거다?“어떻게... 사라졌다는 거죠?”“성인 경지를 돌파하고 나면 종문의 금지 구역에 가서 수련을 거쳐야 해. 그런데 거기 들어가고 나서 나오질 않았어.”공찬영이 이렇게 대답하자 임동현은 즉시 의문을 제기했다.“그건 그 안에서 아직도 수련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거 아니에요? 사라졌다고 할 수는 없잖아요.”“동현아, 너 몇백만 년 동안 한 번도 나온 적 없이 폐관하는 사람을 본 적 있니? 최초에 금지 구역에 들어간 성인 경지에 도달한 사람은 이미 백만 년이 넘게 나오질 않았어. 그동안 종문에서는 줄곧 네 명의 태상장로만 얼굴을 비췄고. 너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그건… 또 그렇네.확실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임동현은 생각했다.몇십 명의 성인 경지에 도달한 사람이 칠색유리종의 금지 구역에 들어가서 한 번도 나온 적이 없고, 제일 먼저 들어간 사람은 백만 년이 넘었다니. 이건 누가 봐도 정상적이지가 않았다.“찬영 누님은 금지 구역에 들어가 본 적 있어요?”임동현이 물었다. 그러자 공찬영은 고개를 저었다.“아니, 거기는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데가 아니야. 창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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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75화

“찬영 누님, 그런 걸 알려줘서 고마워요!”임동현은 진심으로 감사를 표했다.사실 그녀의 말이 반보허신급에 도달한 자신한테 큰 도움은 되지 않았다. 그저 탐색하고 싶은 호기심이 하나 늘었을 뿐이다.다만 공찬영은 그가 진성급 실력밖에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으니 걱정이 될 만했다. 진성급 실력으로 제아무리 다른 수단을 쓴다 해도 네 명의 태상장로를 상대하기에는 버거울 것으로 보였다. 그뿐 아니라 칠색유리종에는 매우 많은 비밀이 있는데, 그런 것들도 의외의 상황을 불러올 수 있는 무시할 수 없는 요소들이다. 임동현한테 그것을 알려주는 의도는 그가 조금 더 전반적인 고려를 거쳤으면 하는 바람에서였다.“동현아, 사실 내가 너한테 이런 얘기해주는 건 나만의 사심도 포함돼 있어. 우리 공씨 집안은 대대로 칠색유리종에서 생활했고 이 종문에 대한 감정도 남달라. 하지만 금지 구역에 깃든 비밀은 종문에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와도 같다고 생각해. 난 그 그림자를 거둬내고 성인 경지에 오른 사람들이 다시는 사라지지 않게 하고 싶어. 그렇지만 보다시피 내가 그럴만한 능력이 안 돼. 난 너의 도움을 받았으면 해.”공찬영은 감추지 않고 솔직히 털어놓으며 임동현한테 도움을 요청했다.그녀의 그런 모습이 임동현은 맘에 들었다. 언행이 일치하지 않고 잔꾀와 술수를 부렸다면 오히려 가증스러웠을 것이다. 되든 안 되든 툭 터놓고 얘기하는 게 그는 더 좋았다. 지금 공찬영처럼 말이다.“찬영 누님, 제가 먼저 아름 누님을 구해내고, 운서 걔네들을 잘 안배하고 나서 칠색유리종 금지 구역의 비밀을 한번 알아보도록 할게요.”“그래? 너무 고마워!”임동현이 거뜬히 도움 요청을 받아들이자 공찬영은 감격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쳐다봤다.“별일 아닌데요 뭘. 그럼 우리 이제 얼음 동굴로 갈까요?”“아니, 잠깐만! 너한테 칠색유리종 태상장로들의 기본적인 정보를 좀 알려줄게. 네가 백 장로님을 구하게 되면 그분들하고 꼭 맞붙을 텐데 더 많이 알아두면 도움이 되지 않겠어?”“아니... 아, 그...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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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76화

“알겠습니다! 찬영 누님,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아름 누님을 100% 안전하게 구할 자신이 있으니, 안심하세요!”임동현이 웃으며 대답했다.“그래! 그렇다면 난 먼저 가볼게. 꼭 조심해...”공찬영은 말을 마치고 뒤돌아선 후 임동현의 시야에서 빠르게 사라졌다.임동현은 공찬영이 사라질 때까지 그 자리에서 배웅했다. 그러고 나서 몸을 돌려 망설임 없이 얼음 동굴 입구로 향했다. 반보허신급 고수로서, 성원계에 그가 감히 들어갈 수 없는 곳은 아직 없었다.얼음 동굴 안으로 들어서자, 수많은 한기가 생명이라도 깃든 듯이 임동현을 발견하고, 곧장 그를 향해 휘몰아쳤다. 곧 몸에 닿기 직전 임동현이 기합을 넣었다.“하!”짙은 한기가 마치 천적을 만난 듯 이내 소용돌이쳤다. 임동현은 아랑곳하지 않고 얼음 동굴 깊은 곳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지나가는 곳마다 몰려오던 한기가 뒤로 물러났을 뿐만 아니라 땅바닥에 박혀있던 수없이 오래된 얼음까지 녹아내려 임동현에게 길을 만들어 주었다. 임동현이 지나간 후에야, 다시 원상 복귀되었다.공찬영이 이 광경을 봤다면 놀라서 말을 잇지 못할 것이다. 공찬영도 짧은 시간 내에는 이 추위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몰려오던 한기를 물러나게 하고, 만 년 이상 존재했던 발밑의 얼음을 녹게 하는 일은 그녀는 물론, 네 명의 태상장로들도 못 할 것이다.임동현은 얼음 동굴에 곧게 뻗어진 통로를 따라 걸어가다가 널찍한 공간에 도착했다.이곳에서 임동현은 많은 얼음 조각상을 마주하게 되었다. 아마도 큰 잘못을 저질러 이곳에 들어와 벌 받게 된 칠색유리종 종인일 것이다.아랑곳하지 않고 임동현은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더욱 깊숙이 아래로 내려갈수록 한기가 심해졌고 얼음조각도 적어졌다. 얼음 동굴 밑바닥까지 내려가자, 이곳의 한기는 이미 극에 달했다.물론 한기는 여전히 임동현을 피해 갔고 임동현의 주변에 접근하지 못했다.얼음 동굴 밑바닥까지 내려오자, 임동현은 익숙한 기운이 느껴져서 잠시 한눈을 팔았다. 얼음 조각상 하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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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77화

백아름이 들어있는 얼음 조각상을 바라보며 잠시 말을 잇지 못하던 임동현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아름 누님! 제가 구하러 왔어요.”다만 백아름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임동현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백아름에게서 산자의 기운이 왕성한 것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그런데 왜 대답을 안 해? 이렇게 가까운 거리인데 안 들릴 수가 없잖아. 얼음 동굴 안에 있는 극한의 한기가 이미 아름 누님의 천성에 영향을 미쳤다는 말인가? 아름 누님의 지존급 상급 실력이라면 10년은 물론 8년을 버티는 것도 전혀 문제 되지 않을 거라고 찬영 누님이 알려줬었는데... 이제 고작 얼마나 지났다고 벌써 천성이 변했을 리 없어...’임동현은 예견치 못한 상황에 조금 당황했다.만약 한 사람의 성격이 완전히 바뀐다면 더이상 예전의 그 사람이 아니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임동현은 볼륨을 높여 다시 소리쳤다.“아름 누님! 내 말 들려요? 임동현이라고요! 제가 누님을 구하러 왔습니다.”그러나 돌아온 것은 침묵뿐이었다.임동현은 미간을 한껏 찌푸렸다. 결국 참지 못하고 정신력 한 가닥을 방출하여 백아름의 상황을 알아보려 했다.정신력이 백아름의 얼음 조각상에 부딪혔을 때, 임동현은 다시 새로운 환경에 이르렀다. 막 기운을 폭발시켜 이곳에서 빠져나가려 할 때 임동현은 문득 이곳이 익숙하다는 것을 느꼈고, 이내 주위를 살펴보았다.‘애초에 아름 누님과 정신력으로 하나가 됐던 곳 아닌가?’곧이어 임동현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백아름이 보였다. 빨간색 긴 치마를 입은 백아름은 혼이 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그를 바라만 볼 뿐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임동현은 백아름이 뚫어지게 쳐다보자 민망했다.“어허... 음... 저기, 아름 누님, 괜찮으세요?”백아름은 임동현의 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동현아, 나는 내가 얼음 동굴에서 100년을 꼬박 채워야만 할 거로 생각했어. 그때가 되면 바깥세상 풍경은 여전해도 사람은 달라져 있을테니까. 나도 더 이상 예전의 내가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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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78화

임동현은 아마 참지 못하고 칠색유리종을 폭발시켜 버릴지도 몰랐다.“아름 누님, 고마워할 것 없어요. 모두 내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었으니까요. 앞으로 누구든 아름 누님을 건드리려고 한다면 반드시 저, 임동현의 동의를 먼저 구해야 할 거예요. 내가 안 된다고 하면 아름 누님의 사부님은 물론, 성왕급 고수여도 안 돼요.”임동현이 패기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동현아, 난 널 믿어!”백아름이 울음을 그치고 웃는 얼굴로 대답했다.“가요! 아름 누님, 제가 누님을 데리고 이 얼음 동굴을 나가겠습니다. 칠색유리종에 감히 누가 저를 막아 나설지 궁금하네요.”임동현이 살기를 어린 얼굴로 말했다.“아니, 아직 가면 안 되지...”백아름이 갑자기 얼굴이 발그레 붉히더니 쭈뼛쭈뼛해하며 말했다.“왜요?”임동현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빨간색 치마를 입은 백아름이 임동현의 눈앞까지 다가왔다.한참이 지난 후, 얼음 동굴 밑바닥에서.“쩍... 쩍...”얼음 조각이 갑자기 깨지더니 안에 있던 사람의 모습이 드러났다.그 소리에 임동현도 눈도 떴다.그렇게 두 사람은 눈길이 마주쳤다.임동현은 싱긋 미소를 지었고 백아름은 고개를 숙였다.“아름 누님, 가요.”임동현이 다시 입을 열다.“그래!”백아름은 자리에서 일어서서 임동현의 곁으로 갔다.백아름과 함께 몇 걸음 앞으로 걸어가던 임동현은 갑자기 멈춰 서서 얼음 동굴 밑바닥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왜 그래?”백아름은 영문을 알 수 없어 어리둥절한 얼굴로 물었다.“아름 누님! 이대로 사부님 몰래 여기서 나갈 수는 없겠죠?”“그럴 수 없어! 내 몸엔 사부님이 심어놓은 금지령이 들어있어. 얼음 동굴을 벗어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얼음 동굴 밑바닥을 떠나기만 해도 사부님을 놀라게 할거야.”백아름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그럼 됐어요. 어차피 속일 수 없으니 차라리 큰 선물을 줘야겠어요. 진작부터 얼음 동굴이 눈에 거슬렸거든요. 인간의 일곱 가지 감정과 욕구를 삼켜버리고 한 사람을 감정 없는 무기로 만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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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79화

“아름 누님, 옆으로 비켜서 주세요. 내려가서 얼음 동굴 안의 한기가 도대체 어떻게 생겨났는지 살펴보고 올게요.”임동현은 말을 마치고 혼자 얼음 동굴 맨 밑까지 내려가 가운데 자리로 걸어갔다. 그리고 눈을 감고 일부 정신력을 방출하여 얼음 동굴 전체를 살펴보기 시작했다.얼음 동굴에서 아래로 내려갈수록 한기가 심해진다는 것은 얼음 동굴의 비밀이 가장 깊은 곳에 있다는 것을 암시했다.정신력은 가장 아래에 있는 층에 이른 후에도 계속 아래로 뻗어 내려갔다. 두꺼운 얼음층만 끝없이 이어졌다. 이러한 얼음층의 존재 시간은 칠색유리종이 존재한 시간보다 짧지 않아 보였다. 시간의 순서로 보면 얼음 동굴이 먼저 있고 나서 금지 구역이 생겼고, 그다음으로 칠색유리종이 있었을 가능성이 컸다.정신력은 수십만 킬로미터 깊이까지 내려가 마침내 얼음 동굴의 막바지에 도달했다.이 얼음의 두께는 무려 수십만 킬로미터나 됐다. 그야말로 상상하기 어려운 깊이다. 지구의 지름이라고 해도 겨우 만 킬로미터가 넘는데, 이 얼음층의 두께는 수십 개의 지구를 겹쳐놓은 거리였다.얼음층의 끝에 닿은 후, 임동현의 정신력은 얼음층을 통과하여 감탄을 자아내는 광경을 보게 되었다.멀지 않은 곳에 무언가 감싸고 있는 듯한 거대한 청색 얼음덩어리가 보였다. 한기는 바로 안에 있는 물건에서 생성된 것이었다.이런 얼음덩어리는 정말 보기 드문 보물이었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청색 얼음덩어리 아래로 세차게 솟구치는 마그마였다.‘이게 뭐야? 얼음과 불이 공존하는 거야?’겨우 한 가닥의 선에 불과한 간격을 사이 두고 위쪽은 얼음으로 뒤덮였고 아래쪽에서는 마그마가 솟아올랐다. 이렇게 기이한 장면은 임동현도 난생처음 보게 되었다.뜨거운 마그마가 어떻게 극한의 얼음과 공존할 수 있을까?초고온도의 대명사인 마그마의 뜨거운 열기에도 이 얼음덩어리는 녹은 흔적조차 없었다. 게다가 이렇게 평화롭게 공존한 지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가늠할 수 없다니! 마그마와 얼음덩어리는 각자 자기의 위치에서 존재할 뿐, 서로 전혀 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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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80화

“지진인가 봐! 빨리 도망쳐!”칠색유리종은 얼음 동굴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었기에 진동도 가장 크게 느껴졌다.운서 등이 사는 마당도 갑작스러운 진동 때문에 아수라장이 되었고 사람들은 모두 마당으로 모였다.황보희월, 유진희, 하지혜 등 세 사람은 실력이 가장 뛰어났기에 제일 앞줄에 서서 남은 사람들을 보호하고 있었다.칠색유리종 종인들은 모두 분분히 공중으로 날아올라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보려 했다.종주 공찬영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녀는 공중으로 날아올라 최전방에 나섰다.“종주님! 어떻게 된 일입니까? 칠색대륙엔 지금까지 이런 일이 있은 적 없었습니다.”장로 한 명이 나서며 물었다.“맞습니다! 종주님, 칠색대륙에 지진이 일어날 리가 있나요? 누가 소란을 피우는 거 아닐까요?”공찬영은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가로저었지만, 마음속으로는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이 진동이 얼음 동굴 쪽에서 전해오는 것임을 알아챘고 임동현이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생각했다.‘사람을 구하는 것일 뿐인데, 왜 이렇게 큰 인기척을 낸 거야?’공찬영은 불안해졌다.그때, 칠색유리종 금지 구역에서 갑자기 고함소리가 울려 퍼졌다.“건방지다! 누가 감히 칠색유리종에서 행패를 부리는 것이냐? 죽으려고 환장한 거야?”얼음 동굴의 밑바닥에서 백아름은 그 소리를 듣고 몸이 바르르 떨렸다. 그 목소리는 더 이상 익숙할 수 없었다. 바로 백아름의 사부님, 칠색유리종 4대 태상장로 중 한 명이자, 진성급 고수인 궁여 태상장로였다.백아름은 임동현을 믿고 싶었지만, 사부님을 마주하자 여전히 임동현이 걱정됐다.어쨌든 지금까지 종주인 공찬영을 통해 전해 들었을 뿐, 임동현의 실력을 직접 본 적은 없었기에 걱정될 수밖에 없었다.백아름은 처음에 임동현을 데리고 왔을 때, 그가 영생 경지 입문급에 불과했다는 것만 기억했다.옆에서 걱정하는 백아름을 보고 임동현이 말했다.“아름 누님, 걱정하지 마요! 이젠 진성급 고수도 두렵지 않아요. 제가 누님을 위해 어떻게 복수할지 지켜보세요.”“동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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