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편은 억만장자의 모든 챕터: 챕터 81 - 챕터 90

2483 챕터

제81화

하예진은 쌀쌀맞게 말했다.“주형인, 나 집에서 애만 본다고 네가 날 그저 먹을 줄만 알고 돈 쓸 줄만 아는 무용지물로 생각해도 내가 낳았으니, 내 아이를 위해 참았어. 하지만 네 누나의 두 아이는 나랑 상관없어. 내 책임이 아니니 내가 돌봐 줄 의무가 없다고! 호적을 옮긴다고? 그럼 누구한테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지 생각 안 해 봤어? 그건 우리 우빈이 학교 갈 기회를 빼앗는 거야. 집문서 네 누나 앞으로 돌린다고? 그 집문서에 내 이름은 없으니 네가 어떻게 하든, 설사 집을 돌려받지 못한다 해도 네 문제야. 하지만 집문서 돌리기 전에 이 집 인테리어 비용부터 돌려줘. 만약 당신 누나의 집이 되어버리면 내가 쓴 인테리어 비용 한 푼도 돌려받기 힘들어.”주형인은 표정이 굳어져 버렸다.“생활비 더 준다고 했잖아. 그걸로 부족해? 너 원래 집에서 애 보고 밥하고 그랬잖아. 하나 돌보는 거랑 둘 돌보는 거랑 뭐가 다른데. 더군다나 애들 다 커서 이젠 말도 잘 들어. 공부하는 거 좀 도와주면 돼. 20만 원이 적으면 10만 원 더해서 30만 원 줄게. 그럼 되지? 그리고 호적 옮기는데 우빈이 학교 다니는 거랑 뭔 상관이야? 우빈이 학교 가려면 아직 멀었어. 내 친누나니까 나 누나 믿어. 집 무조건 돌려줄 건데 뭔 인테리어 비용이야. 이 집은 내가 샀어. 너도 이 집에서 살고 있는데 인테리어 비용쯤이야 당연히 내야 하는 거 아니야? 그런데 뻔뻔스럽게 인테리어 비용을 돌려달라고, 없어!”하예진은 주형인을 노려보았다.이 순간, 하예진은 마음이 차갑게 식었다.결혼 전 두 사람은 몇 년이라는 시간 동안 사랑을 키워왔고 주형인은 하예진에게 지극정성으로 대했다. 결혼해서 첫 2년도 주형인은 그나마 하예진에게 잘해주었다. 하지만 지금 하예진은 주형인에게 점점 더 실망하고 있다.주형인은 늘 자기의 부모와 주서인의 편만 들었다.그녀 생각은 물론, 주우빈의 생각도 하지 않았다.주서인이 입만 열면 모든 걸 다 들어주었다.‘얼마나 많은 형제들이 집 문제로 원수가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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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화

주형인은 화가 나서 하예진을 때리고 싶었는데, 하예진이 갑자기 돌아서서 그가 주먹을 치켜드는 모습을 본다. 하예진의 눈빛은 차갑게 말한다. "네가 감히 나를 때린다면 나를 때려죽이는게 낫지. 그렇지 않으면 넌 영원히 잠들지 마!"이전에 주형인이 그녀를 욕하고 심지어 손찌검까지 해도 그녀는 모두 참았다.이 집을 위해서, 아들을 위해서, 그리고 그녀는 여전히 남편을 사랑하니까 이전에 하예진은 모두 참았다. 하지만 주형인이 더치페이를 하자고 고집하자 하예진은 한심해진다.그녀는 이전에 주형인과 같은 회사에 다녔는데 그가 사장로서 얻을 수 있는 월수입이 얼마인지 하예진은 잘 알고 있다.한 달 월급이 몇 백만 원이나 된다.하지만 그가 그녀에게 준 생활비는 겨우 60만 원뿐이었고, 그 밖에 한 푼도 더 주지 않으려 했다!또 그녀와 더치페이를 하려고 하니, 그녀의 마음이 상하지 않을 수 있겠니?기왕 마음이 삭았으니 하예진이 더는 이전처럼 순종하지 않을 것이며 무엇이나 다 주형인을 따라가지 않을 것이다.주형인이 또다시 그녀를 폭행한다면 그는 잠들지 않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는 그의 두 손을 잘라 버릴 것이다!주형인은 아내의 눈에서 나오는 매서움에 놀라서 아내의 독설 한마디에 주먹을 내려놓고, "넌 정말 어처구니없구나"라고 욕설을 퍼붓는다.그리고 그는 떠나간다.하예진은 방문이 닫히는 것을 보고 코끝이 시큰거리고 눈에서는 눈물이 나며 그 눈물이 멈추지 않아 그녀의 눈가를 따라 흘러내린다.언니와 형부가 또 모순이 생긴 것을 모르지만 하예정은 집에 돌아온 후 늘 마음이 답답하다.하예정은 베란다의 그네 의자에 앉아 별하늘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전태윤은 미지근한 물 한 잔을 들고 나와 그 잔을 하예정에게 건네주며 "저녁 반찬이 좀 짜니까 물 좀 마셔라"고 온후하게 말한다.하예정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다가 물잔을 받는다. "고마워요.""무슨 걱정거리 있어?"전태윤이 그녀 곁에 다가앉는다.하예정은 미지근한 물을 두 모금 마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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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화

하예정은 머리를 돌려 전태윤을 바라보았고 전태윤도 그녀를 바라보았다.두 사람은 서로의 눈을 바라보고 있었다.이내 전태윤은 그녀의 이마를 튕기며 말했다.“내 말 못 믿어? 왜 그렇게 빤히 보고 있어. 하예정, 처형한테 문제가 생기면 우리가 나서서 처형 지켜줘야지!”전씨 가문은 분위기가 항상 좋았다. 부부 사이도 늘 깨가 쏟아졌으며 집안 남자들은 단 한 번도 여자들에게 손을 댄 적이 없었다.전태윤의 아버지인 전현림은 이렇게 말했다. 여자에게 손을 대는 남자는 남자도 아니다!“태윤 씨.”“응.”하예정은 눈치를 보며 물었다.“나 태윤 씨 어깨에 기대고 싶어요.”전태윤은 머뭇거렸다.“그냥 기대는 것뿐인데. 내가 뭐 흑심을 품은 것도 아니고.”하예정은 혼잣말하며 전태윤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전태윤은 온몸이 뻣뻣하게 굳어버렸다. 하예정도 사실 어색했지만, 기댈 곳이 필요했다.‘기댈 곳이 있다는 게 이런 기분이네!’전태윤의 굳은 몸은 한참 뒤에야 풀리기 시작했다. 그는 그녀의 자발적인 행동이 달갑지는 않으나 그렇다고 밀어내지는 않았다. 갈 곳을 잃고 이리저리 맴도는 전태윤의 손을 보고 하예정은 웃음이 나왔다.하예정은 갑자기 전태윤의 얼굴을 어루만졌다.전태윤은 하예정의 돌발에 깜짝 놀라 몸을 옆으로 옮겼다.하지만 하예정은 이 상황을 미리 예견했다.“하예정!”전태윤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우리 계약 항상 기억해. 선 넘지 마!”전태윤의 진지한 모습에 하예정은 기분이 좋아졌다. 그녀는 의자에 몸을 기대 똘망똘망한 눈으로 전태윤의 두 눈을 바라보며 그가 따라 준 온수를 홀짝였다.그녀의 눈빛에 전태윤은 얼굴이 빨개지는 것 같았다.아마 정말 빨개진 듯하다.전태윤은 얼굴이 후끈후끈했다.“태윤 씨 서른인데 여자랑 스킨십 해본 적 없죠? 그냥 얼굴만 만졌을 뿐인데 왜 그렇게 반응이 격해요? 누가 보면 내가 태윤 씨 어떻게 했다는 줄 알겠어요.”하예정은 도발하며 말했다.‘할머니가 결혼을 재촉하시는 데는 꼭 이유가 있을 거야. 태윤 씨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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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화

전태윤은 기가 막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는 하예정을 한참 노려보다 입을 열었다.“늦었으니 빨리 들어가서 쉬어. 여기서 잠들지 말고. 밤에는 추우니 감기 걸려. 감기 걸리면 너만 고생이야.”말을 끝낸 전태윤은 뒤돌아서 들어갔다.이내 하예정은 문 잠그는 소리를 들었다.하예정은 웃으며 중얼거렸다.“문까지 걸어 잠그고, 내가 위험해?”같은 시간, 전태윤도 중얼거렸다.“이 여자 너무 위험해.”방에 들어온 전태윤은 욕실로 들어가 거울 앞에 서서 자기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얼굴은 아직도 후끈거렸다.‘나 진짜 얼굴 빨개졌어.’전태윤은 자기의 얼굴을 만져보았다. 하예정이 만진 곳을 몇 번이고 만져보며 그녀가 자기의 얼굴을 어루만지던 느낌을 되돌려 보았다.그녀의 손은 말랑말랑하고 나긋했으며 마치 스쳐 가는 바람처럼 부드러웠다.전태윤은 물을 틀고 세수했다.전태윤은 아까 자기가 했던 반응을 생각하니 웃음이 나와 혼자 중얼거렸다.“내가 기억이 있은 뒤로는 아무도 내 얼굴을 못 만지게 했어.”성인이 된 후로 전태윤은 항상 진지하고 차가운 얼굴을 유지하다 보니 아무도 감히 그의 얼굴에 손을 대지 못했다. 게다가 늘 경호원과 동행하다 보니 젊고 예쁜 여자들도 그에게 다가갈 기회가 전혀 없었다.여태 자기를 지켜왔는데, 오늘은 한 지붕 아래 여자에게 얼굴을 내주었다.전태윤은 첫 스킨십을 법적인 아내에게 주었다. 그러니 어찌할 수도 없는 데다가 격한 반응으로 그녀의 비웃음까지 사게 되었다.한참 뒤 씻고 나온 전태윤은 베란다에 두고 들어 온 하예정이 생각나서 방문을 나섰다가 다시 방으로 들어왔다. 가운을 입지 않았기 때문이다. 웃통을 벗고 나갔다가 하예정이 또 무슨 짓을 할지도 모른다.전태윤은 이내 가운을 입고 자기를 꽁꽁 싸맨 채로 방문을 나서 베란다로 갔다.‘잠들지 않았겠지?’전태윤의 걱정대로 하예정은 어느새 잠이 들었다.전태윤은 그 모습에 화나기도, 우습기도 했다. 분명 베란다에서 잠들지 말라고 당부했는데도 그녀는 쌔근거리며 잠자고 있었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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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화

눈앞의 베란다를 보며 전태윤은 담담하게 말했다.“나중에 별장으로 이사 가면 정원에 장미 키워봐. 정원 가득 장미가 자라면 지금보다 훨씬 예뻐.”하예정이 웃으며 말했다.“부동산 가격이 얼마나 올랐는데요. 돈 아무리 모아도 아파트 하나 사기 힘든데 별장은 무슨.”물론 하예정도 별장을 생각해 본 적은 있지만 단지 생각일 뿐이다.‘돈 많으면 다들 별장 살라 그럴걸. 널찍한 데다가 층간 소음도 없고 얼마나 좋은데. 이런 아파트는 층간 소음이 문제야.’전태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지금 그들이 살고 있는 이 아파트는 전태윤이 하예정과의 결혼을 위해 임시로 장만한 것이다.전태용은 쭉 큰 별장에서 살았었다.“태윤 씨, 먼저 식사해요. 난 꽃에 물 다 주고 먹을게요.”전태윤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거실로 들어갔다.하예정은 아침을 간단하게 준비하지만, 매일 다른 메뉴로 전태용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그녀는 요리 솜씨도 좋았다. 제일 간단한 야채죽이나 반찬도 전태용의 입맛에 꼭 맞았다.매일 진수성찬을 먹던 전태윤은 하예정의 담백한 반찬과 요리가 아주 맘에 들었다.오늘은 전태윤이 먼저 집을 나섰다.회사에 도착하자마자 전태윤은 소정남과 마주쳤다.소정남은 전태윤을 향해 윙크를 날렸지만 전태윤은 아무 반응도 없었다.“뭐야, 왜 그런 표정이야.”소정남은 전태윤의 옆에 바싹 붙어 걸으며 전태윤을 툭툭 건드리더니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왜, 형수님 아직 못 달랬어?”전태윤은 머리를 돌려 소정남을 노려보더니 계속 앞으로 걸었다.“네 성질머리로는 절대 못 달래지.”“우리 사이 아주 좋아!”전태윤은 화가 나서 쌀쌀맞게 말했다.소정남은 대충 대답하고 나서 계속해 말했다.“그런데 왜 욕구불만 가득한 표정이야?”“너 눈 어떻게 됐어? 내가 뭐 욕구불만 가득한 표정이라고.”황홀함을 느껴본 적이 없으니 욕구불만이 있을 수가 없었다.게다가 전태윤은 하예정에게 설렌 적도 없었고 그녀에게 충동을 느껴본 적도 없었다.전태윤은 자기가 생각해도 무뚝뚝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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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화

소정남의 다른 한 손에는 A4용지 몇 장이 들려있었다. 누가 보면 아마 서류라고 생각했을 것이다.“자, 네가 얘기한 거.”소정남은 A4용지와 아침밥을 전태윤의 사무용 책상에 올려놓고는 엉덩이를 붙이며 말했다.“같이 먹을래? 관성 호텔 거야. 완전 맛있어.”관성 호텔은 전태윤이 평소 하루 세끼를 해결하는 전씨 그룹의 산하 호텔이다.하지만 전태윤이 결혼한 뒤로 소정남과 함께 식사한 지도 꽤 오래됐다.전태윤도 그립긴 했다.“됐어.”전태윤은 A4용지들을 집어 들고 대충 보더니 소정남에게 물었다.“이게 다야?”“응, 다야. 상하 5대까지 정리했어.”“이것밖에 안 된다고?”“젊은 사람들이 그래도 잘나가는 거 빼고 어르신들은 죄다 농사일하고 있는데 뭐가 있겠어?”전태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소남정의 말대로 하예정 친인척들은 젊은 사람들이 잘 사는 것 빼고는 어르신들은 특별한 정보가 없었다. 소남정은 이 사람들의 기본 정보인 나이와 결혼 여부, 그리고 자녀 여부까지 다 정리해 두었지만 A4용지 몇 장밖에 되지 않았다.하씨 집안의 정보를 보고 난 전태윤은 그들의 염치없는 행동에 더 치가 떨렸다.하예정의 사촌들, 그리고 삼촌과 큰아버지들은 다들 잘 살았다. 둘째 사촌 오빠라는 작자는 심지어 성씨 그룹의 산하 기업에서 높은 위치에 있으며 연봉 2억을 받는다. 제일 못산다는 사촌 동생도 연봉 7천만 원은 훨씬 넘어 받았다.하예진과 하예정 둘을 합쳐도 그들 중 누구의 수입보다 적다.그런데 뻔뻔스럽게 두 자매에게 병원비를 부담하라는 것도 모자라 경비며 기름값까지 내놓으라고 하다니.정말 진상이다. 뻔뻔한 진상들이다!‘부모를 일찍 여읜 미성년자 두 자매를 괴롭혀 배상금도 빼앗아 간 데다가 인제 와서 병원비까지 부담하라고?’세상에는 수많은 진상이 존재한다. 그런 진상들은 인간성을 잃은 지 오라다. 실제로는 처음 진상을 만난 전태윤은 하예정이 안쓰러웠다.“표정이 왜 그래? 그 사람들 형수님에게 죄지었어? 내가 손 좀 봐줄까?”전태윤은 쌀쌀하게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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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화

“따르릉...”인터폰이 울렸다.전태윤은 스피커 폰을 켰다.“대표님, 성소현 씨 또 오셨어요.”전태윤은 얼굴색이 확 변하더니 쌀쌀맞게 말했다.“내버려 두세요.”비서가 말했다.“성소현 씨가 생화 한 트럭으로 회사 앞에서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어요. 대표님에게 고백하려고요.”전태윤을 바라보는 소정남의 눈에서 빛이 쏟아졌다.전태윤은 소정남을 노려보고는 여전히 쌀쌀하게 말했다.“경비원은 뭐 하고 있어요? 남의 회사 앞에서 쓰레기를 널어놓고 있는데 그걸 가만히 보고만 있어요?”말을 끝낸 전태윤은 인터폰을 꺼버렸다.비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알 것 같았다.소정남이 낄낄 웃으며 말했다.“사실 성소현 씨도 괜찮지, 뭐. 감정에 솔직하잖아. 너한테 빠진 여자들이 내 머리카락 수만큼이나 되는데 용기를 내는 건 성소현 씨뿐이잖아.”“괜찮으면 네가 만나. 나한테서 관심 좀 끄게 네가 좀 어떻게 해봐.”소정남은 갑작스러운 말에 사레가 들렸다.“업무 시간에 일 해야지. 빨리 먹고 꺼져. 너 혹시 한가하면 내가...”“나 바빠, 바빠 죽겠어. 지금 일하러 가려고 했어.”전태윤이 추가 업무라도 줄까 봐 소정남은 다급히 전태윤의 말을 중단시키고 허겁지겁 아침밥을 먹은 뒤에 부리나케 도망갔다.대표 사무실을 나서 문을 닫은 뒤에야 소정남은 혼자 중얼거렸다.“호기심이 아니라 걱정돼서 그러는 거야. 아무것도 모르면서! 말 한마디 더 했다고 업무로 협박하다니. 나 이러다 언젠가는 일하다 죽을지도 몰라.’소정남은 비록 대표 사무실에서 나왔지만 호기심은 사라지지 않았다. 소정남은 비서를 시켜 성소현이 준비한 이벤트를 찍어오라고 했다. 언젠가는 전태윤을 놀려 줄 생각과 혹시라도 마음에 드는 여자가 나타났을 때 성소현의 용기 있는 고백을 따라 배우기 위해서 말이다.성소현이 만든 어마어마한 크기의 생화 하트는 아주 아름다웠다.경비원은 연락받고 성소현의 생화 하트를 망가뜨리려고 했지만, 그 아름다운 모습에 차마 손을 쓰지 못했다.성소현은 스피커를 들고 68층이나 되는 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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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화

성소현은 성씨 집안의 딸이다.성씨 집안과 전씨 집안은 워낙 관계가 좋지 않은 데다가 만약 성소현의 심기를 건드려 두 회사의 모순을 악화시킨다면 그 후과는 엄중했다.이내 전씨 그룹 앞에 차 몇 대가 멈춰 섰다.성기현은 차에서 내려 다급히 스피커를 들고 전태윤에게 고백하는 성소현에게로 다가갔다.성기현의 얼굴은 마치 흑인처럼 거무튀튀해졌다.전태윤이 성기현에게 전화를 걸어 성소현의 미친 짓을 고발했다.마침 회의 중이던 성기현은 전태윤의 고발 전화를 받고 마음이 턱하고 막히는 것 같았다.성기현은 관리층들을 내버려 두고 경호원까지 데리고 성소현을 잡으러 왔다.“전태윤 씨...”성소현이 채 말을 끝내기도 전에 성기현은 그녀 손에 들려있는 스피커를 낚아챘다. 성소현은 머리를 돌려 거무튀튀한 얼굴을 보고 흠칫하더니 움찔거리며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오빠.”성기현은 그녀의 스피커를 바닥에 메친 뒤 성소현의 팔목을 잡고 끌어갔다.“오빠, 나 태윤 씨 좋아해. 나 진짜 좋아한다고. 나 짝사랑만 벌써 몇 년째야. 이제야 용기 내서 고백하는 건데 나 응원해 줘야지. 태윤 씨도 나한테 반할 수 있잖아? 오빠, 살살해, 나 아프단 말이야!”성기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성소현을 차 앞까지 질질 끌고 와 차 문을 열더니 안으로 밀어 넣었다.성소현은 반대편으로 도망가려 했다.“너 도망가기만 해봐!”성소현은 이내 꼬리를 내리고 움직이지 않았다.성기현은 차에 올라 문을 닫은 뒤 쌀쌀하게 말했다.“출발해요.”차는 이내 출발했다.“오빠.”성소현은 바싹 다가와 성기현의 팔짱을 끼며 애교를 부렸다.“닥쳐!”성기현은 성소현을 혼냈다.“내가 몇 번을 말해. 전태윤은 너랑 어울리지 않으니 그만두라고 했지? 너 내 말이 말 같지 않아?”“나도 그러려고 했지. 그런데 짝사랑한 지 오래되다 보니 그만두기엔 아깝더라고. 나 억울해서 그래. 그리고 사람이 사람을 좋아해서 좋아한다고 고백하는 게 잘못이야? 해보지도 않고 어떻게 결과를 알 수 있어?”성소현은 온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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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화

관성 중학교하예정은 서점 카운터에 앉아 휴대폰으로 뉴스를 보고 있고 심효진은 그녀와 마주 앉아 연애소설 한 권을 들고 흥미진진하게 보고 있었다.본인의 서점이라 보고 싶은 책도 마음대로 볼 수 있어서 너무 편했다.심효진은 서점 내의 연애소설은 한 번씩 다 보았다.하예정은 가끔 그녀에게 보기만 하지 말고 직접 소설을 써보라고 권유했다.“예정아, 이 소설 속 주인공도 초고속 결혼했어.”심효진은 소설책을 내려놓고 웃으며 말했다.“너랑 비슷해.”하예정은 그녀를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초고속으로 결혼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그리고 소설속 여주는 재벌이랑 결혼하잖아. 난 직장인과 초고속 결혼했어.”아무리 전태윤이 대기업 대표라 해도 월급쟁이일 뿐이다.“너 소설 그만 봐. 그러다 너무 감정 이입하면 시집도 못가. 현실 속에 남자와 소설 속 남주를 비교할 수는 없잖아. 소설 속의 남주는 소설 속에만 존재하는 거야. 현실 속에 젊고 잘생기고 돈 많고 게다가 한 여자만 바라보는 재벌이 어디 있다고.”“그냥 시간 때우는 거지, 뭐. 너처럼 뜨개질할 줄 아는 것도 아니고.”심효진은 책을 덮고 휴대폰을 꺼내 이슈 거리를 찾아보려고 했다.그녀는 SNS로 실검을 찾아보기 좋아했다.실검을 확인하던 심효진은 뭔가 발견하고 하예정에게 말했다.“예정아, 너 빨리 실검 확인해 봐.”“뭔데?”하예정은 눈을 힐끗하고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하예정도 SNS 계정이 있지만 가끔 자기의 수공 작품을 찍어 업로드할 뿐 팔로우도 얼마 없었다. 하지만 얼마 없는 팔로우는 모두 그녀의 찐 팬이다.“누가 전씨 가문 도련님한테 고백했대!”“그래.”하예정은 관심이 없었다.그녀는 평생 전씨 가문 도련님과 얽힐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굳이 시간 낭비를 해가며 지켜볼 필요는 없었다.“내가 듣기로는 전씨 가문 도련님에게 눈독 들이는 여자들이 그렇게 많대. 전씨 가문 주인이자 전씨 그룹 총수니 걸어만 다녀도 돈 냄새가 아주 그냥. 그런 남자한테 시집가면 평생 팔자 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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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화

“만약 정말 하자 있다면 성소현은 헛수고 한 거지.”심효진이 아쉽다는 말투로 말했다.“전씨 가문 도련님에게 공개 고백하는 건 보기 드문 일인데 결과가 없으니 아쉬운걸. 근데 진짜 하자 있는 거 아니야?”하예정이 웃으며 말했다.“그걸 나한테 물으면 어떡해?”그녀들도 그저 추측할 뿐이다.물론 전씨 가문 도련님이 성소현의 고백을 받아들여 결혼이라도 한다면 간접적으로 하자 있는 남자가 아니라는 걸 증명하게 된다.하지만 그녀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하예정은 전씨 가문 도련님에 대한 뉴스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저 찌라시를 좋아하는 심효진을 통해 들을 뿐이다.하예정은 더는 관심 밖의 일에 관해 얘기하기 싫어져 뜨개바늘을 꺼냈다.중얼거리며 실검을 보고 있던 심효진은 갑자기 표정이 굳어지더니 카운터를 손바닥으로 내리쳤다.그녀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하예정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야, 심효진 너 미쳤어? 깜짝 놀랐잖아.”“이 사람들이 진짜! 이건 너무 하잖아!”심효진은 씩씩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하예정에게 휴대폰을 넘기며 화를 내며 말했다.“예정아, 이것 좀 봐. 이거 너랑 예진 언니 아니야? 이름도 밝히고 사진까지 떴어. 사진 너랑 예진 언니 같은데. 너랑 예진 언니 가족도 외면하는 불효자라네. 할머니 아픈데 관심도 안 하고 한 번도 만나 뵌 적도 없다고 떴어. 어르신이 너와 예진 언니 그리워하다 중병에 걸리셨대.”그 말을 들은 하예정은 미간을 찌푸렸다.하예정은 이내 심효진의 휴대폰을 넘겨받고 뉴스를 확인했다. 사진을 보니 확실히 두 자매의 유년 시절 사진이었다.내용을 읽어보던 하예정은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왔다.보나 마나 고향의 진상 중 한 사람이 짓이 뻔하다. 하지만 상대가 하지명인지는 확실치가 않았다.뉴스에는 이름과 사진, 전화번호까지 첨부해서 올렸다. 상대는 자매를 불효자로 만들어버렸다. 그 뉴스는 두 자매가 어르신의 손에서 자라 학업까지 마쳤건만 그 뒤로 어르신을 거들떠보지도 않았으며 결국 어르신은 자매를 그리워하다 중병에 걸리게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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