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윤은 기가 막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는 하예정을 한참 노려보다 입을 열었다.“늦었으니 빨리 들어가서 쉬어. 여기서 잠들지 말고. 밤에는 추우니 감기 걸려. 감기 걸리면 너만 고생이야.”말을 끝낸 전태윤은 뒤돌아서 들어갔다.이내 하예정은 문 잠그는 소리를 들었다.하예정은 웃으며 중얼거렸다.“문까지 걸어 잠그고, 내가 위험해?”같은 시간, 전태윤도 중얼거렸다.“이 여자 너무 위험해.”방에 들어온 전태윤은 욕실로 들어가 거울 앞에 서서 자기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얼굴은 아직도 후끈거렸다.‘나 진짜 얼굴 빨개졌어.’전태윤은 자기의 얼굴을 만져보았다. 하예정이 만진 곳을 몇 번이고 만져보며 그녀가 자기의 얼굴을 어루만지던 느낌을 되돌려 보았다.그녀의 손은 말랑말랑하고 나긋했으며 마치 스쳐 가는 바람처럼 부드러웠다.전태윤은 물을 틀고 세수했다.전태윤은 아까 자기가 했던 반응을 생각하니 웃음이 나와 혼자 중얼거렸다.“내가 기억이 있은 뒤로는 아무도 내 얼굴을 못 만지게 했어.”성인이 된 후로 전태윤은 항상 진지하고 차가운 얼굴을 유지하다 보니 아무도 감히 그의 얼굴에 손을 대지 못했다. 게다가 늘 경호원과 동행하다 보니 젊고 예쁜 여자들도 그에게 다가갈 기회가 전혀 없었다.여태 자기를 지켜왔는데, 오늘은 한 지붕 아래 여자에게 얼굴을 내주었다.전태윤은 첫 스킨십을 법적인 아내에게 주었다. 그러니 어찌할 수도 없는 데다가 격한 반응으로 그녀의 비웃음까지 사게 되었다.한참 뒤 씻고 나온 전태윤은 베란다에 두고 들어 온 하예정이 생각나서 방문을 나섰다가 다시 방으로 들어왔다. 가운을 입지 않았기 때문이다. 웃통을 벗고 나갔다가 하예정이 또 무슨 짓을 할지도 모른다.전태윤은 이내 가운을 입고 자기를 꽁꽁 싸맨 채로 방문을 나서 베란다로 갔다.‘잠들지 않았겠지?’전태윤의 걱정대로 하예정은 어느새 잠이 들었다.전태윤은 그 모습에 화나기도, 우습기도 했다. 분명 베란다에서 잠들지 말라고 당부했는데도 그녀는 쌔근거리며 잠자고 있었다.전
눈앞의 베란다를 보며 전태윤은 담담하게 말했다.“나중에 별장으로 이사 가면 정원에 장미 키워봐. 정원 가득 장미가 자라면 지금보다 훨씬 예뻐.”하예정이 웃으며 말했다.“부동산 가격이 얼마나 올랐는데요. 돈 아무리 모아도 아파트 하나 사기 힘든데 별장은 무슨.”물론 하예정도 별장을 생각해 본 적은 있지만 단지 생각일 뿐이다.‘돈 많으면 다들 별장 살라 그럴걸. 널찍한 데다가 층간 소음도 없고 얼마나 좋은데. 이런 아파트는 층간 소음이 문제야.’전태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지금 그들이 살고 있는 이 아파트는 전태윤이 하예정과의 결혼을 위해 임시로 장만한 것이다.전태용은 쭉 큰 별장에서 살았었다.“태윤 씨, 먼저 식사해요. 난 꽃에 물 다 주고 먹을게요.”전태윤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거실로 들어갔다.하예정은 아침을 간단하게 준비하지만, 매일 다른 메뉴로 전태용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그녀는 요리 솜씨도 좋았다. 제일 간단한 야채죽이나 반찬도 전태용의 입맛에 꼭 맞았다.매일 진수성찬을 먹던 전태윤은 하예정의 담백한 반찬과 요리가 아주 맘에 들었다.오늘은 전태윤이 먼저 집을 나섰다.회사에 도착하자마자 전태윤은 소정남과 마주쳤다.소정남은 전태윤을 향해 윙크를 날렸지만 전태윤은 아무 반응도 없었다.“뭐야, 왜 그런 표정이야.”소정남은 전태윤의 옆에 바싹 붙어 걸으며 전태윤을 툭툭 건드리더니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왜, 형수님 아직 못 달랬어?”전태윤은 머리를 돌려 소정남을 노려보더니 계속 앞으로 걸었다.“네 성질머리로는 절대 못 달래지.”“우리 사이 아주 좋아!”전태윤은 화가 나서 쌀쌀맞게 말했다.소정남은 대충 대답하고 나서 계속해 말했다.“그런데 왜 욕구불만 가득한 표정이야?”“너 눈 어떻게 됐어? 내가 뭐 욕구불만 가득한 표정이라고.”황홀함을 느껴본 적이 없으니 욕구불만이 있을 수가 없었다.게다가 전태윤은 하예정에게 설렌 적도 없었고 그녀에게 충동을 느껴본 적도 없었다.전태윤은 자기가 생각해도 무뚝뚝한 사람이다.“
소정남의 다른 한 손에는 A4용지 몇 장이 들려있었다. 누가 보면 아마 서류라고 생각했을 것이다.“자, 네가 얘기한 거.”소정남은 A4용지와 아침밥을 전태윤의 사무용 책상에 올려놓고는 엉덩이를 붙이며 말했다.“같이 먹을래? 관성 호텔 거야. 완전 맛있어.”관성 호텔은 전태윤이 평소 하루 세끼를 해결하는 전씨 그룹의 산하 호텔이다.하지만 전태윤이 결혼한 뒤로 소정남과 함께 식사한 지도 꽤 오래됐다.전태윤도 그립긴 했다.“됐어.”전태윤은 A4용지들을 집어 들고 대충 보더니 소정남에게 물었다.“이게 다야?”“응, 다야. 상하 5대까지 정리했어.”“이것밖에 안 된다고?”“젊은 사람들이 그래도 잘나가는 거 빼고 어르신들은 죄다 농사일하고 있는데 뭐가 있겠어?”전태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소남정의 말대로 하예정 친인척들은 젊은 사람들이 잘 사는 것 빼고는 어르신들은 특별한 정보가 없었다. 소남정은 이 사람들의 기본 정보인 나이와 결혼 여부, 그리고 자녀 여부까지 다 정리해 두었지만 A4용지 몇 장밖에 되지 않았다.하씨 집안의 정보를 보고 난 전태윤은 그들의 염치없는 행동에 더 치가 떨렸다.하예정의 사촌들, 그리고 삼촌과 큰아버지들은 다들 잘 살았다. 둘째 사촌 오빠라는 작자는 심지어 성씨 그룹의 산하 기업에서 높은 위치에 있으며 연봉 2억을 받는다. 제일 못산다는 사촌 동생도 연봉 7천만 원은 훨씬 넘어 받았다.하예진과 하예정 둘을 합쳐도 그들 중 누구의 수입보다 적다.그런데 뻔뻔스럽게 두 자매에게 병원비를 부담하라는 것도 모자라 경비며 기름값까지 내놓으라고 하다니.정말 진상이다. 뻔뻔한 진상들이다!‘부모를 일찍 여읜 미성년자 두 자매를 괴롭혀 배상금도 빼앗아 간 데다가 인제 와서 병원비까지 부담하라고?’세상에는 수많은 진상이 존재한다. 그런 진상들은 인간성을 잃은 지 오라다. 실제로는 처음 진상을 만난 전태윤은 하예정이 안쓰러웠다.“표정이 왜 그래? 그 사람들 형수님에게 죄지었어? 내가 손 좀 봐줄까?”전태윤은 쌀쌀하게 말
“따르릉...”인터폰이 울렸다.전태윤은 스피커 폰을 켰다.“대표님, 성소현 씨 또 오셨어요.”전태윤은 얼굴색이 확 변하더니 쌀쌀맞게 말했다.“내버려 두세요.”비서가 말했다.“성소현 씨가 생화 한 트럭으로 회사 앞에서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어요. 대표님에게 고백하려고요.”전태윤을 바라보는 소정남의 눈에서 빛이 쏟아졌다.전태윤은 소정남을 노려보고는 여전히 쌀쌀하게 말했다.“경비원은 뭐 하고 있어요? 남의 회사 앞에서 쓰레기를 널어놓고 있는데 그걸 가만히 보고만 있어요?”말을 끝낸 전태윤은 인터폰을 꺼버렸다.비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알 것 같았다.소정남이 낄낄 웃으며 말했다.“사실 성소현 씨도 괜찮지, 뭐. 감정에 솔직하잖아. 너한테 빠진 여자들이 내 머리카락 수만큼이나 되는데 용기를 내는 건 성소현 씨뿐이잖아.”“괜찮으면 네가 만나. 나한테서 관심 좀 끄게 네가 좀 어떻게 해봐.”소정남은 갑작스러운 말에 사레가 들렸다.“업무 시간에 일 해야지. 빨리 먹고 꺼져. 너 혹시 한가하면 내가...”“나 바빠, 바빠 죽겠어. 지금 일하러 가려고 했어.”전태윤이 추가 업무라도 줄까 봐 소정남은 다급히 전태윤의 말을 중단시키고 허겁지겁 아침밥을 먹은 뒤에 부리나케 도망갔다.대표 사무실을 나서 문을 닫은 뒤에야 소정남은 혼자 중얼거렸다.“호기심이 아니라 걱정돼서 그러는 거야. 아무것도 모르면서! 말 한마디 더 했다고 업무로 협박하다니. 나 이러다 언젠가는 일하다 죽을지도 몰라.’소정남은 비록 대표 사무실에서 나왔지만 호기심은 사라지지 않았다. 소정남은 비서를 시켜 성소현이 준비한 이벤트를 찍어오라고 했다. 언젠가는 전태윤을 놀려 줄 생각과 혹시라도 마음에 드는 여자가 나타났을 때 성소현의 용기 있는 고백을 따라 배우기 위해서 말이다.성소현이 만든 어마어마한 크기의 생화 하트는 아주 아름다웠다.경비원은 연락받고 성소현의 생화 하트를 망가뜨리려고 했지만, 그 아름다운 모습에 차마 손을 쓰지 못했다.성소현은 스피커를 들고 68층이나 되는 높
성소현은 성씨 집안의 딸이다.성씨 집안과 전씨 집안은 워낙 관계가 좋지 않은 데다가 만약 성소현의 심기를 건드려 두 회사의 모순을 악화시킨다면 그 후과는 엄중했다.이내 전씨 그룹 앞에 차 몇 대가 멈춰 섰다.성기현은 차에서 내려 다급히 스피커를 들고 전태윤에게 고백하는 성소현에게로 다가갔다.성기현의 얼굴은 마치 흑인처럼 거무튀튀해졌다.전태윤이 성기현에게 전화를 걸어 성소현의 미친 짓을 고발했다.마침 회의 중이던 성기현은 전태윤의 고발 전화를 받고 마음이 턱하고 막히는 것 같았다.성기현은 관리층들을 내버려 두고 경호원까지 데리고 성소현을 잡으러 왔다.“전태윤 씨...”성소현이 채 말을 끝내기도 전에 성기현은 그녀 손에 들려있는 스피커를 낚아챘다. 성소현은 머리를 돌려 거무튀튀한 얼굴을 보고 흠칫하더니 움찔거리며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오빠.”성기현은 그녀의 스피커를 바닥에 메친 뒤 성소현의 팔목을 잡고 끌어갔다.“오빠, 나 태윤 씨 좋아해. 나 진짜 좋아한다고. 나 짝사랑만 벌써 몇 년째야. 이제야 용기 내서 고백하는 건데 나 응원해 줘야지. 태윤 씨도 나한테 반할 수 있잖아? 오빠, 살살해, 나 아프단 말이야!”성기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성소현을 차 앞까지 질질 끌고 와 차 문을 열더니 안으로 밀어 넣었다.성소현은 반대편으로 도망가려 했다.“너 도망가기만 해봐!”성소현은 이내 꼬리를 내리고 움직이지 않았다.성기현은 차에 올라 문을 닫은 뒤 쌀쌀하게 말했다.“출발해요.”차는 이내 출발했다.“오빠.”성소현은 바싹 다가와 성기현의 팔짱을 끼며 애교를 부렸다.“닥쳐!”성기현은 성소현을 혼냈다.“내가 몇 번을 말해. 전태윤은 너랑 어울리지 않으니 그만두라고 했지? 너 내 말이 말 같지 않아?”“나도 그러려고 했지. 그런데 짝사랑한 지 오래되다 보니 그만두기엔 아깝더라고. 나 억울해서 그래. 그리고 사람이 사람을 좋아해서 좋아한다고 고백하는 게 잘못이야? 해보지도 않고 어떻게 결과를 알 수 있어?”성소현은 온 가족
관성 중학교하예정은 서점 카운터에 앉아 휴대폰으로 뉴스를 보고 있고 심효진은 그녀와 마주 앉아 연애소설 한 권을 들고 흥미진진하게 보고 있었다.본인의 서점이라 보고 싶은 책도 마음대로 볼 수 있어서 너무 편했다.심효진은 서점 내의 연애소설은 한 번씩 다 보았다.하예정은 가끔 그녀에게 보기만 하지 말고 직접 소설을 써보라고 권유했다.“예정아, 이 소설 속 주인공도 초고속 결혼했어.”심효진은 소설책을 내려놓고 웃으며 말했다.“너랑 비슷해.”하예정은 그녀를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초고속으로 결혼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그리고 소설속 여주는 재벌이랑 결혼하잖아. 난 직장인과 초고속 결혼했어.”아무리 전태윤이 대기업 대표라 해도 월급쟁이일 뿐이다.“너 소설 그만 봐. 그러다 너무 감정 이입하면 시집도 못가. 현실 속에 남자와 소설 속 남주를 비교할 수는 없잖아. 소설 속의 남주는 소설 속에만 존재하는 거야. 현실 속에 젊고 잘생기고 돈 많고 게다가 한 여자만 바라보는 재벌이 어디 있다고.”“그냥 시간 때우는 거지, 뭐. 너처럼 뜨개질할 줄 아는 것도 아니고.”심효진은 책을 덮고 휴대폰을 꺼내 이슈 거리를 찾아보려고 했다.그녀는 SNS로 실검을 찾아보기 좋아했다.실검을 확인하던 심효진은 뭔가 발견하고 하예정에게 말했다.“예정아, 너 빨리 실검 확인해 봐.”“뭔데?”하예정은 눈을 힐끗하고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하예정도 SNS 계정이 있지만 가끔 자기의 수공 작품을 찍어 업로드할 뿐 팔로우도 얼마 없었다. 하지만 얼마 없는 팔로우는 모두 그녀의 찐 팬이다.“누가 전씨 가문 도련님한테 고백했대!”“그래.”하예정은 관심이 없었다.그녀는 평생 전씨 가문 도련님과 얽힐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굳이 시간 낭비를 해가며 지켜볼 필요는 없었다.“내가 듣기로는 전씨 가문 도련님에게 눈독 들이는 여자들이 그렇게 많대. 전씨 가문 주인이자 전씨 그룹 총수니 걸어만 다녀도 돈 냄새가 아주 그냥. 그런 남자한테 시집가면 평생 팔자 피는
“만약 정말 하자 있다면 성소현은 헛수고 한 거지.”심효진이 아쉽다는 말투로 말했다.“전씨 가문 도련님에게 공개 고백하는 건 보기 드문 일인데 결과가 없으니 아쉬운걸. 근데 진짜 하자 있는 거 아니야?”하예정이 웃으며 말했다.“그걸 나한테 물으면 어떡해?”그녀들도 그저 추측할 뿐이다.물론 전씨 가문 도련님이 성소현의 고백을 받아들여 결혼이라도 한다면 간접적으로 하자 있는 남자가 아니라는 걸 증명하게 된다.하지만 그녀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하예정은 전씨 가문 도련님에 대한 뉴스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저 찌라시를 좋아하는 심효진을 통해 들을 뿐이다.하예정은 더는 관심 밖의 일에 관해 얘기하기 싫어져 뜨개바늘을 꺼냈다.중얼거리며 실검을 보고 있던 심효진은 갑자기 표정이 굳어지더니 카운터를 손바닥으로 내리쳤다.그녀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하예정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야, 심효진 너 미쳤어? 깜짝 놀랐잖아.”“이 사람들이 진짜! 이건 너무 하잖아!”심효진은 씩씩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하예정에게 휴대폰을 넘기며 화를 내며 말했다.“예정아, 이것 좀 봐. 이거 너랑 예진 언니 아니야? 이름도 밝히고 사진까지 떴어. 사진 너랑 예진 언니 같은데. 너랑 예진 언니 가족도 외면하는 불효자라네. 할머니 아픈데 관심도 안 하고 한 번도 만나 뵌 적도 없다고 떴어. 어르신이 너와 예진 언니 그리워하다 중병에 걸리셨대.”그 말을 들은 하예정은 미간을 찌푸렸다.하예정은 이내 심효진의 휴대폰을 넘겨받고 뉴스를 확인했다. 사진을 보니 확실히 두 자매의 유년 시절 사진이었다.내용을 읽어보던 하예정은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왔다.보나 마나 고향의 진상 중 한 사람이 짓이 뻔하다. 하지만 상대가 하지명인지는 확실치가 않았다.뉴스에는 이름과 사진, 전화번호까지 첨부해서 올렸다. 상대는 자매를 불효자로 만들어버렸다. 그 뉴스는 두 자매가 어르신의 손에서 자라 학업까지 마쳤건만 그 뒤로 어르신을 거들떠보지도 않았으며 결국 어르신은 자매를 그리워하다 중병에 걸리게 되
"띠리링..."하예정의 휴대폰이 울렸다.휴대폰을 들어 언니라는 것을 확인한 그녀는 이내 전화를 받았다."예정아, 실시간 검색어 봤어? 정말 너무해!"하예진도 적잖이 화가 나 있었다.당시 부모님 두 분이 사고를 당해 전부 돌아가셨을때, 그녀는 이미 열다섯인 나이였다. 당연히 동생보다 알고 있는 것이 훨씬 많았다.당시에 할머니, 할아버지와 친척들이 두 자매에게 얼마나 매정했는지 그녀는 전부 일기에 적어두었을 뿐만 아니라 아직도 그 일기를 가지고 있었다.그런데 인제 와서 사실을 왜곡하고 두 자매를 모함하다니."그 사람들 인제 와서 그러는 것도 아니잖아. 전부터 속이 아주 시꺼먼 사람들이었지.""지금 바로 인터넷에 해명 글 올릴게."하예정은 그렇게 말한 뒤 전화를 끊으려는 하예진을 얼른 불러 세웠다. "언니, 해명할 필요 없어. 이 일이 조금 더 커지고 나면, 그때 다시 해명해서 그 사람들의 민낯을 제대로 보여주자.""그 사람들 우리 두 사람 사진은 물론 전화번호도 다 공개했어. 우리도 준비를 제대로 하고 증거를 꺼내야만 제대로 그들을 반박할 수 있어.""예정아, 네가 어떻게 하든 난 전적으로 협력할 거야. 참, 그때 나 일기 쓰는 버릇이 있었어. 당시에 썼던 일기장도 전부 다 보관하고 있고. 그때 그 사람들이 우리에게 어떻게 대했는지 죄다 적어놨는데 이 일기를 인터넷에 공개할까?"하예정은 자신의 언니에게 일기 쓰는 버릇이 있는 줄은 몰랐다. "언니, 그 일기장 나한테 보내줘. 내가 반격할 증거를 전부 다 정리하고 나면 인터넷에 장문으로 해명 글을 쓰고 증거도 올리는 거야. 그 사람들, 이런 수를 쓴 걸 반드시 후회하게 만들 거야."그들이 인터넷을 이용해 자신들을 공격하며 사이버 불링까지 하는데, 자신들은 왜 반격 하나 하지 못 한단 말인가?"알았어.""언니, 이 일에 언니는 나설 필요 없어, 내가 처리할게. 언니에게는 햇살이가 있잖아. 나 그 네티즌들이 미쳐 날뛰다가 햇살이랑 언니가 피해를 당할까 봐 걱정이야. 요 며칠은 인터넷 하지 마
남편이 살아있을 때 장월은 커피를 여유롭고 편안하게 마셨으며 그녀에게는 일종의 즐거움이었다.지금 그녀는 기운을 북돋아 일을 하기 위해서 커피를 마신다. 예전과 같은 여유로움은 이미 사라졌다.노동명은 비서더러 장월에게 커피 한잔을 가져다드리라고 했다.그리고 그는 말했다.“나는 따뜻한 물 한 잔 줘, 태윤이 회사에서 커피를 마셨어.”그는 보통 오전에만 커피 한잔을 마시고 오후에 커피를 마시면 밤에 잠을 자지 못하고 불면증에 시달리기에 오후에는 거의 커피를 마시지 않았다.“노 대표님, 전씨 그룹에 다녀오셨어요?”장월은 미소를 지으며 노동명에게 물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차분했다.“네, 급한 일이 있어서 전씨 그룹에 가서 태윤이를 만나서 얘기 좀 나눴어요.”노동명이 깊게 말하려고 하지 않자 장월도 눈치껏 더 이상 묻지 않았다.노동명과 소정남 그리고 전태윤까지 세 사람은 형제이자 절친한 친구였다. 관성의 상류층 모든 사람이 알고 있다.이 3대 가문은 개인적인 친분도 매우 두텁다.전태윤이 하예정과 초고속으로 결혼한 후 노동명이 하예진과 접촉할 기회가 많아지면서 그가 천천히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다.노동명과 전태윤의 우정은 더 돈독해졌다.만약 노동명이 순조롭게 하예진과 결혼한다면 그와 전태윤은 동서지간이 될 것이다.소정남의 아내와 하예정 또한 절친이다.장월은 갑자기 하예정은 복이 많을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을 왕성하게 한다고 느꼈다.그녀는 운이 좋게 전씨 가문에 시집가서 전씨 가문의 사모님이 되었고 그녀의 절친과 이혼한 언니까지 잇따라 부잣집에 시집갈 수 있었다.하예정과 친한 사람들은 모두 잘 되었다.성씨 가문의 딸 성소현은 예전에 명성이 악랄했다. 모두 그녀가 교활하고 제멋대로이며 독단적인 데다 안하무인이라고 말했다.하예정이 이경혜와 관계를 확인한 후 그녀와 성소현은 사촌이자 좋은 친구가 되었다.그 뒤로 성소현의 명성은 점점 좋아졌고 두 사람은 협력해 회사를 설립해 모닝 프레시를 운영하고 있으며 사업도 잘되고 있다.많은 황무지
장월은 자연스럽게 비서 자리를 이어받아 노동명을 대표 사무실로 밀고 들어갔다.두 명의 비서는 묵묵히 두 대표의 뒤를 따라 들어갔다.“장 대표님, 제가 할게요. 밀지 않으셔도 되세요.”노동명은 장월이 그를 밀어주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는 자동 휠체어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 휠체어를 쉽게 조종할 수 있다고 말했다.장월이 웃으면서 말했다.“제가 힘을 별로 쓰지 않았어요. 노 대표님이 스스로 조종해서 나갔어요.”남편이 세상을 떠난 후 화려한 장신구를 거의 착용하지 않았던 그녀는 오늘 여성 정장을 입지 않고 평상복을 입었으며 평소에 묶었던 머리를 풀어 늘어뜨렸다.오늘 그녀는 남편이 살아있을 때 착용했던 눈부신 장신구를 꺼내 착용했다. 정교한 화장을 한 그녀는 마치 20대 소녀처럼 보였다.그녀가 서른이 넘고 아홉 살 아들을 둔 사람이라는 것을 보아낼 수 없었다.아침에 외출할 때 아들은 그녀가 오늘 예쁘다고 칭찬했다.이렇게 차려입은 그녀를 본 시부모님은 말을 잇지 못했다.장월은 시부모님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있다. 어젯밤 시부모가 한 말을 그녀는 모두 마음에 새겨들었다.그녀가 몰래 오랜 시간을 관찰했지만 오직 노동명만이 그녀의 조건에 맞았다.그녀는 공공연히 노동명과 하예진사이의 내연녀가 되지 않기 위해 모든 것을 숨기고 그의 반응을 확인하려고 했다.노동명이 조금이라도 반응을 보이면 그녀는 내연녀라고 욕을 먹더라도 하예진과 공평하게 경쟁할 것이다.만약 노동명이 단순히 그녀를 사업 협력 파트너로 여겨 좋아하는 거라면 그녀는 단념하고 다른 사람의 감정에 끼어드는 내연녀가 되지 않으려고 했다.노동명을 포기하면 그녀는 앞으로 재혼도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회사를 잘 운영하고 아들을 키우며 시부모님을 모시면서 살 것이다. 그 후 아들이 자라서 후계자가 되면 그녀는 은퇴해서 친구들과 함께 세계여행을 떠나려고 했다.가끔 마음이 복잡해지면 견우 가게 가서 소비하면 된다.연애도 결혼도 감정도 없다.장월이 말한 것도 사실이었다. 그녀는 두 손을
“신경 쓰지 마, 너희는 단지 다른 사람에 비해 더 많은 고난을 겪었을 뿐이야. 폭풍우가 지나가면 무지개를 볼 수 있어. 처형이 지금 너무 바빠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다는 걸 너도 알잖아.”“결혼 전 처형은 직장에서 잘나갔지만 결혼하고 전업주부로 살면서 사회와 몇 년이나 단절됐어. 이혼하고 스스로 창업한 시간도 길지 않아. 현재 이씨 그룹을 경쟁 상대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어.”“경험이 부족해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을 거야. 이씨 그룹의 책임자도 만만치 않은 사람이야. 그들은 힘든 싸움을 하고 있어. 우리 처형은 회사 운영에 전념하려고 서둘러서 혼인신고를 하려고 하지 않은 것일 거야.”친구의 말을 듣고 노동명이 말했다.“너의 말이 맞아. 예진이는 지금 스트레스가 많을 거야. 내가 쓸데없는 생각을 하지 말아야 했어. 예진이 뒤에서 든든한 뒷받침이 되어 내가 필요하면 언제든지 제일 먼저 뛰어갈 거야.”“내가 필요하지 않으면 묵묵히 그들 모자를 지켜주며 예진이가 조금씩 강해지는 모습을 지켜볼 거야.”그는 하예진의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노동명과 함께 있어도 하예진에게는 압박이 컸다.사람들은 그녀가 동생 때문에 노동명을 만날 수 있었다고 했으며 또 그녀가 무슨 수를 써서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 모른다고 했다.그가 그녀를 도와 각종 구설을 해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은밀하게 말하는 사람이 있었다. 결국 그녀의 귀에도 전해졌다.그녀가 이렇게 노력하는 것은 그와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서이다.전태윤은 웃으면서 말했다.“그러니 네가 너무 예민했어. 너랑 처형이 잘 지내야만 누군가 처형에게 고백할 때 너는 연적을 물리칠 수 있고, 누가 처형에게서 너를 빼앗으려 할 때 처형이 나설 필요도 없이 네가 먼저 그 여성과 거리를 둘 거야.”스무 살 넘어서도 노동명의 마음은 쉽게 흔들리지 않았다.이제 곧 마흔이 된 그는 한층 더 성숙하고 진중해져서 각종 미녀를 만나도 쉽게 유혹되지 않을 것이다. 노동명의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다.그는 커피를 마신 후 전태윤에
만약 노동명이 시간이 없다면 그의 세 형들은 시간을 내서 그를 도와 회사 일을 처리해 줬다. 그가 마음 편히 재활 운동을 하고 아내를 쫓을 수 있도록 말이다.“알았어요, 저녁에 다시 얘기해요.”하예진이 먼저 전화를 끊었다.비서가 노크하고 하예진에게 고객이 오셨다고 말했다.그녀는 직접 그 고객을 접대하러 가야 했다. 만약 거래가 성사된다면 내년 상반기에는 할 일이 없을까 봐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하예진과 통화를 마친 노동명은 핸드폰을 귓가에서 떼었다. 하지만 핸드폰을 손에 꽉 잡고 멍하니 앉아 있었다.전태윤은 자신의 커피잔을 들고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며 시선을 친구에게 돌렸다.정신을 차린 노동명은 친구와 눈길이 마주쳤다.“왜 그렇게 나를 바라보는데?”핸드폰을 내려놓고 노동명은 웃으면서 전태윤에게 물었다.“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전태윤은 노동명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되레 그에게 질문했다.“넋이 나가 있어.”“교통사고를 당하기 전 예진이를 쫓아다니면서 내가 아무리 진심을 표현해도 나를 친구로만 생각하고 또다시 결혼하고 싶지 않다며 모두 거절했어.”“교통사고가 난후 나는 예진이에게 짐이 되기 싫어 왕래를 끊으려고 했어. 그러나 우리 엄마는 오히려 예진이에게 나를 돌봐달라고 부탁했어...예진이가 나를 돌봐주어서 다시 희망을 품게 됐어. 태윤아, 나랑 예진이는 오늘날까지 힘들게 걸어왔어.”“다리를 잃고 나서야 우리 엄마는 예진이를 받아들이셨어. 나와 예진이를 더 이상 반대하시지도 않아.”“한동안 예진이는 내가 청혼하기만 한다면 나와 결혼할 거라고 말했어. 나는 그때 예진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았어, 내가 언제 완쾌할지도 모르고 예진이도 바쁘니 완쾌된 후 다시 보려고 했어.”“지금은 혼인신고를 한 후 결혼하고 싶은데 예진이가 허락하지 않아. 태윤아, 나랑 예진이는 항상 동기화되지 않고 의견 차이가 있는 같아.”전태윤은 그들의 인연이 아직 깊지 않은 것이 아닌가 하고 노동명에게 말하고 싶었다.하지만 전태윤은 이렇게 김새는 말을 할 수 없
“혼인신고 하는 데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으니 그냥 당신이 시간 내서 돌아오면 돼.”노동명은 먼저 혼인신고를 하자고 고집했다.합법적인 부부가 되면 하예진도 마음이 놓일 것이다.노동명도 임자가 생기면 그를 좋아하고 있는 여자들도 그에게서 멀리 떨어질 것이다.“동명 씨, 이일은 제가 시간 나면 다시 말해요. 그동안 다시 잘 생각해 봐요.”“결혼은 일생의 중대한 문제예요. 충동적으로 결정하면 안 돼요. 저는 또 한 번 이혼한 여자라 두 번째 결혼은 신중해야 해요.”노동명은 하예진이 자신과 혼인신고를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녀가 바빠서 그런 것일 수도 있고 그 꿈 때문에 걱정되어서 마음을 바꿨을 수도 있다.그녀의 마지막 한마디는 지난번 실패한 결혼이 그녀에게 큰 트라우마로 남았다는 것을 말해주었다.현실에는 연적이 나타나지 않았지만 그가 하예진에게 충분히 잘해주지 못했기에 그녀는 꿈만으로도 그가 결혼을 배신할까 봐 걱정되어 혼인신고를 하려고 하지 않는다.“그래, 당신이 시간 나면 우리 다시 얘기해. 우빈이가 곧 겨울방학이야, 방학하면 우빈이 데리고 당신에게 갈게.”그러자 전태윤이 끼어들며 말했다.“어제 우빈이가 겨울방학 되면 이모와 함께 예진 리조트에서 가서 용정이랑 놀겠다고 말했어, 이모가 우빈에게 강성에 가지 않겠냐고 물었는데 우빈이가 강성이 춥다고 했어.”“우리 처형이 설전에 반드시 돌아온다고 꼬마는 안 간다고 했어, 집에서 엄마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면 된다고 했어.”노동명이 말했다.“...우빈이가 나한테는 말한 적이 없어.”전태윤은 웃으면서 말했다.“너와 함께 가자고 한 것도 아닌데 너에게 말해 뭐해?”전태윤은 주우빈의 이모부이다. 주우빈의 감정 저울은 아직 그에게 기울어있었다. 노동명은 지금 주우빈에게 아저씨일 뿐 아직 계부가 아니었다.노동명은 말문이 막혔다.하예진은 전화로 말했다.“연말에 회사마다 바쁠 거예요. 동명 씨도 올 필요 없어요. 먼저 회사 일을 잘 처리해야만 연말을 잘 보낼 수 있어요. 회사
“꾸준히 재활 운동을 해서 반드시 정상적으로 회복할게. 당신의 부담이 되지 않을거야. 언제까지 회복할 수 있다고 약속하지는 못하지만, 자동 휠체어로 바꿔서 스스로 움직일 수 있기에 나를 돌봐주는 사람들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어.”“생각을 해봤는데 우리 먼저 혼인 신고부터 하고 내가 완전히 회복되면 다시 결혼식 하자.”노동명은 하예진이 첫 번째 실패한 결혼에서 생긴 트라우마 때문에 그를 빼앗길까 봐 걱정할 수 있다고 말하던 친구의 말이 생각났다.그가 하예진과 혼인신고를 한다면 누구도 그를 뺏을 수 없다.그는 비정한 사람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서른여섯 살까지 장가를 못 갔을 리 없다.모처럼 마음을 움직이면 그것은 평생이다.그의 마음속에는 하예진 이외에 다른 사람을 받아들일 자리가 없었다.다른 사람이 그의 마음속에 들어오려고 해도 설 곳조차도 없다.한동안 하예진은 결혼식을 다시 하지 않고 노동명과 혼인신고만 해서 합법적인 부부가 되고 싶었다.그녀는 재혼인 데다가 부잣집에 시집가기에 다른 사람의 질투와 미움을 살 수 있다고 생각되었기에 조용히 혼인 신고만 하고 싶었다.그러나 친정의 모든 식구와 여동생 그리고 큰이모 식구들을 포함하여 모두 승낙하지 않았다.노동명과 노씨 가문도 동의하지 않았다.하예정도 하예진에게 재혼이면 어떠냐고 말한 적이 있다.재혼이라도 당당하게 결혼할 수 있다. 사람을 도둑질한 것도 아니고 내연녀도 아닌데 화려한 결혼식을 하지 말라고 규정하지는 않았다.하예정은 언니와 노동명이 성대한 결혼식을 올려서 모두가 언니의 행복을 지켜봐 주기를 바랐다.노씨 가문 네 번째 도련님인 노동명은 초혼인데 어떻게 결혼식을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노씨 가문에서는 하예진에게 넷째 도련님인 노동명을 섭섭하게 해서는 안 된다며 소정남과 심효진, 전태윤과 하예정 못지않은 성대한 결혼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결혼식 문제를 막론하고 노동명의 마음을 받아들였던 하예진이였기에 그가 청혼하기만 한다면 언제든지 결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노동명은 자신이
노동명은 한참 침묵하다 말했다.“비록 누구나 다 꿈꾸긴 한다만 예전에 이런 꿈을 꾸었다고 말한 적이 없었잖아, 어젯밤에 이런 꿈을 꾼 건 자기 전에 혹시 우리 관계를 생각하다 걱정이라도 된 거야?”“아니면 누군가 당신 앞에서 뭐라고 말해서 생각이 많아져 그런 꿈을 꾼 거야?”하예진은 웃으면서 말했다.“그럴 리가요. 누가 그럴 사람 있어요? 제가 관성에 있는 것도 아니고. 동명 씨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제가 관성으로 돌아가야 저를 찾아올 수 있죠.”“그냥 우연히 그런 꿈을 꾸어서 동명 씨에게 말한 거예요. 당신에게서 답을 듣고 싶기도 해서요. 혹시 당신도 모르는 사이에 다른 여자의 마음을 훔치지 않았나요?”전태윤은 장 대표가 그에게 생각이 있다는 걸 하예정이 의심하고 있다고 노동명에게 말하지 않았다.하예진은 더 말할 리가 없었다.증거가 없이 동생에게 폐를 끼칠 일을 만들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그녀는 동생의 직감을 믿었다. 아마도 장 대표는 노동명을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단지 노동명이 모를 뿐이다.하예정은 그 장 대표의 남편은 이미 세상을 떠났고 아들이 한 명 있다고 말했다. 아들은 대략 8, 9세쯤 되었을 것이고 남편은 외아들이었다. 남편이 죽은 후 시부모님의 건강이 좋지 않았고 아들은 어렸다고 했다.친척들과 회사를 나누지 않기 위해 장 대표는 어쩔 수 없이 남편이 남긴 모든 사업을 인수하여 몇 년의 시간을 들여 겨우 안정시켰다. 사람들은 지금 그녀를 여장부라 부른다.여자 혼자서 아들을 키우고 시부모님도 돌보며 사업도 해야 하기에 그녀의 스트레스와 피로는 짐작할 수 있다. 남자를 찾아 동반자로 삼아 의지하고 싶어 하는 것은 당연하다.하지만 장 대표의 시댁도 부유한 가문이었기에 재산이 많았다. 그녀는 새로운 사람을 찾고 싶어도 그 남자가 자신의 재산을 노릴까 봐 걱정했다.그녀가 인품이 좋고 능력이 뛰어나며 가정 배경도 비슷한 사람을 선택한다면 그녀의 재산을 노리지 않을 것이다.관성에는 장 대표의 조건에 부합되는 잘생기고 능력이
“내가 주홍인도 아니고, 밖에 아무리 예진이 보다 좋은 여자가 있어도 나는 좋아하지 않을 거야. 나는 예진이를 인정했기에 예진이 아니면 그 누구하고도 결혼하지 않을 거야.”잠시 후 노동명은 친구에게 물었다.“태윤아, 내가 일찍 너의 처형과 혼인신고 할까? 예전에는 예진이가 나와 결혼하려고 하지 않았지만, 나중에는 내가 장애인이 된 것 같아서 예진이에게 부담 주고 싶지 않아서 회복되기 전 혼인신고도 하고 싶지 않았어.”“이것 때문에 예진이가 자신감이 없어져서 내가 딴마음을 품었다고 의심하는 건 아닐까? 나는 내가 회복하지 못하면 평생 휠체어를 타고 다니며 예진이에게 부담이 될까 봐 두려워.”“이혼 후 예진이는 혼자서 우빈이를 키우면서 사는 것도 힘든데, 나 같은 장애인까지 합치면 더 힘들 거야. 나는 예진이를 사랑하기 때문에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 부담은 주기 싫어.”노동명은 전태윤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았다.전태윤은 커피잔을 들고 천천히 커피를 마셨다.커피를 마신 후 그는 노동명에게 말했다.“이건 나도 잘 모르겠어. 지금 처형이 바쁘니 시간 나면 직접 물어봐. 그냥 꿈일 뿐이니 상세하게 캐묻지는 마.”“꿈꾸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어? 나는 밤마다 꿈꿔. 예정이가 꿈에서 귀여운 딸을 낳았어, 내가 딸을 안고 입이 찢어지도록 웃어...여러 번이나 예정이가 나를 깨워서, 나에게 무슨 꿈을 꾸었길래 그렇게 행복하게 웃냐고 물어볼 때도 있어.”노동명이 말했다.“...남자의 직감으로 볼 때, 예진이가 누군가에게 무슨 말을 들었다고 생각해. 누군가 우리를 갈라놓으려고 일부러 예진이 앞에서 헛소리한 것 같아.”하예정은 장 대표가 노동명에게 생각이 있다고 추측하고 있을 뿐 증거는 없었다. 게다가 평소에 장 대표와 노동명은 가까이 지내지 않았기에 이런 말을 함부로 그에게 말할 수 없었다.그의 아내가 헛소문을 퍼뜨린 사람이라고 오해받을까 봐 전태윤은 죽어도 진실을 말하지 않았다.“누가 우리 처형 앞에서 네 험담을 하겠어? 동명아, 내 생각엔 네가 생각이 많은
하예진이 꿈꾸었다고 말했을 뿐인데 노동명은 그녀의 꿈 때문에 회사에 가는 걸 포기하고 친구의 귀중한 시간을 빼앗으러 전씨 그룹으로 달려왔다.노동명은 친구가 웃을까 봐 두려웠다.하지만 하예진이 이유 없이 그런 꿈을 꿀 수 없다고 생각했던 그는 마음이 복잡하기만 했다.꿈도 생각에 따른다고 했다.‘누구에게 어떤 말을 들었길래 예진이는 그런 꿈을 꾸었을까?”“우린 오랜 친구야, 할 말 있으면 말해. 친구 사이에 못 할 말이 뭐가 있어?”전태윤은 일어나서 책상을 벗어난 후 노동명에게 물었다.“커피 마실래? 차 마실래? 아니면 따뜻한 물 마실래?”“커피 한 잔 줘.”“다용도실에 아마도 커피 있을 거야, 한번 보고 없으면 따뜻한 물 줄게.”전태윤은 다용도실에 들어갔다.잠시 후 따뜻한 커피 두 잔을 들고나왔다.“커피 있어. 너 하잔, 나 한잔.”전태윤은 커피 한잔을 친구 앞에 놓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 앉은 후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물었다.“우리 처형이랑 관련된 일이야?”사업상의 일이었다면 그에게 전화로 말하고 급해서 직접 찾아오지 않았을 것이다.전태윤은 처형이 아내에게서 장 대표의 일을 전해 듣고 노동명에게 무엇이라고 말했기 때문에 그가 자신을 찾아왔을 것으로 추측했다.노동명은 전태윤을 바라보며 말했다.“역시 넌 알고 있었어, 체제가 예진에게 뭐라고 말했어?”“자매가 매일 전화 통화를 하고 메시지를 주고받아도 내용을 나에게 말해주지 않아서 나도 몰라.”전태윤은 바로 말하지 않았다.“우리 처형이 너에게 뭐라고 했는데?”노동명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핸드폰을 꺼내 카톡을 열어 하예진이 보낸 메시지를 전태윤에게 보여줬다.메시지를 본 전태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예진이는 이런 꿈을 꾼 적이 없어. 처제가 예진이에게 뭐라고 해서 이런 꿈을 꾼 게 틀림없어. 처제가 예진에게 내 험담을 한 게 아닐까? 평소에 처제는 나를 보면 동명 오빠라고 부르면서 나에게 잘해줬는데 나 몰래 예진이 앞에서 내 험담을 해.”전태윤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