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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11화

어르신이 이렇게 말한 후에야 하예정은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그렇지 않으면 전씨 집안 작은 사모님으로서 실격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예정아, 효진아. 너희는 가서 볼일 봐. 난 유하랑 초대장을 직접 전달하러 갈 거란다.”어르신은 잠시 앉아 있다가 몸을 일으켰다.그러자 하예정과 심효진도 따라서 일어섰다.“할머니, 점심 드시러 오실 거예요?”“아니, 난 고씨 집안 도련님과 우리 호텔에서 점심 약속이 있단다. 셋째랑 같이 가면 돼.”이 말을 할 때 하예정을 보는 어르신의 눈빛엔 장난기가 섞여 있었다.그녀도 이를 눈치채고는 웃으며 말했다.“네, 그러세요. 시간이 되시면 자주 놀러 오세요. 저와 태윤 씨랑 함께 지내시는 게 가장 좋아요. 저희는 언제나 환영하거든요.”하예정도 ‘환영’이 두 글자를 입에 담을 때, 어르신을 향해 눈짓을 했다.어르신도 그녀의 마음을 눈치채고 입을 열었다.“유하 생일이 지난 후에 그곳으로 옮기마. 만약 태윤이 그 녀석이 달가워하지 않거든 이 할미 편을 들어줘야 한다? 어머, 나도 태윤이랑 말다툼한 지 꽤 오래 지나서 그런지 슬슬 그리워지는구나.”이 말에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형수님, 효진 누나, 저랑 할머니 먼저 가볼게요.”전유하는 웃으면서 어르신을 좀 부축하려 했으나 어르신은 그의 손을 뿌리쳤다.“이 할미는 아직 너희들이 부축해야 할 만큼 늙지 않았어. 그때가 온다면 너희 할아버지를 만날 날도 얼마 남지 않았고.”돌아간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난 남편을 떠올리니 어르신은 참지 못하고 한탄했다.“너희 할아버지와 함께 일출과 일몰을 보던 시간이 엊그제 같은데 눈 깜박하니 벌써 10년이나 다 되어가는구나.”“할머니.”전씨 집안 식구들은 어르신이 돌아가신 남편을 떠올리는 것을 가장 두려워했다.어르신은 곧 잡생각을 거둔 후 말했다. “이미 여러 해가 지났으니 할미는 지금 태연하게 마주할 수 있단다. 사람은 빠르나 늦으나 결국 죽게 돼. 너희 할아버지가 나보다 먼저 극락세계에 갔으니 내가 찾아갔을 때 그 사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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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12화

전유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스물셋 밖에 되지 않아 참 다행이었다.어쨌든 그는 위의 형들을 방패막이로 삼을 수 있어서 말이다. 그의 친형은 올해 26살이 되었는데도 아직 여자 친구가 없었다. 그러니 할머니가 결혼을 재촉하려고 해도, 먼저 그의 친형부터 재촉할 거다.“형수님, 효진 누나, 배웅 안 하셔도 돼요, 할머니 모시고 성씨 집안에 다녀올게요.”전유하는 차 문을 열고 어르신을 차에 태운 후 고개를 돌려 하예정과 심효진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두 사람은 서점 입구에 서서 어르신과 전유하를 배웅 했다.전유하의 차가 멀어지자 심효진은 이렇게 말했다.“유하 씨 되게 조용하게 사는 것 같아.”전유하의 차는 매우 평범한 브랜드였고 시장 가격은 고작 2,000만 원 정도였다. 전태윤 등 전씨 집안 사람들이 자주 타는 차에 비하면 전유하의 차는 그야말로 자전거 급이었다.하예정은 말했다.“유하 도련님께선 막 일을 시작하는 바람에 아직 성과를 거두지 못했어. 그래서 생활을 너무 즐기면 안 되기 때문에 조용히 살고 있어. 언젠가 유하 도련님도 형들처럼 자신의 사업도 있고 또 전씨 그룹에서 관리층 직위까지 맡게 되면 원하는 대로 차를 바꿀 수 있을 거야.”심효진은 감탄했다.“예정아, 넌 정말 운이 좋아. 어쩌면 이렇게 좋은 시댁을 찾았어? 시댁의 가풍도 진짜 좋고 말이야.”“할머니께서 예뻐해 주셔서 그래. 네 시댁도 나쁘지 않잖아.”하예정은 어르신께서 그녀에게 큰 손자를 소개시켜 주어, 둘이 연애에 결혼까지 할 수 있게 다리를 놓아주었을 때 했던 말이 떠올랐다. 가장 좋은 손자만 소개해 줄 뿐, 절대 그녀를 푸대접하지 않을 거라고 했었다.어르신은 했던 말은 반드시 지켜냈다.아니나 다를까, 그녀랑 결혼한 남자는 전씨 집안 형제들 중에서 가장 훌륭했다.“그렇지. 내 시댁도 좋긴 하지만 너처럼 도련님이 그렇게 많지 않잖아.”심효진도 자신의 예비 시댁에 매우 만족했다.그녀는 하예정과 함께 서점으로 돌아왔다.“예정아, 너희 집안 그 도련님들은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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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13화

하예정은 심효진의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아이를 질투하다니.”심효진은 당당하게 말했다.“정남 씨는 내 남자야. 다른 사람이 정남 씨 주의력을 뺏어갔는데 내가 어떻게 질투하지 않고 버티겠어? 그 사람이 설령 우리 아이라고 해도 나중에 분명 애인이 사랑해 줄 텐데, 뭐 아무튼 정남 씨 사랑 나누어 가면 안 돼.”“그러다가 나중에 정남 씨가 아이를 질투할 수 있겠어.”하예정은 웃었다.“내 남편은 분명 아이를 질투할 거야. 항상 제멋대로 군다니까? 겉으로 보기엔 너그럽지만 실은 속도 좁고 제멋대로야.”“예정아, 난 왜 지금 네가 자랑하고 있는 것 같지?”“네 앞에선 굳이 할 필요 없어. 너도 정남 씨랑 엄청 금실이 좋잖아. 아, 맞다. 효진아, 너 오늘 계속 가게에 있을 거지?”“응.”심효진은 대답한 후 또 물었다.“처리할 일 있어? 그럼 넌 가서 일 봐. 분재 사러 가지 않아도 돼.”“그러면 네가 가서 많이 좀 사와.”“응. 알겠어.”하예정은 차 키를 들고 서점에서 나가 밖에서 돌고 있던 경호원에게 말했다.“꽃필무렵에 갈 거니까 따라오지 않아도 돼요.”“네, 사모님.”경호원은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사모님을 은밀히 지켜주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그가 함께 가지 않아도 사모님의 안전은 보장되었다.게다가 사모님도 솜씨가 재빨랐다.지금 아마 그 누구도 사모님의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할 거다. 누가 감히 그런 짓을 했다간 분명 여러 재벌 집안에게 밉보일 거니까.하예정은 꽃필무렵에 갔지만 여전히 여운초가 보이지 않았다.“사장님 아직 안 오셨어요?”하예정은 장미꽃 가지를 다듬고 있는 한 점원에게 물었다.“사장님께서 아까 돌아오신 후, 단골손님 한 분으로부터 꽃다발을 주문하는 전화를 받고 직접 갖다주러 가셨어요.”“얼마나 걸려요?”“글쎄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사모님께서 먼저 돌아가시는 게 어떠세요? 사장님께서 돌아오시면 사모님께 전화 드리라고 할게요.”하예정은 말했다.“운초 씨가 돌아온 다음에도 저한테 전화를 하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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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14화

그녀는 전이진에게 전화를 걸었고 상대방이 전화를 받은 후 입을 열었다.“도련님, 운초 씨가 전화번호를 바꾸었더라고요. 오늘 오전에 두 번이나 가게에 갔는데 만나지 못했어요. 도련님은 만났어요?”전이진은 대답했다.“전 지금 소희 카페에서 운초가 꽃을 가져다주기를 기다리고 있어요.”전이진도 여운초의 새 전화번호를 몰랐다. 가게 점원도 알려주지 않으니 그는 어쩔 수 없이 꽃필무렵의 가게 번호를 기억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소희 카페 점장에게 도움을 청해 꽃필무렵에 전화를 걸어서 꽃을 배달해 달라고 부탁했다.이렇게 해야만 그녀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운초 씨가 혼자 갔나요?”“다른 점원 한 명이 오토바이로 데려다주었어요. 형수님, 고마워요.”형수님은 비록 여운초를 만나지 못해 그에 관한 좋은 말을 해주지 못했지만, 그의 일로 오전에 두 번이나 꽃필무렵에 갔으니 형수님이 그의 일을 중시하는 것 같아 엄청 감동되었다. “한 집안 사람들끼리 그렇게 서먹하게 굴지 마요. 나중에 운초 씨를 만나면 절대 놀라게 하지 말고요.”“형수님, 전 지금 너무 후회돼 미칠 것 같습니다. 그러니 절대 그런 실수 반복하지 않을 거예요.”여운초의 마음을 얻지 못한 상황에서 그녀에게 입을 맞추는 무례한 짓을 저질렀으니 그녀가 놀라 도망갈만했다.전이진은 자신을 듬직하지 못한 놈이라고 여러 번 욕했다.하예정은 드디어 마음을 놓고 전화를 끊은 후, 운전하여 서점에 돌아갔다.다른 이야기.어르신은 전유하와 함께 먼저 공씨 일가에 가서 초대장을 건넨 후, 그 길로 성씨 일가에 갔다. 두 집안이 멀리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편리했다.어르신이 성씨 집안에 갔을 때 예준하는 마침 새 이웃의 신분으로 성씨 집안에 방문을 했었다. 모양새를 보니 남아서 밥이라도 먹을 기세였다.어르신과 전유하가 왔다는 소리를 듣자 성씨네 부부는 친히 마중을 나왔다.“어르신께서 오시면서 왜 미리 알리지 않으셨어요. 그랬다면 모시러 갔을 텐데요.”어르신이 차에서 내리자, 성씨네 사모님은 얼른 다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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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15화

하필 딸애가 예준하와 사이가 좋아 마음이 혼란스러웠다.태윤에게 예준하를 설득해 달라고 부탁한 것도 별로 소용이 없는 것 같았다.예준하가 하필 이웃의 신분으로 자주 찾아오고, 또 하필 밥을 먹을 시간에만 찾아왔는데 그건 분명 얻어먹으려는 속셈이었다.모두가 방에 들어간 후, 성소현은 직접 어르신에게 물을 따라주었다.그리고 예준하는 과일과 과자를 가져왔다.어르신은 예준하가 성씨 집안의 모든 것에 이미 익숙해졌다는 것을 발견했다.‘교활한 녀석. 성씨 집안 사모님도 어쩔 수 없게 만들었구나.’어쨌든 그는 아직 성소현에게 고백하지 않았고, 단지 이웃으로 왔을 뿐이었다. 하지만 많이 와봤으니 성씨 집안의 모든 것을 잘 아는 것도 정상이었다.게다가 예준하는 낯이 아주 두꺼워서 성소현 어머니가 딸애 몰래 눈치 주는 것도 보지 못한 척 행동했고, 성소현 아버지가 노려보는 것도 무시했다. 어쨌든, 성소현이 그와 함께 지내기를 원한다면 그는 뻔뻔스럽게 그 집안에 발을 들여놓았다.성소현에 대한 예준하의 마음은 오직 유청하 한 명만 지지했다.그녀는 예준하와 시누이가 아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두 사람이 쿵 짝이 잘 맞아 나눌 화제가 많았다는 점이 지지하는 데서 아주 큰 비중을 차지했다.예전에 성소현이 전태윤을 좋아했을 때 그녀의 마음은 우울했고 소극적인 감정으로 가득했다. 조금의 응답도 얻지 못했으나 또 포기하기도 어려웠기 때문에 용기를 내어 고백하고 대담하게 사랑했지만 결국 모두 수포가 되고 말았다.하지만 예준하와 함께 지낼 때 유청하는 시누이의 웃음소리를 자주 들었고, 얼굴 또한 활짝 피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그래서 유청하는 남편에게 예준하가 성소현을 좋아하는 것을 막지 말라고 설득했다. 성소현이 예준하와 함께 있을 때 진심으로 기뻐하기 때문이었다.새언니로서 시누이를 멀리 시집보내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저 성소현이 행복하기만을 기원할 뿐이다. 만약 시누이가 마음속으로부터 기뻐한다면 예준하와 결혼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예준하는 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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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16화

“청하 씨는 아직도 토하나요? 임신 3개월이죠?”어르신이 관심을 가지고 물었다.멀지 않은 곳에 앉아 있던 유청하가 답했다.“네, 이제 3개월이 지났는데도 가끔 토하고 있어요. 보통은 식사하고 나서 30분 정도 후부터 토하기 시작하는데, 토하고 나서야 속이 편한걸요. 어머니께서 그러는데 제가 아마도 출산할 때까지 토할 것 같다고 하셨어요.”임신 반응이 심한 유청하는 매우 힘들었지만, 배 속의 아이에 대한 사랑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시간이 좀 지나면 태동을 느낄 수 있게 된다.만 3개월이 되었을 때 산부인과에 가서 초음파 검사를 한 번 했는데 컨디션이 양호하다고 나왔다.다만 아직 태동이 미세해서 느낄 수 없을 뿐이다.관련 책의 내용에 따르면 16주가 지나야 태동이 뚜렷하게 느껴지고 태아가 자랄수록 태동이 점점 더 뚜렷해진다고 했다.애당초 아내가 아까워 아이를 지우려고 했던 성기현도 초음파 사진을 손에 들었을 때 그 사진을 보고 또 보면서 손에서 놓기를 아쉬워했다.유청하는 남편이 아이를 고대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다만 임신 반응이 심한 아내를 보는게 마음이 아파 아이를 지우려 했을 뿐이다.다행히 모두의 설득 끝에, 성기현은 아이를 지우겠다던 결심을 접었다.그는 매번 아내가 죽을 듯이 토하는 것을 볼 때마다, 옆에서 안쓰럽게 쳐다보며 아내 배 속의 아이를 욕하곤 한다.“요 녀석, 이제 엄마 배에서 나오기만 해봐라, 엉덩이를 때려줄 테니. 너 때문에 엄마가 얼마나 괴로워하는지 봐봐.”유청하는 생각하며 배를 어루만지기 시작했다.이때 어르신이 말했다.“임신 반응은 정말 속수무책이에요. 어떤 사람들은 정말로 출산할 때까지 토하기도 하죠. 예전에 소민이가 셋째를 임신했을 때도 심하게 토하고, 낳을 때까지 토했던 게 기억이 나네요. 첫째랑 둘째를 임신했을 때는 아무 반응도 없었다가 셋째를 임신하자 아주 심하게 토했답니다. 반응이 달라 셋째가 딸인 줄 알았더니 고 녀석도 아들일 줄이야.”어르신의 말을 듣고 유청하는 웃으며 말했다.“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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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17화

“나중에 틈만 나면 어르신을 찾아가 마작을 할게요.”이경혜는 어르신의 말이 옳다고 생각했다.과거에 관계가 어떠하였든 간에, 지금 두 집은 친척 사이이니 친척끼리 많이 왕래해야겠다고 생각했다.하예정의 친정 친척으로서 조카의 든든한 뒷받침이 되어줄 겸, 사돈인 전씨 일가와도 왕래해야 친정 식구들과 시댁 식구들이 잘 맞지 않는다는 소문이 떠돌지 않게 된다.“그래 주면야 고맙죠.”어르신은 싱글벙글 웃으며 대답했다.“어르신, 일단 식사나 할까요?”이경혜가 다시 제안하자 어르신은 응하고 대답하며 그녀를 따라 일어섰다.어르신과 가장 가까운 곳에 앉아 있던 성소현이 다가가 부축했다.어르신은 성소현의 몸에 살짝만 기대고는 말했다.“나는 아직 지팡이를 쓰지 않고도 힘차게 걸을 수 있답니다.”비록 어르신은 지팡이를 가지고는 있지만 보통 누군가를 때릴 때만 사용하곤 했다. 무술을 연마한 몸이 틀림없었다.게다가 젊은 시절의 특별한 신분 때문인지 몸이 매우 정정하다.등산을 가도 며느리들이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였다.“어르신은 10년 뒤에도 지팡이가 필요 없을 것 같은데요?”성소현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이제 예정이가 아이를 낳아 아이가 이리저리 뛰어다니면 아마도 지팡이로 장난꾸러기들을 쫓아다녀야 할지도 몰라요.”어르신은 자신이 지팡이를 짚고 증손자들을 뒤쫓는 장면을 상상하자 함박웃음을 지으며 성소현의 손등을 툭툭 두드렸다.성소현이 자신을 쳐다보자, 어르신은 입을 열었다.“이 세상엔 좋은 남자가 아주 많죠. 그러니 차분하게 느껴봐요. 아마도 자기한테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이 바로 옆에 있을지도 모른답니다.”어르신은 이 말을 다른 사람이 듣지 못하도록 몰래 했고, 말을 마친 후 예준하 쪽을 힐금 보았다.이경혜는 예준하를 따로 초대하지 않았지만, 이미 밥을 얻어먹는 것에 익숙해진 예준하는 초대를 받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성씨 일가와 함께 식사 룸에 들어갔다.도우미들은 마지못해 그릇과 젓가락을 준비해 주었다.성소현이 있는 자리에서 이경혜는 절대 예준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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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18화

식사를 한 후 어르신은 이경혜와 잠시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다가 전윤하를 데리고 성씨 일가를 떠났다.모두가 떠나가는 어르신과 전윤하를 직접 집 밖으로 배웅했다. 전윤하가 할머니를 모시고 떠나는 걸 지켜본 후, 몸을 돌린 이경혜는 뒤에 서 있는 예준하를 보고는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유청하는 식사 후에 휴식하는 습관이 있어 방으로 들어갔고, 성문철은 아내를 따라 들어갔다.곧 마당에는 성소현과 예준하만 남았다.“같이 좀 산책하지 않을래?”성소현이 먼저 예준하에게 물었다.그에 예준하는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좋아. 식후에 걸으면 아흔아홉까지 살 수 있다던데.”성소현은 예준하의 웃는 얼굴을 보며 생각했다. 예준하는 언제나 미소를 지으며 온화한 태도로 그녀를 대했다. 그의 미소는 마치 3월의 봄바람처럼 부드럽고 따뜻했다.두 사람은 함께 성씨 집을 나섰다.2층의 한 룸에서 밖을 내다보고 있던 이경혜는 보배 딸이 예준하와 함께 밖으로 나가는 것을 보았다.그녀는 정색하며 남편에게 말했다.“준하 그 녀석이 또 우리 소현이를 달래서 산책하러 갔어요.”그 말에 성문철이 다가와 밖을 내다보았는데, 과연 딸이 예준하와 나란히 걷고 있는 것을 보았다.두 사람은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지 걸으면서 웃고 있었다.성문철은 시선을 돌려 아내의 굳은 얼굴을 보고는 웃으며 말했다.“둘이 왕래하는 게 그렇게 싫으면 직접 말하지 그래. 이렇게 내 앞에서만 굳은 얼굴을 하고 있으면, 소현이든 예준하든 누가 볼 수 있겠어.”“분명히 눈이 먼 거예요. 늘 밥때가 되면 찾아오는데, 아무리 눈치를 줘도 못 본척한다고요. 그리고 소현이가 말이 잘 통하는 보통 친구 사이라는데, 소현이 앞에서 내가 뭐라 할 수 있겠어요.”젊었을 때 남편과 함께 상업계를 주름잡았던 이경혜도, 딸에게 접근하고 있는 예준하에 대해 속수무책이었다.또한 성소현은 예준하를 보통 친구로만 생각하고 있다.성소현을 바라보는 예준하의 온화하고 열정적인 눈빛을 보면 깊이 좋아하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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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19화

성소현은 가족들이 그녀가 예준하에게 속아서 울까 봐 걱정하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별장을 나온 후 콘크리트 도로를 따라 천천히 걸었다.평소 차를 몰고 다녔기에 주위의 풍경을 감상할 틈이 없었는데 이렇게 산책하니 기분이 좋았다.“여기서 산 지도 오래되었는데, 이제야 이곳의 풍경이 매우 아름답고, 녹화가 잘 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됐어. 길가에 피곤할 때 쉴 수 있는 벤치도 있고, 드문드문 정자도 있고.”빌라 구역에 들어서면 작은 공원이 있는데, 공원에는 녹음이 우거져 있고, 어른들을 위한 신체 단련 시설도 있고, 어린이 놀이터도 있다.성씨네 별장은 작은 별장 몇 채를 사서 하나의 큰 별장으로 만든 것으로, 자신만의 운동 시설과 놀이기구를 갖추고 있다.그래서 성소현은 빌라 구역의 작은 공원에 발을 들여놓은 적이 거의 없었다. 그녀의 말에 의하면, 평소 차를 몰고 드나들면서 창밖의 경치를 힐금 보는 것이 다란다.“나도 여기 환경이 좋은 걸 보고 너희 옆집이 팔린다고 할 때 서둘러 손에 넣은 거야. 이곳은 환경도 좋고 안전하기도 하고, 또 면적도 넓어 비록 중고 집이라고는 해도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거든.”예준하는 걸으며 마치 자기가 중고 별장을 사들인 게 보물을 건지기라도 했다는 듯 자랑했다.다만 그의 마음을 이해할 수도 있다.처음부터 그의 목표는 성소현이었으니까.“응, 우리 집 옆에 있는 별장을 산 것은 보물을 주운 것과 다름없어. 그 별장은 면적이 넓어서 우리 집에서도 사려고 했는데, 네가 너무 빨리 손을 써서 빼앗겼지 뭐야.”성소현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그때 형도 이 일을 알고 누가 그렇게 빨리 손을 썼나 궁금해했거든. 그게 너일 줄이야. 너 안목 있는데? 정말이야, 그 별장은 손에 넣어도 손해 볼 일이 없거든. 그리고 또 사람을 불러 풍수도 봤겠다, 이제 이사해서 살면 일이 더욱 순조롭게 진행될 거야. 어쩌면 여기에다 예진 그룹의 지사를 크게 설립할 수 있을지도 몰라. 그리고 네가 사랑하는 사람도 분명 네가 특별히 준비한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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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0화

성소현은 벤치에 앉은 후 말했다.“그럼 됐어. 나 요즘 커플이나 부부가 내 앞에서 알콩달콩하는 걸 보면 배가 아프단 말이야. 예진이와 효진이를 볼 때마다 너무 부러워.”“부러워할 것 없어. 너도 앞으로 그렇게 행복할 거니까.”“앞으로의 일을 누가 알겠어? 만약 결혼해서 행복하지 않으면 난 절대 참지 않을 거야. 내 미래의 남편이 나에게 잘해주지 않으면 아예 이혼하고 친정에 돌아가 살려고. 어쨌든 오빠들은 날 평생 먹여 살리겠다고 했거든.”좋은 친청은 든든한 뒷배가 되어줄 수 있다.성소현은 본인이 아주 훌륭한 친정 식구를 두었다고 생각하고 있다.“그럴 일 없어. 네 시댁 식구들은 분명 너한테 잘 대해줄 거야.”예준하는 자기 집 어른들은 모두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시집온 며느리에게 눈치를 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내 얘기는 그만하고, 너 대체 누구를 좋아하는 거야? 관성 사람이지? 네가 이곳에 집을 산 것도 그 여자를 위해서지?”예준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솔직히 인정했다. “맞어. 나 조금이라도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서, 자주 보며 얘기라도 많이 하고 싶어서 여기에다 집을 산 거야. 이 별장의 리모델링 방안도 좋아하는 사람이랑 함께 논의해서 짠 거고.”“...준하야, 너 지금 그게 나라는 거야?”예준하는 진지한 표정으로 성소현을 바라보며 말했다.“그래, 소현아.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바로 너야. 이 별장을 산 이유는 너희 집과 가장 가깝기 때문이야. 이렇게 우리가 이웃이 되면, 나도 너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잖아. 만약 우리 둘이 사귀게 된다면 이 별장에 살면서 넌 아무때든 친정에 가볼수 있어.”“...”비록 의외였지만, 너무 놀랍지는 않았다.아까 식사할 때 전씨네 할머니가 귀띔을 해주셨고, 처음 들었을 땐 꽤 놀랐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할머니의 말이 맞는 것 같았다.예준하는 비록 여태 고백하지는 않았지만, 곳곳에서 행동으로 자신의 마음을 보였었다.그가 직접 고백하지 않았기에 성소현도 감히 그의 마음을 추측하지 못했다. 자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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