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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편은 억만장자의 모든 챕터: 챕터 1491 - 챕터 1500

2577 챕터

제1491화

전태윤이 동생을 바라보자, 전이진은 곧바로 아무렇지 않은 듯 젓가락을 들어 무슨 음식을 먹어야 할지 모르는 표정을 지었다.그의 정신은 음식이 아닌 다른 데 가 있었다.원래는 여씨 가문 저택으로 바로 가고 싶었지만, 소정남이 저녁 식사에 초대했기 때문에 그의 체면을 봐서 자신의 호텔로 먼저 온 것이다.하예정은 전이진의 반응을 보자 단번에 무슨 일인지 알아차리고는 고개를 기울여 전태윤을 바라보았다.전태윤이 다정하게 물었다.“여보, 다 먹었어?”그녀가 짧게 대꾸했다. 그의 살뜰한 보살핌 속에 이미 배불리 먹은 상태였다.“계속 도련님 노려보지 마요.”하예정은 낮게 말하며 휴대폰을 꺼내 여운초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고 기계적인 대답만 들릴 뿐이었다.“고객님의 휴대전화가 꺼져있어 삐 소리 후…”여운초의 휴대폰은 정말 꺼져 있었다. 앞이 보이지 않아 카톡도 없고, 휴대폰도 꺼져 있어 연락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휴대폰 꺼져 있으니 이따 집에 한번 가 봐요. 내일 아침에 언니 가게에서 꽃 사면서 얘기 잘해볼게요.”전이진은 이제 하예정을 자신을 도와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으로 여기고 있었기에 하예정은 그를 도와 줄 수밖에 없었다.“고마워요 형수님.”전이진은 서둘러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잠시 후 그는 여씨 가문 저택으로 갈 생각이었다.그러나 여운초는 사실 집에 있지 않았다. 전이진에게 강제로 키스를 당한 후 점원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꽃필 무렵을 떠났다.이후 그녀는 곧바로 한동호에게 전화를 걸어, 가게에서 백 미터 정도 떨어진 길가에서 기다릴 테니 자신을 데리러 와달라고 부탁했다.한동호가 데리러 오자 여운초는 관성에 바다가 보이는 별장으로 데려다 달라고 했다. 여운초는 바닷가 별장을 갖고 있었는데, 그녀가 아니라 한동호의 명의로 해놓았다. 그래야 사람들의 눈을 피할 수 있으니까.여운초는 바닷가를 좋아했다. 아직 앞이 보이던 시절, 집에서 억울하게 괴롭힘을 당하면 혼자 택시를 타고 바닷가로 갔다. 바닷가에 앉아 조용히 바닷바람을 느끼며 파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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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2화

여운초는 당시 경찰이 큰아버지가 아버지를 해쳤다는 증거를 그렇게 빨리 찾아낸 것이 아니라, 자신의 어머니 사건으로 인해 큰아버지도 빠져나갈 수 없을 만큼 충분한 증거가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소지훈이 찾아낸 증거는 표면적으로 많은 부분이 추미자를 가리키고 있었기에 여태웅은 아내를 희생양으로 삼으려 했지만, 소지훈이 어떤 사람인가. 그 이후에 새로운 증거를 속속 내놓으며 여태웅은 자유를 잃게 되었다.추미자 사건은 관성에서 큰 파장을 일으켰고, 언론 보도 이후 이제는 관성 사람들뿐만 아니라 뉴스를 보는 다른 도시 사람들도 알게 되었다.여씨 그룹 사람들도 당연히 이 사실을 알았다.그들은 여태웅 부부가 모두 감옥에 들어가면 누가 경영을 맡게 될지 추측하고 있었다. 여씨 그룹을 누가 물려받을까?여태웅의 외아들?하지만 그는 아직 고등학생이고, 여태웅이 단단히 감추며 보호했기에 그들조차 만난 적이 없는 도련님이었다.여운초가 경영진들과 미팅을 할 때만 해도, 그녀는 평소 한동호를 통해 여씨 그룹의 상황을 전해 들었고, 눈이 멀어 앞이 보이지 않는 데다 젊은 여자라 사람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그녀가 어떻게 여씨 그룹을 임시로 관리할지 의문이었다.그런데 회의가 끝난 후 한 번의 만남으로 임원들의 의구심은 풀렸고, 그녀는 여씨 그룹을 손바닥 들여다보듯 잘 알고 있었다.게다가 한동호 부사장이 그녀의 옆을 지키고 있었다. 여태웅이 늘 믿고 의지하던 그가 여운초를 지지하는데 고작 밑에서 일하는 부하직원들 주제에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여씨 그룹은 결국 여씨 가문 사람의 것이었다.여씨 가문 사람이 이어받아 그들에게 월급만 제때 준다면, 누가 위에 오르던 별 영향이 없었다.이 순간에도 여운초는 여전히 바닷가 별장에 있었다.그녀에게 연락이 닿지 못한 전이진이 하예정에게 다시 가서 부탁하는 것도 모른 채.여운초는 하예정도 모르는 사이 번호를 바꾼 상태였다.하예정에게 알려주면 전이진도 알게 될까 봐 알려줄지 말지 망설였다.마당에는 여운초가 누워있는 긴 의자 옆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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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3화

“전이진 피해서 며칠 더 여기 머물고 싶으면, 여자 친구한테 얘기해서 내일 비행기 타고 오라고 할게.”남자인 그가 여운초를 돌보기는 다소 불편한 부분이 없지 않았다. 게다가 평생 여운초의 오빠가 되어주기로 했으니, 회사 일을 제외하고도 앞을 못 보는 여운초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도와줘야 했다.오후에 미팅할 때도 그가 옆에서 도와줬다.“나와 전이진 씨는 아무 사이 아니에요.”여운초는 다급하게 해명하자 한동호는 그녀에게 음식을 건네며 한참을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운초야, 난 널 중학교 입학할 때부터 알았어. 벌써 14년이나 지났는데, 네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잘 알아.”“오후에 미팅할 때도 바쁘게 집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신이 다른 데 가 있었잖아. 가만히 있을 때면 멍때리기 일쑤고.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내가 봤을 때 전이진 씨 분명 질투하고 있었어. 아마 우리 둘 사이를 오해했겠지. 그래서 너한테 물어봤고, 넌 아무 말도 안 했으니 둘이 갈등이 생긴 거지?”밥을 먹던 여운초가 잠깐 멈칫하더니, 이윽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태연하게 식사를 이어갔다.“동호 오빠, 전이진이랑 나랑은 갈등이 생길 것도 없어. 우린 단순히 친구 사인데 무슨 설명이 필요해. 됐어, 오빠. 난 괜찮아. 그나저나 곧 동생이 돌아오는데 모든 걸 알면 날 미워하진 않을까?”여씨 가문에서 여운초는 계부와 이복동생의 생사는 말할 것도 없고 친어머니의 죽음에도 관심이 없었지만, 남동생에 대한 관심은 남달랐다. 남동생이 그녀를 걱정할 때마다 겉으론 차갑게 굴어도 사실 이미 마음이 풀려서 그를 가족으로 생각한 지 오래였다.남동생은 여운별과는 달리 진심으로 그녀를 누나처럼 대했고, 무조건 그녀의 편을 들었다.그랬기에 여운별은 엄마한테 말해 남동생을 초등학교 때부터 기숙학교에 보내고, 일주일에 한 번씩 집에 오게 한 것이었다.이제 동생은 고등학교 3학년이 되어 한 달에 하루만 집에 돌아왔다. 수능이 곧 다가오는데 여운초는 집에서 일어나는 일이 동생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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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4화

여운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한동호는 할 말이 끝났는데도 그녀가 가만히 있자 속으로 열등감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다른 남자였다면 여운초가 눈먼 자신이 그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느끼지 않았겠지만, 상대는 전씨 가문의 둘째 아들이었다. 전씨 가문은 관성 최고의 갑부였고, 그에 비해 여씨 가문의 총자산은 20억이 좀 넘을 뿐이었다.심지어 일부 자산은 압류될 수 있어 실제로 남아있는 합법적인 사업은 아마 몇억 정도밖에 안 될 것이다.억만장자인 전씨 가문과 비교할 수조차 없다.거기에 여운초는 몸까지 불편하니 더더욱 전이진과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하며 자비감이 들었다.두 사람은 식사를 마치고 잠시 휴식을 취한 후, 한동호는 차로 여운초를 다시 시내로 데려다줬다.그들이 시내에 돌아왔을 때 전이진 일행은 막 호텔을 나섰다.전이진은 술을 조금 마셨기에 직접 운전하지 않고, 전태윤의 경호원 한 명에게 대리운전을 부탁해 호텔에서 곧장 여씨 가문 저택으로 향했다.어차피 근처에 그의 별장도 한 채 있으니, 여씨 저택에서 여운초를 만나고 다시 별장으로 돌아가서 쉬면 된다.그곳에서도 그녀를 못 찾으면 꽃집에 찾아갈 생각이었다.이 큰 관성에서 그녀가 갈 만한 곳은 두 곳뿐이었다.전이지는 오늘 밤 그녀를 반드시 찾고 말거라 다짐했다.하예정은 끄덕끄덕 졸고 있는 우빈이를 품에 안은 채 전태윤에게 말했다."태윤 씨, 숙희 아주머니에게 전화해서, 내가 우빈이를 데리고 왔으니 내일 아침에 강일구 씨가 어린이집에 데려다줄 거라고 언니한테 대신 전해달라고 해줘요.”이 시간쯤이면 언니도 쉬고 있을 것이다.전태윤은 알겠다며 휴대폰을 꺼내 숙희 아주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처제가 안심할 수 있도록 자기들이 우빈이를 데려가겠다고 전했다.숙희 아주머니가 말했다."예진 아가씨는 이미 주무시고 계세요. 9시까지 기다리다가 도련님께서 우빈이가 돌아오지 않아서, 도련님이 데려갔을 거라고 생각하고 더 기다리지 않으셨어요. 두 분도 일찍 쉬세요."전화를 끊은 후 전태윤은 하예정한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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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5화

차에 오른 하예정은 남편에게 물었다.“소지훈 씨한테 진짜로 점쟁이를 소개해 주려고요?”전태윤은 우빈이가 좀 더 편안히 잘 수 있게 자세를 바꾸었다.“당연하지. 지금은 할머니께서 주무실 수도 있으니까, 내일 다시 연락드려서 점쟁이 연락처 받고, 소지훈 씨 사주 봐 달라고 그 댁 가주님께 보내야지.”그렇게 되면 소지훈은 도망갈 곳이 없었다.본인한테 연락처를 줬으면 그냥 버렸을지도 모른다.“소지훈 씨가 한 말이 사실일까요? 정말 감정이 없는 걸까요?”전태윤은 잠시 생각하다 이렇게 답했다.“사실일 수도 있고 핑계일 수도 있지. 소씨 가문 가주님만이 그건 확인할 수 있어.”그쪽에서도 이미 소식을 들었을 테니 소지훈이 도망치려 해도 늦었다.소지훈이 아무리 그들 앞에서 대단한 존재라고 한들, 날고 기는 부친의 손바닥은 벗어날 수가 없었다.만약 점쟁이가 소지훈의 사주에 아내가 없다고 하면 소균성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일 것이다.“띠리링…”전태윤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소지훈에게서 전화가 왔다.“전태윤 씨, 평소에 제가 많이 도와줬으니 이번에 꼭 절 도와줘야 합니다.”소지훈은 빙빙 돌리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전씨 할머니께서 믿는다는 점쟁이의 연락처를 저한테 먼저 주세요. 제가 먼저 점쟁이를 만나봐야겠습니다. 그리고 저, 정말 병이 있습니다.”그의 몸은 여자에게도, 당연히 남자에게도 반응하지 않았다.몸도 마음도 건강하지만 유독 그쪽에 대해서는 아무런 감흥도 없었다.의사는 인연을 만나야 진정한 남자가 될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평생 내시처럼 살 거라고 말했다.사실 소지훈은 별로 개의치 않았다.그가 오늘 밤 자신의 사정을 거리낌 없이 공개한 건, 소정남의 입을 통해 부모님 귀에 들어가, 결혼을 독촉하는 잔소리가 멈추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제발 조용히 지내고 싶었다.하지만 전태윤의 말에 소지훈은 걱정이 되었다. 점쟁이가 정말 용해서 사주에 인연이 있다고 하면, 부모님께서는 분명 인연을 찾아오라며 그를 밖으로 쫓아내실 것이다.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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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6화

전태윤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무척 금슬이 좋으셨다. 할아버지는 생을 마감할 때까지 할머니에게 애정을 쏟았다.소지훈은 헛기침하며 전화를 끊었다.두 사람의 대화를 듣던 하예정이 웃으며 말했다.“소지훈 씨도 부모님한테 결혼을 강요당하고 있죠?“비슷한 또래인 동명이도 그 댁 사모님이 얼마나 불안해하는지 봐. 소씨 가문 가주님도 같은 마음이실 거야. 부모님들은 다들 아들딸이 서른이 넘으면 불안한가 봐.”그도 마찬가지였다. 서른이 되자 할머니는 슬슬 하예정과의 결혼을 다그치기 시작했다.과거 전태윤은 하예정에 대한 오해가 많았는데, 이제는 오히려 할머니에게 고마웠다.“다른 사람은 몰라도 내 주위 친구들은 행복했으면 좋겠어.”전태윤은 남 일에 신경 쓰는 사람이 아니었고, 오로지 주변 사람들만 생각하면서 그들이 자신처럼 행복해지길 바랐다.하예정은 그의 어깨에 기대며 말했다.“저도요.”전태윤은 한 팔로 우빈을, 다른 한 팔로 하예정을 안았다.…여씨 가문 저택에는 1층에만 불이 켜져 있었다.집 앞에는 전이진의 차가 주차되어 있었고, 그는 경호원에게 차 경적을 울려달라고 부탁했다.곧 누군가 집에서 나왔다. 도우미였다.도우미는 문 앞에 주차된 차를 보자 여태웅이 풀려난 줄 알고 서둘러 문을 열러 나갔다.하지만 낯선 전이진의 차량을 본 도우미는 여태웅의 차량이 아닌 것을 알고 문을 닫으려 했다.전이진은 창문을 누르고 고개를 내밀며 도우미에게 물었다.“아주머니, 여운초 씨 돌아왔나요?”전이진이 여운초를 구한 다음 데려다줬을 때, 여태웅 부부는 당시 고마운 마음에 그를 집으로 초대해 차를 대접했다. 그리하여 당연히 여씨 가문의 도우미도 전이진을 만난 적이 있었다.“저희 큰 아가씨 찾으러 오신 겁니까? 아가씨께선 아직 안 돌아왔어요, 아마 안 올 것 같아요. 요즘 계속 꽃집에서 지냈거든요.”전이진은 짧은 탄성을 뱉더니 말을 이어갔다.“아주머니, 전화번호 남길 테니 운초 씨가 돌아오면 전화 좀 주세요. 급하게 만나야 할 일이 있어요.”도우미는 흔쾌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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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7화

“네, 조심히 가요.”여운초가 부드럽게 당부했다.한동호는 짧게 대꾸하며 여운초가 차에서 내려 별장으로 가는 걸 보았다. 열쇠를 꺼낸 그녀는 자물쇠를 만지더니 천천히 문을 열었다.이런 모습을 보면 누구라도 그녀가 보통 사람과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하며, 그녀가 시각장애인이라는 걸 믿지 않을 것이다.익숙한 환경에서 그녀는 정상인처럼 생활할 수 있었다.한동호는 여운초가 빌라 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까지 보고 떠났다.그런데 앞에서 전이진이 다가오는 게 보였다.한동호는 본능적으로 브레이크를 밟으려 했지만, 빠르게 달리고 있던 탓에 전이진인 것을 확인했을 때는 이미 지나쳐 버린 뒤였다.하여 그는 차라리 멈추는 것을 포기했다.백미러를 통해 전이진이 여씨 가문 저택으로 향하는 모습이 보였다.그가 여운초를 데려다주는 걸 봤을까?봐도 상관없었다.전이진은 이미 오해를 해왔고, 여운초는 전이진에게 자신의 정체를 말하는 것을 꺼렸다. 마찬가지로 말할 생각이 없었던 한동호는 이참에 전이진이 여운초에게 진심인지, 아니면 재미 삼아 만나려는 건지 확인해 보고 싶었다.여운초는 전이진이 여기 있는 걸 모른다.저택 문을 열고 들어가자 집 안에 있던 도우미가 깜짝 놀랐다. 다가와서 그녀인 걸 확인한 도우미가 말했다.“아가씨, 오셨어요.”여운초는 짧게 대꾸했다.도우미는 앞장서서 저택 대문을 닫으러 갔다가, 전이진을 보고는 여운초에게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아가씨, 전이진 씨 왔어요.”여운초는 잠시 당황하다가 차분하게 말했다.“너무 늦었으니까 이만 돌아가. 할 얘기 있으면 내일 해.”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집안으로 걸어갔다.여운초의 말에도 전이진은 못 들은 척 도우미가 문을 닫기 전에 안으로 들어갔다.도우미가 그 모습을 보고 조용히 저택 문을 닫은 뒤 자리를 떠났다.이제 이 집에는 큰 아가씨와 도련님밖에 없는데, 도련님은 학교에 다니느라 이번 주말에 돌아올 예정이었다.여씨 가문의 도우미들은 추미자가 들어온 후 한바탕 갈아엎으며 다시 고용한 사람들이었고, 평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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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8화

전이진은 그가 여운초를 데려다주는 것을 보았다.여운초가 돌아오기 전, 그는 경호원에게 부탁해 여씨 가문 저택을 떠났다. 하지만 가는 동안 고민 끝에 차에서 내려, 별장 입구에서 여운초를 기다리기로 했다.결국 한동호는 여운초를 데려다주는 길에 전이진이 걸어가는 뒷모습을 보고도 그를 알아보지 못했던 것이다.한동호가 떠날 때쯤 전이진은 여씨 가문 별장에서 불과 100미터 정도 떨어져 있었고, 여운초가 한동호의 차에서 내리는 것을 봤다.그녀에 대한 걱정이 가득했던 전이진은 그 모습을 보고 나니 여러 가지 생각이 들면서, 화도 나고 질투도 났다.도대체 저 남자와는 무슨 사이일까?오후 내내, 밤새도록 그 남자와 함께 있었겠지?“여운초, 저 사람 누구야?”전이진이 물었다.여운초는 대답 대신 그를 지나치려 했는데, 전이진이 손을 뻗어 그녀의 손목을 끌어당겼다.여운초는 그의 큰 손에서 벗어나려고 애를 썼지만, 그가 너무 꽉 잡은 탓에 그럴 수가 없었다.“전이진, 이 손 놔!”전이진은 한참을 그녀를 노려보다가 누그러진 어투로 말했다.“미안해, 운초 씨. 화났으면 몇 번이고 내 뺨을 때려도 돼. 양쪽 뺨이 얼얼하도록 아프면 정신 차리겠지 내가. 앞으로는 허락 없이 마음대로 행동하지 않을게. 그 어떤 목적이 있었던 건 아니야. 당신이랑 있다 보니까 내가 당신을 진심으로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됐어. 할머니의 부탁이 아니었더라도 이미 좋아하고 있었어. 그래서 다른 남자들과 같이 있는 너를 보면 질투가 나. 근데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라고 하니까, 내가…… 운초 씨, 때리고 욕해도 돼. 하지만 지금처럼 나 피하지는 마. 휴대폰도 꺼놓지 마. 연락이 안 되니까 괜히 무슨 일이 생겼나 걱정되고, 하루 종일 일도 못 하고 네 생각밖에 안 났어.”전이진은 고백이 섞인 사과를 전했다.그는 여운초를 사랑한다고 감히 말하지 못했지만, 진심으로 그녀와 함께 있는 게 좋았고, 그녀와 장난치는 것도 즐거웠다.처음에는 할머니가 맡긴 임무라고만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형수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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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9화

“여운초…”전이진은 따뜻한 목소리로 말했다.“그 남자랑 무슨 사인지만 말해 주면 돌아갈게.”여운초는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입을 열었다.“14년 전에 내가 구해준 오빠야. 남매 같은 사이고, 결혼 준비 중인 여자 친구가 있어.”그녀는 괜히 전이진이 한동호에 대해 알아볼까 봐 그의 이름은 말하지 않고, 전이진이 괜한 생각을 하지 않도록 그저 남매 사이라고만 했다.“전에는 그런 얘기 못 들었는데?”“물어보긴 했어? 안 물어봤는데 내가 왜 괜히 그 사람 얘기를 하겠어?”전이진은 말문이 막혔다.그녀가 단조로운 삶을 살았다고 생각했다. 그녀에 대한 정보도 알아봤지만 무척 평범하고 심플해서 더 깊이 들여다보지 않았다. 혹시나 더 알아보면 깜짝 놀랄 만한 일이 있을까 생각하기도 했다.그런데 지금은 놀라운 걸 넘어서 충격이었다.그녀에게 남자 친구가 있는 줄 알았는데 남매 사이라니 다행이었다.“운초야, 미안해, 내가 제멋대로 오해하고 너한테 상처 준 것 같아. 진짜 미안해, 용서해 줄래?”여운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전이진은 그런 여운초를 바라보며 그녀가 여전히 자신에게 화가 나 있다는 것을 알았다.그래도 그 남자와 어떤 사이인지 알려줬으니 전이진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고, 그녀의 손을 잡고 부드럽게 말했다.“내가 집안까지 데려다줄게.”여운초는 그런 그의 손을 뿌리쳤다.“아니, 집에서는 지팡이 없이도 혼자 걸을 수 있어.”지팡이 얘기가 나오자 전이진은 그제야 기억났다.여운초가 지팡이를 던졌고, 그걸 받은 그는 그대로 들고 가버렸다. 아마 차에 있을 텐데…“운초야, 네 지팡이 아직 내 차에 있어. 내일 와서 가게에 데려다줄 때 지팡도 돌려줄게.”여운초는 입술을 달싹일 뿐 거절하지 않았다.“지금 집에 혼자 있지? 그러니 내가 데려다줘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아.”“아주머니들도 있고, 내일 작은 고모도 올 거야.”이렇게 큰일이 일어났으니 당연히 작은고모는 와서 그녀의 곁에 있어주려 했다그녀의 다른 두 고모는 전화를 걸어 욕설을 퍼붓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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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00화

여운초는 담담하게 말했다.그러자 도우미가 나무판 넘어 물었다.“아가씨, 전이진 도련님과 만나세요?”“그게 아줌마랑 무슨 상관인데요?”도우미는 당황하다가 얼마 후 머쓱하게 웃으며 말했다.“아가씨, 전에 사모님과 작은 아가씨가 계실 때 아가씨를 싫어하셔서 사사건건 트집잡으셨잖아요. 저희도 사모님이 고용한 사람들이라 동정심이 들어도 차마 도와드릴 수 없었어요. 아시다시피 저는 아가씨에게 상처를 줄 만한 행동을 한 적이 없고, 그저 평소에 아가씨께 별로 신경 쓰지 않았던 것뿐이에요.”무시하면 상처 주는 행동을 하지 않아도 되니까.이 도우미는 좋은 사람이라고 할 순 없어도, 그렇게까지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지금 사모님과 작은 아가씨가 수사받고 계시는데, 사모님은 몰라도 아마 작은 아가씨는 몇 년 안 지나서 나올 거예요. 줄곧 아가씨를 함부로 대했는데, 작은 아가씨가 나오면 어떡해요? 전이진 도련님은 사람도 좋고, 힘 있는 집안이니까 두 분이 만나면 괜찮아요. 아가씨가 전씨 가문에 시집만 가면 작은 아가씨가 나와서 보복할 걱정은 할 필요가 없잖아요.”여운초는 그녀의 말을 무시했다.도우미는 한참을 얘기해도 상대가 아무런 반응이 없자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그때 한동호에게서 연락이 와 전이진과 무슨 일 없었냐며 걱정스레 물었다.“괜찮아요, 사과하러 온 거예요. 집안까지 데려다주고 갔어요.”그제야 마음이 놓인 한동호는 그녀에게 몇 마디 당부하고 전화를 끊었다.고요한 밤이 지나고 다음 날 아침 날이 밝기 바쁘게 전태윤은 휴대폰 벨소리에 잠에서 깼다.무척 짜증이 났던 그는 휴대폰을 더듬어 발신자도 확인하지 않은 채 전화를 받았고, 얼음장같이 차가운 목소리로 윽박질렀다.“무슨 일이야!”전이진은 조심스럽게 말했다.“형, 나야.”전태윤은 동생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전화를 끊고 싶었다.이 자식이 이른 아침부터 전화했다는 건 별로 좋은 일이 아니었다.“형, 끊지 마. 나 지금 형 집 1층에 있는데, 형이 내려올래 내가 올라갈까? 혹시나 형수님 깨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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