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을 탁자에 올려놓고 전태윤은 하예정에게 말했다.“할머니가 점점 뻔뻔해지시네.”본래 그는 “늙을수록 더욱 교활해지나 봐.”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또 할머니의 귀에 들어가 자신이 혼날까 봐 결국 입 밖으로 내뱉지 않았다.“할머니는 그저 다리를 놓아주는 역할만 할 뿐, 아들을 낳는 것까지는 책임지지 않으세요.”하예정도 피식 조롱하며 한마디 했다.할머니는 손자를 도와 손주며느리를 고르는 일만 할 뿐이지 어떻게 손자의 모든 일에 관여할 수 있겠는가. 그녀는 그렇게 많은 것을 신경 쓸 여유가 없다.게다가 집에는 아직 장가를 가지 못한 손자가 여러 명이나 더 있지 않은가.할머니가 이렇게 손주며느리를 고르신다는 것을 알고, 넷째부터 결혼 적령기에 들어선 손주들은 요즘 벌벌 떨며 다들 긴장하고 있다.매일 할머니가 어떤 아내감을 골라줄까 추측하며 말이다.그래서 그들은 달콤한 말로 최근 매일 할머니를 달래 즐거워하게 만들고 있었다. 급히 결혼시키지 않게, 자신을 몇 년 더 혼자 있게 내버려두도록 말이다.아무튼 계속 혼자 있고 싶어 손주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할머니를 구슬렸다.아침을 먹은 후, 하예정은 쉬지도 못한 채 바로 언니에게 아침을 가져다주어야 했다.주우빈은 수업하러 가야 했고 강일구는 이미 그녀를 데려다줄 준비를 마쳤다.“이모, 오늘은 수업하기 싫어요. 엄마 보러 가고 싶어요.”녀석은 며칠 동안 수업을 받더니 다시 농땡이를 치려 했다.이윽고 하예정의 손에 이끌려 집에서 나선 주우빈은 강일구가 있는 것을 보고 몸을 돌려 이모를 꼭 감싸안았다.그러자 하예정이 몸을 웅크린 채 조카에게 말했다.“우빈아, 무슨 일을 할 때든지 다른 곳에 정신을 팔면 안 돼. 꼭 끝까지 해내야지. 우빈이 무술 잘 배워서 엄마랑 이모 잘 보호해 주겠다고 하지 않았어? 우빈이가 끝까지 버티지 않으면 무술을 배울 수 없고 엄마를 보호할 수도 없어. 우빈아, 무슨 일이든 하겠다고 결정한 뒤로는 꼭 진지하게 하고 중도에 포기해서는 안 돼.”주우빈은 그 작은 입을 앙다물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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