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예정은 심효진의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아이를 질투하다니.”심효진은 당당하게 말했다.“정남 씨는 내 남자야. 다른 사람이 정남 씨 주의력을 뺏어갔는데 내가 어떻게 질투하지 않고 버티겠어? 그 사람이 설령 우리 아이라고 해도 나중에 분명 애인이 사랑해 줄 텐데, 뭐 아무튼 정남 씨 사랑 나누어 가면 안 돼.”“그러다가 나중에 정남 씨가 아이를 질투할 수 있겠어.”하예정은 웃었다.“내 남편은 분명 아이를 질투할 거야. 항상 제멋대로 군다니까? 겉으로 보기엔 너그럽지만 실은 속도 좁고 제멋대로야.”“예정아, 난 왜 지금 네가 자랑하고 있는 것 같지?”“네 앞에선 굳이 할 필요 없어. 너도 정남 씨랑 엄청 금실이 좋잖아. 아, 맞다. 효진아, 너 오늘 계속 가게에 있을 거지?”“응.”심효진은 대답한 후 또 물었다.“처리할 일 있어? 그럼 넌 가서 일 봐. 분재 사러 가지 않아도 돼.”“그러면 네가 가서 많이 좀 사와.”“응. 알겠어.”하예정은 차 키를 들고 서점에서 나가 밖에서 돌고 있던 경호원에게 말했다.“꽃필무렵에 갈 거니까 따라오지 않아도 돼요.”“네, 사모님.”경호원은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사모님을 은밀히 지켜주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그가 함께 가지 않아도 사모님의 안전은 보장되었다.게다가 사모님도 솜씨가 재빨랐다.지금 아마 그 누구도 사모님의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할 거다. 누가 감히 그런 짓을 했다간 분명 여러 재벌 집안에게 밉보일 거니까.하예정은 꽃필무렵에 갔지만 여전히 여운초가 보이지 않았다.“사장님 아직 안 오셨어요?”하예정은 장미꽃 가지를 다듬고 있는 한 점원에게 물었다.“사장님께서 아까 돌아오신 후, 단골손님 한 분으로부터 꽃다발을 주문하는 전화를 받고 직접 갖다주러 가셨어요.”“얼마나 걸려요?”“글쎄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사모님께서 먼저 돌아가시는 게 어떠세요? 사장님께서 돌아오시면 사모님께 전화 드리라고 할게요.”하예정은 말했다.“운초 씨가 돌아온 다음에도 저한테 전화를 하지 않았어요.
그녀는 전이진에게 전화를 걸었고 상대방이 전화를 받은 후 입을 열었다.“도련님, 운초 씨가 전화번호를 바꾸었더라고요. 오늘 오전에 두 번이나 가게에 갔는데 만나지 못했어요. 도련님은 만났어요?”전이진은 대답했다.“전 지금 소희 카페에서 운초가 꽃을 가져다주기를 기다리고 있어요.”전이진도 여운초의 새 전화번호를 몰랐다. 가게 점원도 알려주지 않으니 그는 어쩔 수 없이 꽃필무렵의 가게 번호를 기억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소희 카페 점장에게 도움을 청해 꽃필무렵에 전화를 걸어서 꽃을 배달해 달라고 부탁했다.이렇게 해야만 그녀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운초 씨가 혼자 갔나요?”“다른 점원 한 명이 오토바이로 데려다주었어요. 형수님, 고마워요.”형수님은 비록 여운초를 만나지 못해 그에 관한 좋은 말을 해주지 못했지만, 그의 일로 오전에 두 번이나 꽃필무렵에 갔으니 형수님이 그의 일을 중시하는 것 같아 엄청 감동되었다. “한 집안 사람들끼리 그렇게 서먹하게 굴지 마요. 나중에 운초 씨를 만나면 절대 놀라게 하지 말고요.”“형수님, 전 지금 너무 후회돼 미칠 것 같습니다. 그러니 절대 그런 실수 반복하지 않을 거예요.”여운초의 마음을 얻지 못한 상황에서 그녀에게 입을 맞추는 무례한 짓을 저질렀으니 그녀가 놀라 도망갈만했다.전이진은 자신을 듬직하지 못한 놈이라고 여러 번 욕했다.하예정은 드디어 마음을 놓고 전화를 끊은 후, 운전하여 서점에 돌아갔다.다른 이야기.어르신은 전유하와 함께 먼저 공씨 일가에 가서 초대장을 건넨 후, 그 길로 성씨 일가에 갔다. 두 집안이 멀리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편리했다.어르신이 성씨 집안에 갔을 때 예준하는 마침 새 이웃의 신분으로 성씨 집안에 방문을 했었다. 모양새를 보니 남아서 밥이라도 먹을 기세였다.어르신과 전유하가 왔다는 소리를 듣자 성씨네 부부는 친히 마중을 나왔다.“어르신께서 오시면서 왜 미리 알리지 않으셨어요. 그랬다면 모시러 갔을 텐데요.”어르신이 차에서 내리자, 성씨네 사모님은 얼른 다가가
하필 딸애가 예준하와 사이가 좋아 마음이 혼란스러웠다.태윤에게 예준하를 설득해 달라고 부탁한 것도 별로 소용이 없는 것 같았다.예준하가 하필 이웃의 신분으로 자주 찾아오고, 또 하필 밥을 먹을 시간에만 찾아왔는데 그건 분명 얻어먹으려는 속셈이었다.모두가 방에 들어간 후, 성소현은 직접 어르신에게 물을 따라주었다.그리고 예준하는 과일과 과자를 가져왔다.어르신은 예준하가 성씨 집안의 모든 것에 이미 익숙해졌다는 것을 발견했다.‘교활한 녀석. 성씨 집안 사모님도 어쩔 수 없게 만들었구나.’어쨌든 그는 아직 성소현에게 고백하지 않았고, 단지 이웃으로 왔을 뿐이었다. 하지만 많이 와봤으니 성씨 집안의 모든 것을 잘 아는 것도 정상이었다.게다가 예준하는 낯이 아주 두꺼워서 성소현 어머니가 딸애 몰래 눈치 주는 것도 보지 못한 척 행동했고, 성소현 아버지가 노려보는 것도 무시했다. 어쨌든, 성소현이 그와 함께 지내기를 원한다면 그는 뻔뻔스럽게 그 집안에 발을 들여놓았다.성소현에 대한 예준하의 마음은 오직 유청하 한 명만 지지했다.그녀는 예준하와 시누이가 아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두 사람이 쿵 짝이 잘 맞아 나눌 화제가 많았다는 점이 지지하는 데서 아주 큰 비중을 차지했다.예전에 성소현이 전태윤을 좋아했을 때 그녀의 마음은 우울했고 소극적인 감정으로 가득했다. 조금의 응답도 얻지 못했으나 또 포기하기도 어려웠기 때문에 용기를 내어 고백하고 대담하게 사랑했지만 결국 모두 수포가 되고 말았다.하지만 예준하와 함께 지낼 때 유청하는 시누이의 웃음소리를 자주 들었고, 얼굴 또한 활짝 피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그래서 유청하는 남편에게 예준하가 성소현을 좋아하는 것을 막지 말라고 설득했다. 성소현이 예준하와 함께 있을 때 진심으로 기뻐하기 때문이었다.새언니로서 시누이를 멀리 시집보내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저 성소현이 행복하기만을 기원할 뿐이다. 만약 시누이가 마음속으로부터 기뻐한다면 예준하와 결혼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예준하는 특
“청하 씨는 아직도 토하나요? 임신 3개월이죠?”어르신이 관심을 가지고 물었다.멀지 않은 곳에 앉아 있던 유청하가 답했다.“네, 이제 3개월이 지났는데도 가끔 토하고 있어요. 보통은 식사하고 나서 30분 정도 후부터 토하기 시작하는데, 토하고 나서야 속이 편한걸요. 어머니께서 그러는데 제가 아마도 출산할 때까지 토할 것 같다고 하셨어요.”임신 반응이 심한 유청하는 매우 힘들었지만, 배 속의 아이에 대한 사랑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시간이 좀 지나면 태동을 느낄 수 있게 된다.만 3개월이 되었을 때 산부인과에 가서 초음파 검사를 한 번 했는데 컨디션이 양호하다고 나왔다.다만 아직 태동이 미세해서 느낄 수 없을 뿐이다.관련 책의 내용에 따르면 16주가 지나야 태동이 뚜렷하게 느껴지고 태아가 자랄수록 태동이 점점 더 뚜렷해진다고 했다.애당초 아내가 아까워 아이를 지우려고 했던 성기현도 초음파 사진을 손에 들었을 때 그 사진을 보고 또 보면서 손에서 놓기를 아쉬워했다.유청하는 남편이 아이를 고대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다만 임신 반응이 심한 아내를 보는게 마음이 아파 아이를 지우려 했을 뿐이다.다행히 모두의 설득 끝에, 성기현은 아이를 지우겠다던 결심을 접었다.그는 매번 아내가 죽을 듯이 토하는 것을 볼 때마다, 옆에서 안쓰럽게 쳐다보며 아내 배 속의 아이를 욕하곤 한다.“요 녀석, 이제 엄마 배에서 나오기만 해봐라, 엉덩이를 때려줄 테니. 너 때문에 엄마가 얼마나 괴로워하는지 봐봐.”유청하는 생각하며 배를 어루만지기 시작했다.이때 어르신이 말했다.“임신 반응은 정말 속수무책이에요. 어떤 사람들은 정말로 출산할 때까지 토하기도 하죠. 예전에 소민이가 셋째를 임신했을 때도 심하게 토하고, 낳을 때까지 토했던 게 기억이 나네요. 첫째랑 둘째를 임신했을 때는 아무 반응도 없었다가 셋째를 임신하자 아주 심하게 토했답니다. 반응이 달라 셋째가 딸인 줄 알았더니 고 녀석도 아들일 줄이야.”어르신의 말을 듣고 유청하는 웃으며 말했다.“그럼
“나중에 틈만 나면 어르신을 찾아가 마작을 할게요.”이경혜는 어르신의 말이 옳다고 생각했다.과거에 관계가 어떠하였든 간에, 지금 두 집은 친척 사이이니 친척끼리 많이 왕래해야겠다고 생각했다.하예정의 친정 친척으로서 조카의 든든한 뒷받침이 되어줄 겸, 사돈인 전씨 일가와도 왕래해야 친정 식구들과 시댁 식구들이 잘 맞지 않는다는 소문이 떠돌지 않게 된다.“그래 주면야 고맙죠.”어르신은 싱글벙글 웃으며 대답했다.“어르신, 일단 식사나 할까요?”이경혜가 다시 제안하자 어르신은 응하고 대답하며 그녀를 따라 일어섰다.어르신과 가장 가까운 곳에 앉아 있던 성소현이 다가가 부축했다.어르신은 성소현의 몸에 살짝만 기대고는 말했다.“나는 아직 지팡이를 쓰지 않고도 힘차게 걸을 수 있답니다.”비록 어르신은 지팡이를 가지고는 있지만 보통 누군가를 때릴 때만 사용하곤 했다. 무술을 연마한 몸이 틀림없었다.게다가 젊은 시절의 특별한 신분 때문인지 몸이 매우 정정하다.등산을 가도 며느리들이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였다.“어르신은 10년 뒤에도 지팡이가 필요 없을 것 같은데요?”성소현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이제 예정이가 아이를 낳아 아이가 이리저리 뛰어다니면 아마도 지팡이로 장난꾸러기들을 쫓아다녀야 할지도 몰라요.”어르신은 자신이 지팡이를 짚고 증손자들을 뒤쫓는 장면을 상상하자 함박웃음을 지으며 성소현의 손등을 툭툭 두드렸다.성소현이 자신을 쳐다보자, 어르신은 입을 열었다.“이 세상엔 좋은 남자가 아주 많죠. 그러니 차분하게 느껴봐요. 아마도 자기한테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이 바로 옆에 있을지도 모른답니다.”어르신은 이 말을 다른 사람이 듣지 못하도록 몰래 했고, 말을 마친 후 예준하 쪽을 힐금 보았다.이경혜는 예준하를 따로 초대하지 않았지만, 이미 밥을 얻어먹는 것에 익숙해진 예준하는 초대를 받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성씨 일가와 함께 식사 룸에 들어갔다.도우미들은 마지못해 그릇과 젓가락을 준비해 주었다.성소현이 있는 자리에서 이경혜는 절대 예준하에
식사를 한 후 어르신은 이경혜와 잠시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다가 전윤하를 데리고 성씨 일가를 떠났다.모두가 떠나가는 어르신과 전윤하를 직접 집 밖으로 배웅했다. 전윤하가 할머니를 모시고 떠나는 걸 지켜본 후, 몸을 돌린 이경혜는 뒤에 서 있는 예준하를 보고는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유청하는 식사 후에 휴식하는 습관이 있어 방으로 들어갔고, 성문철은 아내를 따라 들어갔다.곧 마당에는 성소현과 예준하만 남았다.“같이 좀 산책하지 않을래?”성소현이 먼저 예준하에게 물었다.그에 예준하는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좋아. 식후에 걸으면 아흔아홉까지 살 수 있다던데.”성소현은 예준하의 웃는 얼굴을 보며 생각했다. 예준하는 언제나 미소를 지으며 온화한 태도로 그녀를 대했다. 그의 미소는 마치 3월의 봄바람처럼 부드럽고 따뜻했다.두 사람은 함께 성씨 집을 나섰다.2층의 한 룸에서 밖을 내다보고 있던 이경혜는 보배 딸이 예준하와 함께 밖으로 나가는 것을 보았다.그녀는 정색하며 남편에게 말했다.“준하 그 녀석이 또 우리 소현이를 달래서 산책하러 갔어요.”그 말에 성문철이 다가와 밖을 내다보았는데, 과연 딸이 예준하와 나란히 걷고 있는 것을 보았다.두 사람은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지 걸으면서 웃고 있었다.성문철은 시선을 돌려 아내의 굳은 얼굴을 보고는 웃으며 말했다.“둘이 왕래하는 게 그렇게 싫으면 직접 말하지 그래. 이렇게 내 앞에서만 굳은 얼굴을 하고 있으면, 소현이든 예준하든 누가 볼 수 있겠어.”“분명히 눈이 먼 거예요. 늘 밥때가 되면 찾아오는데, 아무리 눈치를 줘도 못 본척한다고요. 그리고 소현이가 말이 잘 통하는 보통 친구 사이라는데, 소현이 앞에서 내가 뭐라 할 수 있겠어요.”젊었을 때 남편과 함께 상업계를 주름잡았던 이경혜도, 딸에게 접근하고 있는 예준하에 대해 속수무책이었다.또한 성소현은 예준하를 보통 친구로만 생각하고 있다.성소현을 바라보는 예준하의 온화하고 열정적인 눈빛을 보면 깊이 좋아하고 있
성소현은 가족들이 그녀가 예준하에게 속아서 울까 봐 걱정하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별장을 나온 후 콘크리트 도로를 따라 천천히 걸었다.평소 차를 몰고 다녔기에 주위의 풍경을 감상할 틈이 없었는데 이렇게 산책하니 기분이 좋았다.“여기서 산 지도 오래되었는데, 이제야 이곳의 풍경이 매우 아름답고, 녹화가 잘 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됐어. 길가에 피곤할 때 쉴 수 있는 벤치도 있고, 드문드문 정자도 있고.”빌라 구역에 들어서면 작은 공원이 있는데, 공원에는 녹음이 우거져 있고, 어른들을 위한 신체 단련 시설도 있고, 어린이 놀이터도 있다.성씨네 별장은 작은 별장 몇 채를 사서 하나의 큰 별장으로 만든 것으로, 자신만의 운동 시설과 놀이기구를 갖추고 있다.그래서 성소현은 빌라 구역의 작은 공원에 발을 들여놓은 적이 거의 없었다. 그녀의 말에 의하면, 평소 차를 몰고 드나들면서 창밖의 경치를 힐금 보는 것이 다란다.“나도 여기 환경이 좋은 걸 보고 너희 옆집이 팔린다고 할 때 서둘러 손에 넣은 거야. 이곳은 환경도 좋고 안전하기도 하고, 또 면적도 넓어 비록 중고 집이라고는 해도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거든.”예준하는 걸으며 마치 자기가 중고 별장을 사들인 게 보물을 건지기라도 했다는 듯 자랑했다.다만 그의 마음을 이해할 수도 있다.처음부터 그의 목표는 성소현이었으니까.“응, 우리 집 옆에 있는 별장을 산 것은 보물을 주운 것과 다름없어. 그 별장은 면적이 넓어서 우리 집에서도 사려고 했는데, 네가 너무 빨리 손을 써서 빼앗겼지 뭐야.”성소현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그때 형도 이 일을 알고 누가 그렇게 빨리 손을 썼나 궁금해했거든. 그게 너일 줄이야. 너 안목 있는데? 정말이야, 그 별장은 손에 넣어도 손해 볼 일이 없거든. 그리고 또 사람을 불러 풍수도 봤겠다, 이제 이사해서 살면 일이 더욱 순조롭게 진행될 거야. 어쩌면 여기에다 예진 그룹의 지사를 크게 설립할 수 있을지도 몰라. 그리고 네가 사랑하는 사람도 분명 네가 특별히 준비한 이
성소현은 벤치에 앉은 후 말했다.“그럼 됐어. 나 요즘 커플이나 부부가 내 앞에서 알콩달콩하는 걸 보면 배가 아프단 말이야. 예진이와 효진이를 볼 때마다 너무 부러워.”“부러워할 것 없어. 너도 앞으로 그렇게 행복할 거니까.”“앞으로의 일을 누가 알겠어? 만약 결혼해서 행복하지 않으면 난 절대 참지 않을 거야. 내 미래의 남편이 나에게 잘해주지 않으면 아예 이혼하고 친정에 돌아가 살려고. 어쨌든 오빠들은 날 평생 먹여 살리겠다고 했거든.”좋은 친청은 든든한 뒷배가 되어줄 수 있다.성소현은 본인이 아주 훌륭한 친정 식구를 두었다고 생각하고 있다.“그럴 일 없어. 네 시댁 식구들은 분명 너한테 잘 대해줄 거야.”예준하는 자기 집 어른들은 모두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시집온 며느리에게 눈치를 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내 얘기는 그만하고, 너 대체 누구를 좋아하는 거야? 관성 사람이지? 네가 이곳에 집을 산 것도 그 여자를 위해서지?”예준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솔직히 인정했다. “맞어. 나 조금이라도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서, 자주 보며 얘기라도 많이 하고 싶어서 여기에다 집을 산 거야. 이 별장의 리모델링 방안도 좋아하는 사람이랑 함께 논의해서 짠 거고.”“...준하야, 너 지금 그게 나라는 거야?”예준하는 진지한 표정으로 성소현을 바라보며 말했다.“그래, 소현아.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바로 너야. 이 별장을 산 이유는 너희 집과 가장 가깝기 때문이야. 이렇게 우리가 이웃이 되면, 나도 너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잖아. 만약 우리 둘이 사귀게 된다면 이 별장에 살면서 넌 아무때든 친정에 가볼수 있어.”“...”비록 의외였지만, 너무 놀랍지는 않았다.아까 식사할 때 전씨네 할머니가 귀띔을 해주셨고, 처음 들었을 땐 꽤 놀랐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할머니의 말이 맞는 것 같았다.예준하는 비록 여태 고백하지는 않았지만, 곳곳에서 행동으로 자신의 마음을 보였었다.그가 직접 고백하지 않았기에 성소현도 감히 그의 마음을 추측하지 못했다. 자신이
이윤미는 제법 잘 꾸민 정군호가 젊어 보이면서도 멋져 보인다고 생각했다. 이윤미는 정군호가 이은화보다 십여 세 어린 여자를 껴안은 여자 사진을 보더니 혼자 중얼거렸다.“영감님이 젊었을 때는 보기 드문 미남이었겠네. 지금도 나이가 들었지만 잘 차려입으니 너무 잘생겼군.”어쩐지 이은화가 매우 엄격하게 다스리더라니.밖에서 아들이 준 돈으로 여자와 바람을 핀 사실을 이은화가 알아버린다면 이은화는 어떤 느낌일까?같은 시간, 관성.관성 호텔에서 서원 리조트로 돌아온 하예정은 방으로 돌아가 잠을 잤다.하예정은 여전히 너무 졸렸다.전태윤은 그녀와 함께 방으로 돌아갔다.하예정이 방에 들어가 바로 침대에 올라가서 자려는 모습을 본 전태윤은 침대에 다가가 앉더니 웃으면서 말했다.“졸리면 차에서 자도 되는데. 집에 도착하면 내가 안아서 침대에 눕혀줄 텐데.”“겨우 버티며 왔어요. 여보, 나 좀 잘게. 당신도 잘래요? 안 자면 서재에 가서 책 좀 보시겠어요?”전태윤은 그녀를 부드럽게 바라보며 말했다.“얼른 자. 난 안 졸려.”하예정은 눈을 감더니 이내 잠이 들었다.하예정이 몇 분 만에 달콤하게 잠든 것을 보고 전태윤은 몸을 숙여 그녀의 이마에 뽀뽀해 주었다. 그리고 손을 하예정의 평평한 아랫배에 올려놓으며 그녀의 귓가에 부드럽게 속삭였다.“예정아, 수고했어.”전태윤은 그 자리에서 잠시 앉아 있다가 다시 몸을 일으켜 침에서 나와 작은 서재로 들어갔다. 책상 위에 책들이 놓여 있었다. 그 책들은 임신에 관한 지식 책이었다. 전태윤은 이미 다 읽었지만 여러 번 반복해서 읽었다.전태윤은 책 한 권의 내용을 모두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하예정이 임신하기 전에 전태윤은 임신에 관한 지식에 관해 아무것도 몰랐다. 그러나 하예정이 임신한 후에는 비록 많은 사람이 전태윤을 도와 함께 하예정을 돌봤지만, 그는 여전히 직접 아내를 돌보고 싶었다.그리고 서점으로 달려가 임신과 관련된 책들을 많이 사고는 소정남을 찾아가 소정남이 산 책들이 자신이 산 책과 비슷한 것을
이윤정은 전호영을 언급할 때 마다 이를 악물면서 전호영이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고현을 빼앗아 갔다면서 욕설을 퍼부었다.“윤미 씨 아버지께서 바람난 일을 전호영 도련님께 맡겨보는 건 어떠세요? 전호영 도련님은 안팎으로 이씨 가문을 괴롭히거든요.”이씨 가문 사람들에게는 전호영이 적수나 다름없다.이씨 가문과 이경혜 자매의 관계, 그리고 이윤미가 관성 쪽에 대한 태도를 생각하던 방윤림은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방윤림은 아마도 이윤미가 관성 쪽의 사람들과 적수가 되지는 않을 것 같다고 여겼다.이윤미는 이씨 가문의 전임 가주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조사하려고 했다.방윤림은 만약 전임 가주가 이은화의 손에 죽었다는 증거가 나오기만 하면 이윤미가 더는 이씨 가문의 후계자가 되지 않을 것이며 또한 이씨 가문을 떠나 그녀의 작은 세계로 돌아가리라 추측했다.아니, 그녀가 반드시 원래 생활로 돌아갈 것이라고 확신했다.이윤미는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그렇게 연약한 사람이 아니다.사실, 이씨 가문에 돌아가기 전에 이윤미는 이미 사업에 성공한 젊은 여자였다. 이윤미의 양부모가 늘 그녀의 피를 빨아들이려는 생각을 알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 회사의 대표라는 사실을 계속 숨기고 있었다.이윤미는 사람들이 그녀를 연약하고 무능한 사람인 줄로 알게 하여 이씨 가문의 후계자가 이윤정일 수도 있으리라 추측하게 했다.그러나 이씨 가문의 철칙은 누구도 바꿀 수 없는 일이다.이윤정은 이씨 가문의 친딸이 아니기도 했고 또한 이윤정의 능력도 훌륭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윤정이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그녀가 이씨 가문의 친딸이 아닌 것이 밝혀진 이상 이씨 가문을 이어받을 자격을 잃게 될 것이다.이윤미가 말했다.“그럴 필요 없어요. 호영 씨도 이 사실을 알아 버린 이상 모른 체 하지 않을 거예요. 호영 씨는 원래 이씨 가문이 잘 되기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끼어들지 않아도 스스로 그 사실을 터뜨릴 겁니다.”“우리가 아무런 수를 쓰지 않아도 증거가 호영 씨의 손에 있는 이상 가만히 있지
아무튼, 그 여자가 어느 우두머리의 내연녀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정군호도 몰랐을 것이다. 아니면 그런 사람의 내연녀를 건드리지는 않았을 것이다.영상과 사진을 본 이윤미는 방윤림에게 메시지를 보냈다.[그냥 놔둬요. 제 카카오톡 기록도 삭제할 거예요. 제가 만약 저장해 두면 우리 어머니께서 돌아와서 저를 의심하게 되면서 제 휴대전화를 볼 수도 있으니까요.]방윤림이 회답했다.[제가 이미 저장했습니다. 윤미 씨는 식사하셨어요?”[먹고 있어요. 배달시켰거든요.]방윤림은 눈살을 찌푸렸다.[자꾸 배달 음식을 시키지 마세요. 회사에 식당도 있는데... 정 시간이 안 되면 미리 말씀해 주세요. 앞으로 제가 매일 요리를 해서 가져다드리겠습니다.]이윤미는 방윤림이 보낸 메시지를 보며 마음이 따뜻해졌다.이씨 가문에 돌아온 뒤로 이윤미는 고군분투했다. 아무도 그녀를 관심해 주지 않았다.이은화조차도 진정으로 이윤미와 한마음이 아니었다.이은화는 이윤미 혼자만의 어머니가 아니었고 오빠와 이윤정이 어머니이기도 했다.이윤정은 이은화의 앞에서 자연스럽게 애교를 부릴 수 있었지만, 이윤미는 그런 애교를 부릴 수 없었다.다행히도 방윤림이 이윤미의 곁으로 와주었다.이윤미는 방윤림이 그녀의 곁에 있는 의미를 깨달은 뒤로 그에 대한 믿음이 가족보다 더 깊어졌고 방윤림 또한 그녀를 많이 도와줬다.방윤림이 처음 이윤미의 곁에 왔을 때 이윤미에게 앞으로 누구든 이윤미의 곁은 떠날 수 있겠지만, 방윤림만은 이윤미를 떠나지 않겠다고 말을 한 적이 있었다. 방윤림이 이윤미 곁으로 파견된 그 순간부터 그는 죽지 않는 한 이윤미에게 충성하면서 떠나지 않겠다고 맹세했다.만약 방윤림이 죽는다고 해도 누군가가 재빨리 그를 대신할 것이기 때문에 이윤미의 곁에는 늘 충성을 다 하는 심복이 따라다닐 것이다.방윤림은 모든 것을 할 줄 아는 진정한 능력자였다.물론 요리 실력도 훌륭하기 때문에 그가 한 요리는 매우 맛있었다.이윤미는 타자속도가 너무 늦다고 느껴 음성통화를 걸었다.
고현은 전호영의 옷을 잡아당겼다.전호영은 그녀를 따라 걸으며 말을 했다.“이 대표님도 언제쯤이면 돌아오실지... 정말 이씨 가문의 이 재미있는 연극을 보고 싶네요.”고현은 전호영을 힐끗 쳐다보더니 말을 이었다.“설령 이 대표님이 남편이 밖에서 바람피우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더라고 밖에서 소란을 피우지 않고 정군호 씨를 데리고 가서 문을 닫고 난리 칠 거예요. 호영 씨가 보고 싶어도 볼 수 없을 거예요.”전호영이 한참을 생각해 보더니 말을 건넸다.“이윤미 씨가 있잖아요. 이윤미 씨가 이씨 가문 겉면의 평화를 깨뜨렸는데 윤미 씨의 아버지 스캔들을 숨길 수 있겠어요? 저는 믿지 못하겠어요. 윤미 씨도 쉽지 않은 사람이에요. 이씨 가문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기회를 보면서 이씨 가문의 도련님들을 한꺼번에 정리할 생각일 거예요.”“그 문제 덩이 사람들만 없다면 이씨 그룹에서 윤미 씨의 지위는 더 확고해질 수 있잖아요. 역시 이 대표님 친딸답네요. 자신의 가족들을 이토록 모질게 다루다니.”고현은 한참 말을 하지 않았다.그리고는 이윤미를 대신해 몇 마디 했다.“윤미 씨는 이씨 가문 여자들의 독기를 가지고 있지만 그래도 이 대표님과는 조금 달라요. 제가 장담하건대 윤미 씨는 윤미 씨의 오빠들을 최대한 이씨 그룹에서 쫓아내지 않을 거예요. 그들이 이씨 그룹에서 파벌을 만드는 것을 방지하고 사적으로 이득을 챙기는 것을 방지할 뿐이죠. 이 대표님처럼 가족들을 해치지는 않을 거예요.”전호영은 고현이 이윤미를 마음에 들어 하는 것을 보더니 더는 이윤미에 관한 나쁜 얘기를 이어가지 않고 화제를 바꾸었다.전호영 일행은 호텔에 들어간 뒤 전호영의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 층으로 올라가 프레지던트 스위트룸으로 갔다. 그 안에는 뷔페가 있었기 때문에 고현은 그녀가 먹고 싶은 음식들을 다 먹을 수 있었다.전호영은 정군호가 내연녀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고 싶어 몰래 사람을 시켜 정군호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게 했다.그리고 정군호가 내연녀를 데리고 룸에 들어가면 그들
그 뒤로 이윤미가 그녀의 오빠들과 내연녀들이 함께 있는 것을 보고는 차마 몇 명의 형수님들이 속고 있는 모습을 보다 못해 형수님들에게 알려준 것이다. 그 후로 이윤미의 오빠들과 형수님들이 말다툼하기 시작했다.여자의 입장에서 보면 고현은 이윤미가 잘했다고 생각했다.바람을 피운 사람이 자기 오빠라고 감싸면서 오빠들을 도와 형수님들을 속이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입장을 바꾸어 놓고 생각해 보면 자기 남편이 바람피운 사실을 모든 사람이 다 알지만, 본인만 모른다면 얼마나 괴롭겠는가!이때 전호영이 검은 눈동자를 반짝이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정군호 씨가 그렇게 멍청하지 않을걸요. 이 대표님께서 돌아오신다면 정군호 씨는 틀림없이 나가서 바람피우지 않을 거란 말이에요. 하지만 우리가 이 대표님을 도와야 한다고 봐요. 못 봤으면 그만이지만 우리가 현장을 목격했잖아요. 이 대표님을 만나면 알려줘야 해요. 어쨌든 우리 형수님의 이모시기 때문에 우리 형수님의 친척이나 다름없죠. 안 그래요?”고현은 전호영을 꾸지람했다.“호영 씨도 정말 나쁘네요. 이씨 가문에서 난리가 났으면 좋겠죠? 그런데 저도 호영 씨를 지지할 거에요. 이러고 보니 저도 좋은 사람은 아닌가 봐요.”“아니에요. 우리는 모두 좋은 사람들이죠. 정군호 씨가 무슨 짓을 벌였는지 보세요. 정군호 씨가 잘못한 것을 우리가 바로잡아준 거죠. 이 대표님을 위한 것이지 모함하거나 억울하게 만든 것은 아니잖아요.”“저처럼 일편단심인 남자는 정군호 씨의 이런 행동이 너무 부끄러워요. 만약 집안의 아내가 싫으면 이혼할 것이지... 이혼하기는 싫고 또 밖에서 예쁜 여자들이랑 놀고는 싶고... 두 마리 토끼는 다 잡을 수 없는 법이죠. 하늘 아래 어떻게 그런 좋은 일이 있겠어요?”전호영은 정군호가 젊은 여자와 바람을 피우는 영상을 찍었다. 그리고 하루 호텔도 카메라가 있었기에 정군호가 내연녀를 껴안고 호텔로 들어가는 장면이 꼭 찍혔을 것이다.전호영이 정군호에게 누명을 씌운 것이 아니었다.“이 대표님이 그토록 기가 센데
“저는 배려심이 깊은 신사에요.”고현은 웃으면서 그의 손을 잡고 차에서 내리면서 전호영의 신사다운 행동을 그대로 받아들였다.하지만 전호영이 고현의 손을 잡고 함께 호텔로 들어가려고 하자 고현은 거절했다.전호영의 안색은 이내 어두워졌다.사람들 앞에서 그녀는 시종 전호영과 연인처럼 행동하려 하지 않았다.고현이 말한 것처럼 그녀는 전호영을 충분히 사랑하지 않았다.두 사람이 앞으로나란히 몇 걸음 걷더니 고현이 갑자기 멈추었다.“왜 그러세요?”전호영이 물었다.‘설마 그녀를 짝사랑하는 여자들을 만났나?’전호영은 앞을 보았지만, 그녀를 짝사랑하는 여자들을 보지 못했다.“정군호 씨예요.”고현은 낮은 목소리로 한 사람의 이름을 말한 뒤 전호영을 잡아당겨 차 뒤로 숨었다. 그녀의 경호원 팀은 고현이 위험한 줄로 알고 본능적으로 최대한 빨리 고현의 앞으로 돌진하며 위험을 막으려고 했다.“얼른 숨으세요. 저를 막지 마시고!”고현은 나지막이 경호원 팀에게 말했다.고현이 누군가의 가십거리를 보고 싶어 했던 모양이다.고현은 선글라스를 끼고 검은 옷을 입은 늙은 남자를 가리켰다. 그 늙은 남자는 천가 같은 얼굴과 매력적인 몸매를 가진 여자를 껴안고 있었다.그 여성의 곁을 지나가는 남자라면 모두 참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 그녀를 몇 번 더 쳐다보았다.“저 남자는 이윤미의 친아버지이자 이 대표님의 남편인 정군호 씨예요. 그 옆에 있는 여자는 저도 잘 몰라요. 놀랍게도 밖에서 내연녀를 만나고 있었네요. 만약 이 대표님께 들킨다면 정말 정군호 씨를 죽여놓을지도 몰라요.”이은화의 남편이라는 말을 들은 전호영은 즉시 휴대전화를 꺼내 정군호와 내연녀의 동영상을 찍었다.그리고 말했다.“이 대표님은 우리 큰형의 결혼식에 가신 뒤로 계속 관성에 남아계시거든요. 아마도 정군호 씨는 이 대표님이 없는 틈을 타 바람을 피우고 있는 모양이네요”고현도 말을 이었다.“이 대표님께서 남편을 너무 엄격하게 단속하니까 정군호 씨도 아마 진짜로 바람 피우지는 못할 거에요. 기껏해야 지
고현은 사실 그대로 대답했다.“저는 어른이 된 후로 여행을 갈 시간이 없었어요. 바빠서 미치겠는데 언제 시간을 내서 놀러 가겠어요? 하지만 출장 다니면서 많은 곳은 가봤어요.”“신혼여행은 어디 가고 싶어요?”전호영이 그녀에게 물었다.고현이 한참을 생각해 보더니 말을 이었다.“저는 물이 맑고 공기가 좋은 산을 좋아해요. 조용하거든요.”“제가 잘 연구해서 산 좋고 물이 맑은 조용한 곳을 찾아볼게요. 한 달 동안 머물면서 우리 둘만의 세상을 잘살아 봐야죠.”알고 보니 고현은 산과 물이 있는 아름다운 곳을 좋아했다.전씨 가문의 서원 리조트가 아름다운 산과 맑은 물이 있는 곳이고 평소에도 매우 조용한 곳이었다.“서원 리조트를 좋아해요?”“좋아하죠.그럼 서원 리조트에서 신혼여행을 즐기려고요?”전호영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그건 아니고요. 그곳은 우리 미래의 집이고 신혼여행은 당연히 딴 곳으로 가야죠.”이때 고현이 자신을 스스로 비웃으며 말했다.“제가 지금 시집갈지 말지 고민하고 있는데 벌써 신혼여행에 관한 문제를 고민하고 있네요. 호영 씨와 함께하면 쉽게 호영 씨 의도대로 따라간단 말이죠. 저의 총명함과 자제력 모두 호영 씨 앞에서는 아무런 소용도 없다니까요.”“현이 씨가 아직도 이 일을 고민하고 있다니. 제가 아직도 부족한가요?”전호영은 자신이 고현을 오랫동안 쫓아다녔다고 느꼈다. 그는 모든 마음을 다해 진심으로 고현을 대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그에게 시집을 갈지 말지를 고민하고 있다.하여 전호영은 자신이 충분히 노력하지 못했다고 느꼈기 때문에 그는 자신이 어떤 방면에서 잘하지 못했는지 알고 싶었다.“아니에요. 충분히 잘하셨어요. 우리 데이트도 별로 안 하고 평소에도 일하느라 바빴던 것 같아요. 아직 결혼까지 할 정도로 감정이 깊지 않은 것 같아요. 사람들의 말처럼 하루 못 보면 일 년을 못 본 것 같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저는 몰라요. 그런 감정을 못 느낀다는 건 제가 호영 씨를 충분히 사랑하지 않는다는 뜻인 것 같아요. 어
경호원 팀은 그들의 전 대표님이 전호영에게 떠밀려 마이바흐 차에 들어가는 모습을 버젓이 보고만 있었다. 그리고 그 차는 곧 고씨 그룹을 빠져나왔다.고빈이 중얼거렸다.“호영 씨는 정말 내가 본 형부 중 가장 오만방자한 형부였어. 처남인 나에게 조금도 아부하지 않고 비위를 맞춰주지 않는다니.”고빈은 중얼중얼하긴 했지만, 두 사람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그들을 따라가지 않았다.만약 고빈이 정말 친형이 있다면 그는 전호영이 그의 친형을 해치게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꼭 따라갔을 것이다.하지만 그의 친형은 사실 여자였다. 그의 누나 고현은 시집가야 하는 여자였다. 전호영은 그의 누나와 어울리는 남자였기 때문에, 또 전호영이 고빈의 부모님께 고빈이 너무 방해한다고 고자질하면 안 되었기에 고빈은 더는 따라가지 않았다.지금 고씨 가문에서 전호영은 고현 남매보다 체면이 훨씬 섰다.“고빈 씨가 안 따라왔죠?”전호영은 차를 몰면서 조수석에 앉은 고현에게 물었다.고현은 돌아볼 필요도 없이 이내 말을 이었다.“고빈이는 입만 살아서 그렇지 정말 따라오지는 않을 거예요. 호영 씨가 우리 부모님 앞에서 고빈의 고자질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죠. 고빈은 저보다 10분 먼저 태어났지만 지금 정해진 여자친구가 없거든요.”“저도 호영 씨랑 짝을 지으니 저희 부모님의 눈길도 자연스레 고빈의 몸으로 옮겨졌어요. 호영 씨가 제 동생의 고자질하면 저희 부모님은 그를 욕하다가 결국 결혼 재촉 문제로 돌아가거든요. 제 동생은 결혼 재촉을 엄청 무서워하거든요.”고빈이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고정된 여자친구를 찾지 못한 일에 관해 고현도 마음이 조급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그녀에게는 전호영이 있었지만, 고빈의 짝은 아직 어디에 있는지...예전에는 고현은 고빈과 이윤미를 맞세워주려고 했지만, 고빈은 이윤미가 재미없다고 느꼈고 이윤미 또한 고빈에게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했다. 게다가 지금 이윤미 곁에 방윤림이 있었다.전호영은 빙그레 웃었다.“저도 항상 고빈 씨의 고자질하고 싶지 않아요.
전호영은 꽃다발을 안고 사무실로 들어갔다.퇴근 시간이었기 때문에 많은 직원이 밖으로 나가면서 전호영이 꽃다발을 안고 들어오는 보습을 보았지만 모두 이상하게 여기지는 않았다. 만약 전호영을 보지 못한다면 아마도 이상한 일로 여길 것이다.“전 대표님.”다들 마음속으로 아무리 전호영을 비웃을지라도 겉으로는 여전히 공손하게 대했다.전호영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곧 그는 고씨네 남매에게 다가갔다.“현이 씨, 퇴근하시죠. 제가 데리러 왔어요. 같이 밥 먹으러 가요. 자, 받아요.”전호영은 꽃다발을 고현 앞으로 내밀었다.고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제가 말했어요. 제가 꽃다발을 좋아하지 않는다고요. 매번 올 때마다 꽃다발을 사 오지 마세요. 제 사무실이 곧 꽃집이 될 것 같으니까요.”전호영은 심지어 하루에 꽃다발을 여러 번 선물한 적도 있었다.고현은 전호영이 보낸 꽃다발을 쓰레기통에 버리면 전호영은 보복으로 그녀에게 더 많은 꽃을 보냈다.고현은 자신이 이 남자에게 곧 먹혀 죽을 것만 같았다.“꽃병을 더 사서 사무실로 보내드릴게요.”“저를 꽃병이라고 비아냥거리시려는 거에요? 제 사무실에는 꽃병이 가득 놓여 있거든요.”전호영이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제가 잘못했네요. 다음에는 이런 꽃들을 보내지 않고 다루기 쉬운 꽃들로 보낼게요. 현이 씨 사무실에 있는 그 꽃병들을 집으로 몇 개 가져가면 사무실이 꽃병이 줄어들 거 아니에요.”옆에 서 있던 고빈이 말을 이었다.“우리 형은 꽃다발을 좋아하지 않지만 제가 무척 좋아해요. 저에게 주세요. 제가 이 꽃들을 저의 여성 지인들이게 줄 테니까요. 돈도 절약할 수 있으니 너무 좋을 것 같아요.”“고빈 씨는 아직 퇴근 안 하셨군요.”전호영은 꽃다발을 고현의 품에 안겨주며 자연스럽게 고현의 손을 잡았다.고빈은 일부러 과장되게 말했다.“설마 이제야 저를 보신 건 아니죠? 혹시 시력에 문제가 있으신 건 아니죠? 잘 고려해 보고 짝을 찾으셔야지 아니면 시각장애인을 고를 수도 있어요.”“그건 제 눈에 현이 씨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