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예정은 심효진의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아이를 질투하다니.”심효진은 당당하게 말했다.“정남 씨는 내 남자야. 다른 사람이 정남 씨 주의력을 뺏어갔는데 내가 어떻게 질투하지 않고 버티겠어? 그 사람이 설령 우리 아이라고 해도 나중에 분명 애인이 사랑해 줄 텐데, 뭐 아무튼 정남 씨 사랑 나누어 가면 안 돼.”“그러다가 나중에 정남 씨가 아이를 질투할 수 있겠어.”하예정은 웃었다.“내 남편은 분명 아이를 질투할 거야. 항상 제멋대로 군다니까? 겉으로 보기엔 너그럽지만 실은 속도 좁고 제멋대로야.”“예정아, 난 왜 지금 네가 자랑하고 있는 것 같지?”“네 앞에선 굳이 할 필요 없어. 너도 정남 씨랑 엄청 금실이 좋잖아. 아, 맞다. 효진아, 너 오늘 계속 가게에 있을 거지?”“응.”심효진은 대답한 후 또 물었다.“처리할 일 있어? 그럼 넌 가서 일 봐. 분재 사러 가지 않아도 돼.”“그러면 네가 가서 많이 좀 사와.”“응. 알겠어.”하예정은 차 키를 들고 서점에서 나가 밖에서 돌고 있던 경호원에게 말했다.“꽃필무렵에 갈 거니까 따라오지 않아도 돼요.”“네, 사모님.”경호원은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사모님을 은밀히 지켜주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그가 함께 가지 않아도 사모님의 안전은 보장되었다.게다가 사모님도 솜씨가 재빨랐다.지금 아마 그 누구도 사모님의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할 거다. 누가 감히 그런 짓을 했다간 분명 여러 재벌 집안에게 밉보일 거니까.하예정은 꽃필무렵에 갔지만 여전히 여운초가 보이지 않았다.“사장님 아직 안 오셨어요?”하예정은 장미꽃 가지를 다듬고 있는 한 점원에게 물었다.“사장님께서 아까 돌아오신 후, 단골손님 한 분으로부터 꽃다발을 주문하는 전화를 받고 직접 갖다주러 가셨어요.”“얼마나 걸려요?”“글쎄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사모님께서 먼저 돌아가시는 게 어떠세요? 사장님께서 돌아오시면 사모님께 전화 드리라고 할게요.”하예정은 말했다.“운초 씨가 돌아온 다음에도 저한테 전화를 하지 않았어요.
그녀는 전이진에게 전화를 걸었고 상대방이 전화를 받은 후 입을 열었다.“도련님, 운초 씨가 전화번호를 바꾸었더라고요. 오늘 오전에 두 번이나 가게에 갔는데 만나지 못했어요. 도련님은 만났어요?”전이진은 대답했다.“전 지금 소희 카페에서 운초가 꽃을 가져다주기를 기다리고 있어요.”전이진도 여운초의 새 전화번호를 몰랐다. 가게 점원도 알려주지 않으니 그는 어쩔 수 없이 꽃필무렵의 가게 번호를 기억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소희 카페 점장에게 도움을 청해 꽃필무렵에 전화를 걸어서 꽃을 배달해 달라고 부탁했다.이렇게 해야만 그녀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운초 씨가 혼자 갔나요?”“다른 점원 한 명이 오토바이로 데려다주었어요. 형수님, 고마워요.”형수님은 비록 여운초를 만나지 못해 그에 관한 좋은 말을 해주지 못했지만, 그의 일로 오전에 두 번이나 꽃필무렵에 갔으니 형수님이 그의 일을 중시하는 것 같아 엄청 감동되었다. “한 집안 사람들끼리 그렇게 서먹하게 굴지 마요. 나중에 운초 씨를 만나면 절대 놀라게 하지 말고요.”“형수님, 전 지금 너무 후회돼 미칠 것 같습니다. 그러니 절대 그런 실수 반복하지 않을 거예요.”여운초의 마음을 얻지 못한 상황에서 그녀에게 입을 맞추는 무례한 짓을 저질렀으니 그녀가 놀라 도망갈만했다.전이진은 자신을 듬직하지 못한 놈이라고 여러 번 욕했다.하예정은 드디어 마음을 놓고 전화를 끊은 후, 운전하여 서점에 돌아갔다.다른 이야기.어르신은 전유하와 함께 먼저 공씨 일가에 가서 초대장을 건넨 후, 그 길로 성씨 일가에 갔다. 두 집안이 멀리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편리했다.어르신이 성씨 집안에 갔을 때 예준하는 마침 새 이웃의 신분으로 성씨 집안에 방문을 했었다. 모양새를 보니 남아서 밥이라도 먹을 기세였다.어르신과 전유하가 왔다는 소리를 듣자 성씨네 부부는 친히 마중을 나왔다.“어르신께서 오시면서 왜 미리 알리지 않으셨어요. 그랬다면 모시러 갔을 텐데요.”어르신이 차에서 내리자, 성씨네 사모님은 얼른 다가가
하필 딸애가 예준하와 사이가 좋아 마음이 혼란스러웠다.태윤에게 예준하를 설득해 달라고 부탁한 것도 별로 소용이 없는 것 같았다.예준하가 하필 이웃의 신분으로 자주 찾아오고, 또 하필 밥을 먹을 시간에만 찾아왔는데 그건 분명 얻어먹으려는 속셈이었다.모두가 방에 들어간 후, 성소현은 직접 어르신에게 물을 따라주었다.그리고 예준하는 과일과 과자를 가져왔다.어르신은 예준하가 성씨 집안의 모든 것에 이미 익숙해졌다는 것을 발견했다.‘교활한 녀석. 성씨 집안 사모님도 어쩔 수 없게 만들었구나.’어쨌든 그는 아직 성소현에게 고백하지 않았고, 단지 이웃으로 왔을 뿐이었다. 하지만 많이 와봤으니 성씨 집안의 모든 것을 잘 아는 것도 정상이었다.게다가 예준하는 낯이 아주 두꺼워서 성소현 어머니가 딸애 몰래 눈치 주는 것도 보지 못한 척 행동했고, 성소현 아버지가 노려보는 것도 무시했다. 어쨌든, 성소현이 그와 함께 지내기를 원한다면 그는 뻔뻔스럽게 그 집안에 발을 들여놓았다.성소현에 대한 예준하의 마음은 오직 유청하 한 명만 지지했다.그녀는 예준하와 시누이가 아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두 사람이 쿵 짝이 잘 맞아 나눌 화제가 많았다는 점이 지지하는 데서 아주 큰 비중을 차지했다.예전에 성소현이 전태윤을 좋아했을 때 그녀의 마음은 우울했고 소극적인 감정으로 가득했다. 조금의 응답도 얻지 못했으나 또 포기하기도 어려웠기 때문에 용기를 내어 고백하고 대담하게 사랑했지만 결국 모두 수포가 되고 말았다.하지만 예준하와 함께 지낼 때 유청하는 시누이의 웃음소리를 자주 들었고, 얼굴 또한 활짝 피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그래서 유청하는 남편에게 예준하가 성소현을 좋아하는 것을 막지 말라고 설득했다. 성소현이 예준하와 함께 있을 때 진심으로 기뻐하기 때문이었다.새언니로서 시누이를 멀리 시집보내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저 성소현이 행복하기만을 기원할 뿐이다. 만약 시누이가 마음속으로부터 기뻐한다면 예준하와 결혼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예준하는 특
“청하 씨는 아직도 토하나요? 임신 3개월이죠?”어르신이 관심을 가지고 물었다.멀지 않은 곳에 앉아 있던 유청하가 답했다.“네, 이제 3개월이 지났는데도 가끔 토하고 있어요. 보통은 식사하고 나서 30분 정도 후부터 토하기 시작하는데, 토하고 나서야 속이 편한걸요. 어머니께서 그러는데 제가 아마도 출산할 때까지 토할 것 같다고 하셨어요.”임신 반응이 심한 유청하는 매우 힘들었지만, 배 속의 아이에 대한 사랑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시간이 좀 지나면 태동을 느낄 수 있게 된다.만 3개월이 되었을 때 산부인과에 가서 초음파 검사를 한 번 했는데 컨디션이 양호하다고 나왔다.다만 아직 태동이 미세해서 느낄 수 없을 뿐이다.관련 책의 내용에 따르면 16주가 지나야 태동이 뚜렷하게 느껴지고 태아가 자랄수록 태동이 점점 더 뚜렷해진다고 했다.애당초 아내가 아까워 아이를 지우려고 했던 성기현도 초음파 사진을 손에 들었을 때 그 사진을 보고 또 보면서 손에서 놓기를 아쉬워했다.유청하는 남편이 아이를 고대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다만 임신 반응이 심한 아내를 보는게 마음이 아파 아이를 지우려 했을 뿐이다.다행히 모두의 설득 끝에, 성기현은 아이를 지우겠다던 결심을 접었다.그는 매번 아내가 죽을 듯이 토하는 것을 볼 때마다, 옆에서 안쓰럽게 쳐다보며 아내 배 속의 아이를 욕하곤 한다.“요 녀석, 이제 엄마 배에서 나오기만 해봐라, 엉덩이를 때려줄 테니. 너 때문에 엄마가 얼마나 괴로워하는지 봐봐.”유청하는 생각하며 배를 어루만지기 시작했다.이때 어르신이 말했다.“임신 반응은 정말 속수무책이에요. 어떤 사람들은 정말로 출산할 때까지 토하기도 하죠. 예전에 소민이가 셋째를 임신했을 때도 심하게 토하고, 낳을 때까지 토했던 게 기억이 나네요. 첫째랑 둘째를 임신했을 때는 아무 반응도 없었다가 셋째를 임신하자 아주 심하게 토했답니다. 반응이 달라 셋째가 딸인 줄 알았더니 고 녀석도 아들일 줄이야.”어르신의 말을 듣고 유청하는 웃으며 말했다.“그럼
“나중에 틈만 나면 어르신을 찾아가 마작을 할게요.”이경혜는 어르신의 말이 옳다고 생각했다.과거에 관계가 어떠하였든 간에, 지금 두 집은 친척 사이이니 친척끼리 많이 왕래해야겠다고 생각했다.하예정의 친정 친척으로서 조카의 든든한 뒷받침이 되어줄 겸, 사돈인 전씨 일가와도 왕래해야 친정 식구들과 시댁 식구들이 잘 맞지 않는다는 소문이 떠돌지 않게 된다.“그래 주면야 고맙죠.”어르신은 싱글벙글 웃으며 대답했다.“어르신, 일단 식사나 할까요?”이경혜가 다시 제안하자 어르신은 응하고 대답하며 그녀를 따라 일어섰다.어르신과 가장 가까운 곳에 앉아 있던 성소현이 다가가 부축했다.어르신은 성소현의 몸에 살짝만 기대고는 말했다.“나는 아직 지팡이를 쓰지 않고도 힘차게 걸을 수 있답니다.”비록 어르신은 지팡이를 가지고는 있지만 보통 누군가를 때릴 때만 사용하곤 했다. 무술을 연마한 몸이 틀림없었다.게다가 젊은 시절의 특별한 신분 때문인지 몸이 매우 정정하다.등산을 가도 며느리들이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였다.“어르신은 10년 뒤에도 지팡이가 필요 없을 것 같은데요?”성소현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이제 예정이가 아이를 낳아 아이가 이리저리 뛰어다니면 아마도 지팡이로 장난꾸러기들을 쫓아다녀야 할지도 몰라요.”어르신은 자신이 지팡이를 짚고 증손자들을 뒤쫓는 장면을 상상하자 함박웃음을 지으며 성소현의 손등을 툭툭 두드렸다.성소현이 자신을 쳐다보자, 어르신은 입을 열었다.“이 세상엔 좋은 남자가 아주 많죠. 그러니 차분하게 느껴봐요. 아마도 자기한테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이 바로 옆에 있을지도 모른답니다.”어르신은 이 말을 다른 사람이 듣지 못하도록 몰래 했고, 말을 마친 후 예준하 쪽을 힐금 보았다.이경혜는 예준하를 따로 초대하지 않았지만, 이미 밥을 얻어먹는 것에 익숙해진 예준하는 초대를 받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성씨 일가와 함께 식사 룸에 들어갔다.도우미들은 마지못해 그릇과 젓가락을 준비해 주었다.성소현이 있는 자리에서 이경혜는 절대 예준하에
식사를 한 후 어르신은 이경혜와 잠시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다가 전윤하를 데리고 성씨 일가를 떠났다.모두가 떠나가는 어르신과 전윤하를 직접 집 밖으로 배웅했다. 전윤하가 할머니를 모시고 떠나는 걸 지켜본 후, 몸을 돌린 이경혜는 뒤에 서 있는 예준하를 보고는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유청하는 식사 후에 휴식하는 습관이 있어 방으로 들어갔고, 성문철은 아내를 따라 들어갔다.곧 마당에는 성소현과 예준하만 남았다.“같이 좀 산책하지 않을래?”성소현이 먼저 예준하에게 물었다.그에 예준하는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좋아. 식후에 걸으면 아흔아홉까지 살 수 있다던데.”성소현은 예준하의 웃는 얼굴을 보며 생각했다. 예준하는 언제나 미소를 지으며 온화한 태도로 그녀를 대했다. 그의 미소는 마치 3월의 봄바람처럼 부드럽고 따뜻했다.두 사람은 함께 성씨 집을 나섰다.2층의 한 룸에서 밖을 내다보고 있던 이경혜는 보배 딸이 예준하와 함께 밖으로 나가는 것을 보았다.그녀는 정색하며 남편에게 말했다.“준하 그 녀석이 또 우리 소현이를 달래서 산책하러 갔어요.”그 말에 성문철이 다가와 밖을 내다보았는데, 과연 딸이 예준하와 나란히 걷고 있는 것을 보았다.두 사람은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지 걸으면서 웃고 있었다.성문철은 시선을 돌려 아내의 굳은 얼굴을 보고는 웃으며 말했다.“둘이 왕래하는 게 그렇게 싫으면 직접 말하지 그래. 이렇게 내 앞에서만 굳은 얼굴을 하고 있으면, 소현이든 예준하든 누가 볼 수 있겠어.”“분명히 눈이 먼 거예요. 늘 밥때가 되면 찾아오는데, 아무리 눈치를 줘도 못 본척한다고요. 그리고 소현이가 말이 잘 통하는 보통 친구 사이라는데, 소현이 앞에서 내가 뭐라 할 수 있겠어요.”젊었을 때 남편과 함께 상업계를 주름잡았던 이경혜도, 딸에게 접근하고 있는 예준하에 대해 속수무책이었다.또한 성소현은 예준하를 보통 친구로만 생각하고 있다.성소현을 바라보는 예준하의 온화하고 열정적인 눈빛을 보면 깊이 좋아하고 있
성소현은 가족들이 그녀가 예준하에게 속아서 울까 봐 걱정하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별장을 나온 후 콘크리트 도로를 따라 천천히 걸었다.평소 차를 몰고 다녔기에 주위의 풍경을 감상할 틈이 없었는데 이렇게 산책하니 기분이 좋았다.“여기서 산 지도 오래되었는데, 이제야 이곳의 풍경이 매우 아름답고, 녹화가 잘 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됐어. 길가에 피곤할 때 쉴 수 있는 벤치도 있고, 드문드문 정자도 있고.”빌라 구역에 들어서면 작은 공원이 있는데, 공원에는 녹음이 우거져 있고, 어른들을 위한 신체 단련 시설도 있고, 어린이 놀이터도 있다.성씨네 별장은 작은 별장 몇 채를 사서 하나의 큰 별장으로 만든 것으로, 자신만의 운동 시설과 놀이기구를 갖추고 있다.그래서 성소현은 빌라 구역의 작은 공원에 발을 들여놓은 적이 거의 없었다. 그녀의 말에 의하면, 평소 차를 몰고 드나들면서 창밖의 경치를 힐금 보는 것이 다란다.“나도 여기 환경이 좋은 걸 보고 너희 옆집이 팔린다고 할 때 서둘러 손에 넣은 거야. 이곳은 환경도 좋고 안전하기도 하고, 또 면적도 넓어 비록 중고 집이라고는 해도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거든.”예준하는 걸으며 마치 자기가 중고 별장을 사들인 게 보물을 건지기라도 했다는 듯 자랑했다.다만 그의 마음을 이해할 수도 있다.처음부터 그의 목표는 성소현이었으니까.“응, 우리 집 옆에 있는 별장을 산 것은 보물을 주운 것과 다름없어. 그 별장은 면적이 넓어서 우리 집에서도 사려고 했는데, 네가 너무 빨리 손을 써서 빼앗겼지 뭐야.”성소현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그때 형도 이 일을 알고 누가 그렇게 빨리 손을 썼나 궁금해했거든. 그게 너일 줄이야. 너 안목 있는데? 정말이야, 그 별장은 손에 넣어도 손해 볼 일이 없거든. 그리고 또 사람을 불러 풍수도 봤겠다, 이제 이사해서 살면 일이 더욱 순조롭게 진행될 거야. 어쩌면 여기에다 예진 그룹의 지사를 크게 설립할 수 있을지도 몰라. 그리고 네가 사랑하는 사람도 분명 네가 특별히 준비한 이
성소현은 벤치에 앉은 후 말했다.“그럼 됐어. 나 요즘 커플이나 부부가 내 앞에서 알콩달콩하는 걸 보면 배가 아프단 말이야. 예진이와 효진이를 볼 때마다 너무 부러워.”“부러워할 것 없어. 너도 앞으로 그렇게 행복할 거니까.”“앞으로의 일을 누가 알겠어? 만약 결혼해서 행복하지 않으면 난 절대 참지 않을 거야. 내 미래의 남편이 나에게 잘해주지 않으면 아예 이혼하고 친정에 돌아가 살려고. 어쨌든 오빠들은 날 평생 먹여 살리겠다고 했거든.”좋은 친청은 든든한 뒷배가 되어줄 수 있다.성소현은 본인이 아주 훌륭한 친정 식구를 두었다고 생각하고 있다.“그럴 일 없어. 네 시댁 식구들은 분명 너한테 잘 대해줄 거야.”예준하는 자기 집 어른들은 모두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시집온 며느리에게 눈치를 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내 얘기는 그만하고, 너 대체 누구를 좋아하는 거야? 관성 사람이지? 네가 이곳에 집을 산 것도 그 여자를 위해서지?”예준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솔직히 인정했다. “맞어. 나 조금이라도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서, 자주 보며 얘기라도 많이 하고 싶어서 여기에다 집을 산 거야. 이 별장의 리모델링 방안도 좋아하는 사람이랑 함께 논의해서 짠 거고.”“...준하야, 너 지금 그게 나라는 거야?”예준하는 진지한 표정으로 성소현을 바라보며 말했다.“그래, 소현아.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바로 너야. 이 별장을 산 이유는 너희 집과 가장 가깝기 때문이야. 이렇게 우리가 이웃이 되면, 나도 너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잖아. 만약 우리 둘이 사귀게 된다면 이 별장에 살면서 넌 아무때든 친정에 가볼수 있어.”“...”비록 의외였지만, 너무 놀랍지는 않았다.아까 식사할 때 전씨네 할머니가 귀띔을 해주셨고, 처음 들었을 땐 꽤 놀랐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할머니의 말이 맞는 것 같았다.예준하는 비록 여태 고백하지는 않았지만, 곳곳에서 행동으로 자신의 마음을 보였었다.그가 직접 고백하지 않았기에 성소현도 감히 그의 마음을 추측하지 못했다. 자신이
그들은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었다.“고 대표님, 저는 회사의 프로젝트 협력에 대해 논의하러 왔어요. 방안을 가져왔으니 한번 보도록 하세요.”이윤미는 말하면서 자신 비서의 손에서 서류를 건네받은 뒤 두 손으로 고현에게 건넸다.고현은 서류를 받아 들고 자세히 훑어보기 시작했다.한참 후에 다 훑어본 서류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그녀가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말을 꺼냈다.“윤미 씨의 방안이 괜찮아 보이지만 이씨 그룹의 실력이 부족해서 별로 협력하고 싶지 않네요.”고현은 직설적으로 말했다.협력업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이윤미의 개인 회사와 협력하려 했던 것은 그냥 단순히 이윤미의 체면을 세워주려고 했던 것이었다.하예진의 회사도 설립되고 나면 고씨 그룹과 협력할 예정이었다.이윤미가 호탕하게 웃었다.“고 대표님, 우리 이씨 그룹이 귀사에 비해 조금 못하단 걸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우리 이씨 그룹도 강성에서 백 년을 이어온 명문가라서 뿌리가 깊어요. 저도 일부 프로젝트를 책임졌으니 어느 정도 발언권이 있어요. 고 대표님이 저와 협력한다면 서로 윈윈할 수 있을 거예요. 당연히 대표님의 발목을 잡는 일은 없을 거고요.”이윤미와 그녀의 비서는 협상에 진전이 없을 거란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고현에게 잘 보이려고 최선을 다했다.이씨 그룹을 아무리 추켜세워도 고현이 마음을 바꾸지 않자, 이윤미가 말했다.“고 대표님, 협력하지 않더라도 저와의 인연은 끊지 말았으면 좋겠네요. 이번에 비록 우리 이씨 그룹이 대표님의 눈에 들지 못했지만, 나중에는 협력할 기회가 생길지도 몰라요.”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렇게 될 거예요.”이씨 가문이 권력에서 물러난다면 가능성이 있었다.이씨 그룹의 권력을 쥐고 있는 이씨 가문이 고씨 그룹과의 협력을 이용해 힘을 키우는 것이 두려워 고현은 협력하기 싫었던 것이었다.만약 이씨 그룹의 세력이 커진다면 하예진의 앞날이 더욱 험난해질 것 같았다.이윤미가 웃으며 말했다.“우리 이씨 그룹이 열심히 노력해서 하루빨
고빈은 몇 걸음 걷다가 고개를 돌려 이윤미를 쳐다보았다.한동안 보지 못해서 그런지 몰라도 자신감 넘치는 아우라를 발산하는 이윤미가 전보다 훨씬 예뻐 보였다.조금 전에 멈칫했던 것도 그녀를 알아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애초부터 이런 모습이었다면 누나가 내게 소개해 줬을 때 거절하지 않았을 텐데.”고빈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물론 그녀에게 대시한다 해도 너무 늦지는 않았지만 이씨 가문과 엮이는 것이 싫어서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이씨 가문에 이윤미 같은 인재가 나올 수 있었던 것은 그녀가 이씨 가문에서 자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그녀는 어릴 때부터 열악한 환경에서 자란 탓에 강인한 성격을 만들 수 있었다.그뿐만 아니라 상대를 방심하게 하여 허를 찌르는 데 능숙했다.고빈이 좋아하는 스타일은 이윤미처럼 가식이 많고 거짓말을 잘하는 여자가 아니라 순수한 여자였다.‘이윤미 같은 여자는 형에게 적합해. 둘이 함께 사람들의 뒤통수를 치면 누구도 당해내지 못해. 형이 이윤미를 높게 평가한 것을 감안할 때 둘이 충분히 한 쌍의 커플로 발전할 수 있어. 만약 그렇게 된다면 많은 사람들이 그들에게 놀아나겠지. 아니구나. 난 형이 없잖아! 강성의 사람들은 내게 형이 없고 누나만 있다는 사실을 다행으로 여겨야 해.’자신과 인사하는 것만으로 고빈이 이렇게 많은 생각을 할 줄을 이윤미는 당연히 알지 못했다.이윤미가 비서와 함께 사무실로 들어서자, 고현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그녀의 체면을 세워주었다.“윤미 씨, 뭐 드실래요? 비서에게 준비하라고 말할게요.”“따뜻한 물 한 잔이면 됩니다. 밤에 잠 못 잘까 봐 커피는 감히 마시지 못하겠네요.”고현은 두 사람을 소파에 앉으라고 말한 뒤 따뜻한 물을 따라주라고 자기 비서에게 지시했다.자리에 도로 앉은 고현이 커피잔을 들며 말했다.“저는 아침과 오후에 한 잔씩 마셔요. 습관 돼서 그런지 밤에 잠을 자는 데 별 지장은 없어요.”그녀는 보통 카페인이 효력이 사라진 자정이 되어서야 자는지라 걱정거리가 없는 한 수면에 큰 영향
“그러면 지금 바로 할머니께 전화할게. 퇴근 후 집에서 샤부샤부 먹겠으니, 집사에게 말하라고 말이야. 사람 좀 있어야 분위기도 나니까 이진 부부도 부를게. ”그러자 하예정이 말했다.“제가 할머니께 전화할 테니 당신은 가서 일 보세요. 아니면 오늘 밤 관성에 있는 사람 중 시간 있는 사람들을 와서 밥 먹으라고 가족 단톡방에 말 보낼게요. 하긴 사람이 많으면 시끌벅적하고 좋긴 하죠.”전태윤이 웃었다.“다들 바쁘니까 오지 못할 거야. 이진 부부만 불러.”“당신 말한 대로 할 테니 얼른 가서 일 보라니까요. 수중의 일부터 빨리 처리해야 나중에 그나마 수월해질 건데.”오랜만에 회사로 출근한 전태윤은 야근하지 않고 퇴근 시간에 맞춰 아내와 함께 집으로 가려 했다.아내의 거듭된 재촉에 전태윤은 마지못해 자신의 자리로 돌아와 일을 시작했다.하예정은 할머니에게 전화하여 저녁에 전이진 부부를 불러 샤부샤부를 먹겠다고 말하자, 떠들썩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할머니는 당연히 기뻐하며 바로 승낙했다.강성, 이윤미가 타고 있던 차량이 고씨 그룹으로 향하고 있었다.차가 멈추자, 먼저 차에서 내린 이윤미의 비서는 뒷좌석의 차 문을 열어 이윤미가 차에서 내리는 것을 도왔다.이윤미는 자신의 비서와 함께 사무실 건물을 향해 걸어갔다.수십 층에 불과한 이씨 그룹의 청사와 달리 중심상업지역에 자리 잡은 고씨 그룹의 청사는 강성의 모든 대기업 중 가장 높은 층수를 자랑했다.이미 오기 전에 고현에게 전화하여 프로젝트 협력에 관해 이야기할 시간이 있는지 물어본 후, 이윤미가 자신의 비서를 데리고 찾아온 것이었다.고현이 자신의 계획을 꿰뚫고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이윤미는 그래도 이씨 가문 딸의 신분으로 협력에 대해 논의하려고 했다.만약 그것이 통하지 않을 때 다시 사적으로 회사 대표의 신분으로 얘기해 볼 속셈이었다.고현이 대단한 사람이라는 것을 이윤미는 잘 알고 있었다.그녀와 척을 지지 않았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이윤미의 앞날에 먹구름이 낄 것이 뻔했다.이윤미가 여러
전태윤의 뒷부분 말을 들은 소정남은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말하지 않으면 내가 얼마나 바쁘고 피곤한지 넌 모를걸. 약속 지켜. 네가 회사로 돌아오면 날 며칠 쉬게 하겠다고 약속했잖아. 네가 잊을 수 있으니 내가 계속 일깨워 주었을 뿐이야. 그리고 내년에 우리 효진이가 아이를 낳을 때 나에게 출산 휴가를 두 달 주기로 약속한 것도 잊지 마.”전태윤은 그를 꾸지람했다.“네가 아기를 낳는 것도 아닌데. 출산 휴가는 한 달이면 돼. 네 아내의 산후조리만 잘 돌보다가 바로 출근해. 게다가 너의 집에 사람들이 그렇게나 많은데 산후조리가 끝나면 굳이 네가 나서지 않아도 될걸. 내가 두 개월 휴가를 주는 것도 너무 길다고 생각하는데 적게 줬다고 생각하다니.”소정남은 바로 반박했다.“예정 씨가 아기를 낳을 때 네가 매일 회사에 돌아와서 평소처럼 일할 수 있고 예정 씨의 산후조리를 돌보지 않는다면 내가 출산 휴가를 한 달만 낼게. 내가 아기를 낳는 것은 아니지만 난 남편으로서 효진이가 날 가장 필요로 할 때 내가 반드시 곁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전태윤이 말을 이었다.“상황을 보면서 회사가 바쁘지 않으면 내가 3개월 휴가 줄게, 됐지?”처지를 바꾸어 생각하면 전태윤도 하예정이 출산하면 그녀의 옆에서 도와주고 싶었을 것이다.산후조리 때 특별히 잘 보살펴야 한다.소정남은 재빨리 말했다.“예정 씨, 들으셨죠? 태윤이가 저에게 출산 휴가 3개월을 주겠다고 약속했어요.”하예정은 웃으며 대답했다.“들었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증인으로 되어드릴게요. 태윤 씨가 반드시 약속 지킬 거예요.”심효진의 임신 기간이 하예정보다 길었기에 내년 5월쯤에 아기가 태어날 수 있을 것이다.이제 새해가 얼마 남지 않았으니 소정남도 그의 상사와 내년 출산 휴가를 미리 상의하고 있었다.소정남은 그제야 시름을 놓으며 일어나 전태윤에게 말했다.“그럼 난 먼저 돌아가서 일할게. 오늘 업무를 전부 처리해 놓아야 내일 휴가를 잘 보낼 수 있을 테니까.”이틀간의 휴가를 얻은 소정남은
“준하 씨와 소현 언니가 바래다주러 가셨어요.”소정남이 말했다.“온 지 이틀도 안 됐는데 벌써 가셨어요? 제가 음식 대접할 시간도 없었네요.”하예정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시간 있을 때 A시에 가서 식사 초대하면 되죠. 준하 씨가 이번에 관성으로 온 이유는 단지 용정이가 우빈이와 함께 놀게 하려는 것뿐이에요.”소정남은 전씨 가문의 대표 부인 앞에서 그의 고통을 호소했다.“제가 시간이 전혀 없었어요. 태윤이가 결혼 휴가를 내서 오늘에야 출근했는데... 제가 너무 바빠서 물 한 잔 마실 시간도 없었어요. 제가 태윤에게 말할 틈이 없었는데 내일 제가 휴가를 내야겠어요. 좀 이따가 태윤이가 동의하지 않으면 예정 씨가 저를 도와주셔야 해요. 제가 한 달 동안 푹 쉬지 못했거든요. 내일 휴가를 내는 것도 휴식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효진이와 함께 임신 검사받으러 가기 위해서예요.”하예정이 흔쾌히 대답했다.“좋아요. 태윤 씨가 정남 씨의 휴가를 허락하지 않는다면 제가 도와서 말씀드릴게요. 요즘 정말 수고 많으세요. 필요하시면 제가 태윤 씨에게 휴가 이틀 내주라고 설득할게요. 차라리 휴가 낼 필요 없이 내일 효진이와 함께 검사받으러 가세요.”전태윤 부부가 결혼식 후 편안한 신혼여행을 보내게 되었다. 비록 관성을 떠나지 않았지만,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행복한 생활을 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소정남이 전태윤의 업무량을 분담한 덕이다.이제 전태윤이 회사로 돌아왔으니 적절한 시기에 가장 바삐 돌아쳤던 소정남을 쉬게 해야 했다.소정남이 대답했다.“이틀 쉴 수 있다면 더없이 좋죠. 날씨도 추워졌는데 효진이가 샤브샤브를 먹고 싶어 하더라고요. 제가 줄곧 데리고 나갈 시간이 없었어요. 집에서 먹을 수는 있지만, 저의 사촌 누나가 자꾸 잔소리를 늘어놓으셔서 먹는다고 해도 효진이가 불편해해서 늘 나가서 먹고 싶다고 했거든요. 내일 함께 검사를 받고 저녁에 샤브샤브 먹으러 가야겠어요. 효진이가 임신한 뒤로 뭐 먹고 싶을 때마다 즉시 입에 넣고 싶어 하던데 예정 씨도 그
우빈은 형이 될 사람이기 때문에 동생들을 사랑할 줄 알았다.“내가 그렇게 연약한 사람이 아니야. 네가 서너 살밖에 안 되는데 무거우면 얼마나 무겁다고.”하예정은 웃으며 우빈을 안았다.우빈은 뚱뚱하지 않다.녀석은 정말 졸렸는지 하예정에게 안긴 지 2분도 안 되어 금세 잠이 들었다.30분 후, 차 두 대가 전씨 그룹으로 들어섰다.하예정은 전태윤에게 전화를 걸려고 생각했지만 고민 끝에 그를 놀라게 해주기로 했다.하예정은 전태윤에게 저녁에 퇴근할 때 데리러 오겠다고 했지만 언제 올지는 알려주지 않았다.지금 앞당겨 도착한 그녀는 갑자기 그의 사무실에 갑자기 나타나 서프라이즈를 해주려고 했다.심효진은 부부가 함께 지내면서 때때로 상대방에게 서프라이즈 해주면 부부 감정을 두텁게 해준다고 말한 적 있다.소설을 많이 본 성소현은 서프라이즈를 해주는 능력이 하예정보다 더 대단했다.하예정은 성소현에게서 이런 것들을 많이 배웠다.“사모님, 제가 우빈을 안아드릴게요.”경호원은 하예정의 품에서 우빈을 안아오려고 했다.그러나 하예정이 거절했다.“괜찮아요. 제가 안으면 돼요. 1층에서 기다리세요. 만약 볼 일이 있으면 먼저 가서 일을 보셔도 돼요. 태윤 씨가 퇴근하기까지 기다려야 하거든요.”그녀는 남편의 차를 타고 집에 가도 된다고 생각했다.경호원은 공손히 대답했다.“다른 개인적인 일은 없습니다. 큰 사모님을 보호하는 것이 우리의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하예정은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경호원들과 함께 회사 안으로 건물로 들어섰다.들어가는 길에 하예정을 본 직원들은 전부 예의 바르게 그녀에게 인사했다.하예정은 우빈을 안고 엘리베이터에 들어갔고 경호원들은 1층 귀빈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엘리베이터는 하예정과 우빈을 싣고 곧장 맨 위층으로 올라갔다.우빈은 너무 정신없이 놀고 피곤한지 아주 달콤하게 잠들었다. 아마 깨우지 않으면 어두워질 때까지 잘 수 있을 것이다.전태윤은 하예정이 일찍 도착할 줄은 몰랐다.전태윤의 비서가 대표 사무실 문을 두드리고
모연정도 맞장구쳤다.“맞아요. 용정은 가끔 혼자 놀 때 아무도 그를 보고 있지 않고 인기척을 듣지 못할 때 용정을 찾아가 보면 분명 사고를 치고 있는 거예요. 한 번은 녀석이 제 립스틱으로 바닥에 그림을 그렸다니까요.”성소현은 아이를 가져본 적이 없었다. 그녀가 가장 많이 접하는 아이가 바로 우빈이였다.성소현은 우빈이가 항상 철이 들고 귀엽고 총명하다고만 느꼈지, 이런 면이 있을 줄은 몰랐다.그녀의 눈에는 어린아이들이 전부 천사로 보였다.성소현의 친조카처럼 막 태어났을 때는 그다지 예뻐 보이지 않았지만, 지금은 갈수록 예뻐지고 있다.그녀는 친조카의 성장 다큐멘터리를 찍어준다며 매일 조카의 사진을 몇 장씩 찍어두었다.다만 눈물이 좀 많을 뿐이다.배가 고프면 울고 응가 해도 울었다. 말을 못 한 탓으로 아기는 입만 벌리면 울었다.모연정과 하예정은 잠시 아기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데 갑자기 예지호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쌍둥이가 깨어난 것을 보자 모연정은 일어나서 아들을 안으러 갔다.딸은 이미 예준성에게 안겨 있었다.예준성은 한 손으로 딸을 안고 다른 한 손으로 캐리어를 끌었는데 예준하가 그의 뒤를 따라다니며 말했다.“형, 내가 도와줄게. 내가 지연이 안아줄게.”예준성은 캐리어를 예준하에게 건네면서 말했다.“캐리어를 밖으로 끌고 나가서 차에 실어줘. 이따가 우리를 서원 리조트로 데려다줘.”그들의 개인 비행기는 서원 리조트에 주차되었다.예준하의 별장에는 예준하 부부의 개인 비행기를 주차할 수 있는 큰 공간이 없다.예준하는 입을 삐쭉 내밀면서 중얼거렸다.“지연이를 안고 싶은데 자꾸 캐리어만 끌게 하다니. 곧 돌아갈 거면서 지연이를 안지도 못하게 해. 살이 떨어지는 것도 아닌데.”중얼중얼하던 예준하는 결국 예준성을 도와 캐리어를 끌어갔다.예준성은 딸을 안고 하예정 자매에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모연정이 예지호를 안고 가까이 오기를 기다렸다가 모연정에게 말했다.“연정아, 가자. 용정은?”“밖에서 우빈이와 놀고 있어요. 나가서 불러오면 돼
하예정은 갑자기 점쟁이가 자신과 전태윤의 결혼을 지지하면서 두 사람이 행복하게 살 거라고, 아들딸을 낳을 거라는 말을 떠올렸다.만약 하예정이 딸을 낳으면 과연 잘 자랄 수 있을까?만약 전씨 가문의 어르신들처럼 딸을 낳아도 잘 키울 수 없다면 그녀는 아이를 낳지 않을지언정 아이가 자신의 앞에서 목숨을 잃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을 도려내는 고통을 느끼고 싶지 않았다.서원 리조트의 풍수에 문제가 있는 건가!그러나 점쟁이는 리조트의 풍수 문제가 아니라고 말했다.점쟁이는 서원 리조트의 풍수 구조가 사업과 자식들이 번창할 것이라고 말했다.“예정아, 왜 그래? 안색이 안 좋아.”하예정의 안색이 변한 것을 유심히 본 성소현이 걱정스레 물었다.“내가 전씨 가문에서 대대로 낳은 딸이 세상을 뜨는 일을 언급해서 그래? 걱정하지 마. 네 뱃속의 이 아이는 틀림없이 아들일 거야. 우빈이가 말했듯이 네 배 속의 아기는 남자 아기일 거야. 게다가 네가 딸을 낳았다고 해도 현재 의학이 발달하고 임신 중에 그렇게 많은 임신 검사를 받을 수 있어서 분명 건강하게 자랄 거야. 태윤 씨 조상들의 일은 옛날얘기잖아. 청나라 말기 때 의학 기술이 얼마나 뒤처졌는데, 감기에 걸리기만 해도 사람 목숨을 빼앗아 갈 수 있는 시기잖아.”고대 궁안의 생활도 아주 좋았지만 죽은 아기들도 얼마나 많았던가!말을 마친 성소현은 일부러 하예정의 어깨를 감싸며 계속해서 말을 건넸다.“너도 태윤 씨에게 딸을 낳을 만큼 그렇게 좋은 팔자를 가지고 태어나지 않았을걸. 너희들은 아들을 낳을 운명인 거지. 안 좋은 일은 생각하지 마. 너 놀란 것 좀 봐. 잘 들어. 내가 아기에게 준비한 선물들은 전부 남자아이 물건들이니까 꼭 아들을 낳아야 해.”하예정은 겨우 마음을 안정시켰다.아직 딸을 낳지도 않았는데,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로 걱정할 필요 없었다.게다가 점쟁이는 하예정이 아들딸을 낳을 운명이라고 했기에 그녀가 딸을 낳는다고 해도 반드시 건강하게 키워 안전하게 어른으로 성장할 것이다.혹은 둘째를 가
하예정은 바로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용정을 예준하 곁으로 먼저 보냈다. 예준성 부부는 관성에 온 뒤로 줄곧 예준하의 별장에 머물렀다.예준하의 집에 도착하여 용정을 모연정 부부의 손에 넘겨주고 나서야 하예정의 긴장했던 신경이 풀리기 시작했다.“아줌마, 저 여기서 좀 더 놀 수 있을까요?”친구들과 헤어져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우빈은 아쉬워하며 용정과 한 시간이라도 더 놀고 싶어 했다.우빈이가 입을 열었다.“용정이가 이번에 떠나게 되면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저랑 놀 수 있거든요.”하예정은 모연정을 쳐다보았고 모연정이 말을 건넸다.“저희도 짐을 정리해야 해서 30분 정도 있다가 집으로 갈 거예요. 두 아이를 30분만 더 놀게 해요. 용정도 우빈이와 헤어지는 것을 아쉬워하지만 이렇게 계속 놀게 할 수는 없잖아요. 너무 신나게 놀면 마음을 거두어들이기 어려워져요.”“그러게요. 정신없이 놀다 보면 자꾸 놀 생각만 하고 유치원은 가기 싫어질 거예요. 용정과 비교되지 않았다면 우빈은 아마 그의 사촌 이모처럼 강제적으로 차에 태워야 했을걸요.”성소현이 어렸을 때 유치원에 다니는 것을 꺼린 사실이 언급되자 모연정도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성소현은 예준성 부부를 배웅하러 왔는데 하예정이 그녀의 과거 이야기를 꺼내자 바로 얼굴을 붉히며 하예정을 가볍게 때렸다.“예정아, 너 정말 못된 것만 배운 거 아니야? 누가 어릴 때 유치원에 가고 싶었겠어?”하예정은 히죽히죽 웃었다.“저는 아마 가기 싫어한 적 없을걸요. 어쨌든 우리 부모님께서 내가 어렸을 때 유치원에 가기 싫어했다는 말씀하신 적 없었어요. 우리 언니도 말 한 적 없는걸요.”하예정은 유치원에 간 기억이 없지만, 하예진이 5살 연상이라 하예정이 유치원에 가기 싫어한 경험이 있으면 그녀에게 말했을 것이다.“우빈아, 얼른 놀아. 시간이 30분밖에 없어. 우리 모 아줌마를 배웅해 드려야 해. 그리고 이모부 회사로 가서 이모부가 퇴근하기를 기다렸다가 함께 집에 가서 밥 먹자. 오늘 실컷 놀고 내일부터 유치원에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