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운초는 담담하게 말했다.“이진아, 우리가 무슨 사이인 것도 아니잖아. 내가 누구와 만나든, 누구와 친하게 지내든 모두 내 자유야. 네가 날 많이 도와준 건 사실이지만 내 교제에 관여할 자격은 없지 않아? 난 널 그저 아는 친구로 생각할 뿐이야.”“아는 친구? 그냥 아는 친구일 뿐이라고?”전이진은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잡으며 말했다.“여운초, 너 지금 일부로 나를 피하는 것이 아니라고 장담할 수 있어? 내가 널 약혼녀로 생각하고 있다고 솔직히 말한 후부터 넌 나를 피하며 전화도 받지 않았어. 게다가 지금은 다른 남자와 알콩달콩 지내고 있는데, 일부러 그러는 거 아니야?”여운초는 여전히 평온했다. 그녀는 전이진의 손을 몸에서 떼어낸 후 카운터로 물러섰다. 카운터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으면 훨씬 안정감이 느껴졌다.겉으로는 담담해 보이지만 사실 지금 속으로 약간 당황하고 있다.그녀도 본인이 왜 당황하고 있는지 몰랐다.뭔가 전이진에게 미안한 일을 한 것만 같았다.하지만 둘은 연인 관계도 아닌데 이런 일로 미안하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다만 전이진의 분노를 느낄 수 있었다.“이진아,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여전히 이 한마디야. 내가 누구랑 만나든, 왕래하든 모두 내 자유야. 그래, 네 할머니가 나를 아주 맘에 들어 하셔서 날 너의 아내감으로 선택했다는 거 알아. 다만 날 약혼녀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단지 네 생각뿐이잖아? 나도 널 똑같이 약혼 상대로 생각할 거라고 착각하지는 마. 난 기껏해야 널 평범한 친구로밖에 생각하지 않아. 이때까지 도와준 건 고맙게 생각하고 있지만, 그 보답으로 밥을 사줬잖아. 그리고 널 피한 게 아니야. 그냥 휴대폰과 번호를 바꿨을 뿐이야. 널 피하고 싶었으면 지금 여기 있지도 않았어, 진작 가게 문을 닫고 떠났을 거야.”전이진은 그녀를 노려봤다.여운초는 눈이 보이지 않으니 그녀를 필사적으로 노려봤자 소용없었다. 어떻게 째려보든 그녀에게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심지어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줄도 모른다.“어젯밤 나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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