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이진은 꼬리처럼 형의 뒤를 따라 걸었다.전태윤은 참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 말했다.“할 말이 있으면 해. 거머리처럼 달라붙지 말고. 여운초 씨에게나 달라붙어 다녀.”굳이 형에게 달라붙을 이유라도 있을까?전이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형, 우리 사무실로 들어갈까?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그냥 여기서 해.”전이진은 웃기만 할 뿐 입을 열지 않았다.전태윤은 바로 하고 싶은 얘기가 사적인 얘기라는 것을 알아챘다.십여 분 후.전태윤은 사무실 의자에 앉아 전이진에게 물었다.“말해봐, 무슨 일인지.”“좀 쑥스러운 얘긴데... 난 항상 내가 형보다 사랑을 더 잘 안다고 생각했거든. 지금은 약간 발등 찍힌 느낌이야.”전태윤은 웃었다.“너희 모두 내 경험을 교재로 삼지 않았어? 신분을 숨기지 말자, 이상한 짓 하지 말자. 아니다, 넌 운초 씨가 보이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손수 너에게 꽃을 가져다 달라고 시켰었지. 길에서 사고가 날까 봐 걱정 안 되던? 뭐 사고가 나면 마음이 아플 건 너겠지만 말이야.”“그런 거 아니야. 운초는 익숙한 환경에서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거든. 노선 잘 익혀서 나중에 날 편히 찾아올 수 있게 하려고. 언제 신의에게 눈을 치료해 달라고 부탁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운초가 시력을 회복하기 전에 나와 관련된 일에 익숙해지도록 하려 한 거야. 나 운초에게 할머니께서 골라주신 아내감이라고 말했거든. 어젯밤에도 겨우 설득하여 함께 소정남의 약혼식에 참석하게 됐는데, 오늘 꽃가게에 찾아가니 안에 없었어. 분명 며칠 전부터 가게에 이사가 살았으면서... 전화를 해도 안 받아.”“음...”“어쩐지 날 피하고 있는 것 같아. 아까 출근 시간이 다 돼서 일단은 회사에 왔거든, 겸사겸사 형한테도 물어볼 겸. 형, 형수랑 갈등이 있을 때 어떻게 달랜 거야? 좋은 아이디어 있으면 좀 알려줘.”전태윤은 조금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갈등이라니? 나 네 형수랑 사이 아주 좋거든.”“알지, 둘이 사이좋은 거 알아. 예전에 말이야, 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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