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운초가 자신을 피가 날 정도로 물고 나서야 그는 비로소 그녀를 놓아주었다.다음 순간 그의 얼굴은 얼얼하게 아파 났다.여운초가 힘껏 휘두른 손에 전이진은 뺨을 한 대 단단히 얻어맞았다.그녀는 느낌으로 손을 휘둘렀던 것이다.전이진의 뺨을 때린 후 여운초는 책상 위에 놓여있는 물건을 아무거나 집어 들어 그를 향해 내리쳤다.전이진은 그녀가 자신을 때리도록 놔두었다. 어쨌든 아프지 않으니.다만 그녀가 지팡이를 움켜쥐고 그를 향해 때리자 전이진은 재빨리 뒤로 물러나 피했다.“운초야...”“나가!”이젠 여운초가 화를 내게 됐다.그녀는 화가 나서 얼굴이 붉어지고 눈에 눈물이 고였다.여운초는 전이진이 정직한 사람이라 자신을 괴롭히지 않을 거로 생각했다.하지만 이렇게 강제로 키스할 줄은 생각도 못 했다.눈이 안 보인다고 마음대로 괴롭히다니.열받아 죽을 지경이였다.“운초야, 나...”전이진은 자기가 충동적으로 잘못을 저질렀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자신의 무례한 행동에 대해 해명하고 싶어도 해명할 길이 없었다.“나가! 전이진, 너 당장 나가!”그가 말하는 소리를 듣고 지금 서 있는 방향을 확인한 여운초는 지팡이를 내던졌다.전이진은 민첩한 몸놀림으로 그녀가 던진 지팡이를 받았다.“알았어, 나갈 테니까 물건 던지지 마. 그러다 다쳐. 갈게, 당장 나갈게.”여운초가 화가 나서 당장이라도 미칠듯한 모습을 보이자 전이진은 얼른 지팡이를 들고 떠났다.그녀는 그의 발소리가 밖으로 향하는 것을 듣고 그가 차를 몰고 떠나는 기척까지 듣고서야 털썩 주저앉아서 손을 들어 힘껏 입술을 닦았다.“개자식!”여운초는 욕을 한마디 뱉었다.그러고는 눈물을 닦았다.‘울지 마!’그녀도 한입 물어 그의 입에서 피가 나게 했으니 그에게 복수한 셈이었다.여운초는 앞으로 다시는 전이진을 상대하지 않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했다.전이진이 그녀를 와이프로 생각했든 말았든 그건 그만의 생각이지, 그녀는 결코 그를 남편으로 생각한 적이 없다.‘무슨 생각으로 나에게 따지고 드는
혼자 서점을 지키던 하예정은 발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다. 전이진이 찾아온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하예정은 일어서서 카운터에서 나오며 물었다.“이진 씨, 무슨 일 있었어요? 입술도 얼굴도 왜 이렇게 부었어요? 누구랑 싸운 거예요? 진 거예요? 못 이기겠으면 나한테 도와달라고 하지 그랬어요.”하예정의 잇따른 물음에 전이진은 얼굴이 빨개졌다.싸움에서 진 거면 형수님에게 도와달라고 하라고?그의 싸움 실력은 하예정보다 훨씬 좋았다.“형수님, 이번엔 꼭 도와줘야 해요.”“당연하죠. 이 하예정의 시동생을 이렇게 때리다니. 이진 씨 형은 참을 수 있을지 몰라도 나는 못 참아요. 누가 이렇게 때렸는지 말해봐요. 내가 가서 혼찌검을 낼 테니까요.”하예정은 말하면서 의자를 전이진의 뒤로 끌어왔다.“일단 앉아서 천천히 말해요. 물 마실래요? 잘됐어요, 오랜만에 몸을 풀고 싶던 참이었어요.”하예정은 전이진에게 물을 따라주었다.전이진은 형수가 왠지 신이 난 듯한 모습으로 관심해 주는 모습을 보며 말했다.“누구랑 싸운 게 아니에요.”만약 다른 사람과 싸워서 진 거면 불러도 형제들을 불렀지 형수를 부를 리가 없었다. 비록 형수가 싸움 좀 할 줄 안다고 해도 말이다.하예정은 따뜻한 물 한 컵을 따라 전이진에게 가져다주고는 자신도 의자를 하나 끌고 와 맞은편에 앉아 관심 있는 얼굴로 바라보며 물었다.“말해봐요,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에요? 걱정 마요, 도와줄 수 있는 건 꼭 도와줄 테니. 이번뿐만 아니라 나중에라도 손해 본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찾아와요. 내 뒤엔 태윤 씨도 있는걸요. 겁먹을 필요 없어요.”하예정은 형수로서의 믿음직함이 있었다.시동생이 손해를 보기만 하면 바로 대신해 갚아줄 듯한 모습이었다.전씨 일가은 아홉째 도련님은 제일 똑똑했다. 그는 하예정을 처음 보자마자 뒤를 졸졸 따라다녔다. 그리고 큰형이 형수님의 말을 잘 듣는 것을 보고는 괴롭힘을 당하기만 하면 형수를 찾아가 고자질하곤 했다.전이진의 얼굴은 더 붉어졌다.형수의 흥취 가득한 모습
전이진과 여운초는 서로 안 지 얼마 되지 않아 이 정도로 발전하게 된 것에 하예정은 진척이 꽤 빠르다고 탄복했다. 동생은 남편보다 사랑에 대해 더 잘 아는 사람이라고 느껴졌다.“얼굴이랑 입술이 부은 것을 보니까 키스는 운초 씨 동의 없이 한 거네요? 그리고 운초씨가 뺨을 때린 거고요, 맞죠?”하예정의 눈은 흥미로움으로 가득 찼다.그녀는 경험해 온 사람으로서 전이진의 지금 모습을 보고 바로 짐작이 갔다.강제 키스를 한 것이라고.전이진은 여전히 얼굴을 붉히고는 말하지 않았다.묵인한 셈이었다.하예정은 바로 자리에서 일어섰다.“형수님. 저를 도와준다고 했잖아요.”전이진은 하예진이 그를 돕지 않으려 하는 줄 알고 긴장한 말투로 말했다.그에 하예정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말했다.“마음 가라앉히러 물 마시러 가는 거예요. 이진 씨 말에 좀 놀라서요.”“....”그녀는 따뜻한 물 한 잔을 따르고는 물을 마시며 걸어와 다시 전이진의 맞은편에 앉았다. 그리고 물을 마시며 전이진을 천천히 훑어봤다.전씨 일가의 가풍은 좋아서 누구나 교양이 넘쳐났다.이건 그녀가 시댁 식구들에 대한 평가이다.전이진은 차갑고 거만한 전태윤과는 달리, 너무 부드러운 사람은 아니지만 훨씬 온화했다.이 정도로 강하게 나올 줄이야... “형수님...”“이진 씨, 이 정도로 밀어붙이는 사람일 줄은 몰랐네요.”전이진은 얼굴이 빨개졌다.“그건 충동적인 행동이었어요. 너무 화가 나서 그만... 운초는 지금 제 전화를 받지도 않고 저와 만나는 것도 거부하고 있는데, 아까 가게에 가보니 마침 다른 남자와 친하게 지내고 있었어요. 그 남자가 다정하게 운초의 이마를 손으로 쓰다듬는 걸 직접 봤어요.”전이진은 여운초에게 강제 키스를 한 것이 잘못임을 알고 있었다. 정말 순간의 충동으로 행동한 것이다.정확히 말하면 질투였다.그 낯선 남자에게 말이다.그보다 더 잘생기지는 않았지만, 그에 못지않은 강한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는 걸 보면 사업에서 꽤 성공한 남자인 듯싶었다.“운초 씨에게 강
하예정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었다.전이진은 조심스럽게 물었다.“그러면 진실을 말하지 말았어야 했을까요? 할머니가 정해준 아내감이라는 사실을 알리지 말고 계속 속이는 편이 더 좋았을까요?”그는 하예정이 대답하기를 기다리지 않고 말을 이었다.“형처럼 속이고 있다가 들통나면 더 화낼까 봐 솔직히 말한 거였는데...”전이진은 형과 같은 고생을 겪고 싶지 않아 여운초를 속이지 않도록 노력한 것이다.‘솔직하게 말해도 안 되는 걸까?’“...그 뜻이 아니고요, 그렇게 바로 말하면 운초 씨가 순수하지 않다고 느낄지도 몰라요. 단지 할머니가 이진 씨에게 맡긴 임무를 완수하려고 그러는 거로 생각할걸요?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 봐요. 이진 씨가 운초라면 기분이 좋겠어요?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일 뿐이라고 생각하며 본인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잖아요. 아무리 여씨 일가의 큰 아가씨라지만 집안에서는 투명 인간이나 다름없는걸요. 그래서 다른 집안의 사모님들은 며느릿감을 찾을 때 운초 씨를 아예 고려하지 않아요. 게다가 시각장애인이니 더 자신감이 없을 거예요. 이진 씨와 아직 친하지도 않고 보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호감이 있더라도 한계가 있어요. 이때 사실대로 말하면 당연히 거리를 둘 수밖에 없죠.”전이진은 머리가 아프다는 듯 말했다.“하지만 할머니가 주신 임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접근한 건 사실이잖아요. 할머니가 자기 생각대로 선택해 줬고 전 이해가 안 됐지만 어차피 도망칠 수도 없는 일이라 접근하기로 한 거예요. 어차피 좋아하는 여자가 없으니 할머니가 누굴 택하면 누구랑 결혼하는 거죠.”하예정은 전이진을 흘겨보며 말했다.“이런 생각이면서 운초 씨에게 강제로 키스를 한 거예요?”“우리가 아무 사이도 아니라고 하니까 화가 나서 그만... 그렇지 않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어요.”하예정의 매서운 눈길에 전이진의 당당함은 점점 누그러졌다.“이진 씨는 운초 씨를 좋아하고 있어요. 질투 때문에 그런 행동을 한 거고요. 우선 먼저
하예정은 말했다.“그러면 된 거예요. 지금 당장 꽃필 무렵으로 가요. 뻔뻔하게 굴어서라도 제대로 사과해요. 할머니가 골라준 아내감이라는 말은 절대 언급하지 말고요. 이진 씨의 진심 어린 마음을 느끼게 해 줘요. 함께 심효진의 약혼식에 참석한 것을 보면 이진 씨에게 어느 정도의 호감이 있다는 걸 설명해요. 그러니까 운초 씨에게 임무 때문이 아니라 진심으로 좋아한다는 것을 보여줘요. 운초 씨도 언젠가는 이진 씨를 태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될 거예요.”전이진은 한참을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뜻인지 알겠어요.”“운초 씨는 눈이 보이지 않아서 매우 예민할 거예요. 조금이라도 자신을 싫어한다고 느껴지지 않도록 세심하게 배려해야 해요.”“싫어한 적 없었어요. 단 한 번도.”하예정은 그에 가볍게 응했다.전이진은 여운초가 눈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싫어한 적이 없었다. 단지 할머니의 지시에 따를 생각이었고 마음을 바로잡지 못했을 뿐이다.“그러면 지금 당장 운초를 찾아가 사과하겠어요. 나를 만나려 하지 않으면 용서할 때까지 가게에서 떠나지 않을 거예요.”전이진은 말을 끝내자마자 일어서서 가려 했다.하예정은 그에게 물었다.“먼저 얼음찜질로 부기를 가라앉힐래요?”전이진은 자신의 부은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얼마나 찜질해야 부기가 빠질지 몰라요. 어차피 운초는 내 모습을 볼 수 없으니까 괜찮아요. 마음 아파하지도 않을 텐데요 뭘.”그는 물컵을 내려놓으며 말했다.“형수님, 고마워요. 당장 꽃필 무렵으로 갈게요. 형에게 대신 휴가 좀 내주시겠어요? 직접 휴가를 냈다가는 혼날까 봐요.”이 일에 대해 하예정은 기꺼이 도와줬다.감정 적응기에 전태윤도 많은 일을 소정남과 전이진에게 떠넘겼었다.이젠 빚을 갚아야 할 때가 되었다.“앞으로 여자를 대할 때 더 신중해야 해요!”하예정은 한마디를 보탰다.전이진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한 번 한 실수는 두 번 다시 하지 않는 사람이다.“그러면 이만 가볼게요.”“그래요. 학생들도 곧 수업이 끝
전태윤은 이에 응하며 이어서 말했다.“점심 배달시키지 마. 도시락 가져다줄 테니까 같이 먹자.”하예정은 서점에 혼자 있었다. 전태윤은 아내가 배달 음식을 먹는 것이 마음이 아파 진작에 관성 호텔에 전화해서 음식을 주문해 경호원에게 가져오라고 했다. 점심에 음식을 가지고 서점에 가서 같이 점심을 먹을 생각이었다.“알았어요, 배달 안 시킬게요. 먼저 일하고 있어요, 학생들 수업이 끝나서 저도 바빠질 거예요.”하예정은 이렇게 한마디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전태윤은 통화가 끊긴 휴대폰을 보며 투덜거렸다.“안녕이라고 말할 기회조차 주지 않네.”하예정은 바빠지기 시작했고 전태윤도 하던 일을 끝내고 사무실을 떠났다.경호원은 방금 호텔에 가서 도시락을 가져오는 길이었다. 전태윤이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것을 보고 서둘러 마중 나갔다.몇 분 후, 전태윤의 차는 전씨 그룹에서 떠났다.10분 일찍 떠나 아직 길이 막히지 않아 곧 서점에 도착할 수 있었다.전태윤이 서점에 도착했을 때 하예정의 서점에는 여전히 물건을 사고 있는 학생이 있었다. 웬 학생이 하예정이 혼자 있는 것을 보고 물었다.“예정 언니, 며칠 동안 효진 언니가 안 보이는데 어디 갔나요?”학교 주변에서 서점을 운영하는 사장 중 젊은 사장은 하예정과 심효진뿐이라 학생들은 대부분 그녀들을 친절하게 언니라고 불렀다. 두 사람은 얼굴도 이쁘고 매우 친절해 학생들은 수업이 끝날 때면 하예정네 서점에 가는 것을 매우 좋아했다.“효진 언니는 오늘 중요한 일을 보러 가야 해서 시간이 없어. 아마 두세 달 동안은 내가 혼자서 가게를 지키게 될 거야. 왜, 효진 언니가 보고 싶어?”그녀는 돈을 계산하면서 학생들을 놀렸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할인을 해주었다.“그렇게나 오래요? 그러면 다음 학기에나 효진 언니를 만날 수 있겠네요. 당연히 보고 싶죠. 요 며칠 문을 안 열어서 엄청 보고 싶었어요. 이렇게 그리워한 것을 봐서 좀 싸게 해줘요.”“정말 우리를 보고 싶어 한 줄 알았잖아, 할인해달라는 거였네. 걱정 마,
하예정은 테이블을 깨끗이 닦았다.전태윤이 가져온 음식들을 보고 그녀의 마음은 꿀을 먹은 듯 달콤해 났다. 남편은 언제나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요리를 준비해 오곤 했다.“이진이가 와서 뭐라고 했어? 무슨 사고를 쳤길래?”전태윤은 아내에게 음식을 집어주며 호기심에 물었다.“운초 씨에게 엉뚱한 짓을 해버려서 제가 가서 사과하라고 했어요. 자신이 저지른 잘못은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고 말해줬어요.”하예정은 무슨 일인지 구체적으로는 말하지 않았다. 이 일은 전이진과 여운초의 개인적인 일인 데다가 전이진이 그녀를 믿기에 알려준 것이라 더 이상 말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 전태윤에게조차도 말하지 않으려 했다. 이후에 여운초가 시집오게 되면 전태윤을 보기 부끄러워할까 봐 걱정되었다.아내가 구체적으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전태윤도 예전에 아내에게 강제 키스를 한 적이 있었기에 곧 짐작이 갔다.하지만 아내의 생각을 눈치채고 더 이상 이 일에 관해 묻지 않았다.전태윤 부부가 점심을 먹고 있는 시간에 노동명은 퇴근 시간을 이용해 병원에 갔지만 하예진의 병실 앞에 한참을 서성이면서 들어가지 않았다.전씨 가문의 경호원이 물었다.“노 대표님, 들어가시겠습니까?”“아뇨, 예진이는 어때요? 좀 좋아졌어요?”“회복이 잘 돼서 이제는 침대에서 내려와 조금씩 움직이는 데 무리가 없는 것 같습니다. 지금은 퇴원하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하예진 모자의 하루 세 끼 식사는 박 아저씨가 사람을 시켜 가져오게 했다. 모두 영양사가 짠 식단에 따라 준비한 것이라 하예진의 건강 회복에 도움이 됐다.이경혜도 자주 보신 수프를 가져다주곤 했다.김은희도 자주 보내왔지만 매번 도로 가져가게 했다.오늘은 왠지 주씨 일가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그러면 됐어요. 모르는 사람은 들어가지 못하게 잘 지켜줘요.”노동명은 경호원에게 몇 마디 당부하고 돌아섰다.전씨 일가의 경호원들은 노동명의 거동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특별히 찾아와서는 병실에 들어가지도 않고, 하예진에게도 자신이 온 걸 알리지 않았다
윤미라는 고민 끝에 먼저 하예진을 보고 다시 친구를 만나기로 했다.그렇게 생각한 윤미라는 하예진의 병실로 향했다.전씨 가문의 경호원은 윤미라가 오는 것을 보고, 누군가가 먼저 병실에 들어가 하예진에게 보고했다윤미라가 가까이 왔을 때, 경호원은 그녀를 막지 않고 그녀를 도와 문을 두드린 후, 병실 문까지 열어주었다.“사모님.”숙희 아주머니와 다른 하인은 작은 홀에서 식사하고 있다가 윤미라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급히 도시락을 내려놓고 일어나서 공손히 인사했다.“식사하고 있었어요? 괜찮아요. 나 예진 씨 보러왔으니까 신경 쓰지 말고 천천히 드세요.”윤미라는 식사를 하고 외출했다.숙희 아주머니는 그래도 윤미라를 데리고 병실로 들어갔다.하예진은 이미 식사를 마쳤고, 천천히 먹고 있는 우빈에게 밥을 먹여주면서 말했다.“우빈아, 앞으로 밥을 이렇게 천천히 먹으면 안 돼. 유치원에 가면 혼자 밥을 먹어야 한단 말이야.”“엄마, 알겠어요.”윤미라가 들어오는 것을 본 하예진은 아들에게 그릇을 주고 혼자 먹으라고 하고 침대에서 내려왔다.“아직 상처가 회복하지 않았으니 앉아요. 어서 앉아요.”윤미라는 급히 다가가서 그녀를 누르며 침대에서 내려오지 못하게 했다.사실 그녀는 하예진을 며느릿감으로 맘에 들지 않았다. 하예진의 출신이 노씨 가문에 어울리지 않았고, 게다가 이혼녀에 세 살배기 아이까지 있었다.하지만 자기 아들을 구하기 위해 목숨까지 내걸었다는 사실에 윤미라는 크게 감동했다.“사모님, 이미 많이 좋아져서 가볍게 움직일 수 있어요. 상처 부위만 조심하면 돼요.”처음 2, 3일 동안은 상처 부위가 아파서 제대로 잠을 잘 수 없었다.하지만 요 며칠 동안 많이 회복되었다.“사모님, 식사는 하셨어요?”“먹었어요. 내 친구가 1층에 입원해서 온 김에 예진 씨 보러 온 거예요.”윤미라는 하예진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그녀의 얼굴에 시선이 멈추었다.“안색이 좋은 걸 보니 회복이 잘 되고 있나 보네요. 의사는 언제 퇴원할 수 있다고 해요?”“일주일만
이윤미는 제법 잘 꾸민 정군호가 젊어 보이면서도 멋져 보인다고 생각했다. 이윤미는 정군호가 이은화보다 십여 세 어린 여자를 껴안은 여자 사진을 보더니 혼자 중얼거렸다.“영감님이 젊었을 때는 보기 드문 미남이었겠네. 지금도 나이가 들었지만 잘 차려입으니 너무 잘생겼군.”어쩐지 이은화가 매우 엄격하게 다스리더라니.밖에서 아들이 준 돈으로 여자와 바람을 핀 사실을 이은화가 알아버린다면 이은화는 어떤 느낌일까?같은 시간, 관성.관성 호텔에서 서원 리조트로 돌아온 하예정은 방으로 돌아가 잠을 잤다.하예정은 여전히 너무 졸렸다.전태윤은 그녀와 함께 방으로 돌아갔다.하예정이 방에 들어가 바로 침대에 올라가서 자려는 모습을 본 전태윤은 침대에 다가가 앉더니 웃으면서 말했다.“졸리면 차에서 자도 되는데. 집에 도착하면 내가 안아서 침대에 눕혀줄 텐데.”“겨우 버티며 왔어요. 여보, 나 좀 잘게. 당신도 잘래요? 안 자면 서재에 가서 책 좀 보시겠어요?”전태윤은 그녀를 부드럽게 바라보며 말했다.“얼른 자. 난 안 졸려.”하예정은 눈을 감더니 이내 잠이 들었다.하예정이 몇 분 만에 달콤하게 잠든 것을 보고 전태윤은 몸을 숙여 그녀의 이마에 뽀뽀해 주었다. 그리고 손을 하예정의 평평한 아랫배에 올려놓으며 그녀의 귓가에 부드럽게 속삭였다.“예정아, 수고했어.”전태윤은 그 자리에서 잠시 앉아 있다가 다시 몸을 일으켜 침에서 나와 작은 서재로 들어갔다. 책상 위에 책들이 놓여 있었다. 그 책들은 임신에 관한 지식 책이었다. 전태윤은 이미 다 읽었지만 여러 번 반복해서 읽었다.전태윤은 책 한 권의 내용을 모두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하예정이 임신하기 전에 전태윤은 임신에 관한 지식에 관해 아무것도 몰랐다. 그러나 하예정이 임신한 후에는 비록 많은 사람이 전태윤을 도와 함께 하예정을 돌봤지만, 그는 여전히 직접 아내를 돌보고 싶었다.그리고 서점으로 달려가 임신과 관련된 책들을 많이 사고는 소정남을 찾아가 소정남이 산 책들이 자신이 산 책과 비슷한 것을
이윤정은 전호영을 언급할 때 마다 이를 악물면서 전호영이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고현을 빼앗아 갔다면서 욕설을 퍼부었다.“윤미 씨 아버지께서 바람난 일을 전호영 도련님께 맡겨보는 건 어떠세요? 전호영 도련님은 안팎으로 이씨 가문을 괴롭히거든요.”이씨 가문 사람들에게는 전호영이 적수나 다름없다.이씨 가문과 이경혜 자매의 관계, 그리고 이윤미가 관성 쪽에 대한 태도를 생각하던 방윤림은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방윤림은 아마도 이윤미가 관성 쪽의 사람들과 적수가 되지는 않을 것 같다고 여겼다.이윤미는 이씨 가문의 전임 가주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조사하려고 했다.방윤림은 만약 전임 가주가 이은화의 손에 죽었다는 증거가 나오기만 하면 이윤미가 더는 이씨 가문의 후계자가 되지 않을 것이며 또한 이씨 가문을 떠나 그녀의 작은 세계로 돌아가리라 추측했다.아니, 그녀가 반드시 원래 생활로 돌아갈 것이라고 확신했다.이윤미는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그렇게 연약한 사람이 아니다.사실, 이씨 가문에 돌아가기 전에 이윤미는 이미 사업에 성공한 젊은 여자였다. 이윤미의 양부모가 늘 그녀의 피를 빨아들이려는 생각을 알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 회사의 대표라는 사실을 계속 숨기고 있었다.이윤미는 사람들이 그녀를 연약하고 무능한 사람인 줄로 알게 하여 이씨 가문의 후계자가 이윤정일 수도 있으리라 추측하게 했다.그러나 이씨 가문의 철칙은 누구도 바꿀 수 없는 일이다.이윤정은 이씨 가문의 친딸이 아니기도 했고 또한 이윤정의 능력도 훌륭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윤정이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그녀가 이씨 가문의 친딸이 아닌 것이 밝혀진 이상 이씨 가문을 이어받을 자격을 잃게 될 것이다.이윤미가 말했다.“그럴 필요 없어요. 호영 씨도 이 사실을 알아 버린 이상 모른 체 하지 않을 거예요. 호영 씨는 원래 이씨 가문이 잘 되기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끼어들지 않아도 스스로 그 사실을 터뜨릴 겁니다.”“우리가 아무런 수를 쓰지 않아도 증거가 호영 씨의 손에 있는 이상 가만히 있지
아무튼, 그 여자가 어느 우두머리의 내연녀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정군호도 몰랐을 것이다. 아니면 그런 사람의 내연녀를 건드리지는 않았을 것이다.영상과 사진을 본 이윤미는 방윤림에게 메시지를 보냈다.[그냥 놔둬요. 제 카카오톡 기록도 삭제할 거예요. 제가 만약 저장해 두면 우리 어머니께서 돌아와서 저를 의심하게 되면서 제 휴대전화를 볼 수도 있으니까요.]방윤림이 회답했다.[제가 이미 저장했습니다. 윤미 씨는 식사하셨어요?”[먹고 있어요. 배달시켰거든요.]방윤림은 눈살을 찌푸렸다.[자꾸 배달 음식을 시키지 마세요. 회사에 식당도 있는데... 정 시간이 안 되면 미리 말씀해 주세요. 앞으로 제가 매일 요리를 해서 가져다드리겠습니다.]이윤미는 방윤림이 보낸 메시지를 보며 마음이 따뜻해졌다.이씨 가문에 돌아온 뒤로 이윤미는 고군분투했다. 아무도 그녀를 관심해 주지 않았다.이은화조차도 진정으로 이윤미와 한마음이 아니었다.이은화는 이윤미 혼자만의 어머니가 아니었고 오빠와 이윤정이 어머니이기도 했다.이윤정은 이은화의 앞에서 자연스럽게 애교를 부릴 수 있었지만, 이윤미는 그런 애교를 부릴 수 없었다.다행히도 방윤림이 이윤미의 곁으로 와주었다.이윤미는 방윤림이 그녀의 곁에 있는 의미를 깨달은 뒤로 그에 대한 믿음이 가족보다 더 깊어졌고 방윤림 또한 그녀를 많이 도와줬다.방윤림이 처음 이윤미의 곁에 왔을 때 이윤미에게 앞으로 누구든 이윤미의 곁은 떠날 수 있겠지만, 방윤림만은 이윤미를 떠나지 않겠다고 말을 한 적이 있었다. 방윤림이 이윤미 곁으로 파견된 그 순간부터 그는 죽지 않는 한 이윤미에게 충성하면서 떠나지 않겠다고 맹세했다.만약 방윤림이 죽는다고 해도 누군가가 재빨리 그를 대신할 것이기 때문에 이윤미의 곁에는 늘 충성을 다 하는 심복이 따라다닐 것이다.방윤림은 모든 것을 할 줄 아는 진정한 능력자였다.물론 요리 실력도 훌륭하기 때문에 그가 한 요리는 매우 맛있었다.이윤미는 타자속도가 너무 늦다고 느껴 음성통화를 걸었다.
고현은 전호영의 옷을 잡아당겼다.전호영은 그녀를 따라 걸으며 말을 했다.“이 대표님도 언제쯤이면 돌아오실지... 정말 이씨 가문의 이 재미있는 연극을 보고 싶네요.”고현은 전호영을 힐끗 쳐다보더니 말을 이었다.“설령 이 대표님이 남편이 밖에서 바람피우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더라고 밖에서 소란을 피우지 않고 정군호 씨를 데리고 가서 문을 닫고 난리 칠 거예요. 호영 씨가 보고 싶어도 볼 수 없을 거예요.”전호영이 한참을 생각해 보더니 말을 건넸다.“이윤미 씨가 있잖아요. 이윤미 씨가 이씨 가문 겉면의 평화를 깨뜨렸는데 윤미 씨의 아버지 스캔들을 숨길 수 있겠어요? 저는 믿지 못하겠어요. 윤미 씨도 쉽지 않은 사람이에요. 이씨 가문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기회를 보면서 이씨 가문의 도련님들을 한꺼번에 정리할 생각일 거예요.”“그 문제 덩이 사람들만 없다면 이씨 그룹에서 윤미 씨의 지위는 더 확고해질 수 있잖아요. 역시 이 대표님 친딸답네요. 자신의 가족들을 이토록 모질게 다루다니.”고현은 한참 말을 하지 않았다.그리고는 이윤미를 대신해 몇 마디 했다.“윤미 씨는 이씨 가문 여자들의 독기를 가지고 있지만 그래도 이 대표님과는 조금 달라요. 제가 장담하건대 윤미 씨는 윤미 씨의 오빠들을 최대한 이씨 그룹에서 쫓아내지 않을 거예요. 그들이 이씨 그룹에서 파벌을 만드는 것을 방지하고 사적으로 이득을 챙기는 것을 방지할 뿐이죠. 이 대표님처럼 가족들을 해치지는 않을 거예요.”전호영은 고현이 이윤미를 마음에 들어 하는 것을 보더니 더는 이윤미에 관한 나쁜 얘기를 이어가지 않고 화제를 바꾸었다.전호영 일행은 호텔에 들어간 뒤 전호영의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 층으로 올라가 프레지던트 스위트룸으로 갔다. 그 안에는 뷔페가 있었기 때문에 고현은 그녀가 먹고 싶은 음식들을 다 먹을 수 있었다.전호영은 정군호가 내연녀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고 싶어 몰래 사람을 시켜 정군호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게 했다.그리고 정군호가 내연녀를 데리고 룸에 들어가면 그들
그 뒤로 이윤미가 그녀의 오빠들과 내연녀들이 함께 있는 것을 보고는 차마 몇 명의 형수님들이 속고 있는 모습을 보다 못해 형수님들에게 알려준 것이다. 그 후로 이윤미의 오빠들과 형수님들이 말다툼하기 시작했다.여자의 입장에서 보면 고현은 이윤미가 잘했다고 생각했다.바람을 피운 사람이 자기 오빠라고 감싸면서 오빠들을 도와 형수님들을 속이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입장을 바꾸어 놓고 생각해 보면 자기 남편이 바람피운 사실을 모든 사람이 다 알지만, 본인만 모른다면 얼마나 괴롭겠는가!이때 전호영이 검은 눈동자를 반짝이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정군호 씨가 그렇게 멍청하지 않을걸요. 이 대표님께서 돌아오신다면 정군호 씨는 틀림없이 나가서 바람피우지 않을 거란 말이에요. 하지만 우리가 이 대표님을 도와야 한다고 봐요. 못 봤으면 그만이지만 우리가 현장을 목격했잖아요. 이 대표님을 만나면 알려줘야 해요. 어쨌든 우리 형수님의 이모시기 때문에 우리 형수님의 친척이나 다름없죠. 안 그래요?”고현은 전호영을 꾸지람했다.“호영 씨도 정말 나쁘네요. 이씨 가문에서 난리가 났으면 좋겠죠? 그런데 저도 호영 씨를 지지할 거에요. 이러고 보니 저도 좋은 사람은 아닌가 봐요.”“아니에요. 우리는 모두 좋은 사람들이죠. 정군호 씨가 무슨 짓을 벌였는지 보세요. 정군호 씨가 잘못한 것을 우리가 바로잡아준 거죠. 이 대표님을 위한 것이지 모함하거나 억울하게 만든 것은 아니잖아요.”“저처럼 일편단심인 남자는 정군호 씨의 이런 행동이 너무 부끄러워요. 만약 집안의 아내가 싫으면 이혼할 것이지... 이혼하기는 싫고 또 밖에서 예쁜 여자들이랑 놀고는 싶고... 두 마리 토끼는 다 잡을 수 없는 법이죠. 하늘 아래 어떻게 그런 좋은 일이 있겠어요?”전호영은 정군호가 젊은 여자와 바람을 피우는 영상을 찍었다. 그리고 하루 호텔도 카메라가 있었기에 정군호가 내연녀를 껴안고 호텔로 들어가는 장면이 꼭 찍혔을 것이다.전호영이 정군호에게 누명을 씌운 것이 아니었다.“이 대표님이 그토록 기가 센데
“저는 배려심이 깊은 신사에요.”고현은 웃으면서 그의 손을 잡고 차에서 내리면서 전호영의 신사다운 행동을 그대로 받아들였다.하지만 전호영이 고현의 손을 잡고 함께 호텔로 들어가려고 하자 고현은 거절했다.전호영의 안색은 이내 어두워졌다.사람들 앞에서 그녀는 시종 전호영과 연인처럼 행동하려 하지 않았다.고현이 말한 것처럼 그녀는 전호영을 충분히 사랑하지 않았다.두 사람이 앞으로나란히 몇 걸음 걷더니 고현이 갑자기 멈추었다.“왜 그러세요?”전호영이 물었다.‘설마 그녀를 짝사랑하는 여자들을 만났나?’전호영은 앞을 보았지만, 그녀를 짝사랑하는 여자들을 보지 못했다.“정군호 씨예요.”고현은 낮은 목소리로 한 사람의 이름을 말한 뒤 전호영을 잡아당겨 차 뒤로 숨었다. 그녀의 경호원 팀은 고현이 위험한 줄로 알고 본능적으로 최대한 빨리 고현의 앞으로 돌진하며 위험을 막으려고 했다.“얼른 숨으세요. 저를 막지 마시고!”고현은 나지막이 경호원 팀에게 말했다.고현이 누군가의 가십거리를 보고 싶어 했던 모양이다.고현은 선글라스를 끼고 검은 옷을 입은 늙은 남자를 가리켰다. 그 늙은 남자는 천가 같은 얼굴과 매력적인 몸매를 가진 여자를 껴안고 있었다.그 여성의 곁을 지나가는 남자라면 모두 참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 그녀를 몇 번 더 쳐다보았다.“저 남자는 이윤미의 친아버지이자 이 대표님의 남편인 정군호 씨예요. 그 옆에 있는 여자는 저도 잘 몰라요. 놀랍게도 밖에서 내연녀를 만나고 있었네요. 만약 이 대표님께 들킨다면 정말 정군호 씨를 죽여놓을지도 몰라요.”이은화의 남편이라는 말을 들은 전호영은 즉시 휴대전화를 꺼내 정군호와 내연녀의 동영상을 찍었다.그리고 말했다.“이 대표님은 우리 큰형의 결혼식에 가신 뒤로 계속 관성에 남아계시거든요. 아마도 정군호 씨는 이 대표님이 없는 틈을 타 바람을 피우고 있는 모양이네요”고현도 말을 이었다.“이 대표님께서 남편을 너무 엄격하게 단속하니까 정군호 씨도 아마 진짜로 바람 피우지는 못할 거에요. 기껏해야 지
고현은 사실 그대로 대답했다.“저는 어른이 된 후로 여행을 갈 시간이 없었어요. 바빠서 미치겠는데 언제 시간을 내서 놀러 가겠어요? 하지만 출장 다니면서 많은 곳은 가봤어요.”“신혼여행은 어디 가고 싶어요?”전호영이 그녀에게 물었다.고현이 한참을 생각해 보더니 말을 이었다.“저는 물이 맑고 공기가 좋은 산을 좋아해요. 조용하거든요.”“제가 잘 연구해서 산 좋고 물이 맑은 조용한 곳을 찾아볼게요. 한 달 동안 머물면서 우리 둘만의 세상을 잘살아 봐야죠.”알고 보니 고현은 산과 물이 있는 아름다운 곳을 좋아했다.전씨 가문의 서원 리조트가 아름다운 산과 맑은 물이 있는 곳이고 평소에도 매우 조용한 곳이었다.“서원 리조트를 좋아해요?”“좋아하죠.그럼 서원 리조트에서 신혼여행을 즐기려고요?”전호영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그건 아니고요. 그곳은 우리 미래의 집이고 신혼여행은 당연히 딴 곳으로 가야죠.”이때 고현이 자신을 스스로 비웃으며 말했다.“제가 지금 시집갈지 말지 고민하고 있는데 벌써 신혼여행에 관한 문제를 고민하고 있네요. 호영 씨와 함께하면 쉽게 호영 씨 의도대로 따라간단 말이죠. 저의 총명함과 자제력 모두 호영 씨 앞에서는 아무런 소용도 없다니까요.”“현이 씨가 아직도 이 일을 고민하고 있다니. 제가 아직도 부족한가요?”전호영은 자신이 고현을 오랫동안 쫓아다녔다고 느꼈다. 그는 모든 마음을 다해 진심으로 고현을 대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그에게 시집을 갈지 말지를 고민하고 있다.하여 전호영은 자신이 충분히 노력하지 못했다고 느꼈기 때문에 그는 자신이 어떤 방면에서 잘하지 못했는지 알고 싶었다.“아니에요. 충분히 잘하셨어요. 우리 데이트도 별로 안 하고 평소에도 일하느라 바빴던 것 같아요. 아직 결혼까지 할 정도로 감정이 깊지 않은 것 같아요. 사람들의 말처럼 하루 못 보면 일 년을 못 본 것 같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저는 몰라요. 그런 감정을 못 느낀다는 건 제가 호영 씨를 충분히 사랑하지 않는다는 뜻인 것 같아요. 어
경호원 팀은 그들의 전 대표님이 전호영에게 떠밀려 마이바흐 차에 들어가는 모습을 버젓이 보고만 있었다. 그리고 그 차는 곧 고씨 그룹을 빠져나왔다.고빈이 중얼거렸다.“호영 씨는 정말 내가 본 형부 중 가장 오만방자한 형부였어. 처남인 나에게 조금도 아부하지 않고 비위를 맞춰주지 않는다니.”고빈은 중얼중얼하긴 했지만, 두 사람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그들을 따라가지 않았다.만약 고빈이 정말 친형이 있다면 그는 전호영이 그의 친형을 해치게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꼭 따라갔을 것이다.하지만 그의 친형은 사실 여자였다. 그의 누나 고현은 시집가야 하는 여자였다. 전호영은 그의 누나와 어울리는 남자였기 때문에, 또 전호영이 고빈의 부모님께 고빈이 너무 방해한다고 고자질하면 안 되었기에 고빈은 더는 따라가지 않았다.지금 고씨 가문에서 전호영은 고현 남매보다 체면이 훨씬 섰다.“고빈 씨가 안 따라왔죠?”전호영은 차를 몰면서 조수석에 앉은 고현에게 물었다.고현은 돌아볼 필요도 없이 이내 말을 이었다.“고빈이는 입만 살아서 그렇지 정말 따라오지는 않을 거예요. 호영 씨가 우리 부모님 앞에서 고빈의 고자질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죠. 고빈은 저보다 10분 먼저 태어났지만 지금 정해진 여자친구가 없거든요.”“저도 호영 씨랑 짝을 지으니 저희 부모님의 눈길도 자연스레 고빈의 몸으로 옮겨졌어요. 호영 씨가 제 동생의 고자질하면 저희 부모님은 그를 욕하다가 결국 결혼 재촉 문제로 돌아가거든요. 제 동생은 결혼 재촉을 엄청 무서워하거든요.”고빈이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고정된 여자친구를 찾지 못한 일에 관해 고현도 마음이 조급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그녀에게는 전호영이 있었지만, 고빈의 짝은 아직 어디에 있는지...예전에는 고현은 고빈과 이윤미를 맞세워주려고 했지만, 고빈은 이윤미가 재미없다고 느꼈고 이윤미 또한 고빈에게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했다. 게다가 지금 이윤미 곁에 방윤림이 있었다.전호영은 빙그레 웃었다.“저도 항상 고빈 씨의 고자질하고 싶지 않아요.
전호영은 꽃다발을 안고 사무실로 들어갔다.퇴근 시간이었기 때문에 많은 직원이 밖으로 나가면서 전호영이 꽃다발을 안고 들어오는 보습을 보았지만 모두 이상하게 여기지는 않았다. 만약 전호영을 보지 못한다면 아마도 이상한 일로 여길 것이다.“전 대표님.”다들 마음속으로 아무리 전호영을 비웃을지라도 겉으로는 여전히 공손하게 대했다.전호영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곧 그는 고씨네 남매에게 다가갔다.“현이 씨, 퇴근하시죠. 제가 데리러 왔어요. 같이 밥 먹으러 가요. 자, 받아요.”전호영은 꽃다발을 고현 앞으로 내밀었다.고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제가 말했어요. 제가 꽃다발을 좋아하지 않는다고요. 매번 올 때마다 꽃다발을 사 오지 마세요. 제 사무실이 곧 꽃집이 될 것 같으니까요.”전호영은 심지어 하루에 꽃다발을 여러 번 선물한 적도 있었다.고현은 전호영이 보낸 꽃다발을 쓰레기통에 버리면 전호영은 보복으로 그녀에게 더 많은 꽃을 보냈다.고현은 자신이 이 남자에게 곧 먹혀 죽을 것만 같았다.“꽃병을 더 사서 사무실로 보내드릴게요.”“저를 꽃병이라고 비아냥거리시려는 거에요? 제 사무실에는 꽃병이 가득 놓여 있거든요.”전호영이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제가 잘못했네요. 다음에는 이런 꽃들을 보내지 않고 다루기 쉬운 꽃들로 보낼게요. 현이 씨 사무실에 있는 그 꽃병들을 집으로 몇 개 가져가면 사무실이 꽃병이 줄어들 거 아니에요.”옆에 서 있던 고빈이 말을 이었다.“우리 형은 꽃다발을 좋아하지 않지만 제가 무척 좋아해요. 저에게 주세요. 제가 이 꽃들을 저의 여성 지인들이게 줄 테니까요. 돈도 절약할 수 있으니 너무 좋을 것 같아요.”“고빈 씨는 아직 퇴근 안 하셨군요.”전호영은 꽃다발을 고현의 품에 안겨주며 자연스럽게 고현의 손을 잡았다.고빈은 일부러 과장되게 말했다.“설마 이제야 저를 보신 건 아니죠? 혹시 시력에 문제가 있으신 건 아니죠? 잘 고려해 보고 짝을 찾으셔야지 아니면 시각장애인을 고를 수도 있어요.”“그건 제 눈에 현이 씨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