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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편은 억만장자의 모든 챕터: 챕터 1351 - 챕터 1360

2581 챕터

제1351화

“우리가 걔를 전씨 일가에 시집보내고 싶다고 말처럼 되는 줄 알아?”여태웅이 말했다.“나도 싫어. 물론 운초가 내 동생 유일한 핏줄이라 평상시에 조금 더 신경 써주긴 했지만 내가 제일 사랑하는 건 그래도 우리 아들, 딸들이야. 어떻게 운초를 갑부 집안에 시집보내고 싶겠어?”“운별이는 전씨 일가에 시집보낼 생각도 하지 마. 턱도 없어. 다른 건 제쳐두고 우리가 전태윤 씨네 부부랑 원한을 맺은 것만으로도 그 집안 다른 도련님들이 운별이를 다 싫어할 거야. 게다가 운별이는 이제 고작 스무 살이라 결혼을 서두를 필요 없어. 급선무는 운별이를 구해내는 거야.”부부가 소파 앞으로 걸어가 앉았다. 추미자가 남편에게 물었다.“어떻게 구해요? 머리 숙여 사과도 했고 할 수 있는 건 다 시도했는데 아무 소용 없잖아요. 이미 사람 찾아서 중재해 주려고도 했는데 전이진 씨가 다 망쳐놨어요. 여보, 이진 씨가 공태민을 알아볼까요? 비록 다 같은 공 씨이지만 너무 먼 친척이라 만약 알아본다면 공씨 일가 사람들이 알아서 처리할 거예요.”“공태민은 공세호 어르신 일대에서 이미 먼 친척이 되었지만 돈이 많다 보니 공씨 일가에서 간신히 말이 서는 편이야. 전이진 씨는 알아보지 못했을 거야. 전씨 일가는 공씨 가문의 직계 친척과만 친하게 지내. 먼 친척은 알지 못할 거야.”“갈팡질팡하지 말고 일단 진정 좀 해. 어차피 그쪽에서 조사해 내도 경호원에게 밀면 돼. 내일 당장 그 경호원 관성에서 떠나보내.”추미자가 대답했다.“알았어요. 전이진 씨한테 들러붙겠다는 건 대체 어떻게 하려고요?”“전이진 씨가 운초를 구했으니 운초를 이진 씨에게 시집보내는 거로 괴롭혀야지. 전씨 일가에서 운초 같은 며느리를 절대 안 받아들일 거야. 그때 가서 상의하는 거지. 우린 오직 운별이만 건져내면 돼. 운별이를 건져내 준다면 우리도 더는 이진 씨한테 집착하지 말자.”“그 천한 년이 절대 안 도와줄 거예요. 걔는 운별이가 형을 선고받길 바라고 있다고요. 게다가 만에 하나 전씨 일가에서 그년 받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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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2화

이건 숙취 후의 두통이다.그녀는 두통을 참으며 휴대폰을 가져와 시간을 봤더니 어느덧 오전 열 시였다.“본인은 깨나면 나 홀로 방에 남겨두고 가면서 내가 먼저 깨면 버리느니 어쩌니 투덜대는 거야?”그녀가 혼잣말로 구시렁대고 있을 때 노크 소리가 들렸다.“똑똑.”하예정은 도우미인 줄 알고 바로 대답했다.“들어와요.”다만 문을 열고 들어오는 건 그녀의 언니 하예진과 조카 우빈이었다.“언니?”하예정은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이 시간대는 언니 가게가 아직 문 닫기 전이었으니까.“여긴 어쩐 일이야?”하예정이 침대에서 내려오려고 했는데 크게 움직이니 머리가 더 깨질 듯이 아팠다.하룻밤 잘 잤는데 왜 아직도 아픈 걸까?고작 몇 잔 더 마셨을 뿐인데.하예진이 다가와 침대 머리맡에 앉아서 그녀를 그윽하게 바라봤다.“머리 아파?”“아니, 전혀.”하예정은 웃으며 거짓말을 둘러댔다.“오늘 가게 문을 일찍 닫고 너 보러 왔어. 어제 얼마나 마신 거야?”“얼마 안 마셨어. 모임 있을 땐 술을 면하기 어려워. 그냥 몇 잔 좀 마셨을 뿐이야. 진짜 딱 몇 잔이야.”하예정은 언니가 항상 본인에게 술 단속하는 걸 알고 있다. 전태윤에게도 동생이 주량이 약해서 술을 물 마시듯 퍼마시지 못하게 지켜봐달라고 신신당부했었다.“제부가 너 술 많이 마셨다고 하더라. 집에 돌아와서도 계속 좋은 술이라고 주절거렸다며? 연회 장소에서 술을 면하기 어려워도 정도껏 마셔야지. 내가 몇 번을 말해?”하예진도 결혼 전에 일적으로 술자리에 많이 참석했는데 본인 주량을 알고 절대 과음하지 않았다. 술 마시는 장소에서 그녀는 항상 실수하지 않도록 정신을 다잡고 있었다. 괜히 딴 사람의 꾀에 넘어가면 안 되니까.“태윤 씨가 언니한테 고자질했어?”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하예진이 그녀의 이마를 가볍게 내리쳤다.하예정은 언니한테 찔린 곳을 어루만지며 나지막이 구시렁댔다.“하여튼 날 고자질하는 건 1등이라니까. 조금만 잘못해도 쪼르르 달려가서 언니한테 일러바치잖아. 난 어머님, 아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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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3화

하예진은 사실 가볍게 잡아당겼을 뿐인데 하예정이 일부러 큰소리로 외치며 언니가 마음 약해지길 바랐다.“우빈아, 얼른 이모 좀 구해줘.”조카에게 구조 요청을 보내자 의젓한 우빈이가 재빨리 침대로 기어올라 이모의 귀를 잡은 엄마 손을 떼어놓았다. 그러고는 이모 앞에 나서서 엄마한테 말했다.“엄마, 이모 아파요.”하예정은 조카를 와락 끌어안고 웃으면서 볼에 뽀뽀해 댔다.“이모가 예뻐한 보람 있네.”하예진은 또다시 동생의 이마를 쿡 찔렀다.“얼른 가서 씻고 옷 갈아입어. 내려가서 밥 먹어야지.”“알겠어요, 언니.”“왜 갑자기 존댓말이야? 내가 나이 들어 보여?”“아니, 그럴 리가 있겠어. 우리 언니 얼마나 젊은데. 18세 소녀 같아.”살아남겠다는 생존 본능, 만 렙은 될 듯싶다.하예진은 실소를 터트렸다.“나도 18세 소녀가 되고 싶은데 아쉽게도 난 관세음보살이 아니라서 영원히 그 나이에 머무를 순 없어. 오후에 차 뽑으러 가는데 시간 되면 같이 갈래? 아 그리고 제부가 우빈이에게 찾아준 선생님이 점심때 올 거야. 제부가 너한테 전하래. 점심 집에 와서 밥 먹고 오후엔 쉰대.”공세호 어르신이 일요일에 연회를 열어서 다음 날 적잖은 기업 대표들이 회사로 출근해야 했다.전태윤 도련님도 업무에 착실한 대표님이라 마찬가지로 출근하러 회사로 갔다.“그 무술 선생님?”“응.”하예정은 우빈이를 내려놓고 말을 이었다.“지금 바로 가서 씻을게. 오후에 나랑 함께 차 뽑으러 가자.”하예진은 아들을 안으며 동생에게 대답했다.“서둘러 그럼. 아래층에서 기다릴게.”“알았어.”하예진은 아들을 안고 동생 방에서 나왔다.이제 막 계단을 내려가려 하는데 마침 노동명이 박스 하나를 들고 들어왔다.그녀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노 대표님도 오늘 회사 안 나가셨나? 왜 예정의 집에 왔지?’그녀는 재빨리 정신을 가다듬고 우빈이를 안은 채 계단을 내려갔다. 노동명 앞으로 다가간 하예진이 활짝 웃으며 물었다.“대표님, 우리 제부한테 뭐 보내주러 왔나 봐요? 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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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4화

“안 그래도 태윤이가 나 깍쟁이라고 놀릴까 봐 두려워. 좀 더 비싼 자전거를 사줘야 하는데 고작 이런 것만 해주잖아.”노동명은 우빈이를 제 앞으로 끌어와 박스를 가리키며 말했다.“우빈아, 아저씨가 사준 자전거 어때? 마음에 들어? 우빈이 자전거 타고 싶어?”주우빈은 저녁에 엄마랑 집 아래에서 산책할 때 다른 어린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다녔던 장면이 떠올라 연신 머리를 끄덕였다.“네, 아저씨. 나 자전거 좋아해요.”노동명이 웃으며 말했다.“그럼 아저씨가 지금 바로 조립해 줄게. 다 조립하거든 함께 나가서 자전거 타자. 풍차도 사 왔어. 자전거 앞에 달면 우빈이 자전거 탈 때 바람 따라 풍차도 돌아갈 거야. 엄청 예쁘겠다.”우빈의 얼굴에 기대로 가득 차 있었다. 신난 마음을 감추려야 감출 수가 없었다.하예진은 노동명이 자전거가 2만 원 좌우이고 또 본인과 전태윤의 관계까지 들추어내니 더는 돈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내일부터 노동명이 가게로 아침 먹으러 오면 보름 동안 공짜로 토스트를 해줄 생각이었다.노동명은 박스를 뜯고 우빈이를 위해 자전거를 조립하기 시작했다.하예정이 아래로 내려오다 이 광경을 보더니 가볍게 웃었다.“동명 씨, 회사 안 나가도 돼요?”어젯밤 연회에서 노동명은 손은경과 꽤 친해 보였다. 둘은 나중에 함께 춤도 한 곡 췄고 윤미라는 입이 귀에 걸릴 것만 같았다. 자리에 함께한 사람들은 전부 눈썰미가 좋아 손은경이 윤미라가 찜한 며느릿감이란 걸 바로 알아챘다.그 뒤로 다들 노동명과 손은경을 부추겼다.하예정은 정말 생각 밖이었다. 전태윤이 집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노동명이 찾아오다니, 게다가 언니와 우빈이가 여기 있다는 걸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어제 너무 달려서 오늘은 집에서 좀 쉬려고요.”노동명은 또다시 똑같은 말을 반복했다.“우빈이 주려고 어린이용 자전거를 샀는데 태윤이가 우빈이 여기 있다길래 이리로 들고 왔어요.”노동명은 그녀에게 대답하며 함께 따라온 공구 상자에서 설명서와 공구를 꺼내 들고 자전거를 조립했다.우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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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5화

주형인이 전화기 너머로 말했다.“우빈이 이젠 세 살이야. 내 아들이기도 한데 화동이 어때서? 지금 우빈이랑 어디 있어? 월셋집 도착해서 한참 문 두드렸는데 아무 반응 없길래 전화한 거야. 지금 집 아니지?”서현주는 주형인 옆에서 그와 하예진의 통화 내용을 엿들었다.그날 형님과 대판 싸운 이후로 며칠 쉬었더니 서현주의 얼굴에 난 퍼런 멍 자국이 다 사라졌다.주형인은 또 그녀에게 스킨케어 제품을 두 세트 사주고 주얼리도 큰마음 먹고 한 세트 사준 후에야 겨우 그녀를 달랬다.그는 부모님과 누나에게도 얘기했다. 서현주랑 혼인신고도 했고 그녀도 진심으로 주형인과 잘살아 볼 생각이니 결혼식이 점점 다가오는 지금 제발 좀 서현주를 못살게 굴지 말라고, 인제 그만 신경 쓰지 말라고 간곡히 부탁했다.한때 하예진과 이혼한 건 부모님과 누나의 책임이 크다며 질책하기도 했다.“다들 내가 또 이혼하길 바라는 거예요? 예진이랑 이혼할 때 치른 대가를 생각해 봐요. 그래도 또 이혼시키고 싶으세요 다들? 나 또 이혼하면 사람들이 두 번 이혼한 남자라고, 내가 벌 받은 거라고 놀려대기만 할 거예요. 게다가 종일 이렇게 서현주랑 맞서 싸우며 바람 잘 날 없는데 대체 누가 나한테 시집오려 하겠어요? 다들 내 가족인데 왜 날 위해주지 못할망정 앞길만 망치려고 들어요? 내가 혼자 지내야 만족하시겠어요?”주형인이 이렇게 말한 후 요 이틀 부모님은 조용해지셨고 밥할 때 현주 몫도 해주신다.소란만 피우는 누나 주서인은 아빠에게 쫓겨났고 주형인이 결혼식을 치르기 전까지 관성에 발도 들이지 말라고 했다. 주형인의 결혼식 당일에만 참석하러 오라고 했다.“예진 씨한테 말해요. 우리 우빈이 데리러 간다고요.”서현주가 나지막이 말했다.오늘 아침 조깅할 때 그녀는 또다시 이름 모를 여자로부터 쪽지를 받았는데 빠른 시일 내로 방법을 생각해 하예진의 곁에서 주우빈을 떼어놓으라고 명령했다. 장소는 상관없으니 하예진의 곁에서 떼어놓기만 하면 그들이 알아서 우빈이를 서현주와 주형인의 손에서‘뺏어’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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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6화

주형인이 말했다.“우빈의 정장을 산다고 해도 애를 데리고 가서 사야 할 거 아니야. 내가 우빈의 사이즈도 모르는데 덜컥 샀다가 안 맞으면 어떡해?”하예진은 곧장 우빈의 사이즈를 알려줬다.“내가 말한 사이즈대로 사면 무조건 입을 수 있어.”“예진아, 너 지금 나랑 우빈이 못 만나게 가로막는 거야? 이혼할 때 분명히 말했지. 우빈이 보고 싶을 때 언제든지 볼 수 있다고. 지금 내 아들 보고 싶다는데, 애한테 새 옷 몇 벌 사주고 싶다는데 왜 안된다는 거야?”하예진은 아예 전화를 끊었다.서현주에게 의심이 생겨난 후부터 그녀는 더는 감히 주형인에게 아이를 보낼 엄두가 안 났다.주형인은 서현주가 누군가에게 이용당하고 있다는 걸 몰라서 고분고분 말을 잘 듣는다. 그녀가 우빈이를 결혼식 날 화동으로 쓰겠다고 하니 주형인은 고민 없이 바로 허락했다.그도 굳이 화동을 따로 찾을 필요 없이 제 아들을 세우면 될 거라고 여겼다.우빈이는 말도 잘하고 철도 들었으며 동년배보다 키가 커 화동으로 적합했다.주형인은 심지어 아들이 점점 더 멋지게 변해서 화동을 시키면 아빠인 본인도 면이 설 거라고 여겼다. 게다가 우빈이는 무려 전태윤의 외조카이다.“뭐래요?”서현주가 물었다.주형인은 휴대폰을 내려놓고 그녀를 쳐다보며 씩씩거렸다.“예진이가 내 전화 껐어. 날 점점 안중에도 안 둬. 내 전화 받고 싶으면 받고 끄고 싶으면 상의도 없이 꺼버려.”서현주는 주형인의 말이 실로 우스웠다.그는 전에 하예진 앞에서 양반처럼 지내서 그녀가 쭉 떠받들어줄 거라고 믿었다.“형인 씨 이젠 예진 씨랑 이혼한 지가 몇 달인데 아직도 적응 못 했어요?”“...”“예진 씨랑 우빈이는 그래서 지금 어디 있대요? 이리로 안 보내면 우리가 직접 가서 우빈이 데려와요.”주형인이 말했다.“예정이네 집이래. 걔 발렌시아 아파트에 사는데 우린 못 들어가. 예진이가 나 우빈이 데리고 정장 맞추러 가는 거 반대해. 우빈이 화동 시키는 건 되지만 아이 정장은 나보고 알아서 사래. 옷 사이즈도 다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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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7화

주형인의 낯빛이 확 어두워졌다.“우빈이는 내 아들이야. 영원히 내 아들이라고. 예진이가 나 아들 안 보여주면 소송을 다시 걸어서라도 아이 입양권 가져올 거야.”서현주는 주형인이 입양권을 가져오게 내버려둘 리가 없다. 그녀는 재빨리 남편을 다독였다.“형인 씨 지금 콜택시 해서 수입이 불안정해요. 우리 결혼도 코앞이고 결혼식 끝나면 신혼여행도 떠나야 해서 입양권 뺏어오는 데 불리해요.”그녀는 주우빈을 이용하고 싶을 뿐 아이를 키우려는 건 아니다.나중에 둘만의 아이도 생길 텐데 우빈이를 데려오면 그녀의 아이와 함께 아빠 사랑을 다툴 게 뻔하다.“예진 씨가 오늘 일찍 가게 문 닫고 예정 씨네 집으로 갔으니 우리 그럼 내일 좀 더 빨리 하루 토스트로 와서 우빈이 데리고 정장 맞추러 가요. 하루 미룬다고 달라질 건 없어요.”주형인이 씩씩거렸다.“하예정만 아니면 우리 둘 다 직업을 잃지도 않았어. 예진이가 이혼할 때 나누어 가진 2억 원을 금방이면 벌 수 있을 거로 여겼는데 이혼하자마자 우리 둘 다 직장에서 잘렸잖아. 이젠 일자리 찾기도 힘들어.”그래서 그는 콜택시를 하면서 돈을 벌고 있다.현재 수입은 전에 매니저 일을 할 때와 비교할 바가 못 된다.전에 한 달 월급이 보통 사람들의 연봉 수준이었는데 지금은...그의 가족들은 모든 게 하예진과 이혼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전에 연봉도 오르고 매니저로 승진해 사장님의 신임을 얻은 건 하예진이 남편을 승승장구하게 해주는 복이 있다고 했다.서현주는 남편에게 승승장구도 못 시켜줄뿐더러 재수가 바닥을 쳐서 그녀와 결혼한 뒤로 일자리도 잃고 수입도 끊겨서 모아뒀던 적금으로 겨우 생계를 유지한다고 한다. 게다가 하루하루가 바람 잘 날이 없다.하예진은 전에 자신의 적금을 깨서 신혼집 인테리어를 했고 진심으로 가정에 헌신했다.반면 서현주는 제 돈 아까워 일전 한 푼 꺼내지도 않아서 집안의 모든 지출은 주형인이 부담하고 있다. 그의 부모님은 그가 너무 피해를 본다고 하신다.하지만 이 모든 걸 초래한 사람이 바로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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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8화

서현주는 오늘 낯선 여자의 미션을 완성할 수 없어 상대가 친정 식구들을 해치는 건 아닌지 걱정됐다. 그래서 주형인과 함께 친정으로 내려가 볼 생각이었다.그녀의 친정도 시골에 있다.주형인은 처가에 가는 걸 썩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매번 다녀올 때마다 장모님은 몸이 여기저기 쑤시고 집에 이것저것 부족한 게 많다고 하시니 듣노라면 어쩔 수 없이 지갑을 열어 장모님께 용돈을 드려야 했다.그리 많이 주는 건 아니지만 갈 때마다 이러니 주형인은 기분이 썩 달갑지 않았다. 왠지 처가는 그를 현금인출기로만 여기는 것 같았다.다행히 서현주가 그를 진심으로 좋아하고 함께 잘살아 볼 생각이라 장모님이 거액의 예물 값을 요구할 때 확고하게 그의 편을 들어주며 몰래 호적을 훔쳐 와 주형인과 혼인신고를 했다. 그 뒤로 장모님은 더 이상 예물 값을 많이 요구할 수 없어 몇백만 원으로 낮췄다.비록 몇억 대에서 몇백만 원으로 낮추긴 했지만 관성 시골 사람들에게 몇백만 원의 예물 값도 높은 축이다. 일반인들은 부자가 아니니 재벌가와 비교할 수가 없다.한편 서현주네 가족은 예물 값을 받은 후 분명히 말해뒀다. 결혼식 날 서현주네 가족들 뷔페값은 주형인네 가족들이 물어야 한다고, 만약 안 물면 뷔페를 취소하고 한 무리 친척들을 데리고 주형인의 집으로 찾아가서 술상을 벌이겠다고 했다.주형인은 부모님과 상의한 후 서현주네 가족들 요구를 들어주기로 했다. 결혼식 날 두 집안의 식비는 전부 신랑 쪽에서 부담하기로 했다.예식장은 고급 호텔로 감히 정하지 못하고 수수한 레스토랑으로 정했다. 고급 호텔은 비용을 감당할 수 없으니.서현주네 집에선 딸에게 예단을 따로 준비하지 않았다. 신혼집 이불 세트 몇 개가 전부였다.서현주가 예단이 초라하게 느껴지면 남편 돈으로 알아서 예단을 준비하거나 혹은 그녀의 지갑을 열어 직접 준비하라고 했다.주 씨네든 서 씨네든 다들 서현주가 적금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주 씨네 가족은 서현주가 적금을 깨서 신혼집 리모델링을 하길 원했고 서 씨네 가족은 그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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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9화

“지금 날 호구로 보는 거야? 내가 돈이 엄청 많다고 생각하나 보지. 내 처지를 봐. 콜택시나 하고 있다고!”주형인은 하예진이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은 후 내내 기분이 잡쳐 있었다.그 바람에 서현주네 가족만 쉴 새 없이 원망했다.그녀도 부모님이 갖은 수법으로 돈을 요구하고 있다는 걸 잘 안다. 전에 그녀가 집에 돌아왔을 때 엄마가 친히 한 말이니까. 서현주는 월급의 절반을 집에 바칠 뿐 엄마가 더 많이 요구해도 돈이 없다며 단호하게 거절했다. 그 뒤로 그녀의 엄마도 더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하지만 주형인이 이토록 푸념하니 서현주도 기분이 언짢았다. 어쨌거나 부모 형제이고 한 가족인데 이런 식으로 말을 들으니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다.“우리 엄마, 아빠 그만 원망해요. 날 낳고 키워주신 분들이에요. 힘겹게 딸 키워서 당신한테 시집보냈다고요. 당신은 사위요. 사위는 절반 아들이라는데 병원비 좀 대주면 덧나요?”“당신 부모님은 돈 달라고 한 적 없어요? 그리고 그 인간쓰레기 같은 당신 누나, 파렴치함의 끝을 보이죠! 나 진짜 살다 살다 그렇게 뻔뻔스러운 형님은 처음 봐요. 시집간 지 십여 년이 됐는데 아직도 친정집 일에 간섭하다니!”“당신 부모님도 그래. 당신 누나랑 같은 편이잖아. 내 말 똑똑히 들어요 형인 씨. 내가 하도 형인 씨 사랑하니까 당신네 가족들 참아주는 거예요. 딴 여자라면 진작 도망갔다고요!”주형인은 차 시동을 걸었다가 그녀가 가족을 맹비난하자 또다시 브레이크를 밟고 반박에 나섰다.“우리 부모님이 나한테 생활비 받는 게 뭐 어때서? 너만 낳고 키워준 부모가 있고 난 없냐? 우리 엄마, 아빠는 나 키우느라 고생 안 했어? 사위도 절반은 아들이라고? 그래서 너희 부모님께 효도해야 한다고? 그러는 넌 이미 주 씨네 집안으로 시집왔어. 우리 집안 며느리란 말이야. 너도 우리 부모님께 효도해야지, 안 그래? 누나는 원래 그런 사람이야. 나 보고 어떡하라고? 그럼 누나랑 연 끊고 살아? 내겐 하나뿐인 누난데!”서현주가 말했다.“당신 지금 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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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0화

서현주는 참지 못하고 바닥에 주저앉아 얼굴을 파묻은 채 엉엉 울었다.한참 울고 나서야 자리에서 일어나 티슈를 꺼내 눈물, 콧물을 닦고 앞으로 걸어갔다.아직은 이혼할 타이밍이 아니다.덜컥 이혼해버리면 이름 모를 여자가 내린 임무를 완수할 수 없다. 그것이야말로 큰일이다!친정집 식구들은 어떡하라고?주형인은 그녀가 하예진한테서 뺏어온 남자인데 이렇게 끝내버리면 다들 그녀가 벌 받은 거라고 엄청 놀릴 것이다.서현주는 이를 악물고 속으로 되뇌었다.‘절대 머리 숙일 순 없어. 물러서지 마. 주 씨네 가족을 반드시 제대로 다스려야 해. 난 두 번째 하예진이 될 수 없다고!’주형인 부부가 대판 싸운 일을 하예진은 아예 몰랐다. 그녀는 단지 주형인의 말투가 꼴 보기 싫어 단호하게 전화를 끊었을 뿐이다.전남편 따위 더는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진심으로 우빈에게 옷을 사주고 싶다면 그녀가 아이의 사이즈까지 알려줬는데 왜 맞는 옷을 사지 못할까?어쨌거나 하예진은 그들 부부에게 우빈이를 절대 맡기지 않을 것이다.만약 그녀가 시간이 되면 함께 따라갈 순 있다.동물원 사건이 아직도 거대한 트라우마로 남아 그녀의 머릿속을 맴돈다. 생각만 하면 심장이 철렁 내려앉을 지경이다.감히 그 뒷일을 상상할 엄두조차 안 난다.하예정이 배불리 먹은 후 노동명도 우빈의 자전거를 다 조립했다. 아이는 신나서 당장 나가 자전거를 탈 기세였다.노동명은 아이와 함께 마당으로 나가 자전거를 태워줬고 하예진도 따라 나갔다.하예정이 마당에 나왔을 때 우빈이는 벌써 자전거 타는 법을 다 배우고 콘크리트 바닥에서 쌩쌩 달렸다. 노동명이 사준 풍차를 자전거 앞머리에 꽂아두니 바람 따라 뱅글뱅글 돌아갔다.실로 아름다운 광경이었다.온 마당에 주우빈의 즐거운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하예진은 휴대폰을 꺼내 영상을 찍었다.이때 노동명이 다가와 그녀와 나란히 섰다.“자전거가 클까 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딱 맞네. 조금만 더 컸더라면 우빈이가 페달에 발이 안 닿아서 못 탔을 거야.”“고마워요,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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