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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9화

Author: 고능비
“지금 날 호구로 보는 거야? 내가 돈이 엄청 많다고 생각하나 보지. 내 처지를 봐. 콜택시나 하고 있다고!”

주형인은 하예진이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은 후 내내 기분이 잡쳐 있었다.

그 바람에 서현주네 가족만 쉴 새 없이 원망했다.

그녀도 부모님이 갖은 수법으로 돈을 요구하고 있다는 걸 잘 안다. 전에 그녀가 집에 돌아왔을 때 엄마가 친히 한 말이니까. 서현주는 월급의 절반을 집에 바칠 뿐 엄마가 더 많이 요구해도 돈이 없다며 단호하게 거절했다. 그 뒤로 그녀의 엄마도 더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

하지만 주형인이 이토록 푸념하니 서현주도 기분이 언짢았다. 어쨌거나 부모 형제이고 한 가족인데 이런 식으로 말을 들으니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다.

“우리 엄마, 아빠 그만 원망해요. 날 낳고 키워주신 분들이에요. 힘겹게 딸 키워서 당신한테 시집보냈다고요. 당신은 사위요. 사위는 절반 아들이라는데 병원비 좀 대주면 덧나요?”

“당신 부모님은 돈 달라고 한 적 없어요? 그리고 그 인간쓰레기 같은 당신 누나, 파렴치함의 끝을 보이죠! 나 진짜 살다 살다 그렇게 뻔뻔스러운 형님은 처음 봐요. 시집간 지 십여 년이 됐는데 아직도 친정집 일에 간섭하다니!”

“당신 부모님도 그래. 당신 누나랑 같은 편이잖아. 내 말 똑똑히 들어요 형인 씨. 내가 하도 형인 씨 사랑하니까 당신네 가족들 참아주는 거예요. 딴 여자라면 진작 도망갔다고요!”

주형인은 차 시동을 걸었다가 그녀가 가족을 맹비난하자 또다시 브레이크를 밟고 반박에 나섰다.

“우리 부모님이 나한테 생활비 받는 게 뭐 어때서? 너만 낳고 키워준 부모가 있고 난 없냐? 우리 엄마, 아빠는 나 키우느라 고생 안 했어? 사위도 절반은 아들이라고? 그래서 너희 부모님께 효도해야 한다고? 그러는 넌 이미 주 씨네 집안으로 시집왔어. 우리 집안 며느리란 말이야. 너도 우리 부모님께 효도해야지, 안 그래? 누나는 원래 그런 사람이야. 나 보고 어떡하라고? 그럼 누나랑 연 끊고 살아? 내겐 하나뿐인 누난데!”

서현주가 말했다.

“당신 지금 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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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1360화

    서현주는 참지 못하고 바닥에 주저앉아 얼굴을 파묻은 채 엉엉 울었다.한참 울고 나서야 자리에서 일어나 티슈를 꺼내 눈물, 콧물을 닦고 앞으로 걸어갔다.아직은 이혼할 타이밍이 아니다.덜컥 이혼해버리면 이름 모를 여자가 내린 임무를 완수할 수 없다. 그것이야말로 큰일이다!친정집 식구들은 어떡하라고?주형인은 그녀가 하예진한테서 뺏어온 남자인데 이렇게 끝내버리면 다들 그녀가 벌 받은 거라고 엄청 놀릴 것이다.서현주는 이를 악물고 속으로 되뇌었다.‘절대 머리 숙일 순 없어. 물러서지 마. 주 씨네 가족을 반드시 제대로 다스려야 해. 난 두 번째 하예진이 될 수 없다고!’주형인 부부가 대판 싸운 일을 하예진은 아예 몰랐다. 그녀는 단지 주형인의 말투가 꼴 보기 싫어 단호하게 전화를 끊었을 뿐이다.전남편 따위 더는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진심으로 우빈에게 옷을 사주고 싶다면 그녀가 아이의 사이즈까지 알려줬는데 왜 맞는 옷을 사지 못할까?어쨌거나 하예진은 그들 부부에게 우빈이를 절대 맡기지 않을 것이다.만약 그녀가 시간이 되면 함께 따라갈 순 있다.동물원 사건이 아직도 거대한 트라우마로 남아 그녀의 머릿속을 맴돈다. 생각만 하면 심장이 철렁 내려앉을 지경이다.감히 그 뒷일을 상상할 엄두조차 안 난다.하예정이 배불리 먹은 후 노동명도 우빈의 자전거를 다 조립했다. 아이는 신나서 당장 나가 자전거를 탈 기세였다.노동명은 아이와 함께 마당으로 나가 자전거를 태워줬고 하예진도 따라 나갔다.하예정이 마당에 나왔을 때 우빈이는 벌써 자전거 타는 법을 다 배우고 콘크리트 바닥에서 쌩쌩 달렸다. 노동명이 사준 풍차를 자전거 앞머리에 꽂아두니 바람 따라 뱅글뱅글 돌아갔다.실로 아름다운 광경이었다.온 마당에 주우빈의 즐거운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하예진은 휴대폰을 꺼내 영상을 찍었다.이때 노동명이 다가와 그녀와 나란히 섰다.“자전거가 클까 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딱 맞네. 조금만 더 컸더라면 우빈이가 페달에 발이 안 닿아서 못 탔을 거야.”“고마워요, 대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1361화

    “대표님?”노동명이 눈도 깜빡이지 않고 빤히 쳐다보자 하예진이 의아한 듯 그를 불렀다.노동명은 정신을 가다듬고 웃으며 답했다.“매일 봐서 아무 느낌 없다가 방금 보니 살 엄청 빠졌네. 얼굴도 예쁘고, 손은경 씨 못지않아.”노동명은 문득 저 자신이 멍청해 보였다. 어떻게 하예진을 손은경에 비할 수 있지?하예진이 웃으며 말했다.“칭찬 고마워요 대표님. 저는 그저 평범한 얼굴이에요. 손은경 씨야말로 미인이죠.”“예진아, 은경 씨는... 우리 엄마 친한 친구 딸이야. 관성에 출장 왔다가 우리 집에서 지내는 거야. 엄마가 딸처럼 예뻐하셔. 너도 알다시피 우리 집엔 아들만 넷이라 딸이 없는 게 엄마의 평생 한이야. 그래서 여자아이를 유난히 더 좋아해.”“전씨 할머니가 증손녀를 간절히 바라시는 만큼 우리 엄마도 여자아이를 원하셔. 두 분 실은 똑같아. 손은경 씨는 나보다 조금 어려. 어릴 때 봤는데 그다지 인상이 없어. 우리 집에서 지내는 한 손님이니 나도 가끔 함께해주는 거야. 아니, 함께하는 것도 아니지. 난 그저 엄마랑 함께 연회에 참석했고 엄마가 손은경 씨를 데려와서 춤 한 곡 같이 춘 거야.”노동명은 본능적으로 어젯밤에 손은경과 있었던 일을 솔직하게 털어놨다.하예진이 그와 손은경을 커플로 부추기는 게 싫었나 보다.사실 하예진은 노동명과 손은경이 연회에 참석한 것도 몰랐고 함께 춤춘 건 더 몰랐다.하예정이 아직 언니에게 안 알렸고 알릴 기회도 없었으니까.눈 뜨자마자 언니가 왜 또 과음했냐며 나무랐고 그 뒤론 아래층에 내려가서 연회에 대해 얘기할 시간이 없었다.노동명의 말을 들은 후 하예진은 가볍게 미소 지었다.“사모님께서 손은경 씨를 무척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대표님 말을 들으니까 은경 씨랑 두 분 꽤 잘 어울리는 것 같은데요. 두 분 잘해봐요. 손은경 씨는 성격도 좋으시고 워낙 야무져서 사업에 성공할 여강자 스타일인 것 같아요.”노동명과도 아주 잘 어울릴 것 같았다.노동명이 솔직하게 말했다.“그건 그래. 손은경 씨는 여강자 스타일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1362화

    노동명은 말문이 턱 막혔다.“정말 내가 손은경 씨랑 잘 어울리는 것 같아? 은경 씨가 내 신분을 노린다는 생각은 안 들어?”“손은경 씨도 회사를 운영하는 분이에요. 게다가 집안에서 운영하는 회사 부대표직을 맡고 있는데 돈이 부족할까요? 대표님도 신분과 지위가 있지만 손은경 씨도 마찬가지예요. 절대 대표님 신분을 노린 게 아닐 거라고요. 두 분 잘되시면 최강 조합이겠네요.”하예진은 마치 괴물 보듯 노동명을 쳐다봤다. 그가 이런 질문을 할 줄은 미처 예상치 못했으니까.윤미라처럼 거만한 사람은 며느리에 대한 요구가 엄청 까다로울 테니 그런 분의 마음에 드는 여자라면 분명 우수한 사람일 것이다.“그러니까 내 말은 손은경 씨가 알고 있는 남자 중에 내 조건이 제일 좋아서 나랑 만나보려고 하는 거지 진심으로 내가 좋아서 그런 건 아니란 뜻이야. 내 얼굴에 난 칼자국을 싫어하지 않겠어? 무서워하지 않겠냐고?”하예진이 그를 쳐다보며 웃었다.“나중에 은경 씨를 사랑하게 되면 은경 씨가 먼저 얘기를 꺼내기 전에 대표님이 알아서 성형수술을 하실 거예요. 뒤뚱거리며 칼자국 없애러 갈 거라고요.”“예진아, 뒤뚱이란 말은 삼가 줄래? 나 펭귄 된 것 같잖아.”하예진은 순간 실소를 터트렸다.노동명은 사랑에 대해 꽉 막힌 사람이거나 혹은 여자에게 경계심을 가진 게 틀림없다. 손은경 같은 재벌가 따님에 사업도 잘하는 여강자도 의도가 불순하다며 의심하는 걸 보면 이성에 대한 경계가 이만저만이 아닌 듯싶다.여자에게 경계심을 잔뜩 세운 탓에 여태껏 솔로로 지냈겠지.‘하긴, 돈 많은 사람들 속셈을 나 같은 가난뱅이가 이해할 리 없지.’“엄마, 동명 아저씨.”이때 우빈이가 자전거를 타고 오며 그들을 불렀다. 자전거 앞머리에 꽂은 풍차가 뱅글뱅글 돌자 주우빈은 신나서 풍차를 뽑아 손에 들고 흔들었다. 결국 자전거가 뒤집히고 아이는 길옆의 풀숲에 자빠졌다.“우빈아.”다들 우르르 몰려갔다.키 큰 노동명이 다리도 길다 보니 제일 빨리 달려가 우빈이를 번쩍 안아 올렸다.녀석은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1363화

    전태윤의 전용차가 별장으로 들어왔다.차에서 내리기 전부터 우빈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그는 주차한 뒤 성큼성큼 하예정에게 다가갔다.하예정은 언니와 함께 조카가 우는 걸 달래다가 전태윤을 보더니 얼른 아이에게 말했다.“우빈아, 이모부 돌아오셨어. 너희 이모부 엄청 대단하셔. 자전거를 금방 수리할 수 있을 거야.”노동명은 자전거를 만지다가 하예정의 말에 한마디 덧붙였다.“우빈아, 너희 이모부 도움 필요 없어. 아저씨가 자전거 잘 수리해 줄게.”자전거가 뒤집히면서 살짝 고장났을 뿐이니 바로 수리할 수 있다.전태윤이 다가오자 우빈이는 얼른 두 팔 벌려 안아달라고 했다. 번쩍 안아 올리자 아이는 울면서 물었다.“이모부, 우빈의 자전거 고장 났어요. 고쳐줄 수 있나요?”전태윤은 하예정에게 티슈를 건네 달라고 했다.하예정은 재빨리 티슈를 건넸고 전태윤은 친히 아이의 눈물을 닦아주며 다정하게 말했다.“동명 아저씨가 이미 수리하고 있으니 걱정 마. 살짝 고장 난 거라 금방이면 다 고쳐. 울음 뚝, 우빈이는 사내대장부지. 이런 작은 일로 울면 돼 안돼?”아이는 눈물을 훌쩍이며 말했다.“근데 우빈이 속상해요. 울고 싶은 걸 어떡해요.”전태윤이 부드러운 말투로 물었다.“왜 속상해? 우빈의 자전거를 남들이 고장 냈어?”“아니요, 내가 손을 놔서 자전거가 뒤집혔어요.”“그럼 우빈의 문제잖아. 왜 속상한 거야? 이런 일로 자전거가 뒤집혔으니 앞으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겠다고 명심하면 돼. 자전거 타다가 작은 고장이 나서 우리 어른들이 대신 수리해 주는 것도 되지만 정말 수리할 수 없어도 우빈이는 울 필요 없어.”“우리가 못 수리하면 전문수리점에 맡기면 되잖아. 그분들은 기술이 좋아서 우빈의 자전거를 고칠 수 있어. 만약 그분들도 못 고친다면 그땐 새 자전거로 사면 되지. 울지 마. 어떠한 문제에 부딪히든 엉엉 우는 게 아니라 우선 먼저 해결책부터 찾아야 해. 운다고 문제가 해결되진 않아. 오히려 사람들이 우빈이를 약자로 봐. 무슨 일 부딪히면 울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1364화

    “만약 무술을 배우면 자전거를 더 잘 탈 수 있어. 우빈이 무술 배우고 싶어?”“네.”전태윤은 아이를 안고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검은 옷 남자에게 걸어갔다. 그는 가면서 우빈에게 말했다.“우빈아, 이모부가 우빈이를 위해서 선생님 한 분 모셔 왔어. 저 선생님이 우빈이한테 무술을 가르쳐주실 거야. 선생님 말씀 잘 듣고 무술 열심히 배워야 해.”다들 그제야 낯선 남자에게 시선이 쏠렸다.하예정이 언니에게 말했다.“태윤 씨가 우빈이한테 무술 선생님을 찾아줬어. 우빈이 몸도 튼튼해지고 앞으로 무술로 스스로 보호할 수 있게 말이야.”“제부가 신경 많이 썼네.”하예진은 감격에 겨웠다.지난번 동물원에서 뜻밖의 사고가 일어난 이후로 제부가 바로 얘기를 꺼냈고 하예진도 남자아이는 무술을 배워서 자신을 보호할 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노동명이 옆에서 한마디 끼어들었다.“우빈이 무술 배우고 싶으면 나한테 말하지. 내가 직접 가르칠 수 있는데.”“대표님은 업무가 다망한데 귀찮게 해드릴 순 없죠.”하예진은 속으로 생각했다.‘대표님이 우리 우빈의 무술 선생님 하면 돈 엄청 많이 들 텐데. 내가 아무리 돈을 벌고 있다고 하지만 아직 대표님 모실 수준은 아니야.’전태윤이 모셔 온 선생님은 전에 그들 형제에게 무술을 가르쳤던 스승의 아들이다. 비록 그들의 스승보단 대단하지 않지만 우빈이를 가르치기엔 충분한 실력이다.노동명은 업무가 다망한 걸 생각하며 가볍게 웃을 뿐 더는 말을 잇지 않았다.“처형, 오수혁 씨는 전에 우리 형제들을 가르쳐주신 오 선생님 아드님이에요. 무술 실력이 뛰어나서 지금 여러 무관을 운영하고 있어요. 이분께 무술을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엄청 많아요.”전태윤이 처형에게 오수혁 선생님을 소개했다.하예진은 서둘러 오 선생님께 인사드렸다.오수혁은 노동명과 비슷한 나이에 외모가 단정하고 건장한 체구를 지녔다. 첫인상은 매우 진지하고 엄숙해 보였는데 하예진이 인사하자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안녕하세요.”전태윤은 우빈이를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1365화

    하예진은 재빨리 우빈이를 끌어와 선생님께 인사시켰다.“선생님, 안녕하세요.”아이는 나긋한 목소리로 오수혁에게 인사했고 오수혁은 웃으며 인사에 응했다.요 녀석은 무술을 배울 자질은 보통이지만 너무 귀엽게 생겨 오수혁도 아이에 대한 인상이 매우 좋았다.“선생님, 안으로 드시죠.”전태윤과 하예정이 오수혁을 집안으로 모셨다.하예진은 우빈이와 노동명을 이끌고 따라왔다.“예진아, 오후에 차 뽑으러 가지?”노동명이 무심코 물었다.“네, 맞아요.”차 뽑을 생각에 하예진은 웃음꽃이 만개했다. 비록 값비싼 수입차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그녀 인생 첫 차이니 기쁘지 않을 수 없다.“나도 오후에 별일 없으니 같이 가.”하예진이 단호하게 거절했다.“아니에요, 대표님. 그냥 차 바로 가져오면 돼요. 복잡할 거 없으니 예정이랑 함께 가면 돼요.”노동명이 웃으며 말했다.“난 또 너 혼자 가는 줄 알았어. 예정 씨가 함께 가준다니 난 그럼 빠져야겠네. 너 처음 운전하는 거니까 꼭 조심해야 해. 그렇다고 또 너무 긴장할 필요는 없어. 적응하면 운전 실력 금방 늘어.”“저 운전면허 진작 땄어요. 전에 회사 다닐 때 회사에서 차 한 대 붙여줘서 운전 실력이 나쁘지 않아요.”노동명은 더 이상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일행이 집안에 들어와 이제 막 소파에 앉았는데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잠시 후 도우미가 걸어와서 하예정에게 깍듯이 말했다.“사모님, 손은경 씨가 찾아오셨습니다.”손은경?그녀는 냉큼 노동명에게 시선이 쏠렸다.노동명도 바로 눈치채고 그녀에게 물었다.“예정 씨 찾아왔다는데 왜 날 봐요?”하예정이 웃으며 답했다.“별 뜻 없어요.”그녀는 도우미에게 말했다.“들어오라고 해요.”도우미는 알겠다며 공손하게 대답하곤 자리를 떠났다.곧이어 손은경이 안으로 들어왔다.도우미는 그녀 뒤에서 대신 물건을 한가득 들고 왔다.하예정은 자리에서 일어나 손은경을 향해 활짝 미소 지었다.“은경 씨도 참, 그냥 오시지 뭘 이렇게 많이 사 오셨어요.”손은경도 가볍게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1366화

    ‘그럼 이제 나한테 달린 거네.’이때 도우미가 차를 올렸다.손은경은 찻잔을 들고 우아하게 한 모금 마셨다.하예정은 그녀가 들고 온 과자 박스를 하나 열어 맛보고는 맛이 괜찮다고 생각하여 다른 사람들에게도 맛보라고 했다.단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 전태윤은 아내가 손수 만든 것 외에는 단것이라고는 입에 대지도 않았다.노동명도 단 음식을 싫어하지만, 다른 사람의 체면을 위하여 보통 한두 조각 맛보곤 한다.손은경이 손수 만든 과자를 맛본 노동명은 그 과자가 의외로 질리지 않는다고 느껴져 한 조각을 더 먹었다.그가 두 조각을 연거푸 먹자 손은경은 눈길 속의 웃음기가 더욱 깊어졌다.그녀가 하예정을 찾아왔다고 말했지만, 사실 여기 있는 사람 중 오수혁과 우빈을 제외한 모두가 그녀가 노동명을 위해 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자신과 친하게 지내고 싶어 하는 태도를 하예정은 느낄 수 있었다.전태윤과 노동명의 친한 관계에, 만약 손은경이 앞으로 노동명과 한 짝이 된다면, 그들과도 만날 기회가 아주 많을 거로 생각한 하예정은 다정한 태도를 보였다. 이모도 전에 상류 계층의 사모님들을 절대 얕잡아 보지 말라고 말한 적이 있다.다른 사모님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많은 소식을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여러 사업도 성사할 수 있다. 전씨 가문 미래의 안방마님으로서, 남의 비위를 맞출 필요는 없지만, 가능한 한 남에게 미움을 사는 일은 피해야 한다. 사귈만한 사람과는 가깝게 왕래하고, 깊이 사귈 가치가 없는 사람과는 거리를 두면 그만이다.하예정은 이제 본인뿐만 아니라 전태윤, 심지어 전씨 일가를 대표하기도 한다.그녀는 속으로 늘 전씨 일가에 영광을 가져다주지 못할망정 발목을 잡는 일은 절대 하지 말자고 생각하고 있었다.“도련님, 사모님, 식사 준비가 다 되었습니다.”박씨 아저씨가 작은 목소리로 귀띔해 주자 부부는 아주 자연스럽게 모두에게 식사를 초대했다.전태윤은 원래 우빈에게 무술 선생님을 초빙하여 단독으로 무술을 가르쳐줄 생각이었지만, 오수혁은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1367화

    “말 타러 갈래?”전태윤이 차를 몰며 물었다.아내와 데이트하기로 마음먹은 그는 운전기사를 집으로 돌려보내고 자기가 직접 운전했다.그리고 경호차가 멀리서 뒤따랐다.“나는 말을 탈 줄 몰라요.”하예정이 성실하게 말하자 전태윤은 웃었다.“그럼 내가 가르쳐줄게. 지금 날씨는 춥지도 덥지도 않아 말타기에 딱 좋아. 우리 집 승마장으로 가볼까?”“당신 집에 승마장도 있어요?”“내 집일뿐만 아니라 당신 집이기도 하니 우리 집이라고 해야지. 우리 집 승마장에는 말을 많이 기르고 있어 승마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자주 우리 집 승마장에 가서 말을 타곤 해.”마장의 수입은 결코 적지 않다.전씨 일가의 마장에 가서 말을 타는 사람은 모두 부자니까.“넷째가 승마장 운영을 맡고 있는데 걔는 말을 자기 목숨처럼 아끼며 좋아하거든. 그래서 승마장 운영을 맡겼더니 잘하고 있어. 수익도 짭짤해.”하예정의 기억 속의 넷째 도련님은 웃는 것을 좋아하는 밝은 소년이다. 피부가 약간 검기는 하지만 아마도 승마장에서 자주 뛰어다녔기 때문일 것이다.“당신의 말을 들으니 정말 우리 집의 승마장을 한번 보고 싶네요. 이따가 내가 말을 잘못 타도 당신 나를 비웃으면 안 돼요.”“당연하지, 내가 당신을 데리고 천천히 탈 테니 걱정 마.”“알았어요.”하예정은 다시 하품하고는 눈을 감으며 말했다. “여보, 나 눈 좀 붙일 거니 도착하면 깨워 줘요.”“응, 그래.”“요즘 자꾸 졸음이 쏟아지는데 환절기 때문인지 모르겠어요.”그녀의 중얼거림을 들은 전태윤은 갑자기 차를 옆으로 세웠다.“왜 그래요?”그가 차를 세운 것을 알아차린 하예정은 무슨 일이 생긴 줄 알고 눈을 뜨고 몸을 바로 세워 밖을 쳐다보았지만, 아무런 이상한 점도 발견하지 못했다. 그녀는 왜 갑자기 차를 세웠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눈길로 그를 쳐다봤다.“당신 요즘 따라 피곤하고 잠도 많이 오고, 하루 종일 자도 자고 싶은 느낌이 들지 않아?”그녀는 곰곰이 생각하더니 말했다.“별로 피곤하지는 않아요. 다만 요즘 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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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아영이 홀로 관성까지 찾아온 것도 전이혁을 위해서였다.관성에서 그녀의 안전은 그의 책임이다.앞으로 도아영과 결혼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그녀는 할머니께서 정해주신 아내 후보였다. 혹여 도아영이 관성에서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도씨 가문에서 문제를 일으킬 것은 물론 전씨 할머니께서도 그를 혼쭐 내실 것이 분명했다.전이혁은 전태윤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태윤이 전화를 받자 전이혁이 조심스럽게 부탁했다.“형, 오늘은 형의 스위트 룸에서 하룻밤 자도 돼?”“안방만 빼고 다른 방은 마음대로 써.”전태윤은 거절하지 않았지만 안방 사용만은 허락하지 않았다. 평소 이곳에 머무를 때면 항상 안방을 사용했기 때문이다.“알았어. 고마워. 형.”“도아영 씨는 괜찮아?”“심하게 취해서 토하다가 물 달라고 하길래... 떠날 수 없어서 호텔에서 하룻밤 지내려고. 새벽에 아영 씨를 룸으로 데려다준 후 떠날 계획이야. 같이 묵었다는 사실을 알면 나에게 달라붙을까 봐 겁이 나.”전태윤이 잠시 침묵하더니 입을 열었다.“진심으로 도아영 씨와의 관계를 정리할 생각이라면 그렇게 하는 것도 좋아. 그분 명성을 망가뜨리면 안 되지.”전이혁은 머리가 지끈거렸다.“형, 사실 나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아영 씨는 정말 좋은 사람이이고 할머니의 눈썰미는 틀린 적이 없으셨지. 도아영 씨와 함께 지내보니 나랑 잘 맞는 것 같긴 한데... 왠지 그 ‘여우’랑 함께 있을 때가 더 편안하단 말이야.”“‘여우’라고?”“내 꿈에 자꾸 등장하는 그 여자 말이야. 별명이 ‘여우 같은 여자’거든. 화장을 잘하는 건지... 본명도, 고향도, 행적도 전혀 알 수가 없어. 신비로운 느낌을 주어서 나도 자꾸 정복하고 싶어져.”전태윤이 말을 이었다.“이름도 모르는 그 여자에게 마음을 빼앗기다니. 그분이 혹시 만성의 남씨 가문의 큰 사모님과 연관 있는 거 아니야?”만성 남씨 가문의 큰 사모님은 모연정의 사촌 형수이자 A시 허씨 가문의 둘째 아가씨인데 그녀도 이중생활로 유명한 인물이다.허씨 가문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205화

    “네.”우빈이는 전태윤의 말을 믿으며 다시 물었다.“이모부, 그 모기는 어디 갔어요?”전태윤은 자신의 손바닥을 펼쳐 우빈에게 보여주었지만 우빈은 모기를 찾을 수 없었다.“날아갔어. 이모부가 조금 늦는 바람에 잡지 못했어.”“그래요?”우빈은 그제야 이해했다는 듯 대답했다.하예정은 속으로 웃음을 터뜨렸다.우빈이가 아무리 영리해도 결국은 어린아이일 뿐, 어른을 이길 수는 없었다.“우빈아, 이모부는 일하러 가야 해. 우리도 집에 가자. 이모부한테 잘 가라고 인사해야지.”우빈은 바로 그의 작은 손을 흔들며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이모부, 잘 가요!”“집에 가서 빨리 쉬고 이모의 말도 잘 듣고. 이모를 귀찮게 하면 안 돼. 말 잘 들으면 겨울방학에 예진 리조트로 가서 용정이랑 놀게 해줄게.”우빈은 급히 약속했다.“절대로 이모 귀찮게 안 하고 말 잘 들을게요.”“여보, 빨리 일하러 가요. 우리도 갈게요.”하예정은 전태윤에게 일하러 가라고 재촉한 뒤 운전 기사에게 출발하라고 말했다.전태윤은 그 자리에 서서 차가 사랑하는 아내를 태우고 멀어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차의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자 비로소 자신의 차 쪽으로 발걸음을 돌렸다.전이혁과 도아영의 일에 대해서 전태윤은 한마디도 묻지 않았다. 도아영이 취하면 전이혁이 그녀를 방으로 데려다줄 것이니까.전이혁은 도아영을 그녀의 방까지 데려다주고 외투와 양말을 벗겨 준 뒤 편안한 자세로 눕혔다. 그리고 그가 떠나려던 참에 도아영이 갑자기 일어나더니 옆으로 토해버렸다.전이혁이 쓰레기통을 가져오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그녀는 이미 바닥과 침대를 모두 더럽혔다. 그는 이 광경을 보자 정말로 토할 것 같았다.흠... 전이혁도 토했다. 그는 입을 막은 채 급히 화장실로 달려가 정신없이 토했다. 그리고 한참 후에야 코와 입을 가린 채로 나왔다.도아영은 시원하게 토한 뒤 다시 침대에 철썩 누워버렸다.전이혁은 침대 반대쪽으로 돌아가 구토물을 보지 않으려 애썼고 최대한 빨리 도아영을 일으켜 안고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204화

    도아영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꿈나라에 들어가서 돌아올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다.“술 마시지 말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말을 안 듣더니 결국 취했네. 내일 아침이면 정말 고생할 텐데.”전이혁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도아영의 이마를 쿡쿡 찌르더니 체념했는지 그녀를 안아 들어 로얄 스위트룸 나섰다. 그러나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참! 난 도아영 씨가 어느 룸에 묵고 있는지 모르는데.'그는 걸음을 멈추고 도아영을 내려놓고는 한 손으로 그녀를 부축하면서 다른 손으로 핸드폰을 꺼내 하예정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예정은 금방 전화를 받았다.“형수님, 도아영 씨가 묵고 계신 룸 번호를 아세요?”하예정이 대답했다.“저도 잘 몰라요. 그냥 관성 호텔에 묵는다는 사실만 알고 있어요. 아영이가 취했어요? 잠깐만요. 제가 알아볼게요.”하예정은 고개를 돌려 남편에게 말했다.“여보, 아영의 룸 번호를 알아봐 줘요. 취했대요. 이혁 도련님이 아영이를 모셔다드리려고 하는데 룸 번호를 몰라서.”전태윤은 표정이 굳었다. 그는 마음에 내키지 않았지만 하예정의 재촉에 어쩔 수 없이 우빈의 손을 잡고 걸어 나갔다가 이내 돌아왔다. 그는 이미 전이혁과의 통화를 끝낸 상태였다.“알아봤어요?”“내가 이혁한테 이미 알려줬어.”전태윤은 여전히 표정이 굳은 표정으로 하예정에게 말을 건넸다.“아까 내가 물어볼 때 프런트 직원들이 나를 보는 눈빛이 마치 내가 바람피우는 거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더라고. 내 동생이 도아영 씨를 데려다주기 위해 그러는 거라고, 내가 대신 물어보는 거라고 설명까지 했어.”하예정은 그제야 이해했다는 듯 남편의 팔을 다정하게 끌며 달콤하게 웃었다.“설명했으면 그만이죠. 사람들이 뭐라 생각하든 우리 감정엔 아무런 영향이 없는걸요. 제가 의심하지 않으면 되잖아요.”“다음부턴 이런 일 나에게 시키지 마. 이혁의 일은 이혁이가 알아서 하게 내버려 둬. 내가 왜 도와줘야 해? 나도 예전엔 아무 도움 없이 오직 내 진심과 깊은 정으로 너의 마음을 얻었는데.”“알았어요.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203화

    전이혁은 침묵했다.도아영은 눈썹을 치켜들며 물었다.“왜요? 전이혁 씨는 그분을 보호하려고 이름조차 알려주지 않는 거예요? 안심하세요. 저는 공정하게 경쟁하고 싶을 뿐이에요. 수작 부릴 생각은 없어요. 저는 그런 건 못해요. 남자 하나 때문에 그럴 필요도 없고. 제가 이렇게 남자를 좋아한 건 처음이라서 한번 도전해 보는 거예요. 다른 남자였다면 그냥 양보했을 거예요.”도아영이 눈여겨본 건 전이혁이란 사람뿐만이 아니었다. 그녀는 전이혁의 뒤에 있는 전씨 가문이 마음에 들었다. 전씨 가문의 훌륭한 가풍은 소문이 자자했으니까.전씨 가문의 어르신들은 사상이 모두 개방적이어서 후손들이 무슨 일을 하든 언제나 지지해 주었다.심지어 반대한다고 해도 다른 집안 어르신들처럼 억지로 가로막지는 않았다.게다가 전씨 가문의 남자들은 특히 아내를 아끼기로 유명했고 한번 정한 인연과 결혼은 끝까지 지키고 있었다.이런 남자들이 흔치 않았다. 여자라면 누구든 한결같은 남자와 결혼하고 싶을 것이다.하여 도아영은 꼭 한번 도전해 보고 싶었다. 정말 안 된다면 그건 그녀와 전씨 가문의 인연이 아니라는 뜻일 것이다.애초에 노력도 안 해보고 포기한다면 나중에 분명 후회할 것 같았다.도아영은 평생 후회할 일은 하지 않으려고 하는 여자였다.전이혁은 여전히 말이 없었다. 그는 ‘여우’의 이름을 몰랐으니까. 마음의 절반을 뺏긴 주제에 정작 상대방 이름조차 모르고 있다니...도아영은 그가 연적을 보호하는 것으로 생각하며 약간의 질투를 느꼈지만 더는 따져 묻지 않았다.“전이혁 씨가 그녀를 보호할수록 저는 더 궁금해지네요. 도대체 누가 저 도아영을 이길 수 있는지. 근데 괜찮아요. 언젠가는 제 연적이 누군지 알게 될 거니까.”그녀는 전이혁에게 잔을 들며 말했다.“전이혁 씨, 자! 우리 한잔하죠.”전이혁은 잔을 들고일어나 몸을 기울여 그녀의 잔과 부딪혔다. 그리고 도아영이 단숨에 그 술을 들이마시는 걸 지켜보았다.도아영은 더 이상 전이혁과 사랑에 관한 주제에 관해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202화

    도아영은 요즘도 이런 식으로 자식들의 혼사를 정하는 어르신이 있다는 말을 처음 들었다.‘요즘은 연애와 결혼이 자유로운 시대인데 아직도 자식들의 혼사를 결정해 주는 집안이 있다고?’도아영은 곧바로 자기 집 안 어르신들을 떠올리더니 다시 묵묵히 조금 전의 의문을 거두어들였다.재벌 가문에서는 많은 혼사가 부모님들에 의해 결정되었고 대부분 어른의 뜻에 따라 이루어지곤 한다.그들에게는 결혼의 자유가 많지 않았고 가장 중요한 건 이익뿐이었다. 두 가문 사이에서 이루어진 혼인으로 인해 두 회사에 얼마나 큰 이득을 가져다주느냐가 가장 관건이었다.“그럼 전이혁 씨 할머니께서 왜 저를 선택하셨어요? 저는 할머니를 본 적도 없는데.”도아영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그녀는 전씨 할머니를 본 적이 없었다.아마 봤을지도 모르지만 그녀가 전혀 기억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하지만 전씨 할머니는 도아영을 유심히 관찰하고 알아본 뒤에야 전이혁의 미래 아내로 선택한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녀의 사진을 전이혁에게 건네주며 도아영에게 구애하도록 하게 한 것이다.“저도 모르겠어요. 할머니께서는 나이가 많으시지만 아직도 자주 돌아다니시니까. 우리가 감당하기도 힘들 정도로 말이죠. 다행히 할머니의 건강은 좋으시고 관리도 잘 되어서 겉으로 보기엔 예순 정도로 보이세요.“전이혁도 할머니가 어떻게 도아영을 선택하셨는지 모른다.도아영만 궁금한 게 아니라 고현과 여운초도 전씨 할머니께서 언제 그녀들을 눈여겨보셨는지 궁금해했었다.“그래서 저를 알게 되었고 저를 쫓아다녔던 거예요? 전이혁 씨가 저에게 한 행동이 애정 공세가 아니라고 하면 당신 스스로도 믿지 못하겠죠?”전이혁은 입술을 깨물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인정해요. 제가 당신에게 구애했다는 것을.”전이혁은 도아영이 꽤 괜찮은 사람이라는 것도 알았다. 모든 면에서 그와 잘 어울렸으니까.하지만...“그런데 왜 한동안 사라지고 저를 무시했어요? 일부러 관심을 끌려는 작전이었던 거예요?”전이혁은 입을 열지 않았다. 그는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201화

    전이혁에게는 아무런 선택의 여지도 없었다. 도망가려고 해도 너무 늦었다.그는 애써 침착한 척하며 자리에 앉아서 몸만 돌려 옆에 앉은 도아영을 돌아보았다. 전이혁의 깊고 검은 눈빛은 도아영이 그의 마음을 읽을 수 없게 했다.이때 도아영은 몸을 굽혀 천천히 전이혁의 얼굴에 가까이 다가갔다.두 사람의 거리는 점점 가까워졌고 전이혁은 그녀의 몸에서 풍겨 나오는 은은한 향기를 느낄 수 있었다. 도아영이 어떤 향수를 뿌리는지는 몰랐지만 강하지 않은 은은한 향기가 너무 좋았다.“전이혁 씨.”도아영은 그의 이름을 부드럽게 불렀다.“말해봐요, 듣고 있어요.”그도 마찬가지로 부드럽게 대답했다.“제가 한 가지만 물을게요. 지금 어떤 마음으로 저를 대하는 거예요? 저에게 잘해주는 게 저를 좋아해서 그러는 거예요? 저에게 애정 공세를 하면서 왜 또 저를 무시하는 거죠?”전이혁은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입술을 깨물더니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한 가지 물음보다 더 많이 물어본 것 같은데.”잠시 침묵이 흐른 뒤로 전이혁이 말을 이었다.“저도 제 마음이 어떤지 모르겠다고 하면 도아영 씨는 저를 나쁜 놈이라고 욕할 거죠?”그는 그녀에게 구애하고 싶었다.전이혁은 도아영이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할머니의 눈썰미가 결코 나쁘지 않다고 여겼다.하지만 그 ‘여자'가 없었다면 전이혁은 도아영을 사랑하지 않더라도 도아영과 함께 살아갈 수 있었을 것으로 여겼다.하지만 그 ‘여자'가 있었다. 그녀의 당당함, 대담무쌍함, 의협심, 기발한 성격, 고요할 때의 차분함과 활발할 때의 성격은 전이혁의 마음을 단단히 사로잡았던 것이다.그는 자신이 진정으로 그 ‘여자'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다.바로 그 ‘여우 같은 여자' 말이다. 도아영 같은 재벌가 따님이 아니라.도아영의 아름다운 눈이 반짝이며 전이혁이 명확한 대답을 해주지 못할 것임을 어렴풋이 느꼈다. 그녀는 몸을 일으켜 손을 주머니에 넣고 전이혁을 내려다보았다.전이혁은 잠시 당황했다. 그러나 순간 도아영의 동작과 표정이 마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200화

    “예정 언니, 벌써 다 드셨어요?”하예정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우리가 좀 빨리 먹는 편이긴 하지. 평일엔 일이 바빠서 먹는 시간도 쪼개 써야 하다 보니 빨리 먹는 버릇이 생긴 것 같아.”도아영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하예정은 우빈의 손을 잡고 남편에게 사인을 보냈다. 그렇게 세 사람은 로얄 스위트룸을 빠져나왔고 거기에 문을 닫아주는 센스까지 보였다.전태윤은 경호원들에게도 식사하고 휴식을 취하라고 지시했다.전이혁과 도아영은 이 모든 것이 하예정이 그들에게 특별히 남겨준 기회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 이제 로얄 스위트룸 안에는 전이혁과 도아영만 남았다.도아영은 와인잔을 들어 우아하게 음미하고 있었지만 시선은 전이혁에게 고정되어 있었다.‘역시 피할 수 없었군.'전이혁은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도아영 씨, 혹시 제게 하실 말씀이라도?”도아영은 대답 대신 잔을 기울이며 그를 바라만 보았다.‘정말 잘생겼어...'그녀는 전씨 가문의 남자들은 모두 잘생겼다는 소문을 들었다. 실제로 본 전태윤도 키가 훤칠한 미남이었지만 지나치게 차가운 인상에, 인사할 때 잠깐 마주친 뒤로는 도아영을 전혀 쳐다보지 않았다.오직 하예정만 바라보는 모습에서 ‘아내 바보'라는 소문이 사실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전태윤의 차가운 카리스마와 달리 전이혁은 훨씬 부드러운 인상을 풍겼다.전태윤 앞에서 전이혁은 성숙하지 못한 어린아이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지금처럼 단둘이 있을 때면 전이혁의 우수함이 빛을 발했다. 그는 도아영이 만난 남자 중에서 가장 뛰어난 인재였다.전이혁이 잘해줄 때면 도아영은 그에게 정말 빠져들 것만 같았지만 그녀를 소홀히 대할 때면 화가 치밀어 주먹으로 그를 한 대 패주고 싶을 지경이다.‘내가 무슨 애완동물도 아니고...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야 하는 애완견이야?'마음 내키면 그녀와 잠시 놀아주다가도 또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져버리는 그의 태도에 도아영은 서서히 분노가 끓어오르고 있었다.전이혁은 슬그머니 자리를 옮겼다.“전이혁 씨, 왜 자리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199화

    하예정은 두 사람 사이의 암투를 모른 척하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좋은 술 두 병 시킵니다. 저는 임신 중이라 못 마셔요. 우리 배 속의 아기 건강 생각해서라도 저는 술을 마시지 못하거든요. 태윤 씨도 술을 잘 마시지 않기 때문에 이혁 도련님이 도아영 씨랑 같이 마실 수밖에 없네요. 도련님, 아영 씨를 잘 모셔야 해요. 저와 태윤 씨가 있으니 도련님이 취해도 괜찮아요. 저희가 책임질게요.”하예정은 도아영에게 윙크했다. 도아영은 슬쩍 OK라는 사인을 보내며 자신 있다는 듯 웃었다.하예정은 그제야 도아영의 주량이 꽤 괜찮음을 눈치채고 안심했다. 하예정은 도아영이 전이혁에게 꼬치꼬치 캐묻다가 술에 취할까 봐 걱정하고 있던 참인데 도아영이 괜찮다는 사인을 보내니 그제야 시름을 놓았다.술과 여러ㅓ 요리가 나오자 도아영은 직접 전이혁의 잔에 술을 따라주었다.“자! 전이혁 씨, 건배하죠.”전이혁은 잔을 받지 않고 오히려 도아영의 잔을 가져다 테이블 위에 내려놓으며 말을 이었다.“도아영 씨, 공복에는 술에 취하기 쉬워요. 이 술은 독해서 마실 땐 괜찮다가도 나중에 훅 가버릴 수 있어요. 먼저 요리들을 좀 드시고 또 국물도 한 그릇 드세요.”그 말과 함께 전이혁은 도아영에게 국물을 떠주었다.“국물부터 드셔보세요.”도아영은 평소 국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전이혁이 떠준 거라 예의상 한 수저 떠먹었다.“하 대표님, 이 국물이 정말 맛있네요. 저 원래 국물을 잘 안 마시는데 이 국물은 진짜 맛있어요.”“그럼 많이 드세요. 우리 집은 항상 식사 때 국물을 준비하는 게 습관이에요.”하예정은 우빈에게도 국물을 떠주며 물었다. 식습관은 바꾸게 하기 어려운 법이다.도아영은 관성의 사람이 아니라서 관성의 식습관과 달랐다.국물을 마시기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이 국물이 맛있다고 평가하는 것을 보니 그 국물이 정말로 맛있었던 모양이다.“몇 살이에요? 동갑인 것 같은데.”“하 대표님이랑 같은 해에 태어났어요. 제 생일은 연말이라 하 대표님보다 몇 개월 어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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