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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21화

김예훈은 차가운 표정으로 김옥자 일행을 쳐다보더니 말했다.“다들 쓸데없는 말 끝나셨나요? 그렇다면 길 좀 비켜주실래요?”우현아는 김예훈이 무슨 일을 벌이려고 하는지 몰랐지만, 굳이 말리지 않았다.오히려 김옥자가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보더니 그의 옆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김예훈, 이곳은 네가 관여할 곳이 아니야. 그만하지? 내 비밀을 알고 있는 게 뭐 그리 대단해서? 이거로 충식 씨한테 겁주려고? 회장 자리에 오르는 걸 방해하려고? 꿈 깨!”김옥자는 우충식에 대해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가 회장직을 기필코 따낼 수 있을 거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우충식은 오늘 어떻게든 회장 자리에 오르려 할 것이고 방해하는 자는 모조리 죽여버릴 것이 뻔했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우충식이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조강지처마저 죽인 그는 이 순간 대결에 정신이 팔려 다른 일은 신경 쓰지도 않았다.잠시 후, 김예훈이 피식 웃더니 말했다.“내가 회장 자리에 앉지 못한다면 절대 못 앉는 거야. 그 자리는 내 것이거든.”김예훈의 말에 우현아는 멈칫하더니 한참 동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김옥자 역시 멈칫하긴 했지만 잠시 후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김 도련님께서 대단하시다는 건 알겠는데, 용문장 회장 자리는 아무나 오를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아무리 실력이 강하다고 해도 용문당 어르신을 제패할 수 있겠어요? 그럴 능력도 안 되면서 이방인 주제에 회장 자리에 오르려고요? 순진하긴!”김옥자는 김예훈한테 철저히 실망하고 말았다.전에는 신비롭고도 젊은 나이에 대단하다고 느꼈지만, 지금은 그저 운이 좋았던 녀석이라고 생각되었다.‘실력이 좀 된다고 잘난 척하긴?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아나 봐?’김옥자 일행들 역시 가소롭다는 듯이 김예훈을 쳐다보았다.‘회장 자리가 자기 것이라고?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이제 몇 시라고 벌써 헛된 꿈이나 꾸고 있어? 망상에 젖어 잘난 척하는 사람은 딱 질색이야.’‘능력이 좀 된다고 해서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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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22화

링 위.오정범이 손에 쥐고 있는 당도에서 불빛이 반사되자 맞은편에 검을 쥐고 있던 용문제자들은 가슴에서 피가 뿜어져 나오면서 전부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엄연히 대결이었기 때문에 승부를 가린다는 것은 생사를 가리는 것과도 같았다.연속으로 다섯 판이나 패배하고 이제 겨우 마지막 비장의 카드만 남게 되었지만 우충식은 전혀 낭패하지 않았고, 오히려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오정범을 호시탐탐 노리더니 손을 번쩍 들었다.샤삭!이때 2미터 가까이 되는 누군가의 그림자가 통로를 벗어나 링 안으로 뛰어들었다.“다음 순서는 오정범 씨와 송성민 씨의 대결입니다!”송성민이라는 이름이 들려오자, 현장은 들끓기 시작했다.우충식의 제1장군이자 부산 용문당의 제1 맹장인 그는 부산 용문당 내부에서 명성이 높았다.산속에서 수련을 마치고 이제 막 돌아온 것이다.사회자의 소개와 함께 송성민은 하나의 도끼를 든 채 무대 위로 뛰어 올라갔다.한 마리의 곰과도 같이 근육질 몸매에 커다란 키를 지닌 그는 특유의 위압감을 뿜어냈다.워낙 흉악스러운 사람이라 소문에 의하면 엄동설한에 맨손으로 승냥이 떼마저 때려눕혔다고 했다.부산 용문당에서 진윤하만 없었더라면 그가 제1인자로 남았을지도 몰랐다.아무리 진윤하라고 해도 송성민을 무조건 이길 수 있을 거라는 보장은 없었다.이 순간, 송성민의 포악스러운 모습을 지켜보던 우충식 일행은 그가 무조건 손쉽게 승리할 거라고 믿고 있는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김예훈 역시 이 장면을 보더니 흥미진진한 표정을 지었다.대한민국 서북쪽에 있는 마오국 사람들은 전투 민족이라 태생이 이런 포스를 풍겼다.유라시아 전쟁에서 이런 사람을 많이 만나보았지만, 대한민국에서는 드물었기 때문에 그가 도대체 어떤 실력을 갖추고 있는지 많이 궁금했다.송성민은 그저 정자세로 두 손에 도끼를 들고 있었을 뿐이었지만 그 포스가 어마어마했다.“칵! 퉤!”오정범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더니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뱉어냈다.건들거리는 표정은 온데간데없이 진지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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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23화

“죽어!”이때 갑자기 송성민의 포효소리가 파도처럼 밀려오자, 현장은 쥐 죽은 듯 고요해졌다.사회자는 눈앞이 어두워지는 느낌과 함께 피를 토해내면서 그 자리에 쓰러질 뻔했다.김옥자 일행마저도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버렸고, 그중에는 바지에 오줌을 지린 사람도 있었다.진윤하와 최산하는 송성민이 강한 줄 알았지만, 이 정도로 강할 줄 몰랐는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이와 반면, 우충식은 그저 흐뭇하게 지켜볼 뿐이었다. ‘송성민이 기승을 부릴수록 나한테 능력 있는 부하가 많다는 것을 설명하겠지? 그러면 회장 자리에 가장 어울리는 사람 역시 나일 것이고.’기가 꺾인 오정범은 당황하면서 마음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이때 송성민은 이 기세를 몰아 바닥에 도끼를 끌면서 앞으로 다가왔다. 심상찮은 포스를 보니 오정범을 죽여버리고 싶은 모양이었다.촤라락!오정범은 별다른 선택 없이 허리춤에서 당도를 꺼낼 뿐이었다.칼부림이 빨라 보이긴 해도 웅장하고도 힘이 넘쳐나는 송성민을 마주하자니 별로 승산은 없어 보였다.사람들은 이미 오정범이 패할 거라고 예상했고, 심지어 우충식의 열혈 팬들은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손뼉을 치기도 했다.“좋아!”샤샤샥!당도에서 반사되는 눈 부신 불빛과 함께 오정범의 당도는 송성민의 미간을 겨냥하게 되었다.송성민은 멈칫하긴 했어도 별로 큰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빠직!진윤하 등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순간, 오정범 수중에 있던 당도가 두 동강 나고 말았다.‘오정범이 패했다고?’현장은 고요함도 잠시, 뒤이어 우레같은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다.오정범이 아무리 막강하다고 해도 용문자제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를 아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5연승으로 용문제자들의 기를 꺾어놓긴 했어도 결국 송성민에게 패할 줄 몰랐던 것이다.곳곳에서 들려오는 함성과 함께 오정범 편마저도 자기도 모르게 손뼉을 치게 되었다.송성민의 전력은 용문제자 젊은 층 중에서도 손꼽히는 실력이었다.오정범은 한숨을 내쉬더니 당도를 주워 링에서 뛰어내렸다.송성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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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24화

“김예훈, 5연승 한 오정범마저도 송성민한테 한 방에 무너진 거 못 봤어? 얼마나 강한 상대인지 안 보여? 충식 씨가 용문당 회장이 되는 것은 이미 정해진 일인데 뭐 어쩌려고? 말리려고? 네까짓 게 그럴 자격이나 된다고 생각해?”김옥자 일행은 김예훈을 가소롭게 쳐다보면서 비웃기만 했다.‘어디서 튀어나온 놈이길래 송성민 실력을 보고도 링 위에 올라서려고 그래? 그럴 자격이나 된다고 생각하나? 정말 웃겨!’김예훈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사모님, 저와 내기 한판 하실래요?”“응?”김옥자가 멈칫했다.“제가 뺨 한 대로 송성민 씨를 날려 보내지 못한다면 오늘 이곳을 기어서 나갈게요. 반대로 제가 해낼 수 있다면 사모님이 이곳을 기어서 나가는 거예요. 어때요?”김예훈은 마치 자기와 상관없는 일인 것처럼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너...”김옥자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김 도련님, 당신이 능력 있다는 건 알겠는데 그 정도 능력으로는 잘난 척할 자격이 없을 텐데요? 현아가 당신 같은 남자를 왜 좋아하는지 정말 이해가 안 되네요. 그깟 능력을 믿고 이 정도로 잘난 척하다니. 정말 눈에 뵈는 게 없을 정도로 자신이 대단한 줄 아세요? 뺨 한 대로 송성민 씨를 날려 보내겠다고요? 송성민 씨의 공격을 피해 살아남기만 해도 무릎 꿇고 할아버지라고 불러드릴게요. 저를 살려주신 점을 봐서라도 이렇게 간곡히 비는데, 창피한 짓은 그만하고 제발 현실을 자각해 주세요!”김옥자는 비웃기만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기 주제 하나 파악하지 못하는 놈이 아침에 나를 어떻게 살렸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네. 운이 좋았던 건가?’김예훈은 김옥자의 말을 무시하고 그저 힐끔 쳐다보면서 말했다.“현아야, 내가 송성민 씨를 날려 보낼 수 있을 것 같아?”“응. 충분해.”우현아는 김예훈을 무한신뢰했다.김예훈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더니 뒤돌아 링 위로 올라가려고 했다.바로 이때, 우충식도 그의 움직임을 발견하고 말았다.한 구석에서 여진수가 다가오더니 차가운 눈빛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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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25화

우충식의 시선은 다시 한번 김예훈에게 향하게 되면서 잠깐 소름이 끼쳤다.“저 자식을 쫓아내라고 했잖아! 왜 링 위에 올려보내는 건데! 무슨 자격으로!”우충식은 절대로 누군가가 자신의 계획을 방해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비록 김예훈이 싫었지만, 그의 실력이 만만치 않다는 부분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그나마 외부인은 참여할 자격이 없는 용문당 내부 경기라는 사실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아무리 강한 오정범이라고 해도 무대에 오르기 전 용문제자의 신분부터 따야 했다.“이봐, 이 자식은 어디서 튀어나온 놈이야?”“우리 부산 용문당 대결에 아무나 참여할 수 있는 것 같아?”“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 지금 링 위에 오른다는 건 송성민, 그리고 우 회장님한테 도전장을 내민다는 건데 말이야.”“큰일이네. 오늘 누군가는 죽어 나가겠네.”정체 모를 김예훈의 결말이 이미 정해졌다고 생각했는지 많은 사람들이 한숨을 내쉬었다.다른 한쪽 무대 위, 진윤하와 최산하는 김예훈이 걸어오는 것을 보고 무의식적으로 자리에서 일어서서 예의를 갖췄다.무대 아래에 있던 오정범마저도 허리 숙여 인사했다.아쉽게도 사람들의 눈빛은 김예훈에게 꽂혀있어 이들의 행동을 미처 눈치채지 못했다.수많은 사람이 믿기지 않는 듯한 표정으로 쳐다보는 와중에 김예훈은 아무렇지 않게 링 위로 올라갔다.그는 무슨 말을 하기도 귀찮은지 그저 송성민을 향해 손가락을 까딱일 뿐이었다.“날 이기면 우충식이 회장이 되는 거야.”“너!”송성민은 멈칫하더니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들어 우충식을 바라보았다. 우충식이 살짝 고개를 끄덕이면서 무언의 신호를 보내자, 그는 사악한 미소를 지으면서 도끼를 쳐들었다.온몸에서 엄청난 살기가 뿜어져 나오는 순간, 전체 무도관 분위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으면서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방금 욕설을 퍼붓던 사람들 역시 숨죽이고 진지한 표정으로 눈앞에 펼쳐지는 광경을 지켜볼 뿐이었다.송성민 같은 고수가 직접 나설 기회는 흔치 않았다.‘이번에도 한방에 승부가 갈라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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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26화

찰진 소리와 함께 곰 같은 송성민이 저 멀리 날아가 무대아래로 떨어졌다.현장 분위기는 그대로 얼어붙고 말았다.입이 떡 벌어진 채 이 장면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뺨 한 대로 무신 송성민을 날려 보냈다고?’이 순간, 사람들은 전부 멍때리는 표정이었다.우충식 역시 멈칫하더니 자기도 모르게 오른손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그의 옆에 앉아있던 청현 도장은 전에 맞았던 기억이 떠올랐는지 얼굴이 화끈해졌다. 김옥자 일행은 온몸이 굳어져 버렸고, 심지어 그중 누군가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믿지 못하겠는지 자기 뺨을 꼬집기도 했다.‘정말 뺨 한 대로 송성민을 날려버렸네.’이때 사회자마저 이 광경을 보고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짝! 짝! 짝!잠시 후, 우현아가 먼저 흥분한 모습으로 방방 뛰면서 손뼉을 쳤다.김예훈의 실력이 대단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던 것이다.나비효과처럼 뒤이어 우레와도 같은 박수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용문제자들마저도 감탄하면서 김예훈의 어마어마한 실력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링 위, 김예훈의 손짓하나에 현장 분위기가 다시 차분해졌을 때, 그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우충식을 쳐다보면서 말했다.“죄송한데 우 부회장님 꿈은 이대로 깨질 것 같네요.”우충식은 부들부들 떨더니 김예훈을 가리키면서 소리 질렀다.“김예훈, 너는 용문제자도 아니면서 무슨 자격으로 대결에 참여해! 우리 부산 용문단 대결에서 난동을 부렸다가 이대로 무사할 것 같아? 이봐! 다 같이 죽여버려!”우충식은 신속히 누군가에게 문자 몇 통을 보내고서야 다시 안정을 되찾았다.비록 김예훈이 왜 이곳에 나타났는지 몰랐지만, 그가 용문제자가 아닌 이상 어떻게든 손쉽게 죽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자격?”김예훈이 차가운 표정으로 진윤하가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내가 무슨 자격으로 이곳에 있는지 말씀드려.”그러자 진윤하, 최산하, 오정범, 공진해, 도적구자 등이 무릎을 꿇으면서 예의를 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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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27화

쥐 죽은 듯 고요한 분위기도 잠시, 슬슬 의논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글쎄 예전부터 김예훈이라는 이름이 어딘가 익숙하다고 했어.”“김예훈, 김 회장님?”“설마 저 사람이 최종호 회장님의 죽음과 연관된 김예훈이라고?”“세상에! 최산하는 최종호 회장님 아드님 아니야? 진윤하도 최 회장님 제자였잖아?”“어떻게 아버지를 죽인 원수와 한편이 된 거지?”“회장이 아니라면 저 사람들이 저렇게 공손하게 대할 이유가 없잖아?”“내가 들은 소문에 의하면, 용문당 어르신께서 진작에 부산 용문당 회장을 지정했다고 들었는데 설마 저분은 아니겠지?”“그러면 아까 있었던 대결들은 그냥 아무 의미도 없는 거였네?”“아니,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지. 최소한 송성민 같은 사람도 김예훈의 공격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잖아...”각종 의논 소리가 들려오는 와중에, 수많은 우충식 일맥의 용문제자들은 믿기 어려운 듯한 표정을 지었다.진윤하와 최산하가 링 정중앙에 서 있는 김예훈을 향해 깍듯하게 인사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아무리 멍청한 사람이라도 해도 눈앞에 서 있는 이 사람이 회장이라는 것을 알아챌 수 있었다.진윤하와 최산하가 따르고 있으니 회장이 아니라고 해도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김옥자는 온몸이 굳어버린 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김예훈과 있었던 지난날을 떠올려 보자, 그동안 김예훈이 시종일관 심사하는 듯한 눈빛으로 우충식을 지켜보던 것이 갑자기 떠올랐다.아무리 강한 우충식이라고 해도 그의 앞에선 그저 우스갯거리 정도였다.하나같이 똥 씹은 표정을 짓고 있는 김옥자의 일행은 평소에 다른 능력은 없어도 누가 대단한 사람인지, 누가 바보인지 구분하는 능력은 대단했다.하지만 그 판단력마저도 김예훈 앞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것이다.바로 이때, 바닥에 널브러져 있던 송성민이 힘겹게 일어서면서 김예훈을 향해 삿대질했다.“네가 바로 김예훈이야? 최종호 회장님을 죽인 것도 모자라 내 동생 송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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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28화

김예훈이 계속해서 담담하게 말했다.“송성훈 씨의 죽음은 도대체 누가 한 짓인지 그 현장에 있던 용문제자들은 알 수 있을 것 같은데. 굳이 내가 설명할 필요는 없겠지만 용문당 어르신께서 나한테 부산 용문당 회장 자리를 맡겨준 이상 설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진윤하와 최산하는 이미 사건의 경과를 알고 내 설명을 믿어주었기 때문에 내 밑으로 들어온 거고. 이제는 우 부회장님 일맥만 남았네. 내가 회장 자리에 오른 이상 아무도 나를 말리지 못해. 내가 오늘 이곳에 나타난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 있으면 얼마든지 링 위로 올라와. 나를 이길 수만 있다면 회장 자리를 물려줄게.”김예훈은 확신에 찬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사람들은 김예훈이 정말 용문당 어르신이 지정한 부산 회장이라는 사실을 믿지 못하겠는지 한숨을 내쉬었다.‘정말 사실이라면 누가 말릴 수 있겠어? 우충식이라고 해도 반대할 자격이 없겠는데? 그리고 저 담담한 말투에 살기가 가득 찬 거 봐.’김예훈과 눈이 마주친 우충식의 열혈 팬들은 마음 한구석 어딘가 찔린 모양인지 자기도 모르게 등골이 오싹해졌다.심지어 누군가는 출입구가 언제 닫혔는지도 몰랐다. ‘오늘 밤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면 이곳이 파바다로 될 것이야...’우충식은 차가운 표정으로 무대 위에서 서서히 일어서더니 김예훈을 쳐다보았다.“김예훈, 쓸데없는 소리하지 마. 어르신께서 너한테 회장 자리를 맡겨주셨다면 최소한 회장 패쪽은 가지고 있겠지? 어디 있는데? 지금 내놓으면 바로 인정해 줄게!”우충식 곁에 있던 한 열혈 팬은 멈칫하더니 따라서 큰소리쳤다.“맞아. 회장 패쪽을 내놓아야 회장이 될 수 있는 거야! 내놓지 못하면 네가 한 말은 전부 거짓일 거고! 이방인 주제에 감히 우리 용문당 회장을 사칭해? 어디서 죽으려고!”주위가 들썩거리기 시작하자, 우충식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기세를 몰아 김예훈을 짓밟을 수만 있다면 김예훈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아무런 의미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소수는 다수에 대적하기 어렵다는 말이 괜히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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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29화

김예훈의 비웃음 가득한 말투에 우충식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분명 이 회장 패쪽이 그의 비장 카드였는데 김예훈이 이 동영상을 재생시키는 순간 아무런 의미도 없어졌다.회장 자리는 역시 대결로 뺏어와야 했다.김예훈은 우충식의 어두운 표정을 보더니 피식 웃었다.“우 부회장님, 그동안 저희 만난 횟수도 적지 않은 것 같은데 우 부회장님께서 회장직을 위해 얼마나 큰 노력을 하셨는지 다 압니다. 이대로 포기하기에는 아쉬운 마음이라는 것도 알고 있죠. 그러면 이렇게 하시죠. 제가 기회를 드릴 테니 모든 비장의 카드를 내놓아 보시죠. 저를 놀라게 할 수만 있다면 이 회장 자리를 넘겨드리겠습니다!”김예훈은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우충식을 가소롭게 쳐다보았다.우충식은 표정이 일그러지더니 냉랭하게 말했다.“그래요. 김 회장님께서 아량을 베푸셨으니, 저도 기꺼이 받아들이지요. 그런데 나중에 후회하실 겁니다! 제가 쥐고 있는 힘은 감당이 안 될 테니까요!”우충식은 말을 끝내자마자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아, 맞다. 진윤하 씨.”김예훈이 무언가 생각났는지 말했다.“우 부회장님께서 전화를 거시기 전에 먼저 첫 번째 선물을 드리자고.”진윤하가 살짝 고개를 쳐들고 손짓하자, 용문제자들이 선물 박스 하나를 들고 우충식 앞에 나타났다.우충식은 자기도 모르게 선물 박스를 열었다가 등골이 오싹해지고 말았다.‘공준호!’선물 박스 안에는 진윤하를 상대하기로 했던 공준호의 머리가 담겨 있었다. 믿기 어려운 듯한 표정을 지은 채로 말이다.우충식은 휘청거리더니 다시 힘겹게 중심을 잡고 일어섰다.무슨 일이 발생했는지 모르는 다른 사람들은 그저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설명을 기다리고 있었다.이때 진윤하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우 부회장님, 오늘 무도관에 오시기 전에 야마자키파 공준호 씨한테 저의 앞길을 막아달라고 부탁하셨다면서요. 그런데 상대의 실력이 너무 약한 바람에 제가 죽여버렸지, 뭐예요. 우 부회장님께서도 아시겠지만, 저희 용문당은 일본 사람과 상대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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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30화

최산하는 말을 끝내자마자 직접 선물 박스를 들고 배시시 한 표정으로 우충식 앞에 나타났다.선물 박스가 앞에 놓인 순간, 우충식은 강렬한 불안감에 한숨을 크게 들이마시고는 떨리는 오른손으로 천천히 선물 박스를 열었다.두둥!소름이 끼친 우충식은 휘청거리더니 믿기 어려운 듯한 표정을 한 채 아예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머리!선물 박스 안에는 부산 6대 세자 중의 한 명인 견청룡의 머리가 들어있었다.우충식이 가장 의지하는 사람이기도 했다.최산하의 웃고 있는 얼굴을 보고 있자니 우충식은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그는 최산하에게 직접 견청룡을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렇다면 그 유일한 사람은 김예훈일 수밖에 없었다.‘김예훈이 완전무결하게 이곳에 나타난 것도 이상했고, 견 세자님께서 글쎄 이상하게 계획대로 흘러가고 있다고 문자를 보내더니. 이미 죽은 거였어.’바로 이때, 김예훈이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전화하자 우충식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핸드폰 화면에는 견청룡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우충식은 손을 부들부들 떨면서 전화 받을 용기도 없었다.이때 옆에 있던 최산하가 웃으면서 대신 통화 버튼을 눌렀고, 전화기 너머에서는 김예훈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우 부회장님, 이것이 바로 부회장님의 비장 카드였나요? 그렇다면 죄송하게도 패배하셨네요.”우충식은 창백한 얼굴로 결국 고개를 숙이게 되었다.이 순간, 그렇게 당당하던 부회장이라는 사람이 결국 꼬리를 내리게 되었다.견청룡마저도 죽어버렸으니 이제 더 이상 김예훈과 싸울 비장의 카드가 없었다.김예훈은 핸드폰을 바닥에 버리고 태연하게 우충식을 바라보더니 서서히 입을 열었다.“최종호 회장님이 죽은 뒤로, 대신 복수할 마음은 있었어? 아니! 너는 그저 이때다 싶어 어떻게 하면 회장 자리에 오를 수 있을지 생각하고 있었겠지! 가장 강력한 회장 후보인 진윤하를 복수를 빌미로 성남에 보냈겠지만 결국 나한테 패배하고 말았지! 최종호를 죽이고 진윤하마저 보내버렸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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