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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1화

옆에서 두 사람이 싸우는 모습을 지켜보던 심정효와 생활한복 차림의 남녀는 한석범의 말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아연실색했다.졌다고? 뭘, 인정해?부산 심씨 가문에서 강력하게 공양받는 인물일 뿐만 아니라 심정효의 밀착 경호원인 한석범이?그럼 조금 전에 최선을 다하지 못한 게 하은혜의 면을 봐서가 아니라는 거야? 왜 갑자기 졌다고 해?사실 한석범의 실력은 심정효 일행도 잘 알고 있었다. 심씨 가문은 고사하고 부산 전체를 놓고 보더라도 그의 실력은 손에 꼽을 정도이다. 그런 실력자가 김예훈에게 귀싸대기를 있는 대로 다 얻어맞고 얼굴이 터질 지경인 데다 살려달라 백기를 든 아이러니한 상황이 지금 그들 눈앞에서 벌어졌으니 누가 봐도 믿기 힘든 광경이었다.한석범이 그저 단 한 번 당한 것이라면 방심했다 하겠는데, 네다섯 번이나 연이어 당했다는 건 분명 김예훈이 놀라운 실력자라는 점이다. 거기까지 생각이 든 심정효의 안색은 급격히 어두워졌다. 그녀는 차가운 눈빛으로 한석범을 한 번 쳐다보더니 한스러운 어투로 입을 열었다.“쓸모없는 인간, 실력하고는!”한석범은 이내 얼굴빛이 안 좋았고, 아픈 얼굴을 감싼 손을 내릴 용기조차 없어 보였다.그 역시도 구차하게 그러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계속 버티다간 정말 산채로 맞아 죽을 지경이었다.김예훈이 때리면 때릴수록 힘이 더 강해지는 걸 한석범은 고스란히 느꼈기에, 몇 대 더 버텼다가는 죽거나 산송장이 될 게 뻔했다.“인정한다니 다행이네요.”김예훈은 한석범을 향해 친화적인 미소를 지었고 몸을 돌려 고고하고 도도하게 서 있는 심정효를 바라보았다.지금 김예훈은 그저 아무렇게 서 있을 뿐인데,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가 달라 보였다. 거의 중생을 아우라는 하늘 신의 기운이 흘러넘치듯 했다.“아주머니, 제가 은혜 씨 지켜 줄 수 있다고 말씀드렸었죠. 제 실력은 지금 보시다시피예요. 그러니 너무 따님을 내몰지 마세요.”김예훈은 차분한 목소리로 우직하게 말을 했다.“은혜 씨, 저의 비서이기도 하지만 저의 절친한 벗입니다. 저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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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2화

김예훈의 말에 심정효는 썩소를 한번 지어 보이더니 잠시 후 경고하듯 차갑게 말을 했다.“김예훈, 너무 자만하지 마. 본인이 실력 좀 된다고 세상 무서운 거 없는 거 알겠는데 어른으로서 충고하나 할게. 부산, 서울에 가보게 되면 본인이 지금 얼마나 우스운 소리를 했는지 알 거야. 이 코딱지만 한 성남 땅에 무지렁이들이 너무 많아. 김세자라고 불린다고 정말 본인이 뭐라도 된 줄 아나 봐. 힘 있고 배경 있고 능력 있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은 서울이나 부산에 가 봐야 본인이 얼마나 꿀리는지를 알더라고. 더욱이 자네는 오만한 성격에다 우리 심씨 가문을 제대로 건드렸으니 앞으로 가는 길이 가시밭길일 거야.”심정효는 이런 것까지 귀띔해 주는 자신이 너무 착한 것 같았다.김예훈은 부정하지 않고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오늘의 일과는 아무 상관 없는 얘기를 하시네요. 하지만 굳이 그렇게 권력, 배경, 인맥, 실력 비겨 보시려면 해보세요. 꿀리지 않을 자신 있어요. 막강한 권력, 막강한 배경, 막강한 인맥, 막강한 실력, 그거 다 저예요, 아주머니가 믿든 안 믿든 그래요. 해서 은혜 씨 곁을 지킬 거고요. 은혜 씨가 꺼지라고 하지 않는 이상, 아무도 저한테 그러라고 요구할 자격도 능력도 없을 겁니다. 그게 은혜 씨 어머니여도, 서울 4대 도련님, 부산 6대 세자라도... 누구도 은혜 씨를 힘들게 하지 못하게 제가 지킬 겁니다.”김예훈은 자신의 태도를 명확하게 밝혔고 그 모습을 어둠이 짙은 표정으로 지켜보던 심정효는 갑자기 고개 돌려 하은혜를 보며 물었다.“은혜야, 너 약속을 어길 셈이니? 이렇게 저놈이 엄마를 능욕하는 걸 보고만 서 있을 거니?”하은혜는 수심이 깊어지더니 마침내 입을 열었다.“어머니한테 약속했던 건 지킬 거예요. 근데, 저 선 만 보겠다고 약속했지, 시집간다고는 안 했어요. 시집가라고 하는 거라면, 미안해요, 저 안 해요. 그리고 심씨 가문도 오랜 시간 동안 10대 명문가인데, 고작 킬러 조직 하나가 무섭다고 가문의 위기라고 하는 것도 이해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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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3화

아파트.김예훈은 하은혜에게 그녀의 사직서를 건네면서 말했다.“사직서는 도로 갖고 가요. 은혜 씨는 여전히 CY그룹 비서이고, 오늘부로 오정범한테 24시간 경호를 맡길 거예요. 필요하다면 당도 부대원을 보낼게요. 아무쪼록 은혜 씨 안전은 내가 책임질 테니 남의 말에 휘둘리지 말아요.”하은혜는 한숨을 내쉬어 보였다. 오늘 그녀는 김예훈의 평소와는 또 다른 모습을 보았다. 성격이 센 걸 떠나서 횡포를 놓는 모습은, 그녀 어머니에게 강력한 인상을 남겼고 미움마저 제대로 샀다.앞으로 두 사람이 같이 다니면 얼마나 번거로울지 눈에 선하다. 그걸 다 떠나서 하은혜는 김예훈의 속내를 파악하지 못했다. 그녀는 눈을 굴리더니 갑자기 문 앞에 막아서서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김 대표님, 갑자기 든 생각인데. 한 번에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생각났어요. ”“무슨?”김예훈은 눈빛이 번쩍 뜨여서 물었다.“무슨? 내가 능력이 닿는 선에서 전력을 다해 도울게요.”“당연히 대표님이 할 수 있는 거예요.”하은혜는 꿍꿍이가 있는 듯 웃으며 김예훈의 귓가에 말했다.“날 가져요.”쿵쿵쿵.곧이어 일련의 쿵쿵 소리가 방안에서 나더니 화장실의 창문이 열렸고 김예훈이 그대로 창문으로 뛰쳐나왔다. 그 와중에 어렴풋이 하은혜의 한숨 소리도 들렸다. 김예훈은 화장실에서 떨어져 땅바닥에 착지했고, 이내 어이없다는 듯이 이마를 짚었다. ‘어떨 때는 나도 어쩔 수 없는 게 있다고, 집에 여자가 있는 몸이라. 그녀하고도 아직 제대로 해결을 보지 못했는데, 감히 어디 한눈팔 새가 있겠냐고.’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김예훈은 전화를 걸었고 심씨 가문의 상황을 금방 보고 받았다. 모든 사람이 각자 말 못 할 어려운 일이 있듯이 경상 재벌인 부산 심씨 가문도 그랬다.심씨 가문도 엄청나게 잘나갔었지만, 이십 년 전쯤, 강력한 경쟁 상대를 제대로 만나 격변을 겪었다. 상대는 상업 측면에서 공격했고, 심현섭을 암살하겠다고 킬러 조직까지 동원했었다.젊고 혈기 왕성했던 심현섭도 거칠고 횡포하여, 그들에 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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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4화

프리미엄 가든. 그동안 줄곧 이곳에 살던 정군과 임은숙 두 사람은 이사를 갔고 정소현은 학교로 돌아갔다. 큰 집에 정민아 혼자 남아 있어서 그런지 좀 많이 허전해 보였다. 정민아는 테이블 위에 쌓여 있는 한 겹의 서류를 보고 있자니 미간에 근심이 가득 쌓였다. 자세히 보면 알겠지만 쌓인 서류들은 다 반송된 계약서랑 주식양도 합의서이다.모든 게 다 오늘 갑자기 발생한 일이었다. 로열 가든 그룹 측에서 공개매수를 통해 시중의 유통주식 전부를 경기도 정씨 가문에서 보유했다. 그리고 얼마 전 구두계약 했던 업체들에서 한 시간 전에 로열 가든 그룹과의 협력을 깨겠다고 연락이 왔다. 다들 로열 가든 그룹의 배후가 CY그룹임을 알면서도 말 한마디로 합의 건을 없던 일로 하자고 했다. 망설임 없는 그들의 태도에서 충분히 적수가 기세등등해서 공격해 오고 있다는 게 설명이 되었다. “경기도 정씨 집안...”정민아는 손으로 눈썹을 만졌고 눈가에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일찍이 세력을 잃은 정동철이 부산 견씨 가문의 지원에 이렇게 다시 한번 기가 하늘을 뚫을지 예상 못했을 것이다. 게다가 부산에서 복귀한 정가을이 기고만장했다. 그녀가 정동원을 보좌하니 하루도 안 된 사이 쾌도난마로 많은 일들을 해치웠다. 그리고 지금 정민아를 겨눌 칼을 갈고 있었다. 정동철의 요구는 딱 하나, 정민아가 김예훈과 이혼하고 부산으로 내려가 견씨 가문과 혼사를 치르는 일이었다. 비록 김예훈이 김세자의 신분을 밝혔지만도, 견씨 가문의 뒷받침을 받는 정동철에게는 김예훈이 맘에 들 리가 없었다.정동철이 봤을 때, 고작 CY그룹 하나로는 전국 10대 명문가 중의 부산 견씨 가문과 어디 내놔도 견줄 수가 없었다. 게다가 원칙이라고는 없는 임은숙은 이미 완전히 정동철에게 줄을 댔다. 정군은 어쩔 수 없이 따라서 태도를 보였다.“펑!”바로 그때 갑자기 방문이 누군가에 의해 뻥 차여서 열렸다. 찾아온 이는 힘이 어찌나 센지 노크도 없이 발로 문을 차고 거실로 들어왔다. 곧장 서류 하나를 정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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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5화

정민아의 찌푸려진 미간이 더 짙어졌다. 잠깐의 침묵 뒤 냉랭하게 말했다.“곽영현, 김병욱 그리고 이대정, 그들도 다 그렇게 생각했었지. 결과는 봐서 알잖아?”정가을이 “풉”하고 비웃었다.“언니는 그게 정말 거지 같은 남편이 대단한 능력이 있어서라고 생각해요? 견세자가 이미 알아봤어요. 하정민과 양정국이 언니 남편을 도왔던 건 하은혜 비서 때문이고, 전남산 어르신이 나서 준 것도 예전의 신세를 갚느라 그랬대요. 그리고 용문당 어르신이 나선 건 우연히 그런 거래요. 다 하늘이 도운 거예요. 진짜 실력으로 따지면 벌써 진주 4대 명문가와 청별 그룹에 짓밟혀 저세상에 갔겠죠. 싸움 잘하는 건 알겠는데, 여기가 주먹만으로 통하는 그런 세상 아니잖아요. 실력이랑 배경, 인맥, 부와 권세를 다 갖춰야 하는 거고 그게 세상 돌아가는 근본이에요. 잘 싸우는 거? 기껏해야 깡패밖에 더 되겠어요? 내 말이 틀려요? 게다가 부산 견씨 가문도 10대 명문가인데, 견씨 가문하고 틀어져 봐야 뭐가 득이 되겠어요? 그러니까 정신 차려요. 나도 입 아프니까, 얼른 사인해요. 끝나면 나랑 같이 부산 내려가서 제대로 된 것 누려요”정민아는 천천히 고개를 들고 정가을을 쳐다보며 말했다.“만약, 내가 싫다면?”“싫다면?”정가을은 오른손으로 정민아의 턱을 치켜들고는 웃음을 터뜨렸다.“거절이야 할 수 있죠. 그런데 언니가 싫다고 해도 소용이 있을까요? 언니는 아직 얼굴을 다치면 안 되니까 당장에 뺨을 갈기고 싶지만 놔두는 거예요. 마지막 시간을 줄 테니 모레 아침 10시까지 이혼 협의서에 사인해 둬요. 아! 그리고 정군, 임은숙 두 사람이 지금 우리 손에 있다는 걸 잊지 마요. 두 분이 조심하지 않고 뭐라도 잘못 먹고 중독이라도 돼서 죽으면 누가 속상할지 모르는 일이니까.”정가을은 기분 나쁜 미소를 지었다.“미친!”정민아는 몸을 부들부들 떨며 화를 냈다.“정가을, 어떻게 이렇게 변한 거야? 예전엔 좀 지나치게 행동했어도 이렇게 막 나가지는 않았잖아? 왜 이렇게 독해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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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6화

김예훈의 시선이 이지윤에게 멈추었고 잠시 후 말문을 먼저 열었다.“말해 봐요. 좋기는 날 만족시키는 대답이길 바라요. 그렇지 않으면 이지윤 씨가 경기도를 떠날 일은 없으니까.”김예훈은 손목의 롤렉스 시계를 보았다. 그가 청별 그룹에 준다고 했던 시간이 불과 두 시간밖에 남지 않았다. 이지윤은 심호흡하더니 군말 없이 바로 토크 주제를 조용히 말했다.“저는 이지윤이고, 인도 청별 그룹의 상속자 중 한 사람입니다. 이전에 김세자에 무례를 범했던 이대정 그 사람이 저의 가문 방계입니다.”김예훈은 구미가 당기는 듯했다.“그 인간을 대신해서 주인장이 나서서 저한테 복수라도 하려고 찾아온 건가요?”“그럴 리가요. 이대정이 한 짓에 대해 부끄럽게 생각하고 있어요. 청별에서는 사실 여기 상황을 자세히 알지 못하니 줄곧 이대정에 속아왔었죠. 오늘 소식을 접하고, 터진 일도 수습하고 김세자의 오해도 풀려고 제가 이렇게 달려왔네요.”이지윤은 깍듯한 모습을 보였고 이내 핸드폰 하나를 꺼내 영상 하나를 김예훈에게 보여줬다. 영상에서 이대정은 원유 통에 버려졌고 거기에 시멘트를 부어 바로 바다에 던져져 가라앉았다.딱 봐도 눈앞에 있는 아리따운 이지윤이 이 모든 일을 직접 시킨 것이었다.김예훈은 핸드폰을 들고 잠시 보다가 담담하게 말을 건넸다.“이 영상을 나한테 왜 보여줘요? 내가 당신 감옥에 보낼 수도 있는데, 겁도 없네요.” 이지윤은 아양을 떨듯이 웃으며 답했다.“영상은 김세자에게 저희 청별 그룹의 성의를 보여드린 거예요. 이외에도 저희 청별은 앞으로 대표님께서 시키는 대로 할 겁니다. 절대로 다신 무례하게 굴지 않을 것이니, 저희에게 꼭 기회를 주시기를 바랍니다.”아무래도 박용진의 죽음이 청별 그룹 측에 엄청난 타격을 입혔던 모양이다. 태권도 일인자조차 껌 씹듯이 죽여버렸으니. 청별도 겁을 상실하지 않고서야 어찌 다시 감히 김예훈에게 기어오르겠는가.이대정을 잃고 방계를 보내 김예훈과 대적하게 한 게 청별에서도 큰 결심이었을 것이다. 김예훈은 실눈을 떠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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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7화

김예훈의 말을 듣고 있던 이지윤의 표정은 착잡했다. 비록 한국지부의 재산 반 이긴 해도 한국지부의 자산이 청별 그룹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거라, 김예훈의 요구대로 반을 주면 청별 그룹의 자산 4분의 일을 바치는 격이었다.이런 터무니없는 조건을 다 떠나서, 한국에서 청별의 맥을 끊어서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게 하겠다는 의도가 분명했다.“세 번째, 오늘부로 청별 그룹의 한국 대표는 내가 임명하는 사람으로 해요. 그리고 지금 나는 이지윤 당신을 한국 대표로 지명하고 업무를 맡길 거예요.”세 개 조건을 다 얘기한 김예훈은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이 세 가지 조건을 다 수락하면, 앞서 있은 일들은 다 없던 일로 해 줄게요. 조건을 못 받아들이겠다면, 청별은 두 시간 안에 한국에서 꺼져주면 돼요. 내가 손을 대면 청별의 숨통은 끊어질 거니까.”“뭐라고요? 저보고 한국 대표를 맡으라고요?”원래도 안색이 좋지 않던 이지윤은 그 말에 어리둥절해져서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잘못 들은 거 아니지?’사실, 이지윤이 청별의 직계기는 해도 크게 총애받지 못했다. 총애받는 인물이었으면 그녀에게 이 난장판을 처리하라고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이번 일 처리도 사실 그녀가 어떤 결과를 들고 돌아가든지, 청별 그룹에서는 위아래로 그녀에게 압박을 줄 것이 분명하다. 더하면 그녀를 희생양으로 삼아 이번 청별이 재벌로서 구긴 체면을 살리려고 할 것이다.그런데 지금 김예훈이 이지윤에게 한국 대표를 맡아서 하라는 말은 그녀더러 청별 자산의 절반을 장악하게 하는 셈이다. 게다가 잘만 경영하면 곧바로 청별의 주인 자리에 오를 수가 있을 것이다.김예훈은 고개를 살짝 끄덕여 보이며 답했다.“맞아요. 이지윤 씨가 한국 대표를 맡으세요. 조건을 수락하면, 훗날 제가 이지윤 씨를 청별 그룹의 주인으로 만들어 줄게요.”이지윤은 어리둥절해하며 물었다.“대체 왜요?”김예훈은 차분히 설명했다.“당신이 청별에서 어떤 지위에 있는지,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몰라요. 그러나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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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8화

사실 김예훈은 돈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이번 일을 겪어보니 단순히 김세자라는 신분 하나만으로 자신이 많은 제약을 받고 있고, 또 본인 의지대로 행동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기왕에 부산에 가서 부산 용문당 일을 처리하기로 생각했던 바에, 김세자라는 신분에 좀 더 무게감을 줄 필요가 있었다.청별 그룹이 엄청 얄밉지만 그걸 칼자루로 휘두른다면 훗날 일본이나 리카 제국을 상대할 때 꽤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인도 태권도 일인자 박용진이 패하는 순간 청별 그룹은 이미 기둥이 부러진 거나 마찬가지다. 또 인도 나라 특징이 중간이 없다. 날뛸 때는 엄청나게 날뛰고, 길 때는 또 모든 걸 다 내려놓는다. 한국지부의 반 되는 자산을 내놓는 것과 한국지부 자산이 증발하는 것 중, 청별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자기가 어떤 태도를 보여야 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을 것이다.이지윤을 대표 자리에 올리는 건 김예훈의 계략이었다. 김예훈은 앞으로 이지윤의 손을 빌려 청별의 업무에 개입하고 손을 대겠다고 청별에 일러주는 셈이었다. 그러면 그들고 자신이 원하는 주식에 함부로 손을 대지 못하니 청별 그룹의 임원들은 가만히 있을 것이다.그래서 김예훈은 더욱더 청별 그룹이 자신의 모든 요구를 들어줄 거라 자신했다.역시나, 반나절도 되지 않아 이지윤이 돌아와서 모습을 보였다. 그녀는 샤넬의 검정 드레스 차림에 메이크업까지 완전히 달라져서 나타났다. 김예훈의 앞에서 일부러 몸매를 드러내며 고분고분한 콘셉트로 서 있었다.“김 대표님, 할아버지와 아버지께서 당신의 요구를 모두 들어주겠다고 했어요.”김예훈은 대꾸 없이 담담한 표정으로 차를 한입 마셨다.“맞다, 그리고 오늘부터 제가 한국 지역 대표를 맡았습니다.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 홍콩, 대만 등 아시아 지역 업무도 모두 저한테 맡겼습니다.”이지윤의 얼굴에 흥분이 더해졌다. 그 자리는 한국 대표라는 자리보다 더 높았고 청별 그룹 내에서도 절대적인 권력의 상징이었다.이지윤도 이번 결정이 청별 그룹에서 김예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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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9화

“김 대표님, 한 번 보셔야지 않아요? 저희를 너무 믿는 거 아니에요?”이지윤은 복잡한 기색을 보였고 김예훈은 담담히 대답했다.“당신들 청별 그룹의 1/3 지분이면 대충 백조 정도 되겠죠? 그건 나한테 있어서 그저 숫자일 뿐, 큰 영향이 없어요. 그런데 이지윤 씨한테는 의미가 다르죠. 그 지분이 없으면, 내가 당신 뒷배가 아니라면 아시아 지역 대표 자리도 늘 불안하겠죠? 그러니 지금 당신은 나보다 더 이 일을 성사하고 싶어 하는 처지고 계약서를 수없이 들여다봤을 거고요. 나를 속이려고 함정을 판다는 건 결국 본인 무덤을 스스로 파는 걸 테고. 나는 돈을 잃으면 그만이지만 당신은 목이 날아가는 일인데, 설마 이지윤 씨가 그랬겠어요.”여기까지 말한 김예훈의 얼굴에는 재미있는 기색이 역력했다.이지윤의 눈가 근육이 파르르 떨렸다. 그리고 이내 공손하게 얘기했다.“김세자 님, 걱정하지 마세요. 덕분에 제가 이 자리에 앉게 된 걸 잘 알고 있고 실망 시키지 않을게요.”이지윤이 물러나서야 송준은 한쪽 편에서 걸어 나오더니 의미심장하게 말을 했다.“대표님, 인도 그쪽 너무 믿지 마세요. 지금이야 깍듯하고 고분고분하지만, 기회만 되면 언제든 돌아서서 등에 칼을 꽂을 위인들이에요.”김예훈은 무덤덤하게 말했다.“상관없어. 청별 주인 자리에 오르기 전까지는 별짓을 못 할 거야. 똑똑한 사람이니 나의 존재가 자기를 도와 청별을 손에 넣게 해준다는 걸 알고 있으니 상관없어. 나의 위기가 곧 저 사람의 위기가 될 테니. 이번에 이 자리에 올라오는 것도 이미 대부분 사람한테 미움을 샀을 거야. 짧게 말하면 청별에서는 이미 혼자인 사람이고 그런 사람은 한길로밖에 걸어갈 수 없다는 소리야.”...그 뒤로, 하루 사이에 청별 그룹 관련된 여러 가지 뉴스가 쏟아졌다. 한국 지부 이대정 대표가 갑자기 중병에 걸려 사망했다는 뉴스를 시작으로 청별 그룹 직계 이지윤이 아시아 지역 대표직을 임명받아 한국 지부 사무를 총괄한다고 했다.그 외에도 CY 그룹에서 청별 그룹의 일부 지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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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0화

둘러싼 사람들은 허리가 불룩하니 분명 무기를 챙겨서 왔다. 숨 쉴 때마다 차가운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눈빛들이 사나웠다.그 뒤로 한석범이 얼굴을 보였고 곧이어 심정효도 모습을 보였다. 그들은 본 김예훈은 얼굴에 웃음 지으며 말을 건넸다.“아주머니, 저는 어제 얘기가 다 끝난 줄 알았는데. 이게 지금 무슨 짓이죠?”심정효는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보며 대답했다.“이봐, 김예훈. 나야 너를 난처하게 할 생각이 없었지. 그런데 방씨 도련님이 여자를 두고 연적이 너무 나대니까 이렇게 사람을 보내서 자네 실력을 보고 싶은가 보네. 난 그저 길만 안내한 건데. 나를 뭐라 할 셈이야?”그녀 말이 끝나기 무섭게 사방으로 살기에 찬 기운이 퍼졌다.“서울 방씨 가문?”김예훈은 비웃듯 한 표정으로 그들을 쳐다보며 물었고 심정효가 답을 했다.“그렇지만도 않아. 이 사람들은 특별 조직에서 왔어. 당신이 아무리 실력 있다고 해도 방씨 가문에서 당신 하나 잡겠다고 사람을 보내지는 않아. 돈만 좀 써도 처리할 수 있는 걸 뭘 거기서 사람까지 보내겠어.”김예훈은 씩 웃었다.“방씨 도련님께 감사라도 드리라는 거예요?”“됐고!”심정효는 눈에 띄게 김예훈의 건방진 태도를 싫어했고 지금은 그를 쏘아보며 말했다.“이봐, 김예훈! 사실대로 말해 줄게. 내가 당신 조사를 다 해봤어. 당신이 암만 잘 나가고 있는 척해도 꼴에 그저 데릴사위더구먼. 남의 집 데릴사위가 감히 내 딸을 곁에 두겠다고 억지를 부려! 낯짝이 어찌 그리 두꺼워! 사람이 염치가 있어야지. 오늘 이리 따라온 건 내 딸을 봐서 마지막 기회를 주려고 온 거야. 앞으로 내 딸 곁에 나타나지 않겠다고 약속해. 그러면 불쾌했던 과거를 다 잊고, 방씨 도련님한테 내가 그만하라고 말을 할 테니. 그렇지 않으면 나도 절대 봐주지 않을 거야.”김예훈은 내색하지 않고 웃어 보였다.“제 뒷조사를 했다는 말이네요?”“그게 뭐?”심정효가 무뚝뚝하게 말했다.“그러면 저의 성격이랑 스타일도 잘 아시겠네요. 그런 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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